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여정 - 부와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우리의 미래
오데드 갤로어 지음,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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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호모사피엔스 등장 후 30만 년, 인류가 풍요를 누린 시간은 200년에 불과하다. 나머지 29만 년이 넘는 시간은 배고픔, 질병과의 싸움이었다.

최근에는 몇 년간 코로나가 전세계를 강타하지 않았는가!

이 질문은 앞으로도 인류의 영원한 숙명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서 해답을 찾아야 할까?

저자는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지난 29만 년 전으로 돌아가보려 한다.


저자, 오데드 갤로어는 브라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이자 ‘통합성장 이론’의 창시자이다.

통합성장 이론은 인류사 전체에 걸친 개발, 번영 그리고 불평등의 원인을 밝히고자 하는 시도에서 출발했다.

갤로어는 경제학자로서 일생을 바쳐 얻은 통찰을 세계 각지에 공유했으며, 그렇게 얻은 통찰과 발견을 모아 『인류의 여정』을 썼다.




Ⅰ 인류의 여정


카르멜산, 이스라엘 하이파 동남쪽에 있는 산악 지역으로 카르멜산의 여러 동굴로 가는 길을 오르다보면 선사시대가 자연스레 그려진다고 한다.

여러 산을 뚫고 굽이져 흐르는 시내, 산맥 옆자리 숲에는 사슴과 가젤, 멧돼지가 가득했을 것이고 사마리아산맥에 접한 광야에는 곡물과 과일나무가 즐비했을 것이다.

카르멜산 동굴에선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조우 가능성으로 관심을 끌었을 뿐 아니라 선사시대 정착지에 대해 증언하기도 한다.

고인류와 초기 현생인류는 불을 능숙히 사용하고 석회석 도구를 개발하며 꾸준히 나름의 신기술 또한 익혔을 것이다.

이렇듯 인류를 정의하고 인류를 다른 종과 구분해 주는 이 문화적, 기술적 진보의 핵심적 동력은 다름 아닌 인류 뇌의 진화이다.


인류 뇌는 비상하다.

지난 600만 년간 3배로 커진 인류 뇌 크기는 호모사피엔스 출현 전에 압축적으로 일어났으며, 발달한 뇌를 가진 인류는 지구상의 어떤 종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의 안전과 번영을 이루게 된다.

인류 뇌가 생존에 유리하다면 왜 수십억 년간 다른 종들은 뇌를 발전시키지 못했을까?

즉, 강력한 뇌가 명백한 이점을 가졌음에도 왜 자연계에선 드물게 나타난 것일까?

이 답은 강력한 뇌의 약점 두 가지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우리의 뇌는 일반적으로 체중의 2퍼센트밖에 안 되지만 에너지 20퍼센트를 소비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크다.

둘째, 다른 종의 새끼는 태어난 직후 스스로 걷고 빠르게 먹을 것을 구하지만 인류 뇌는 다른 종보다 주름 잡혀 압축되었으며 인류 아기는 성숙기에 이르는 몇 년간 미세 조정이 필요한 반쯤 여문 뇌를 가지고 태어나기에 크기 때문에 태아의 머리가 산도를 통과하기 어려워진다.


생태적 가설에 의하면 인류 뇌는 환경상 노출된 데 따른 결과물로 보고 있으며 사회적 가설에 의하면 진화의 요인을 복잡한 사회 구조 안에서 찾고 있다.

문화적 가설은 정보를 흡수하고 저장한 뒤 다음 세대로 전해 주는 뇌의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렇듯, 인류 뇌의 진화는 인류를 독특한 발전 경로로 나아가도록 한 주요한 추진력이다.


지난 2세기 동안 인류는 상전이를 경험했는데 정체에서 성장으로의 전환은 매우 급작스럽게 보이기까지 했었다.

지나고 보니 일찍이 상전이를 거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사이에는 거대한 불평등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인류의 상전이를 불러온 것일까?

통합성장이론은 코페르니쿠스와 같은 확신에 자극을 받아 개발되었으며, 경제 발전의 요인을 연구하려면 한정된 기간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전체를 보며 밑바탕의 추진력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론이 무너지기 쉽고 불완전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통합성장이론을 통해 30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의 출현부터 오늘날까지 전 과정을 조망하며 인류의 여정을 담아내었고 그 과정에서 찾은 힘은 인류가 빈곤의 덫에서 탈출해 지속 성장의 시대로 가는 상전이를 촉발시키게 된다.

인류사를 정체기에서 성장기로 전환할 수 있게 한 촉매를 찾을 때, 산업혁명이 거론된다.

외부적 충격을 가했다고는 하지만 18-19세기를 살펴보면 실제 급격한 전환은 없었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빨랐다고 느껴지는 것이지 그 당시에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극적인 변혁을 촉발한 변화의 톱니바퀴는 과연 무엇일까?

여러 요인들 중 하나가 바로 인구 규모이다.

기원전 1만 년 전에는 240만 명이 지구상을 돌아다녔고 로마, 마야문명이 정점에 이르던 기원후 1년까지는 전체인구 대비 78배로 불어나 1억 8,800명에 이르게 된다. 이후 산업화 초기인 19세기 초입에는 10억 명을 넘기게 된다.

인구 규모가 클수록 개개인의 전문화가 발달되니 기술을 발전시키고 기술 퇴보까지 막을 수 있어 기술 변화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기술적 혁신은 더 많은 인구를 떠받치면서 인류가 생태적·기술적 환경에 적응하도록 자극했으며, 규모와 적응력을 키운 인구는 다시 신기술을 고안하고 환경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도록 역량을 키웠다. 이것이 인류사 표면 아래에서 돌아간 변화의 톱니바퀴다. 마침내 인류사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규모로 혁신의 폭발을 불러온 것 역시 변화의 수레바퀴였다. 산업혁명은 그러한 혁신의 폭발이었다.




Ⅱ 부와 불평등의 기원


해마다 수천 명이 유럽과 미국 국경에 이르려다 죽곤 한다.

아마 뉴스에서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파도에 휩쓸려 혹은 배가 침몰하여 목적지에 이르지도 못하고 사망한 사람들을.

이들 대부분이 아프리카, 중동 지역의 이주자들인데 배를 타기 위해서 밀입국 브로커에게 상당한 금액을 지불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목숨을 걸면서까지 쉽지 않는 여정을 걸어가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국가 간 생활수준의 엄청난 불평등' 때문이다.

기대수명, 평균 취학 연수, 유아사망률, 인터넷 서비스 확보 및 전기 사용 인구 비중은 각 나라마다 천차만별이다.

기본적인 생활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국가도 있기에 목숨을 걸면서까지 탈출하려고 하는 것이다.

글로벌 불평등의 표면에 드러난 사실을 놓고 봐도, 선진국의 1인당 소득이 개발도상국보다 상당히 높은데다 그만큼 투자에서 차이가 확연히 나타나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소득 격차는 부분적으로 노동생산성의 차이를 반영하기 때문에 각 국가 거주자들마다 상이할 수밖에 없다.

