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E. M. 델라필드 지음, 박아람 옮김 / 이터널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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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탄생 이후 100여 년 동안 한 번도 절판되지 않은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원조!

소설이어도 예나 지금이나 속마음을 풀어낼 수 있는 것은 역시 일기가 최고이다.

100여 년 전이지만, 영국 지방 소도시의 일상이지만 현실감 넘치는 주인공들이 가득해 생동감이 넘친다.

생동감 넘치는, 100여 년 전 영국 여인의 일상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E. M. 델라필드의 본명은 에드메 엘리자베스 모니카 대시우드, 결혼 전 성은 드 라 파스튀르로, 1890년 잉글랜드 남동부의 서식스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프랑스 혁명기에 잉글랜드로 이주한 백작 가문의 후손이며 어머니는 유명한 소설가였다.

1차 세계 대전 당시 데번주 엑서터의 간호 봉사대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1917년 첫 소설 를 발표했다.

1919년 토목기사인 아서 폴 대시우드 대령과 결혼한 뒤 잉글랜드의 데번주 켄티스베어에 정착하여 지역 사회의 주요 인사로 활동했다.

진보적 정견과 페미니즘을 기치로 내세운 영국의 주간지 <시간과 조수>에 꾸준히 기고했고 1927년 이 주간지의 이사진에 합류했다.

1929년부터 <시간과 조수>에 연재된 자전적 소설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로 큰 상업적 성공을 거뒀으며 이후 세 편의 속편을 더 발표했다.

1943년 5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했다.




11월 8일

남편 로버트가 화덕을 보더니 멀쩡하다며 통풍 조절판을 꺼내보라는 뻔한 제안을 한다. 요리사는 몹시 화가 나서 당장이라도 사직서를 낼 것 같다.

…… 본머스에 갈 준비를 하던 중 남편이 다락에서 여행 가방을 꺼내다 구근 식물 화분 세 개를 깨뜨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하실에 내려놓은 줄 알았다나. 어쨌든 거기 있을 줄 전혀 몰랐단다.



11월 11일, 본머스

로빈이 조금 마른 것 같아서 양호교사에게 얘기하자 그녀가 밝게 대꾸하길, 어머, 아니에요. 제가 보기엔 이번 학기에 오히려 살이 쪘는걸요. 그러곤 새 건물을 짓는다고 떠들어 댄다.

의문: 왜 모든 학교가 6개월에 한 번씩 새 건물을 지어야 할까?



11월 13일

흥미롭지만 다소 불편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특정 장소의 존재 여부를 놓고 비키와 긴 설전을 벌인 탓이다. 비키는 그 특정 장소를 "지 그리고 옥"이라고 부른다. 현대적인 부모인 나는 그런 곳은 없다고,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거라고 단언한다. 비키는 있다고 우기며 성경을 들이댄다. 나는 어느 때보다 현대적인 태도를 고수하며 영원한 천벌을 받는다는 이론은 사람들을 겁주기 위해 지어낸 거라고 타이른다. 그러자 비키가 바락바락 대든다. 자기는 그런 얘기를 들어도 전혀 겁나지 않는다고. 오히려 지옥을 계속 생각하고 싶다고. 교착 상태에 이른 것 같다. 제멋대로 생각하라고 내버려두는 수밖에.

의문: 현대의 아이들은 현대인이 되기 싫은 걸까? 그렇다면 현대의 부모들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11월 19일

너무나 힘든 이틀을 보내고 있다. 뜻밖에도 시시 크래브가 엄격한 식이조절으 하고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로버트는 시시에게 넌더리를 낸다. 렌틸 콩과 레몬 따위를 급조할 수 없어서 부엌도 몹시 어수선하다. 점심 식사를 하면서 마드무아젤은 식이요법 얘기를 자꾸 꺼내며 몇 번이나 이렇게 소리친다. "아, 몽 두 생 조제프!" 불경한 말인 것 같아서 그만하라고 당부한다.

("아, 몽 두 생 조제프!"는 "어머나, 성 요셉이여!"를 뜻한다.)



12월 1일

비키에게 엄마의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그 애의 대모가 3년의 미국 생활을 끝내고 귀국한다고 얘기하자 아이가 대뜸 이렇게 묻는다. "와, 그럼 내 선물 사오는 거야?" 아이의 탐욕에 혀를 내두르며 투덜거리자 마드무아젤이 하는 말, "시 라 생트 비에 르주 르브네 쉬라 테르, 마담. 세 스레 노트르 프리트 비키." 전혀 동의할 수 없다. 게다가 무드무아젤은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비키를 두고 이렇게 말하지 않는가. "스 프티 데몽 앙라제."

의문: 프랑스 사람들이 언제나 정직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시 라 생트 비에 르주 르브네 쉬라 테르, 마담. 세 스레 노트르 프리트 비키."는 "성모 마리아께서 이 땅에 환생하셨다면 아마 우리 예쁜 비키가 그분일 거예요."를 뜻한다.)

("스 프티 데몽 앙라제."는 "성난 꼬마 악마 같으니."를 뜻한다.)



12월 12일

남편은 길 잃은 새끼 고양이를 절대 거둘 수 없다고 한다. 지금 있는 부엌 고양이만 해도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그러나 비키가 애원하자 조금씩 누그러진다. 이제 새끼 고양이가 수컷이냐 암컷이냐에 따라 운명이 갈릴 판이다.



12월 16일

…… 레이디 복스가 찾아와서 말하길, 자기는 햇살이 필요해서 다음 주에 남프랑스로 떠난단다. 그러더니 내게 같이 가면 어떻겠느냐고 묻는다. 내가 씹다 뱉은 껌처럼 늘어져 있다면서. 좋은 의도였을 테지만 어쩐지 매우 부적절하고 모욕적인 비유처럼 느껴진다.

레이디 복스가 묻는다. 그냥 기차를 타고 프랑스를 달려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 여름 태양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면 좋지 않겠어요?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으련다. 레이디 복스의 머리에는 비용이라는 문제가 들어갈 자리조차 없는 것 같다.

메모: 여성회 토론 주제로 흥미로울 듯. '상상력과 상속받은 재산은 양립할 수 없다.' 다시 생각하니 사회주의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 떠나면서 레이디 복스는 남프랑스 여행을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한 번 더 호소한다. 나는 예의상 망설이는 척하며 마음이 바뀌면 바로 연락하겠노라고 약속한다. 하지만 나도 그녀도 이미 알고 있다. 그럴 일은 없다는 것을.

의문: 우리가 위선이라는 도덕적 일탈을 하는 이유는 주로 상대의 눈치 없는 고집 때문이 아닐까?



크리스마스 날

하인들을 쉬게 해주려고 저녁은 차가운 칠면조와 크리스마스 푸딩으로 떼운다. 앤젤라가 구근 식물을 보더니 어째서 구근 식물이 크리스마스에 꽃을 피울 거라 생각했느냐고 묻는다. 나는 대꾸하지 않고 다들 일찍 잠자리에 들자고 제안한다.



12월 27일

윌리엄 부부가 떠났다. 막판에 앤젤라가 작은 충격을 안겨 주었다. 지난주에 주간지 <시간과 조수> 작품 공모에서 '지식인'이라는 필명으로 1등을 했는데 혹시 알고 있었냐고 묻는 게 아닌가. 당연히 몰랐지만 축하해 준다. 나도 응모했는데 당선되지 않았다는 말을 삼킨 채.

의문: 이 공모전의 편집자들이 언제나 문학성을 예리하게 평가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과중한 업무로 판단력이 흐려질 때도 있지 않을까?

…… 집으로 오는 길에 얌전하게 행동한 비키와 로빈을 칭찬해 준다. 하지만 나중에 마드무아젤에게 들으니 비키의 파티 드레스 주머니에서 초콜릿 비스킷이 왕창 나왔다고 한다.

메모: 이런 행동은 예절과 위생, 정직성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되며 현명하지도 않다고 비키에게 말해주는 게 좋을까?



