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자의 세계 - 인체의 지식을 향한 위대한 5000년 여정
콜린 솔터 지음, 조은영 옮김 / 해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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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자의 세계

저자 콜린 살터

해나무

2024-09-30

과학 > 기초과학 / 교양과학

과학 > 의학





CSI 시리즈 마니아였던 제가 근래 재미있게 읽은 과학책이 있습니다.

바로 해부학의 역사가 담겨져 있는 『해부학자의 세계』입니다.


예술과 해부학은 밀접한 관계입니다.

과거부터 전해 내려온 텍스트 이상의 남겨진 삽화들만 봐도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지죠.

초기 이슬람 문헌 때 인체 구조를 모호하게 그려낸 것을 생각하면 지금은 최신 시각 기술을 이용해 인체 안팎을 보여주니 해부학 또한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줬습니다.

해부학은 인간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인체를 그리고 쓰고 보고 읽는 것을 통해 인간의 구조를 이해하며 때로는 한계를 극복하려고 하죠.

즉, 해부학을 안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알고 이해하는 것과 같음을 의미합니다.


이쯤되면 책에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하시겠죠?

해부학의 역사를 시대별로 나눠 주요 특징들로만 짤막하게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대 세계의 해부학


14세기 초까지 1300년 동안 의료 종사자는 동일한 교과서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당시 해부학은 동물들을 해부한 것뿐인데다 종교와 철학까지 더해져 제대로 된 지식을 얻을 수 없었죠.

그렇다면 당시 사용했던 동일한 교과서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의학자 클라우디오스 갈레노스의 방대한 저술이었습니다.

물론 이전에 많은 해부학자들이 있었겠지만 자신의 업적과 함께 고대 선임자들에 대해 옳고 그름을 평가한 기록때문에 그 가치를 더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해부학 기록은 무엇일까요?

바로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입니다.

3600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파피루스지만 그 안에 5000년 전의 기록이 남겨져 있다고 합니다.


고대 세계의 해부학을 살펴보면서 안타까운 인물을 한 분 발견하게 되었는데, 의학사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영웅의 이야기입니다.

아부바르크 무함마드 이븐 자카리야 알라지는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의 추종자였습니다.

알라지는 굉장히 박식해 문법부터 천문학까지 다양한 주제로 200여 권의 책을 썼다고 알려졌는데 특히 의학과 해부학을 소재로 한 책들이 라틴어로 번역되어 서양 사상에 꽤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바그다드 최고의 의사이기도 한 그는 어려운 빈곤층을 위해 세계 최초의 가정의학 안내서인 『의료 낙후 지역 주민을 위한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특히 소아 질병을 치료하는 최초의 논문을 써 소아과의 아버지라 불리기도 했지요.


"그의 지위는 경외스럽고 그의 계급은 위풍당당하며 그의 유산은 보편적이고 그의 기억을 영원히 존경받는다."

"의학과 철학은 저명한 지도자라고 해서 그의 견해에 무조건 굴복·순응하거나 [그들의 관점을] 엄격한 조사에서 제외하면 안 된다. 어떤 철학자도 자신의 독자나 학생이 그러는 걸 원치 않을 것이다. 갈레노스 자신도 『신체 부위의 유용성에 관하여』에서 그렇게 말했다."


『갈레노스에 관한 의구심』의 서문에서 알라지는 갈레노스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기도 했지만 비판 또한 빼놓지 않았습니다.

이렇다보니 당시 사람들은 알라지를 갈레노스에 도전하려는 오만한 바보로 여겼습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중세 최고의 의사 중 한 명이라 평가받고 있지만 당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것이 조금은 안타깝습니다.




중세의 해부학


1316년에 쓰고 1478년에 출간된 『인체의 해부』는 몬디노 데 루치의 책입니다.

초기 판본에는 글만 들어갔지만 이후 15년에 걸쳐 삽화가 추가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인쇄술의 출현으로 인해 삽화를 판화로 넣고 복제 또한 가능하게 된 것이죠.

몬디노는 인체를 하찮은 것에서 고귀한 것까지 세 구역으로 나눠 자신의 해부 과정은 물론 해부 구조를 상세히 기술하였습니다.

배는 위나 간 같은 미천한 자연 요소를 품고 있고 가슴은 심장과 폐를 포함한 영적 요소를 품고 있고 머리는 눈, 귀 그리고 뇌와 같은 우월하 동물적 요소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죠.

책에 그려진 그의 해부과정을 살펴보면 몸의 아랫부분에서 위를 수직으로 자르는 수직절개와 배꼽의 바로 위에서 가르는 수평 절개로 시작합니다.

특이한 것은 그가 가지고 있던 자궁에 대한 생각입니다.

중세 초기에는 자궁에는 7개의 방이 있고 그 안에 태아가 발달한다고 믿었습니다.

즉, 오른쪽 3개는 남자아기, 왼쪽 3개는 여자아기용이며 가운데 있는 방은 자웅동체가 잉태될 경우를 대비해 남겨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오류를 끌고왔던 몬디노는 여성 2명을 해부한 적이 있다고 말하게 되는데 당연히 그 주장은 신빙성을 잃게 됩니다.

간혹 일부 역사에서는 해부학자가 직접 해부를 실행하는, 공개적인 시범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단상에 올라가 해부 과정을 말로 설명하는, 마치 내레이터와도 같았다고 하죠.

1493년 판본에 실린 공개 해부 장면을 살펴보면 실제 사람들이 시신을 보고 있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이런 저런 부정확성이 있다해도 『인체의 해부』가 기념비적인 출판물이란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히포크라테스와 갈레노스를 답습했다 하더라도 일부 오류를 교정한 최초의 근대 해부학 서적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기억하시나요?

앞서 『인체의 해부』가 나중에 출간된 판본에 삽화가 추가되었다고 하였지요?

사실 해부학에 삽화를 활용한 선구자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몬디노의 학생이었던 귀도 다 비제바노입니다.

귀도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박식한 재주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의사이자 발명가이자 외교관이었던 그는 전쟁 무기와 해부학에 관한 책을 써 프랑스 국왕 필리프 6세에게 헌정하기도 하였습니다.


볼로냐에서 공부를 마친 귀도는 신성로마제국 하인리히 7세의 황실 주치의로 임명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정치적/군사적 분쟁으로 인해 하인리히 7세의 궁정 소속이라는 이유로 교황파의 표적이 되어 프랑스로 도주하게 됩니다.