2018년 기준으로 미국 농민 1인당 노동생산성은 케냐의 77배, 우간다의 90배, 에티오피아의 147배라고 한다.

미국 농민이 남쪽 아프리카, 남동아시아, 남아메리카 지역보다 소득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교육, 훈련, 경작과 수확 기술의 차이다.

미국 농민은 높은 수준의 직업훈련을 받고 유전자 변형 종자나 좋은 비료, 농약 등을 사용할 수 있는 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애초에 실행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기술 진보와 물적/인적자본의 축적이 경제 성장을 촉진한다.

그래서 20세기 후반 정책 결정자들이 이를 바탕으로 개발도상국들의 생활수준을 높이기 위한 계획을 추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국가 간의 불평등이 너무 심해 정책 효과는 결국 제한적이었다.

불평등을 불러온 근원보다 표면상 요소와 드러난 불균형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떠한 요소가 투자, 교육 등을 가로막아 세계의 불균등한 발전을 조장했다는 것인데, 불평등의 근본적인 요인은 무엇이며 전 세계적인 번영을 방해하는 걸림돌은 무엇일까?


19세기 국제무역은 큰 폭으로 늘어나 유럽의 급속한 산업화를 촉발하게 하고 식민주의를 가속화시켰다.

당시 북서부 유럽 국가는 제조업 상품의 순수출국이었고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는 원재료와 더불어 농업 기반 생산품의 수출 비중이 높았었는데 국제무역의 도움 없이도 산업혁명을 낳을 정도의 기술수준이었는데, 서유럽 국가가 국제무역 덕분에 산업화 속도와 성장률 급성장을 이루게 된다.

즉, 자원, 식민지, 노예가 된 아프리카인과 그 후손에 대한 착취에 더해 국제무역에 힘입은 결과가 서유럽의 성장이 된 셈이었다.

산업화 초기, 국제무역의 확대는 산업화된 경제와 그러지 못한 경제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물론 불균형적 영향이었다.

산업화를 이룬 경제에서의 무역 확대는 숙련노동이 필요한 제품 생산에 대한 전문화를 촉진시키니 숙련 노동자 수요가 자연스레 증가하게 되고 이는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확대시키고 인구변천을 촉진시켜 기술 진보를 더 자극하고 관련 상품 생산에 대해 비교우위를 점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2세기 동안 이루어졌던 세계화와 식민주의는 국가 간 부의 격차를 더욱 키우게 되었다.


국가의 부에서 나타난 거대한 격차는 국가 간 기술과 교육의 차이 같은 근사 요인, 그 핵심에는 제도와 문화, 인구의 다양성처럼 모든 뿌리에 존재하는 근본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근사 요인과 근본 요인이 미친 영향을 구별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지만 얼마나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무엇이 그 속도와 변화를 좌지우지한 것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짚어야 할 부분인 것이다.




참으로 대단하다!

인류가 이룬 발전만 놓고 보면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불을 통해 어둠을 밝히고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했으며 도구를 통해 생활의 편리함을 가져올 수 있었다.

그것이 첫 시작이었고 인류는 이내 자동차, 기차까지 만들었으며 전자기기를 발명시켜 지금은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빠르고 쉽고 편리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기술이 진보함에 따라 인구가 증가하게 되었고 인구 증가는 더더욱 발전된 기술력을 가져오게 된다.


책에서도 나와있듯이, 생활수준만은 대체로 영향을 받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기술 진보도 빈곤의 덫을 막을 순 없었다. 기술 진보를 통해 자원이 늘면 이를 바탕으로 항상 인구가 늘어났으니 이는 진보의 과실을 더 많은 이들이 나눠야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기술 진보와 혁신을 통해 몇 세대 정도는 번영할 순 있었지만 이후 인구가 증가하면서 또다시 생활수준은 생존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뒷걸음질 하게 된다.

그렇게 사람들은 개개인이 가지는 기술적 능력만이 빈곤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기술과 지식의 역량을 키워 주기 위해 부모는 자녀 양육과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게 되는 것이다.

의학기술 발달에 의해 인류의 기대수명이 길어지고 사망률이 낮아짐에 따라 교육투자에 대한 기간 또한 길어지니 이는 결국 인적자본 투자 증가와 출산율 감소를 촉진하게 된다.

참으로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는 게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경제 발전은 인구 증가에 따른 상쇄 효과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기술 향상이 불러온 번영은 영구적인 개선이 된 셈이다.


인류사를 돌이켜보면, 지난 200년간 1인당 평균소득은 14배로 높아졌고 기대수명 또한 두 배 이상으로 높아지게 된다.

대중교통 및 배, 비행기를 통해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고 전자기기를 통해 곧장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국가 내에서는 물론 국가 간에서도 '차이'는 분명하게 존재했다.

효율적인 경제 정책이 있더라도 빈곤에 빠진 국가를 하루아침에 선진 경제로 바꾸는 것은 불가하다.

이것이 바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경제 격차이다.

이미 오랜 기간동안 여러 부분에서 뿌리를 두었기 때문에 따라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해도 실행시켜 성공시킬 순 없는 것이다.


특히 2장은 현 대한민국이 가장 고심해 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불평등 근본 원인을.

내용이 길어지는 것 같아 최대한 추려보았는데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꼭 확인해보길 바란다.



역사의 긴 그림자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운명은 돌에 새겨지지 않았다. 인류의 여정을 지배했던 거대한 변화의 톱니바퀴는 계속 돌아가므로, 성 평등과 다원주의, 차이에 대한 존중과 더불어 미래지향성을 강화하고 교육과 혁신 역량을 키우는 조치는 보편적 번영의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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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생활자를 위한 시시콜콜 100개의 퀘스트 - 기후와 자연 IQ를 키우는 지구살이 안내서
루시 시글 지음, 이상원 옮김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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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지구를 알고 싶은데 무엇부터 알아야 할까?

지구인도 아니고 지구생활자라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지구와 함께 살고 싶지만 상황을 바꾸기 어렵고, 실천이 얼마나 효과 있을지 의심이 간다면?


저자인 루시 시글은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에 대해 흥미롭지만 생소했던 사실들을 재치 있게 소개하며 지구와 친구가 되는 즐거움을 많은 사람과 나누려고 한다.

퀘스트는 10단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생물권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며 생소하게 느꼈던 지구 공동생활자들의 삶을 밀착 탐색하고 업계와 개인이 어떻게 공존하며 살 수 있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 루시 시글은 저널리스트이자 자연과 기후 문제 전문가이다.

영국 중앙일간지 최초의 생태 전문 칼럼니스트로, 《옵저버The Observer》지에 윤리적 삶에 관한 칼럼을 10년 넘게 기고해왔다. BBC 토크쇼 〈더 원 쇼The One Show〉에서 지구 리포터로 활동하며 개인의 생태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 조언을 해왔다.

