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2인 가구 생활 - 비혼 여성 둘이 같이 살고 무사히 할머니 되기 프로젝트
토끼.핫도그 지음 / 텍스트칼로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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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읽어보지 못한 색다른 소재를 삼은 책을 볼 때면 꼭 한 번쯤은 읽어보게 된다.

이 책 또한 그 중 하나이다.

과거와는 달리, 생각의 관점이 달라져 그간 고수해온 순서 혹은 방법을 따르진 않는다.

부모님 세대만 해도 20대 중, 후반에 접어들어 결혼을 했고 대부분 여성들은 30대가 넘어가면 조금 늦었다는 인식이 잡혀있었다. 허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결혼은 모르겠고 돈 많이 벌어 행복한 노년을 즐기고 싶은 저자의 이야기가 지금 세대에게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온다.


저자, 토끼는 어디 가서 일 못한다는 소리는 절대 안 듣는 야무진 20대 직장인이다.

핫도그와 함께 시작한 재테크 스터디를 통해 투자를 시작하게 되었고, 이제는 돈 모으는 재미에 푹 빠졌다.

브런치와 주식 앱 ‘오르락’에 재테크 일기를 꾸준히 쓰고 있다. 재테크는 이제 나의 삶에서 가장 짜릿하고 즐거운 일이 되었다.

저자, 핫도그는 자취 경력 1n년 차의 프로 자취러로서 30대 직장인이다.

홀로 라이프를 즐기던 중 문득 친구와 함께 사는 일을 꿈꾸게 되었다.

꿈은 현실이 되어 마음 맞는 친구인 토끼와 2년째 같이 살고 있다.

이제는 더 나아가, 지속 가능한 여성 공동체라는 새로운 꿈을 구상 중이다.




결혼하지 않고 친구랑 살기로 했습니다

'오늘'만을 위해 살았던 두 여성이 있다. 바로 이 책의 저자인 토끼와 핫도그다.
지금의 젊은 날을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았지만 지금은 훗날 편하고 행복한 '미래'를 위해 지성, 체력 그리고 돈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28살, 그녀는 처음으로 비혼을 선언했다.
친구 무리 중에서 먼저 결혼하는 친구를 위해 축의금을 같이 맞추기로 한 것인데, 비정규직이었던 그녀는 꽤 많은 액수로 느꼈던지라 친구들에게 축의금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친구는 어차피 결혼할 때 그대로 돌려받으니 축의금은 품앗이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홀로 라이프 계획'을 세우게 된다.
당시 비혼이란 개념이 널리 통용되지 않았던터라, '생일파티 겸 축의금 회수식'이라 명명하고선 8년 후에 생일 파티를 열겠다고 선언하게 된다.
올해 초, 드디어 비혼식을 하는 것이냐고 친구들이 물어왔는데 코로나때문에 불가능하니 그대로 8년 뒤를 기약하자고 답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결혼과 거리가 멀었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나니 문득 환경 또한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예컨대, 나는 결혼을 빠르게 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여동생의 경우는 결혼도 빨리 하고 아기도 빨리 가져야겠다는 생각이다.
(만나고 있는 사람이 평생을 함께 할 수 있을 사람이라면 때 놓치지 말고 가라고 했으니, 아마 여동생이 먼저 결혼할 것 같다.)
이것도 사실 이유가 있다면 동생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나는 엄마의 시집살이를 직, 간접적으로 체험했기에 빠르게 가야 한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 같다.
결혼하기 전에는 몰랐지만, 결혼하고나니 시어머니, 시누이들의 시집살이가 시작되었는데 어린 내가 봐도 엄마는 너무 힘들었었다.
힘들어하는 엄마의 모습을 온전히 지켜본 것은 나 하나뿐이었고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또한 나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엄마가 직장을 다니게 되니 그 타겟이 이상하게 내가 되었는데, 엄마가 없을 때는 내가 엄마이기에 여동생에게 그런 부담은 하나도 짊어지지 않게 했었다.
작건, 크건 시시콜콜한 스트레스도 나 혼자서 떠안았었으니 결혼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저자는 그렇게 비혼을 다짐했고 깊게 생각말고 계획부터 빠르게 세웠다.
혼자는 미약하지만 둘은 창대하리라!
바로, 미래를 도모할 동거인을 급구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일부 여성들은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살고 싶다!'라는 생각도 간혹 했겠지만 딱 생각 내지 상상에만 그쳤을 것이다.
아무래도 이런 사례들이 드물 뿐더러, 틀에 박힌 생각과 관습 때문에 어른들(부모님들)은 '결혼'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MZ세대 여성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마음이 맞는다면 결혼할 순 있겠지만 굳이 나이가 찼다고 해서 무작정 결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책에서는 MZ세대의 여성들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표현했지만, 생각해보면 이미 이전부터 여성들은 그렇게 생각해왔을 것이다.
단지,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말을 못 꺼냈을 뿐.
고된 시집살이와 부부갈등 등의 원인으로 못 살겠다를 수십 번, 수백 번 외쳐도 '이혼'이라는 낙인이 남들 눈에 좋아보이지 않아도 꾸역꾸역 참고 사는 게 과거의 여성들이었으니깐.
그만큼 인식과 시선이 달라졌음을 느끼게 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황혼이혼', '졸혼'이 아니겠는가.

