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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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참 볼품없는 남자였다.

적어도 첫눈엔 그랬다.


까맣고 꾀죄죄한 한 이방인이 길을 물었다.

이방인과의 대화는 짧았지만 그가 상냥한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웃기려고 한 말도 아니었는데 낯선 이가 하던 말을 멈추고 빙긋 웃으니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으니깐.

어머니를 일찍이 여읜 탓에 끌림이란 게 무엇인지 모르고 자랐는데 그 이방인과의 순간순간에는 끌림의 연속이었다.

부모님은 서로의 애정을 드러낸 적이 없었던 지라 서로가 사랑했는지를 알 순 없었지만 열 두 살에 마주했던 그 사건 때 아버지가 어머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수 있었다.

캐니언 시티로 복숭아 배달을 나갔던 어머니, 캘러머스 오빠, 비비언 이모가 집에 오질 않았는데 그들 대신 보안관 아저씨가 집으로 왔다.

보안관 라일 아저씨가 무슨 말을 꺼내자 아버지는 빗물이 고인 진흙탕에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그렇게 아버지, 남동생, 이모부 사이에서 빅토리아는 의지할 곳 없이 자라게 된다.


"윌이야." 내가 대답을 마치기도 전에 그가 내 말을 가로챘다. "윌슨 문."

그는 자기 이름이 내 귓가에 감돌도록 잠시 기다리고는 내 쪽으로 손을 뻗으며 다가왔다.

"알게 되어 영광입니다, 빅토리아 양."


그런 빅토리아가 이방인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타인에게 관심받는 것이 이렇게 좋은 일이구나.

17년 동안 어떻게 관심 없이 살아오게 된 것인지 빅토리아 스스로도 놀란다.




"야!"

"저 새끼 누구냐?"


윌과 함께 말을 주고 받던 그 때, 익숙한 목소리라 귓가를 때렸다.

바로 한 살 터울의 남동생, 세스였다.

어머니가 죽고 나서 자신과 남동생에게 한껏 사무적인 태도로 말했던 아버지보다 더 골치아팠다.

평소처럼 길거리 한복판에서 술에 취해 휘청거리며 한껏 폭력성을 드러내는 세스, 빅토리아와 함께 있는 윌에게 막말도 서슴치 않았다.


더 이상 꾸며낼 거짓말도 없는 데다가 밀리 아주머니의 따뜻함에 지나치게 위안을 받은 나머지 나는 어리석게도 속내를 털어놓고 말았다.

"혹시 여기에 윌슨 문이라는 남자애가 있는지 궁금해서요."

나는 수줍은 목소리로 말했고, 처음 뱉어보는 그의 이름에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순식간에 변하는 아주머니의 표정을 보니 아차 싶었다.

"그 인전 남자애 말이니?"

(Injun : 아메리칸 인디언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아주머니가 어디서 지독한 냄새라도 난다는 것처럼 얼굴을 찡그렸다.

"토리, 대체 무엇 때문에 그 더러운 인전을 찾는 거야?"


한바탕 소동이 생겨 목발을 짚게 된 빅토리아가 여인숙의 밀리 아주머니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사실 윌의 소식이 궁금했지만 밀리 아주머니의 반응을 보고선 곧장 과수원의 일꾼이 필요하다 둘러대었다.

윌의 혈통보다 걱정스러웠던 건 그가 이미 마을에서 떠나고 없을 것 같다는 사실이었다.

그 후, 아버지, 이모부, 세스 그리고 데이비스가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된다.

윌에 대한 얘기였다. 윌에 대한 온갖 험한 말들이 오갔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데이비스는 윌을 쫓고 있었다.

다음 날, 아빠, 세스를 도와 배달을 나갔는데 윌을 잡는다는 수배 전단을 보게 된다.

현상금까지 붙어있던 그 전단이 세스의 눈에도 포착된다.

배달을 마친 후, 복숭아 노점에 가서 일손을 보태라는 아버지의 말에 빅토리아는 노점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윌슨 문과 다시 재회하게 된다.


