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문해력 - 2030 직장인을 위한 스마트 클래스
백승권 지음 / EBS BOOKS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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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2030 직장인이라면 업무 능력 향상에 대해 한 번쯤은 고민하게 된다.

그렇다면 직장인에게 가장 필요한 스킬은 과연 무엇일까?


저자, 백승권은 우리나라 비즈니스라이팅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자 일타강사이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일하며 대통령 보고서와 메시지를 다루는 업무를 맡았다.

기업, 정부,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비즈니스라이팅 강연과 워크숍을 매년 200여 차례 진행했으며 청와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서울대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비즈니스라이팅 전문기업 (주)커뮤니케이션컨설팅앤클리닉을 운영하면서 챗GPT 프롬프트엔지니어링 개발 등의 사업을 하고 있으며 EBS [비즈니스리뷰] 직장인 문해력 & 글쓰기, tvN [유퀴즈온더블럭]에 문서의 신으로 출연했었다.




우리가 가져야 할 필수요건, 문해력


A와 B, 두 명의 후임이 들어오게 된다.

A는 어학성적이 매우 우수하며 B는 글솜씨가 좋았다.

선임은 두 명의 후임에게 원하는 지시사항을 들며 보고서를 부탁하게 된다.

선임은 어학성적도 우수하고 스펙좋은 A에게 내심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 둘에게 받아본 보고서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번역 능력도 뛰어나고 찾아온 자료도 방대했지만 막상 문맥도 맞지 않고 중구난방 그 자체였다.

반면에, B는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것은 물론 첨부파일과 하이퍼링크를 한껏 활용해 보기에도, 찾기에도 좋은 보고서였다.


문해력이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직장인에게 문해력은 업무 능력을 좌우할 수 있을 만큼 매우 중요하다.

모든 소통 행위가 말과 글로 진행되니,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행위가 바로 이메일과 보고서이다.

이메일과 보고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는 문해력은 직장인의 필수 요건 중 하나이다.

회의를 진행할 때도 '말'로 이루어지니 말귀를 제대로 알아듣는 것이 기본 중에 기본이다.


직장 내 관계와 협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문해력이 낮은 직장인들은 말귀도 못 알아듣고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다보니 효과적인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고 의사결정에도 큰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전문 용어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업종에서도 '문해력'은 필수 요건이다.


혹시 알고 있는가?

문해력이 삶의 질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문해력의 차이는 단순히 소통의 질적 차이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격차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문해력의 본질


글의 세계는 사과와도 같다.

사과가 씨앗과 과육으로 나뉜다면, 글은 핵심과 참조로 나뉜다.

글쓴이가 궁극적으로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핵심인데, 핵심만 전달하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해력을 떨어뜨리기에 핵심을 보완해주는 참조가 꼭 필요하다.

핵심과 참조는 글의 의도와 목적을 달성하고 효과적인 글을 전달하고자 상호보완적 역할을 한다.

핵심은 주제와 용건, 주장, 결론, 중심 아이디어를 강조해 독자의 주의를 집중시키며 참조는 추가적인 사실과 정보를 제공해 핵심을 뒷받침한다.


일반적인 글쓰기가 이렇다면 직장 내 글쓰기는 조금 다르다.

직장 내 글쓰기는 신속성과 효율성이 관건으로 빠른 의사 결정을 필요로 하기에 비효율적인 요소는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

그래야만 의사결정 과정이 원활해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의 최소 단위는 단어이며 적절히 단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어휘력이라고 한다.

어휘력은 그 사람의 얼굴이다. 어떤 단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지적 수준과 문화적 배경을 가늠할 수 있다.

예전에 미국으로 여행갔을 때 실전 회화 능력이 부족했어도 이를 뒷받침해주던 것이 바로 어휘였다.

영단어를 손에 놓질 않았으니 듣기는 문제없었고 형식적인 문법에 맞추려 애를 썼어도 알고 있는 어휘들이 많으니 저 넓은 미국땅에서 나홀로 버틸 수 있었었다.

어휘력을 갖추기 위해선 특별한 단어보단 익숙한 일상어를 쓰는 것이 가장 좋다.

불가피한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외래어 사용을 가급적 절제하며 외래어 약어는 우리말로 뜻을 밝혀줘야 한다.

또한 최대한 단어를 간결하고 압축해서 만들며 빼도 무방한 접속어는 모두 생략하고 '워낙', '너무' 등 정도를 나타내는 수식어도 생략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독자는 글을 핵심 키워드로 읽고 핵심 키워드로 기억하니 핵심 키워드를 도드라지게 표현해야 한다.




💭

예전에 지인들과 수제버거집에 간 적이 있었다.

맥주, 와인을 시키던 중에 레드 와인이 최고의 마리아주라 말하기에 추천받은 레드 와인으로 택했다.

레드와인과 궁합이 잘 맞아 한참을 먹고 마시며 말하던 중에 옆에 있던 동생이 입을 열었다.


마리아주가 뭐야?

아, 프랑스어 마리아주를 뜻하는데 와인과 음식 궁합을 뜻하는거야.

오, 근데 오빠들은 둘째치고 언니는 어떻게 잘 알아?


지인 두 명은 술에 대한 조예가 깊고 나는 와인과 관련된 책을 몇 권 읽었으니 본디 알고 있는 단어 사용하듯 이야기를 해나간 것이었는데 같이 자리했던 동생은 술에 대해 잘 모르니 모를 수밖에 없었다.


