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풀들로 흐느적거리는 늪에 고개를 처박은 이정의 눈앞엔 너무나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소년은 배 밑창의 선실에 자리를 잡았다. 다행히 구석에 맞춤한 공간이 있었다. 몸을 한껏 웅크린 후 가져온 옷가지를 이불 삼아 덮었다. …… 네 성씨가 무어냐. 그는 머뭇거렸다. 다 알겠다는 듯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은? 사람들이 그저 장쇠라 부른다고, 소년은 말했다. 부모는 어디에 갔느냐고 그가 또 물어왔다. 소년도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임오년의 군란이었는지 아니면 동학의 난이었는지 모르나 아비는 그중 하나에 휩쓸려 죽었다고 했고, 어미는 아비가 죽자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그는 성도 받지 못한 채 보부상에게 덜미를 채여 자라났다.보부상은 그에게 장쇠라는 이름 말고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서울에 다다랐을 때, 소년은 보부상이 잠든 틈을 타 달아났다.


닻이 올라갔다. 갑판 위에는 마지막으로 제물포를 보려는 사람들로 계단까지 북적거렸다.


그들이 떠나온 나라는 물에 떨어진 잉크방울처럼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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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동물의 자매다. 식물도 동물처럼 먹이를 먹고 자손을 낳으며 살아간다. 식물을 알고자 하면 동물을 들여다보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고, 동물을 이해하자면 식물의 본성을 살피는 것만큼 빠른 방법이 없다.


"식물은 폴립으로 이루어진 폴립 모체와 같다." 식물은 단일 존재가 아닌 집합적 존재다. 끈끈하게 결합하여 하나로 이어진 개체의 연합이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전체의 번영을 위해 일하는 공동체다. 식물도 산호처럼 살아 있는 벌집이며 모든 일원이 공동의 삶을 살아간다.


노동은 모두 잎이 무성한 새 가지, 즉 그해에 돋아난 가지에 온전히 맡겨진다. 이 가지가 공동체를 부양한다. 뿌리를 통해 흙에서 빨아올리고 잎을 통해 대기에서 끌어내린 원료를 배합해 끈적한 수액을 만든다. 식물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이 수액으로 창조된다. 해가 바뀌면 한 해 동안 수고한 가지는 말하자면 은퇴를 선언하고 휴식에 들어간다. 그리고 지금의 눈이 잎과 가지로 자라서 이듬해 새로운 눈이 대체할 때까지 부지런히 공동의 일을 수행한다. 그렇다면 나무는 여러 세대가 해마다 차례대로 업무를 이어받는 조직체와 다름없다.

나무의 세대는 몸통인 줄기에서 시작해 큰 가지를 거쳐 가장 최근에 자라난 잔가지까지 단계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 잎을 달고 있는 새 가지는 현제 세대다. 식물의 주요 업무가 모두 이 세대에서 일어난다. 다음으로 눈은 가까운 장래에 모습을 드러낼 미래 세대다. 나무가 지금 고생을 자처하는 것도 다 이들을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나무줄기와 그 아래쪽의 굵은 가지들은 과거 세대다. 이 한물간 세대는 활동을 멈추었다. 심지어 죽은 것도 있다. 하지만 산호로 따지자면 폴립의 모체와 같아서 젊은 세대를 위한 토대 역할을 기꺼이 자청한다.


세포는 식물을 건설하는 벽돌이다. 특별한 순서에 따라 모아놓으면 식물의 어느 부위든 문제없이 만들 수 있다.

…… 예를 들어 강낭콩은 한창 자랄 때면 한 시간에 최소한 2,000개의 세포를 만든다. 생산된 세포는 곧장 적절히 포장되어 적재적소에 분배된다. 호박은 하루에 무게가 1킬로그램도 넘게 늘어난다. 세포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알갱이가 매일 1킬로그램씩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오직 식물만이 최초 공급원에서 재료를 직접 흡수할 수 있다. 식물은 먹을 수 없는 것들에서 먹을 것을 만든다. 식물은 숯과 공기와 물을 먹고 기적처럼 동물의 식량으로 바꾼다. 그러므로 탄소, 산소, 수소, 질소를 조합하여 유기물질을 만들고 지구의 모든 창조물에 꾸준히 성찬을 베푸는 것은 바로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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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줄기가 복잡한 미로가 되어 암흑의 땅속 깊은 곳을 흐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현실 또한 우리 내부에서 몇 갈래 길로 나뉘어 나아가는 듯하다.


