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소녀상 앞에 어버이연합이 시위하러 온다기에 이에 대응하는 효녀연합^^

할머니들 마음 살필 줄 아는 진짜 효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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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쟁이 2016-01-06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이 주룩나네요. 저런 강인한 미소를 가진 젊은이들이 있으니 아직 희망이 있는 거겠지요?

살리미 2016-01-06 22:57   좋아요 0 | URL
당당한 미소가 너무 예쁘죠?? 요즘 젊은이들이 고생이 많네요.

퐁당살롱 2016-01-07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드는 생각...
온라인에서 나와서 함께 해야겠다...
입니다.

살리미 2016-01-06 22:5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단발머리 2016-01-06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당하고 예쁜 미소에 가슴이 쿵!하고 답하네요. 고마워요, 효녀 연합~~~

살리미 2016-01-06 22:59   좋아요 0 | URL
어제 엄마부대 대표 인터뷰를 보고 가슴깊이 빡침이 올라왔는데 오늘 이 사진 보고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어요. 정말 정말 고마워요~~~ ㅎㅎ

해피북 2016-01-06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 야심한 밤에 울컥했어요. `애국이란, 태극기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물에 빠진 아이들을 구하는 것 입니다`라는 말 평생 잊지 못할거 같아요 ㅜㅜ

살리미 2016-01-06 23:48   좋아요 0 | URL
요즘 애국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효녀 연합이 아주 제대로 알려주네요. 저 뒤에 가려진 피켓에는 인간에 대한 예의 라고 쓰여 있어요. 이 또한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말이에요.

CREBBP 2016-01-07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어버이 연합같은 조직의 실체를 누가 파헤치는 사람이 없는건가요. 돈을 받고 하는 건가, 아니면 그냥 심심해서 저러는건가. 미친건가.. 궁금해요.

살리미 2016-01-07 15:31   좋아요 0 | URL
소설 <댓글부대>처럼 드러나진 않지만 은밀한 세력들이 있지 않겠어요? 어찌보면 저분들도 일당 받고 노동하는 비정규직일지도 모르죠. <댓글부대>에서 막노동판에는 못나가겠어서 댓글러가 된 청년들처럼 쓰여지고 팽당하는 불쌍한 존재요.... 그럴수 있다고 생각하니 또 딱합니다....
 
공부 중독 - 공부만이 답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엄기호.하지현 지음 / 위고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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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차를 한잔 마시고 있다.

왠지 힘들었다. 대담 형식의 책인데다가 요즘 내가 가장 관심있는 주제라서 술이라도 한잔 하며 수다떠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어볼까 했는데......

읽는 내내 '에효~~~'를 연발했다. 마음을 좀 다스릴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 엄기호와 하지현이 하는 이야기들은 백프로 내가 경험한 이야기들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아이 둘을 키우며 내가 직접 겪기도 하고 옆에서 지켜보기도 했던 일들. 그리고 그 문제를 통감하며 아이들과 이야기도 나눠보고 대안도 찾아보았지만 결국 불안함에 못이겨 막차에 올라타는 심정으로 동승하게 된 일들.

사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문제였기에 해결책이 있을까 하는 심정으로 들여다 본 책이었다.

해결책을 찾았냐고?

물론 해결책은 있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당신도 나도 이미 알고 있다.

 

물론 이 현실을 아직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젊은 세대나 젊은 부모세대들은 잘 모를 수도 있다. 그래서 꼭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던 현실이 눈앞에 보일 것이다.

 

우리 486세대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면 보상이 주어지던 세대였다. 그것이 누가봐도 가장 확실한 성공비법이었다는걸 모두가 인정한다. 그러니 자식의 공부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내가 아이를 키울 때 한참 유행하는 단어가 있었는데 바로 '헬리콥터맘' '슈퍼맘' 같은 말들이었다. 자녀의 성장단계에 따라 인생 계획을 세워주고 가장 효율적인 매뉴얼대로 실패할 확률들을 걷어내 주는 역할을 하는 엄마가 능력있는 엄마였다.

공부로 확실히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사실은 이미 우리 사회가 더이상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서 내자식만은 그렇게 되지 않도록 열심히 치열한 경쟁 속으로 몰고 간 것이다. 그렇게 효과적인 매뉴얼대로 공부한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나? 똑똑한데 자기의 일은 스스로 처리할 줄 모르고 언변은 좋지만 무능하다. 시험문제는 잘 푸는데 삶의 문제를 대처하는 능력은 형편없고, 남을 품평하는데는 날카로운데 자신을 성찰하는데는 무디다. 공부는 열나게 하지만 삶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 공부와 삶은 점점 괴리되어간다. 연애도 인간관계도 학원에서 배운다. 가르칠 수 없는 것들까지 가르치려 하고 누군가 이 힘든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 성공을 했다해도 또 바로 그 성공스토리를 책으로 내고 학원을 차린다. 공부중독이 교육중독이 되고 이제는 뭔가 배우고 있지 않으면 불안한 경지에 이르렀다. 강연카페가 유행일만큼 역대 최대 강연을 좋아하는 세대가 되었고, '공부중'이라는 푯말을 들고 무한루프중이다. 머릿속 세계는 완전한데 현실은 불완전해서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정신승리를 한다.