나도 언니처럼 여러 분야로 책 좀 많이 읽어야겠다.


마지막 동생의 말이 크게 와닿아,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게 결국은 더 쌓아져 가는 '나'를 만들어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문, 경제경영서를 제일 많이 읽지만 자기계발서, 에세이는 물론 요리책, 잡지도 매달 꽉 꽉 채워 읽고 있다.

타고난 천재가 아니다보니 끊임없는 노력으로 '나'를 쌓아야만 하기에 지금까지 놓지 않았던 것이 바로 책이었다.


뉴스를 보던 중에 이런 기사도 보게 되었다.

'……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보기에도 문제없는 문장이지만 심심한 사과의 뜻을 모르는 이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연령대가 낮을 수록 아예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 문해력이 얼마나 떨어지고 있는 추세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제는 '글'이 아닌 '영상'으로 대체되는 시대가 되다 보니 읽을거리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도 원인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챗GPT 시대에 들어서면서 AI에게 정보만 가져다주면 나를 대신해 글도 써주니 당연히 문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문해력이며, 문해력을 기를 수 있는 가장 큰 지름길은 바로 읽고 쓰는 것이다.

즉, 우리가 빠르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인 책을 꼭 가까이 해야만 한다.


이메일과 문자, 공문서 그리고 때에 맞는 보고서까지 예시를 들며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으니 사회초년생은 물론 문해력이 힘든 직장인이에게 필수 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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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12-25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의책장님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 밤에도 눈이 많이 온다고 해요.
가족과 함께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이야기 귀신이 와르릉와르릉 1 - 딱 하나만 들려주오 초승달문고 49
천효정 지음, 최미란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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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이야기 하나만 들려주오."

여섯명의 귀신들이 이야기 좋아하는 아이를 만나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하는데, 과연 어떤 이야기일까?


저자, 천효정은 1982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나 공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삼백이의 칠일장 시리즈 『얘야, 아무개야, 거시기야!』 『삼백이는 모르는 삼백이 이야기』로 제1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받았으며, 『건방이의 건방진 수련기』로 제2회 비룡소 스토리킹을 수상했다.

그동안 『콩이네 옆집이 수상하다!』 『아저씨, 진짜 변호사 맞아요?』 『첫사랑 쟁탈기』 『대박 쉽게 숙제하는 법』 『아기 너구리 키우는 법』 『도깨비 느티 서울 입성기』 등을 썼다.




옛날 하고도 아주 먼 옛날에 이야기 좋아하는 아이가 살았어. 이 아이가 이야기를 얼마나 좋아했냐면 먹고 자는 것보다 이야기 듣는 걸 더 좋아해.

아이는 누구든 만나기만 하면, "이야기 하나만 들려주오." 초근초근 졸라 대었지.

벌써 몇 년 전 일이구나. 한번은 아이가 어떤 집 앞을 지나다 모르는 영감을 만났거든. 아이는 언제나처럼 '아는 이야기 하나만 들려주오.' 말을 붙일 참이었지. 그런데 영감이 먼저, "아는 이야기 하나만 들려줘잉." 하더란다.

이야기 좋아하는 아이가 하룻밤 새 뚝딱 고친 신기하고 재미난 이야기들을 지금부터 살짝 엿들어 볼까?​


​옛날 옛날에 운 없는 사내가 있었다.

그래도 하루는 운이 좋기라도 해야 하는데 말그대로 운이 전혀 없었기에 운 없는 사내였다.

사내는 운이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유일한 취미인 돌을 구경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람들이 모여 있기에 호기심에 가보니 뽑기장수가 구경꾼들에게 제비를 돌리고 있었다.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 어른은 와라, 어른은 와!"

1등이 되는 한 명에게는 쌀 한 가마니가 주어지는 뽑기였다.

막상 보니 흥미가 떨어져 사내가 가려는 순간, 누군가 뽑기장수에게 물었다.

"꽝도 있소?"

"그럼요. 꽝 상품은 돌멩이입지요."

꽝 상품이 돌멩이라는 말에 어쩌면 신기한 돌멩이를 얻을 수 있단 생각에 사내는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럴 수가!

그가 바로 1등 상품인 쌀 한 가마니를 얻게 된 것이었다.

모두가 부러워하지만 한여름에 무거운 쌀가마니를 지고 가려니 약골이었던 사내는 가는 내내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왜 이렇게 운이 없을까!"

가는 길에 냇가를 만나 세수도 할 겸 냇가 바닥에 있는 돌을 찬찬히 보던 도중에, 이럴 수가!

그가 금덩이를 집게 된 것이었다.

모두가 입을 모아 부러워하니 사내는 서둘러 집으로 오게 된다.

고민에 빠졌던 그는 금덩이를 팔아 돌밭을 사게 되고 돌을 캐려고 곡괭이질을 하는데, 이럴 수가!

그가 진귀한 보물이 가득한 커다란 항아리를 발견하게 된 것이었다.

불안함에 사로잡힌 사내는 진돗개를 사게 되는데 진돗개가 춤을 추는 재주를 가지고 있어 집을 지키기는 커녕 구경꾼들을 부르고 있지 않은가.

어느 날, 사내는 진돗개와 함께 호랑이가 출몰한다는 깊은 산속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의지가 전혀 되지 않으니 앞에 자루를 짊어지고 가는 장정을 부르며 같이 가자고 조르게 된다.

