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만한 삶, 존엄한 죽음 -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서 삶의 의미를 배우다 삶과 이야기 2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나, 책과 마주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한 가지는 확실히 압니다. 원하는 것을 전부 얻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필요한 것은 항상 얻을 것입니다. _저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세계 최초로 호스피스 운동을 일으켰던 저자는 병원에서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정신과 진료를 맡았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그녀는 삶과 죽음에 대한 자세, 생각들을 수많은 강연회와 책들에 녹여냈다.
(내 기억으론, 타임지에서 선정한 20세기 사상가 중 한 명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나는 「인생 수업」과 「상실 수업」에 이어 『충만한 삶, 존엄한 죽음』을 읽게 되었다.

『충만한 삶, 존엄한 죽음』은 네 편의 강연을 담은 강연집으로, 정신과 의사로서 마주했던 죽음을 앞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에 관한 자세나 지혜에 대해 듣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두 편의 영화가 자연스레 생각났다.
첫번째 영화는 바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이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주인공 맥 머피는 범죄자로 교도소에서 정신병원으로 후송된다. 그는 규율에 맞춰졌던 교도소보다는 정신병원이 훨씬 자유로울 거라 생각해 그런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오산이었다. 어쩌면 교도소보다 더 힘든 곳이었다. 병원에 있는 환자들 모두가 큰 문제 없어보여도 교도소 이상으로 압력을 행사하는 곳이기에 그 압력에 찌그러져 정신이 죽은 사람들처럼 지내고 있던 것이었다.
맥 머피는 환자들을 이끌고 반항을 시도하게 되지만 실세인 간호원에게 전혀 먹히질 않았고 꼭 정신병원을 탈출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영화 속 정신병원에서의 의료진들은 그들을 정신 나간 '것'으로 대한다. '것'으로 표현한 것은 의료진들은 그들을 '사람'이라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17호 정신분열증, 20호 조울증이란 명칭으로 환자들을 부르지 않고 각자의 이름으로 불렀다고 한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파악하며 다가가려 노력했고 그들도 그녀에게 차츰 반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희망없다고 생각했던 그들이 건강하게 퇴원했다는 것이었다.
향전신성 약품과 전기충격 치료보다 더 나은 것이 존재하다는 것을 이 때 느꼈으며 진정한 사람과 보살핌이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두번째 영화는 바로 「미 비포 유」이다.
내게 한 외장하드가 있는데 영어공부용이자 TV 보지 않는 내게 볼거리를 주는 용이라 할 수 있다.
외장하드 속에는 CSI 전편, CHICAGO 시리즈 등 미드와 Me before you, Midnight in Paris, The Intern과 같은 영화들이 들어있다.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Me before you」는 종종 보는 편인데 볼 때마다 그렇게 눈물이 난다.
마지막 장면에서, 윌이 루이자에게 그런 말을 남긴다. _Live boldly, Clark. Push yourself. Don't settle.
그 말이 내게는 꽤 인상깊었었는지 그 영화를 보고선 영화관에 나왔을 때도 그 말이 계속 떠올랐다.
사업가였던 윌은 불의의 사고로 인해 전신마비 환자가 되었고 그 사건으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뀌어버린 윌은 스스로 세상과의 이별을 준비한다.
한편, 다니던 카페가 문을 닫게 되자 돈이 필요했던 루이자가 직업소개소에서 소개받아 6개월 동안 윌의 임시 간병인을 맡게 된다.
솔직하고 밝은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패션 감각을 지닌 매력적인 루이자에게 차츰 반하게 되었고 루이자 또한 윌이 마음을 열자 그렇게 6개월 동안 함께 하는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긴다.
루이자는 윌의 선택을 바꿔보려 했지만 윌은 그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그녀의 곁을 떠나게 된다.
요즘은 안락사에 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음을 느낀다. 물론, 아직도 사람의 목숨을 끊어내는 것은 잘못되었다며 안락사에 대한 반대도 꾸준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찬성하는 이들도 많아 아직까지도 안락사에 관련된 문제에 관해 의견이 분분하다.