 

예전엔 삶이 단순한 일차방정식처럼 풀렸다면  이제는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화되어 고차방정식이 되었다.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길이 있다. 그렇지만 이 궤도에서 발을 빼는 순간 삶이 얼마나 힘들어질지, 혹시 나만 보기좋게 망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 "내가 막차를 타야지. 이 모든게 불합리한 걸 알지만 나까지는 희생하겠다."하는 심정이 되어 발을 못뺀다.

 

우리 모두 문제를 알고 있다면 답은 어디에 있나?

이 책에서 말하는 답도 사실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지 못한 것이다.

일단 나부터 이 미친 경쟁에서 발을 빼야한다. 진정한 공부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이건 아니다 싶을 땐 과감히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이미 사회적인 분위기가 많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이 미친 드라이브레 브레이크를 거는 사람이 많아져야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동안 발을 뺄 수 없었나? 더 중요한 해답은 무엇인가?

엄기호는 먼저 학력간 임금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한다. 우연히도 어제 한겨레 신문에 강준만의 칼럼이 실렸는데 제목이 <바보야, 문제는 임금격차야!>였다. 너무 공감이 가는 글이라서 아이들에게 읽어보라고 주었었는데, 지금 이렇게 해마다 바뀌는 교육정책이나 입시정책을 해결할 문제는 교육제도 개선이 아니라 '임금격차'를 줄이는 것이라는 거다. 또 우연하게도 요즘 읽고 있는 장하성의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도 한국의 불평등은 재산의 차이라기보다는 소득격차에서 비롯한다는 주장을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임금격차가 줄어든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격차가 줄어든다면 모두가 상위 10%를 위해 달려가지 않을 거라는 거다. 

지금도 일부 특성화고는 일반고보다 인기가 높다. 그런데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하는 얘기가 '공부해서 무조건 대학가라' 라는 거란다. 사회에 나와보면 임금격차가 심하다보니 제도가 마련되어도 활성화 될 수 없고 다들 또 대학경쟁에 뛰어들거나 도태되어 각자도생하거나 하는 것이다.

일단 학력간 임금격차를 줄이고, 특성화고 같은 직업 중심의 학교가 더 활성화되어야 하며, 직업교육을 선택한 사람들이 공부에 대한 계기가 주어지면 인생의 어느 순간에서라도 대학에 진학 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그리고 이런 노력들이 가능하려면 삶의 안전망이 어느 정도는 구축돼 있어야 한다. 괜히 혼자 멋진척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다가는 낙오되어 나만 손해볼 것이라는 두려움을 없애 줄 수 있어야 한다. 좀 실패해도 버틸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지현교수는 지금의 부모세대들에게 이렇게 꼭 당부하고 싶단다.

"교육에 과잉투자 하지마라. 적정선으로 투자를 해라."

"당신의 미래는 당신의 아이에게 투자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당신 자신에게 투자해야 얻어지는 것이다."

 

아이들이 방학이라 그나마 시간이 좀 있어서 공부가 영 적성에 맞지 않아 보이는 아들에게 미션을 주었다.

신문 읽기와 독서하기. 그리고 매일 청소년수련관에라도 가서 놀 거리를 찾아 기웃거리기.

우리 아들도 공부중독이라 공부하는 걸 아주 싫어하면서도 또 제일 무서워하는 말이 공부하지 말라는 말이다.

방학만 되면 기다렸다는 듯이 학원으로 뺑뺑이 돌아야하는 친구들을 보며 자랐으니 아들은 엄마의 미션이 또 이상하기만 하다.

책을 읽고, 나가서 놀라고 하면 시간이 없다 하기 일쑤라 좀 겁을 준다. 너 지금 하는 그 공부는 니가 대학에 들어가는 순간 제로가 되는 공부라고. 그때 멘붕을 겪기 싫으면 진짜 공부를 해야 한다고. 놀면서 하고 싶은 것을 찾아보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자연히 배우고 싶은게 생겨나니까 그걸 열심히 해보라고. 실패해도 그만큼 경험을 한 거니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엄마는 진심으로 말하지만 아들은 또 의심스럽다. 엄마가 공부를 더 열심히 안하면 학원비를 안대주겠다고 협박하는 건가? 싶다. 그래서 (하기도 싫은) 공부를 해야한다며 꾸역꾸역 학원으로 간다.

우리집도 이렇게 무한루프다. 나도 아들에게 그렇게 말은 하지만 딱히 공부 대신 이 길을 가라 할 만한 대안도 없다.

 

그래서 이렇게... 차를 마시는 것이다....(벌써 잔이 싸늘해졌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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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5 1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5 1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1-05 1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전히 별개의 책인데요 저는 좀전에 <남성성과 젠더>란 책을 다 읽었거든요. 제가 왜 이 책을 읽은 얘기를 하냐면, 그 책의 마지막 저자가 엄기호 였기 때문이에요. 저도 엄기호씨가 정확한 말을 해줬기에 밑줄 그어놨는데 여기에 오니 오로라님의 글 처음에서 엄기호란 이름을 만나고 또한 백프로 경험한 일들에 대해 말한다셔서요. 저는 페이퍼랑 상관없이 엉뚱한 데서 공감하고 갑니다.