사내는 의지가 될까 싶어 장정과 함께 가려는데 진돗개가 컹컹 대며 장정을 향해 짖으니 장정은 미친듯이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때 어흥하는 소리와 함께 비명이 들려 사내의 가슴이 콩알만해졌는데 용기를 내 장정이 간 곳으로 보니 호랑이와 장정은 없었다.

다만 장정이 짊어지었던 자루만 덩그러니 남아 열어보려는데, 이럴 수가!

한 여인이 있지 않은가! 그것도 이 나라의 하나밖에 없는 공주님이라는 사실!

결국 사내는 임금의 뒤를 이어 새 임금이 되었는데 끝나도 끝나지 않은 일들 뿐이니 한숨만 푹푹 내쉴 뿐이었다.

그러다 풀밭을 걷던 도중에 개똥을 밟아 넘어지게 되었고 임금이 몸을 일으키며 팔짝팔짝 뛰기 시작했다.

"이렇게 운이 좋을 수가!"

"전부터 요런 돌을 꼭 하나 갖고 싶었거든. 개똥에 미끄러져서 이걸 줍다니. 난 세상에서 제일 운이 좋은 임금이야!"

운 좋은 임금의 손에 들린 것은 바로 괭이밥꽃을 닮은 조약돌이었다.



💭

세상에서 제일 운 없는 사내!

그가 마지막으로 조약돌을 잡기 전까지는 스스로 운이 없다고 한탄하고 또 한탄했다.

그러나 읽는 우리는 물론 중간에 나온 구경꾼들은 분명 그의 운을 감탄했을 것이다.


동화책의 묘미는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깨달아야 할 교훈이 분명하다는 것!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께서 매일매일 동화책을 읽어주셨는데 그 기억이 너무도 따스해 지금도 어린이책을 많이 읽곤 한다.

무엇보다 동화책을 많이 읽을 수밖에 없는 시기가 있었는데, 바로 막내동생의 어린시절이다.

막내동생과 나이 터울이 있다보니 밤이면 동화책을 많이 읽어줬었는데 책의 재미를 알고나니 자기 전에 동화책 서너 권은 읽어달라고 매일같이 졸라댔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간간히 읽기 시작하던 어린이책을 요새 이모가 되고 나니 부쩍 많이 읽게 되는 것 같다.

그 누구보다 동화책 많이 읽은 자부심이 커 짤막한 동화를 써놨었는데, 오랜만에 글쓰기 노트를 열어보니 나름 꽤 써놓은 게 많아 놀랐다.

나중에 프린트한 뒤 책으로 만들어 조카에게 선물해줘야겠다.


얼른 2탄 읽으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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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OUT 유럽역사문명 - 지식 바리스타 하광용의 인문학 에스프레소 TAKEOUT 시리즈
하광용 지음 / 파람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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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진한 커피 한 잔 내려 책을 읽다보면 유럽 문명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들을 뚝딱 볼 수 있다.

저자와 함께 와 과거를 초월하며 유럽 곳곳을 다니다 보면 이런 마음이 바로 들 것이다.

아! 당장 유럽 가고 싶다✈


저자, 하광용은 서강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한 후 줄곧 광고인의 길을 걸었다. 광고대행사 오리콤, 이노션 등을 거쳤으며 애드빌컴과 컴투게더의 대표를 지냈다. 현재 광고대행사 베리모먼트, 브라스 코퍼레이션 고문으로도 활동 중이며, 고 김동길 박사가 설립한 사단법인 태평양시대위원회 산하 인문학교실의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어려서부터 세상이 늘 궁금했다. 남들이 모르는 것을 알고 싶었고 가능하면 더 많이 알고 싶었다. 자연스레 책이 손에서 떠나지 않았다. 인문학 서적으로 호기심을 채우던 고교 시절에는 ‘TV 장학퀴즈’에서 기장원전까지 올라가 기차석을 해 당대 학생들의 선망을 느껴보기도 했다. 최근에는 장학퀴즈 50주년 특집방송에 출연하기도 했다.

신입사원부터 본부장, 두 개 회사 대표까지 두루 거친 광고업은 세상사에 대한 넓은 흥미와 지식을 요구하는 분야다. 박학과 광고는 어찌 보면 ‘넓다’라는 공통분모를 지닌다. 박학다식은 깊이가 얕다는 편견에 동의하지 않으며 늘 르네상스적 인간상을 존경하고 지향해 왔다. 50이 넘어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해 현재 인터넷 언론사인 《뉴스버스》에 주말마다 인문교양 칼럼을, 《프렌즈오브뮤직》에 음악 칼럼을 쓰고 있다.




Ⅰ 믿음에 얽힌 이야기


세계 제국이었던 로마는 그들의 토착 종교를 포기하고 그들이 탄압했던 기독교를 선택하게 된다.

어떻게 된 것일까?


대부분 【그리스로마신화】를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으로 한 번쯤은 접해봤을 것이다.

'태초에……'라는 말과 함께 대지의 여신 가이아 자연스레 떠오르지 않는가.

신이기에 순탄하게 흘러갈 것 같지만 어쩌면 신이기에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특히나 집안이 조용할 날이 없었다.

하늘인 우라노스가 대지로 내려와 대지와 출산의 여신 가이아와의 사이에서 많은 자식들이 낳았다.

이때 우라노스가 흉측한 아들들을 어둠 속에 가둬버리자 가이아는 아들 크로노스와 함께 우라노스를 제거하기로 계획한다.

