"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야. 나는 고고학자라고."

"누나가 슬픈 이유가 그것 때문이야?"

"슬프진 않아."

"내가 스스로를 우주비행사라고 생각하는데 한 번도 지구를 떠난 적이 없다면 우울한 기분이 들 거야. 평생 자기 동네 밖으로 나가보지도 못한 우주비행사가 어디 있겠어?" 올리버가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실패한 우주비행사겠지." 아그네스가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누나 말하는 게 꼭 우리 아동심리상담 선생님 같아."

"그 선생님도 스스로를 실패한 인생이라 느낄 거야."

"나는 고고학자야" 또는 '나는 우주비행사야'라는 말로 스스로를 한정짓지 않으면 돼. 누나에겐 여러 모습이 있잖아. 우선 인간이고, 또 리빙스턴 씨의 직원이고, 미인이고………”

"고맙다."

"피터 팬을 멋지게 낭독할 줄 알고, 또 친절하고, 똑똑하고・・・・・・ 이게 다 누나 재능인걸? 그러니까 슬퍼하지 마." (p. 77)

하지만 달빛서점에서는 처음으로 정반대 현상을 경험했다. 런던에 있는 한 서점의 문턱을 넘는 단순하고 일상적인 행위가 뭔가 특별한 일의 시발점이 되어준 것이다. 아그네스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리빙스턴씨의 책들을 통해 세상을 특별한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자신이 그때까지 망원경으로 별을 관찰하는 데 오 분도 투자하지 않았다는 것과 목성과 혜성p67의 독특한 궤도에 한 번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탐사선 로제타와 탐사 로봇 필레가 어쩌다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궁금해한 적이 없다는 게 놀라웠다. 이전에는 왜 한 번도 역사의 거울이나 마찬가지인 그림책의 매력과 에드워드의 서점뿐 아니라 아직도 도시의 특이한 구석구석을 물들이는 19세기 초의 낭만주의적인 향수에 주목하지 않았는지 스스로가 의아했다.

『템페스트』의 새로운 판본, 드레스덴 부인의 걱정과 고민, 올리버 트위스트의 논리적인 설명, 에드워드 리빙스턴의 영국인다운 냉철함을 접하며 그녀는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되었다. 전에는 세상이 회색빛이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가진 뒤에야 비로소 반짝이는 색깔을 알아볼 수 있는 법이다. 그녀는 생각지도 못한 자그마한 싹에서 행복이 솟아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어떻게 작은 서점 안에 세상의 모든 좋은 것이 다 모여 있을 수 있을까. (p.120)


아,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나는 나의 지나간 시간들을 떠올렸다. 아그네스가 우연히 리빙스턴 씨의 달빛 서점에 들어선 것처럼, 어느 날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작은도서관에서 근무를 하게 된 그 시절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여자 아이였던 나에게 서점은 여러 의미를 갖는 곳이기도 했다.

아그네스가 달빛서점에 가게 된 것은 우연이었을까? 우연이 맺어준 인연들이 마치 필연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는 그런 필연 같은 우연을 만날 수 있을까? 올리버는 어린 아이지만 어린 아이답지 않은 성숙한 생각을 전달한다. 아그네스와 올리버가 나눈 대화는 그가 어린 아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서점을 찾아 온 손님들에게 책을 권하는 리빙스턴 씨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오래된 기억도 되살아났다. 그 당시에도 아주 조그만 단서 하나를 갖고 책을 찾던 사람들이 많았고 그 책을 찾아주는 일도 했었기 때문이다. 제목도 작가도 모르면서 이러이러한 내용이라는데 그런 책이 있냐고 묻는 일도 잦았다. 늘 책을 살펴보면서 훑었기 때문에 그런 작은 단서에도 불구하고 책을 찾아주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이야 다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겠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미래의 소망인 '작은 서점'을 어떻게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 돈 안되는 서점인 것은 분명하지만, 리빙스턴 씨의 달빛 서점처럼 사람들의 사랑방이 되어줄만한 그런 서점 말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는 내내 즐거울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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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다락방 타자기
피터 애커먼 지음, 맥스 달튼 그림, 박지예 옮김 / 더블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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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달튼을 검색하다보니 막스 달튼으로도 많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일러스트이며,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재해석한 작품이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에서도 세 번의 전시가 열렸다고 한다. 아, 역시, 영화를 보지 않는 나는(영화와 관련된 정보에도 둔감한 편) 그래서 관심을 갖지 않았을 수 있겠다. 분명 부산에서도 전시를 했던 것 같은데... 