살리미 2016-01-05 19:26   좋아요 1 | URL
ㅎㅎ 엄기호씨가 사회학자답게 사회를 보는 눈이 정확한 면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아무래도 애들 키우는 입장이다보니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나 <단속사회> 읽으며 엄청 공감했었거든요. 이 책도 엄기호씨때문에 질렀고요 ㅎㅎ
<남성성과 젠더>에선 어떤 주장을 하셨는지 궁금해지네요. 다락방님 리뷰 기다려야겠어요^^

해피북 2016-01-05 19: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아이가 없는 입장에서 현실을 바라보면 아이낳기 두려워져요. 제 딴에는 학원 안 보내고 책 읽고 뛰어놀리는게 좋다고 했는데 막상 아이가 교육권 제도내에서는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할까봐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해보기도 하죠. 또 저는 요즘 홈스쿨링도 생각해봤어요. 제 곁에 학교생활에 무지 힘들어하던 아이가 참다참다 미국으로 유학 보내달라고 해서 외동아들을 훌쩍 미국으로 보낸 가정도 있었거든요. 저는 그분처럼 외국에 친척도 없고 보낼 여건도 안되니 ` 교양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 역사`의 저자 수잔 와이즈 바우어 처럼 홈스쿨링이라도 해야할텐데 그 분야에 대해 아는게 없어서 관련된 서적을 뒤적이기도 한답니다. 이렇게 아이를 낳기도 전에 걱정과 불안이 가득한 사회. 진짜 진짜 걱정이예요 ㅜㅜ

살리미 2016-01-05 23:05   좋아요 0 | URL
제가 바로 당면한 문제라서 한숨을 쉬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이 과열양상에 제동을 걸어야한다는 인식이 어느정도는 퍼져 있는 듯 합니다. 일단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중산층이 무너지면 사교육비가 감당이 안되서 쓸데없는 경쟁구도에서 발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어차피 해도 안되더라 하는 인식도 많이 퍼져있고요.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제도가 갖춰질 것인가의 문제겠죠. 공부를 포기한 아이들을 낙오자로 만들게 아니라 진정한 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성숙한 사회.... 당장 쉽진 않겠지만 노력해야겠죠. 정신 잘 차리고 지켜보면서요. 아이 낳기도 전부터 이렇게 고민 하게 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는 분명 아니죠. 너무 늦게 전에 사회적으로 인식들이 모아지고 제도도 개선되었으면 좋겠네요. 지금은 너무 불필요한 경쟁이 과해요. ㅠㅠ

지금행복하자 2016-01-05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전공감하고 갑니다. 경쟁에서 내려오기엔 부모도 불안하고 아이들도 불안하고.. 인문계는 대학가려고 가는 학교이니 대학가기 싫음 가지말라고 했는데도 공고를 선택하지 못하는 아이를 보면서 맘 아팠습니다. 지들끼리 공고 나오면 대학나온것 보다 월급이 많이 적다고 대학을 가야겠다고 결론을 냈다고 하면서요~ 그말 듣고 동시에 안도의 한숨도 쉬고... 정말 대학안가려나.. 걱정도 됬거든요~~
이 모순된 이중성을 어쩔건지 ㅜㄴ
어느것을 선택해도 자신이 없어하는 아이들이 짠하고 자신있게 공부하지 마!! 라고 말도 못하는 제 스스로가 밉고.. 제가 바로 그 상황이네요 ~ 읽어봐야겠어요~
오ㅇ늘은 하루종일 피곤한 날이에요 ㅎㅎ

살리미 2016-01-05 23:13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랬어요. 아들 고등학교 갈때요. 특성화고도 좋다고, 정말 공부가 하고 싶으면 나중에 공부해도 된다고. 그런데 공부중독사회다보니 애들이 스스로 결단을 못내려요. 특성화고 나와서 오히려 잘 되는 경우도 보면서도 저도 선뜻 결정을 내려주진 못하겠더라고요. 비겁하게 아이에게만 선택하라 하면서도 마음 아팠는데, 그때 딱 기사가 난게, cj 공장이었나...고졸 취업자가 업무에 시달려 자살한 사건이 있었어요.
아... 우리 사회가 아직은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았구나 싶어서 어쩔수 없이 또 경쟁의 구도 속으로 들어가야 했죠. 지금도 아이는 힘들어하는데 벗어나진 못해요. 저도 그저 너무 많은 사교육비 지출은 줄여보려고 하는 수준이에요. 그러면서도 과외를 시키면 성적이 오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면 제가 애 앞길을 망치고 있는 듯 하고.... 에효~ 암튼 악순환입니다.
방학이라 피곤하시죠?? 저도 애들이 집에 있으니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ㅎㅎ

2016-01-05 1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5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1-05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중독, 저도 나중에 읽어보고 싶어서 책장에 담았어요.
오로라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살리미 2016-01-05 23:18   좋아요 1 | URL
오늘은 괜히 마음 무거운 글을 올려서 분위기가 안좋아졌어요 ㅎㅎ 하지만 이렇게 현실인식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변화의 시작이니까!! 기운 내려고요^^ 서니데이님도 나중에 꼭 읽어보세요^^

북다이제스터 2016-01-05 23: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제 해결이 소득격차 해소라는 말씀에 격하게 공감하지만, 임금격차 해소란 것에 다시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문제를 임금으로 보면 그냥 기업에 모든 걸 떠넘기는 인상을 줍니다. 걔네들 별로 할 수 있는게 없을 거 같습니다. 기업이 아닌 국가가 소득격차를 줄여줘야 한다고 믿습니다.