세상이 바뀌면서 우리는 후천적인 요인에 의해 불치병과 같은 많은 질병들을 앓고 있다. (아이들 또한 선천적으로 질병을 가지고 태어나기도 하는데 이 또한 환경의 영향도 있다.)
대개 우리는 쳇바퀴 도는 반복된 일상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데 동시에 '(세상에) 남아있는 날'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허나 불치병에 걸리거나 말기암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세상에) 남아있는 날'을 디데이로 놓고 살아간다.
그 고통을 함부로 표현할 수도, 말할 수도 없지만, 고통을 감내하며 이 세상에서 살거나 혹은 고통없는 세상으로 떠나는 것에 대한 선택은 그들의 몫이고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결정의 책임은 그 혹은 그녀가 대신 지어주는 것이 아닌 오롯이 본인의 몫이기에.
어렸을 때, 본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이었는데 암 환자가 그런 말을 했었다. _'나같은 사람은 (죽을) 날을 받아놓고 사는 거야. 그래서 남은 하루하루 소중해. 근데 이 고통에서 얼른 벗어나고 싶어.'
이 세상에서 '생명체'로서 기회가 주어지게 되면 삶과 죽음을 꼭 겪어야 한다.
죽음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삶을 받아들였기에 지금 이렇게 살아가는 것인데) 생명체로서 꼭 겪어야만 할 '죽음'을 인지하고 죽음을 맞닥뜨리기 이전에 후회없이 삶을 살아가야겠다는 그 자세를 마음 속에 품고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죽음을 떠올리면 끝이 없는 어둠과 두려움 등을 생각하게 된다.
허나 저자는 죽음이 꼭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 육체는 진정한 자아가 머무는 단순히 집에 불과하며 죽음의 과정에서 죽지 않는 자아가 물리적 껍질에서 해방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죽음 이후에 가지게 될 신체는 물리적 에너지가 아닌 심적 에너지로 가득 차 있을 것이라면서.
죽지 않는 자아가 물리적 껍질에서 해방되었다? 이 말을 아리송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분명 있을 터인데 저자의 경험담을 듣고나면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것이다.
어느 날, 저자는 한 초등학교 선생님에게 부탁을 받게 된다.
맡고 있는 반 아이 중 하나가 성적이 뚝 떨어졌는데 알고보니, 아이 엄마가 암에 걸려 2주 전에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상태인데 아무도 그 아이들에게 엄마의 상태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 아이 아빠도 병원과 회사를 오고갔기에 아이들 얼굴 볼 시간도 없었고 친척이란 분은 괜히 성만 냈다고 한다.
선생님도 꼭 같이 오란 조건에 따라 선생님은 아이들을 데리고 저자의 집으로 찾아갔고 저자는 아이들을 부엌으로 데리고 간다.
건강에 좋은지, 안 좋은지의 여부는 상관없이 아이들이 먹고 싶어하는 콜라와 도넛을 내주며 저자는 아이들과 대화를 나눈다.
아이들은 분명 알고 있었다. 엄마가 곧 돌아가신다는 것을. 이 때, 평소의 어른들이라면 곧 죽는다 혹은 곧 돌아가신다의 말만 하겠지만 저자는 나비와 고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엄마는 며칠 후 나비가 될 것이란 이야기를 덧붙였다고 한다.
이튿날, 병원의 허락으로 아이들과 함께 병원에 가게 되었는데 아이들은 훌쩍훌쩍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엄마 침대를 향해 뛰어가 힘껏 안아주며 엄마는 하루나 이틀 뒤에 나비가 될거라 속삭였다고 한다.
이후, 수업 시간에 로리는 칠판에 고치와 고치를 빠져나오는 나비를 그리며 반 친구들에게 엄마의 병실에 갔던 이야기, 즉,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고 반 친구들도 로리의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산더미 같은 우편물 속 어린아이가 쓴 큰 글씨가 적히 크고 노란 봉투가 눈에 띄어 열어보게 되었는데 바로 로리의 편지와 선물이었다.
'로스 박사님, 치료비를 드리고 싶어요.'로 시작된 편지와 함께 엄마가 돌아가신 후 반 아이들이 로리에게 준 위로의 편지를 선물로 보낸 것이었다.
반 아이 중 한 명은 이렇게 썼다고 한다. _'로리야. 네 엄마가 돌아가셔서 난 너무 슬퍼. 그래도 바깥의 몸만 벗은 거라고 생각해. 벗을 시간이 되었던 거야. 그럼 잘 있어.'
저자는 로리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앞서 말했듯이 죽음은 끝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덧붙여, 성숙한 어른들도 받아들이고 버티기 힘든 것이 '죽음'인데 미성숙한 어린이들은 어떨까. 부모를 혹로은 조부모를 혹은 애완동물과의 이별을 어린 아이들이 마주했다면 어른들이 오히려 솔직하게 아이들에게 감정을 털어놓고 무조건 막지만 말고 함께 이겨내는 것이 덜 힘들게 죽음을 마주할 수 있을거라 저자는 말한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아이들에게 말을 하는 것이 아닌, 말하는 쪽은 아이들이니깐.

