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최고야!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71
토미 드 파올라 지음,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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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우리'가 이름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우리는 최고야'라고 이해했었다.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을 때 제목이나 표지 그림을 두고 많은 이야기를 하는 편이라, 이 그림책에 대한 이해 없이 본다면 이런 오해를 하기에 충분하다. 원제를 살펴보니 'Oliver Button Is a Sissy' 이다. 아, 원제는 훨씬 더 직설적이네. '올리버 버튼은 계집애다'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이 아이의 이름은 올리버 버튼인데 '우리'로 번역이 된 것 같다.


'우리'는 어떤 아이일까? 원제를 통해 대략 짐작이 가능하다. 그림책을 넘기자마자 아이들이 '우리'를 여자애라고 놀린다는 사실을 밝힌다. 제목이나 시작 부분의 내용으로 볼 때, 일단 이 아이의 '다른' 성격과 특징이 문제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남자 아이지만 그 또래 남자아이들이 하는 놀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꽃을 좋아하고, 영화배우처럼 노래하고 춤 추는 것도 좋아한다. 아빠는 '우리'가 여자애처럼 집에서 노는 것이 싫다. 밖에 나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을 바란다. '우리'와 같은 남자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일어날 법한 이야기이다. 생물학적인 성이 '남성'이라고 해서 그들과 똑같아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도 마찬가지이다. 전통적인 성 역할에 얽매여 '인간'으로 보지 않고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는 것이 꼭 필요할까?


'우리'는 예술적 감성이 드러나고 민감한 아이이다. 이런 아이에게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행동을 하기를 바라는 것은 서로 힘든 일이다. '우리'는 탭댄스를 배우게 된다. 춤을 추는 일이 즐거워서 연습을 하는 것이 재미있다. '우리'의 예술적 감성을 이해하고 춤을 출 수 있게 도와주는 선생님과 부모님의 모습이 그려진다. 학교에서는 여전히 '여자애'라며 놀림을 당하지만, 무대에 선 '우리'는 행복하다. 비록 대회에서 1등을 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나는 '우리'가 대회에서 1등을 하고 영웅처럼 되는 결말이 아니기를 바랐다. '다른' 것을 이해하는 것이 '우수하거나 성과를 내는 것'에만 국한된다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다시 학교로 돌아갔을 때, 늘 놀리고 장난을 치던 친구들의 자연스러운 변화가 참 예뻤다.


요즘 읽게 되는 그림책들을 보면 참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알려주는 것 같다. 과거와는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차별'을 하는 모습을 본다. 어려서부터 '다름'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필요하다. 이 그림책은 그 역할을 잘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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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할아버지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86
이수완 지음 / 북극곰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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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번개를 맞고 슈퍼맨이 된 할아버지. 귀도 잘 안 들리고 힘도 없지만 막상 슈퍼맨이 되니 여기저기 손길이 필요한 곳에서 도움을 준다.


하느님은 영웅에 어울리는 외모의 젊은 청년을 염두에 두었지만 번개는 빗나간다. 세상 일이 어디 내 맘대로 되던가? 우연히 할아버지를 슈퍼맨을 만들어버렸지만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딱 이럴때 적합한듯.


하느님이 다시 번개를 쳐서 영웅을 만들고자 하는데 또 엉뚱하게 강아지가 번개를 맞는다. 강아지는 할아버지가 2% 모자란 영웅의 행동을 보완해준다. 어떤 일을 하든 자기 혼자 잘나서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손발 맞는 조력자가 함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이 그림책은 조금 아쉬움이 느껴진다. 할아버지나 강아지가 영웅이 되는 의외성이 웃음코드로 작용하지만, 뭔가 약간 미지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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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로가 상상한 세상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87
맷 데 라 페냐 지음, 크리스티안 로빈슨 그림, 김지은 옮김 / 북극곰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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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로는 누나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지하철 안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연구하고 상상해서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린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마일로의 상상은 끝없이 펼쳐진다. 수염 난 아저씨는 아파트에서 혼자 카드 게임을 하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가씨는 대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누나에게 그림을 보여줬지만 관심이 없다. 마일로도, 누나도 지하철을 탈 때 그다지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잔뜩 흔들어댄 사이다 같은 기분이라고 말한다. 왜 그런 기분일까? 궁금해진다.


마일로는 지하철에 탄 사람들을 보며 계속해서 상상을 한다. 그러다 정장을 차려입은 아이를 본다. 마일로의 상상 속에서 이 아이는 성에 사는 왕자님이 되어 있다. 그 아이의 하얀 나이키 운동화와 잘 빗어 넘긴 머리 모양이 마일로로 하여금 그런 상상을 하게 한다. 그렇지만, 과연 그들은 마일로가 상상한 것과 같은 삶을 살고 있을까?


우리는 사람의 겉모습을 보고 이런저런 상상을 한다. 그리고 그것이 마치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 그림책은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을 벗겨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일로의 상상 속에서 그들은 다시 살아난다. 그렇지만 그것은 정말 그들의 진짜 삶은 아니다.


마일로는 자신의 감정을 담아 그림으로 표현한다. 우리가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들을 마일로는 스케치북에 그려낸다. 그 중에서도 이렇게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생활을 상상하여 그리는 일을 자주 한다. 어쩌면 우리들 모두 이렇게 머릿속 스케치북에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그 사람에 대해 잘 모르면서 자신의 상상으로 만들어낸 모습이 진짜일거라는 착각.