살리미 2016-01-05 23:29   좋아요 2 | URL
임금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말은 더이상 시장에 맡기지 말고 정부가 강력하게 개입해야 한다는 의미같아요. 제가 설명을 생략해버린 부분이 있는데요, 이 책에서는 자세히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장하성 교수의 책을 보니까요, 우리나라는 임금 격차의 문제가 기업의 문제 즉 시장의 자유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고 하더라고요. 절대 기업들이 알아서 격차를 줄여주지는 않죠. 그래서 강력한 국가의 개입으로 사회 복지예산만 늘리는게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여나가는게 보다 시급하고 적극적인 정책이라는 얘기였어요. 지금의 정부는 전혀 그럴 기색이 없어보이는게 문제고, 그러러면 정권 교체가 우선인것 같습니다만^^

AgalmA 2016-01-05 2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면한 현실에서는 학력간 임금격차 문제가 크지만, 더 장기적으로 봐야 할 시점입니다. 비정규직 보다 더 무서운, 노동시장이 점점 기계화되는 걸 생각하면 개인 간 노동 문제는 앞으로 더욱 각축전이 될 겁니다. 노동의 선택권 자체가 힘들어져요. 위에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처럼, 인력을 줄이고 이익 창출을 하려는ㅡ비정규직은 수순이었죠ㅡ기업 속성상 기업에게 임금 문제를 맡기긴 힘들고 국가가 사람들에게 보조하는 복지체계를 제대로 갖춰야 할 겁니다. 기본소득제가 가장 기초고요. 국가가 세제 혜택 등으로 대기업이 성장도록 하고 또다른 생산 기반을 유치하게 해 노동시장을 활성을 꾀한다? 이건 그냥 눈가리고 아웅식 기대일 뿐입니다. 지르고 다시 되돌리는 토목공사도 결국 일부 층의 이익으로만 돌아가는 식이잖아요. 이제 이런 식으론 노후한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무립니다.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합니다.

살리미 2016-01-05 23:43   좋아요 1 | URL
대기업에게 퍼주다 보면 낙수효과가 일어나서 모두 이익을 보게 된다는 것은 이미 거짓이라는 걸 우리가 너무!! 잘!! 경험했잖아요? 그런데도 아직도 새누리당과 정부는 기업의 규제를 풀어줘야 민생이 안정된다는 논리로 이상한 소리나 하고 있고 말이에요. 그들의 국민은 상위 1% 인가요? 요즘 읽은 책들을 보면 다들 결국 교육의 문제도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해야만 바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아요. 교육을 교육으로만 푼답시고 입시제도만 들입다 바꿔대는 것은 애들에게 이중 삼중의 고통을 줄 뿐이죠. Agalma님 말씀처럼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해요.
아!! 제발 국민들 모두들 정신 좀 잘 차리고 선거 똑바로 치러야 할텐데... 저는 살인적인 경쟁에 애들을 내몰아놓고 매일 사교육비때문에 허리띠 졸라매고 힘들다고 하면서도 박근혜 정부를 비호하는 인간들이 주변에 있어서 더욱 빡쳐요 ㅠㅠ 자기들의 포지션이 어딘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hnine 2016-01-06 0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아이 얘기를 하자면 올해 열여섯살 되었는데 공부 관련 학원은 한군데도 안다니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번 가는 기타 선생님께 가는게 전부. 수학학원은 몇달 보내봤는데 별로 효과가 없기에 그만 둔지 한참 되었네요. 그런데 제가 과연 잘 하고 있는건지 저도 자신은 없어요. 자식 교육에 정답이란 없으니까요. 하지현 교수도 적정선으로 투자하라고 했는데 그 적정선이라는 말에 함정이 있으니까요 ㅠㅠ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고 올라서는 사람보다, 경쟁에서 지더라도 상처받지 않는 멘탈을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어쩌면 이게 더 큰 욕심일지도 모르겠어요.

살리미 2016-01-06 12:20   좋아요 0 | URL
저도 애들에게 자주 책을 권하게 되는 이유가 이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지치거나 혹은 패배하더라도 강한 멘탈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가길 바래서랍니다. 자존감을 가지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말이죠. 애들이 어렸을땐 얼른 자라면 고민이 없겠다 싶었는데 자랄수록 더 고민이 많아지네요. 우리 세대가 잘 하면 앞으로 점점 더 나아질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제가 더 아쉬운건 우리 애들이 하고 싶은 거 하려고 않고 공부를 해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는거죠.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면서 주변 분위기때문에 그럴텐데 그게 너무 안타까운거죠.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그걸 열심히 한다면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현실에서는요.
우리 세대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아이들에게 헛된 꿈을 심어주며 경쟁구도로 밀어넣을 것이 아니라 이젠 제동을 걸고 이런 분위기를 바꿔가야 하는 것이겠죠.
 
김명호의 생물학 공방 - 그래픽 노블로 떠나는 매혹과 신비의 생물 대탐험
김명호 글.그림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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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과학 글과 과학자가 아닌 사람의 과학 글은 어떻게 달라야 할까?

이 책은 한겨레 웹진 사이언스온에 연재를 하던 김명호 작가가 쓰고 그렸다. 학교 다닐때는 과학을 지극히 싫어하던 정상적인(?) 소년이었지만 나중엔 과학이 좋아서 논문까지 찾아 읽을 정도가 되었고 사이언스온에 연재를 하는 동안 과학 전공자들 틈에서 열심히 실력을 갈고 닦았다. 그래선지 과학자들이 모두 김명호 작가를 좋아했고 그의 책을 응원하였다.

