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호에 비친 내 얼굴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3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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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호에 비친 내 얼굴

저자 이어령

파람북

2024-02-26




지금은 별이 된, 대한민국 대표 지성의 상징인 이어령 선생님은 한국인을 이렇게 표현하셨습니다.

《한국인의 얼굴에 바이칼호의 추위가 서려 있다.》



우리 조상의 시작점은 어디일까요?

현생인류의 직계 조상은 아프리카에서 갑자기 출현해 이미 정착해 살고 있던 다른 모든 인종을 대체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1970년대 에티오피아의 한 지방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라 불리는 원인의 화석 골격이 발견되었는데,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라틴어로 원숭이 사람을 뜻하며 아파렌시스는 아프리카의 남쪽 유인원을 의미합니다.

한국사를 공부해봤다면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 있는데, 딱 떠오르시나요?

300만 년 전 직립 원인의 화석인 루시는 인류의 직접적 조상이라 여겨집니다.

인류 화석은 루시가 살던 에티오피아뿐만 아니라 탄자니아 곳곳에서도 발견되었습니다.

인류의 조상이 된 유인원은 다른 유인원들과 달리 나무에서 내려와 평지에서 터전을 잡게 되죠.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케냐는 사바나 지역입니다.

그러니깐 인류의 조상이 된 유인원이 숲에서 나와 초원에서 생활하는 데에 힘을 싣는 것이죠.


근 70년 동안 한국인의 모습 중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은 무엇일까요?

바로 '얼굴'입니다.

1911년 조선총독부가 전국 남녀 4~8명씩 정면과 측면을 촬영한 사진과 1986년부터 조용진 얼굴연구소장이 수집한 3000명분의 얼굴 사진을 토대로 과거 한국인의 얼굴과 지금의 한국인 얼굴을 비교했을 때, 얼굴 자체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얼굴 자체가 달라졌어도 그들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분명한 건, 아무리 세월이 흘러 달라졌어도 한국인의 얼굴은 변하지 않으며, 이를 알아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의 용모에 관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인만이 가지고 있는 네 가지 특성이 있다고 합니다.

눈이 세계 1등으로 작고 털이 없으며 두상이 크고 치아가 제일 크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성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바로 시베리아의 바이칼호입니다.

바이칼호는 시베리아의 진주라 불리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차가우며 가장 크고 가장 깊다고 알려졌습니다.

이 호수에서 시작된 우리 조상들의 대장정이 지금의 우리 얼굴 모양과 무관하지 않다고 합니다.

신몽골로이드만이 유일하게 영하 70도 추위를 이겨낸 민족입니다.

즉, 혹한이 만들어낸 조각이고 예술품이고 상징인 것이지요.



이어령 선생님은 말합니다.

"내가 해냈구나. 우리가 해냈구나. 그래서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겪어낸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구나. 그 어떤 짐승도 못 하고, 그 어떤 인간도 해내지 못한 영하 70도의 추위를 이겨냈구나."



우리 얼굴이 곧 자랑스러운 훈장이고 서사이고 조각입니다.

우리 안에는 시베리아의 추위가 남아 있고, 인간의 위대함이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모르는 인간들과는 견줄 바가 못 됩니다.

참고 견디며, 추위를 뚫고 나온 사람들이 바로 우리입니다.


얼굴은 생물학적 유전자의 증명서가 아닌, 얼굴은 문화입니다.

링컨이 말하길, 사람의 나이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마흔이 지나고 나면 타고난 얼굴, 부모님이 주신 얼굴, 유전자의 얼굴이 아니라 문화의 얼굴, 역사의 얼굴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한국인의 얼굴 탐사라니! 참 색다르고 재미있지요.

과거부터 지금까지 우리 얼굴에 담긴 비밀과 함께 앞으로의 얼굴 완성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점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결국 이어령 선생님은 우리에게 역사의 거울과 문화의 거울을 보아야 비로소 진정한 얼굴이 드러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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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 138억 년 전 빅뱅에서 시작된 별과 인간의 경이로운 여정 서가명강 시리즈 9
윤성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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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

저자 윤성철

21세기북스

2020-01-29

과학 > 천문학 > 우주과학





인간은 별의 먼지에서 탄생했고 우주의 진리는 평범한 인간 안에 있다.



