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하지 않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법 - 당신이 설명을 못하는 데는 사소한 이유가 있다, 개정판
고구레 다이치 지음, 황미숙 옮김 / 갈매나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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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구판으로 보긴 했으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오랜만에 펼쳐본 책이다.


직장이나 사회에 나가면 굳이 말을 어렵게 하는 이들이 있는데, 아는 것은 많을지라도 설명을 잘한다고 할 순 없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상대방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의사를 표현한다면 둘 중 하나이다.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했다든가 혹은 본인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든가.

저자는 설명하는 것에 대해 막막함을 느낀다면 주목하라. 책 속에 수월하게 해내는 방법이 있으니 말이다.


저자, 고구레 다이치 こぐれ たいち,木暮 太一 는 게이오기주쿠 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한 후, 후지필름, 사이버 에이전트, 리쿠르트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베스트셀러 저자로 활동하면서 기업과 조직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대학교 재학 중 경제학 서적들이 너무 어렵다고 느껴 직접 대학생용 경제학 입문서를 만들었다. 이 책은 대학생협회와 일반서점에서 총 5만 부가 판매되었다.

2004년 주식회사 아메바 북스를 설립하여 경영자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시부야에서 일하는 사장의 고백>을 출간했고, 이 책으로 베스트셀러 저자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어려운 경제학을 쉽게 풀어가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특히 그가 쓴 몇 권의 저서는 TV 교양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으며, 블로그 콘텐츠로부터의 서적화, 만화화, 드라마화의 흐름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횡설수설하게 말하게 되는 원인


청중은 첫 15초 동안에 흥미를 느껴야 다음의 5분 동안 이어지는 이야기도 듣는다. 그리고 5분 동안 들은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다고 느껴야 이어서 검토라는 다음 단계에 들어간다.


스피치를 잘하는 강연가, MC들은 관심을 끌 만한 말로 첫 포문을 연다.

그래서 첫 15초가 중요한 것이다.

다만 단순히 짧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1. 자신과 어떻게 관계되는지 알기 쉽다.

2. 이야기가 정리되어 있어 알기 쉽다.

3. 쉬운 말로 표현되어 알기 쉽다.


이 세가지 요소에 부합해야 알기 쉽다고 일컬어지는 것이다.

간혹 대화를 나눌 때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설명이 길어지게 되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 어떤 관계가 있는 내용인지 핵심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자신이 이렇게 말한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이다.


함박스테이크 120g 7,200원

밥 1,600원 (리필 무료 +500원)

*단, 리필을 하고 밥을 남긴 분께는 2,000원을 받습니다.


한 음식점에 있는 메뉴판이다.

자세히 보면 명확히 표기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밥 리필이 무료인 것인가? 아니면 500원 추가금이 붙는다는 것인가?

피크 타임에 직원들이 손님에게 이 질문을 받는다면 시간 낭비는 물론 가게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다.

메뉴 작성자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았기에 생기는 손실이나 다름없다.

이것이 바로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때문에 불러오는 이해의 어려움이다.

즉, 내용이 정리되지 않으면 횡설수설의 길로 접어들어 혼란을 초래한다.


덧붙여, 단어를 나열하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전달하지 못한다.

예컨대 광고에서 단어만 나열하게 되면 고객들에게 각인되야 하는 내용이 전달되지 않는다.

광고는 찰나에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쉽지 않은 단어 표현을 사용하거나 명확하게 드러내지 못해 고객에게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횡설수설의 길로 접어들어 결국 팔리지 않게 된다.



횡설수설하지않게 설명하는 방법


▣ 이해하기 쉬운 설명의 세 가지 조건

1. 상대방에게 '내 일'이라 생각하게 만들기

2.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리하기

3. 그것을 상대방이 알아듣는 말로 쉽게 전달하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수 있게 되면 상대방의 반응도 확연히 달라진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고 납득해주는 경험을 통해 자신감도 얻을 수 있다.