과학은 어렵다. 사실 이 책도 만화로 그려져서 이해가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간 큰코 다친다. 그렇지만 그림으로 그려져 있으니 훨씬 다가가기 쉽다. 적절한 삽화는 독자들에게 이해의 편의를 줄 수 있지만 왠만한 과학책에서 삽화를 찾아보긴 어렵다. 저자들이 삽화가에게 요구하는 것은 `내용이 어려우니 웃기는 얘기를 넣자` 란다. 작가가 과학을 만화로 그리게 된 계기가 바로 이 지점이다.

정보를 담은 삽화를 마음껏 넣은 과학책을 만들자!

저자는 과학자는 아니지만 만화를 잘 그리니 그림으로 풀어주는 과학을 잘 할 수 있다. 그것을 위해서 왠만한 과학자들만큼 많이 읽고 많이 공부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그가 아니었으면 접하지도 못했을 이야기들을 별 불편함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심해의 생물은 어떻게 그 무시무시한 압력을 견디며 살 수 있는가 하는 궁금증에서 시작되어 심해를 연구하는 과학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하고, 바다나리에 대한 이야기는 그 단순한 외양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위한 기나긴 역사를 살펴보다보면 어떤 경외감마저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주제! 유체골격! 부드럽고 가변적이면서도 단단한 골격 못지않게 힘을 발휘하는 유체골격의 대표적인 예가 남자의 음경이다. 민망한 부분이라 학계에서도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었는데 여기에 도전장을 내민 사람은 다이앤 켈리(Diane Kelly)라는 여성 과학자였다^^ 너무 재밌는 주제라서 (힛!) TED를 찾아보았더니 강연이 하나 있어서 따로 강연을 듣기도 했다.
그리고 암흑속을 비행하는 박쥐의 능력을 밝히기 위한 200년간의 방황을 살펴보는가 하면 얼마전 페북에서 보았던, 사람들을 위해 파란 피를 줄줄 흘리고 있는 투구게의 속사정도 이 책을 읽으며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내가 과학 전공자도 아니고 과학을 너무 좋아해서 들입다 파는 스타일도 아니지만 재미있는 과학이야기나 실험과 연구의 역사를 듣는 것은 항상 재밌다. 사실 이 책에 있는 이야기들을 과학책으로 읽으라 했으면 몇 번은 포기했을 건데 친절한 저자 덕분에 5가지 흥미로운 주제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그 많은 이론들을 이렇게 정리하고 그림을 그려 설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작업이었을지 느낄 수 있었다. 과학자들의 과학글보다 저자의 이 책이 훨씬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고맙다!! 그리고 이런 책이 많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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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6-01-05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이라는 생소한 장르에 그림이 보완되어져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 받을 수 있겠어요. 이 `그래픽 노블`이라는 장르가 한때는 출판사 이름인줄 알았다는 무식한 사건도 있었지만요 ㅋ 이 장르가 다가가기 어려운 분야에 많이 활용되었음 좋겠어요.

살리미 2016-01-05 10:23   좋아요 0 | URL
그래픽 노블, 제가 굉장히 사랑하는 장르에요^^ 외국엔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 걸쳐 책들이 나오는데 우리는 아직 다양하지는 못한것 같아요. 그림도 훌륭하지만 내용도 굉장히 충실해요. 과학이 어려운건 텍스트나 그림이나 마찬가지 ㅠㅠ 그래도 훨씬 친절해서 중간에 덮지 않고 끝까지 볼 수 있다는게 어디에요 ㅎㅎ

cyrus 2016-01-05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자의 일대기를 그래픽노블로 만든 책도 있어요. 다윈, 닐스 보어, 파인만 등 찾아보면 많이 있습니다. ^^

살리미 2016-01-05 19:03   좋아요 0 | URL
네~ 과학자들의 일대기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얼마전에 <가보>라고 마르케스의 일대기를 보았고 스피노자도 책으로는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그래픽 노블로 한번 훑었어요.
눈에 띄는 족족 함 읽어볼랍니다 ㅎㅎ
 
곰스크로 가는 기차 (양장)
프리츠 오르트만 지음, 안병률 옮김, 최규석 그림 / 북인더갭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그 유명한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드디어 읽었다!
역시나 인생에 대한 훌륭한 메타포였다.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소설을 읽으니 힐링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모두는 곰스크로 가고 싶다. 왜? 그건 자세히 모른다. 그냥 절실한 꿈일뿐.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서 곰스크로 가는 여정에는 제동이 걸린다. 원치 않는 일을 해야 하기도 하고, 딸린 식구들도 늘어간다. 가장 큰 방해자는 아내다. 곰스크로 가는데 전혀 도움을 주지 않을 뿐더러 쓸데없는 안락의자를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느라 어렵게 구한 차표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만다. 아이들까지 생겨나니 이제 안정된 직업을 갖게 된다. 하지만 일상이 안정될수록 나의 꿈은 어떻게 되는 걸까? 내 인생은 실패한 걸까?