지금도 해가 지고 어둑어둑한 밤이 찾아오면 마당에 서서 하늘을 쳐다봅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똑같은 그 자리에서 새까만 도화지에 콕콕 박혀있는 별을 보기 위해.


고대인들에게 우주는 신의 영역이었고 인간은 신에 의해 창조된 우주의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우주는 영원하지만 무한한 공간이 아니며 인간은 우연히 만들어진 우주 변방의 생명체일 뿐이지요.

과거에는 우주의 상태를 생명이라 여겼다면 지금은 그와 반대인 죽음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의해 고대인들과는 정반대의 생각을 가지며 질문을 던지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우주의 상태를 죽음으로 전제한다면 하나의 오류가 발생하게 됩니다.

우주가 죽음의 공간이라면, 어떻게 우주에서 생명이 탄생하는 기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일까요?

우주는 죽음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탄생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행성은 항상 별 형성 영역 주변에서 만들어지고 별 주변을 공전하기 때문에 행성을 별과 독립적으로 생각할 수 없습니다.

저자는 인간 또한 우주 역사의 일부라 일컫으며, 우리 몸은 빅뱅의 순간을 기억하는 우주 그 자체인 동시에 별에서 온 먼지라고 말합니다.

점 하나에 불과했던 태초의 우주는 빅뱅을 통해 138억 년이라는 긴 역사를 시작합니다.

빅뱅은 우연적이고 단회적인 사건으로부터 우주와 지구, 생명이 탄생했음을 말해줍니다.

생명이란 무엇일까요? 우주에는 외계 생명체가 왜 존재하는 것일까요?

지금 우리는 첨단 과학기술이 밝혀낸 우주의 신비 속에서 새로운 문명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천문학 명저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입문서와도 같은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를 꼭 읽어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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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네 형제들

저자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olje

원제 : Братья Карамазовы (1880년)

소설 > 서양고전문학 > 러시아소설




종이 질감을 느끼며 책 읽는 것이 좋아 이북도 잘 애용하지 않는 제가 요즘 푹 빠진 게 있으니 바로 오디오북입니다.

영상 하나로 완독할 수 있는 매력에 푹 빠졌죠.


시리즈물이나 벽돌책은 깨는 맛이 있는데 시작조차 못 한 유일한 책이 삼국지입니다.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하는데 독서 리스트에 좀처럼 넣질 못하다가 근래 오디오북으로 삼국지를 깨고 있습니다.

차례대로 듣고 있는 중인데 시간순삭이에요!

(삼국지에 대한 포스팅은 다 듣고난 후 올릴 예정입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도덕경」 그리고 「카라마조프네 형제들」을 다 보고 무엇을 먼저 리뷰해볼까 고민하다 『카라마조프네 형제들』 먼저 올려보려고 합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전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읽고선 오랜만에 재독해 봅니다.

※ 참고로 민음사에서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로 표기되고, 올재에서는 「카라마조프네 형제들」로 표기되고 있습니다.





워낙 유명한 문학인만큼, 줄거리를 최대한 배제하고 등장인물들만 살펴보려고 합니다.


「카라마조프네 형제들」은 친부 살해에 대한 범죄소설입니다.

아버지,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는 음탕하고 언행이 착실하지 못했지만 재산 관리에 있어서는 명석하고 탐욕스러운 지주였습니다.

그는 두 번의 결혼을 통해 아들들을 두었는데 첫째는 전처 소생이고 둘째, 셋째는 후처 소생이었습니다.

그런 아들들이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어머니 없이 자라게 됩니다.

첫째 아들, 드미트리 표도로비치 카라마조프는 기댈 곳 없이 자라다 보니 방탕한 생활을 지속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큰 빚을 지게 됩니다.