2월 12일

레이디 복스가 내게 아이들의 안부를 묻더니 모두를 향해 내가 "얼마나 완벽한 엄마인지 모른다"고 덧붙인다. 그때부터 모두들 자연스레 나와 대화하기를 꺼린다. 레이디 복스는 계속해서 남프랑스 얘기를 떠들어 댄다. 자기가 그곳에서 써먹은 이러저러한 재담을 열심히 해석해 주면서.

여기서 피할 수 없는 의문: 정당방위의 살인이라고 해도 자식들의 앞길에 큰 걸림돌이 될까?



4월 2일

하워드 피츠시몬스가 차를 준비하는 동안 우리는 어설프게 이 두 주제를 오가며 분위기를 더없이 어색하게 만든다. 이 파괴의 마지막 결정타는 내 손에 쥐어진다. 어쨌든 바버라에게 차에 우우와 설탕을 넣을지, 빵을 먹을 것인지 따위를 물어봐야 하니까.

메모: 요리사에게 코딱지만 한 스펀지케이크 조각을 왜 들여보냈는지 무어볼 것. 먹고 남은 음식이 틀림없는데 이 스펀지케이크를 처음 본 지가 열흘도 더 된 것 같다. 그리고 맛없어 보이는 작은 록 케이크는 왜 계속 내오는지도 물어볼 것.



6월 1일

레이디 프로비셔가 요즘의 치과 진료에 관한 얘기를 꺼내자 갑자기 모두 함께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빵을 먹느라 바쁜 로버트를 제외하곤 다들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메모: 손님을 초대했을 때 먹먹한 정적이 흐르면 이런 방향으로 대화를 유도하면 좋을 듯.

……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묻는다. 이런 기후에서 혹시 아름다운 푸른색의 '그란디플로라 매그니피카 수페르비엔시스'(어쨌든 이와 비슷한 이름이었다)를 제대로 키운 적이 있느냐고. 내가 없다고 짧고 솔직하게 대꾸하자 눈에 띄게 안심한다. 혹시 이 부인은 평생 그란디플로라 매그니피카 수페르비엔시스가 이 기후에 적응하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며 살아온 것이 아닐까? 내 정원에서는 그 귀한 식물이 잡초처럼 잘 자란다고 말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메모: 이런 망상에 자주 빠지지 않도록 경계할 것. 영양가도 없고 사람들 앞에서 멍한 인상을 주기 쉽다.



6월 23일

…… 점잖게 당황하는 여주인의 얼굴을 보니 내 재치 있는 농담을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하지말 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든다. 계속 후회를 곱씹고 있는데 어느새 화제가 미국으로 넘어갔다. 미국에 관해서는 모두들 한마음이 된다. 미국인들은 확실히 개방적이지만 전쟁 빚은 어쩔 셈이냐고 우리는 입을 모은다. 금주법은? 싱클레어 루이스는? 에이미 맥퍼슨은? 남녀공학은? 모든 논의가 끝날 무렵 우리 중 아무도 미국에 가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런데도 모두들 뚜렷한 주관을 가졌고 다행히 모두가 서로의 관점에 동조한다.

의문: 도덕적 용기가 남다른 사람이 여기서 갑자기 실험 정신을 발휘해 파격적인 의견을 제시한다면 흥미롭지 않을까? 예를 들면 미국인들이 우리보다 예의범절이 뛰어나다거나 그들의 이혼법이 훨씬 더 발전된 형태라거나, 등등. 이런 심리적 폭탄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고 싶지만 로버트가 없는 자리라면 더 좋을 것 같다.




때는 1929년 말, 잉글랜드 지방 소도시에서 살고 있는 한 여인의 일기이다.

남편 로버트, 아들 로빈, 딸 비키와 함께 살고 있는 그녀.

지적이고 여유로운 생활이 매일같았으면 좋겠지만 로버트는 무뚝뚝하고 약간의 신경질적이며 아들과 딸은 꽤나 말썽꾸러기들이다.


현대적이고 지적인 여성의 삶을 갈망한다.

넉넉지 못한 생활이었기에 음식과 드레스를 장만하기 위해 보석을 전당포에 맡기고선 전전긍긍하고 문학을 사랑하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작품때문에 사교모임에서 그 작품이 나올까봐 전전긍긍한다.

앞서 말했듯이, 갈망한다.

갈망하지만, 로버트가 말도 안 되게 신경질을 내고 아이들을 혼내고 싶을 정도로 말썽을 부려도 집안의 평화를 유지하고 싶어 일단은 참아 본다.

갈망하지만, 춥고 습해도 무조건 산책해야 하는 귀족 문화가 참 이해하기 어렵다.

갈망하지만, 남편의 고용주인 레이디 복스가 매일같이 찾아와서 염장을 지를 때면 겉으론 웃고 있어도 한 대 치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서 그녀는 일기를 쓴다.

그 상황에서 느껴지는 순간의 감정들은 물론 속마음까지 모조리 일기장에 담아낸다.


물론 소설이라 할지라도 예나 지금이나 속마음을 풀어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역시 일기뿐이다.

100여 년 전, 영국 여인의 일상이 담긴 일기였지만 현실성있게 묘사되어 꽤나 재미있게 읽었었다.


일기 형식의 소설을 읽고나니, 책상 옆에 있는 책장에 눈길이 절로 갔다.

글쓰기 노트와 몇 개의 다이어리, 캘리그라피 노트, 드로잉 노트 그리고 일기가 꽂혀있는 책장이다.

올해 일기장을 꺼내 기분좋았던 순간이 언제였었는지 뒤적여보았다.

아, 찾았다!

일기장에 쓴 그대로 일부분만 그대로 써보려고 한다.


두 번째 생일


호수 산책을 마치고 N의 집에 들어와 다들 한숨 돌리고 자리를 잡았다.

그 말인즉슨, 또 다른 수다의 장이 열림을 의미했다.

N과 A가 부엌에 들어간 사이, J와 얘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 뒤로 노래가 들리기 시작했다.

생-일 축-하-합-니-다-

그 짧은 1-2초 순간에 얼마나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훑고 갔는지 모른다.

내가 내 친구들 생일을 까먹었을 리는 없는데 혹시 내가 어떤 기념일을 잊어버렸던 건가?

J 생일은 가을인데, 이상하다.

근데 J는 왜 나를 보고 손뼉을 치는 거지?

어쨌든 N과 A가 케이크를 들고 오니 내 옆에 있는 J를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덩달아 손뼉 치며 옹알이하듯이 입을 오물거렸다.

(지금 생각하니 눈만 똥글거리며 덩달아 손뼉치던 내 모습, 참 웃기다.)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지난 생일날, 아파서 침대에 누워 눈만 껌뻑거리며 하루를 보냈었는데 그게 마음에 걸렸었는지 깜짝 생일파티를 준비해 줬던 것이었다.

케이크를 들고선 노래를 불러주는데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너무 놀라 심장이 쿵쾅거리기까지 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었기에 이렇게까지 깜짝 놀랐던 생일파티는 처음이었다.

N, A 그리고 J, 잊지 못할 순간 만들어줘서 정말 고마워♥

잊지 못할 순간 만들어준 N, A 그리고 J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꼭 준비해줘야겠다.

……

코로나로 죽을 만큼 아팠다는 게 남 얘기인 줄 알았는데 가뜩이나 병치레 중에 코로나까지 걸려서 큰일 날 뻔 했으니 생일이 무슨 소용이었겠는가.

생일날, 엄마에게 영상통화가 왔었다.

엄마가 '우리 하나, 생일 축하한다.'라고 했을 때, 얼마나 입술을 깨물고 참았는지 모른다.

끊자마자 뺨을 타고 흐른 눈물이 베개를 흠뻑 적셨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울컥한 순간이었다.)

……

새벽 3시 넘어서까지 울고 웃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히려 그 많은 일들을 다 얘기하기엔 시간이 부족했지만, 친구들 말대로 이 날을 두 번째 생일로 정해야 할 것 같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의무적으로 썼던 그림일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쭉 일기를 쓰고 있다.

나처럼 잘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서 삭히는 타입인 이들에게는 일기야말로 털어놓을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어린 시절에 썼던 일기를 모아놓고 보면 얼마나 웃긴지 모른다.

'어린아이였기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구나!'라는 감탄사와 함께!