저자의 말에 따라 어쩌면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할 수도 있겠다.
책을 읽고서 바로 리뷰를 쓰는 것인데 솔직히 리뷰를 쓰면서도 내가 제대로 리뷰를 썼나 싶을 정도로 너무 무의식의 흐름대로 쓴 기분이다.
아마 책 속 두번째 강연에서 나온 제피의 사연때문일지도 모른다. 제피의 사연을 읽는데 너무 감정이입을 해서 글에 담다보면 또 눈물이 날 것 같아 담지는 못했다.
그러다 문득 나연이의 사연이 떠올랐다. MBC 스페셜에서 방영된 [너를 만났다]라는 영상 하나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단순히 감기인 줄만 알았는데 희귀 난치병에 걸려 발병한 지 한 달만에 가족들 곁을 떠난 나연이.
미역국을 끓여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것이 엄마의 바람이었고 VR을 통해 엄마는 나연이를 만나게 된다.
짧지만 나연이에게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후-하고 초를 분 나연이의 생일을 축하해 준 엄마는 그렇게 소중한 추억을 쌓게 되고 나연이는 예쁜 나비가 되어 사라진다.
방송이 방영된 이후, 불편하게 바라본 이들도 있다고 하는데 오히려 나는 하늘에 있는 나연이에게도, 땅에 있는 나연이 엄마에게도 '행복한 기억'으로 각인되었다고 생각한다.
미국 병원은 아이들의 출입이 엄격해 로리도 엄마와 작별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건데, 저자와 병원 측의 배려로 로리와 동생이 엄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수 있었고 이는 로리와 동생이 슬픔에 휩싸이지 않고 잘 견뎌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나연이 엄마에게도 그런 기회가 아니었을까.


죽음이 끝이라 생각하면 앞서 말했듯이 끝이 없는 공포감과 두려움에만 휩싸일 뿐이며 세상에 남아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을수록 오히려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알차게가 아닌 제대로 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죽음은 없다. 죽음은 또다른 시작이다.
죽음을 이렇게 인지하고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후회없이 보내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_일을 쓰는 여자 - 우리는 어떻게 더 인정받고, 전보다 덜 흔들리면서, 마음껏 성장할 수 있을까?
마셜 골드스미스.샐리 헬게슨 지음, 정태희.윤혜리 옮김 / 에이트포인트(EightPoint)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그런 말을 직접 귀로 들을 줄 몰랐다.
꽤 지난 일인데, 서로 일을 끝마치고 언니와 오랜만에 맥주잔을 부딪쳤었다.
대기업은 아니지만 꽤 규모있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언니는 연봉도 꽤 높아 벌써 6년째 다니고 있던 중이었다.
그 때, 언니가 한숨을 포옥 내쉬기에 무슨 일 있냐고 물었더니 점심을 먹던 중 결혼 이야기가 나와 직장 상사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ㅇㅇ씨는 결혼 늦게 할거지? 이런 말 하면 남녀차별이라 하겠지만 오해없이 들어줘. 아무래도 여자는 결혼하고 출산하면 복직하기 어렵고 복직한다해도 그 텀이 있으니 승진에서 제외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언니는 커리어우먼이 꿈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이 독신주의지만 설령 결혼을 한다해도 일은 계속 할거라면서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언니에게 약 일 년 전부터 만난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독신주의인 언니에게 결혼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멋진 오빠였다.
'그래도 5년 안에는 결혼하지 않을까?'라는 말을 내비추며 결혼에 대해 호의적이었던 언니가 막상 직장상사의 말을 듣고선 고민에 빠져있었다.
그렇게 술을 마시고선 언니가 마지막에 그런 말을 했었다.
"근데 대한민국이 아니고서라도 전세계가 다 그렇겠지. 아무래도 여자가 등한시되는 건..."