도주한 프랑스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프랑스 군주 필리프 6세의 주치의가 되죠.

그는 『프랑스 국왕을 위한 보고』 외에 『건강 편람』, 『필리프 7세를 위한 해부학』을 쓰게 됩니다.

볼로냐에서 몬디노와 함께 시신을 해부했던 그는 1345년에 책을 쓰게 되는데 1475년에 초판이 출간된 몬디노보다 더 널리 읽혔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필리프 7세를 위한 해부학』에서 그는 해부 경험이 많다고 언급되어 있는데 실제로 귀도는 몬디노의 방법을 그대로 따랐고 신체 부위에 똑같이 서열을 적용했으며 같은 실수를 반복했으나 비장의 형태 등은 교정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빈치처럼 박식한 재주꾼이었다 해도 정교하지 못했던 솜씨를 가졌던 그는 다빈치의 수준과 맞먹기엔 부족했던 인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해부학


이 시기를 절대 빼먹을 순 없죠.

인체에 대한 이해가 어지럽게 펼쳐진 시대였지만, 이탈리아 르네상스가 창의력과 지성의 정점에 올랐었던 시기입니다.

특히 해부학의 예술적·의학적 걸작이 모두 이 시기에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르네상스 최고의 예술가는 단연, 레오나르도 다빈치였습니다.

그는 1489년에 두개골을 처음 구입하였고 1507년에 인간의 몸을 처음 해부하게 됩니다.

그가 해부했던 대상은 그가 임종을 지켜보았던 100세 노인이었습니다.

다빈치는 해부학자 마르칸토니오 델라토레의 도움으로 해부를 시도하게 되었는데 기존 해부 지식과의 차이로 인해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참고로 역사학자들은 델라토레와 다빈치가 함께 책을 쓰기로 하면서 5년 동안 이전에 본 적 없던 종류의 해부도 750여 점을 그렸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널리 알려진 「모나리자」는 물론 헬리콥터의 설계자인 다빈치의 스케치는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다고 알려집니다.

특히 시체가 부패하기도 전에 관찰한 기록만 봐도 그가 얼마나 재빠르게 스케치했는지 짐작할 수 있죠.

1511년 델라토레의 죽음으로 두 사람의 협엽이 무산되면서 다빈치는 거주지를 옮기게 됩니다.

시신을 구해다 주는 이가 사라졌지만 해부학에 대한 흥미는 놓을 수 없어 동물을 해부했다고 하죠.

그러다 혈관계의 중심은 간이 아닌 심장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당시 혈류를 알아보고자 유리로 대동맥 모형을 만들어 물에 곡식의 낟알을 넣어 흐름을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다빈치는 뇌에서도 큰 발견을 하게 됩니다.

왁스로 뇌실의 주형을 만들어 그 안에 체액이 없음을 증명하게 되죠. 또한 죽상동맥경화증을 처음으로 기술하게 됩니다.

1513년 로마에서 살게 된 다빈치는 한 병원의 지원을 받아 다시 사람의 시신을 해부하게 됩니다.

그러다 그의 행위를 못마땅하게 여긴 한 사람이 바티칸에 고발해 교황이 해부 중지를 명령하게 되죠.

1515년 그에게 또다른 기회가 찾아오게 됩니다. 프랑스가 밀라노를 점령하게 되면서 프랑스 왕이 그의 새로운 후원자가 되어줍니다.

이후 여러 번의 뇌졸중이 온 다빈치는 오른팔이 마비되어 해부학적 탐구에 마침표를 찍었고 1519년 또다시 뇌졸증이 와 사망하게 됩니다.

그가 남긴 해부 소묘들은 여기저기 옮겨가다 일부는 현재 영국 왕실 예술 소장품으로 남겨져 있습니다.

그의 소묘가 1900년이 되어서야 인쇄되었다고 하니, 다빈치가 자신의 연구와 관찰에 대한 결과를 책으로 썼다면 해부학이 더 빠르게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현미경의 시대


16세기를 해부학이 근대 과학으로 거듭난 순간으로 본다면 17세기는 해부학적 우주가 빠르게 팽창하는 시기였습니다.

과거 한계를 만들어냈던 신념이 르네상스에 휩쓸려가고 새로운 과학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해부학자들은 전문 분야에 탐닉하게 되면서 17세기에는 개별 기관을 심층적으로 다룬 책들이 출간하게 됩니다.

다만, 화가와 외과의 모두를 위한 해부학 책의 수요는 채워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미세 해부 이미지를 최초로 실은 사람은 해부학자가 아닌 천문학자입니다.

1644년, 조반니 바티스타 오디에르나가 출간한 『파리의 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가할 때면 밤하늘을 연구한 사제였던 오디에르나는 팔마의 공작 줄리오 토마시에게 발탁되어 천문학자로 활동하게 됩니다.

당시 출간했던 책을 본 대중은 그저 참신하게만 여겨졌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는데 해부학자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깨닫게 됩니다.




계몽의 시대


18세기, 영국에서는 외과의사가 지위가 높아지고 해부학과가 만연해지면서 해부학은 흔해빠질 위험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공개 해부로 인해 일반인의 관심도 커져 해부용 시신이 부족해지게 되었는데 수단을 가리지 않고 시신을 구하는 사람들이 생기다 보니 큰 사회 문제로도 이어졌습니다.

18세기 초, 영국에서는 상인 길드인 이발사-외과의 조합이 해부학계를 장악하였습니다.

당시 이발사는 날카로운 면도날로 부상병의 팔다리를 자르는 일을 도맡았습니다.

그래서 외과의는 메스 기술을 익히기 위해 해부학을 배우기 전에 이발하고 면도하는 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이후 총과 포탄의 등장으로 인해 단순한 무기에 상처를 입는 일이 없다보니 당시 전쟁에서 외과의는 엄청난 경험을 쌓게 됩니다.




발명의 시대


유럽의 해부학을 뒤늦게 접한 일본은 이를 따라잡고자 질주하게 됩니다.

이렇듯 인체 해부학과 관련된 지식이 18세기를 거치며 발전하였고 19세기에는 이를 성문화하고 보호하는 움직임을 보이게 됩니다.