그런 계획을 모르고 있던 우라노스는 가이아와 동침하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오고 그때 아들 크로노스가 나타나 그의 남근을 잘라 바다에 던져버린다.

권력의 상징과도 같았던 남성성을 잃은 우라노스는 결국 크로노스에게 권력을 이양하게 되는데, 이때 권력을 잃은 우라노스는 크로노스에게 그 또한 자신처럼 똑같은 일을 당하게 될 것이라 저주하게 된다.

똑같은 일이 반복될까 두려웠던 크로노스는 자식들을 낳는 족족 잡아먹게 되고 아내는 가이아에게 도움을 청해 마지막으로 낳았던 아들을 몰래 빼돌리는데 성공하게 된다.

무사히 빼돌리는데 성공했던 아들이 바로 제우스이다.

이후 자신의 출생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된 제우스는 크로노스에게 잡아먹혔었던 형과 누나들을 무사히 구출해 크로노스를 무너뜨리고 권력을 잡게 된다.

그렇게 제우스는 헤라와 결혼하고 탄탄한 권력을 구축해 세상을 안정적으로 다스리게 된다.


기독교는 그리스 신화에 비해 단순하다.

여호와라 불리는 하나님이 유일한 신이며 먼 훗날 아들인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나게 되는데 그리스의 신들과 달리 형제들이 없다.

또한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서 권력을 쟁취하려는 그리스 신화와 달리 기독교에서는 효를 매우 중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 사후 313년 로마 제국은 기독교를 공인하고 392년 기독교는 제국의 국교까지 된다.

즉, 그리스와 로마 신화의 많은 신들이 들어앉았던 자리에 기독교의 유일신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불리한 여건 속에서 그리스와 로마 신화보다 훨씬 늦게 시작한 기독교가 어떻게 승기를 잡을 수 있었을까?

기독교가 세계 제국 로마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유일신이라는 요인이 가장 크다.

유일신이었기에 종교를 통한 사상 통합에 가장 유리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독교를 선택했던 로마는 이후 천 년 넘게 명맥을 유지했으며 이후 로마는 망했어도 기독교는 망하지 않고 전 세계의 종교로 거듭나게 된다.



Ⅱ-Ⅰ 유고슬라비아에 대한 이야기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는 시점에 체코슬로바키아, 유고슬라비아는 각각 다른 방법으로 분리독립의 길을 걸었다.

체코슬로바키아는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양분되었는데 아무런 무력 충돌 없이 깔끔하게 헤어져 이를 벨벳혁명이라 부른다.

다만 유고슬라비아는 유고와 슬라비아로 나눠진 게 아닌 6개 국가가 합쳐진 연방이었기에 6개 국가로 분리되어 독립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2001년까지 십여 년 동안 전쟁을 치르게 된다.


과거 로마 제국 시절 일리리아라 불린 지역이 있었다.

북쪽엔 판노니아, 동쪽엔 다키아, 남쪽엔 그리스를 잇는 마케도니아가 있었는데 일리리아는 아드리아해를 사이에 두고 이탈리아 반도와 마주 보고 있어 수도 로마와 많은 교류가 있었다.

그래서 발칸반도 해안가엔 라틴계 민족이 다닥다닥 모여 살았는데 이들이 모여 살던 서쪽은 달마티아로 불리었다.

이후 게르만 민족 이동 시 북쪽에서 슬라브족이 내려와 자리를 잡으면서 남슬라브인이 주축을 이루게 된다.

참고로 유고슬라비아는 그들의 언어로 '남부 슬라브인의 땅'이라는 뜻이다.

11세기 말, 십자군 전쟁이 시작되면서 콘스탄티노플과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서부 유럽의 주력 십자군들이 이곳을 통과하게 되면서 아드리아해와 발칸반도가 주목을 받게 된다.

이후 오스만 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했던 시기에 이 땅이 그들의 세력에 들어가고 이후 합스부르크가의 지배하에 있게 된다.

그런데 세계가 주목하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1914년 6월 28일,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황태자 부부가 사라예보에서 세르비아 민족주의 단체에 속한 19세 청년 가브릴로 프린치프에게 암살을 당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게 된다.

그 후 2차 세계대전이 종전으로 치달았을 때 그들은 6개국 연방인 단일 국가인 유고슬라비아를 출범시키게 된다.

남슬라브인 역사상 뛰어난 지도자로 칭송받는 티토 대통령이 나라를 이끌었는데 1980년 5월 티토 대통령이 지병으로 사망하게 된다.

여러 갈등이 난무했던 유고 연방이었지만 티토는 여러 민족의 통합을 이끌어 나갔는데 절대적 지도자였던 그의 부재로 인해 다시 분열 시대로 돌아가 쪼개지게 된다.

이는 지도자 한 사람이 얼마나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인 사례로 남게 된다.

티토 대통령이 사망하고 등장한 밀로셰비치는 세르비아 민족주의를 내세워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기 시작했다.

1990년대 밀로셰비치가 세르비아 중심 체제로 구축하자 유고연방 국가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는데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에 이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까지 분리독립함으로써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되었다.

처음 탈퇴를 선언했던 슬로베니아는 슬로베니아계 88%, 세르비아계 2.4%의 인구비율을 가지고 있었는데 크로아티아는 크로아티아계 78%, 세르비아계 12%의 비율인데다 국경까지 붙어 있어 크로아티아 내의 세르비아인들이 크라이나 세르비아 공화국을 설립하게 된다.