물론, 남성위주의 문화가 많이 완화되었다고는 하지만 분명 실재하고 있다.
여성들이 차츰 목소리를 내는 세상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일각에서는 페미니즘으로 치부해버리고 있다.
여성들도 남성들과 같이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싶어한다. 허나 외부적인 환경에 의해 한 걸음, 두 걸음 물러나야 하는 것이 현실이며 그 과정 속에서 상처도 받는다.
그 때,  『내_일을 쓰는 여자』의 두 저자는 말한다.
그녀처럼 완벽을 추구하거나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데 과도한 에너지를 쓰거나, 전문성을 드러내려고 편안한 의사소통을 포기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말을 너무 많이 하거나, 말할 때 긴장하거나, 세부 사항에 집중하느라 중요한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어쩌면 당신의 성과를 다른 사람들이 먼저 알아주고 보상해주기를 바라며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을 수도 있다. 혹은 당신이 성취한 일을 널리 알려줄 든든한 지원군을 만들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회사에 충성심을 보여주고자 앞으로의 전체적인 커리어보다 지금 하는 일을 우선시할 수도 있다. 만약 이와 같은 행동으로 이미 손해를 보고 있다면, 혹은 앞으로 당신이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고자 할 때 이와 같은 행동이 걸림돌이 될 것 같다면, 이 책을 계속 읽어주기 바란다.
이 책은 바로 당신을 위한 책이다.


I'm not going to limit myself just because people won't accept the fact that I can do something else. _Dolly Parton

대체로 남성이 생각하는 성공과 여성이 생각하는 성공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남성이 생각하는 성공의 목표를 돈이나 지위로 생각한다면 여성은 이를 유일한 지표로 삼지 않고 그밖에 직장 생활의 만족도나 자신이 이 일을 함으로써 미치는 영향들을 목표로 세우기도 한다.
(물론 다수가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 이 부분에서 말하는 건 책 속에서 말하고 있는 과거 남녀가 생각하는 성공의 평균적인 지표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렇다해도 여성이 꼭 돈과 지위를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다. 업무에 비해 적은 급료나 낮은 지위는 분노케하기도 한다.
그러나 연봉과 지위과 높더라도 삶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면 그 일을 그만두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이 부분에서 남성과 여성의 차이점을 알 수 있는데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성은 높은 지위와 연봉을 중요시하고 여성은 실질적인 업무 경험을 중요시한다고 나와 있다.
덧붙여, 남성들은 높은 지위와 연봉을 바라보며 꾸역꾸역 일을 할 수 있는 반면에 여성들은 앞서 말했듯이 삶의 질이 떨어진다면 남성만큼 높은 지위와 연봉에서 만족감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여성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를 네 가지로 요약하게 된다.
· 앞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싶고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데 그것을 방해하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 내가 처한 환경에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는데 그것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느낀다.
· 열심히 일하더라도 그만큼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이 든다.
·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주변 사람들이 모르는 것 같다.
외부적인 환경도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그 전에 스스로 자신의 발목을 부여잡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하고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초반에 읽으면서도 혹시나 너무 여성중심적으로 의견이 피력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오산이었다.
오히려 지금 '일하는 여성'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었다.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은 변화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곤 하는데 변화를 가로막는 자기합리화라던지 편견에 대응하는 자세 등을 책 속에서 다양한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다.
무엇보다 2장에서는 여성이 자신의 힘으로 성장할 수 있는 비결들이 나오니 주목해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겸손이 미덕이지만, 때에 따라서 겸손을 버려야 할 줄도 알아야 하며 어느 상황이건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낼 줄도 알아야 한다.
여자이기에, 어쩔 수 없는 레이디식 사고에는 득되지 않는 단면도 있으니 이를 잘 캐치하여 버릴 부분은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저자가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은 여성들의 가장 큰 단점이 '자기비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자신 자신을 엄격하게 대하지 말라.'라는 원칙을 정해두고 시작한다고 한다.
누구탓, 사회탓, 세상탓 이전에 묶여 있는 생각과 관점에서 벗어나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닐까싶다.
또한,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공동체 속에서 혼자 해내려 하지 말고 도움이 필요하거나 힘들 때는 손 내밀기도 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열네 번의 시 강의
정재찬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 자기 삶의 언어를 찾는 열네 번의 시 강의,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하나, 책과 마주하다』

 