19세기 초, 해부학이 외과 수련의 필수 과목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영국에서는 외과 수련생의 수요를 감당하고자 해부학 학교를 늘리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합법적으로 해부할 수 있는 시신의 수가 부족해졌는데 1752년 살인법으로 해부할 수 있는 사형수의 시신도 줄어들게 되자 시신 도굴꾼들이 활개치게 됩니다.

영국 주요 도시의 구역마다 시신 도굴단이 형성될 정도였죠.

일부는 최후의 수단으로 살인까지 저지르게 됩니다.

에든버러에서 윌리엄 버크와 윌리엄 헤어가 해부학 선생에게 시체를 공급하고자 최소 16명의 남녀를 살해한 것이었죠.

피해자가 만취할 때까지 술은 권해 질식시켰다고 밝혀졌는데,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었죠.





해부학이 존재했기에 의학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특히 병을 알고 그 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었던 건 해부학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해부학 분야에서 최장기 베스트셀러 저자는 누구일까요?

최초의 근대 수의학 책은 무엇일까요?


책에서 나오는 해부학 책만 150여 권이며 희귀 도판만 240여 컷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역사적으로 중요한 해부학 기록물들이 총정리되어 있죠.

의학, 해부학,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번쯤은 읽어봤으면 하는 책입니다.



주절주절이긴 하지만, 제가 몇 주 간 폐렴에 걸려 치료중인데 응급실에 들어가는 구급차들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모든 의도적인 잘못과 해악을 삼갈 것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누구나 다 들어봤을 겁니다.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 의학도들은 그의 이름을 걸고 환자에게 의도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겠다고 서약하게 되죠.

지금은 현대적인 윤리 강령을 채택해 실천 강령을 정의했다고 합니다.


"결석 환자가 오더라도 칼을 직접 들지 않고 이 일의 전문가에게 맡길 것이다."

당시 히포크라테스는 내과의와 외과의를 구분해 서로의 관계를 존중했음을 암시합니다.

특히 그는 촉진, 시진, 청진 시스템을 개발해 오늘날도 사용되고 있는데 특히 그는 종교로부터 건강을 분리하려고 했습니다.


근래 의학계는 매우 떠들썩합니다.

정부와의 의견 충돌로 대형병원 노조들은 장기 파업에 이르렀는데 현재로선 무기한 파업이나 다름없습니다.

사실 정부와 의료계 간의 대립에서 결국 피해보는 것은 환자일 수밖에 없죠.

아파도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을 테니깐요.

제가 벌써 2주 넘게 폐렴으로 고생중인데 더 심해지면 입원도 불가피하다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그나마 저는 내과 관련 치료라 괜찮지만 외과적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은 말그대로 피 말리는 심정이겠구나 싶었습니다.

수술이 가능해도 마취과 선생님이 없으면 수술이 불가할 테니깐요.

지금 현 시점에서는 그저 안 아프고 안 다치도록 조심하고 조심하는 게 최우선입니다.

조속히 두 집단이 열린 마음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의견을 수렴해 서로간의 타협점을 찾아 애꿎은 환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한참 전에 써놓은 리뷰인데, 빠르게 업로드하고 이제 저는 병원 진료 받으러 갑니다.

다들 아프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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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인생공부 - 인간의 마음을 해부한, 67가지 철학수업
김태현 지음, 블레즈 파스칼 원작 / PASCAL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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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인생공부

저자 김태현

원작 블레즈 파스칼

PASCAL

2024-10-01

인문 > 서양철학 > 서양철학사

자기계발 > 처세술 / 삶의자세





삶이란 무엇일까요?

근래 철학책을 시리즈로 접하고나니 인간의 삶, 그 본질에 대해 많은 사유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여러 인물들이 떠올랐는데 그 중 한 인물이 바로 블레즈 파스칼입니다.

팡세(Pensées)는 블레즈 파스칼이 쓴 책으로, 생각을 의미합니다.

블레즈 파스칼이 죽고 난 후 그의 유족들이 그의 말을 엮어 내었는데 그의 생각으로 펴낸 제목이 훗날 『팡세』로 굳혀지게 된 것입니다.


니체는 파스칼은 비관주의자였지만 그의 지적 능력과 논리적 재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팡세』는 그의 내면적 갈등과 철학적 고민을 잘 드러낸다 하였고

톨스토이는 파스칼은 위대한 철학자이자 작가이며, 『팡세』는 그의 철학적 사유를 잘 담고 있으며 인간의 본질과 신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제공한다 하였고

루소는 파스칼의 『팡세』는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가장 탁월한 작품이라 극찬하였습니다.

즉, 세상의 지혜를 가장 현명하게 배워 삶의 방향성을 잘 이끌어가기 위해선 팡세를 읽어야 하는 것입니다.

인문학자인 저자는 파스칼의 팡세를 보다 쉽게 풀어 썼으며, 오늘 소개할 책은 바로 『파스칼 인생공부』입니다.

파스칼의 팡세 중 67가지의 주제를 선정하여 크게 4장으로 분류하였고 인문학자인 저자의 해설이 담겨져 있습니다.





♣ 인간은 나약한 존재임을 인정할 때 더 성숙해질 수 있다


"인간의 위대함은 자신이 비참하다는 것을 아는 데 있다."


파나소닉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가난함과 허약함을 큰 은혜로 여겼습니다.

가난은 부지런함으로, 허약함은 운동으로 극복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자신의 약점을 알고 인정하지 않았다면 절대 이룰 수 없었을 것입니다.


파스칼은 본디 인간은 완벽하지 않으며 때로는 비참하고 때로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기에 이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또한 인간의 위대함은 자신이 비참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나오기에 사유와 자기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파스칼 또한 자신의 한계와 약점을 직시했기에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쟁 사회 속에서 성공을 쟁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자신의 약점이나 실패는 숨기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직시해야만 더 큰 성장을 위해 발돋움할 수 있으며 자신의 위대한 가치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 무한한 공간의 영원한 침묵이 나를 두렵게 한다."


중년기에 들어선 톨스토이는 불안과 고독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삶의 의미를 찾고자 사치스러운 생활은 벗어던지고 단순한 생활로 뛰어들게 됩니다.

자연과 하나가 된 그는 매일 아침 떠오르는 해를 보며 결의를 다졌고 매일 밤 자신의 불안을 글쓰기로 토해내 내적 평화를 찾아갔습니다.