이때, 세르비아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크로아티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유고슬라비아 전쟁의 서막이다.



Ⅱ-Ⅱ 보스니아 내전에 대한 이야기


1991년 3월부터 시작된 크로아티아-세르비아 전쟁은 1995년 11월까지 계속된다.

보스니아 또한 독립하겠다고 선언하게 되는데, 보스니아는 슬로베니아나 크로아티아처럼 한 민족이 아닌 다양한 민족과 종교를 가진 구성원이 존재했었다.

정교회를 믿는 세르비아계 31%, 가톨릭을 믿는 크로아티아계가 17%, 이슬람교를 믿는 보스니아계가 43%였다.

보스니아가 독립선언을 하자마자 세르비아인들의 반발이 시작되었고 이들은 스르스프카 공화국을 설립하게 된다.

스르스프카 공화국의 라도반 카라지치 대통령은 밀로셰비치의 지원을 받아 민병대를 내세워 사라예보로 진격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민간인이 대피할 틈도 주지 않으며 사라예보를 완전 봉쇄했다는 것이다.

1992년 4월 5일부터 1996년 2월 29일까지, 1425일동안 시민들은 사라예보에 갇히게 된다.

10만 명의 시민들이 평화시위를 벌였지만, 민병대는 시민들이 비무장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잔인하게 총격, 살해하였다.

저격수의 거리, 들어본 적 있는가?

밀로셰비치 지시로 세르비아 저격수들이 시민들을 향해 총격하는 거리가 있었는데 시민들은 항상 이 거리를 뛰어다녔다고 한다.

민가 구역과 경제활동 구역이 나눠져 있다 보니 은행, 병원 등을 가려면 저격수의 거리를 꼭 지나야 했는데, 사방으로 날아다니는 총탄에 사람들은 무려 4년이나 목숨을 걸고 뛰어다니며 생활해야만 했다.

95년 7월, 민병대가 스르프스카 영토 확장을 위해 스레브레니차를 포위하였다.

어린아이와 여성들은 강간 및 학살되었으며 UN이 철수하고 5일 동안 인종청소 명목으로 잔인하게 많은 사람들이 살해되었다.

스레브레니차 학살 사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대규모 집단 학살 사건으로 8천 명 이상의 스레브레니차 주민이 학살되었다고 집계되었지만 생존자들은 3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레브레니차 학살 사건을 명분 삼아 미국이 주축이 된 NATO가 대규모 공습을 벌이게 된다.

1995년, 미국의 중재로 보스니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3국이 미국의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평화 협정을 맺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데이턴 협정이다.

협정 이후부터 지금까지 혹여나 생길 내전 발생을 막기 위해 민족별로 대통령을 선출해 4년의 임기를 8개월씩 균등하게 나눠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보스니아 내전을 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나라가 있으니 바로 우크라이나다.

우크라이나 전쟁 또한 인도주의적 협약을 완전히 무시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무고한 시민들이 더이상의 피해를 입지 않길 바라며 하루빨리 종전되었으면 한다.




💭

여행과 인문학의 만남인 TAKEOUT 유럽역사문명!

유럽의 역사와 문명을 빼고 현대 교양을 얘기할 수 없다는 말처럼 유럽의 명소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역사적 사건들이 연상될 것만 같다.

주제별로 다룬 역사에 푹 빠져 골라 읽고 있었는데, 책을 보고나니 유럽사 전반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암기하고 싶어 부분적으로 다룬 유럽사를 책장에서 꺼내 다시금 재독하고 전체적인 유럽사를 볼 수 있는 책을 알아보려고 한다.

역사 그리고 인문은 꼭꼭 씹어 읽어도 여전히 허기져 계속해서 읽어야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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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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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반복이 가득한, 마침표가 눈에 띄지 않는, 쉼표가 가득한 그의 문체는 참 단순하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욘 포세.

단순하지만 심오하다.


저자, 욘 포세는 1959년 노르웨이 헤우게순 출생으로 노르웨이의 작가이자 극작가로, 노르웨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수많은 상을 수상했으며, 20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2003년 프랑스에서 국가공로훈장을 수여받았으며, 2007년 영국 일간신문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선정한 100명의 살아 있는 천재들 리스트 83위에 올랐다.

그는 1990년대 초부터 전업 작가로 활동하며 소설뿐만 아니라 시, 아동서, 에세이, 희곡 등 다양한 방면의 작품을 쓰고 있는데, 90년대 중반 이후 그의 연극은 전 세계에서 수천 번 이상 공연되는 국제적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오늘날 그의 작품들은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다.

뉘노르스크 문학상, 도블로우그상, 노르웨이 예술위원회 명예상, 브라게상 명예상, 국제 입센상, 스위스 아카데미 북유럽문학상, 유럽연합 문학상, 북유럽 이사회 문학상을 수상했고, 프랑스 공로 훈장에 이어 노르웨이 국왕이 내리는 세인트 올라브 노르웨이 훈장을 수훈했다.

그의 작품이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은 가족관계와 세대 간의 관계를 통해 볼 수 있는 인생, 사랑과 죽음 같은 우리의 삶에서 볼 수 있는 보편적인 모습들이다. 세대 간의 관계에 대해서 그는, 말로는 결코 종합적으로 고찰될 수 없는 것, 즉 죄와 실망의 원천 문제를 다룬다. 그의 작품에는 일견 너무나 평범해 보이고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삶의 그림들이 단순한 구조로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그림에는 많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며, 항상 같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아버지, 어머니, 아이, 남자(남편), 여자(아내), 소년, 소녀. 여기에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할머니, 그리고 때때로 이웃이다. 이들은 대부분 이름이 없으며 특별한 고유의 성격이 부여되지 않는다. 인물들은 항상 단순한, 일반적인 사람들이며, 그들의 관계는 한눈에 파악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평범함과 보편성을 통해 우리의 삶을 다시 한 번 경건하게 들여다보도록 만든다.