봄이 다가오면 시집을 꼭 껴안는다.
한 구절에 담긴 의미는 말 그대로 한 줄의 의미일 수도 있고 혹은 한 장의 의미일 수도 있는데, 매번 더 깊게 느끼는 시의 구절을 하나하나 곱씹어보는 게 참 좋다.
버리는 작업을 하다가 지금 이렇게 써내려 가는 것도 참 복잡하고 아플 정도인데 글쓰기 노트의 절반 이상이 망가졌다.
시간을 들여 차곡차곡 쌓여졌던 나의 보물이 물 한 방울에 싹 씻겨져 내려가니 마음까지 무너져 일부러 잊고싶어 책 한 권이라도 더 매달리며 읽었었다.
아직 그 마음이 치유되지 않아 힘들기만 한데 다시 차곡차곡 쌓아보려 한다.
그래서 요즘 책을 많이 읽고 있는데 그 중에서 시집도 많이 읽고 있으며 시 또한 많이 쓰고 있다.
읽은 시집들의 리뷰를 먼저 작성할까 하다가 이 책을 먼저 리뷰하고 싶어서 책상 앞에 앉았다.
우리네 삶이 그대로 녹아있는 열네 가지의 주제로 된 시 강의로 이루어진 인문 에세이다. 삶을 주제로 한 이야기 속에 시와 책 속 구절들이 녹아있다.
내가 끄적거리며 쓰는 시 또한 결국은 '삶'이다.

1장 밥벌이에서는 생업, 노동의 이야기를, 2장 돌봄에서는 아이, 부모의 이야기를, 3장 건강에서는 몸, 마음의 이야기를, 4장 배움에서는 교육, 공부의 이야기를, 5장 사랑에서는 열애, 동행의 이야기를, 6장 관계에서는 인사이더, 아웃사이더의 이야기를, 7장 소유에서는 가진 것, 잃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전에 직장인에 관련된 책을 읽으며 그런 이야기를 했었었다.
직장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요일은 월요일이며, 가장 기다려지는 요일은 금요일, 가장 행복함을 느끼는 요일은 토요일이라고.
금요일은 다음 날(토요일)에 쉴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장 기다려질 수밖에 없다.
일요일은 다음 날(월요일)에 출근해야 한다는 마음에 허탈감과 실망감 그리고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행복감이 가장 낮은 요일이기도 하다.
예컨데 금메달리스트가 행복감이 가장 큰 건 당연하나 은메달리스트는 동메달리스트보다 기쁨보다는 아쉬움과 허탈감이 가장 크다는 것에서 비슷한 맥락이기도 하다.
아마 행복은 '희망'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죽어라 일하는데 죽지는 않고, 그렇다고 일도 줄지 않습니다.
지금 당신도 지쳐 있나요? 그럴 겁니다.
'소금 버는 일'인데 어찌 힘들지 않겠어요.


우리는 밥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즉,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기에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직업의 본질들은 사라지고 당장 먹고 사는데 급급한 밥벌이가 되어버렸다.
따지고보면 우리 개개인이 만들어낸 것이 아닌 급변한 사회 속에서 우리가 그에 맞춰 살아가야 하기에 이렇게까지 변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로 인해 일에 대한 본질은 퇴색되고 오롯이 '누군가'가 아닌 '나'만 잘 되면 된다는 식이 되어버렸는데 이 때 저자는 말한다.
내가 하는 어떤 일로 누군가의 이마를 덮어줄 수 있다면, 그 일이 그 순간 그렇게 지긋지긋하게 느껴지진 않을 겁니다. 우리도 서로의 이마에 손을 내밀고 그 손에 이마를 맡길 수 있는 존재들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게 우리 모든 업의 본질이 아닐까요.