그렇다. 나는 이 지상에 정지한 쇠공일 뿐이다. 매우 묵직하고 구심적인 쇠공이다. 나의 사념은 그 안에 단단히 갇혀 있다. 겉보기는 볼품없지만 중량만은 충분히 갖추었다. 지나가던 누군가가 힘껏 밀어주지 않으면 어디도 갈 수 없다. 어느쪽으로도 움직일 수 없다.

나는 몇 번이고 나의 그림자를 향해 묻는다. 이제부터 어디로 가면 좋을까. 그러나 그림자는 대꾸해주지 않는다.


도서관에서 일한다.

하지만 어덯게 그 일자리를 찾아낼 수 있을까? 오랫동안 서적 배본 및 유통을 관리하는 일을 해왔지만 도서관 쪽은 전담 부서가 다로 있어서 거의 접점이 없었다. 그리고 기억하는 한, 학교를 졸업한 뒤로는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단 시설을 이용해 본 적도 없다.


이렇게 좁은 동네이니 도서관장이 고야스 씨에서 나로 바뀐 얘기는 다들 들어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정보가 퍼지지 않았을 리 없다. 그리고 내가 아는 한, 이렇게 들고 나는 사람이 적은 작은 마을의 주민들이 도시에서 온 외부인에게 호기심을 품지 않을 리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다. 그럴사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하긴 지금 당장 현실적으로 불편한 것도 아니다. 고야스씨와 소에다 씨의 도움을 받아 나는 순조롭게 업무 요령을 익혀가고 있다. 그러니 '뭐 어때, 곧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겠지'라고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다. 고야스 씨 말마따나 모든 것이 차차 선명해질 것이다. 때가 되면 동이 트고, 이윽고 햇살이 창으로 흘러드는 것처럼.


나는 손을 뻗어 옆에 있는 너의 손에 닿는다. 그리고 그 손을 잡는다. 너도 내 손을 잡는다. 우리는 하나로 이어져 있다.

나의 젊은 심장이 가슴속에서 메마른 소리를 낸다. 나의 기억이 선명한 예각을 지닌 쐐기가 되고, 나무망치가 그것을 올바른 틈생에 정확히 박아넣는다.

그리고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알아차린다. 어느새 내 그림자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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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어떻게 자존감을 설계하는가 -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한 뇌과학자의 자기감 수업
김학진 지음 / 갈매나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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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자존감이란 내가 나를 바라보는 방식을 가리킨다는 최근 연구가 많이 있지만, 여기에도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내 생각은 반영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 뇌 속에는 일종의 '사회적 계량기'라 불리는 장치가 있어서 주변 타인이 나에게 보내는 수용 혹은 배제의 사회적 단서들을 끊임없이 탐지하고 모니터링한다. 그리고 이렇게 사회적 계량기를 통해 수집된 사회적 단서를 토대로 자존감은 매 순간 수정된다. 다만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에 관한 나의 인식은 무의식적으로도 일어나므로, 내 자존감이 결국은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에 관한 나의 인식과 관련 있음을 알아차리기란 매우 어려울 수 있다. 즉 자기 보고에 의존한 자존감 연구는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자존감에 관한 뇌과학적 연구가 매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해줄 수 있다.


불안, 우울 등 자존감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과학적 접근법을 제안하는 책으로 자존감을 뇌과학적 개념인 자기감과 대비해 설명하고 있다.


저자, 김학진은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계산신경과학 석사학위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에서 생물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에서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2007년부터 현재까지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기법(fMRI)을 사용해 인간의 경제적·사회적 의사결정과 관련된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으며, ‘인정 욕구’‘자존감’‘공감’‘도덕성’‘이타성’ 등의 신경학적 기제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




자존감에서 자기감으로


'자기'를 인식한다는 것은 인간 고유의 능력 같지만 그렇지 않다. 유인원, 돌고래, 코끼리 같은 일부 포유류도 자기를 인식한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에서 속속 입증되었다.