환경 비정부단체 SAS의 이사이고, 기후위기를 다루는 팟캐스트 ‘너무도 뜨거운 지금So Hot Right Now’을 진행하고 있으며 싱어송라이터 엘리 굴딩 등 여러 유명 환경활동가들과 기후 관련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Ⅰ 플래닛 하이프에 입장하셨습니다


플래닛 하이프는 「심슨 가족」에 나오는 테마 식당의 이름이다.

Planet Hype, 대박 행성으로 풀이되며 말그대로 지구가 대박이라는 의미로 저자는 사용하고자 한다.

우리가 생각하고자 하는 환경의 범위는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코앞의 환경에만 국한되어 있는데, 저자는 이를 더 넓게넓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신비로움 그 자체이다.

생명체 대부분이 온대 기후에서 번성한다는 점으로 봤을 때, 지구와 태양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고 대기를 유지할 수 있는 크기를 갖추었으며 지구에서 물은 액체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생물권은 나무들의 가장 깊은 뿌리 체계부터 대양의 깜깜한 해구, 빽빽한 우림, 높은 산꼭대기까지 걸쳐 있다."

지구와 진정한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생물군계와 맺는 밀접한 관계를 인식하고 중요한 사항들을 깨달아야 한다.

여러 연구에서도 증명되었듯이 지구는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안정시키기 위해 힘겹게 진화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일부 생태계가 무너지고 예상치못하게 자연재해가 닥치면서 지구가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니 다른 행성 이주를 추진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분리수거, 텀블러 사용하기 등 작은 행동들을 실천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이것으로만 끝이 아닌, 지구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지구에 대해 알아야만 한다.

잊지 말자! 우리는 지구에서 살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았다는 것을!



"지구는 우리가 밟고 다니면 그만인 바윗덩어리가 아니에요. 지금까지 우리는 무심코 그렇게 행동해왔지만, 생명체가 살아갈 만한 조건으로 환경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구가 힘겹게 진화해왔음을 보여주는 연구는 아주 많지요."




Ⅱ 지구 공동생활자와 팀을 결성하십시오


온갖 동식물 생명체로 가득한 지구, 즉, 동식물이 넘치도록 많다는 것은 지구가 건강하다는 것이다.

지구와 진짜 친구가 된다는 것은? 자연의 모든 존재를 옹호한다는 의미이다.

가장 작은 생명체를 크게 인식하고 이를 생태계에서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수상자 몇 명을 선정해 보았다.

첫 번째 수상자는 바로 "지렁이"다.

지렁이는 유기물 잔해를 처리해 토양을 비옥하게 하며 흙에 산소를 공급한다.

'지렁이는 지렁이일 뿐이지!' 라고 생각했는데, 지렁이 종만 해도 6,000개 이상이며 1,200평 당 100만 마리가 넘게 산다고 한다.

두 번째 수상자는 바로 "크릴"이다.

바다의 크릴 떼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탄소와 영양소를 배출해 토양에 비료를 뿌려 생산력을 높이듯이 바다의 생산력을 높여준다고 한다.

또한 덩어리로 뭉쳐진 크릴의 배설물은 바닷속 바닥으로 내려가 안전하게 탄소를 저장해준다고 한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인해 습한 날씨에 취약한 지렁이가 이전에 없던 캐나다 최북단 숲에서 발견되는 초유의 상황도 벌어졌다.

숲에서는 유기물질을 먹어주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여기서는 탄소가 추가로 배출되기 때문에 지구의 친구에서 적으로 돌변한 것이다.

한 자료에 의하면, 2021년 동안 미국에서만 총 22종이 공식 멸종되었으며 2022년은 최대 많은 종의 멸종이 선언된 해라고 한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찍으면서 유일하게 퇴짜 맞은 곳이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탐 크루즈가 와도 촬영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곳은 바로 노르웨이였다.

제작팀은 노르웨이에서의 헬기 촬영을 추진했으나 촬영 허가를 요청했던 스발바르 제도는 북극곰, 북극여우, 턱수염바다물범, 바다코끼리 등 다양한 동물들의 서식지였기에 거절했던 것이었다.


자연 보호가 곧 지구 보호이다.

개발 명목으로 인한 지역 서식지 파괴, 토지 사용 변화로 인한 멸종은 막아야만 한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지구와 진짜 친구가 된다는 것은 자연의 모든 존재를 옹호한다는 뜻이에요. 가장 작은 생명체를 크게 인식하고 그것이 생태계에서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이해하는 것이지요."




제인 구달이 말했다.

"주변 세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날은 단 하루도 없다. 당신의 행동은 분명 차이를 만든다. 어떤 차이를 만들고 싶은지 결정해야 한다."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천했지만 100개의 퀴즈를 보고 나니 꼭 우물 안의 개구리나 다름없었음을 느꼈다.

넓게 바라봤다고 생각했지만, 더 넓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무엇보다 지구에 대한 생각에 큰 울림을 주는 책이었다.

지구와 함께 공존하기 위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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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뒤흔든 생각의 탄생 - 혼란의 시대를 돌파해 현대 경제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꾼 11인의 위대한 생각들
송경모 지음 / 트로이목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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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의를 위해 공부하고 연구해온 11명의 사상가와 기업가의 생애와 사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정통 인문교양서이다.

특히 현대 사회와 경제 발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생각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조망하고 있다.


저자, 송경모는 1964년에 전라북도 김제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학교에서는 조지프 A. 슘페터와 기술 혁신과 진화의 경제사상을 전공했다. 학교를 떠난 뒤 오랜 기간 증권 신용평가와 가치평가, 그리고 증권시장 자문과 중개업에 몸담았다.

지금은 경제학 & 경영전략 연구개발과 컨설팅업을 영위하는 미라위즈의 대표로 일하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의 겸임교수로서 경영, 경제, 재무, 인문학 간 융합 지식을 개척하고 교육하는 중이다.

유교 전통이 깊은 가문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한문과 서화의 세계 속에서 자라 자칫 고전과 예술, 전통사상의 세계에 갇힌 삶을 살 수도 있었으나, 수십 년간 현대 학문의 다채로운 사고법과 변화하는 현실의 다양성을 배우고 겪으면서, 동서고금 모든 지식의 무상함을 체험하는 동시에 그 극복법을 성찰하는 삶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다고 한다.




생각 - 개인


언제부턴가 개인의 소중함이 인식되는 순간이 있었다.

공동체 생활 속에서 피통치자들은 무조건 복종하는 시대였기에, 모든 이에게 자유와 평등은 존재하지 않았다.

자유와 인권이라는 가치를 통해 개인의 존귀함이 구현되기 시작했고 사법 체계가 자리잡게 되었다.

이 시대를, 우리는 근대로 부르고 있다.

궁금증이 생긴다. 근대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각종 이야기에 대한 출판물 보급과 문해력 향상이 그 시작일까?

국민국가의 등장이 그 시작일가?