식사를 마치고 부엌을 나서려는 아빠에게 다시 노점으로 나가 마감을 도와주고 오겠다고 얘기했다.

"그러렴."

내 말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아빠는 날 쳐다보지도 않고서 대충 대답했다. 그건 내가 아빠에게 생전 처음 하는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윌슨 문의 품에 다시 한번 안기기 위해 기꺼이 지불해야 할 대가였다.


루비앨리스 에이커의 집에 있던 윌과 다시 재회하게 된 빅토리아, 짧은 입맞춤을 나누고 그날 오후 미루나무에서 다시 만나 긴 포옹을 나누었다.

그들은 결국 연인이 되었다.

이런 저런 말들로 둘러대고 나와 윌과의 시간을 보내는 빅토리아는 윌과 사랑도 나누게 된다.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자유에 순종적이고 소심한 소녀에서 스스로 결정내리고 위험을 감수하는 여성이 된 기분이었다.


윌이 이곳을 떠나 어디로 간다 한들 세스 같은 사람이 없겠는가? 어디로 간들 세스처럼 분노로 가득한 사람, 피부색이 어둡다는 이유만으로 괴롭히려는 사람이 없겠는가? 윌은 도망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흐르는 강물처럼 살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늘 그러셨거든. 방법은 그뿐이라고."




세스가 언제부터 미행한 것인지 판단력이 흐려질 정도로 둘의 사랑은 깊어만 갔다.

버드나무 숲에서 윌이 빅토리아의 손을 붙잡고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지 일주일이 되던 날, 윌은 사라졌다.


"내가 현상금보다 더 좋은 걸 건졌어, 누나."

"더 큰 걸 건졌고말고."

"응, 더 크고 좋은 거지."


세스는 윌을 당국에 넘기지도, 마을 밖으로 쫓아내지도 않았다.

불을 켜면 눈앞에 피 묻은 세스의 손이 나타날 게 틀림없었기에 빅토리아는 떨리는 몸을 부여잡고 복도를 지나 침대로 기어 들어갔다.

11월 말의 어느 날 아침, 빅토리아는 슈퍼마켓 구석에서 한 대화를 듣게 된다.


시체를. 블랙 캐니언 바닥에서. 그 인전 놈. 피부가 거의 벗겨진 채로. 차 뒤에 있었다나. 던져졌대.


사랑 그리고 슬픔과 죄책감같은 여러 감정들이 휘몰아치며 빅토리아를 짓눌렀다.

그리고 그녀 안에는 아주 작은 태아가 자라고 있었다.

무고한 소년을 포용하기엔 세상은 너무나도 잔인했다.

그녀를 사랑했기에 이곳에 남으려고 했던 윌의 선택.

결국 이곳은 그의 무덤이 되어버렸다.

무지한 저를 탓하기엔 이미 늦었다.

몸이 무겁고 피곤한 줄 알았는데 배가 동그랗게 부르고 안에서 느껴지는 움직임으로 인해 그제야 자신이 임신했음을 알아차렸다.

만삭에 접어들어 두꺼운 옷으로도 커버할수 없게 되자 빅토리아는 편지 한 통을 남기고 결국 가출을 택했다.

그렇게 5월이 지나 6월이 되었고 빅토리아는 출산을 하게 되었다.


나뭇잎을 갉아먹으며 몇 차례의 허물을 벗고 성장하는 애벌레는 마지막 허물을 벗고 번데기가 된다.

그렇게 겨울을 보낸 후 허물을 벗은 번데기는 나비가 되는데 빅토리아와 꼭 닮았다.

순탄치 못했던 그녀의 삶을 보며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에게 자연스레 대입하게 되는데 이렇다보니 시대가, 나라가 달라도 주인공의 삶에서 자기 삶의 편린을 발견할 수 있어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굳센 회복력으로 살아가는 그녀에게 결국 주어진 것은 '결실'이었다.

