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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피트
에릭 레드 감독, 팜케 젠슨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8년 10월
평점 :
제목 : 100 피트 100 Feet, 2008
감독 : 에릭 레드
출연 : 팜케 얀센, 바비 캐너베일 등
등급 : 15세 관람가
작성 : 2008.10.25.
“보고 싶은 것만 보지 말 것이며, 믿고 싶은 것만 믿지 말지어니.”
-즉흥 감상-
10월 10일의 인천으로 가는 길. 사실상 대구에서 출발하는 것이지만, 서울을 경유하는 관계상 기나긴 시간동안의 지하철에 앉아 지인분과 같이 할 것을 찾던 중에 저의 UMPC로 이번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는 것은 일단 넘기고, 시작은 좋았지만 끝으로의 과정이 조금 싱거웠다고 말하고 싶은 이번 작품에 대해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합니다.
작품은 기나긴 다리를 배경으로 묘지의 비석들이 스쳐지나가고, 저 멀리 보이는 빌딩 숲을 배경으로 그런 도시와 비슷하게 산발적으로 서있는 묘비들의 모습을 보는 한 여인의 시선으로 시작의 문을 열게 됩니다.
그렇게 차를 타고 달린 그녀는 그저 까칠하게 반응하는 형사의 안내를 받으며 지난번에 살았던 집이자 남편을 살해했던 집에 감금당하게 되는 것으로 본론의 문이 열리게 되는데요. 집안에 설치되어있는 통제장치로 100피트를 벗어나면 안 되는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되는 그녀는 ‘남편’과 ‘폭력’의 기억을 지우기 위한 노력을 하던 중 알 수 없는 ‘무엇’으로부터 점점 거세어지는 폭력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누구 하나 믿어주는 이가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는 것도 잠시, 살아남기 위한 ‘죽음’과의 전쟁을 선포하게 되지만, 그런 그녀의 반응은 ‘무엇’을 더욱 화나게 만들 뿐이었는데…….
영화 자체로만 본다면 나름대로 괜찮았습니다. 음악이라든가 영상편집, 연기자들의 연기와 특수효과 등 각각의 조각을 두고 보면 멋졌으며, 그것들을 하나로 조합하는 과정까지도 무난하긴 했습니다만, 으흠. 역시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더 강한 편이군요. 뭐랄까요? 남편으로부터의 폭력에 시달리고 살아왔지만, 그런 남편의 직업이 경찰이라는 점에서 암암리에 묵인되었고, 그 결과로서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지만 감옥에서의 생활 이후 오히려 가택 연금형를 받게 되는 아내. 남편과의 기억을 지워버리기 위한 행동을 하게 되지만 그런 집착으로 발전된 ‘편집증’에서 ‘망상’에 시달리게 되는 한편, ‘범죄자의 낙인’이 찍힌 나머지 이웃들과의 소외감이 발생하게 되며, 집안에 있어도 외부로의 공격을 이겨내야 하며,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게 아닌 상황에서 속에서 남이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공포를 경험하게 되는 이야기를 바랬지만, 아아아. 제가 ‘유령’이 등장하거나 ‘폴터가이스트’가 설치는 내용을 좋아하긴 합니다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것이 조금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버렸습니다.
네? 진짜 ‘유령’이 등장하냐구요? 예전에 이 분야에 관심이 있어 조사를 하게 되었을 때만 해도 생성과정과 성질, 그리고 사회적이나 철학에 따른 다양한 접근 점으로서 그 종류가 다양했었다는 것은 일단 넘기고, 내용 자체가 다분히 폭력적이라는 점에서 어떻게 등급을 15세를 받았는지가 더 의아했는데요. 네? 아아. ‘유령’의 등장여부는 직접 작품을 통해 확인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침을 먹고 와서 자리에 앉아봅니다. 마침, 참치가 없는 김치죽을 먹게 되었음에 ‘그동안 참치를 맛보기 위해 김치죽을 먹었던가? 아니면, 느긋한 일요일의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김치죽을 먹게 되었었는가?’를 통해 ‘주제와 방향성’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었는데요. 그것을 이번 작품에 대입할 경우 ‘너무 다양한 것을 추구한 나머지 본질적 핵심을 잡아내기 힘들었다.’라고 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감금에서 탈출이라는 과정 속에서 그 자체적인 고립과 멸시를 통한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 정석이었다면, ‘초자연적 현상’의 도입은 조금 그 선을 넘은 경우였다는 것이 개인적인 결론이 되겠군요.
최근 저의 감상기록에 ‘과연 얼마만큼의 객관성과 일반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시비 성 답글이 간혹 달리고 있는데요. ‘감상문’이란 무엇입니까? 무슨 ‘신문기사’도 아니고 너무 주관적이라고 핀잔이십니까? 의견은 감사합니다만 제 기록의 방향성을 무시하지 말아주셨으면 하는 것으로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치는 바입니다.
TEXT No. 806
[CAFE A.ZaMoNe]
[아.자모네] A.ZaMoNe's 무한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