그가 만들어내는 인간관계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이고 그 관계가 또한 철저하게 관찰되고 파악될 수 있어서 보편성의 미니멀리즘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만큼 포세가 작품 속에서 드러내고 있는 현실은 구체성을 지니고 있다. 일견 단순해 보이는 현실의 단면은 굵은 윤곽으로 이루어진 담담한 그림으로 그려지나 그 사이의 여백에는 인간의 삶이 가진 구체적인 모습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현대인이 만들어내는 의사소통 부재의 사회적 관계이기도 하며 인간 의식 속에 존재하는 무형의 원형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포세의 언어는 배우와 연출자에게 커다란 도전이 된다. 그의 언어는 철저하게 압축되고 축약된 형태로, 문장의 조각들, 계속해서 반복되는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다. 완벽하게 구두법 없이 쓰인 그의 텍스트는 해석과 리듬의 모든 힘을 배우와 연출자의 손에 넘겨준다. 포세는 삶의 본질적인 것이 파묻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불필요한 소리들을 제거한다. 그의 언어는 끊임없이 회전하는 말의 고유한 움직임으로 이루어져 있다. 거의 모노톤의 문장들, 부분적으로는 스타카토처럼 던져지는 문장들 속에서 여러 가지 삶의 구조들, 인간의 내적인 심리 구조가 현재와 과거의 시간이 교차하는 가운데 응축된 형태로 노출된다. 여기에 포세는 침묵의 순간들을 적절히 이용한다. 인물들의 대화 과정 중에 끊임없이 반복 사용되는 ‘사이’의 침묵, 이 행간을 인물들의 말 없는 진실이 넘나든다. 소리와 소리 없음의 독특한 리듬이 긴장과 이완의 리듬을 통해 포세는 인간의 삶이 가진 진정성은 무엇인지 묻는다.




더운물 더요 올라이, 늙은 산파 안나가 말한다

거기 부엌문 앞에서 서성대지 말고 이 사람아, 그녀가 말한다

네네, 올라이가 말한다


아마도 그건 신의 영혼이 아니겠는가, 모든 것에 내재해 무 이상의 것을 만들어내고, 의미와 색을 부여하는, 그리고 그것이, 올라이는 생각한다, 모든 것에 신의 말씀과 영혼이 내재하는 이유다, 그래, 그렇지, 그러나 사탄의 의지 역시 작동한다는 것, 그 역시 확신한다, 하지만 어느 쪽이 더 센지, 그것은 전혀 확신할 수 없는 일이라고 올라이는 생각한다, 그 둘은 누가 더 강한지 겨루고 있으니까, 아마 태초부터 그랬을거야, 올라이는 생각한다, 신은 세상을 훌륭하게 창조했으며 전지전능하다고, 신을 두려워하는 자들은 항상 말하지만, 그는 그렇게 굳게 믿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신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신은 존재한다, 너무 멀리 있거나 너무 가까이 있을 뿐, 신은 모든 사람 안에 존재한다,


그리고 어린 요한네스는 큰 소리로 울고 또 울며 세상 밖으로 울려퍼지는 제 목소리를 듣는다, 울음소리는 아이가 새로이 속한, 세상을 가득 메운다, 그리고 따뜻하고 검고 조금 붉고 조금 축축하고 온전한 것은 더이상 없다, 이제 저 자신의 움직임뿐이다, 모든 것을, 존재하는 모든 것을 메우려는 듯한, 무엇인가, 그리고 아이와 아이의 목소리는 분리되어 있는 동시에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거기에는 뭔가 다른 것이 더 있는데, 뭔가, 그의 일부이면서 아니기도 한 무엇이, 아이의 목소리는 저 밖의 모든 것을 갈라놓고 자신에게로 되돌아와 더 커지고 커진다 그리고 다 잘될 거야, 올라이가 말한다



어부 올라이와 마르타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요한네스.

올라이 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은 그도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다.

아침마다 커피 주전자를 올려놓고 먹을 것을 생각해보고 서쪽 만으로 산책을 나갈 지, 날씨가 좋다면 배 타고 바다로 나갈 수 있을지 등의 생각을 반복한다.

지루하지만 불평할 것도 없다.

몸 누울 집도 있고 자식들은 벌써 장성해서 손주까지 있는데다 막내 싱네가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어 거의 매일같이 그를 보러 오니깐.

그 날은 몸이 참 가벼워 희한하기만 하다.

매일같이 아프던 뼈마디가 하나도 안 아파 희한하기만 하다.

평소와 다를 게 없는데, 오래되고 손때 묻은 것들도 모든 것이 금빛으로 반짝거리니 희한하기만 하다.

그렇게 밖으로 나와 만으로 내려가는데, 해변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페테르였다.