중요한 것은 근대가 탄생할 수 있도록 수많은 사상가들이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18세기, 북유럽의 아테네로 불리던 스코틀랜드는 문화, 예술, 사상이 융성했던 지역으로 그 중 에든버러가 매우 돋보였었다.

에든버러는 17세기 스코틀랜드 지식인들의 집결지로 그 중심에 에든버러대학이 있었다.

당시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흄은 직접 교수직을 맡지 않았어도 현직 교수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의 사상을 발전시켰다고 볼 수 있다.

애덤 스미스는 14살에 글래스고대학에 입학하여 프랜시스 허치슨 교수 문하에서 도덕철학을 공부했다.

이후 28살이 되던 해 모교에서 도덕철학 과목 교수로 부임하였다.

그러다 1763년 글래스고대학을 떠나 버클루 공작의 가정교사가 되어 교수 시절보다 안정적인 보수를 받으며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잉글랜드와 대륙 각지를 여행하며 여러 지식인들과 교류하면서 지식과 사상을 넓혔고 이 시기의 경험과 사색이 그의 국부론에 많은 영향을 끼쳤었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시장 만능주의 또는 자유방임주의를 옹호할 때면 경제학의 아버지인 애덤 스미스를 꼭 언급하지만 간혹 개인의 탐욕을 예찬했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18세기 스코틀랜드의 사회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6세기에 시작된 종교 개혁이 지식 사회에 끼친 영향부터 먼저 알아야 한다.

200여 년 먼저 태어났던 존 녹스는 로마 가톨릭의 사제로 프랑스에서 장 칼뱅에게 배움을 받고 스코틀랜드로 돌아와 갖은 박해를 무릅쓰고 종교 개혁 운동을 일으켰다.

존 녹스가 창시한 프로테스탄트 장로교단 내에서 중도파 목사들은 동일한 기독교 전통에 속해 있어도 세속화와 문명화의 가치를 수용하는 특이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태도가 특이할 수밖에 없는 게 고전적인 기독교의 교리에서 피조물인 인간은 신의 뜻에 따라 행동해야 하고 금욕, 절제를 추구하고 하나님의 나라에 들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자세를 지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상과 가치들을 수용하다니! 이는 전통 기독교 교리 관점에서는 어쩌면 이단에 가까운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중도파 목사들은 계몽주의 철학과 발전된 과학 지식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18세기에 이르러 대다수 스코틀랜드 지식인들이 진보적 세계관을 아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애덤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를 두가지로 특정 짓자면 앞서 말했던 스코틀랜드 종교 개혁과 세계관의 변화가 첫번째 현상이다.

두번째 현상은 무엇일까? 바로 상업의 융성이다.

물론 고대나 중세에도 상업은 있었지만 사회에서 중심적인 지위를 부여받지 못했었고 상인은 둘째치고 상거래에 꼭 수반되는 대부업자들의 활동은 사회적으로 경멸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제와 군주들은 상인을 통해 물자를 조달해야만 했고 돈이 필요했기에 대부업자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결정적으로 십자군전쟁을 통해 상인들의 군수물자 교역이 급증하면서 근대 상업 사회가 형성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때, 상업 사회가 도래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지닌 society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는 상업의 융성에 따른 개인의 발흥은 보았어도 기계 발전과 대기업 조직의 등장이 몰고 온 미래는 볼 수 없었다.

그가 경험한 경제는 기본적인 도구 혹은 인력에 의존한 원시적 기계가 투입된 곡물 경제나 장인 경제였기에, 이 점을 꼭 알고 애덤 스미스의 생각을 읽어야 한다.




생각 - 국가


중세, 로마 가톨릭 전통 사회에서 게르만 야만족으로 분류되었을 정도로 낙후되었었고 대항해 시대에서 다른 유럽 국가들이 바다로 향했을 때도 소극적이었고 영구처럼 근대 산업혁명의 최초 본원지가 되지도 못했었던 나라가 있다.

바로 독일이다.

그러나 1440년경 마인츠에서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소가 개업하였고 1517년 교회 벽에 마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이 붙었던 사건만으로도 미국과 영국에 비해 뒤쳐져 있던 모든 역사를 만회하고도 제칠 수 있을 정도로 인류사에 큰 영향을 끼쳤었다.

그래서인지 독일은 서구 역사에서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확연히 구분되었었다.

그뿐만인가. 18세기 후반에 들어서 베토벤, 괴테, 칸트, 헤겔을 배출해 클래식 음악과 낭만주의 문학, 이상주의 철학을 주도하였었다.

20세기에 히틀러의 등장으로 인류사에 죄악 국가라는 오점을 남기기도 했지만 1991년 통독 이후 1993년 유럽연합 창설 전후, 2010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에도 독일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항상 굳건하기만 했다.

즉, 튼튼하고 단단하다라는 이미지가 그냥 생긴 것이 아니라는 소리다.


독일은 개인보다 국가를 중시하는 사상이 강세를 보였는데, 우리가 이에 주목해야 할 인물이 바로 프리드리히 리스트이다.

애덤 스미스가 국가의 부와 번영을 이루기 위해 개인의 자유와 능력이 중요하다고 보았다면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국가 시스템이 한 나라의 번영을 달성하는 큰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였다.

가죽 염색업을 영위한 아버지는 리스트가 자신의 가업을 승계해주기를 바랐지만 어린 리스트는 아버지의 뜻과 달리 관청에 회계원으로 취업하게 되고 이후 1817년에 튀빙겐대학의 행정학 교수로 취임하게 된다.

1820년에는 뷔르템베르크주 주의원으로 선출되어 기존 사법 및 행정 제도를 세게 비판했다가 재판에 회부되어 징역 살이를 선고받기도 했다.

이를 피해 해외로 도피했지만 결국 체포당했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고선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펜실베니아 지역에 정착한 그는 농장 경영, 신문사 운영, 탄광 개발 등에 참여하며 미국의 다양한 기업가와 지식인들을 만나게 되었고 이 때 경제 문제를 이해하는 눈을 갖게 된다.

그러나 말년에 연이은 사업 실패로 인해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훗날 리스트의 저서들은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특히 「정치경제학의 국가 시스템」은 그의 사상이 가장 잘 집약되어 있다.


리스트가 말하고자 하는 Nation은 특정 권력 기구와 정치 체제에 속한 사람들의 집단, 영토의 구획, 혈통의 계보를 넘어 그 안에서 공유하는 관습, 도덕, 규범, 지식 수준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여담이지만, nation의 뜻이 이렇다보니 어떤 한국어를 쓰더라도 이 의미를 근사하게 반영할 수 있는 단어가 없다.)

독일 역사주의 학파에 속했던 리스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일 역사주의의 성격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역사주의는 분석하고자 하는 사회가 처한 역사적/사회적 특수성에 바탕을 두고 분석해야 하며, 이 특수성을 무시한 보편적 원리만으로 탐구해서는 결코 사회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즉, 헤겔이나 마르크스의 역사철학과는 전혀 성격이 다름을 의미한다.