외가에서 물려받은 재산으로 큰 빚을 청산하려 했지만 그 재산을 맡고 있던 아버지가 이미 다 써버린 후였고 빚까지 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둘째 아들, 이반 표도로비치 카라마조프는 첫째와는 달리 탐욕스럽고 명석하여 자신의 상황을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막내아들, 알료샤 표도로비치 카라마조프는 말수도 없고 조용하지만 소심하진 않았고 광신도는 아니었지만 신이 있다는 것을 깨닫곤 수도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인 표도르가 살해당합니다.

첫째와 둘째가 특히나 탐욕스럽고 음탕한 아버지의 죽음을 바랐는데 유산 문제 및 여자 문제로 인해 혐의가 첫째에게 쏠리게 되죠.


장남 드미트리는 난폭함, 정열 그리고 영원한 것에 대한 순진한 동경, 정직한 마음 등이 섞여 우리가 평소 생각하는 러시아의 이미지를 대변합니다.

차남 이반은 아버지를 굉장히 닮은 임물로 탐욕스러움과 이기주의가 가득하지만 이러한 감정들이 이지적인 면이라 무한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이반도 이중인격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도달하고자 하는 결론에 안주할 순 없습니다.

막내 알료샤는 서로를 물고 뜯는 가족들 사이에서 자신의 따뜻함으로 감싸안고 있습니다.


즉, 드미트리가 그 시대의 러시아를, 이반이 그 시대의 서유럽을 상징하고 있으며 막내 알료샤는 러시아의 국민적 특성을 지니긴 했으나 다른 나라 사람들을 배척하지 않고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미래의 러시아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지요.





분량이 매우 방대하지만 절대 지루함 없이 흘러갑니다.

저는 오디오북으로 다 듣고 책까지 읽느라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오디오북과 책까지 읽은 사람으로써 말하자면, 오디오북으로도 충분합니다...!


지혜공작소 ▶ https://www.youtube.com/channel/UCny6pSHTRISXOD2yTTHRxCg


요약본, 발췌본이 아닌 완역본인데다 콘텐츠 전권이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되어 있어요.

요즘 저는 작업중일 때 옆에 켜놓고선 듣고 있는데 성우분 목소리가 좋으셔서 잠자기 전 듣기에도 좋습니다.





「카라마조프네 형제들」

https://youtu.be/RHFcSTeAmcM?si=5jjFR9N4-2zGbMAd

https://youtu.be/z5rQ1gS5_u8?si=UnwiXyX_2WZ-8I9C

https://youtu.be/YLYklwukdLk?si=ixlvIquIfQqoKUv8

https://youtu.be/4vdWzU7fhM0?si=WUaNrb2TTgvxUmCH

https://youtu.be/niSIky802lY?si=n2eZ5k1ywXr5a0i_



추가로 보셨으면 하는 콘텐츠도 첨부해 놓을게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https://youtu.be/7pP-0f3d6VE?si=L6QK0X20onC2k47-


「도덕경」

https://youtu.be/8799TO0r5q0?si=XnIV5KN_dkiMu_3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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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색깔 나라와 꿈
늘리혜 지음 / 늘꿈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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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색깔 나라와 꿈

저자 늘리혜

늘꿈

2024-02-02

소설 > 장르소설 > 로맨스





모든 걸 태워버리는 피의 비에서 이곳 심장만은 어떻게 안전할 수 있는지, 심장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왜 피의 비가 내리는 것인지, 타락이란 존재는 무엇인지 모든 것이 비밀에 싸여 있었습니다.


"사냥꾼들에게 주의사항을 알립니다. 첫째, 함부로 우산에서 벗어나지 마십시오. 둘째, 타락은 보이는 즉시 사살하십시오. 셋째, 작업하는 조사대원에게 어떠한 방해도 되지 마십시오. 넷째, 자기 목숨보다 조사대원의 목숨을 우선하십시오. 이상입니다."


루노가 심장 안에서 피의 비 사건을 일으킨 지 7년, 루노는 심장 어딘가에 살아 있었습니다.