타자기를 본 적이 없는 친구들도 많을 것 같은데, 이 그림책은 오래전 사용했던 타자기를 매개로 하여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 타자기와 워드프로세서와 컴퓨터가 공존을 했었다. 아주 잠깐이지만 워드프로세서도 제법 많이 사용했었는데... 어쨌든 지금은 보기 힘든 타자기이다. 


이 그림책에서는 아주 오래 전에 펄이라는 여성이 최신형 타자기를 구입했고, 그 타자기로 마틴 루터 킹 박사를 위한 글을 썼다고 시작한다. 20년이 흐른 후 펄의 딸 페넬로페도 이 타자기를 아주 애용했고, 타자기는 그때 무척 행복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당연하게도(^^) 페넬로페는 컴퓨터를 사게 되었고 오래된 타자기가 더이상 필요 없게되어 다락방 깊숙한 곳에 넣어두게 된다. 이렇게 창고에 들어간 물건들은 이사를 하거나 창고를 특별 정리하지 않는 이상 세상으로 다시 나올 일이 거의 없다. 이 타자기 역시 그런 세월을 보내게 된다. 


아마도 집안을 둘러보면 이런 물건들을 몇몇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할머니가 쓰던 물건을 엄마가 물려받고 엄마가 쓰던 물건을 아이가 물려받는 경우 말이다. 요즘은 사실 타자기에서 컴퓨터로 획기적인 변화발전하는 경우 물려받기 어려운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최근 레트로감성이라고 해서 오래된 카메라나 오래된 그릇 등을 찾는 경우도 있으니, 거 물건들에 얽힌 사연들을 알고 보면 더욱 애착이 생기지 않을까? 


이 집 아이는 펭귄에 대한 글쓰기 숙제를 하기 위해 아빠의 컴퓨터를 사용하다가 고장이 나고 내일 당장 제출해야하는 숙제때문에 고심할 때 엄마가 오래된 타자기를 기억해낸다. 과연 이 아이는 엄마의 오래된 타자기를 잘 사용할 수 있을까? 


삼대에 걸친 다인종 가족의 하모니라는 책 표지 글은 이 그림책을 읽을 때 그다지 도움되는 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인종이라고 하였지만 굳이 다인종이라고 얘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그림이다. 가족의 공간을 둘러보면 여기저기 붙인 사진 등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떠올려보게 되기도 한다. 그림을 보면서 여러 정보나 내용을 찾아내는 것은 아이들이 훨씬 잘한다. 벽에 걸려있는 사진 하나도 잘 살펴보면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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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지르는 꼬마 요리사
피터 애커먼 지음, 맥스 달튼 그림, 박지예 옮김 / 더블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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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서울에 다녀오면서 미술전시회를 보고 굿즈샵에서 이 그림책을 처음 보았다. 평소 그림책은 관심있게 보는 편이지만 미술관에서 이 그림책을 봤을 때는 조금 낯설었다. 해당 전시와 관계 있었다면 좀 덜 낯설었을까? 때마침 이 그림책의 그림을 그린 맥스달튼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으니 연계해 보면 괜찮겠다.


나는 도서관에 들어온 신간도서에서 이 그림책을 보게 되었다. 우선 이 그림책은 스토리가 재미나다. 맥스 달튼이라는 일러스트 작가 때문에 그림책을 손에 잡았더라도 피터 애커먼을 떠올려보자. 피터 애커먼은 아이스 에이지와 앵그리버드 등의 각본을 쓴 사람이다. 


이 그림책의 소년은 잘 시간이 되거나 학교 갈 시간이 되었을 때, 아이스크림을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나 곰인형을 잃어버렸을 때도 소리를 지른다. 시도때도 없이 소리를 지르는 아이의 부모는 아이만큼이나 소리를 지르고 싶었을 것이다. 아이의 떼를 멈추게 하려고 별별 방법을 다 써보는데.... 


드디어 찾아낸 방법은 음식을 먹이는 것. 엄마 아빠가 만들어 준 음식은 아이로 하여금 달콤한 잠에 빠져들게 할만큼 맛있었던 것. 그런데 이 방법은 아이가 소리를 지르지 않게는 하였으나 고도비만을 불러오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아빠가 치킨을 새까맣게 태운 날 아이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는 데 … 이번에는 어떤 방법이 소리를 멈추게 할까?


소리지르는 아이가 소리지르는 꼬마 요리사가 되기까지 몇가지 에피소드를 거치는데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자기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화를 다스리며 가라 앉히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떼쟁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양육자와 소리지르고 떼쓰는 아이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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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천재들의 생각 아포리즘 - 0에서 1을 만드는 생각의 탄생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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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리즘은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이다. 작가의 독자적인 창작이기도 하다. 저자는 여기저기서 모은 짧은 문장들을 잘 분류하여 한권의 책을 완성하였다. 실리콘밸리 천재들에 관한 책은 엄청 많겠지만 그들의 생각을 번역된 언어로뿐만 아니라 영어 원문을 그대로 써서 실제적인 생각을 전하려고 하였다고 한다. 크게 3개로 나누어진 이 책은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천재들을 '통찰'이라는 키워드로 분류한다.