독일 역사주의는 세상의 전개를 일방향으로 보지도 않았고 종말론에 강박당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육한 특질과 역사 속 특수한 경험들을 이해해 교훈을 도출시키는 것이 올바른 역사 연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독일 역사주의가 보편성을 완전히 무시한 것은 아니었지만 역사와 사회의 특수성, 개별성에 초점을 두었다.

리스트는 개인이 진정한 개인으로 성립하기 위해 개인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가 속한 공동체 안에 적절한 조건들이 구비되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가 이 조건들을 무시하고 국가의 부가 자유로운 개인들로부터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라 묘사했으니 리스트는 자연스레 그의 주장을 문제삼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무리 우수한 잠재력을 지닌 개인이라도 국가라는 최고의 통일 형태가 뒷받침되어 주지 못한다면 개인의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예컨대 미국 역시 개인들의 노력만을로 국가의 융성을 달성한 것은 아니었다. 국가와 정부의 현명한 개입 덕분에 국가의 융성을 달성할 수 있었다.


"나는 아름다운 문장을 작성하고 싶지 않았다. 문체의 아름다움은 민족 경제학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민족경제학 저서에서는 장점이 아닐 뿐 아니라 결함인데, 불건전하거나 약한 논리를 덮고 궤변적 논변을 근원적이고 생각이 깊은 곳으로 통하게 하는 데 오용되는 일이 드물지 않은 것이다. (중략) 예리한 감각이 있어 보이는 연역, 과장된 문구들, 그리고 꾸민 말투를 쓰는 사람들은 오직 사물의 본성을 근원적으로 들여다볼 예리한 감각이 결여된 자들, 스스로 명확하지가 않아서 남에게도 명확히 전해줄 도리가 없는 자들뿐이다."




최근 읽었던 책들만 봐도 주요 인물들이 자연스레 겹쳐 책 읽는 내내 지식의 폭이 확장되고 있음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었다.

경영/경제서 혹은 인문서를 놓치지 않고 본다면 아마 책에 나온 인물들의 절반 이상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세계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들만 모아놨기에 추천하고 싶다!


항상 연말이 되면 새해 계획을 세우곤 하는데 올해는 그 계획을 1월 1일에 세웠었다.

올해 독서 계획은 '선명하게 남을 수 있도록'이라는 작은 목표를 세워 좀 더 체계적으로 읽고자 계획을 세웠는데 새해 첫 달부터 바쁘게 일하느라 서재에 앉을 시간이 없었다.

서재에 앉지를 못해 기록에 남길 수만 없었던 것이지, 여느 때처럼 1월달도 빽빽하게 독서는 했으니 올리고 싶은 책들은 매우 많다.

이제야 마음 편히 서재에 앉아 보니 벌써 2월도 사나흘밖에 남질 않았다.

하아, 서평 방식을 바꿀까 고민중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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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철학 필독서 50 - 플라톤부터 마이클 샌델까지 2500년 철학 명저 50권을 한 권에 필독서 시리즈 2
톰 버틀러 보던 지음, 이시은 옮김 / 센시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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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우리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학문 중 하나가 바로 철학이며 근본적인 문제를 다룰 때 꼭 필요하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저명한 이들의 말을 한 권으로 뭉쳐 그들의 핵심 사상과 대표 저작의 정수를 한 번에 볼 수 있게끔 해주는 책이 있으니, 바로 『세계 철학 필독서 50』이다.


저자, 톰 버틀러 보던은 인성계발 분야에서 주목받는 전문 집필가이다.

런던경영대학과 시드니대학을 졸업했으며 영국과 호주를 오가며 꾸준히 집필과 세미나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자기계발 및 성공철학에 대한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첫 번째 책인 『내 인생의 탐나는 자기계발 50』은 ‘가능성의 학문에 결정적인 길잡이가 됐다’는 호평과 함께 벤야민 프랭클린 상을 수상했으며 《Forward》지가 선정한‘올해의 책’에 뽑혔다.

자기계발과 성공철학, 심리학, 영혼을 울리는 고전 등 인간의 삶에 뿌리를 두고 있는 학문 분야의 명저들을 가려 뽑고 그 안내서를 만들기 위해 수백 권의 책을 읽고 분석하는 데만 10여 년을 보냈다.

이후 『내 인생의 탐나는 영혼의 책 50』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큰 반향과 함께 전세계 17개 언어로 번역 출판되었다.




철학은 인간의 활동 중에서 가장 숭고하면서도 가장 사소한 것이다. 가장 작은 틈새에서 작용하면서도 가장 넓은 전망을 열어젖힌다. 철학은 흔히 하는 말로 '밥을 먹여주지는 못하지만', 우리의 영혼에 용기를 불어넣는다. 철학의 태도, 그 의심과 도전, 궤변과 변증법이 일반인에게는 종종 불쾌해 보일 수 있어도, 철학이 전 세계의 관점에 두루 비추는 그 환한 빛 없이는 어느 누구도 살아갈 수 없다, _윌리엄 제임스의 《실용주의》중에서




♣ 신학 교과서이자 중세 스콜라 철학을 대표하는 저작,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철학자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몇 명이 있는데 그 중 한명이 바로 토마스 아퀴나스다.

스콜라 철학의 정수라고도 불리는 《신학대전》은 집필에만 10년이 걸렸다고 전해진다.

스콜라 철학은 기독교 신학에 중심을 둔 철학 사상으로, 스콜라에서 가르치던 교사인 스콜라스티쿠스를 중심으로 연구가 이루어져 스콜라 철학이라 이름이 붙여졌다.

중세 초기, 모든 철학자가 신학자나 성직자였기 때문에 신학은 모든 핵심적인 질문을 끌어안아 심리학보다 더 앞서서 인간의 행동을 포용했다.

《신학대전》에서 토마스 아퀴나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론을 바탕으로 인간 영혼 안에 지성이 포함될 수 있으며 지성을 지닌 인간의 영혼은 불멸한다고 주장했다.

세상을 만든 것은 신이지만 세상을 완성하는 데 인간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것이다.

또한 세상은 신의 사랑으로 생겨났고 윤리적이고 충실한 삶을 통해야만 신에게 되돌아갈 수 있다고 말하며 오로지 신학만이 세상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신학 없이 철학만으로 충분한 것일까?

"인간의 이성을 초월하는 어떤 진리가 신의 계시를 통해 인간에게 전해지는 것이 인간의 구원에 필수적이다."

아퀴나스는 인간은 행복을 원한다고 하지만 그 행복이 무엇으로 이루어지는 것인지는 잘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장 원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해도 이 세상의 모든 것이 행복의 대용물이고 진정한 행복은 신을 가까이 하는데서 얻어진다고 덧붙였다.