제목처럼 우리의 삶도 흐르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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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문장의 기억 (양장본) -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하여
박예진 엮음, 버지니아 울프 원작 / 센텐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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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버지니아 울프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면 망설이지 마라.

문학과 인문학의 세계에 커다란 업적을 남긴 버지니아의 13편의 작품들을 한번에 볼 수 있다.


저자, 버지니아 울프의 본명은 애들린 버지니아 스티븐으로 1882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모더니즘 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평생 정신 질환을 앓으면서도 다양한 소설 기법을 실험하여 현대문학에 이바지하는 한편 평화주의자, 페미니즘 비평가로 이름을 알렸다.

빅토리아 시대 소위 최고의 지성들이 모인 환경에서 자랐고, 주로 아버지에게 교육을 받았다. 비평가이자 사상가였던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의 서재에서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오빠 토비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입학한 후 리턴 스트레이치, 레너드 울프, 클라이브 벨, 덩컨 그랜트, 존 메이너드 케인스 등과 교류하며 ‘블룸즈버리 그룹’을 결성하기도 했다. 이 그룹은 당시 다른 지식인들과 달리 여성들의 적극적인 예술 활동 참여, 동성애자들의 권리, 전쟁 반대 등 빅토리아시대의 관행과 가치관을 공공연히 거부하며 자유롭고 진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어머니의 사망 후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는데, 아버지의 사망 이후 울프의 병세는 더욱 악화되었다. 평생에 걸쳐 수차례 정신 질환을 앓았다. 1905년부터 문예 비평을 썼고, 1907년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에 서평을 싣기 시작하면서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파도』 등 20세기 수작으로 꼽히는 소설들과 『일반 독자』 같은 뛰어난 문예 평론, 서평 등을 발표하여 영국 모더니즘의 대표 작가로 인정받게 되었다.

소설가로서 울프는 내면 의식의 흐름을 정교하고 섬세한 필치로 그려 내면서 현대 사회의 불확실한 삶과 인간관계의 가능성을 탐색했다. 1970년대 이후 「자기만의 방」과 「3기니」가 페미니즘 비평의 고전으로 재평가되면서 울프의 저작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졌고, 「자기만의 방」이 피력한 여성의 물적, 정신적 독립의 필요성과 고유한 경험의 가치는 우리 시대의 인식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버지니아 울프는 픽션과 논픽션을 아우르며 다작을 남긴 야심 있는 작가였다. 그녀의 픽션들은 플롯보다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에 더욱 초점을 맞춘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해 쓰였다.




날씨가 춥다. 추워도 너무 춥다.

차라리 더운 여름을 버티는 게 낫지 개복치 체력인 나에겐 겨울은 너무나도 힘들다.

단독주택은 보일러 빵빵하게 틀어도 우풍까지 완벽하게 막을 수 없어 마냥 좋다고 할 순 없다.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컨디션이 좋질 않아 약으로 버텼다.


병원에서 검사받느라 반나절을 꼬박 보낸 덕분에 업로드하지 못한 책을 이제야 올려본다.

필사도 함께 하고 있는데 버릴 문장이 하나도 없다ෆ



Women have sat indoors all these millions of years, so that by this time the very walls are permeated by their creative force, which has, indeed, so overcharged the capacity of bricks and morrar that it must needs harness itself to pens and brushes and business and politics.


여성들이 수백만 년 동안 방 안에만 앉아 있었기 때문에, 이제 벽에 여성들의 창조력이 모두 스며들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방 안의 벽돌과 시멘트가 여성들의 창조력을 받아들이는 것이 한계에 다다를 정도이므로, 이제 여성들은 펜과 붓을 사업과 정치에 써야 할 것입니다.​


현대로 넘어와서야 많이 누그러지긴 했으나 지금도 여성 차별은 존재한다.

하물며 과거에는 어땠을까?