나는 읽다보니 주인공 `나`도 물론이지만 `나`의 방해자로 여겨지는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내는 애초에 곰스크로 가는 게 꿈은 아니었을것이다. 남편의 꿈에 동승한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나`처럼 간절할 리가 없다. `꿈`에 간절하지 않은 아내는 `현실`을 본다. 잠깐 내린 기차에서 주인공 `나`의 손을 붙잡고 경치를 감상한다. 그러다 기차를 놓치더라도 `나`처럼 아쉽지는 않다. 지금 머물고 있는 이 곳을 좀 더 살기 좋게 꾸미고 싶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이웃들과 잘 지내고 싶다. 그렇게 곰스크로 가겠다는 꿈을 잊고 `현실`에 충실한 아내가 못마땅하여 `나`는 자주 화를 내고 점점 말이 없어진다.
그래도 아내는 남편을 사랑하기에 기꺼이 곰스크로 가려는 남편을 이해한다. 다만 남편이 지금 좀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 열심히 일한 댓가로 `안락의자`를 받아온다. 안락의자는 아내의 노력의 결실이다. 비록 남편이 인정하지는 않지만. 그렇기때문에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탈 때 그것을 꼭 가지고 가겠다고 고집했던 것이다.
결국 아이가 생겼다는 걸 알고는 기차에서 내려야 했던 내가 ˝정말 아이를 가진거야?˝ 하고 물었을때 아내의 대답이 너무 슬펐다.
˝당신은 곰스크 외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었잖아요. 언제나 철길만 바라보았고 기차가 오기만을 기다렸죠. 그러지 않았다면 벌써 알아차렸을 거예요.˝


우리는 현실에 발목잡혀서 꿈을 잊고 살기도 하고, 꿈만 쫓다가 현실을 돌보지 못하기도 한다. 그리고 마음은 꿈을 향해 있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함을 내내 비관하기도 한다. 나도 인생을 살면서 내가 곰스크로 가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내내 남탓을 해온 것 같다. ㅇㅇ때문에... ㅇㅇ때문에...
그런 내게 `아내`가 아프게 말했다.
˝인생이 의미를 가질지 아니면 망가질지는 오직 당신에게,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에게만 달려 있다는 사실을 왜 직시하지 않는거죠?˝

그렇다. 그 모든 순간마다 내가 내 운명을 선택한 것이다. 곰스크로 가지는 못했지만 그건 나쁘고 의미없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원한 것이 곧 그의 운명이고, 운명은 곧 그 사람이 원한 것이다.˝

주인공 `나`는 아직도 다락방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꿈에 대해 생각해본다.
남편과 이 책을 같이 읽고 어떤지 얘기해보았다. 나는 비록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인생이란 살만한 것이었다, 그러니 행복한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더니 남편은 어쩔수 없이 현실에 안주하긴 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해서 끝까지 아쉬웠다는 이야기로 읽었다고 했다.
책을 읽으며 자주 `아내`의 입장에 빙의해서 주인공 `나`에게 분개했던 걸 보면 나는 아무래도 `현실주의자`에 가까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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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3 0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3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1-03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편안한 저녁 되세요.
맛있는 저녁 드시고요.^^

살리미 2016-01-03 18:51   좋아요 1 | URL
네. 들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편안한 저녁 되세요!

2016-01-03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3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1-04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편안한 저녁 되세요.^^

살리미 2016-01-04 22:38   좋아요 1 | URL
네^^ 새 해 첫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라 또 마음가짐이 새로웠던 하루였어요. 서니데이님도 알차게 잘 보내셨죠?? 오늘 마무리 잘 하시고 내일 또 편안한 날 맞으시길 바래요^^
 

이 책을 구입한 건 제주 4.3평화문학상 수상작이었기 때문이었다. 장강명 작가가 4.3평화문학상까지 받았단 말이야? 작가는 제주도랑은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같았는데? 이런 의문때문에, 그리고 사실 4.3 평화문학상 수상작을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었기에 닥치고 읽어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 4.3평화문학상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몰랐던 나는 1회와 2회에는 어떤 작품이 수상했는지 알아보았다.
1회 수상작은 구소은 작가의 <검은 모래>, 2회 수상작은 양영수 작가의 <불타는 섬>이 수상했단다. 전혀 몰랐다.
심사평들을 살펴보니 4.3을 문학적으로 완성도 있게 그려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4.3을 직접적으로 다룬 소설이 아닌 작품이 상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 <불타는 섬>만이 제주 4.3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었고 제 3회 수상작 <댓글부대> 또한 4.3과는 관련이 없지만 `폭력을 드러냄으로써 궁극적으로 평화를 소망하게 한다`는 4.3 평화정신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당선작이 되었다 한다. 그래도 나는 소설 속에서 한 줄 언급이라도 4.3과 관련한 부분이 있겠지 했는데 그건 나의 편협한 생각이었나보다. 그래도 장강명 작가에게 고마워해야할 부분은 있다. 작가가 올해 부단한 노력으로 유명작가가 되어주었기에 4.3평화문학상도 더 많이 알려진 면이 있을테니까.