【토마스 아퀴나스, 신 존재 증명의 5가지 길】

1. 세상 모든 것은 운동하고 있으며, 다른 무언가에 의해 움직인다. 모든 운동은 가능태가 현실태로 바뀌는 것이지만, 애초에 현싩채에서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 무언가가 없었다면 이런 운동은 일어날 수 없다. 우리는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인과관계의 사슬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겠지만 무한대로 계속할 수는 없다. 최초에 다른 것들을 움직이게 만든 '제1운동자'가 존재해야만 하고, 그것이 바로 신이다.

2. 어떤 것도 스스로를 생겨나게 할 수는 없다. 그리고 만약 어떤 것을 생겨나게 한 원인인 없다면 결과도 없을 테니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것이 최초의 원인에서 나온 결과임을 의미한다.

3. 아무것도 존재한 적이 없다고 가정해보자. 인과법칙에 따르면 이 가정은 지금도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그렇지만 만물은 존재하며, 만물의 존재가 가능하려면 반드시 다른 모든 것을 존재하게 만든 최초의 존재가 있어야만 한다. 우리는 이것을 신이라고 이해한다.

4. 사람을 비롯해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크고 작은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은 선하고 진실하고 고귀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다. 그렇지만 우주의 각 개체는 어떤 '최대치'와의 비교로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물체의 뜨거운 정도는 열의 최대치인 불과의 비교로 측정된다. 윤리의 관점에서도 가장 선하고 진실되고 고귀한 것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모든 분류에는 궁극적 수준이 있어야 하고, 그 궁극적 수준이 그것을 분류하는 원인이 된다. 인간의 관점에서 우리에게 선하거나 진실한 것은 절대적인 관점에서 선하고 진실하고 완전한 존재로 말미암아 생겨난다. 이 존재가 바로 신이다.

5. 지능이 없는 사물은 예측 가능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움직이지만, 그 배후에 어떤 지적인 존재가 없다면 이런 움직임이 발생할 수 없다. 마치 날아가는 화살 뒤에는 항상 화살을 쏜 궁수가 존재하는 것과도 같다. 이 논리에 따르면 이 세상 자체가 어떤 지적인 존재의 지시로 움직이고 있으며, 이 존재가 바로 신이다.


신과 인간의 관계는 무엇일까?

모든 것은 선한 쪽으로 기울게 마련이며, 인간은 영혼과 육체의 결합체이자 그들의 영혼은 유일하고 나눌 수 없다.

" 인간은 영혼과 육체의 결합체이자 물질세계의 일부로서 자연히 영적인 '보편성'보다는 그들 주변의 일들과 개인적인 목표에 중점을 둔다. "

우리는 믿음을 통해 실제로 무엇이 진실인지를 알게 되는데,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바로 사랑이다.

즉, 신이 궁극적인 완전함을 우리에게 드러내는 순간 은총을 통해 신성하게 강화되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미덕과 좋은 습관을 실천하면서 자신의 뜻을 신의 뜻으로 대신하게 되고 이러한 노력을 통해 진정한 행복의 유일무이한 근원인 신에게로 돌아가게 된다.

신을 직접 목격하는 더없는 행복, 즉, 지복지관이 바로 아퀴나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영원히 남을 철학적 명제의 탄생, 「데카르트의 《제일철학에 관한 성찰》」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근대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며 합리주의 철학의 길을 열었던 데카르트가 남긴 말이다.

르네 데카르트는 프랑스 철학자로 철학 뿐만 아니라 과학, 수학에도 지대한 공헌을 남긴 인물이다.

《제일철학에 관한 성찰》이 그의 대표 저작으로 앞서 말했던 유명한 철학적 명제가 바로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명제로 인해 우리는 신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의 사고에 접어들게 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고의 전환이나 전복이었다.


데카르트는 우리가 믿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 거짓이라 생각했으며, 잘못된 생각을 시정하고자 했다.

"학문에서 무엇이든 확고한 것을 정립하려면 일생에 한 번은 모든 것을 뒤집어엎고 최초의 토대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천문학, 의학 같은 자연과학은 관찰과 측정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신뢰할 수 없으며 기하학과 수학처럼 세상 어떤 존재에도 기초하지 않는 학문을 신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추상성때문에 항상 옳지만 계산 오류를 저지르는 것을 감안하면 모든 수학적 판단의 정확성 역시 의심해봐야 하기 때문에 학문에서도 확고한 지식이 존재한다고 말할 순 없다.

이렇듯 데카르트는 우리가 일부 지식에 호도당하거나 속고 있다면 그런 속임을 당하는 '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로부터 내가 하나의 실체고 그 본질 혹은 본성은 오로지 생각하는 것이며, 존재하기 위해 아무런 장소도 필요 없고 또 어떤 물질적 사물에도 의존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인간의 본질은 생각하는 존재이다.

판단이 잘못되었다 해도, 사실이라고 인식하는 것에 속고 있더라도 우리가 인식하고 의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수 없다.

그래서 데카르트는 결론에 도달하기에 이른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 개인주의에 바탕을 둔 자유주의의 교본이자 민주주의 입문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쌍벽을 이루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개인의 자유와 국가의 개입 범위를 논하고 있다.

존 스튜어트 밀은 남에게 직접적 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개인은 그 어떤 생각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현대 자유주의 사상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양적 공리주의를 질적 공리주의로 발전시켰다.


직접적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 자유가 보장된다면 개인의 삶이 한층 밝아지고 다양한 의견이 교류됨으로써 사회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고 밀은 믿었다.

즉, 자유가 확대되면 개인의 삶과 사회 전체 영역에 혜택이 돌아가므로 법과 사회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의 자유론은 벤담으로부터 계승한 공리주의 사상을 기반으로 한다.

밀이 주장한 자유는 교양있고 도덕적으로 성숙해야만 의미있고 가능했기에 이를 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물질적 쾌락보다 정신적 쾌락을 추구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밀의 자유란 끝없는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개별성의 확대이다.

국가 권력이 확대될수록 개인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경향이 있어 밀은 개인의 자유와 국가의 통제 사이에서 올바른 균형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 고민의 과정이자 답변을 수록한 것이 바로 《자유론》이다.


밀은 많은 국가들이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정작 민주주의 국가가 국민의 진정한 자유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물론 국민이 선출한 통치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전히 사회 내 소수 집단을 탄압하고 있었으니, 이른바 다수의 횡포였다.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적 질문은 사회 통제 요구와 개인이 원하는 대로 믿고 생각할 자유를 어느 선에서 조화시키느냐였다.

밀은 많은 소수 집단들이 지배 집단이 될 수 없는 것을 알고 종교적 자유를 법제화하기 위해 싸운 후에야 종교적 자유가 법으로 보장되었다고 말했다.

인간은 편협하기에, 사회에서 다양한 입장들이 부딪히며 서로가 지배 세력으로 군림하는 것을 경계할 때에만 비로소 관용적 정책이나 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밀은 이러한 생각을 종합하여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위해 원칙'을 만들기에 이른다.


