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도가 살아났어요 - 자연과 나 19 자연과 나 23
이명희 글, 박재철 그림 / 마루벌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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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난지도를 쓰레기매립지라고 기억한다. 월드컵경기장도, 노을공원, 하늘공원도 난지도와 연결시켜 떠올리지 못한다. 내게 난지도는 쓰레기 매립장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한 탓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난지도가 그런 땅이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내가, 쓰레기 매립지가 되기 전의 난지도를 알지 못하듯이.

 

그렇기 때문에 난지도가 죽어가는 과정과 살아나는 과정을 담은 이 책은,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이 책을 함께 읽는 엄마인 나에게도 특별한 느낌의 책이 될 것이다. 이왕이면, 가까이서 살아닌 난지도를 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역적으로 먼 곳에 사는 우리는 그저 책으로만 이해해야 한다는 게 조금 아쉽다. 얼마전에 읽었던 하이타니 겐지로의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양철북)이 쓰레기 매립장의 아이들을 다룬 소설이었는데 연관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또, 화려하고 색감이 뛰어난 그림은 아니지만, 난지도의 느낌을 잘 나타낸 그림을 볼 수 있다. 견학을 간 난지도에는 사람이 만든 산이 두개가 있다. 그 산은 지금은 푸른 나무로 뒤덮여 흙밑에 숨어있는 쓰레기를 떠올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 과거의 난지도를 만날 수 있다. 회색빛 그림은 난지도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내가 기억하는 난지도는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런 쓰레기산에도 어느날 씨앗 하나가 싹을 틔운다.

 

희망은 이렇게 시작된다. 죽어있는 땅에서도 악착같은 생명이 뚫고 올라온다. 환경이 오염되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 작은 씨앗 하나가 틔운 희망은 사람들의 관심과 행동이 더해져 빠른 속도로 커질 것이다. 다시 살아난 난지도에서 과거의 난지도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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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아빠다! - 물구나무 그림책 66 파랑새 그림책 63
마이클 그레니엣 글.그림, 김정화 옮김 / 파랑새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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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아빠?
제목은 물론 표지 그림도 눈길을 끈다.
모자를 쓰고 안경을 쓴 코끼리를 타고 있는 즐거운 아이의 모습.
띠지에 그려진 코끼리의 긴 코도 재미나다. (코끼리 코가 긴건 당연한데도!!!)

 

우리집 아이가 제일 처음 말로 표현한 동물이 코끼리였다. 장난감 코끼리가 있어서였기도 하고, 코끼리 사진을 많이 보아서이기도 하다. 다른 동물들을 많이 알게 된 지금도 코끼리를 유달리 좋아한다. 아직까지 실제로 코끼리를 본 적은 없지만, (그래서 더 좋아하는걸까?) 코끼리 그림을 보면 참 즐거워한다.

 

크레파스로 대충(?) 그린듯한 그림은, 아이가 그린 그림처럼 정겹게 여겨진다. 보라색 모자를 쓰고 파란 안경을 쓴 아빠가 유치원으로 키아라를 데리러 온다. 장난감 가게에서 코끼리를 보며 키아라는 "우리집에도 저런 코끼리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라고 말한다.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냐면(^^) "당신도 코끼리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책을 선물받게 되고, 아빠가 코끼리가 되는 것이다. 기발한 상상력과 아이에게 뭐든 다 해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 절묘하게 섞인 책이 아닐까 싶다.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역시, 코끼리의 상징이기도 한 긴 코를 만드는 방법!! 코끼리의 표정과 더불어 책장을 넘기면, 멋진 긴 코를 만날 수 있다. 코끼리가 된 아빠를 보고, 키아라는 아빠가 코끼리가 되었다는 걸 바로 알아차리는데... 이번엔 '사자'가 기다리고 있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는다면, '사자'가 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다른 동물들로 확장해가다보면 즐거운 책읽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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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04-30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결혼도 안했으면서(심지어 애인도 없으면서)이런 책을 막 보관함에 넣고 그래요. 하하. 일단은 이모와 삼촌의 아이들에게 주어야겠어요. :)

하양물감 2008-05-01 09:04   좋아요 0 | URL
코끼리 코와 귀를 만드는 장면이 참 재미있더라구요^^ 어린 사촌동생들이 있나봐요? 요즘은 아이들 책이 참 재미있게 나오는 것같아요.