남의 일기 읽어보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으니 나중에 재미있는 에피소드만 추려 책을 내도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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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8-30 1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거의 일기인데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군요. 학교는 왜 매번 건물을 지어대는가에서 웃음이 ㅎㅎ 하나님 일기 저도 보고싶어요 *^^*

하나의책장 2022-12-16 20:00   좋아요 0 | URL
예나 지금이나 학교 건물 올리는 건 똑같나봐요😚
가끔씩 어린 시절에 썼던 일기 보면 정말 웃겨요.
때묻지 않았기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요!
초등학교 1학년 때 썼던 일기장, 한 번 꺼내서 올려봐야겠어요ㅎㅎ
 
작별 - 이어령 유고집
이어령 지음 / 성안당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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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는 거죠. 이 생물학적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남긴 말과 글 속에도,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아침 저녁으로 쓰고 있는 말과 글 속에도 똑같이 문화 유전자가 숨어 있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도 우리가 남긴 말, 가장 중요한 몇 가지 말들은 마치 AGCT처럼 서로 얽히고 결합되면서 내가 없는 세상, 우리가 없는 그 세상에도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해간다는 것이죠.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인이었던 이어령 선생이 앞으로 살아갈 이들에게 남긴 마지막 이야기를 펼쳐볼까 한다.


저자, 이어령은 1933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재학 시절 [문리대학보]의 창간을 주도 ‘이상론’으로 문단의 주목을 끌었으며, [한국일보]에 당시 문단의 거장들을 비판하는 「우상의 파괴」를 발표, 새로운 ‘개성의 탄생’을 알렸다. 20대부터 [서울신문], [한국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경향신문] 등의 논설위원을 두루 맡으면서 우리 시대의 가장 탁월한 논객으로 활약했다. [새벽] 주간으로 최인훈의 『광장』 전작을 게재했고, 월간 [문학사상]의 주간을 맡아 ‘문학의 상상력’과 ‘문화의 신바람’을 역설했다. 1966년 이화여자대학교 강단에 선 후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하여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 총괄 기획자로 ‘벽을 넘어서’라는 슬로건과 ‘굴렁쇠 소년’ ‘천지인’ 등의 행사로 전 세계에 한국인의 문화적 역량을 각인시켰다. 1990년 초대 문화부장관으로 취임하여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과 국립국어원 발족의 굳건한 터를 닦았다. 2021년 금관문화 훈장을 받았다.

마르지 않는 지적 호기심과 창조적 상상력, 쉼 없는 말과 글의 노동으로 분열과 이분법의 낡은 벽을 넘어 통합의 문화와 소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끝없이 열어 보인 ‘시대의 지성’ 이어령은 2022년 2월 향년 89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Ⅰ 원숭이


제주도 근방에 야생종 원숭이가 있다고 전해지지만 지금은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동물원갔던 게 20살? 21살? 20대 초반이었으니 원숭이 안 본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이렇듯 한국에는 없는 그리고 중국하고의, 일본하고의 차이를 나타낼 때 볼 수 있는 키워드가 바로 원숭이이다.

원숭이는 나를 타자와, 남과 구별하는 나의 의식이자 나의 아이덴티티라고 선생은 말한다.

인간과 비슷하기에 남을 놀릴 때 원숭이라고 말하는 것인데, 즉, 원숭이와 어떻게 다르냐로 자신이 사람이라고 하는 하나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게 우리에게 있어서는 외국이었던 겁니다. 원숭이가 없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말하면 인간과 가장 비슷한 동물이 없었기 때문에 인간을 객관화하고 나와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과거 우리는 중국 사람, 일본 사람만 겨우 알 정도로 폐쇄적인 생활을 해왔는데, 사람을 배타적으로 대하는 은둔의 시간 속에서 개화를 맞이한 우리의 외국관이 바로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선생의 말에 따르면, 아주 오래전에는 원숭이 엉덩이가 아닌 원숭이 항문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러니깐 엉덩이 빨간 짐승같은 사람들이 사과를 가져왔다는 것은 우리보다 월등한 문명인이라는 것을 느껴 한쪽으로는 무시하면서도 한쪽으로는 본받아야겠다고 느낀 것을 의미한다.

과거 개화기때의 외국관이 잘 드러나는 대목인 것이다.

사극 혹은 시대극에서 왜놈, 양놈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4000년 동안 우리는 수많은 억압과 압박 속에서도 살아남은 민족이기에 가지고 있는 이런 오기가 한국 사람들의 단점이기도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핵심적인 원동력인 것이다.



Ⅱ 사과


사과는 1901년 윤병수가 미국 선교사로부터 묘목을 들여오면서 유입되기 시작했다.

추운 지방에서만 나왔었기에 북한 원산 부근에 심었다고 전해지는데 그것이 바로 1901년이다.

한쪽에서 선교사들이 직접 나무를 심어 키워봤지만 기후로 인해 다 죽어버렸는데 유일하게 사과 하나가 살아남았었다.

그것이 바로 대구 사과이다.

사과가 자랄 수 없는 고장임에도 품종 개량을 통해 대구가 사과의 명산지가 된 것이다.


사과는 단순히 먹거리가 아니다. 앞서 말했듯이 20세기 초 개화가 시작되던 때에 유입되었기에 서양 문명이 압축된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담의 사과, 트로이 전쟁에 나온 파리스의 사과, 뉴턴의 사과 그리고 윌리엄 텔의 사과로 서양사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에서 사과 체험은 즉, 서양 체험인 것이다.

미국을 상징하는 사과는 지금도 이어진다. 바로 애플이다.

미국을 상징하는 하나의 키워드이자 글로벌한 사과가 된 사과!

앞으로도 '사과'가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지 않을까 싶다.



Ⅲ 바나나


바나나는 과일의 단순한 개념과는 무언가가 다르다.

과거 수박, 참외와 같이 둥글둥글한 과일만 보다 기다란 바나나를 처음 접했을 때, 꽤나 놀랐다고 한다.

단순히 길기만 한 게 아니라 끝이 꼬부라져서 올라간 바나나는 우리 상식을 완전히 뒤바꾼 과일이었다.

대부분 바나나 나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파초과이다. 풀이 돌돌돌 말려 올라가서 딱딱해지는 것이다.

또한, 씨가 없다. 씨도 나중에 나오지만 줄기세포처럼 발아되니 그 싹을 잘라서 심는 것이 바나나이다.

인간의 역사, 서양의 역사, 정치, 경제-이 모든 것이 바나나 속에 있다.


문득 검정고무신의 한 회차가 떠오른다.

성철이가 바나나 먹었다는 자랑에 기영이는 마냥 부럽기만 하다.

그렇게 성철이를 따라 바나나 먹으러 성철이 외숙모집 앞에서 추운 겨울 날씨에 한참을 기다리게 된다.

그런데 이웃집에 다 나눠주고 하나도 남지 않았다는 말에 기영이는 결국 좌절하고 만다.

그렇게 병이 난 기영이는 아픈 와중에도 바나나만 찾는다.

당시 쌀 한 되가 아닌 쌀 한 말 값은 되었다는 바나나는 쉽게 먹지 못하는 비싼 과일 중 하나였다.



Ⅳ 기차


혹시 알고 있는가?

호두, 호빵, 호박과 같이 '호'자 붙은 먹거리는 전부 이란, 이라크와 같은 중동 지방에서 실크로드를 타고 들어왔다는 것을.

개화기 때는 실크로드를 통해 곧장 들어오지 않고 미국, 유럽에서 배를 타고 들어왔다.

그래서 '양'자가 붙는 것이다. 한국 것에 '한'자가 붙는 한옥처럼.

기차는 인간이 만든 문명을 상징한다.

과거 기차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태우고 떠나는 수단이기도 했다.

대륙에 진출하려던 일본이 한국에 경인선 철도를 만들었었다.

미국이 이를 통해 들어오려고 하니 일본이 가만두지를 않았다.

거기다 만주까지 닿는 철도를 놓게 되었고 이후 러일전쟁, 청일전쟁이 연이어 발발했었다.

그 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기차였다.