제1장부터 스티브잡스, 빌게이츠,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일론 머스크를 만날수 있다. 사실 내 마음은 너무 뻔한 인물들의 등장에 조금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신선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유명한 그들이 아닌가. 피할래야 피할수 없는 운명이랄까?


저자는 스티브잡스를 이렇게 책으로 데려온다. "오늘날 스티브 잡스를 모르는 사람은 보기 드물 정도이다. 그는 시대를 대표하는 혁신의 아이콘이었으며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이다. 그가 남긴 명언 중에는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말이 있다. 번역이나 뉘앙스의 차이는 있지만, 항상 갈구하고 바보짓 하기를 두려워 말라는 의미이다. 우리는 그의 말을 통해 삶의 태도를 짐작할 수 있다. 도전이 망설여지고 미래가 불안하다면, 여기 스티브잡스의 대표적인 일화를 통해 그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주도할 수 있었는지 알아보자." 라고. 


나의 사업모델은 비틀즈이다. 부정적인 상황에서 그들은 서로를 지탱해주는 존재였다. 서로 균형을 맞춰주었고 개인보다 공동체일 때 더 강했다. 이렇듯 나의 관점에서 사업이란 한 팀의 사람들이 이루어 내는 것이지, 개인이 이룰 수 없다. p.13


My model for business is The Beatles. They were four guys who kept each other's kind of negative tendencies in check. They balanced each other, and the total was greater than the sum of the parts. That's how I see business: great things in business are never done by one person, they're done by a team of people.


빌 게이츠는 자신만의 철학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는 최고의 지식경영 전략은 기술에 대한 ' 이해'와 ' 사랑'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구글 전 CEO 래리 페이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뚜렷한 '경쟁자'가 있다는 생각 아래 경쟁하며, 성장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경쟁자를 시야에서 없애고 우리 기업의 목표 자체를 높게 잡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경쟁자만을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한 성장이 아니다. 가능성을 바라보고, 세상을 어떻게 더 나은 곳으로 만들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For a lot of companies, it's useful for them to feel like they have an obvious competitor and to rally around that. I personally believe it's better to shoot higher. You don't want to be looking at your competitors. You want to be looking at what's possible and how to make the world better.


요즘 특히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라면 이것이다. 

"우리는 많은 관리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너무 많기보다는 적은 것이 더 낫다."​


We don't have as many managers as we should, but we would rather have too few than too many.


"나는 모든 사람이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비효율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은 정답이 아니다."


The idea that evene should lavishly work so they do something inefficiently so they keep their job - that just doesn't make any sense to me. That can't be the right answer.


다음은 일론머스크이다. 개인적으로는 일론 머스크의 행적들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편인데, 그가 했다는 말들은 의외로 새겨둘만했다.


"지금까지 해온 일,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게 된다면, 남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피드백을 꾸준히 듣는 것이 좋다."


I think it's very important to have a feedback loop, where you're constantly thinking about what you've done and how you could be doing it better.



"어려운 일을 해내기 위해 많은 사람을 고용하는 것은 실수다. 인원이 많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발전을 늦춘다. 또한,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단점으로 작용한다."


It is a mistake to hire huge numbers of people to get a complicated job done. Numbers will never compensate for talent in getting the right answer, will tend to slow down progress, and will make the task incredibly expensive.


"기업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하는 '하나의 그룹'이기 때문에 회사에 속한 직원들의 수준, 직원들이 창조하는 것, 그들이 이 일을 즐기는가로 어떤 회사인지 판가름할 수 있다. 나는 탁월한 재능을 가진 우리 직원들에 고마움을 느낀다. 나는 그저 회사의 얼굴일 뿐이지 우리 그룹은 훌륭한 직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A company is a group organized to create a product or service, and it is only as good as its people and how excited they are about creating. I do want to recognize a ton of super-talented people. I just happen to be the face of the companies.


"사람들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즉 일의 목적을 알 때 업무 능률이 올라간다. 사람들이 일하는 기쁨을 만끽하게 하려면 본인 일의 목적을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출근할 아침이 기다려지게 만들기도 한다."


People work better when they know what the goal is and why. It is important that people look forward to coming to work in the morning and enjoy working.


"사실이 그렇지 않은데 일이 잘되고 있다고 스스로 속이지 말라. 그랬다가는 나쁜 해결책에만 매달리게 될 것이다."


Don't delude yourself into thinking something's working when it's not, or you're gonna get fixated on a bad solution.