수노와 파시오는 루노를 만나기 위해 반드시 심장 중심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가끔씩 꿈에서만 볼 수 있는 얼굴이 있었는데, 그 얼굴이 잊기 싫어 자주 잠들었던 수노는 끝내 오랫동안 찾던 사람을 드디어 만나게 됩니다.

모든 것이 붉은 것뿐인 그곳에서 유독 밝게 보이는 한 사람.

은은한 달빛을 품고 있던 그의 이름은 루노였습니다.


만일 내가 사라진다면 꿈속으로 만나러 와. 꿈은 모두 이어져 있으니까. 어떤 상황에서든 만날 수 있어.


운명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루노를 만나고 싶어 꿈속을 찾아 헤맸지만 더욱 만날 수 없었죠.

그런 수노가 눈을 떴는데 그 광경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본 적 없는 거대한 식물이 압도했고 끈적거리고 비린내나는 피의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달빛이 루노인 것 같아 다가갔지만 그는 플로로였습니다.


"나는 희망의 노랑나라 사람이야. 이름은 바라기꽃이라는 뜻의 플로로. 당신은 피의 빨강나라 사람이지? 당신의 이름이 알고 싶어. 당신의 나라도 알고 싶어. 당신이 어떠한 삶을 사는지 무척 궁금해."


세상에는 일곱 색깔의 나라가 있는데, 현실에서는 완전히 분리된 각 나라가 꿈에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덧붙여, 피의 빨강나라는 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꿈에서 플로로를 보고 나니 수노는 무언가를 잊어버린 게 아닌지 생각합니다.



수노는 파시오의 소개로 루노를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첫 만남의 순간, 그는 그 자체로 눈이 부셨습니다.

그렇게 수노는 루노, 파시오와 만나 자주 시간을 보냈습니다.

파시오의 시선은 늘 루노에게, 루노의 시선은 수노에게, 수노의 시선은 주변에 널려있는 신기한 것들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피의 빨강나라. 축제의 주홍나라. 희망의 노랑나라. 자연의 파랑나라. 신의 보랑나라. 눈의 하얀나라. 어둠의 검은나라. 서로 다른 차원에 있는 일곱 색깔 나라는 오직 꿈을 통해 이어질 수 있어."


플로로를 통해 과거를 돌아본 수노는 플로로에게 나의 죄책감이 만들어 낸 허상이라고 내뱉어봅니다.

그리곤 일곱 색깔 나라는 왜 꿈에서밖에 연결되지 못하는지 답답함을 토로해봅니다.



그런데 수노, 너에게 루노는 어떤 존재야?

"루노는 나에게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사람이야. 그조차 잊고 있었지만."



……

노랑나라에서 긴 시간을 버티기 위해 모래에 해바라기를 그리는 플로로.

낯선 감촉에 하늘을 올려다 보니 오랜 세월 비조차 내린 적 없는 그곳에 피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플로로는 무지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찾아보니 텀블벅에서 진행했던 성공 프로젝트 중 하나였습니다.

아시죠? 제가 또 책에는 진심입니다.

텀블벅 펀딩, 특히 도서 부문은 이미 100건이나 넘게 했었는데 이제라도 책으로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로판 웹소설을 좋아한다면 분명 마음에 들겠지만, 만약 웹소설에 대한 내공이 없다면 꼭 주말에 다 읽어준다는 심산으로 한번에 몰아서 읽어줘야 합니다.

(가상의 세계관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진도가 쉽게 나가지 않아요.)

세계관이라는 게, 멈춤없이 확장될 수 있어 이 뒷편의 이야기가 또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음 편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주인공 수노의 입장으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플로로의 입장에서 읽고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고작 다섯 번 만났다며 수노에겐 플로로 자신이 하와가 아니었던 것처럼 플로로에게 수노는 아담이 아니었던 것처럼, 죄책감 가지지 말라는 플로로의 읊조림은 너무나 서글펐습니다.