우리가 생업 전선에 뛰어들기 이전에는 부모님의 보살핌이 있었다.
나는 가족과의 유대감이 깊은 편인데, 엄마가 내게 의지를 많이 하시고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아홉살 차이나는 막내동생을 학창시절까지 키우다시피해서 부모의 마음이 무엇인지, 자식의 마음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니 스스로 컸다고 할 수 있는데 동생들은 그 부족함을 느끼지 않게 해주려 하나부터 열까지 더 꼼꼼하게 챙겨주려고 했었고 지금도 그 마음은 변치않는다.
특히, 엄마에게는 친구같은 딸, 엄마같은 큰딸이 되어주고 싶어 엄마가 하는 모든 희노애락이 담긴 말은 경청하며 듣고 받아들인다.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고생한 것을 다 알기에.
부모의 키를 따라잡고 그 이상을 넘어서도 자식은 언제나 부모의 눈에는 아기이다.
'있을 때 잘해.'라는 말이 그냥 있는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 잘해야 한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기에 부모님을 막상 떠나보내고선 후회하면 그 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부모님 말년에 좋은 옷, 좋은 음식, 좋은 구경 못 해드린 것부터 고맙고 미안한 부모님 둔 게 또 고맙고 미안하기만 한 저자는 말한다.
돌아보니 인생은 나를 돌봐준 이와 내가 돌볼 이로 이루어진 돌봄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부디 잘들 부탁드립니다.

아이를 키우며 자란 건 다름 아닌 나였습니다.
그러는 사이 부모님은 내가 돌보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늙어버렸네요.
인생은 그렇게 돌봄을 주고 돌봄을 받는 것이 아닐는지요.


뭘 하든 네 몸이 건강해야 한다. _어른들이 내게 종종 해주는 말씀이다.
그렇다고 내 몸이 약한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때는 잔병치레 하나 없이 건강하기만 했다고 하는데 학창시절부터 잔병치레가 시작되더니 점점 잦아졌다.
대학에 입학하고선 무리하게 학업과 일을 병행하면서부터는 면역력이 바닥 끝까지 내려가 걷는 걷도, 숨쉬는 것도 힘들었었다.
나름 장점이라 생각했으나 남들은 내게 단점이라고 단정짓는데 난 굉장히 잘 참는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 여러 번이고 좌절해서 손 놓고 싶을 때도 참았고 좋은 말만 듣고 사는 것도 힘든 세상인데 내게 이롭지도 않은, 득 되지도 않은 나쁜 말들을 들어도 참았다.
특히, 아플 때도 이 악물고 꾹 참았다, 어렸을 때부터.
중학교 때였다. 주말에 장염에 걸려 급하게 병원에 갔다가 여느날처럼 월요일에 등교를 했는데 탈수 증상까지 있어 잘못 건들면 픽 하고 쓰러질 정도였다.
그 때, 담임선생님께서 출석으로 체크해줄 테니 제발 집에 가서 쉬라며 등 떠밀며 보내는 바람에 하교 3시간을 앞두고 집으로 갔었다.
중간고사 직전이라 어떻게든 안 가려 했었는데 선생님이 배웅까지 해주는 바람에 거의 쫓겨나다시피 집으로 왔었다.
그 정도였다. 결국 하고싶은 말은 참는 건 좋은 것이 아니다. 솔직히 참는 건 미련맞은 것이나 다름없다. 생각해보니 어쩌면 나는 환경에 그렇게 떠밀려진 걸지도 모른다.
마음과 몸은 결국 직결되어 있는데 힘든 마음을 참고 계속 방치해놓으니 몸에서도 적신호를 보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꾸준히 병원을 다니며 건강을 챙기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다니는 병원이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날 봐온 원장님은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고 잘 들어주신다.
항상 갈 때마다 해주시는 말이 있는데 '착하게 살지마. 너한테 엄격하게, 남한테 관대하게 하지말고! 남이 아닌 너한테 관대하게 해.'이다.
나도 모르게 의식의 흐름에 따라 주절주절 말이 길어진 것 같다. 요즘 그 글쓰기 노트 때문에 정신이 어디론가 도망이라도 갔나 싶다.

생업, 노동부터 가진 것, 잃은 것까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시들이 녹아있는 인문에세이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인문서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좋아하겠지만 특히 삶에 지쳐 혹은 그저 흐르는 시간 속에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묻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P.S. 샛노란 개나리를 연상시키게 하는 포스트잇 굿즈도 YES24, 알라딘, 교보문고, 인터파크도서에서 받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건 세상 만들기 - 모두를 위한 비거니즘 안내서
토바이어스 리나르트 지음, 전범선.양일수 옮김 / 두루미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요즘 비건 음식에 대해 관심도가 높아져서 비건에 관한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부는 바람 중 하나가 ‘비건‘인데, 비건에 관한 의의부터 전략, 활용법까지 잘 정리되어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팔자가 세다고요? - 나답게 당당히 살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사주명리학
릴리스 지음 / 북센스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나답게 당당히 살고 싶은 여성들을 위한 사주명리학, 『내 팔자가 세다고요?』

 

 


『하나, 책과 마주하다』

 

'나 사주 보고 왔어!'