몇가지만 더 내가 기억해두고자 하는 문장을 골라본다. 이 책은 그들이 했던 말들을 잘 정리하여 제시하고 있어서 편리하긴 하나 앞뒤 문맥없이 접하는 문장들은 나만의 감동이나 와닿음을 느끼기엔 역부족이다. 사람마다 포인트가 다르고 상황이 다르니 당연하지않을까.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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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르니까 함께해야 해 - 다름을 존중하는 문화 다양성 행동하는 어린이 시민
마그달레나 게레로.마리아 호세 포블레 지음, 알프레도 카세레스 그림, 김정하 옮김 / 다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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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올라가니 새로 들어온 그림책이 보여 읽어보았다. 다르니까.....함께 하기 어렵다는 것이 보통의 생각인데 이 그림책은 다르니까 함께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어린이들에게 문화다양성을 알려주는 일은 중요하다. 


며칠 전 tv와 신문을 통해 K-문화, 한류의 부정적 기류에 대한 내용을 보고 읽었다. '사실'이 어떠할 지는 모르겠으나 일부라도 그런 기류가 있다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한국적 시각'이라는 것이 일부 '편협된 시각'이거나 '문화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의도하지 않은 차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자라면서 지니게 된 습관과 태도는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바로 수정될 수 없다. 지금의 우리는 그에 대한 고민과 스스로 의도적인 행동수정을 통해 생각과 태도까지 함께 수정해나가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나는 어렸을 때 '세계화'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그때는 세계화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지만, 지금 아이들은 어떤가. 그들은 이미 글로벌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특별히 세계화를 강조하지 않아도. 하지만 역으로 한류의 인기에 힘입어 '우리의 생각과 문화'가 그들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다. 우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은 그들의 문화, 우리는 우리의 문화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 그림책은 함께 읽기에 적절한 때가 아닌가 한다.


2020년에는 세계 이민자가 2억 8천만 명이었다고 한다. 이민자들이 자기가 살던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이주를 하면 그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언어, 문화, 음식 등도 함께 따라간다.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 더욱 풍요로운 문화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은연 중에 다른 곳에서 온 문화를 깔보거나 무시하거나 배척하고 있지는 않은가. 혹은 그 문화적 상징들을 잘못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가. 한번 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그런가하면, 이주민들로 인한 문화 전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나라 안에서도 다양한 종족(또는 집단)이 있기 때문에 각각 다른 문화를 가질 수 있다. 한국 안에서도 지역별로 각기 다른 문화가 존재한다. 인터넷 상에서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조차 '비하'의 의도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 작은 크기의 '한국' 안에서도 서로 다른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이며, 세계의 문화다양성을 논하기 전에 우리의 문화다양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다름을 인정하기 위해 꼭 다루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면 바로 '종교'일 것이다. 세상에는 4천5백개 이상의 종교가 있다고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종교는 다르게 형성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믿는 종교가 제일이라고 하거나 종교가 없는 사람보다 있는 사람이 더 낫다는 말도 한다. 이런 생각이 점점 커지면 종교전쟁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사이비 종교라 부르는 것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사이비종교의 행태에 대해서는 좀더 고민하게 된다. '개인'의 행복과 안정을 위한 믿음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한 착취의 형태가 되었을 때는 다양성이라는 말로 포장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커밍아웃이라는 말 자체가 아주 낯설었던 때가 있다. 그리고 커밍아웃 또는 트렌스젠더여서 엄청난 멸시와 차별을 받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러한 시선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사람들,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그것 자체로 인정해주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평생을 자기정체성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 노력하거나 애쓴다. 거기에 자기 성정체성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에 어떤 정답이 있을까? 한 개인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줄 때 나의 선택도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았으면 한다. 그들의 성정체성이 용납하지 못할 것이 아니라, 그러한 성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고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애쓰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


다음은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이야기한다. 2~30년 만에 내가 아는 가족의 형태도 엄청나게 달라졌다. 어쩌면 지금도 또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생겨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사회적으로 바꿔야 할 것들도 많아졌다. 입양가족, 재혼가족, 한부모 가족은 물론이고 동성 부모 가족, 위탁 가족도 생겨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챙겨 볼 주제는 장애이다. 장애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으며 선천적인 장애 외에도 후천적인 장애도 늘어나고 있으므로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 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그들의 권리를 '그들만을 위한 권리'를 본다면 안된다. 그들의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우리가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서로 대화를 통해 거리를 좁혀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 그림책은 글이 많다. 지식정보그림책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어린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으로는 내가 이 그림책을 읽고 다시 한번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았듯이 편향된 생각을 좀 바꿔보고 싶은 어른들도 함께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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