매일 아침 눈 뜨고서부턴 매일 밤 잠들 때까지 우리는 전자기기와 함께합니다.

미디어로 연결된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는 마치 광활한 우주와도 같죠.

그렇기에 갈수록 불안감과 고독이 더 깊어지는 것입니다.


파스칼은 불안과 고독을 떨치기 위해선 생각하기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철학은 생 그 자체의 자각이라 말한 그는 존재와 삶에 관한 사유가 내면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하죠.

내면의 평화를 찾고 싶다면 불안을 직면하고 내면을 탐구해야만 합니다.



"우리는 앞을 보지 못하게 막은 후, 아무 걱정 없이 절벽을 향해 달려간다."


1912년, 세계 최대의 여객선인 타이타닉호가 북대서양에서 빙산과 충돌해 침몰하고 말았습니다.

당시 최고 기술이 모였다 극찬한 타이타닉호였지만 이미 여러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안일한 태도로 인해 1500명이 차디찬 바다에서 목숨을 잃고 맙니다.


같은 맥락으로, 바쁜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또한 당연하게 생각되는 중요한 것들을 점점 놓치고 있습니다.

큰 문제들 중 하나는 바로 정신 건강 문제입니다.

과거와 달리 현대사회에서는 온전한 휴식을 가지지 못해 공부나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불안, 우울 등을 달고 삽니다.

현재 정신과에서 정신건강의학과로 명칭도 바꾸었지만 이전부터 가져온 이미지가 완전히 탈피되진 않아 일부는 여전히 기피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감기에 걸렸을 때 병원에 가듯이 감정적인 문제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때 병원에 가야 합니다.

그 외에 우리가 점점 놓치는 문제들로는 기후변화, 환경문제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파스칼은 우리가 직면한 문제나 위험에 맞서지 않고 자꾸 외면려는 태도에 대해 경고합니다.

정신 건강 문제를 포함해 환경 문제, 사회적 불평등 등 책임감을 가지고 대처해야만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 인간의 삶은 불완전하고 모순적이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미치광이이기 때문에 미치지 않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광기일 것이다."


인간은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인 존재입니다.

「벌거벗은 임금님」에서도 인간은 비이성적 결정과 감정에 이끌려 선택하는 존재로 표현되지요.

파스칼은 아무리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삶을 추구한다 해도 필연적인 광기와 비합리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끊임없이 발전하는 기술 속에 있는 우리는 예측할 수 없는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직관과 본능이 선택에 발을 담그게 되는데 이것이 파스칼이 말한 광기의 일종입니다.

사회는 특정한 사고방식이나 행동을 합리적이라 판단해버리는데, 만약 개인이 이러한 규범에 부합되지 않는 행동을 했다면 그는 불합리한 사람으로 간주됩니다.

이 부분에서 사회적 규범과 개인의 개성이 대립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회가 정한 규범은 상대적이며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파스칼은 이럴수록 삶의 모순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강조합니다.

포용은 곧 타인과의 갈등을 줄이고 우리를 더 관대한 사람으로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적게 생각하거나 너무 많이 생각하면 광신적이고 고집스러워진다."


파스칼은 생각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합니다.

하나의 틀에 갇혀 이를 진리로 알고 믿으면 생각이 협소해져 고집스러워지고 하나에만 너무 치중하다보면 광신적으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즉, 너무 적게 생각하게 되면 비판적 사고를 배척하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수 없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됩니다.

너무 많이 생각하게 되면 과도한 고민으로 인해 특정 이념에 집착하게 되어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상호 이해를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렇기에 사유하는 것도 중용의 덕목을 깨우쳐야 합니다.



♣ 인간 불행의 대부분은 혼자 있지 못하는 데서 왔다


"사람들은 어려움을 이기고 나면, 그 안식조차 견디기 어려워진다."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존재.

인간은 본능적으로 도전을 추구합니다.

실패와 좌절에 부딪혀도 자신의 한계에 맞서서 도전을 통해 성장하려 하죠.

다만 목표치를 이루고 나면 성취감도 잠시 공허함을 느끼게 됩니다.

즉, 단순히 성공을 추구하는 것만으로 진정한 만족을 얻을 수 없습니다.





sns에서 크게 화제가 된 사진 한 장이 있었습니다.

에베레스트를 등정하기 위해 도전자들이 끊임없이 줄지은 모습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등정 후에 또다른 산을 도전한다고 합니다.

정상에 오르면 성취감과 동시에 안식감을 느끼게 되는데, 정상에서의 안식을 또다시 맛보기 위해 도전하는 것이죠.

도전 속에서 얻는 안식이 그들에게 진정한 만족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파스칼은 우리의 삶에서 의미와 목적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삶의 목적을 발견하게 되고 이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첫째, 자기 성찰

둘째, 균형 잡힌 삶

셋째, 긍정적 인간관계

넷째, 마음 챙김과 명상

다섯째, 의미 있는 목표 설정



"시간의 변덕에 따라 변하는 정의는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


예측 불가한 삶 속에서 철저히 계획되어 산다는 것은 불가합니다.

열심히 노력한다 해도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파스칼은 이러한 상황에도 좌절하지 말고 불확실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시간의 변덕은 인간인 우리가 통제할 순 없습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를 보면 더더욱 와닿을 수 있습니다.

지능이 낮은 포레스트 검프는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당하지만 이러한 삶을 자신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항상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며 삽니다.

실패는 일시적이기에 우리도 포레스트 검프처럼 지금을 소중히 여기면서 매순간 노력하다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 인간 마음에는 타인이 알지못하는 이유가 있다


"모든 행동에서 우리는 그 행동의 과거, 현재, 미래와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파스칼은 행동의 결과나 순간적인 영향만을 고려해선 안 되고 그 행동이 과거, 현재,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해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파스칼은 짧은 시간적 효과를 넘어 장기적인 사회적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개인은 개인적 선택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야 하며, 기업은 단기적 이익이 아닌 장기적인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야 합니다.





블레즈 파스칼의 인생 개론을 읽으며 지적 성장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그의 『팡세』는 논리적 사유를 유도해 현대인들이 매일 마주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좀 더 나은 선택을 위해 우리는 『팡세』의 진리를 알아야만 합니다.

그의 조언에 따라 우리가 지닐 수밖에 없는 한계에 도전하고 불완전성과에 대해 직면하여 그 속에서 더 높은 진리를 추구해야 합니다.