책선물하는 이모(혹은 큰엄마)의 역할을 저도 꽤 오래했답니다.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는 바람에..제 동생도, 시동생도 먼저들 아이를 낳았거든요..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양장) I LOVE 그림책
캐롤라인 제인 처치 그림, 버나뎃 로제티 슈스탁 글,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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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꽤 엄마들의 입소문을 탄 것 같다. 그런데, 책을 본 나는 의외로 약간의 실망을 느꼈다고 해야할까? 아마도, 얼마전에 읽었던 '하늘만큼 땅만큼 너를 사랑해'(세상모든책)를 읽고 난 후에 이 책을 읽어서라고 생각한다. 두 책은 내용상 아주 비슷하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내용이니까.

 

그런데, '하늘만큼 땅만큼 너를 사랑해'가 비유적 표현을 통해 풍부한 사랑의 감정을 말했다면, 이 책은 약간 직설적이다. 그러니까 아이의 행동, 표정 뭐 그런 것들로 이루어진 문장들이다. 그래서, 약간은 삭막하게도 느껴졌다. 물론 그림은, '사랑해사랑해사랑해'도 괜찮다. 아이가 관심을 갖고 들여다본다. 어젯밤에는 이 책을 10번은 읽은 것 같다. 자꾸 읽어달라고 해서.

 

그렇지만 자꾸 읽으면 읽을수록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다. 입소문이 너무 세어서였을까? 


덧붙임 : 20개월인 한솔이에게는 "사랑해사랑해사랑해"가 더 적당한 책인지도 모르겠다. 아이의 나이가 조금 더 있다면, 비유적 표현이 풍부한 책이 더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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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가 들썩들썩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초록연필의 시 5
신형건 글, 한지선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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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동시집인 줄 모르고, 구입한 책이다. 난 그림책인 줄 알았다. 어쨌든 표지그림 속 아이가 펄쩍펄쩍 날아다니는 것처럼 이 동시집의 시들이 그렇게 살아 날뛰는 듯하다. 그림과 시가 너무도 잘 어울려 시인과 그림 그리는 이가 마주 보고 앉아 작업한 느낌이 든다. 읽으면 읽을수록 웃음이 난다. 게다가, 시 속에 책들이 산다. ^^; 아이들 책을 눈여겨 본 엄마들은 그 책들을 쉽게 찾을 수 있을 터이다. 나도, 최근에서야 어린이책에 관심을 가진 터라 여차했으면 뭐야? 했을텐데, 그래도 아는 제목이 많이 보여서 시가 쉬워졌다.

 

1, 2, 3부로 나누어진 소제목도 재미나다. 꿈틀꿈틀, 들썩들썩, 뚜벅뚜벅이란다. 첫번째 시는 [꿈틀꿈틀] 지렁이가 기어가는 모습처럼 시가 꿈틀거린다. 이렇게 짧은 시가, 시어만으로도 즐거울 시가, 그림 속 지렁이를 만나 한층 업그레이드 된듯하다. [떡잎에게]는 검은 땅 속에서 움찔움찔 거리는 씨앗 하나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지금 한창 봄이라 새싹들이 잎을 틔워내고 있는데 그 느낌을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어서 좋다. [후투티, 후투티야]는 후투티 머리 위의 노란 깃털을 나리꽃에 비유해놓은 것이 센스있다. 새를 통해 꽃을 보고, 이야기를 피워내었다.

 

[들썩들썩]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아이들 모습이 눈에 환하다. [우리 동네 전설]을 읽다 보면 대문 앞에 써붙인 글자들이 새삼스레 눈에 들어온다. 집의 대문은 그 집 사람들의 얼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대문에 쓰여있는 글귀들은, 그 집 사람들을 짐작케 할 것이다. 나는, 우리집 대문에 뭐라고 써놓을까? 오늘은 잠시 그 고민을 해야겠다.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에게]는 아이들의 경제교육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요즘 생각하게 만드는 시이다.

 

[손톱에 끼인 때]을 읽다보니, 며칠전 문화센터에서 흙놀이를 하던 아이들이 생각난다. 흙을 풀어놓고 마음껏 만지며 놀라고 하는데도 쭈뼛쭈뼛 다가가지 못하던 아이들, 흙놀이를 하면 안된다고 배웠기 때문일 터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신나게 노는 게 일이고, 흙장난을 하는 게 일이라는 시구가 마음에 다가온다.