그 자신감이야말로 여러분의 설득력을 더 높여줄 것이다.


그렇다면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공식같은 게 있을까?

있다. 그 공식이 바로 텐프렙의 법칙이다.


1단계 : 이야기의 주제 전달하기

2단계 : 하고 싶은 이야기의 수 전달하기

3단계 : 이야기의 요점, 결론 전달하기

4단계 : 결론이 옳다고 할 수 있는 이유 전달하기

5단계 : 구체적 예 들기

6단계 : 요점, 결론 반복해 끝맺기


정리하자면, 어떤 것에 대해 상의하고 싶다고 혹은 지금부터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하겠다고 이야기의 주제를 서두에서 전달한다.

그리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몇 가지인지를 명확하게 전달한 후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과 요점을 전달한다.

그 후,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러이러하고 그 이유는 이렇다는 것을 설명한 후 결론을 보충하기 위한 구체적 예를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요점과 결론을 반복하면 된다.

이 법칙은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설득하기 위한 필요 요소가 전부 담겨 있어 어떤 주제에도 사용할 수 있다.




중, 고등학교 때는 오히려 발표 수업이 거의 없었는데 대학교에 들어가니 원치않아도 할 수 밖에 없는 게 발표였다.

대학교 졸업을 끝으로 발표와는 멀어진 것 같았지만 회사에서도 필요로 하는 것이 발표였다.

프로젝트 발표가 없다해도 한 명 이상과의 미팅은 존재한다.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도, 말하는 것도 곧 나의 능력이 되기에 스피치는 꼭 배워야 할 기술 중 하나다.

책을 통해 텐프렙의 법칙은 꼭 얻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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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하지 말아요 곧 밤이 옵니다 | 헤르만 헤세


논어 필사 끝내고 산뜻하게 시로 분야를 돌리다 발견한 책이다.

한 해의 키워드에 헤르만 헤세가 자주 등장할 만큼 그의 작품을 매우 아낀다.

헤세의 시 100편이 수록되어 있어 필사하기에 너무 좋다.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 프랑수아즈 사강


작년에 읽지 못해 드디어 펼쳐보았다.

문학적 영감을 얻은 문학 작품들부터 당대 최고의 지성들과의 만남이 담긴, 사강의 삶과 문학에 대해 기록되어 있다.

사강의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다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꼭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 에쿠니 가오리


그녀의 전작들 중 스토리가 좀 너무 간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의 내용이 담겨있기도 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순 있다.

그럼에도 그녀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문체는 또다시 책을 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의 소소한 일상이 담긴 에세이로 따뜻하고 다정하다.








문학이라는 위로 | 은현희


보편적 질문에 대한 답은 어쩌면 내려져 있기에 여러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질 때마다 서재에 들어와 발걸음을 옮기는 섹션이 있는데 바로 문학 고전만 꽂아놓은 섹션이다.

저자 또한 문학으로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책에서는 제목도 유명한 고전 문학 21권이 담겨 있는데, 다 읽어본 작품이 들어있어서 저자의 해석으로 더 재미있게 되새길 수 있었다.








푸바오 언제나 사랑해 | 강철원


4월이면 한국을 떠나는 국내 탄생 1호 아기 판다, 푸바오!

푸바오의 할부지 강철원 사육사가 푸바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편지로 전하고 있다.

러바오와 아이바오는 물론 쌍둥이 판다 루이바오와 후이바오의 이야기까지 들어있어 괜스레 뭉클했다.







더 기프트 | 에디트 에바 에거


저자는 100세를 앞둔 홀로코스트의 생존자 중 한 명으로 현재 심리학자로 활동중이다.

지옥 같은 곳에서 살아남았고 40년 이상 내담자들을 상담하고 치료하면서 얻은 깨달음은 바로 이거였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삶은 선물이었다.

참혹한 고난과 무력함의 한복판에서조차도 선물을 발견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나니 더더욱 생각났던 책이 하나 있는데 바로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이다.