삶의 본질을 성찰하고 싶은 시기가 올 때,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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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 베스트셀러 한국문학선
이효석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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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

저자 이효석

(주)태일소담출판사

2021-09-01

소설 > 한국소설





크리스마스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 아시나요?

크리스마스를 특별히 기념하고 챙기는 건 아니지만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설레는 순간을 참 좋아합니다.

소품 몇 가지로 집을 아늑하고 따뜻하게 꾸밀 수 있으니 10월이면 크리스마스 소품들을 꺼내 그 느낌을 만끽하곤 한답니다.

거실에 있는 테이블보는 이미 크리스마스 느낌 물씬 나는 테이블보로 바꾸었고 어제는 책상 위에 올려놓을 조그마한 트리를 꺼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머그잔과 식기들도 일부 꺼내보려고 합니다.

책상과 근접해있는 책장 한 켠은 분기별로 책들을 바꾸고 있는데, 10월을 맞아 크리스마스 동화책들로 교체했습니다.

그렇게 빼곡하게 껴있는 책들을 눈으로 감상하고 있는데 문득 소설칸에 눈길이 흘렀습니다.

가을이면 예쁘게 꽃이 피는 메밀꽃에 말이죠.

자주 회자되는 작품인 만큼 너무 잘 알려져 있어 간략하게 「메밀꽃 필 무렵」의 줄거리를 풀어보려 합니다.





조 선달과 함께 충줏집으로 향하는 허 생원, 왼손잡이인 그는 숫기도 없어 여자와는 연분이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충줏집만 생각하면 얼굴이 붉어지고 온 몸이 떨리기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충줏집에 도착한 허 생원은 여자들과 농을 주고받는 동이를 보곤 괜스레 화가 치밀어 뺨을 때리게 됩니다.

이유 없이 뺨을 맞은 동이는 허 생원에게 특별히 따지지도 않고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그러다 동네 각다귀들로 인해 허 생원의 나귀가 날뛰게 되는데 이를 본 동이가 달려와 어떻게 다루는지 알려주게 됩니다.

나귀 소동 후에 함께 봉평 장을 떠나게 되고 허 생원은 이내 성 서방네 처녀와의 추억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을 나눈 여자와의 추억이었죠.

함께 길에 나선 조 선달은 그와 친구가 되고서부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이야기였습니다.

동이 또한 그에게 자신의 성장 과정에 대해 말하게 되는데 문득 동이가 자신의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다 개울에 빠지게 됩니다.

다음 날, 허 생원은 동이에게 동이의 어머니가 있는 제천으로 가겠다고 말하는데 동이가 왼손을 채찍을 드는 것을 보곤 깜짝 놀라게 됩니다.





허 생원과 동이를 연결해 주는 것은 봉평이고 그들이 연관되어 있음을 더 간접적으로 의미하는 것이 바로 왼손잡이입니다.

허 생원에게 봉평은 성 서방네 여자, 즉,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을 나누었던 곳이고 동이에게 봉평은 누군지도 모르는 아버지와 관련된 곳임을 암시하죠.

그의 소설을 보고 있자면 대부분 자연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허 생원과 나귀가 보여주는 정서적 융합은 물론이고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됨을 추구하는 것을 알 수 있죠.

그의 단편 중 하나인 「산」 또한 그렇습니다.

중실이 첩을 건드렸다는 누명을 쓰게 되는데 이때 갈 곳 없는 그가 향한 곳이 바로 산이었습니다.

이후 그는 자연과 하나 됨을 느끼며 그 속에서 살아가게 되죠.


저자는 식민지 시대에서 문학적 정체성을 고뇌했던 사람으로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이런 단어들이 연관 지어 생각날 것입니다.

고향, 이방인, 생활 문화, 자연, 사회주의 등등.

이른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난 그가 더 오래 살았다면 더 좋은 작품들을 많이 남기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단편문학이 가득한 『메밀꽃 필 무렵』은 대부분 문학 시간에 지문으로 한 번 이상은 접하는 유명한 작품이죠.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읽어보고 이후 서너 번은 더 읽어보았으니 저도 꽤 오랜만에 읽어보았습니다.

(참고로 『메밀꽃 필 무렵』은 내용은 같지만 출판사마다 조금씩 다르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 단편문학의 재미를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는데, 그 책이 바로 권정생 작가님의 『깜둥바가지 아줌마』입니다.

「깜둥바가지 아줌마」도 물론 좋아했지만 「사슴」, 「쌀 도둑」이 저에겐 크게 와닿아 어린 시절에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려보긴 처음이었습니다.

메인인 「메밀꽃 필 무렵」도 물론 좋지만 「산」, 「들」이란 단편도 꽤 인 상깊습니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곳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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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4-10-10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학창시절 부터 <메밀꽃 필 무렵> 의 결말 이후가 궁금했어요. 과연 동이는 허생원의 친자가 맞았을까? 우연이 아니 였을까? 허생원이 봉평에서 동이 엄마를 만났는데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아니면 진짜로 맞다면 그들의 이후는 어떻게 될 까? 등등 망상을 하곤 했어요. 하나의 책장님 리뷰를 보니 다시금 그때의 공상이 떠오릅니다. ㅎㅎ 하나의 책장님,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요. ^^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1 : 인간의 자각과 개명 - 동서양 고중세 철학과 미래 세계에 대한 성찰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1
백종현 외 지음, 백종현 엮음 / 21세기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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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1 : 인간의 자각과 개명 - 동서양 고중세 철학과 미래 세계에 대한 성찰

저자 백종현 외 16인

21세기북스

2024-08-01

인문학 > 철학 > 교양 철학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2 : 인간 문명의 진보와 혼란 - 서양 근대 철학과 감성과 이성의 경합

저자 이재환 외 18인

21세기북스

2024-08-01

인문학 > 철학 > 교양 철학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3 : 인간 교화의 길 - 참인간을 향한 유불도 삼교의 진의

저자 한형조 외 16인

21세기북스

2024-08-01

인문학 > 철학 > 교양 철학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4 : 현대 문명의 향도 - 인류 문명 진보를 위한 현대 철학의 모색들

저자 이명현 외 20인

21세기북스

2024-08-01

인문학 > 철학 > 교양 철학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은 한국 철학자들이 사유한 내용이 담긴 책입니다.