 

동시집이라고 얕보지는 말자. 어른들이 읽어도 읽는 재미가 있는 것이 바로 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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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공주 2008-04-24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나는' 동시라니.제목도 즐겁고요.꼭 읽어보고 싶네요!

하양물감 2008-04-25 08:42   좋아요 0 | URL
네, 읽어보셔도 후회없으실듯해요^^
 
금붕어 2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
닐 게이먼 지음, 데이브 맥킨 그림, 윤진 옮김 / 소금창고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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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아빠와 금붕어 2마리를 바꿀 생각을 했을까? 이 책 속의 나는, 엄마가 외출하고 없는 날 여동생과, 아빠와 함께 집에 있었다. 아빠의 모습은 어떨까? 텔레비전 앞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는데,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아빠의 시선과 표정은 이 책을 덮을 때까지 알아볼 수 없다. 사실, 아빠의 이미지는, 신문을 들고 앉아있는 모습 이상의 것을 보여줄 게 없다. 우리 아이가, 아빠를 이렇게 묘사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평소 아빠가 아이에게 보여주는 모습이 바로 아빠의 이미지일 터이다. 이런 아빠는, 나에게 있어 어떤 의미도 없다. '나'는 친구 '나단'이 금붕어를 들고 놀러 온 것을 보고 그 금붕어가 가지고 싶었다. 금붕어와 바꿀 것이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결국은 '아빠'와 바꾸게 된다.

 

'나'에게 있어서 '아빠'는 없어도 아쉬울 것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쩜 이리도 발찍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나단이 원하는 아빠는 헤엄칠 줄 아는 아빠다. 역시 나단에게도 그냥 신문만 보는 아빠는 재미가 없다. 그렇지만 '나'는 금붕어보다 헤엄을 더 잘 친다며 금붕어와 바꾸어버렸다.그렇지만, 당연하게도 엄마에게서 야단을 맞고 다시 아빠를 찾으러 가게 되는 나.

 

아빠를 되찾기 위해 나단의 집에 간 '나'는 전기기타와 바꾼 아빠를 찾아 배쉬티의 집으로, 고릴라가면과 바꾼 아빠를 찾기 위해 블링키의 집으로, 토끼와 바꾼 아빠를 찾기 위해 패티집으로, 그리고 토끼장에 갇혀서도 신문만 읽고 있는 아빠를 찾아서 돌아온다. 신문만 읽는 아빠는, 긍붕어보다도, 전기기타보다도, 고릴라가면보다도, 토끼보다도 못한 아빠가 되고 말았다.

 

이 책의 결말부분에서 '나'가 잘못을 깨닫고 반성하길 기대한다면 그건 오산이다. 왜냐면, 나는 아빠를 다른 것들과는 바꿀 생각이 없지만, 사사건건 간섭하고 고자질쟁이인 여동생을 뭔가와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며 끝나기 때문이다.

 

충격적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특히 부모들의 입장에서 말이다. 아이가 이 책을 읽은 후에 똑같은 행동을 할까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아이는, 아빠를 금붕어와 바꾸는 대신에 부모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 부모는, 아이가 바라보는 자신의 행동과 태도를 뒤돌아보아야한다. 가족이란, 함께 사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서로 부대끼고 보듬어주면서 마음이 통하는 사이가 되어야 한다.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부모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함으로써 함께 있어서 행복한 가족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신문에 가려진 얼굴없는 아빠의 모습이 자신의 모습이 아닌지 생각해보어야할 것 같다. 표지 날개를 보면 소금창고의 책이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볼 수 있는 책을 만든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 책은 확실히 부모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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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04-24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정말 좋지요? 저는 이 책을 읽고 닐 게이먼의 팬이 되어서는 [트리스트란과 별공주 이베인], [멋진 징조들], [흑란] 까지 죄다 찾아 읽었답니다. 최근엔 [베오울프]도 읽었구요. 그의 유머를 좋아해요, 전.

위에서 말씀하셨던 부분이요,
"하지만 나는 여동생을 두고서는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았다."(정확한 문장은 기억이 안나지만 이런 느낌의 문장이었지요.) 라는 문장이 너무 좋았어요!!

아, 막 반가운걸요. :)

하양물감 2008-04-24 19:10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이번에 이 작가 처음 알았는데요... 책이 제법 많이 나와있군요?? 저도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