4.3을 직접 겪었거나 직접 겪지는 않았더라도 가족 중 4.3 피해자가 있는 대부분의 제주도민의 입장으로선 4.3에 대한 작품이 수상하지 못한 건 아쉬운 일이다. 진상규명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부터는 외면 일색이고 아직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은 역사가 아닌가. 권력은 외면하지만 문학적으로라도 제대로 자리잡아서 그 정신이 잘 계승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아직은 4.3문학상에 4.3이 배경이 된 소설들이 많이 응모되고 수상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내가 능력이 된다면 멋진 소설을 하나 써보고 싶었지만 그런 능력은 없고, 들을때마다 그냥 묵히긴 아깝다는 이야기가 우리 가족들에게 전해져온다. 어른들도 말씀하실때마다 ˝소설로 쓰면 소설 몇 개는 나오지......˝ 하시는 이야기다.
나는 제사상에 올라오는 사진으로만 뵌 외삼촌. 우리 가족은 그 외삼촌을 4.3의 회오리 속에 잃었다. 중산간 마을을 통째로 불태워 학살하거나 토벌대에 의해 빨갱이라는 이유로 붙잡혀 구덩이에 파묻힌 것은 아니었다. 그런 억울한 죽음도 제주엔 부지기수였지만 당시 삼촌은 제주 시내 한 중학교 선생님이셨다는데 사상적으로 의심스럽다고하여 경찰서에 붙잡혀 갔고 제대로된 재판도 없이 처형을 당했다 한다. 억울했지만 하소연 할 곳이 없었던, 그래서 입을 다물고 살아야 했던 가족들.
우리 엄마가 열두 살이던 때, 공부도 잘했고 얼굴도 잘 생겨서 동네 처녀들 가슴을 휘저어놓던 듬직한 오빠, `오빠 생각` 노래에 나오는 오빠처럼 정말로 서울 갔다오면서 예쁜 구두를 사오겠다던 오빠는 어느날 인사도 없이 행방불명이 되었단다. 그러던 어느날 감옥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면회를 다니고 감옥에서 빼내보려고 뒷돈도 쓰고 여러 노력을 하던 중에 어느날 면회를 갔더니 면회가 안된다 해서 이상했는데 알고보니 소리소문없이 이미 처형되었다더라는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 그 후에 삼촌의 아이라며 어린 딸을 데리고 온 참한 처자가 있었고 아들은 이미 죽고 없는데 그의 자식이라며 아이를 데리고 나타난 여자를 인정할 수 없어서 끝내 외면하다가 마침내 받아들여 함께 살기로 한지 얼마 안된 어느날 친정다녀오는 길에 급체로 저세상으로 가버린 여자. 원혼을 풀어줘야겠다며 굿을 하는데 무당의 입을 빌려 나타난 삼촌의 이야기...
소설로 써도 한권으론 모자랄 이야기라 여기에 다 쓸 순 없지만 당시의 이야기를 어른들께 들을 때면 정말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그 어떤 소설보다도 흥미진진해서 이야기 속에 쏘옥 빠져들곤 했다.

조금 더 자라서야 이런 이야기가 우리집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왠만한 제주 사람들의 집에는 다 이런 사연들이 있었다는 걸 알았고, 심지어는 한날 한시에 집집마다 제사를 지내는 마을이 있다는 것도 알았고 아직까지도 사상을 의심받을까봐 서로 쉬쉬하고 선거만 하면 유난히 무소속 의원들이 당선되는 이유도 알게 되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옛날엔 더 좁은 사회였던 제주라 왠만하면 다들 괸당(친척)이나 삼촌(이웃 어른)으로 연결되던 곳이다보니 우리 집안 어른들 기억 속에 `수줍은 청년`으로 기억되던 현기영 작가가 어른이 되어 쓴 <순이삼촌>을 읽으며 어른들 이야기가, 그 슬픈 역사가 문학으로 어떻게 승화되는지를 알았던 나는 그런 문학이 좀 더 많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그런데 막상 소설이 되어 나온 이야기들은 너무 비참한 사건들만의 나열이다보니 문학성을 놓친다거나 제주도 사투리를 잘못 사용하거나 4.3의 핵심에 다가서지 못하는 작품들이 많다고 한다. 앞으론 좋은 작품들이 더 많이 응모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전에 나부터도 제주의 역사나 4.3관련 책들을 더 많이 읽고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댓글부대>를 읽은 내 느낌을 쓰려고 했는데 서두가 너무 길어졌다. 이 책은 처음부터 4.3이 배경이 아닌 4.3평화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이유로도 불편했지만, 읽는 내내 더욱 불편해졌다. 기자 출신의 작가라서 그런지 소설이라기보다는 르포르타주로 읽힌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현실에 실제로 있는 인물이나 단체들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여 마치 기획 연재 기사를 읽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불편한 현실을 그대로 읽어내려니 더욱 불편하다.
각 장의 제목을 괴벨스의 어록으로 붙여놓음으로써 나치독재의 대중조작과 현대의 SNS를 통한 댓글조작이 같은 맥락임을 암시한다.
멘탈이 없어서 멘탈싸움에 강한 팀 알렙 소속의 댓글부대원들은 정치권력에 의해 자행되는 대중조작에 소모품처럼 사용되다가 용도폐기된다. 그동안 어렴풋하게 느꼈던 조작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걸 보며 ˝이제는 이런 방식으로는 그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내내 지배했다. (물론 그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고 인터넷 댓글에 예민한 몇몇 친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너무나 직설적으로 말해주니까 힘들다고 할까. 소설은 좀 소설다운 분위기가 나야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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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6-01-02 2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너무 르뽀 같아서 소설로서의 감동이 적었어요.