이 책 또한 꼭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니 에르노의 말 | 아니 에르노, 로즈마리 라그라브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자 프랑스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아니 에르노와 사회학자 로즈마리 라그라브, 두 번에 걸쳐 페미니스트 계급 탈주자들의 경험과 글쓰기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눈 이야기를 묶은 책이다.

깊이 있는 대화 속 그들이 평소 어떤 관점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으며 작품관은 물론 그 이상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었다.







이토록 멋진 인생이라니 | 모리 슈워츠


나이 듦은 태어난 이상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앞으로 주어질 시간을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바라는 자기만의 세계로 완성한다면 생의 어느 단계에 있든 큰 행복과 만족을 얻을 수 있다.


원서까지 몇 번이나 읽었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Tuesdays with Morrie!

저자가 학자가 아닌 작가로서 독자들에게 남긴 처음이자 마지막 책으로 우리에게 깊은 가르침을 전달하고 있다.



서울대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 20 | 박균호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독서다.

다 읽지 못하겠다면 여러 권이 한데 묶인 책이라도 읽는 것을 추천하는데, 그런 책이 바로 「서울대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 20」이다.

현직 고등학교 영어 교사인 저자가 서울대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 20권을 한 권에 정리하였다.


……

내 입시 시절은 항상 아쉬움이 남아있다.

중학교때 국어선생님이 혹은 고등학교때 문학선생님이 나의 담임선생님이라면 조금 덜 남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을 정도로.

합격한 대학을 포기하고 재수를 택할 용기가 없었던 내게, 누군가 조금의 용기만 주었더라면 선택을 달리 했을 것이다.

그때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책을, 왜 손에 쥐지 못했을까.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 | 김이섭


아닌 것 같아도 결국 힘들게 하는 관계들은 가까운 사람들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있었는데 가장 큰 피로 요인이 바로 직장 상사와 동료였다.

그 뒤로 배우자, 자녀 그리고 부모님까지 순위권에 있었다.

즉, 너무 가깝기에 문제가 생기는 관계인 것이다.

가까운 사이이기에 홀로 삼키는 것이 익숙해지면 결국은 곪고 곪아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꼭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을 알아야 한다.





리얼 후쿠오카 | 원경혜


후쿠오카는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일본의 도시다.

차 끌고 강원도로 여행가려 해도 2-3시간인데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어 당일치기 혹은 1박 2일로 도전해볼 수도 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처음부터 새로 쓴 가이드북인지라 새로운 후쿠오카를 더 재미나게 즐길 수 있다.

내 친구 H와 얼른 만나 계획을 세워야 할 텐데♥



일본 현지 아이스크림 대백과 | 아이스맨 후쿠토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거 다 내꺼!

이런 마인드가 있다면 일본 감성과 특히 잘 맞을 것 같다.

대학교 때부터 일본에서 다꾸 용품이나 티세트를 직구해 아기자기한 용품에 푹 빠져 있었다.

일본 가면 편의점은 물론이고 뷰티&소품샵, 카페까지 보고 즐길 데가 참 많은 것 같다.


일본 현지 아이스크림 대백과, 사계절 내내 남녀노소 즐겨 먹는 일본 현지 아이스크림이 책 한 권에 담겨 있다.

참고로 아이스크림 평론가인 저자는 연간 1,000종 이상의 아이스크림을 먹어보고 모든 포장지를 수집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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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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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참 볼품없는 남자였다.

적어도 첫눈엔 그랬다.


까맣고 꾀죄죄한 한 이방인이 길을 물었다.

이방인과의 대화는 짧았지만 그가 상냥한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웃기려고 한 말도 아니었는데 낯선 이가 하던 말을 멈추고 빙긋 웃으니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으니깐.

어머니를 일찍이 여읜 탓에 끌림이란 게 무엇인지 모르고 자랐는데 그 이방인과의 순간순간에는 끌림의 연속이었다.