곁에 있는 친구들, 언니들을 보니 딱 절반 정도는 결혼을 했고 나머지는 아직 미혼인 상태다.
난 비혼주의자는 아니나, 내가 눈으로 직접 봐왔던 것들이 있어서 그런지 아직 결혼이라는 것이 마냥 행복하게 다가오는 단어는 아닌 것 같다.
결혼은 현실이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집안일은 '여자의 것'이라는 틀에 박힌 관습때문에 맞벌이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집안일은 여자의 몫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요즘은 남성들의 시각 또한 많이 바뀌었다고 하나 사실 이것은 인식이 개선되었음에 대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냥, 사람에 따라 다르다.

비혼을 택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여자 연예인들이 많아지면서 결혼의 필요성에 대해 사람들, 특히 여성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물론, 능력만 된다면 혼자 사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마음 맞는 친구와 산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기에 이 책을 읽을 때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고보니 어떤 방송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한 방송사에서 시골할머니들의 일상을 잠깐 보여준 적이 있었다.
세분이 동네 이웃이셨는데, 남편과 사별하고 자녀들은 타지로 나가면서 마음 맞는 친구들이 같이 살게 된 경우였었다.
물론 상황이 똑같은 것은 아니나, 세 분이서 재미있게 사시는 것을 보고선 저렇게 사는 것도 괜찮겠구나를 느꼈었었다.

에세이이긴 하나, 중간은 투자와 재테크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어 경제 분야가 녹아있는 에세이라 할 수 있겠다.
혼자 살 계획이라면 혹은 마음과 맞는 사람과 살 계획이라면 굉장히 유용할 수밖에 없다.
소수는 이걸 보면서 탐탁치않아 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색안경을 벗고 바라보면 이 또한 굉장히 건강하고 행복한 미래를 위한 준비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 한 번쯤은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우리의 목표는 확실하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무사히 할머니가 되는 것.
그러기 위해 필요한 준비물은 첫째로 돈이고 둘째로 체력과 건강이며 셋째로는 든든한 공동체다.
결혼은 모르겠고 돈을 많이 벌면서 소중한 인생을 즐기다가 누구에게 손 벌리지 않고도 노년을 잘 살아가고 싶다.
가장 나답게 살기 위한 우리의 도전은 계속된다. _저자 토끼&핫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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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01세, 현역 의사입니다 - 은퇴를 모르는 장수 의사의 45가지 건강 습관
다나카 요시오 지음, 홍성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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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면서도 눈을 의심했다.
의사 경력 79년차, 올해 나이 104세! 아직도 오전에 환자들을 매일 보신다고 하니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에세이를 읽고나면 즐거움, 보람 등의 삶의 키워드가 자연스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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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01 0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아흔 넘으신 의사분에게 고딩 시절 내내 진찰을 받았는데 어지간히 아프지 않고서는 약! 약을 처방 안해 주셨어요. 밥만 잘먹으면 된다공 ㅋㅋㅋ 의사 가운을 입으셔서 인지 아흔 살로 안보였습니다. 백년은 무리지만 하루 하루 건강하게 사는것 만큼 큰 행운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 9월 건강하게 @

하나의책장 2021-09-04 01:48   좋아요 1 | URL
오오 명의셨나봐요!ㅎ
제가 내과는 두 군데를 다니는데, 한 군데는 제가 유치원때부터 또다른 한 군데는 중학교때부터 다녔거든요. 처음 봤을 때, 두분 모두 어느 정도 나이있긴 했지만 제 눈에는 마냥 젊어보이셨는데 이제는 희끗희끗한 나이드신 모습을 보면 세월이 실감나요. 정말로 의사가운 입으셔서 그런지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로는 안 보이더라고요ㅎ
(의사가운이 혹시 어려보이는 효과가 있는 것인가🤔)
아무래도 제 상황과 몸 컨디션을 어렸을 때부터 봐주셔서, 어디 아프다하면 잘 알아주시니 대학병원다니면서도 꾸준히 다니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성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 눈에는 마냥 어려보이나봐요😅
장수는 바라지도 않고, 매사 건강한 게 최고인 것 같아요👍
scott님,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지음,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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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힘이 들 때면, 글을 쓴다.