선생은 어느 누구에게는 지배의 힘이요, 어느 누구에게는 빼앗김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기차를 생각하면 가슴 아프다고 읊조렸다.


지금 여러분과의 작별을 앞둔 그 어린아이에게 그 기차는 어떤 의미를 가진 기차일까요? …… 미래에 올 새로운 생명들, 새로운 세계들에 비록 나는 존재하지 않을 테지만 몇 가지 나의 글, 나의 언어들이 내가 없는 세상에서도 그들의 마음속에서 씨앗이 되고, 불씨가 되고, 그리고 작은 터널 속 빛과 같은 것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나는 떠날 때의 모든 절망 소에서 남기고 가는 희망으로 오늘 이별을 얘기합니다.



Ⅴ 비행기


높이 날기 위해서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자기 엔진이 필요한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쓰는 것은 코로나 시대에 당연한 일이다. '나'가 아닌 '남'을 위한 것이다.

본인이 병에 걸리지 않는 것도 이유지만 남에게 병을 안 옮기기 위해 쓰는 것이 마스크이다.

이처럼 나눠야 할 경험의 가치, 이 모든 슬기를 합쳐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선생은 강조한다.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날아올라 앞으로도 이렇게 100년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잘 있으세요, 여러분 잘 있어요


내가 여러분들과 헤어지는 인사말 '잘 있어'라는 말, '잘 가'라고 하는 그 '잘'이라는 말. 영어로 웰 다잉, 웰 에이징 등 우리가 흔히 잘 쓰는 '웰'이라는 말, 그게 바로 잘 있어, 잘 가 할 때의 '잘'입니다.

그게 바로 어질 인이죠. 이게 있으면 잘 있고 잘 가게 되는 겁니다. 떠나도 그와 있었던 사람들을 생각할 것이고, 잘 있으면 떠나간 사람을 마치 곁에 있는 사람처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게 잘 있어, 잘 가입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코로나 위기를 겪은 사람들을 옛날식으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 겁니다. 새 문명, 새로운 가치가 필요합니다. 또한 우리는 생명의 가치가 제일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접속과 접촉이 함께 있어야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 오늘보다는 내일 늘어가는 것. 생식되는, 불어가는 생명체가 증식하는 세계가 바로 생명자본이요, 우리의 밑천이 되는 세계입니다.


이별이 끝이 아니고 잘 있어, 잘 가, 라는 말이 마지막 인사말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확신합니다.

서로 헤어지는 인사말 속에 잘 있어, 잘 가, 라고 서로 웃으면서, 그리고 잘 가기를 원하고 잘 있기를 원하는 서로의 공감 속에서 죽음도 생명도 그것을 이길 수 있는 영원한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헤어질 때와, 떠날 때의 인사말…

잘 있으세요. 여러분 잘 있어요.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기차는 빨라…….

그 시작이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구전으로 전해진 이 동요는 자연스럽게 입에 익혀져 있다.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이라고 지금은 이어지지만 옛날에는 빠르면 토끼였다고 한다.

원숭이부터 백두산까지 그 어떤 맥락없이 이어지는데, 이는 단순히 한 사람도 아니고 어른들도 아닌 어린아이들의 상상력에서 고르고 골라 전해진 노래이다.

선생의 말처럼 생각해보면 원숭이, 사과, 바나나, 기차, 비행기, 백두산에서 백두산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우리 것이 아니다.

원숭이부터 살펴보자.

외교사절단이 원숭이를 보내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만들어 대중 앞에 원숭이를 선보인 게 1909년이다.

그렇다면 원숭이를 본 시기를 감안한다면 1909년 이후에 이 노래가 만들어진 것이다.

원숭이, 먹거리인 사과와 바나나 그리고 문명 단계의 마지막인 비행기까지, 전부 미국에서 들여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마지막 백두산은 어떻게 들어간 것일까?

100년 동안 외세와 외국 물품들을 마주하고선 우리는 끊임없이 이를 쫓아가지만 결국은 백두산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이어령 선생이 전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이다.

다섯 가지 키워드를 통해 어린 시절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나누며 훗날 선생이 없는 지금부터 미래의 한국인들에게 과거의 경험과 꿈을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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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들리와 그레이스
수잔 레드펀 지음, 이진 옮김 / 밝은세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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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프랭크의 아내, 하들리.

프랭크의 비서, 그레이스.

그들에게는 전혀 접점이 없었다, 프랭크의 사무실로 향하기 전까지만 해도.

각자의 이유로 프랭크의 사무실에서 있던 200만 달러를 훔쳐 절반으로 나누고 헤어지려 했다.

그러나 200만 달러는 프랭크가 마약을 팔았던 자금이었고 이를 FBI가 쫓고 있었다.

결국 FBI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하들리와 그레이스, 그들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저자, 수잔 레드펀은 동부 해안에서 태어나고 자라 15세 때 캘리포니아로 이주했고, 캘리포니아 주립 공과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현재 레스토랑을 소유하고 있는 남편과 라구나 비치에 살고 있고, 작가일 뿐만 아니라 주거 및 상업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건축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3년 가정 폭력을 일삼는 남편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을 떠난 여성의 놀라운 사랑과 아이들에 대한 헌신을 다룬 《허시 리틀 베이비(Hush Little Baby)》로 데뷔해 크게 주목받았고, 2016년 어린 시절의 소중함과 엄마가 어린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나설 수밖에 없는 위험한 선택을 다룬 소설 《평범하지 않은 삶(No Ordinary Life)》, 2020년 치명적인 자동차 사고 이후 불가능해 보이지만 계속되는 삶의 이야기를 그린 《한순간에(In an Instant)》, 2022년 인내, 생존, 우정을 다룬 《모멘트 인 타임(Moment in Time)》을 발표해 찬사를 받았다. 전 세계 13개국에서 그녀의 소설이 출간되었다.




하들리


하들리에게는 남편 프랭크, 딸 매티 그리고 여동생의 자식이지만 제 자식처럼 키우고 있는 스키퍼가 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할 것 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 같지만 하들리에게 있어서 남편 프랭크는 치워버리고 싶은 정도였다.

프랭크는 언제나 빨랐다.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인지 곧장 답하였고 설사 하들리가 답장이 느리면 휴대폰의 진동이 멈추지 않을 정도였다.

집에 돌아왔을 때는 언제나 그녀가 멋지게 차려입고 자신을 맞이해주길 바랐다.

딱 그뿐이었으면 버틸만했겠지만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성격이라 혹여나 매티가 잘못을 저지르면 하들리를 성적으로 학대할 정도였다.


벗어나고 싶다. 벗어나야만 한다.

한 달 전, 여동생 바네사가 하들리에게 결혼 소식을 알리며 스키퍼를 데려가 키우겠다고 말하였었다.

그래! 벗어나자! 스키퍼를 데려다주면서 도망치자!

딸 매티를 데리고 프랭크에게서 벗어나려면 돈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프랭크의 금고를 털기 위해 하들리는 프랭크의 사무실로 향했다.



그레이스


그레이스는 프랭크의 비서로 일하고 있었다.

돈이 여러모로 필요했던 그레이스는 착수한 지 석 달 만에 악착같이 주차장 재임대하는 계약을 성사시키게 된다.

프랭크가 협상에 성공하면 수입의 10퍼센트를 떼어주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수입에 영향을 줄 만한 계약이었다.

지미의 도박 빚을 갚을 수도 있고 자동차 타이어를 새것으로 교체할 수도 있고 생후 4개월 된 마일스를 주간 보호 시설에서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프랭크는 보기 좋게 계약서를 반으로 접더니 이내 갈기갈기 찢어 쓰레기통으로 던져 버렸다.

대놓고 협박하며 약속을 엎어버린 프랭크에게 한 마디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레이스는 결국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레이스는 생전에 할머니가 해준 말을 떠올렸다.

"사람은 절대로 변하지 않아. 오직 바보들만 변할 거라고 기대하지."


아무리 발버둥쳐도 밑바닥같은 삶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직접 나서야만 했다.

은행 잔고는 한 푼도 남지 않은 상태이고 분명 화요일이 되면 해고될 판이었다.