역사서를 펼친 그녀는 여성이 문학 창작에서 그간 소외되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아무리 능력이 대단한들 사회적 환경이 여성에게 있어서 철저하게 불리하기 때문에 같은 선에서 출발했다 해도 결국은 남성만큼 우대받지는 못했을 것이란 결론에 다다른다.

19세기 초는 여성이 슨 작품들이 서가의 한 칸을 채웠을 정도로 많이 발전한 시기였다.

특징이라면 이들은 대부분 소설을 썼는데 제인 오스틴의 회상록 일부를 보면 이에 대한 이유를 확인해볼 수 있다.

중산층이었기에 가족으로부터 빈번하게 방해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특히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경험 부족이 곧 작품의 한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One can only show how one came to hold whatever opinion one does hold. One can only give one's audience the chance of drawing their own conclusions as they observe the limitations, the prejudices, the idiosyncrasies of the speaker. Fiction here is likely to contain more truth than fact.


사람들은 자신이 지니게 된 의견의 결과물만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청중들은 연설자의 한계, 편견, 특이점을 관찰하여 자신만의 결론을 도출해야 합니다. 특히 소설에 있어서는 사실보다는 진리가 더 많이 담겨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Women have served all these centuries as looking glasses possessing the magic and delicious power of reflecting the figure of man at twice its natural size.


여성들은 수 세기 동안 남성의 모습을 두 배로 확대하는 마법과 매혹적인 능력을 보여주는 돋보기 역할로 남성의 모습을 비춰주었습니다.


남성성과 여성성이 글쓰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이러한 결론에 도달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어느 쪽으로도 편향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물질적 풍요로움도 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자기만의 방」을 읽어보면, 버지니아는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한 두 가지 조건으로 돈과 자기만의 방을 제시하고 있다.

참고로 돈은 경제적 자유를, 자기만의 방은 시공간적 자유를 의미한다.

맞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으면서 꿈을 펼치려면 금전적 여유가 있어야만 자신의 역사를 써내려 갈 수 있을 테니깐.



Perhaps it was the middle of January in the present year that I first looked up and saw the mark on the wall. In order to fix a date it is necessary to remember what one saw.


아마도 올해 1월 중순쯤, 나는 처음으로 눈을 들어 올려 벽에있는 자국을 보게 되었어요. 날짜를 정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보았는지 기억해야 합니다.


The mark was a small round mark, black upon the white wall, about six or seven inches above the mantelpiece.


이 흔적은 작은 원 모양의 흑색 표식이었고, 벽난로 위로 6~7인치 정도 높이에 있었어요.


How readily our thoughts swarm upon a new object, lifting it a little way, as ants carry a blade of straw so feverishly, and then leave it.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쉽게 새로운 대상으로 옮겨가는지를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마치 개미가 한 조각의 짚을 열심히 들어 올려 옮겨두는 듯하다 금방 놓아버리듯 생각합니다.


That is the sort of people they wereㅡvery interesting people, and I think of them so often, in such queer places, because one will never see them again, never know what happened next.


그들은 정말로 흥미로운 사람들이었고, 나는 그들을 자주 생각하곤 해요. 정말 이상한 곳에서까지 그들을 떠올리는데, 다시는 그들을 만나지 못할 것이고 그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도 알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에요.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들이 곧 영감이 될 수 있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생각하다 보면 결국 이 또한 인생이란 결론에 도달하기도 한다.

So long as you write what you wish to write, that is all that matters. 당신이 쓰고 싶은 것을 쓰는 한, 그것이 전부입니다.


드물긴 해도 간혹 독서나 공부를 하지 않거나 필사를 하지 않는 때도 있다.

그러나 7살 때부터 지금까지 365일 빼먹지 않고 해왔던 것은 바로 일기 쓰는 것이다.

꼬박 써 온 일기이다 보니 그 양이 엄청나다.

그 날에 있었던 일을 기록하기도 하지만 깊은 인상을 준 무언가에 대해 쓰기도 해 의식의 흐름대로 써내려 간 글들이 가득하다.