동물의 자기인식 능력은 거울자기인식 과제로 증명할 수 있는데, 거울검사란 동물의 얼굴이나 신체 일부에 특정 표시를 한 후 동물이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의 변화를 알아채고 반응하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이때 돌고래, 코끼리, 까치 등 소수의 종만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교적 지능이 있다고 생각한 원숭이나 개는 의외로 거울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한다.

청줄청소놀래기라는 어류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이 어류 또한 거울검사를 성공했는데 과학자들은 이들의 특별한 생존 전략을 성공의 요인으로 꼽았다.

청줄청소놀래기는 대형 어류 옆에 붙어 죽은 피부 조직 등을 잡아먹으며 살아가고 있는데, 자신의 밥줄을 쥐고 있는 대형 어류를 만족시키기 위한 생존 전략을 고도화하고 다른 종을 자기와 구분하여 인식하며 그들의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능력이 발달되었다고 보여진다.

또한 자신의 고객과의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 피부 점막 대신 기생충을 먹는데 간혹 피부 점막을 참지 못하고 먹기도 하지만 다른 물고기 앞에서는 이러한 행동을 억제한다고 한다.

자기 인식 능력, 다른 종의 기대에 부합하려는 생존 전략 간의 인과성을 규명하는 것은 자기 인식이라는 생명 현상에 다가갈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 될 수 있다.


진짜 손처럼 생긴 고무손을 실험 참가자의 눈앞에 제시하고 참가자의 실제 손을 보지 못하도록 천으로 가린다.

이후 실험자가 참가자의 실제 손과 고무손의 같은 위치를 붓으로 동시에 쓰다듬기를 반복하면 참가자는 눈앞의 고무손을 자기 신체 일부로 실감하는 착각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오랜 세월동안 안정적으로 만들어 다듬고 유지해온 나의 신체에 대한 소유 경험, 즉 신체소유감이 짧은 시간에도 극적으로 변화하는 체험을 일으킨다.


감각이란 외부 감각, 내부 감각, 고유 수용성 감각 등 세 유형을 아우른다.

외부 감각이란 신체 외부의 환경에서 오는 감각 정보를 말하며, 내부 감각이란 심장이나 다른 장기처럼 신체 내부의 기관에서 오는 감각 정보를 말한다. 내부 감각은 외부 감각과 달리 인식하기가 쉽지 않은데, 외부 감각보다 변화가 크지 않고 대체로 우리가 예측한 상태를 항상 유지하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유 수용성 감각이란 주로 근육이나 관절의 수용기로부터 뇌로 전달되는 감각 정보를 말하는데, 몸의 움직임 또는 신체의 공간적 위치나 상태 등을 알려준다.

내부 감각이 외부 감각보다 의식으로부터 상당히 멀어져 있지만 우리 의식 자체가 내부 감각보다 외부 감각에 민감하도록 발달해왔다.

고무손 착시 실험만 봐도 우리 뇌는 다양한 감각 정보를 매 순간 수집해 정보들이 하나의 통합된 경험을 만들어내는지 여부를 끊임없이 검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간혹 몇몇은 착시를 더 강하게 느끼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고무손 착시 실험을 경험할 때, 우리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에 뇌과학자들이 가장 먼저 주목한 뇌 부위가 있으니, 바로 측두-두정 접합부 TPJ temporo-parietal junction 다.

TPJ 혹은 그 주변의 뇌 부위가 손상된 환자들의 경우 자신의 신체 일부를 정상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례가 일찍이 보고되어 있어 뇌과학자들은 여기에 주목한 것이다.


TPJ는 청각 정보를 처리하는 측두엽, 촉각 정보를 처리하는 두정엽,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후두엽이 만나는 경계선에 자리한다. 그 위치로 봐서 TPJ는 외부 환경에서 오는 시각·청각·촉각 정보가 부분적으로 공유하는 영역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또 이 정보들을 통합하는 영역으로도 유추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학계에 보고된 바에 따르면, TPJ는 행위주체감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한다.

행위주체감이란, 나의 행동을 만들어내는 주체가 바로 나 자신이라는 인식이나 느낌을 말한다.