내 아이를 위해서라도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

"믿을 사람은 오직 너 자신뿐이야."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프랭크의 금고를 털기 위해 그레이스는 프랭크의 사무실로 향했다.



금고 안, 200만 달러


금고로 향한 하들리.

하들리는 프랭크의 비상열쇠를 이용해 사무실로 조용히 들어갔다.


금고로 향한 그레이스.

그레이스는 주위를 살피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레이스?"

"토렐리 부인?"

두 사람은 서로 상대방을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프랭크의 돈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서로 알게 된 둘은 나누어야 할 돈의 비율을 따지며 실랑이를 벌였다.

금고 속 두툼한 돈다발 위에 올려진 총구까지 겨누며.


구두를 신고왔던 하들리는 결국 발목을 살짝 삐게 되었고 그레이스의 부축을 받아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레이스가 하들리를 화장실 바닥에 버려두고 돈다발만 챙겼다면 그걸로 끝이었겠지만 괜스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레이스는 주차해둔 혼다로 다가가 잠든 마일스를 안고 하들리의 SUV로 향했다.

엘 토로에 있는 한 호텔의 이름을 대자 그레이스는 일단 SUV 시동을 걸었다.

집을 나오려고 했다, 그것이 남편의 금고에서 돈을 훔치려는 이유였다라고 그레이스에게 말하자 그레이스는 돈은 안 줄 거라며 딱 잘라 답했다.

울화통이 터지는 하들리에게 그레이스는 드라이브스루에 들려 인앤아웃 버거를 샀다.

그렇게 가던 중 갑자기 차를 멈춰 세운 그레이스가 입을 열었다.

"나눠요."

"……"

"50대 50이었잖아요. 그러니까 당신이 절반을 가져가요."

"갑자기 왜 마음이 바뀌었죠?"

"카르마."

"……"

"난 솔직히 카르마를 믿어요. 내가 멍청한 짓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에게 절반을 넘겨주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당신 몫을 가져가요."


호텔로 들어와 프랭크의 금고에서 가져온 돈은 무려 200만 달러였다.

밉상이긴 해도 그레이스 뺨에 입이라도 맞추고 싶을 정도로 하들리는 노래를 부르고 싶을 정도였다.

이렇게 많은 돈은 도대체 어디서 난 것일까?



FBI 요원


퉁퉁 붓고 이상하게 보일 정도로 발목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자 그레이스는 하들리를 병원에 데려다주었다.

그런데 누군가 쫓아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FBI 요원이었다.

설마? 프랭크의 돈이 쫓기는 돈이었던거야?

그레이스와 마일스, 하들리와 매티, 스키퍼는 그렇게 열심히 내달렸다.

그레이스가 쓰레기통에 휴대폰을 버리자 하들리도 따라했고 눈치 빠른 매티도 휴대폰을 던지며 달렸다.

일단 몸을 숨기는데 성공했다. 지금부터 각자 헤어지자고 말을 꺼내자 감수성많은 하들리의 눈물에 그레이스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 FBI 요원들을 따돌리고 여기서 빠져나갈 때까지 같이 가요. 하지만 그다음엔 각자 서로의 길을 가는 거예요."


어처구니가 없었다.

여자 둘이 감시 카메라 천 대가 설치되어 있는 병원에서 요원들을 따돌리고 무사히 나갔다는 점이.

더군다나 두 여자 가운데 한 명은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고 있고 어린애 둘과 갓난아기까지 같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하들리와 그레이스는 전혀 접점이 없는 인물이었다.

하들리의 여동생은 신혼여행 중이라 전화를 받지 않았고 그레이스의 남편은 예상치 못한 이야기에 굉장히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그 어떤 가설을 세워도 지금까지 두 여자가 계속 붙어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CCTV를 살펴보니, 분명 병원 주차장에서 하들리와 그녀의 아이들이 달려가는 그레이스를 향해 뒤쫓아 갔다.

그레이스는 분명 그들과 얽히고 싶지 않은 것이 분명한데 왜 함께 있는 것일까?



그리고 ……


금고에서 200만 달러를 챙겨 각자의 몫으로 100만 달러를 챙길 수 있었지만 200만 달러는 프랭크가 마약을 판매해 모아놓은 돈이었다.

FBI가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두었던 범죄 증거물이었기에 이제는 하들리와 그레이스가 FBI에게 쫓기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함께했지만 결국은 긴 여정을 함께 한 두 여성은 위기의 순간마다 한껏 지혜를 발휘해 헤쳐나간다.

돈을 나눌 때까지만 해도 빠르게 끊어내고 싶은 사이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이란 매개체를 통해 유대감이 형성되며 떼려야 뗄 수 없는 친구 사이로 발전한다.

과연 하들리와 그레이스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비 오는 날, 엄마가 잠시 볼일보고 오실 동안 카페에 들어가 아이스 라떼 한 잔을 시켜놓고선 못 다 읽었던 책을 펼쳐들었다.

40분이 흐르고 엄마가 카페로 오셨던 그 때, 마지막 장을 덮었다.

질척거림없이 빠르게 읽어내릴 수 있다는 것은 갈수록 몰입도 놓고 재미있는 소설임을 뜻한다.

『하들리와 그레이스』가 그랬다.

『하들리와 그레이스』는 고전 영화 「델마와 루이스」에서 영감받아 쓴 작품으로 변화된 나를 비롯하여 아이들, 가족, 사랑의 의미까지 느껴볼 수 있다.


성격이나 행동 자체가 정반대인 하들리와 그레이스이기에 내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몰라 더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누가 알았을까. 오렌지카운티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돈만 나누고 헤어질 계획이었는데 이렇게 솔트레이크 시티 외곽에 있는 바비큐 레스토랑에서 다같이 밥을 먹고 있을 줄은.

일주일만의 모든 것이 바뀌어버린 하들리와 그레이스. 그들이 이렇게 치열하도록 협심한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아이들때문이었다.


금고를 털고난 직후 그리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하들리와 그레이스의 변화된 심리 그리고 매티, 스키퍼와 마일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살펴보며 읽는다면 더 재미있게 흐름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FBI 요원과 하들리의 관계 또한 주목하여 읽는다면 끝까지 읽기도 전에 어떤 결말로 향할 지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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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전할 땐 스칸디나비아처럼 - 은유와 재치로 가득한 세상
카타리나 몽네메리 지음, 안현모 옮김 / 가디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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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특별하게 배우지 않아도 '대화'를 통해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속담이다.

관용구를 많이 알아야 언어의 세계가 풍부해지기에, 우리는 언어를 배울 때 단어와 함께 관용구를 함께 공부하게 되는 것이다.

영미권 관용구의 경우, 시험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기에 학창시절부터 영단어와 함께 배우고 익히니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스칸디나비아 관용구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북유럽식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스칸디나비아 관용구를 두어 번 접한 적은 있지만 이에 관련하여 자세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은 없었다.

그! 런! 데! 그런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알고 나면 재미있고 알고 있으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

이상하고 환상적인 스칸디나비아 명언의 세계에 푹 빠져보자!


저자, 카타리나 몽네메리는 스웨덴 남부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그곳에서 자연을 만끽하고 카다멈빵을 먹으며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을 좋아했다. 옥스퍼드와 런던에서 오랫동안 출판업에 종사했다. 영국에서 생활하며 스칸디나비아반도 인근 나라들의 문화가 매우 독특하고 유별나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최근 일부 국가에서 스웨덴 문화를 특이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스웨덴 친구는 왜 그렇게 말을 했을까?” 이에 대한 의문에 그는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면 마음도 통할 것이라 믿는다. 세상을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언어라는 것을 많은 이에게 전하고 싶다. 그녀는 2019년 영국에서 스웨덴으로 돌아와 연인과 함께 말뫼에서 생활하고 있다.


역자, 안현모는 대학에서 언어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통번역을 전공했다. 익숙함과 낯섦이 포옹하듯 균형을 이루는 짜릿하면서도 안정적인 감각을 좋아한다. 그래서 매일의 일상을 사랑하고 아끼는 만큼 온 세상을 누비고 여행하는 것을 즐기며, 그 안의 사람들과 주고받는 모든 언어와 소통에서 소중한 희열을 느낀다.