태어나서 한번쯤은 호기심에 보는 게 있다면 그 중에 하나가 사주 아닐까?
사주를 전적으로 믿는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본다지만 사주를 믿지는 않지만 오롯이 호기심만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시골에 사시는 외할머니 동네에는 산 속에 절이 있어서 외할머니께서는 불교신자이시다.
문득 예전에 외할머니랑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할머니도 사주 보신 적 있으세요?
-그럼, 봤었지.
-아, 그럼 할머니도 사주같은 거 믿으시는 거예요?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걸 볼 수 있는 게 사주잖아. 좋게 나온 점은 잘 받아들여서 앞으로 나갈  힘이 되면 되는 것이고, 나쁘게 나온 점은 앞으로 나갈 때 그 점은 주의하면 되는 것이지.

나는 사주 자체를 오롯이 믿지는 않는다. 단지, 어린 시절에 시골에서 외할머니랑 나눈 대화에서 사주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나 할까.
또한, 중학교 때 국사를 배우면서 과거 선조들의 샤머니즘과 같은 종교의식을 있었다는 기록을 보며 꼭 틀린 말은 아니겠구나 싶었다.
대학교 때, 교양과목으로 철학을 수강한 적이 있었는데 '명리학'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었다.
그리고 우연치않게 명리학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면서 재미있는 분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에 신간들을 쭉 훑어보다 명리학과 관련된 책이 있어 호기심이 발동되어 읽게 되었다.

여성들의 입장에서 보는 명리학인 이 책은 총 6장으로 1장은 평범하고 우울한 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고 2장은 '여자 팔자'를 다시 쓰는 방법이 나와있다.
3장은 인연의 명리학으로 연애 및 결혼에 관련된 이야기이며 타인에 관한 이야기, 5장은 작명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마지막으로 6장은 사주 상담을 받기 전 알아가면 좋은 정보들이 들어있다.

그 중 나는 작명과 관련된 이야기에 더 흥미를 느꼈다.
이름이 주는 힘에 대해 처음에는 실감하지 못했는데 연예인들의 개명을 보고선 그 때 이름의 힘에 대해 느꼈었다.
연예인들이 굳이 본명을 놔두고 작명소에 가서 좋은 이름을 받아다가 개명하는 것은 좋은 기운을 받고자 함일 것이다.
과거 공자께서도 '이름이 바르면 모든 일이 순조롭다.'라고 하셨다.
현재 한글의 발음오행 체계는 신경준이 제작한 [훈민정음 운해본]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1940년에 세종대왕이 만든 오리지널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면서 틀린 부분이 밝혀졌다고 한다.
해례본은 운해본과 다르게 수와 토 오행의 발음이 반대로 바뀌어 있다는 것이다.
한글은 소리글자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무시하면 안 되기에 대부분 좋은 이름을 짓기 위해서는 해례본은 참고하여 오행에 따른 이름을 지어야 가장 좋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덜 하지만 몇 십년 전만 해도 가부장적 뿌리가 깊은 우리나라는 특히 '여자'한테는 야박하기 그지없었다.
'여자 팔자', '팔자 센 여자'와 같은 말들이 심심치않게 들렸을 정도였다.
특히, 일찍이 사별을 했다면 그 여자에게는 남자를 잡아먹었다, 팔자가 세다라는 식의 이야기가 자연스레 붙여진다.
명리학자인 릴리스는 여자들의 중심에서 팔자, 즉, 사주를 제대로 해석시켜 주며 성평등한 사주 풀이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읽으면서 알게 된 점은 사주팔자라는 게 점집에서 보는 신점과 같은 맥락인 줄 알았는데 엄연히 신점이나 점성술과는 다른 영역이라고 한다.
사전에도 '사주'를 검색해보면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의 네 간지에 근거하여 사람의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점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은근히 많이 보는 것도 사주이지만 사주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엄연히 명리학이라는 학문 분야에 속하며 사주보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앞서 외할머니께서 해주셨던 말을 빌리자면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앞으로의 방향점에서 좋은 점은 '용기'와 '격려'로 잘 녹이면 되는 것이고 나쁜 점은 '조심'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