여러 실험을 통해 증명할 수 있듯이 TPJ가 행위주체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감각 정보들의 일치 정도를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혹 정보들 간에 불일치가 감지되면 TPJ가 활성화되면서 해당 정보를 뇌의 다른 부위로 전달해 불일치 해소를 유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TPJ가 외부 감각 정보들을 통합하여 신체소유감을 수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게 맞다면 TPJ의 기능이 정지할 경우 고유 수용성 감각 정보가 만드는 신체소유감은 우세해질 것이다.


모든 생명체는 항상성이라는 질서를 추구한다.

신체의 항상성 유지는 생존에 필수적이다. 체온이 높아지면 땀나게 하여 체온을 떨어뜨리고 체온이 낮아지면 근육 긴장도를 높여 몸을 덜덜 떨리게 하며 열을 발생시킨다.

신체 항상성의 불균형을 해소해 준다는 것은 우리에게 결정적으로 보상이 된다.

그래서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다가올 신체 항상성 불균형을 성공적으로 방어해 주는 대상, 즉 보상에 대해 자동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스트레스가 쌓이면 달콤한 초콜릿을 먹거나 매운 음식으로 풀기 등이 있다.


알로스테시스는 신체 항상성의 불균형을 최대한 일찍 예측하고 최소한 노력하여 예방하려는 방식인데 항상성 불균형의 해소와 직접적 관련이 없어 보이는 새로운 보상을 찾아 학습하게 만들기도 한다. 즉, 배고픔이나 통증 등을 해소해주는 일차적 보상이 아닌 돈과 같은 이차적 보상을 학습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데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다.


이차적 보상은 예측성, 효율성, 영속성의 특징을 가진다.

신체 항상성의 불균형이 발생하기 전에 예측하고 유기체의 생존 유지를 위해 우선순위를 분배하며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과정의 목표에 잘 부합하기 때문에 이차적 보상은 학습하긴 어려워도 일단 학습하면 일차적 보상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각인되어 우리 행동을 지배한다.

돈보다 훨씬 먼저 학습한, 훨씬 강력하고도 중요한 이차적 보상이 있는데, 바로 타인이라는 사회적 보상이다.

특히 생존과 번식의 목적에 모두 부합하는 보상은 드물기 때문에 사회적 보상은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보상은 양날의 칼인지라 사회적 보상에 과민할 경우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사회적 불안 증세나 인정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용이 너무 길어져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복내측 전전두피질과 배내측 전전두피질 간의 상호 협력 과정이 알로스테시스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인데, 복내측 전전두피질과 배내측 전전두피질의 중간에 있는 문내측 전전두피질은 내부 신호와 외부 신호를 모두 통합하여 이들 간의 균형을 찾아가는 기능을 담당한다.

신체가 만들어내는 생명 유지 욕구가 환경과 충돌할 때 두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이 과정에서 바로 '자기'라는 개념이 만들어진다고 추론해볼 수 있다.




우리 뇌 속에는 사회적 계량기라 불리는 장치때문에 주변 타인이 나에게 보내는 수용 혹은 배제의 사회적 단서들을 끊임없이 탐지하고 모니터링하게 한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나의 인식은 결국 무의식적으로도 일어나기에 자존감에 관한 뇌과학적 연구가 중요한 통찰을 제공해줄 수 있음을 다시금 확인해볼 수 있다.


뇌과학적인 측면에서 자존감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니!

생명과 화학을 다룬 책들은 잘 따라갔었는데 내게도 뇌과학은 매우 경이로운 분야인지라... 과학이 참, 멀게 느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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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10-12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운데 일러스트 좋네요^^
 
아무리 바빠도 마음은 챙기고 싶어 - 날마다 나에게 다정한 작은 명상법
파울리나 투름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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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명상법만으로 아이튠즈 독일 팟캐스트 1위를 차지한 저자는 언제 어디서나 간결하게 명상할 수 있는 29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출근길에도, 목욕 중에도 명상할 수 있다. 명상의 핵심은 다른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에 귀 기울이는 일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저자, 파울리나 투름은 1990년 독일 포츠담에서 태어났다. 20대에 젊고 능력 있는 디자이너로 일하면서도 자주 불행하다고 느꼈고, 종종 자기 회의와 자기 파괴적인 생각에 빠졌다.