♠ 작은 냄비에도 귀가 달렸잖아 Even small pots have ears

이렇게 보면 무슨 뜻인지 상상이 가는가?

아마 이 문장을 보면 단박에 눈치챌 것이다.

Walls have ears!

벽에도 귀가 있다라는 관용구가 있듯이, 스웨덴에도 비슷한 숙어가 있는데 바로 '작은 냄비에도 귀가 달렸잖아!'이다.

(참고로 스웨덴에서는 조리용 냄비 손잡이를 '귀'라고 부른다.)

이 표현은 아이들이 가까이에 있으니 특히나 대화를 조심하자는 뜻에서 사용되고 있다.


집에 있을 때, 영화를 하루종일 틀어놓는 편이다. 보는 것이 아닌 듣는 용으로.

마침 Disney의 Sleeping Beauty를 듣고 있었는데 Flora, Fauna, Merryweather의 대화 중에 이 문장이 나와서 그대로 옮겨봤다.


Fauna: Well, perhaps if we reason with her.

Flora: Reason?

Merryweather: With Maleficent?

Fauna: Well, she can't be all bad.

Flora: Oh, yes, she can!

Merryweather: Ooh, I'd like to turn her into a fat, old hoptoad.

Fauna: Now, dear, that isn't a very nice thing to say.

Flora: Besides, we can't. You know our magic doensn't work that way.

Fauna: It can only do good, dear, to bring joy and happiness.

Merryweather: Well, that would make me happy.

Flora: But there must be some way.

Flora: There is!

Fauna·Merryweather: There is?

Merryweather: What is it, Flora?

Flora: I'm going to-

Flora: Shh, shh, shh, shh, shh!

Flora: Even walls have ears.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를 우리는 Walls have ears!로도 활용할 수 있다.

어른들끼리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아이들이 가까이에 있다면 스칸디나비아식 관용구도 사용해보자.

Even small pots have ears!




♠ 늪지의 부엉이로군 Owls in the bog

부엉이는 역사적으로 지혜, 지성을 상징하고 있다.

그런 부엉이가 늪지에 빠졌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덴마크에서는 수상쩍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Owls in the bog로 표현한다.




♠ 간에서 곧바로 말하자면 Talk straight from the liver

스칸디나비아인들은 대부분 말을 직설적으로 하지 않는다.

굳이 말을 직설적으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노르웨이 사람일 것이다.

노르웨이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 중 하나가 바로 Talk straight from the liver이다.

간이 신체의 느낌과 감정의 중추라고 믿었던 시절에서 유래하여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 골짜기에 무민이 없네 Not all the Moomins are in the valley

무민을 보고 있으면 그저 사랑스럽고 편안한 기분이 든다.

무민과 관련된 동화책들은 당연히 하나의 책장에 꽂혀져 있고 무민과 관련된 프로모션이 나오면 꼭 챙겼을 정도로 무민이 너무 좋다.

핀란드의 대표적인 캐릭터 무민!

핀란드 문화와 디자인의 필수 아이콘이니 관련 관용구가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 머릿속에 바로 입력했다.


Not all the Moomins are in the valley

무민들이 무민 골짜기에 없다?

무민이 무민 골짜기에 없다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 멀쩡히 보고 들었는데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The lights are on, but nobody's home과 같은 맥락이다.




♠ 자전거 타러 나온 Out cycling

In Copenhagen the re are more than half a million bicycle owners.

Were everyone to be 'out cycling' on the streets at once, it would be utter chaos.

'Out cycling' therefore suggests someone is completely bonkers.

One can only guess how many thousands of people survive the morning commute through sheer luck alone.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거주하는 사람들 중 자전거를 소유하는 사람들만 해도 50만이 넘는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러 다 나왔다고 하는 것은 결국 극심한 혼돈을 초래하지 않겠는가?

'자전거 타러 나온'은 단단히 미쳤음을 의미해 사람에게 수식어로 붙여서 사용하곤 한다.




♠ 얼음 위에 소가 없다 할지라도 No cow on the ice

아주 오래 전, 스칸디나비아에서는 소들이 1년 내내 자유롭게 들판을 배회하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소에게 물을 먹일 때는 강가로 몰았었는데, 겨울에는 농부들이 소들을 위해 얼어붙은 호수에 구멍을 뚫어 물을 마시게끔 해놨다고 한다.

그런데 간혹 얼음의 두께가 너무 얇아 소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힘없이 깨져버렸었는데 그렇다해도 난리피울 정도는 아니였었다.

소의 엉덩이와 뒷다리가 단단한 바닥을 지지하고 있는 한, 꼬리를 힘껏 잡아당기면 충분히 물가로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빗대어 No cow on the ice는 누군가를 진정시키려고 할 때 긴장풀고 걱정하지 말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가족 모임이 있던 어느 날이었다.

어른들은 아직이고 나와 동생, 사촌동생은 진즉 밥을 다 먹고선 기다리고 있었는데 고모부가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준다고 하셔서 식당을 나왔었다.

편의점으로 가는 길, 식당 바로 옆에 서점이 하나 있었는데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시곤 책 하나씩 사줄테니 골라보라는 말에 신이 나서 서점 안으로 들어갔다.

동생과 사촌동생은 재미있어 보이는 만화책으로 고르고 있던 중, 알록달록한 표지에 '속담'이라는 단어가 단박에 눈에 띄어 난 그 책을 단숨에 집어들었었다.

여담이지만, 그 책을 고른 내게 고모부는 책 읽는 걸 좋아하냐고 물으셨다. 그러자 나는 노는 것보다 책 읽는 게 더 좋아요라고 답했었고 그 날 이후 고모부는 위인전 세트를 사주셨었다. 그 때, 받았던 위인전은 물론 속담책까지 아직 보관하고 있다.

아무튼 집에 가자마자 속담책을 펼쳐 한 장, 한 장씩 읽어보는데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별 말 아닌 것 같은데 깊은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했었던 것 같다.

첫 시작이 '재미와 신비로움'이였으니 내게 관용구는 지금까지도 재미와 신비로움, 그 자체이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상을 휩쓸고 다녔을 때, 함께 했던 큰 조력자가 있었으니 바로 샤론최 통역가였다.

샤론최 통역가의 통역한 영상들을 보면 적절한 관용구를 활용해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관용구를 알면 알수록 언어의 내공이 한층 더 풍부해질 수밖에 없다.


휘게, 라곰 - 이미 책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어 우리에게는 익숙한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이다.

「The prince and me」라는 영화에서도 덴마크 왕자인 에디에게 덴마크를 상징하는 것을 묻자 이렇게 대답한다.


I don't know anyone from Denmark.

I've never heard of anyone from there.

Have you?

Yeah, sure. Eddie?

Kierkegaard, Niels Bohr, Hans Christian Andersen.

Wow.

Hans Christian Andersen? Hans Christian Andersen?

Lars Ulrich.

From Metallica?

From Metallica.

Get out.

OK.

And Helena Christensen.

Whoa, whoa, wait a second.

The Victoria's Secret model?

Yes.

OK.

That's gotta be the coolest country in the world now.

You should be a superpower.


덴마크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인어공주, 레고 블록부터 핀란드의 산타 할아버지와 무민, 스웨덴의 이케아, 노르웨이의 겨울왕국 그리고 아이슬란드까지.

저자의 말처럼 생각해보면 스칸디나비아와 관련하여 우리는 꽤 많은 것들을 이미 접하고 있다.

언젠가는 꼭 가봤으면 하는 여행지이기에 그 나라의 문화를 살펴보는 것 중 하나가 언어만한 것이 없어 이렇게 책을 펼치게 되었다.

북유럽식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스칸디나비아 관용구를 두어 번 접한 적은 있지만 영미권 관용구는 둘째치고 북유럽에 가지 않는 이상 이에 관련하여 자세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은 없었다.

이미 두번 읽었긴 했지만 요즘은 잠자기 전에 몇 페이지씩 보고 또 보기를 반복하고 있다.

책 본문 옆에는 그림과 함께 조그마한 글씨로 원문이 함께 실려 있어 덩달아 영어공부까지 할 수 있다.