나름 내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왔지만 확언할 순 없는 것 같다.

대학교 때, 한창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에 빠져 있었다.

그리곤 울프의 작품을 통해 나 자신을 투영시켜 바라보기도 했다.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진정한 자립은 결국 나 자신을 완벽하게 알고 파악하는 것이 첫 걸음이다.

울프도 이를 알았기에 글을 통해 진정한 자립의 의미를 전하고자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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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1-25 0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여성비하 발언을 날리는 일부 사이비 정치인들은 책과는 담을 쌓고 살아가는 부류인 듯, ㅠㅠ
 



Thought is the original source of all wealth, all success, all material gain, all great discoveries and inventions, and all achiev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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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산다 보셨나요?

유럽 리그에 진출한 조규성 선수의 덴마크 일상이 나왔었어요.

사실 전 축구에 대해 아는 게 없는 편에 속하는데 팩하면서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반가운 책이 나오더라고요.





책 표지 보자마자 바로 알아차렸죠!

조규성 선수가 읽고 있는 책은 바로 퓨처 셀프입니다.


퓨처 셀프 | 벤저민 하디



















마침 이번 주에 읽고선 리뷰 쓰려고 했던 책이었는데 정말 반가웠어요!

무엇보다 나혼산을 통해 바라 본 조규성 선수는 멘탈이 정말 강하고 튼튼하더라고요.

본인을 가장 잘 파악하고 컨디션 조절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저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질 않았어요❤





필사해놓은 게 있는데,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가장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구절을 공유해 봅니다.


미래의 나는 고정불변의 모습이 아니다.

삶이 나아갈 방향은 무궁무진하다.

현재의 나는 미래의 나를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다.

2년 후, 5년 후, 10년 후 당신이 죽지만 않는다면 누군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해봐야 한다.

'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이 질문은 아마도 인간이 스스로에게 묻는 가장 중요한 질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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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근대사 왜곡은 언제 시작되는가 - 한일 근대사 속살 이야기
박경민 지음 / 밥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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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터무니없는 일본 주장과 조직적 은폐·축소를 객관적 자료에 의해 낱낱이 밝히다!


저자, 박경민은 경기고를 나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금융기관 지점장과 사외이사, 중견그룹 기획조정실장과 계열사 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 컨설팅회사 모젤스(주) 대표이다.

바쁜 현역 생활 중에도 역사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저자는 건강문제로 수년간 쉬게 되는데 이 때를 계기 삼아 본격적인 역사공부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학교 역사시간에 앵무새처럼 배운 대로 이미 익숙해져 버린 한일 근대사를 제대로 들여다보게 된다.




책은 사건 순으로 내용이 진행되는데 근현대사에서 빠질 수 없던 해인 1894년을 살짝 짚어보려고 한다.

1894년하면 자연스레 동학농민운동, 갑오개혁, 청일전쟁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사건이 하나 있다.

바로 동학농민운동 기간 중 벌어졌던 일본군의 경복궁 점령 사건이다.


1894.01.10 - 전봉준의 고부 봉기

1894.05.11 - 동학 농민군 황토재 전투 승리

1894.05.31 - 동학 농민군 전주성 점령

1894.06.01 - 고통의 청군 파병 원세개에게 구두 요청

1894.06.02 - 일본 정부의 의회 해산 및 조선 파병 결정

1894.06.03 - 고종의 청군 파병 공문 발송

1894.06.08 - 청군 아산만 도착 시작

1894.06.03 - 전주화약으로 농민군 해산 & 일본군 인천항 도착 시작

1894.07.23 - 일본군의 경복궁 점령

1894.07.27 - 일본공사관과 대원군 주도로 군국기무처 설치

1894.07.27 - 갑오개혁 개시

1894.08.01 - 청일전쟁 선전포고


1894년에 벌어졌던 사건들의 흐름과 주요 내용들은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세세하게 파헤쳐 보니 일본이 경복궁 점령을 발판 삼아 청일전쟁과 갑오개혁을 일으켰음을 알 수 있었다.