그러던 중 명상을 만났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긴장을 풀고,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에서 멀어질 수 있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나아가 다양한 명상법을 배우고 긴장완화법을 익혔다. 2019년 1월 팟캐스트 ‘매일 명상Meditation fur jeden Tag’을 시작, 매주 다양한 주제로 일상에서 명상하는 방법을 제안해왔다. 파울리나의 팟캐스트는 아이튠즈에서 ‘정신건강’ 분야 1위를 차지했으며, 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를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이 한 달에 80만 회 이상 찾아 듣고 있다.




생각은 끊임없이 생각을 낳는데, 생각 멈추기라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머릿속은 쉴 틈이 없어 잠깐의 자는 시간 빼곤 계속 가동 중이니, 한 번씩 크게 탈이 나곤 한다.

그때마다 선생님께 추천받았던 것이 명상이었다.

어렵게 생각 말고 잠시나마 지금 있는 자리에서 숨을 고르게 내뱉고 들이마시기를 반복하며 공기, 바람에 몸을 맡겨보라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하루에 꼭 한 번은 명상을 하며 생각에서 벗어나곤 한다.

내가 하는 것은 단지 숨 고르기일 뿐 명상이라곤 할 순 없어, 쉽고 편안하게 배울 수 있는 명상법이 어디 없나 찾아보다 한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책에서는 상황에 맞게 따라하기 쉬운 명상법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해볼까 한다.



기분이 좋아지고 싶을 때, 담대하고 고요한 산이 되어 보자!


애써 소심함을 감추기 위해 노력하는 나는 담대한 성격을 가진 이들이 부러울 때가 많다.

그러나 그들 또한 여러 역경을 거쳐 담대함을 장착했을 것이다.

이 명상은 어떤 상황에서도 담담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해줄 것이다.

상상의 힘을 빌려 마음의 평화와 여유를 찾는 명상법이다.


이 명상은 똑바로 앉은 자세를 권한다. 가부좌가 좋겠지만 의자에 앉아있다면 등을 곧추세우고 반듯하게 앉는다.

이제 눈을 감아 내면에 이미지를 그리며 상상해 본다.

그리고 호흡에 집중한다. 숨이 어떻게 몸으로 들어가 어떻게 그 안으로 지나가는지, 어떻게 다시 몸 밖으로 나오는지 정확히 따라가야 한다.

이렇게 하면 온전히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1. 큰 산을 상상한다. 실제 가본 산이어도 좋고 상상으로 만들어진 산이어도 좋다.

2. 눈앞에 우뚝 선 큰 산을 바라본다. 넓게 펼쳐진 산자락이 땅을 휘감고 우람하게 서 있는 산의 모습을.

3. 이제 '나'는 산이 된다.

하체는 단단한 산자락인지라 땅과 하나가 되어 흔들림이 없다.

'나'의 상체는 산비탈과 산허리이다. 정상을 향해 솟구쳐 오르는 산허리가 되어 척추를 똑바르게 세워본다.

'나'의 머리는 산 정상이니 아래를 굽어보며 하늘을 향해 쭉쭉 뻗으면 된다.

4. 산이 되어 맞이한 하루를 상상해본다. 해가 뜨고 사람들은 '나'를 만나러 올라올 것이다.

산(=나)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산이 된 지금,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마음으로 모든 일을 담담하게 지켜본다.

또 하루가 가도 평온할 뿐이다.

5. 좋은 날씨도, 궂은 날씨도 견뎌내는 '나'는 온갖 감정의 폭풍이 몰아쳐도 강인한 덕분에 흔들림이 없다.

큰 산이 되어 세상 모든 일을 차분하게 지켜본다. 어떤 고난에도 끄덕 없는.

6. 몇 번 깊게 호흡하며 산의 성정을 더 많이 받아들인다. 이제 '나'는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마음이 평화롭고 고요할 것이다. '나'는 산이기 때문이다.


산이 된 채로 몇 번 더 호흡한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담담한 산의 성정을 충분히 나의 것으로 만들 때까지 호흡에 집중한다.

일상에서 마음이 흔들릴 때, 언제라도 산이 되는 명상을 해본다면 그 어떤 일에도 담담한 성정을 가지게 될 것이다.



