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호부터 보기 시작한 에꼴드 에땅은, 한솔이가 다니는 미술학원에서 추천받아 본 월간지이다. 월간지기는 하지만, 그 내용을 보자면, 누군가를 가르치려드는 잡지가 아니라,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감상할 수 있도고 전시하고 있는 전시회같은 느낌이 든다.
어떤 그림이 잘 그린 그림인가에 대해서는 일반 관람자들의 눈과 평론가들의 눈은 분명 다르게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이 책들에 수록된 아이들의 그림에도 분명 별로 매겨진 점수가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다양한 아이들의 시각과 아이들의 눈으로 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구구절절한 설명이 없어서 그들이 매겨놓은 별점도 의아할 때가 많지만, 설명이 없다는 것은 또다른 한편으로 자유롭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자유를 준다.
아동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내 아이가 그림도구들을 들고 뭔가를 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이들의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 눈에는 아무것도 아닌 낙서처럼 보이는 것들에도 아이는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한다.
동그란 원으로 그려진 얼굴과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눈,코,입을 보고도 기뻐하며 내 아이가 그림을 그렸다며 좋아했는데, 어느날인가부터 조금 욕심이 생겼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의 그림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었다. 아이는 자신만의 감정을 담아 뭔가를 그려놓고 엄마에게 자랑스럽게 펼쳐보이는데, 나는 '이게 뭐야?'하는 뜬금없는 표정을 지어보일 뿐이었다.
그래서, 이 잡지 속의 그림을 열심히 본다.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본 적은 없다. 내가 가끔 앉아있는 책상 한 귀퉁이에 올려놓고 가끔 들쳐보는게 전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 아이들은 세상을 이렇게 바라보는구나하고 감탄을 하게 된다. 이제는 나도 그저 낙서일 것 같은 아이의 그림을 자랑스럽게 내보일 수 있게 되었다.
에꼴드에땅 6월호에는, 적은 지식과 솜씨를 가지고도 훌륭하게 그림을 그려내는 아이들의 '몰입'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좋은 그림그리기 교실에서는 '몰입을 도와주는 배려' 10가지를 제시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절대 모방하게 하거나 강제해서는 안된다.
2. 아이의 스타일을 고치려 들지 마라
3. 그림의 내용을 긍정하고, 아이디어를 제공하거나 수정하려들지 마라.
4. 원근법, 음영과 비례를 지적하며 그리는 방법을 간섭하지 마라
5. 이미지가 왜소하다고 해서 크게 그릴 것을 강요하지 마라.
6. 아이의 눈에 간섭하지 말자.
7. 책의 그림을 베낀다고 나무라지 마라.
8. 그리기 전에 완성된 이야기를 들려주지 말고 시놉시스만 들려주어라. 영화감독이 되게 하자.
9. 칭찬을 아끼지 마라. 칭찬은 완성도나 솜씨가 아니라 몰입의 쾌감을 공감하고 아이디어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10. 아이들의 그림은 유치할수록 좋다. 더 많이 그리게 배려하자.
(에꼴드에땅 6월호 p.35)
에꼴드에땅에서 만날 수 있는 또하나의 즐거움은 외국의 미술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소식들이다. 6월호에서는 파리의 Le Tag전을 만날 수 있다.
7월호에서는 기쁨과 관련한 글과 그림교실의 '우주'를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이 그리는 우주는 상상력의 보고이다. 우리집 아이도 지구와 별들을 그렸다고 그림을 가져온 적이 있는데, 눈에 보이는 것 외에도 많은 이야기를 담아왔다.
8월호에서는 표면의식의 힘과 잠재능력에 대한 글을 만날 수 있고, 크면서 2번 이상은 꼭 그려보아야 할 주제들이 소개되고 있다.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릴 때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계절감을 살려 바다에 관한 그림이 많이 실려 보기에도 시원하다. 파리소식에서는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을 소개하고 있다.
에꼴드에땅은 아동화를 많이 접하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감상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잡지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