부모님은 서로의 애정을 드러낸 적이 없었던 지라 서로가 사랑했는지를 알 순 없었지만 열 두 살에 마주했던 그 사건 때 아버지가 어머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수 있었다.

캐니언 시티로 복숭아 배달을 나갔던 어머니, 캘러머스 오빠, 비비언 이모가 집에 오질 않았는데 그들 대신 보안관 아저씨가 집으로 왔다.

보안관 라일 아저씨가 무슨 말을 꺼내자 아버지는 빗물이 고인 진흙탕에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그렇게 아버지, 남동생, 이모부 사이에서 빅토리아는 의지할 곳 없이 자라게 된다.


"윌이야." 내가 대답을 마치기도 전에 그가 내 말을 가로챘다. "윌슨 문."

그는 자기 이름이 내 귓가에 감돌도록 잠시 기다리고는 내 쪽으로 손을 뻗으며 다가왔다.

"알게 되어 영광입니다, 빅토리아 양."


그런 빅토리아가 이방인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타인에게 관심받는 것이 이렇게 좋은 일이구나.

17년 동안 어떻게 관심 없이 살아오게 된 것인지 빅토리아 스스로도 놀란다.




"야!"

"저 새끼 누구냐?"


윌과 함께 말을 주고 받던 그 때, 익숙한 목소리라 귓가를 때렸다.

바로 한 살 터울의 남동생, 세스였다.

어머니가 죽고 나서 자신과 남동생에게 한껏 사무적인 태도로 말했던 아버지보다 더 골치아팠다.

평소처럼 길거리 한복판에서 술에 취해 휘청거리며 한껏 폭력성을 드러내는 세스, 빅토리아와 함께 있는 윌에게 막말도 서슴치 않았다.


더 이상 꾸며낼 거짓말도 없는 데다가 밀리 아주머니의 따뜻함에 지나치게 위안을 받은 나머지 나는 어리석게도 속내를 털어놓고 말았다.

"혹시 여기에 윌슨 문이라는 남자애가 있는지 궁금해서요."

나는 수줍은 목소리로 말했고, 처음 뱉어보는 그의 이름에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순식간에 변하는 아주머니의 표정을 보니 아차 싶었다.

"그 인전 남자애 말이니?"

(Injun : 아메리칸 인디언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아주머니가 어디서 지독한 냄새라도 난다는 것처럼 얼굴을 찡그렸다.

"토리, 대체 무엇 때문에 그 더러운 인전을 찾는 거야?"


한바탕 소동이 생겨 목발을 짚게 된 빅토리아가 여인숙의 밀리 아주머니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사실 윌의 소식이 궁금했지만 밀리 아주머니의 반응을 보고선 곧장 과수원의 일꾼이 필요하다 둘러대었다.

윌의 혈통보다 걱정스러웠던 건 그가 이미 마을에서 떠나고 없을 것 같다는 사실이었다.

그 후, 아버지, 이모부, 세스 그리고 데이비스가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된다.

윌에 대한 얘기였다. 윌에 대한 온갖 험한 말들이 오갔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데이비스는 윌을 쫓고 있었다.

다음 날, 아빠, 세스를 도와 배달을 나갔는데 윌을 잡는다는 수배 전단을 보게 된다.

현상금까지 붙어있던 그 전단이 세스의 눈에도 포착된다.

배달을 마친 후, 복숭아 노점에 가서 일손을 보태라는 아버지의 말에 빅토리아는 노점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윌슨 문과 다시 재회하게 된다.


식사를 마치고 부엌을 나서려는 아빠에게 다시 노점으로 나가 마감을 도와주고 오겠다고 얘기했다.

"그러렴."

내 말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아빠는 날 쳐다보지도 않고서 대충 대답했다. 그건 내가 아빠에게 생전 처음 하는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윌슨 문의 품에 다시 한번 안기기 위해 기꺼이 지불해야 할 대가였다.