【위해 원칙】

문명사회의 모든 구성원의 의사에 반해 권력을 행사하더라도 정당하게 인정되는 유일한 목적은 그들이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지 못하게 막으려는 경우뿐이다. 그 사람 본인을 위해서라는 것은 물질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정당화의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그에게 좋다든가, 그렇게 하는 것이 그를 더 유익하게 할 것이라든가, 그렇게 하는 것이 남들 보기에 현명하거나 심지어 옳다는 이유로 어떤 사람에게 그렇게 하도록, 또는 그렇게 하지 말도록 강제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정부나 사회 집단도 국민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란 명분으로 국민에게 법을 시행할 수 없다.

어떤 시민의 행위가 명백히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시민은 그 행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밀은 말한다.

"오로지 자신만 관련된 경우 그의 인격의 독립은 당연한 것이고 절대적인 것이다. 자신에 대해, 즉 자신의 신체와 정신에 대해 각자는 주권자다."




니체는 말하길, 철학은 만물의 총체성을 고려하기 위해 생긴 유일하면서도 진정한 메타 학문이라고 했다.

버트런드 러셀은 더 많은 사실을 알아내는 것이 과학의 임무라면, 철학의 역할은 과학을 들여다볼 수 있는 유효한 개념과 법을 정립하는 것이라 했다.


철학이란 그리스어로 사랑과 지혜가 합쳐진 말로 무엇을 알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철학에서 시작된다.

경험주의와 유물론, 합리주의와 관념론으로 크게 구분하여 대표되는 철학자들을 보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철학은 답이 없다. 모두의 가치관으로 이어진다지만 결국은 개인의 가치관과 편견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아야 한다.


철학은 어느 한 곳에 국한되어 있지 않으며 본질적인 물음을 담고 있다.

대학교 때 교양과목으로 철학을 수강했었다.

사실 가벼운 마음으로 수강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꼭 한번쯤은 들어보고 싶었기에 택했었는데 '가장 생각을 많이 하게 한 수업 베스트 5'였던 것 같다.

철학이 무엇인지를 기술해보라며 빈 종이 몇 장을 주셨었는데 당황 그 자체였다.

일단은 머릿 속으로 목차를 만든 뒤에 대표적인 사상과 철학자들로 분류한 후 차근차근 종이에 써내려갔다.

종이 두장 빼곡하게 채울 정도로 써내려가는 나의 손에 내심 스스로 흠칫하기도 했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끊임없이 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철학이며 모든 분야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에 학문적 지식은 물론 개인적 소양에도 적용시킬 수 있다.

우리의 삶 자체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혜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인문서를 읽는 이유 중 하나인 것이다.

『세계 철학 필독서 50』는 꼭 알아야만 하는 사상과 철학자들로만 구성되어 있어 책장 바로 앞에 꽂아놓고 틈나는대로 읽어볼 것 같은 그런 책이었다.


철학은 우리에게 다른 모든 지식을 바라보는 기본 틀을 제시한다. 아울러 보다 새롭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생각하고, 존재하고, 행위하고, 인식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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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22-12-19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엄 촘스키는 반가우면서도 의외로군요. 아니, 반가우면서도 놀랍습니다!

하나의책장 2023-02-24 20:57   좋아요 0 | URL
오오, 그러셨나요?^^
전 생각보다 촘스키에 관련된 책을 많이 읽지 않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짤막하게나마 정리된 그의 사상을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음 달에는 촘스키와 관련된 책 좀 읽어봐야겠어요ㅎ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yamoo 2022-12-23 1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철학자 50인 선정한 철학사 책은 꽤 됩니다. 저도 몇 권 가지고 있는데, 거의가 비슷비슷 합니다~
주제별이나 인물별이나 내용은 비슷하더이다~

하나의책장 2023-02-24 20:5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비슷한 책 한 권을 전에 읽었었는데 기존에 읽었던 인물과 관련된 내용은 비슷비슷했어요^^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벌써 마흔이 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 42
김혜남 지음 / 메이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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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정신분석 전문의로, 두 아이의 엄마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로 바쁘게 살았던 저자였는데, 그런 그녀가 마흔세 살에 파킨슨병을 진단받게 된다.

청천벽력같은 진단에 아무 것도 안 한 채 천장만 바라보며 한 달을 보냈지만, 아직 죽은 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고 미루었던 일들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가 그간 살아오면서 깨달은 인생의 진리를 우리에게 말해주고자 한다.

과연 그녀가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저자, 김혜남은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립 정신병원(현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12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했다.

경희대 의대, 성균관대 의대, 인제대 의대 외래교수이자 서울대 의대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김혜남 신경정신과의원 원장으로 환자들을 돌보았다.

베스트셀러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를 비롯해,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당신과 나 사이》, 《보이지 않는 것에 의미가 있다》 등 10여 권의 책을 펴내 130만 독자의 공감을 얻었다. 또한 2006년 한국정신분석학회 학술상을 받은 바 있다.




명색이 정신분석 전문의로 30년 넘게 일해 오며 수많은 환자들을 치료해 온 사람으로서 이처럼 못난 모습을 보이게 될 때마다 부끄럽기 그지없지만 나는 그런 나를 용서하기로 했다. 하루를 돌아보고 반성하면서 내일부터는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하는 나 자신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스스로를 닦달하지 말고, 매사에 너무 심각하지 말고, 너무 고민하지 말고, 그냥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지금껏 열심히 살아온 당신은 충분히 즐겁게 살 자격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당신은 늘 응원할 것이다.

정신분석가인 융의 표현을 빌자면 마흔에는 마음에 지진이 일어난다. 나 또한 마흔이 넘었을 때 마음에 지진이 일어났다. 그래서 그럴 때 어떻게 무너지지 않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나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마흔에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을 추려 정리한 이유다.

하루하루 잘 버텨 내고 있지만 가끔은 힘들고 외로운 당신에게 내 이야기가 조그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_저자의 말




Ⅰ 30년 동안 정신분석 전문의로 일하며 깨달은 인생의 비밀


"파킨슨병입니다."

2001년 2월, 강의가 있던 어느 날 저자는 파킨슨병 진단을 받게 된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생산하는 뇌 조직 손상으로 인해 손발떨림과 근육 경직 그리고 행동이 느려지고 말이 잘 나오지 않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대개 65세 이후부터 나타나는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는데 저자는 고작 마흔세 살이었다.

아직까지 치료법이 없어 희귀성 질환으로 분류되어 발병 후 15-17년 정도 지나면 사망하거나 심각한 장애가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즉, 저자가 60세 전에 끝난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의사여서 어떤 병인지 잘 알았기에 더 끔찍하게 다가와 꼼짝도 안 하고 침대에 누워 한없이 천장만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정신이 번쩍 들게 된다.


'아니,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나는 그대로인데, 단지 달라진 게 있다면 내 미래가 불확실하고 현재가 조금 불편해진 것밖에 없는데,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거야? 내가 왜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망치고 있는 거지?'