…… 경복궁 점령 사건이 오랜 기간 이렇게 주목받지 못하고 지나칠 수밖에 없었던 사유를 곰곰 돌이켜 보면 사건 발생 직후부터 일본군과 일본 정부가 발표하고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이 사건의 성격에 관한 입장, 즉 총격적을 거쳐 조선군을 쫓아내고 경복궁을 점령한 것이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이라고 주장한 것과 이를 학계에서 그대로 받아들여 온 것이 더 큰 근본적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동학농민운동 기간에 일본군은 대규모 파병을 행했고 파병 후 장기 주둔하기 위해 어떻게든 명분을 찾으려 했을 것이다.

책에서도 나와있듯이 그간의 기록들을 살펴보면 일본 정부와 일본군이 고집하는 우발적 사건이라는 주장은 역시 억지나 다름없어 보인다.

일부 일본인에 의해 양심적인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일본의 근대사 왜곡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가. 지금까지도 누구나 다 아는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모양새를 보면.

120년이 지난 지금, 일본 정부는 일본 어린이들에게 역사를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까?

국정 교과서에 실린 명백한 조작 내용과 오류는 개선되었지만, 검인정 교과서에는 여전히 일본 위주의 자의적 해석이 존재한다.

특히 청일전쟁은 당시 서구열강들로부터 같은 레벨의 열강으로 인정받았다고 기술되고 있다.

국제법을 준수하는 근대국가로서 인정받았음을 의미하다보니, 지금까지도 교과서를 통해 역사를 배우는 일본인들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때까지 일본이 국제법을 잘 준수한 모범적인 근대국가라 알고 있는 것이다.


청일 간의 직접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 무쓰 무네미쓰는 오토리 공사에게 조선에서의 실질적 이권확보를 지시한다.

오토리는 조선에 내정개혁은 권고하면서도 이에 대해 거부할 경우를 대비해 두 가지 안을 본국에 올리며 훈령을 요청하게 되는데, 두 가지 안 모두 성의 출입문과 왕궁의 문을 일본군이 점령해야 한다는 군사적 조치도 포함하고 있었다.


'군대로 경성의 각대문을 경비하고 왕궁의 문을 지킨다.'

'군사력으로 문 안팎의 공간을 제압하여 지배력을 확보한다.'


왕궁을 제압하지 않고 어떻게 왕궁 문을 지킨다는 것인가?

즉, 한성과 경복궁을 무력 즉, 군사력으로 점령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내용이 길어져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협상의 과정에 대해서는 생략하겠지만)

계속되는 회담 속에서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한 그들의 마지막 결정은 결국 경복궁 점령이었다.

경복궁 점령은 엄연히 군과 정부의 합작으로 이루어진 일본의 계획적인 군사행동이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이를 끝까지 부인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일본군의 공식입장은 이렇다.

먼저 발포한 조선 병사와의 우발적인 충돌에서 시작되었고,

일본군은 어쩔 수 없이 응전하다가 왕궁에 들어가 국왕을 보호까지 하게 되었으며,

소규모 충돌 사건에 지나지 않았다.


경복궁을 점령하고 조선의 내정개혁을 위해 바로 청일전쟁을 일으켜 명분을 쌓은 게 훤히 보이는데 그들 눈에만 안 보인다는 것이 참으로 희한하다.

이렇듯 책에서는 정확한 객관적 자료를 통해 일본 정부와 일본군이 주장했던 주장들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를 보여준다.


지리적 거리로는 가깝지만 역사적 거리로는 너무나 먼 일본.

근래 국방부가 장병 정신교육 자료에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기술한 데에 큰 논란이 있었는데, 공영방송인 KBS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 안에 독도가 들어간 그래픽 지도를 사용한 것을 보고 할 말을 잃었었다.

이러한 논란이 불거질수록 드는 생각은 단 하나다.

역사에 대해 더욱 더 관심을 가지고 정확하게 알고 파악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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