이상하고 환상적인 스칸디나비아 명언의 세계에 푹 빠져있는 지금, 외국 문화와 언어에 관심있어하는 친구들을 위해 몇 권 더 구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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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8-05 19: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칸디나비아의 명언 표현이 하나같이 다 재미있네요. 하나님 설명이 없으면 대부분 이게 뭐지 할거 같아요 ㅋ 역시 유럽은 스칸디나비아~!!

하나의책장 2022-09-12 11:51   좋아요 1 | URL
이 책 보고나니 특히나 더 여행가고 싶어지더라고요^^
장거리로 비행기 탄 지가 언제인지 벌써 까마득해요ㅠㅎㅎ

mini74 2022-09-08 0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도 사진도 맛집 *^^* 하나님 축하드립니다 ~

하나의책장 2022-09-12 11:51   좋아요 1 | URL
리뷰, 사진 맛집이라니! 최고의 칭찬인걸요>.<
감사합니다, 미니님^^

거리의화가 2022-09-08 09: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항상 정성어린 사진과 글에 놀랍습니다^^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하나의책장 2022-09-12 11:52   좋아요 1 | URL
사진은 몰라도 글에는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편인데, 알아주시니 너무너무 뿌듯해요ㅎㅎ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09-08 09: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하나의책장 2022-09-12 11:5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

이하라 2022-09-08 13: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축하드립니다.
즐겁고 행복한 추석연휴 되세요.^^

하나의책장 2022-09-12 11:54   좋아요 1 | URL
하라님, 감사해요^^
아쉽게도 연휴 마지막날이지만 행복하게 보내세요^^

새파랑 2022-09-08 16: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당선 축하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하나의책장 2022-09-12 11:54   좋아요 3 | URL
행복한 추석 연휴 보내셨나요?
이번에는 유난히 짧게 느껴져 쉬었다는 느낌을 더더욱 못 받았던 것 같아요ㅠ
연휴 마지막날이라 아쉽지만, 그럼에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2-09-08 18: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하나의책장 2022-09-12 11:55   좋아요 3 | URL
매번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행복하고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22-09-12 16: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나의책장님의 글을 통해 스칸디나비아 지역을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와 함께 베네루스 3국으로 통칭하는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3국이 저마다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가 있는 것처럼, 스칸디나비아 일대 국가들의 같은 듯 다른 문화가 관용어 안에 녹아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하나의책장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하나의책장 2022-11-30 09:22   좋아요 1 | URL
(이제서야 댓글을 답니다ㅠ)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님☺
오늘 날씨 정말정말 춥죠? 감기 조심하세요❤

러블리땡 2022-09-14 2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책장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하나의책장 2022-11-30 09:21   좋아요 0 | URL
이제서야 댓글을ㅠ
러블리땡님, 감사합니다^^ 오늘 날씨 정말 추우니 옷 따뜻하게 입으세요❤
 
어메이징 브루클린
제임스 맥브라이드 저자, 민지현 역자 / 미래지향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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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아마존 2020년 분야 베스트셀러 1위

뉴욕타임스 2020년 최고의 도서 TOP 10

타임지 선정 올해 최고의 소설 TOP 10

버락 오바마 "올해의 책"

오프라 윈프리 2020년 북클럽 선정 도서


타이틀만 봐도 한껏 기대감을 올려주는 책으로 내용은 더 실망시키지 않는다.

한 총격사건이 불러 일으킨 거대한 바람은 우리에게 '이 책을 읽어야 할' 충분한 이유를 줄 것이다.


저자, 제임스 맥브라이드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재즈 뮤지션이며 1957년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폴란드 출신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브루클린의 빈민가 레드훅 지역과 퀸스의 세인트 올번스에서 열두 명의 형제들과 어린 시절을 보냈다. 뉴욕 공립학교를 졸업한 뒤 오하이오 주의 오벌린 음악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했다. 또한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저널리즘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보스턴글로브], [피플매거진], [워싱턴포스트] 등 여러 매체에서 기자로 활동하는 한편, 재즈계의 전설적인 인물인 지미 스콧의 반주자로 참여하는 등 색소폰 연주자로 활발한 활동을 했다. 또한 뮤지컬 음악 감독 겸 작곡가로도 명성을 날리며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재능을 인정받았다.




총격


탕!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

1969년 9월의 어느 오후, 브루클린 남부의 커즈웨이 빈민 주택단지 광장에서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피해자는 열아홉 살의 딤즈 클레멘스로 마약 중개업자이며 가해자는 스포츠코트라는 별명을 가진 침례교회 집사인 쿠피 램킨이다.

칠십 일평생 적을 만들지 않았고 주민들로 이루어진 야구팀에서 코치로도 십여 년 넘게 이끌어왔던 사람이였기에 모두의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었다.

왜 악랄한 마약 딜러에게 방아쇠를 당긴 것일까?


"스포츠코트는 류머티즘 때문에 열이 났던 거야."

"스포츠코트는 말이야… 사악한 마법에 걸려 있어. 불길한 마력이 작용한 거라니까."

총격 다음 날, 은퇴한 도시 근로자부터 부랑자, 주부, 전과자 등이 공원 근처에 있는 벤치에 모여 총을 쏜 이유에 대해 온갖 추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커즈하우스의 관리인인 핫소시지는 스포츠코트와 단짝 친구였는데, 그는 2년 전에 커즈하우스 야구팀과 워치하우스팀 간의 경기가 취소된 일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 했다.

스포츠코트와 같은 동에 사는 아이티인 요리사 도미니크 르플루어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스포츠코트가 평생에 한 번쯤은 대단한 일을 할 줄 알았어."

그렇다. 다들 추측에 불과할 뿐 스포츠코트가 딤즈를 쏜 이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지만 도미니크 르풀루어가 한 말에는 모두의 마음이 담겨있었다.



스포츠코트


9동 주민 반 이상이 독감에 걸렸을 때, 스포츠코트 또한 심한 독감에 걸렸었다.

그 중 마이티핸드복음교회 집사가 세상을 떠나자 범범 자매는 스포츠코트 또한 요단강을 건널 것이라 말했지만 무사히 넘어갔었다.

몇 년 후, 스포츠코트가 세 번째 심장발작을 일으켰을 때 19동 주민인 지니 로드리게스가 가망이 없다고 했지만 또 무사히 넘어갔었다.

그 이후에도 여전히 스포츠코트는 죽은 목숨으로 정해진 것 마냥 주민들의 입에서 오르락내리락하였다.

일흔한 살인 스포츠코트는 아픈 곳이 매우 많았다. 통풍, 치질은 물론 류머티즘성 관절염 때문에 등이 심하게 굽어져 있었다.

왼쪽 팔에는 종양이 있고 사타구니에는 탈장으로 인해 장기가 삐져나와 있었다.

그렇게 그는 어린 시절부터 불운했지만 운이 좋았다.

즉, 걸어 다니는 재주꾼이자 불운의 대명사이자 살아 있는 재앙이었으며 의학적인 측면에서는 기적의 화신이었다.



헤티


그에게는 아내가 있었다. 아내의 이름은 헤티.

그녀는 1967년 폭설 내리던 날 세상을 떠났었다.

그 날 저녁, 헤티와 게 요리를 먹고 항구를 바라보다 잠자리에 들었었는데 한밤중에 헤티가 스포츠코트를 흔들어 깨웠다.

눈을 떠보니 방 안에서 빛 하나가 빙빙 떠도는 것이 아니겠는가.

헤티는 이를 보며 이 빛은 하나님의 빛이니 부두에 가서 달맞이꽃을 꺾어 온다며 잠시 나가게 된다.

부두에는 엘레판테가 있었기에 굳이 스포츠코트는 따라나가지 않았다.

엘레판테는 엘리펀트, 즉 코끼리라는 별명을 가진 이탈리아 출신으로 건설 및 트럭 운송업을 하고 있었는데 몸집도 크고 매우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사악한 딤즈 패거리조차도 절대 엮이지 않으려고 한 인물이었다.

그렇게 밤새 아내를 기다리다 아침이 되자마자 아내의 발자국을 따라 부두로 따라나갔다.