74인의 철학자들이 한 철학자를 위해 합심하여 글을 썼다면 믿으시겠나요?

이들이 모인 이유는 바로 이명현 서울대 명예교수의 85세수를 기념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명현 교수님이라고 하니 조금 낯이 익지 않나요?

네, 몇 달 전에 포스팅했던 『철학은 시대의 내비게이션이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이명현 교수님은 오늘날 한국 철학계를 형성하고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큰 공을 세우신 분으로, 이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학계를 더 발전시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74인의 철학자들이 모인 것입니다.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1 : 인간의 자각과 개명 - 동서양 고중세 철학과 미래 세계에 대한 성찰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1』에서는 유교, 불교 도교와 고대 그리스 철학을 통해 철학을 개척한 선각자들의 지혜에 대한 내용입니다.

특히 동/서양 철학의 탄생 배경을 시작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함께 미래철학이 마주해야 할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중세 철학자들이 마주했던 고민 그리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지혜와 깨달음은 현재 우리가 지녀야만 하는 자세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그 보편적 가치는 유효하니깐요.

또한, 1권에서는 미래에 당면하게 될 문제들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며 철학이 그려보는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솔직히 철학과 현실은 맞지 않는다는 다수의 의견도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현실에 부딪히며 살다 보니 철학에서 배웠던 원초적인 내용들이 희미해져만 갔죠.

책에서도 이러한 점을 짚어줍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철학이 단순히 지적 유희로 치부되는 이유가 철학이 단단히 닻을 내려야 할 현실로부터 자꾸만 멀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즉, 철학은 현실과 맞닿을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는 의미로 철학과 현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것입니다.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2 : 인간 문명의 진보와 혼란 - 서양 근대 철학과 감성과 이성의 경합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2』에서는 이성과 감성이 대립하는 서양 근대 철학과 칸트와 헤겔, 그리고 니체,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대한 내용입니다.

인간에 관한 내용으로 인간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혼란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어떻게 해결하였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인간성의 핵심 요소는 감성과 이성입니다.

이 주제는 예부터 철학자들의 끊임없는 화두에 올랐었지요.

인간의 본질은 생각하는 존재입니다.

판단이 잘못되었다 해도, 사실이라고 인식하는 것에 속고 있더라도 우리가 인식하고 의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데카르트가 이러한 결론에 도달했었겠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헤겔에 따를 때 철학은 이처럼 자신이 발 딛고 선 세계의 ‘현재’ 삶 속에 녹아 있는 정신의 본질과 이념을 사유하고 그것의 ‘실현’을 촉진하는 일, 그래서 이 세계가 그것 본연의 이성적 규범에 더 잘 부합되도록 만드는 일에 복무하면서 ‘미래’의 전망을 여는 시대의 아들이다. 그러므로 헤겔이 참된 철학의 모습을 묘사하기 위해서 황혼녘이 되어서야 날개를 펼치는 미네르바의 올빼미라는 메타포를 사용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대미문의 규범적 이상이나 유한한 인간의 세상 안에서는 결코 실현될 길이 없는 절대적인 초월적 이념 같은 것에 매달리기를 삼가는 철학, 현재의 우리 세계를 구성하는 특유의 현상과 규범적 이념을 개념적으로 사유하는 철학, 그런 철학은 현실의 정신이 무르익은 다음에라야 비로소 ‘시작’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_헤겔


이러한 감성과 이성의 입체적 고찰은 여러 철학자들의 사상을 도출시키게 됩니다.

철학자들의 사상이 단순히 읽는 것으로 이해하기에는 난해한 부분도 있어 한 번에 이해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책에서 특히 데카르트, 칸트, 헤겔에 대한 사상이 잘 정리되어 있어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TIP!

특히 서양철학에서 유명한 철학자들로만 구성된 책이 여러 권 있습니다.

처음 서양철학을 이해하려 할 때 시작을 이렇게 하였고 이후 필요한 인물들만 단독으로 나온 책들을 읽기 시작했었습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읽는 것도 서양철학 사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3 : 인간 교화의 길 - 참인간을 향한 유불도 삼교의 진의


근래 동양철학이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3』에서는 유불도 삼교의 진리를 살펴보며 점차 사라져가는 인간다움을 회복시킬 방법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성장하는 길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철학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이는 제가 철학 수업을 들었을 때도 강조받았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동양사상은 참사람으로 향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양사상은 서양사상과 달리 종교만 해도 다양한 모습을 취하고 있어 크게 주목받지 못했었죠.

그러나 미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간의 영역이 위협받고 있는 문제점이 생기다보니 동양사상이 가지고 있는 인간다움이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동양사상이 서양철학의 허점을 극복하기 위한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온전한 통나무를 깎아내지 않고서 어떻게 술통을 만들 수 있으며, 백옥을 망가뜨리지 않고 어떻게 구슬을 만들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참된 도와 덕을 망가뜨리지 않고 어떻게 인의를 얻을 수 있으며, 타고난 성정에서 벗어나지 않고 어떻게 예악에 맞추어 행동할 수 있겠는가?

_장자 : 외편


「논어」, 「맹자」 다음으로 읽었던 책이 바로 「장자」였습니다.

『장자』는 크게 내편ㆍ외편ㆍ잡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가 마주하는 문제에도 언제나 적용할 수 있습니다.

3권에서는 장자 사상은 물론 이황, 이이, 원효 대사가 당면했던 문제 및 사상에 대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4 : 현대 문명의 향도 - 인류 문명 진보를 위한 현대 철학의 모색들


철학이 미래의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의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철학자들이 시대의 변화를 미리 예측할 순 없기에 아무리 이성적인 생각으로 사유한다 해도 철학자가 살고 있는 시대는 고스란히 반영되고 그 시대를 뛰어넘어 사유할 순 없습니다.

그렇다면 인류가 가져야 할 바람직한 자세는 무엇일까요?

『철학과 현실, 현실과 철학 4』에서는 이에 대한 문제에 대해 철학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내용입니다.



철학의 문제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역사함을 통한 철학함, 즉 철학의 역사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역사화의 이유 혹은 동기다. 문제화로서의 철학의 ‘어떻게’와 ‘왜’ 모두가 철학을 문제화하지만 ‘어떻게’는 ‘왜’와의 관계에서 논의되지 않으면 과녁에 도달하지 못한다. 푸코는 왜 역사적 문제화의 방식으로 철학을 수행했는가? 이것이 이 글을 인도하는 물음이며, 이 물음의 인도하에서만 ‘비오스(bios)’와 ‘에토스(ethos)’라는 철학의 오랜 문제가 철학의 문제화의 정점으로 제기되는 후기 푸코의 행로의 철학적 함축을 이해할 수 있다.