루비앨리스 에이커의 집에 있던 윌과 다시 재회하게 된 빅토리아, 짧은 입맞춤을 나누고 그날 오후 미루나무에서 다시 만나 긴 포옹을 나누었다.

그들은 결국 연인이 되었다.

이런 저런 말들로 둘러대고 나와 윌과의 시간을 보내는 빅토리아는 윌과 사랑도 나누게 된다.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자유에 순종적이고 소심한 소녀에서 스스로 결정내리고 위험을 감수하는 여성이 된 기분이었다.


윌이 이곳을 떠나 어디로 간다 한들 세스 같은 사람이 없겠는가? 어디로 간들 세스처럼 분노로 가득한 사람, 피부색이 어둡다는 이유만으로 괴롭히려는 사람이 없겠는가? 윌은 도망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흐르는 강물처럼 살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늘 그러셨거든. 방법은 그뿐이라고."




세스가 언제부터 미행한 것인지 판단력이 흐려질 정도로 둘의 사랑은 깊어만 갔다.

버드나무 숲에서 윌이 빅토리아의 손을 붙잡고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지 일주일이 되던 날, 윌은 사라졌다.


"내가 현상금보다 더 좋은 걸 건졌어, 누나."

"더 큰 걸 건졌고말고."

"응, 더 크고 좋은 거지."


세스는 윌을 당국에 넘기지도, 마을 밖으로 쫓아내지도 않았다.

불을 켜면 눈앞에 피 묻은 세스의 손이 나타날 게 틀림없었기에 빅토리아는 떨리는 몸을 부여잡고 복도를 지나 침대로 기어 들어갔다.

11월 말의 어느 날 아침, 빅토리아는 슈퍼마켓 구석에서 한 대화를 듣게 된다.


시체를. 블랙 캐니언 바닥에서. 그 인전 놈. 피부가 거의 벗겨진 채로. 차 뒤에 있었다나. 던져졌대.


사랑 그리고 슬픔과 죄책감같은 여러 감정들이 휘몰아치며 빅토리아를 짓눌렀다.

그리고 그녀 안에는 아주 작은 태아가 자라고 있었다.

무고한 소년을 포용하기엔 세상은 너무나도 잔인했다.

그녀를 사랑했기에 이곳에 남으려고 했던 윌의 선택.

결국 이곳은 그의 무덤이 되어버렸다.

무지한 저를 탓하기엔 이미 늦었다.

몸이 무겁고 피곤한 줄 알았는데 배가 동그랗게 부르고 안에서 느껴지는 움직임으로 인해 그제야 자신이 임신했음을 알아차렸다.

만삭에 접어들어 두꺼운 옷으로도 커버할수 없게 되자 빅토리아는 편지 한 통을 남기고 결국 가출을 택했다.

그렇게 5월이 지나 6월이 되었고 빅토리아는 출산을 하게 되었다.


나뭇잎을 갉아먹으며 몇 차례의 허물을 벗고 성장하는 애벌레는 마지막 허물을 벗고 번데기가 된다.

그렇게 겨울을 보낸 후 허물을 벗은 번데기는 나비가 되는데 빅토리아와 꼭 닮았다.

순탄치 못했던 그녀의 삶을 보며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에게 자연스레 대입하게 되는데 이렇다보니 시대가, 나라가 달라도 주인공의 삶에서 자기 삶의 편린을 발견할 수 있어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굳센 회복력으로 살아가는 그녀에게 결국 주어진 것은 '결실'이었다.

제목처럼 우리의 삶도 흐르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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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ieve in a hope that a new hope is dawning.
Believe that your dreams will come true.
Believe in the promise of brighter tomorrows.
Begin by believing in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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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ult not your fears, but your hopes and your dreams.

Think not about your frustrations, but about your unfilled potential.

Concern yourself not with what you have tried and failed in, but for what is still possible for you to 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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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1-28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영어 글씨 무척 예쁘게 쓰시는군요!! 인쇄된 책인 줄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