그러나 물가에서 끊어진 발자국으로 인해 아내를 어디에서도 찾을 순 없었다.

그렇게 며칠 후, 엘레판테의 부하들이 부둣가 근처에서 물 위에 떠 있는 헤티의 시신을 발견하게 된다.

엘레판테의 부하들은 헤티의 시신을 건져내 모직 담요에 싼 뒤, 깨끗한 눈밭에 눕혀 스포츠코트를 데려와 말없이 스카치위스키 한 병을 건네주고 경찰을 불러준 뒤 사라졌다.

자기네와 무관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었다.

헤티가 교회에서 회계를 담당했었다.

성탄절에 선물을 사기 위한 성탄 기금은 물론 회계를 담당하면서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었다.



딤즈


딤즈 클레멘스는 젊고 영리한 커즈하우스의 아들이었으며 마약을 팔면서 주민들이 만져보지 못할 정도의 돈을 벌고 있었다.

단순히 돈만 잘 버는 게 아니었다. 상류층 인사들과 친분이 있었을 뿐더러 괜스레 쓸데없이 딤즈의 이야기를 꺼냈다간 심하게 다치거나 이름 모를 뒷골목에 묻히기도 했다.



어메이징 브루클린


이야기가 재미있게 흘러가는 것은 지금부터다.

앞서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고만 서술했지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이야기는 쓰지 않았었다.

즉, 피해자는 죽지 않았고 다치기만 했다.

또한 모두가 추론했을 뿐이라고 서술했지 자초지종을 아는 사람은 없어보였다.

사실 광장에서 가해자는 가까운 거리에서 피해자에게 총구를 겨눴는데 그 때 열댓 명의 목격자가 있었다.


정확히는 열여섯 명의 목격자였다.

여호와의 증인, 아기를 안고 있던 세 명의 엄마들, 푸에르토리코독립협회의 이지, 위장 임무 수행중이던 경찰, 딤즈에게 마약을 사러 왔던 일곱 명의 고객들 그리고 파이브엔즈 교회에 다니는 세 명의 신도들이었다.

이들 중 누구도 총격에 대해 경찰에게 입을 열지 않았다.

세 명의 신도들, 그 날은 스포츠코트가 난생처음 설교하기로 예정되었던 날이었기에 신도들이 안내문을 나눠주고 있는 중이었다.

나머지는 그렇다쳐도 경찰은 정말 못 본 것일까?

위장 임무 수행중이던 경찰, 스물두 살의 이드로 제트 하드만은 커즈하우스에서 처음 배출한 흑인 수사관으로 제76관할구 소속이었다.

그는 딤즈 클레멘스에 대한 수사를 진행중이었는데, 클레멘스는 단지 하수인에 불과하였으며 그 끝에는 브루클린에서 악명 높은 이탈리아 범죄조직의 핵심인 조 펙이 있다는 무서운 사실을 알아냈다.

그 날, 주택국 소속 청소부 유니폼을 입은 제트는 빗자루를 들고 광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광장에 있는 국기 게양대에서 딤즈가 앉아 있었고 그의 패거리와 고객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스포츠코트가 보였다. 항상 미소지으며 중얼거리는 것이 일상이었으니 이상할 것도 없었다.

그 때, 스포츠코트가 야구 타자의 자세를 취하고는 공을 날리는 시늉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고선 킬킬거리다 돌아서려는 순간, 왼쪽 주머니에서 녹슨 권총을 꺼내 오른쪽 주머니에 넣는 것을 순간 보게 된 것이었다.

문제상황이었다.

그렇게 10미터, 5미터… 중얼거림이 멈추자 제트는 훈련받았던 동작이 저도 모르게 나왔지만 신분이 발각되면 안 되기에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행동하면서도 속으로 주민들이 얼른 광장을 떠나길 바랐다.

그렇게 몇몇 주민들이 자리에 일어났고 핫소시지는 물론 범범 자매까지 떠나자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마지막으로 지 자매가 떠났고 이제 이지만 떠나면 되었는데… 떠나질 않았다.

제트는 그저 겁에 질린 채 총성이 들리기만을 기다렸다.


"딤즈?"

"스포츠코트 아저씨! 오, 나의 아저씨."

"너 왜 요즘 야구를 안 하는 거냐?"

"야구?"

"그래, 야구."

"더 중요한 문제가 있어서요."

"야구보다 중요한 건 없어, 딤즈. 이유를 좀 알아야겠다. 이 커즈하우스에서 야구에 관한 문제라면 내 관할이니까 말이야."

"그 말은 맞아요, 스포츠코트. 야구 하면 당신이죠."

"나는 이 단지 역사상 최고의 심판이야. … 그리고 치즈를 가져오는 건 나야. 베드로도 아니고, 바오로도 아니고, 예수도 아니야. 바로 나란 말이다. 난 너에게 야구를 그만하라고 한 적 없어, 딤즈 클레멘스, 알아? 왜냐하면 네가 제일 잘하는 건 야구니까. 그런데 왜 야구를 하지 않는 거냐?"

"그만 가요, 스포츠코트."

"너 아직 대답 안 했어. 나는 하나님의 말씀대로 너를 가르쳤어. 주일학교에서도 가르쳤고, 야구도 가르쳤어."

"꺼지라고, 스포츠코트."

조금 떨어져 있던 제트는 그가 총을 가지고 있다고 외쳤다.

순간, 딤즈는 고개를 돌렸고 스포츠코트가 방아쇠를 당긴 것이었다.

이마를 겨냥하던 총알은 결국 빗나가 귀를 스쳤다.

이후 경찰관이 도착했지만 광장은 어느 순간 빈 광장이 되었고 옛 동료를 알아본 제트는 자신을 자연스레 연행해달라고 부탁했다.


모두가 스포츠코트를 걱정했다.

그만큼 신뢰했던 것이었다.

헤티의 죽음 이후, 교회 기금이 어디로 갔는지 모두 궁금해했다.

스포츠코트와 매일같이 대화를 나누던 사이이니 그는 알고 있지 않을까 했지만 사람들은 더이상 캐묻지 않았었다.

핫소시지는 자네가 딤즈를 쐈으니 달아나라고 했지만 스포츠코트는 정작 방아쇠를 당겼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자, 30달러. 내가 가진 전부야, 스포츠코트. 이걸로 버스표를 사서 어디로든 가."

"난 아무 데도 안 가."

"좋아. 그럼 이 돈은 내가 교도소로 자네 면회 갈 때 버스표 사는 데 쓸게. 그때까지 자네 목숨이 붙어 있다면 말이지."


총격 사건 이후, 조직 싸움으로까지 번지게 되어 그야말로 난리가 난리가 아닌 상황이 되어버린다.




아마존 2020년 분야 베스트셀러 1위 · 뉴욕타임스 2020년 최고의 도서 TOP 10 · 타임지 선정 올해 최고의 소설 TOP 10

왜 이런 타이틀은 가지고 있었는지 짐짓 이해가 되었다.

선진국이란 타이틀이 있더라도 미국은 여전히 공정한 사회라고 할 순 없다.

지금도 불공정한 사회 시스템이 지속되고 있기에 이를 소설에서 여실히 보여줬기에 사람들이 더 주목하며 읽은 게 아닐까 싶다.

미드 수사물을 보면 시즌 초기에 이러한 배경을 다룬 에피소드가 꽤 많다.

소설이지만 굉장히 현실적으로 사건을 다루었고 인물들의 이야기를 매우 잘 풀어내어 당시 미국 배경이 상상될 정도였다.


이 책은 특히나 인물들에 초점을 맞추어 읽게 되면 훨씬 더 몰입감 높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꽤 분량있는 책이기에 결말을 말하면 너무 허무해질 것 같아 함구하겠지만 Bad Ending은 아니다.


분량이 꽤 되는 책이라 읽던 도중에 멈추고 이어읽기를 반복하다 지난 주말에 자리잡고 앉아 제대로 다 읽을 수 있었다.

요새 자기계발서, 인문/철학서, 경영/경제서 위주로만 읽었었는데 제대로 소설 하나 읽었다는 보람이 느껴질 정도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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