이명현 서울대 명예교수님의 전공은 분석철학입니다.

분석철학을 연구할 당시 국내에서는 겨우 구색만 갖추었을 뿐 이렇다 할 진척이 없었는데 이명현 교수의 연구 성과에 의해 길이 열렸다고 합니다.


이명현 교수님이 쓴 『철학은 시대의 내비게이션이다』를 조금 살펴보려 합니다.

교수님은 인간의 삶이란 자연-타인-자기자신 틀 속에서 엮어지는 것으로 이러한 삶의 틀 속에서 인간은 있음과 바람직함에 관한 개념의 지도를 그리며 됨을 위한 탈바꿈의 몸짓을 하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철학함이란 이러한 개념의 지도 그리기와 탈바꿈을 노리는 몸짓을 의미합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초월의 삶의 태도'란 욕망의 대상의 충족을 지속적으로 도모하는데 초점을 두지 말고 맞물림이라는 원초적 구조와 어긋나는 자기 욕망에 대해 초월적 태도를 취하는 삶의 자세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개념의 기동훈련이 아닌 자기의 탈바꿈이라는 됨의 사건을 통해 이룰 수 있습니다.

서로 물려 있다는 것은 결국 존재의 원초적 구조입니다.

즉, 원초적 구조를 바로 보지 못해 양산되는 문제들이니 이러한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바로 보는 것입니다.





업로드하기 전에 고민이 되었답니다.

한 권씩 내용을 업로드하자니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일단은 네 권의 내용을 최대한 축약해 한 번에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이후 한 권, 한 권씩 개별적으로 포스팅할 예정이니 전체적인 시리즈의 흐름을 읽고 싶으시다면 이번 포스팅을 주목해 읽어주시면 됩니다.


워낙 방대한 양인데다 포스트잇을 붙이고 메모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꽤나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겹치는 주제 없이 4권을 시리즈를 완성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과거 동/서양 철학의 탄생을 시작으로 유불도 삼교는 물론 포스트모더니즘 철학 그리고 분석 철학까지 다 들어있으니 제가 애정을 가지고 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책은 철학과 현실의 관계에 대해 사유하면서 나온 내용들로 처음엔 저자들 모두 정해진 주제 없이 각자의 생각을 썼다고 합니다.

그들의 생각을 한데 모아보니 공통된 주제들이 겹쳐 분류하게 되었고, 그렇게 네 권의 시리즈가 완성되게 된 것입니다.

참 신기했던 건 시리즈를 전부 다 읽다 보면 느끼겠지만 개개인의 생각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말은 결국 일관성이 띤다는 점입니다.


전 동/서양 철학 책을 고를 때, 과거 철학자들이 쓴 책들 위주로 골라 읽곤 합니다.

물론 현대에 활동하는 철학자들이 쓴 책을 읽기도 하지만 많이 읽는 편은 아니죠.

동양 사상에서는 대개 중국이 주목받고 있는데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한국 철학계도 언젠가 세계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한 획을 그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철학에서 답을 구할 수 있다는 길을, 간혹 잊곤 합니다.

그렇게 잊고 있음에도 매일매일 사유하고 있다는 게 참 신기하죠.


이명현 교수님은 말합니다.

오늘의 철학은 우리 현실이 안고 있는 문제의 뿌리를 더듬어 파고들어 가 도려낼 것은 도려내고, 수선할 것은 수선하며, 조정과 조절이 요구되는 것은 그에 맞는 처치를 해야 한다고.



현실을 외면한 철학은 쓸모없고, 철학 없는 현실의 개혁은 무모하고 좌초하기 쉽다. _이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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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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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저자 셸리 리드

다산책방

2024-01-08

원제 : Go as a River

소설 > 영미소설





사람마다 인생의 속도는 제각각입니다.

누구는 꽃길일 수도 있고, 누구는 자갈밭일 수도 있죠.

그렇게 인생길을 걷다가 간혹 주춤거릴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운명의 순간을 마주했을 때, 주어진 운명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까맣고 꾀죄죄한 한 이방인이 소녀에게 길을 물었봅니다.

소녀와 이방인의 대화는 짧았지만 그녀는 그가 상냥한 사람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

낯선 이가 하던 말을 멈추고 빙긋 웃어주자마자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으니깐요.


어머니를 일찍이 여읜 탓에 끌림이란 게 무엇인지 모르고 자란 그녀였는데, 이방인과의 모든 순간들은 그저 끌림의 연속이었습니다.

부모님은 서로의 애정을 드러낸 적이 없었던 지라 서로가 사랑했는지를 알 순 없었지만 열 두 살에 마주했던 그 사건 때 아버지가 어머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캐니언 시티로 복숭아 배달을 나갔던 어머니, 캘러머스 오빠, 비비언 이모가 집에 오질 않았는데 그들 대신 보안관 아저씨가 집으로 급하게 오게 됩니다.

그리곤 보안관 라일 아저씨가 무슨 말을 꺼내자 아버지는 빗물이 고인 진흙탕에 그대로 주저앉아버렸습니다.

그렇게 아버지, 남동생, 이모부 사이에서 빅토리아는 의지할 곳 없이 자라게 되지요.


"윌이야." 내가 대답을 마치기도 전에 그가 내 말을 가로챘다. "윌슨 문."

그는 자기 이름이 내 귓가에 감돌도록 잠시 기다리고는 내 쪽으로 손을 뻗으며 다가왔다.

"알게 되어 영광입니다, 빅토리아 양."


​의지할 곳 없이 지내던 빅토리아, 그런 그녀가 이방인과 사랑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타인에게 관심받는 것이 이렇게 좋은 일이구나.'라는 생각을 되뇌이며, 17년 동안 어떻게 누군가의 관심 없이 살아오게 된 것인지 빅토리아 스스로도 놀라게 됩니다.





"야!"

"저 새끼 누구냐?"


빅토리아가 윌과 함께 말을 주고 받던 그 때, 익숙한 목소리라 귓가를 때립니다.