페테르 자네 오랜만이네, 요한네스가 말한다

그리고 페테르가 돌아서서 요한네스에게 눈을 껌벅해 보인다

그럴 줄 알았지, 자네가 올 줄, 알았어, 페테르가 말한다

자네 게망을 보러 가려는 거로군, 요한네스가 말한다

그래야지, 페테르가 말한다

……

그러니까 어제, 자네가 옆에 있어야 했는데 말이야 요한네스, 페테르가 말한다

자네가 옆에 있어야 했는데, 그가 말한다


이상하다, 페테르는 이미 죽었는데 요한네스 눈앞에 있다는 것이.

요한네스는 오래전에 죽었다고 생각한 페테르가 눈앞에서 고깃배를 끌어당기고 있으니 혼란스럽기만 하다.

지금 죽어 있는건지 살아 있는건지 물어보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은데, 눈앞에서 이리도 멀쩡하게 있으니 살아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 페테르의 머리를 반드시 잘라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요한네스는 페테르의 집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곤 눈앞에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싱네를 발견하게 된다.

저를 보러 오는 싱네가 반갑기만 한데 싱네는 요한네스를 빠른 걸음으로 지나쳐버린다.

싱네 또한 이상했다. 일 때문에 빨리 오지 못해 전화를 몇 번이나 걸었는데도 아버지 요한네스가 도무지 받질 않았다.

평소처럼 산책하지도 않으셨고 무엇보다 해질녘까지 불 한 번 켜지 않았다면 혼자 임종을 맞으신 건 아닌지.

그렇게 성큼성큼 올라가고 있는 길에 형언할 수 없는 어떤 물체가 그녀에게 마주 오는 것을 느꼈고 그 중심을 통과하는 순간 너무나 차가웠다.



지금 서쪽 만으로 가는 건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그래, 페테르가 말한다

거기서 뭘 하는데? 요한네스가 묻는다

이제 떠나는 거야, 자네와 내가, 페테르가 말한다

그렇군, 요한네스가 말한다

내 고깃배를 타고 우리는 다른 세상으로 가는 거지, 페테르가 말한다

그래 자네가 알아서 하게 페테르, 요한네스가 말한다


그래 이제 길에 접어들었네, 페테르가 말한다

그리고 페테르와 그는 그 자신이면서 동시에 아니기도 하다, 모든 것이 하나이며 서로 다르고, 하나이면서 정확히 바로, 그 자신이기도 하다, 저마다 다르면서 차이가 없고 모든 것이 고요하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요한네스, 아버지는 독특한 분이었죠, 유별난 구석이 있었지만, 자애롭고 선한 분이었어요, 그리고 아버지의 삶이 녹록지 않았다는 걸 저도 알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늘 속을 게워내야 했죠, 하지만 아버지는 자애롭고 선한 분이었어요, 싱네는 생각한다, 그리고 고개를 들자 하늘에 흰 구름이 떠간다, 그리고 오늘 바다는 저리도 잔잔하고 푸르게 빛나는데, 싱네는 생각한다, 요한네스, 아버지, 요한네스, 아버지



💭

아내가 죽고나니 집안이 조용하다.

썰렁한 집안, 요한네스는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귀찮기만 하다.

귀찮지만, 몸을 일으켜 걷던 중 해변에 서 있는 페테르를 보게 된다.

페테르와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문득 깨닫게 된다.

페테르가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도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탄생부터 죽음까지, 요한네스의 일생을 한 권에 담아낸 이 책은 마침표가 없다.

쉼표만이 가득할 뿐인데, 이는 삶과 죽음은 곧 연결된다는 사실을 말하고자 표현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백세인생이라고 하지만 누구는 얼마나 더 짧게 혹은 길게 살지, 누구는 얼마나 더 빠르게 혹은 늦게 죽을 지는 알 수가 없다.

결국 삶과 죽음의 과정도 연결 지어진 '하나의 과정'이기에 두려워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 아닐까.


어제 오후에 올리려고 했는데 급 컨디션이 안 좋아지더니 비오는 오늘 하루종일 아팠었다.

잠시 닫아놓았던 노트북 켜서 얼른 올려보는데… 책장 앞에 높이 쌓여있는 책탑에 눈길이 멈춘다.

책은 참 많이 읽고 있는데, 쓰는 게 따라가지를 못 한다. 잠시 멈추었던 글도 내년에는 연재 시작해야 하는데... 큰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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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건 없지만 내 꿈은 알고 싶어 - 공부보다 중요한 청소년 진로 멘토링
김태연 지음 / 체인지업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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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원해서 혹은 사회의 이목으로 인해 남들이 다 그렇게 한다는 이유로 원하지도 않는 길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 선택했는데, 타인에 의해 결정에 영향을 받았다해도 결국 선택은 자신의 몫이기에 책임져야 할 사람도 자신이다.

저자는 수십 년간의 진로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이러한 고민을 안고 있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진로 방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저자, 김태연은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원과 전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25년간 수많은 기업과 교육기관에서 리더십·소통·역량강화 교육을 진행했으며, IBM과 함께 이러닝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한 바 있다.

대원 재단의 진로캠프를 이끌었고 대원국제중, 미지털미디어고, 수원북중, 명덕외고, 고려대, 연세대, 경희대, 한양여대 등 매년 70여 군데 이상의 초·중·고·대학교에서 특강과 진로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내일진로〉 대표로서 청소년 진로상담뿐만 아니라 학부모, 교사 등 성인을 대상으로도 활발한 상담과 강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선택의 기로에 선 수많은 청소년과 학부모님들이 수업과 강의를 통해 나다움을 발견하고, 원하는 삶을 스스로 디자인하게끔 만드는 게 최종 목표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야!