아직 오지도 않은 시간인데, 벌써부터 걱정하느라 침대에 누워 하루하루를 허비하는 것이 얼마나 아까운지 저자는 문득 깨닫게 된다.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불행이 닥쳐오곤 하는데, 신이 아닌 이상 그것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 후의 시간은 오롯이 내가 만드는 것이기에 내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다.


똑같은 12년이라도 그 결과가 확실히 다른 것처럼…… 그것이 내가 2001년 2월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깨달은 삶의 진실이다.


병이 조금식 악화되어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도 미뤄뒀지만 결국 증상이 악화되는 바람에 저자는 병원 문을 닫고 요양을 위해 제주도로 내려오게 된다.

나홀로 선흘리에 있는 한 집에 머물며 치료에만 집중하니 조금씩 호전되는 기세가 보였다.

그러나 잠시뿐이었다. 점점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진 것이었다.

어느 날, 화장실을 가려고 하는데 내 다리임에도 불구하고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자 이대로 실례를 해야 하나 싶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다 화장실 문을 바라보는 대신 발을 가만히 쳐다보았고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 천천히 떼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움직이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2초 만에 갈 수 있는 화장실을 5분 걸려 도착했지만, 도착해서 볼일 봤으니 목적은 달성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저자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아, 한 발짝이구나.'

먼 곳을 쳐다보며 걷는 게 아니라 지금 있는 자리에서 일단 한 발짝씩 떼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것이 시작이며 끝인 것이다.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씩 떼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Ⅱ 환자들에게 미처 하지 못한,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


일곱 살 난 꼬마는 빨리 자라서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몰랐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를 만나 물어보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어른이 되나요?"

"기다려 봤니?"

"아니요."

꼬마는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된 뒤 꼬마는 다시 어린아이로 되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어릴 적에는 신나고 재미있는 일들이 훨씬 더 많았으니까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장점이자 단점이 있다.

어릴 때는 마냥 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수식어가 많이 붙을 정도로 꿈이 많았다.

그러다 한 살, 두 살 먹고 나니 현실을 깨닫고 그저 돈만 많이 버는 것이 최고구나라는 생각에 이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다고 해서 아이 때 느꼈던 달콤했던 모든 순간들이 사라지진 않는다.

어른으로서의 지혜와 힘을 가진다 해도 '건강한 어른'은 어린아이로 되돌아 갈 수 있어야 한다.

건강한 어른은 떠날 수도 있고 혼자 남겨질 수도 있어야 하며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겨 사랑도 하고 기댈 수도 있어야 한다.

자신이 사랑스럽고 가치 있으며 성실하다고 느껴야 하며 늘 흔들리지 않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무기력하고 나약한 사람이 아닌 자기 인생을 결정짓고 책임질 줄 아는 씩씩하고 능동적인 사람이 되어야 하며 여러 각도에서 인생을 폭넓게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양심과 죄책감을 느끼고 후회하는 능력과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하며 원하는 것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배우고 이룰 수 없는 것은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결국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이 바라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어린 시절의 전지전능함을 포기해 가는 과정인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 적응하고 꿈과 현실 사이의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것이 슬픈 것만은 아니며 오히려 수많은 한계 속에서 선택하고 만들어 가는 자신의 인생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으면 한다고 말이다.


'왜 그렇게 바보같이 굴었을까.'

돌이켜 보면 후회되는 일이 참 많다. 최선을 다했다해도 후회되는 일 한 두개는 품고 사는 게 인생이다.

후회는 고통스러우면서도 달콤하다.

과거 실수만 아니었어도 크게 달라졌을 현재를 가정법으로 상상함으로써 자존감을 회복시키고자 하는데에 있으니, 현재와 미래보다 과거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이다.

저자가 정신과 전문의로 일할 때이다.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 몸이 성할 날이 없었다는 한 환자가 있었다. 그런데 성장하여 결혼해서도 폭력적인 남자와 만나 결혼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를 둔 여자가 알코올중독자인 남자를 만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 '과거'라는 우주복을 입고 살아가는 사람들로, 내면의 상처 입은 어린아이가 성장하고자 몸부림치고 있기에 도돌이표처럼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

문제의 원인을 알게 되면 그 문제로부터 거리 두기가 가능해진다.

과거 속에서 살 것인가, 현재를 있는 그대로 직시할 것인가.

현재의 고통이 과거에서 연결되었음을 아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으니, 마음 속엥서 어떤 일이 일어났기에 지금과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

과거의 일이 지금의 심리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과거의 슬픔을 인정하고 슬픔을 이겨 낸 자신을 대견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 믿는다면, 새로운 방식으로 사는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분명 행복해질 것이라고.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러니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그냥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정신분석 전문의로, 두 아이의 엄마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그녀에게 닥친 파킨슨병.

그리곤 그녀는 깨닫게 된다.

스스로를 닦달하며 살아보니 정작 누려야 할 삶의 즐거움들을 너무 많이 놓쳐 버렸다는 사실을.

더 충격적인 것은 자신이 없는데도 세상은 멀쩡하게 잘 돌아간다는 사실을.

아직 죽은 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고 미루었던 일들을 하기 시작하다 그간 살아오면서 깨달은 인생의 진리를 한데 모은 것이 바로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이다.


어린 시절 수영장에서 놀다 발을 헛디뎌 물에 빠져 큰일날 뻔한 적이 있었다. 그 날 이후로 수영장을 가본 적이 없다.

중학교 때 개조된 차량이 뒤에서 치는 바람에 붕 날라간 적이 있었다. 그 날 이후로 뒤쪽에서 나는 오토바이, 자동차 소리에 저절로 몸이 떨린다.

급하게 연락을 받고 차량사고로 인해 다친 아빠에게 달려간 적이 있었다. 그 날 이후로 구급차 소리가 들릴 때면 밤에 자다가도 발작하듯이 벌떡 일어났고 구급차 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요동쳤다.

이를 포함하여 작고 큰 모든 사고들을 다 예측할 순 없었다.

그럼에도 벗어나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하며 애쓰고 노력하였다.

과거에 머물다 보면 그 굴레에 갇혀 계속 허우적거릴 뿐이고 일단은 하루하루 보내는 게 가장 중요한 게 아닌가.


"나는 평생 생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헤맸다. 그러나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어떤 길이 정답인지 우리는 알 수 없기에,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다.

어떤 길로 가는 게 맞을지 모르지만 내가 선택한 길을 나의 길, 정답의 길로 만드는 것은 결국 내 몫이다.

완벽한 사람도, 완벽한 순간도 없다.

즉, 완벽한 때를 기다릴 필요는 없다. 빈 구석이 많은 것이 삶이고 이를 채우는 재미로 사는 것 또한 삶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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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 2022-11-27 2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열심히 살다가 저렇게 또 병을 얻으면 얼마나 억울할까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고 얼마나 억울했을까 막 그런 마음이 드네요 그걸 어떻게 견뎌냈는지가 너무 궁금하네요

2022-12-16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