이 그림책은 크리스티안 로빈슨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한다. 약물 중독으로 교도소를 드나들던 어머니, 그림을 그리는 일로 세상과 소통하던 작가 본인의 이야기이다. 이 그림책을 끝까지 읽다보면 처음에 마일로와 누나가 느꼈던 흔들어 댄 사이다 같은 기분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그림책에서 이런 소재를 만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어쩌면 조금 불편할 지도 모르겠다. 아이들과 이 그림책을 읽는다면 주황색 옷을 입은 엄마를 설명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문화와 사회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 그림책의 내용을 여러 방면에서 읽어볼 수 있겠지만 마지막 장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학년보다는 고학년이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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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와 너구리 - ㄱㄴㄷ으로 만든 로맨스 그림책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85
이루리 지음, 유자 그림 / 북극곰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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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와 너구리


이 그림책을 처음 보았을 때 한글공부하는 그림책인 줄 알았다. 아무래도 제목에 쓰여진 ㄱ,ㄴ,ㄷ이 먼저 보이기 때문이다. 그 뒤에 연이어 나오는 로맨스 그림책이라는 설명을 놓쳤다. ㄱ,ㄴ,ㄷ~ㅎ까지 한글 자음 순서대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흔히 보는 글자책하고는 조금 다르다. 표지 그림을 보면 고릴라와 너구리가 사랑한다.


ㄱ 고릴라 알지?

ㄴ 너구리도 알지?

ㄷ 둘이 사귄대!


이루리 작가의 글에 유자 그림작가의 그림이 그려졌다. 이루리 작가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 그림책에서 이루리 작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느낌이 들 것 같다. 머리 속에서 자꾸 작가님 목소리로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고릴라와 너구리가 사랑하게 되는 일은 실제라면 일어나지 않겠지만, 비를 피하며 라일락 나무 아래를 달려가는 고릴리와 너구리를 보면 웬지 그들에게 뭔가 생길 것 같다. 갑자기 내린 소나기는 낭만적이다. 질척거리는 도시의 풍경이 아니어서 더 그럴 수도 있다. 나무 뒤에서 그 둘의 모습을 훔쳐보는 말이 소문을 낸다. 숲속 친구들은 이 둘의 사랑을 응원한다. 결혼식에서는 고릴라가 던진 부케를 판다가 받는다.


아!!! 고릴라가 (굳이 성별을 구분할 필요는 없겠지만) 신부였다는 걸 여기 와서야 알게 되었다. 맨 뒷표지를 넘겨보면 고릴라양과 너구리군의 사랑이라고 쓰여있다. 사실 그림책을 처음 펼쳐서 볼 때 뒷표지를 보지 않았는데, 그래서 다행이었다. 처음부터 고릴라양과 너구리군인 줄 알았다면 재미가 반감되었을 것 같다.


어린이들과 이 그림책을 본다면 ㄱ, ㄴ, ㄷ으로 이야기 만들기 놀이를 하면 재미있겠다. 글자를 몰라도 말놀이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ㄱ 강** 알지?

ㄴ 내가 어제 집에 가다가 봤는데 말이야

ㄷ 더워서 그런지 땀을 뻘뻘 흘리고 있더라고..


보통 그렇듯이 ㄹ이나 ㅌ이나 ㅍ에서 조금 힘들긴 하겠지만 우리도 로맨스 하나 만들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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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난초 - 130년 만에 증명된 예측 과학자처럼 1
달시 패티슨 지음, 피터 윌리스 그림, 김경연 옮김 / 다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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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처럼 시리즈 첫번째 책 '다윈의 난초'.

이 시리즈는 초등 3학년 이상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용어가 조금 어려운 것들이 나오지만(과학책이니 어쩔 수 없는) 해당 용어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그림을 잘 활용한 지식 그림책이다.

과학이 발전하려면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이 그림책은 다윈이 1862년에 마다가스카르에서 받은 별 모양 난초를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꽃은 꿀샘에서 꿀을 만드는데 꿀샘의 길이가 29.2센티미터나 되는 이 난초는 어떻게 꽃가루받이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면서 연구를 시작한다.

꽃가루받이는 꽃가루가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옮겨지는 것을 말하는데 '수분'이라고 한다. 이렇게 꿀샘이 긴 꽃은 곤충들이 어떻게 수분을 할 수 있었을까를 고민하던 다윈은 마침내 이런 결론을 내린다. 마다가스카르 어딘가에 29센티미터가 넘는 길이의 주둥이를 가진 나방이 있었을거라고. 그러나 다윈이 1882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이 나방을 찾은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20년 후 로스차일드 남작과 카를 조단이라는 곤충학자가 나방을 소개하는 책을 썼고 1992년 독일의 곤충학자 루츠 틸로 바서탈 박사가 박각시나방이 별 모양 난초 꽃에서 꽃가루를 묻히고 날아가는 것을 발견하여 130년 만에 다윈의 예측이 증명되었다.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수많은 관찰과 실험을 한다. 곤충학자들이 마다가스카르에서 발견한 박각시나방이 다윈이 예상했던 그 나방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꽃가루받이를 하는 모습을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하게 장담을 하지는 못했다.

과학이 발전하려면 예측이 나온 뒤에도 오랫동안 관찰이 필요하다. 때로는 운도 조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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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2-04-27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갈라파고스의 핀치 새의 부리 모양과 먹이 종류에 대한 것이 진화론의 단초를 제공하였다는 것은 알았어도 난초의 종류와 가루받이 방법에 대한 것은 오늘 처음 알았네요.

하양물감 2022-04-27 13:48   좋아요 0 | URL
어린이책이지만 저의 지식도 확장되는것같아요^^

프레이야 2022-05-08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과학 그림책으로 아주 흥미롭네요.
우리도 배우고요. ^^

하양물감 2022-05-08 22:16   좋아요 1 | URL
그림책이다보니 짧긴 하지만 그래서 핵심만 쏙쏙...
이런 책을 읽고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읽게 되겠지요.

다윈의 연구는 많은 과학적 사실이나 연구에 바탕이 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