스트레스로 정신을 못 차리겠다면, SOS 명상을 하자!


어쩌다 우리 사회는 스트레스받는 사회로 바뀐 것일까?

사람 또한 각박해져 마냥 유한 사람들만 가득하지 않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맞닥뜨리는 스트레스!

몇 분만 해도 효과가 있지만 바쁘고 급하지 않다면 긴장이 다 풀릴 때까지 하는 명상이 있다.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명상하기 좋은 장소를 찾는다.

누워도 좋고 앉아도 좋으니 편한 자세를 골라 눈을 감는다. 자세가 편안해야 명상을 오래 할 수 있다.

호흡에 집중한다. 코로 숨을 깊게 들이쉬고 입으로 내뱉는다. 호흡에 집중하면 마음이 금방 가라앉아 명상에 들어갈 수 있다. 준비를 마쳤다면 편안하게 호흡하며 숨이 어떻게 들어가고 나오는지 관찰한다.


1. 호흡하면서 부드러운 몸의 움직임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배와 가슴의 움직임을 느껴본다.

2. 마음을 안정시킬 주문을 찾아본다. '다 잘 될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자'와 같은 평소 좋아하는 주문이 있거나 외우기 편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라면 그 무엇도 괜찮다.

3.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운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면서 생각한다. 숨과 함께 스트레스와 긴장을 몸 밖으로 빠져 나가게 한다.

4. 이런 식으로 깊게, 고르게 호흡한다. 명상하는 동안 다른 말이 떠올랐다면 그 말 또한 좋다.

5. 마음을 안정시킬 말에 집중하기 위해 큰 글자로 쓴 주문이 눈앞에 있다고 상상한다.


평소처럼 편하게 숨을 내쉰다.

몸의 어떤 부위가 자리에 닿았는지를 느끼며 명상을 마칠 준비를 한다.

손과 발을 부드럽게 움직이며 손가락, 발가락을 모두 느끼고선 돌아온다.

깍지를 끼고 기지개를 켠 후, 미소를 짓고 눈을 뜨며 명상을 마무리한다.




어느 날, 커다란 공간이 순식간에 잡아먹을 것 같이 옥죄이면서 호흡이 되질 않았다.

숨이 턱 턱 막히며 눈앞까지 깜깜해지기 시작했다.

하마터면 쓰러지는 순간, 머리를 크게 찧일 뻔했다.

간혹 숨이 안 쉬어지긴 했어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넘겼었는데 그 날은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나의 치부가 되는 게 싫어 꼭 꼭 숨겼지만, 사실 그 시점부터 사람 많은 곳에 가기 힘들어졌다.

그러다 지하철에서 쓰러질 뻔했는데, 부축받아 의자에 앉은 내가 참 한심해보였다.

그래도 상담과 약물치료 그리고 나를 든든히 지켜주는 용감한 베이지 덕분에 많이 좋아지고 있다.

애써 드러내진 않고 싶어 어떻게든 숨기고자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른다.

지금도 대중교통은 물론 어딘가를 갈 때 꼭 베이지와 함께 하는데, 작년 친구들과 여행갔을 때도 베이지를 데리고 갔었다.

선생님은 내게 명상을 권해주셨다. 명상을 할 수 없어도 좋으니 생각지우기 연습을 하자는 것이었다.


향수를 모으고 있다.

향수를 모으는 이유는 향수에 좋은 기억을 담아 나만의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아노 위에 잔뜩 올려진 향수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그 향수와의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그래서 외출할 때 뿐만 아니라 집에 있을 때도 좋은 기분을 간직하고 싶어 뿌리고 있다.

그런 나를 알고선 생일이면 향수를 선물해주는 친구가 있는데 작년에 친구가 선물해 준 구딸 향수가 나의 최애 향수가 되었다.

인센스를 켜기도 하지만 향수 한 번 뿌리고선 명상을 하며 그 향에 좋은 기억을 입히는 게 어느샌가 나의 루틴이 되어버렸다.

새벽 독서를 할 때도 잔잔한 향수 한 번 칙 뿌리고선 시작하는데 이 책에는 노르딕슬립 필로우 미스트가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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