당신의 플로로는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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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한시 - 사랑의 예외적 순간을 붙잡다
이우성 지음, 원주용 옮김, 미우 그림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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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한시

저자 이우성

arte

2015-07-06





반속요(현실로 돌아오는 노래) _설요

化雲心兮思貞淑 (화운심혜화정숙) 구름 같은 이 내 마음 정숙을 생각해보려 하지만

洞寂滅兮不見人 (동적멸혜불견인) 산골짜기 적막하여 사람 보이지 않네

瑤草芳兮思芬蒕 (요초방혜사분온) 아름다운 꽃은 피어날 생각을 하는데,

將奈何兮是靑春 (장내하혜청춘) 장차 어찌하리, 이 내 청춘은.​


반속요는 출가했다 다시 속세로 돌아오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반속요를 지은 설요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삶에 환멸을 느껴 출가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계속된 얽매임 속에서 결국 수도의 길을 포기하게 되는데 이 때 반속요를 짓고 환속했다고 전해지며 훗날 당나라 곽진의 첩으로 살다가 죽었다고 알려졌습니다.

삶이 단순하지 않기에참 어렵습니다.

한 번 꼬인 실타래도 쉽사리 풀리지 않는 것이 곧 인생의 순리이기도 하니깐요.



美人怨(미인원) _이규보

​腸斷啼鶯春 (단장제앵춘) 단장제 꾀꼬리 우는 봄날 애간장 타는데

落花紅簇地 (낙화홍족지) 꽃은 떨어져 온 땅을 붉게 덮었구나

香衾曉枕孤 (향금효침고) 이불 속 새벽잠은 외롭기만 하여

玉臉雙流淚 (옥검쌍유루) 고운 뺨엔 두 줄기 눈물 흐르누나

郞信薄如雲 (낭신박여운) 님의 약속 믿음 없기 뜬구름 같고

妾情撓似水 (첩정요사수) 이내 마음 일렁이는 강물 같누나

長日度與誰 (장일도여수) 긴긴 밤을 그 누구와 함께 지내며

皺却愁眉翠 (추각수미취) 수심에 찡그린 눈썹을 펼 수 있을까



대표적인 회문시인 '그대 마음 믿을 수 없어요'는 처음부터 읽어도, 뒤에서부터 읽어도 뜻이 통합니다.


​翠眉愁却皺 (취미수각추) 푸른 눈썹은 수심 겨워 찌푸려 있는데

誰與度日長 (수여도일장) 뉘와 함께 긴긴 밤을 지내어 볼까

水似撓情妾 (수사요정첩) 강물은 내 마음인 양 출렁거리고

雲如薄信郎 (운여박신랑) 구름은 신의 없는 님의 마음 같아라

淚流雙臉玉 (누류쌍검옥) 두 뺨에 옥 같은 눈물 흐르고

孤枕曉衾香 (고침효금향) 외론 베개 새벽 이불만 향기롭구나

地簇紅花落 (지족홍화락) 땅 가득히 붉은 꽃이 떨어지고

春鶯啼斷腸 (춘앵제단장) 봄 꾀꼬리 우는 소리에 애간장 타누나


임을 그리워하는 여인의 감정을 부각시키며 여인의 처지를 자연과 대조시키고 있습니다.

미인원을 그대로 풀이해보면 아름다운 여인의 원망이란 뜻이지요.

즉, 이 한시는 말그대로 객지로 떠돌아다니는 임이 돌아오지 않아 원망과 함께 기다림을 나타내는 여인의 감정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로맨틱 한시』는 조선 시대 뛰어난 문사였던 박제가, 임제 등의 로맨틱한 한시들을 엮은 책이기도 하며 허난설헌, 황진이와 같은 여류 시인들의 시에는 불운한 현실 속에서 펼쳐낸 그녀들의 애달픈 삶과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책장을 넘길 때 옛날 방식을 고수하고자 왼쪽을 기준으로 책을 넘기게 되어있습니다.

대부분 학창시절에만 접하는 게 다인지라 어려워서 혹은 재미가 덜하다는 이유로 한시가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알고보면 우리네 삶과 다를 게 없습니다.

시 한 구절에 담긴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찬찬히 읽다보면 그 깊이감에 어느새 매료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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