살리미 2016-01-02 21:43   좋아요 2 | URL
저도 내내 아 이사람이 전직이 기자였지? 하는 생각만..... ㅎㅎ

서니데이 2016-01-02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제주 이야기가 아닌데도, 다른 여러 가지 수상기준에 맞았던 모양이네요.
오로라님도 언젠가 좋은 글 쓰셔서 이 대회에 보내시면 어떨까요. ^^
오로라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살리미 2016-01-02 21:55   좋아요 0 | URL
저도 조금만 능력이 된다면 그러고 싶으나..... 능력이 너무 없어서요....
어른들께 들은 이야기들 어느 누가 소설로 멋지게 써주었으면 좋겠는데 점점 세월이 가니 아쉽기만 합니다.
서니데이님도 마지막 남은 연휴까지 알차게 보내시길!!

2016-01-02 2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2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6-01-02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로라님 제가 미리 말씀 안드려서 죄송해요 ㅠㅠ 제가 생각하기에 최고의 리뷰라서 그런 건데요 흑흑. 죄송하고요, 너그러이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정말 신기하게도 저도 얼마전 댓글부대 읽었어요. 전 다른 건 다 좋았는데 남성들의 질펀한 문화, 그런 게 아주 싫거든요. 그래서 좀 불편했답니다. 암튼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살리미 2016-01-02 22:26   좋아요 0 | URL
죄송하긴요!! 전 사실 얼마나 놀랐는지 ㅎㅎ 동네방네 자랑했답니다^^ 거기 나오는 오로라가 바로 저라고요 ㅎㅎ
댓글부대에선 저도 마태우스님이 싫다고 하신 그 부분들때문에 이 소설에 대한 평점이 확! 낮아졌어요. 굳이 그걸 묘사할 필요가 있었나 싶었거든요. 정말 짜증나서 덮어버리고 싶었어요!!

마태우스 2016-01-02 23:02   좋아요 1 | URL
오옷 저랑 님이랑 감수성이 비슷하군요 반갑습니다 꼭 필요한 부분이라 하더라도 묘사가 너무 자세해서 실제 그 현장에 있는 듯한 역겨움을 느꼈답니다. 암튼 열심히 하겠습니다

2016-01-02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2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피북 2016-01-03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글을 읽다가 다시 떠올랐어요. 오로라님의 고향이 제주였다는 사실을 말이죠. 저는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7권` 제주편에서 4.3 사건을 듣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자식이 태어나면 평범한 이름으로 지을 수 없었대요. 반동분자를 색출한다고 `김철수`나와. 라고 하면 김철수란 이름의 청년들이 다 끌려나가서 몰살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 책을 통해 4ᆞ3사건을 알게되고 현기영님의 ˝순이 삼촌˝을 구입했는데 아직 읽어보진 못했어요. 이 기회에 함 펼쳐봐야겠어요. 그리고 오로라님의 실력이시라면 책 쓰실 수 있으실거 같은걸요. 힘을 내주세요 ㅎㅎ

살리미 2016-01-03 01:20   좋아요 0 | URL
유홍준 교수님의 답사기 제주편을 제가 너무 사랑하는 이유도 바로 교수님이 4.3 평화공원과 4.3 관련 유적지를 소개하시기 때문이에요. 순이삼촌 소설 속에 배경이 되었던 북촌마을이 시댁 바로 옆마을이거든요. 그래서 고향에 갈 때마다 자주 들르는 곳이에요. 그리고 4.3 평화공원도 정말 좋은데 찾는 사람들이 너무 없어서 아쉬웠는데 답사기에 실어주셔서 너무 좋았어요.
정말 제가 능력이 있어서 좋은 소설 한편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ㅎㅎ 몇년 전 영화 <지슬>을 보면서 엄청 뿌듯했는데 문학에서도 그런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hellas 2016-01-03 0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이 싫어서로 장강명 작가를 접했는데 확실히 세밀한 취재로 구축한 르뽀르따주 스타일이긴 해요. 그믐은 조금 다르지만. 댓글부대 는 안읽으려다 4.3수상작이라 사긴했는데... 역시 같은 지점에서 걸릴것 같네요:)

살리미 2016-01-03 09:25   좋아요 0 | URL
르뽀르타주 형식의 소설이라해서 다 거부감이 드는 건 아니지만 이 소설에서는 마태우스님께서 지적하신 부분... 남자들의 술과 접대문화같이 소설적으로 크게 필요하지 않은 부분들까지 너무 상세히 묘사되어 있는 부분때문에 거부감이 들었어요. 작가가 의도한 부분이지만 너무 현실같아서 불편해진달까....

hellas 2016-01-03 09:30   좋아요 0 | URL
아 그 같은 지점이 두분이 대화하시던 그 부분을 말하는 거였어요. 남자 접대 술... 그건 구지 글로 읽고 싶은 내용도 아니니;;;

살리미 2016-01-03 09:44   좋아요 0 | URL
아.. 네 ㅎㅎ 정말 굳이 알고 싶지 않았지요. 왜 이렇게까지 묘사하려 했을까... 팀 알렙 삼인방이 쓰레기같은 애들이라는 걸 묘사하고 싶어서일까... 사실 소설을 읽다보면 더 한 묘사를 읽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 왜 이건 유독 불편할까.... 내내 생각했답니다.

hellas 2016-01-03 09:52   좋아요 0 | URL
생리적 거부감아닐까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