바로 한 살 터울의 남동생, 세스였습니다.

어머니가 죽고 나서 자신과 남동생에게 한껏 사무적인 태도로 취하는 아버지보다 더 골치아픈 존재입니다.

평소처럼 길거리 한복판에서 술에 취해 휘청거리며 한껏 폭력성을 드러내는 세스, 빅토리아와 함께 있는 윌에게 막말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어느 날, 빅토리아는 실수를 하게 됩니다.

더 이상 꾸며낼 거짓말도 없는 데다 밀리 아주머니의 따뜻함에 지나치게 위안을 받은 나머지 어리석게도 속내를 털어놓고 말죠.

"혹시 여기에 윌슨 문이라는 남자애가 있는지 궁금해서요."

수줍은 마음을 애써 감추며 처음 뱉어보는 그의 이름에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는데, 그녀의 말에 순식간에 변하는 아주머니의 표정을 보니 아차 싶었던 것입니다.

"그 *인전 남자애 말이니?"

(*Injun : 아메리칸 인디언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이후 한바탕 소동이 생겨 목발을 짚게 된 빅토리아가 여인숙의 밀리 아주머니와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윌의 소식이 궁금했지만 밀리 아주머니의 반응을 보자마자 그녀는 곧장 과수원의 일꾼이 필요하다고 둘러댑니다.

사실 윌의 혈통보다 걱정스러웠던 건 그가 이미 마을에서 떠나고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후, 빅토리아는 아버지, 이모부, 세스 그리고 데이비스가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됩니다.

윌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윌에 대한 온갖 험한 말들이 오갔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데이비스는 윌을 쫓고 있었던 것이죠.

다음 날, 아빠, 세스를 도와 배달을 나간 그녀는 윌을 잡는다는 수배 전단을 보게 됩니다.

현상금까지 붙어있던 그 전단이 세스의 눈에도 포착되죠.

배달을 마친 후, 복숭아 노점에 가서 일손을 보태라는 아버지의 말에 빅토리아는 노점으로 가게 되는데 거기서 윌슨 문과 다시 재회하게 됩니다.


식사를 마치고 부엌을 나서려는 아빠에게 다시 노점으로 나가 마감을 도와주고 오겠다고 얘기를 꺼내는 빅토리아.

그녀의 말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아빠는 대충 대꾸해줍니다.

그 순간은 빅토리아가 아빠에게 생전 처음 하는 거짓말이자 윌슨 문의 품에 다시 한번 안기기 위해 기꺼이 지불해야 할 대가였습니다.


루비앨리스 에이커의 집에 있던 윌과 다시 재회하게 된 빅토리아, 짧은 입맞춤을 나누고 그날 오후 미루나무에서 다시 만나 긴 포옹을 나누게 됩니다.

그렇게 그들은 결국 연인이 되었습니다.

이런 저런 말들로 둘러대고 윌과의 시간을 보내는 빅토리아는 그와 사랑도 나누게 됩니다.

태어나서 처음 맛보는 자유에 순종적이고 소심한 소녀에서 스스로 결정내리고 위험을 감수하는 여성이 된 기분이 들게되죠.


윌이 이곳을 떠나 어디로 간다 한들 세스 같은 사람이 없겠는가?

어디로 간들 세스처럼 분노로 가득한 사람, 피부색이 어둡다는 이유만으로 괴롭히려는 사람이 없겠는가?

윌은 도망칠 생각이 전혀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하게 됩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살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늘 그러셨거든. 방법은 그뿐이라고."





세스가 언제부터 미행한 것인지 판단력이 흐려질 정도로 둘의 사랑은 점점 깊어져만 갔습니다.

버드나무 숲에서 윌이 빅토리아의 손을 붙잡고 떠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지 일주일이 되던 날, 윌은 그렇게 사라지게 됩니다.

빅토리아는 윌이 아닌 암흑 속에 나타난 세스를 마주하게 됩니다.


"내가 현상금보다 더 좋은 걸 건졌어, 누나."

"더 큰 걸 건졌고말고."

"응, 더 크고 좋은 거지."


짐작하듯이, 세스는 윌을 당국에 넘기지도, 마을 밖으로 쫓아내지도 않았습니다.

불을 켜면 눈앞에 피 묻은 세스의 손이 나타날 게 틀림없었기에 빅토리아는 떨리는 몸을 부여잡고 복도를 지나 침대로 기어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11월 말의 어느 날 아침, 빅토리아는 슈퍼마켓 구석에서 한 대화를 듣게 됩니다.


시체를. 블랙 캐니언 바닥에서. 그 인전 놈. 피부가 거의 벗겨진 채로. 차 뒤에 있었다나. 던져졌대.


사랑 그리고 슬픔과 죄책감같은 여러 감정들이 휘몰아치며 빅토리아를 짓눌렀습니다.

무고한 소년을 포용하기엔 세상은 너무나도 잔인했습니다.

떠날 수 있었지만 그녀를 사랑했기에 윌이 선택했던 이곳은 결국 그의 무덤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를 떠나게 했다는 죄책감을 마냥 안고 갈 순 없었습니다.

그녀 안에는 아주 작은 태아가 자라고 있었죠.

몸이 무겁고 피곤한 줄 알았는데, 배가 동그랗게 부르고 안에서 느껴지는 움직임으로 인해 빅토리아는 그제야 자신이 임신했음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만삭에 접어들어 두꺼운 옷으로도 커버할수 없게 되자 빅토리아는 편지 한 통을 남기고 결국 가출을 택하게 됩니다.

그렇게 5월이 지나 6월이 되었고 빅토리아는 건강한 아이를 출산을 하게 되죠.





나뭇잎을 갉아먹으며 몇 차례의 허물을 벗고 성장하는 애벌레는 마지막 허물을 벗고 번데기가 됩니다.

그렇게 겨울을 보낸 후 허물을 벗은 번데기는 나비가 되는데, 이 과정이 빅토리아와 꼭 닮았습니다.

순탄치 못했던 그녀의 삶을 보며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에게 자연스레 대입하게 되는데, 시대 혹은 나라가 달라도 주인공의 삶에서 자기 삶의 편린을 발견할 수 있어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굳센 회복력으로 살아가는 그녀에게 결국 주어진 것은 '결실'이었습니다.

우리의 삶 또한 도처에 장애물들이 즐비해 있지만, 그저 살아가면 됩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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