진로 설정은 그 자체로 학습 동기를 유발하는 좋은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진로 설정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로 학생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꼽을 수 있는데, 꿈을 가지고 진로를 정한 학생은 5년 후, 10년 후의 '나'를 상상하며 그 상상 속의 나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성찰하고 또 노력한다. 이것이 바로 진로 설정의 '힘'이다.


진로란 하루아침에 뚝딱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 싫어하는 일, 추구하는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나에게 맞는 미래를 선택할 수 있다. '자기 이해'와 '나다움'은 개개인이 가진 가장 특별한 '경쟁력'이다.


나에게도 언니, 오빠라는 존재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렸을 때부터 멘토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성인이 되기 전, 학창시절에 특히나 그런 존재가 필요한데 내게는 그럴 만한 사람이 없었다.

제대로 된 조언을 받았더라면 조금은 나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매우 크다보니, 대학생이 되어 과외알바를 하던 때에 아이들에게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동원하여 알려주기도 했다.

진로 탐색 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직업 가치'다.

돈이 있어야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이 되다보니 우선시되어야 할 직업 가치가 등한시되면서 직업에 대한 만족도를 자연스레 상실하게 되었다.


2005년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졸업 축사를 했던 스티브 잡스가 이런 말을 했었다.

"도그마(다른 사람의 원칙)에 빠지지 마세요. 그런 식으로 인생을 낭비해선 안 됩니다. 다른 사람이 정한 원칙이나 생각 대신 여러분 내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해요.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마음과 영감을 따르는 용기입니다."


'공부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으로 군중심리에 이끌려 가기보다는 나를 깊이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도그마에 빠져 있으면 한계에 부딪히고, 해결할 수 없는 고민거리 속에서 선택의 폭 또한 제한된다. 자기 탐구를 시작할 때 내가 어떤 능력을 갖춘 사람인지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진로는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고, 그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다만 올바른 선택을 위해 진로의 배경이 되는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배우고, 우연을 가장해 자신에게 찾아온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 '순발력'도 필요하다.

청소년들은 목표에 다가서기 전, 삶의 배경이 되는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먼저 익히는 것이 좋다. '소통하다'는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의 사전적 의미를 갖는데 막히지 않는다는 것은 목표를 위한 걸림돌을 방지할 수 있다는 뜻이고, 그 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온갖 제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라고도 풀이할 수 있다.



찾고 있는 길이 있는데, 이 길이 맞을까요?


진로 탐색은 그 누구도 아닌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그것을 바탕으로 인생을 계획하고, 방향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나의 강점과 약점,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아는 것은 진로 선택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그것이 내가 목표한 바를 이루고 가장 나답게 성공하는 일임을 기억하며 진로와의 '썸'을 어서 시작해보자.


헬렌 켈러는 어린 시절 발병한 뇌척수막염으로 인해 시각, 청각, 언어 장애를 안고 삶을 시작했다.

핸디캡을 쥐고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윈스턴 처칠이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여성이라고 칭송했을 정도로 그녀의 위상은 매우 대단했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셨던 스승인 앤 설리번의 노력이 있었다.

모두가 그녀를 포기했을 때 마음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두었지만 6개월 내내 자신을 찾아오는 간호사에게 이내 마음의 문을 열었고 그 문은 곧 세상으로 향하는 길이었었다.

만약 헬렌 켈러에게 앤 설리번이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소외된 이들의 인권을 위해 평생을 바친 위대한 인물은 역사 속에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시청각장애인 최초로 대학 졸업장을 수여 받은 그녀의 스토리에 쉽사리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를 할 수는 있다는 헬렌 켈러의 말처럼 할 수 있다는 믿음은 한 사람의 인생을 불행에서 행복으로 바꿀 수 있는 강인한 신념이 될 수도 있다.

자신만의 강점은 크든 작든 무엇 하나라도 존재하기에, 이를 발견하기 위해선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며 이를 자신만의 것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선 절대적인 믿음 또한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별한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직업 세계의 이해는 물론 자기 이해, 합리적인 의사결정 능력, 정보탐색, 정보 활용능력, 직업과 일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과 태도 형성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조금 더 합리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선택할 수 있고, 부모님 역시 자녀의 진로를 어느 방향으로 둘지 종합적으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며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은 어디까지나 본인의 몫이다. 인생은 누가 대신 살아줄 수 없다. 그게 설령 부모님일지라도 말이다.


"끌어당김의 법칙은 당신이 어떤 것을 좋게 생각하든 나쁘게 생각하든,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런 것에는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당신의 생각에 응답할 뿐이다. 끌어당김의 법칙은 당신이 뭘 생각하든 그것을 되돌려 준다." _론다 번



💭

이런 책을 중학교 때, 늦어도 고등학교 때 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

그때 경험이 많았던 사람들이 내 주변에 있었다면 나의 선택에 분명 영향을 주었을텐데...

나홀로 공부하는 것도 벅차 그런 사람을 찾는 것은 무리였다.

그때의 아쉬움이 커 과외 가르치던 때에 아이들이 원할 때면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알려주기도 했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원해서 혹은 사회의 이목으로 인해 남들이 다 그렇게 한다는 이유로 원하지도 않는 길을 걸어간다면 행복보다는 불행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타인에 의해 결정에 영향을 받았다해도 결국 선택은 자신의 몫이기에 책임져야 할 사람도 자신이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등 나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학생들에게 더더욱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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