그 날, 힘든 일과 맞딱드릴때면 곧장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펼친다.

그리곤 가상의 인물을 만든 후에 나의 감정을 고스란히 대입시켜 글을 써내려간다.

지금으로선 끝이 없는, 종착지가 보이지 않는 글이 덧대어지고, 또 덧대어져 어느새 페이지 수가 많이 늘어났다.

대부분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첫인상을 이렇게 평가받는다. - 빈틈없이 깔끔한 겉모습에 고생이라는 것을 모르고 산 것 같다.-

깔끔하고 완벽한 모습이 그 이유이니 물론 마냥 나쁘진 않다. 하지만 고생을 모르고 살았다는 것은 너무나 큰 억측이다. 먹음직스러운 크림빵 속에 슈크림인지, 말차인지, 팥인지 알 수 없듯이 속을 갈라보지 않는 이상 아무도 알지 못한다.

어린 시절부터 '평범한 일상'의 나날을 동경했고 지금도 동경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도 나의 삶의 목표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한들, 나만 잘한다고 해서 잘 풀리는 것은 아니다.

집이건, 학교이건, 사회이건, 그 구성원들간에 어느 정도 합이 맞아야 '좋은' 쪽으로 나아갈 수 있는데, 나의 바람과는 달리 삐그덕거린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사람과의 관계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었다.

인간관계 또한 양면성이 있다. 즉, 관계를 맺는 사람들 중 이로운(利) 사람들이 있는가 반면에 해로운(害) 사람들도 있다.

특히, 해로운 사람들은 물론 이로운 사람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에게까지도 상처를 입을 때면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끔씩 생각해본다.

"(그 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되뇌인다.

"'내가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등 말 혹은 행동을 달리했으면 이렇게까지 상처받지 않았겠지?', '만약 그 전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어떻게든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되뇌인다.


'성장'의 단계를 넘어갈 수 있는 길을 몇 갈래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후회'이다.

인생은 후회의 연속이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인간의 삶이기에, 후회할 일을 매번 겪는다.

이 때, 그 일에 대해 반성하고 시정하는 사람들만이 '성장'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다만, 넘어가는 과정자체가 매우 단순할 수도 있고 복잡할 수도 있다.

특히 섬세하게 살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바로 우리 감정인데, 그 과정 속에서 일부는 감정의 늪에 빠진 깊이에 따라 극도의 우울과 불안을 느끼게 된다.



죽음에 대해, 자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혹시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불치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다고 한다.

물론 육체적인 고통의 정도로도 판단할 수 있겠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죽음의 순간이 마음으로도 느껴진다고 한다.

사람의 죽음은 자연사, 병사, 사고사, 아사로 나눌 수 있는데 이에 더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자살이다.

책 속에서, 주인공 노라는 '자살'을 결심하게 되는데 질문을 살짝 바꿔 물어보고 싶다.

혹시 '자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이 부분에 대해 선뜻 '아니오'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아니오'라고 대답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을 것이다.

자살과 관련된 기사를 보면 의견이 나뉜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리고 '도망친거네...'.

마르탱 모네스티에의 「자살」과 앤디 라일리의 「자살토끼」를 읽어보거나 들어본 적이 있는가? 두 책 모두 자살을 다룬 책이다.

「자살」같은 경우 어린 나이에 호기심으로 열어봤다가 적잖은 충격을 받고선 곧장 책장을 덮었었는데 지금도 왜 도서관에 그 책이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이후 대학생이 되어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다시금 펼치게 되었는데, 자살의 정의, 이유, 종류, 사회대책까지 자세하게 다루고 있으며 실제 상황이 담긴 사진과 함께 첨부되어 있어 지금껏 가장 무섭게 느껴졌던 책을 꼽으라하면 바로 이 책이다.

앤디 라일리의 「자살토끼」는 토끼가 다양한 방법으로 자살한 모습을 그림으로 나타낸,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다.


뜬금없이 두 책을 언급한 이유는 바로 이렇다.

자살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난 우울함을 원인으로 둔 자살에 대해 말해보겠다.

우울증은 단순히 우울하다는 감정과는 다르다.

감정의 파도에 갇혀 헤엄치려 해도 계속 그 자리다. 그래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누군가 손을 내밀어주지 않는 이상 절대로 헤어나올 수 없는 것이 우울증이며, 오히려 발버둥칠수록 더 깊게 가라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도 나오듯이, 그들이 굳이 자살을 택하는 이유는 바로 이렇다. 편해지고 싶어서다.

그래서 죽음의 문턱에 다다르려고 하는 그 순간,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차가운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 선택의 순간에 꼭 본인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이 있다. 본인이 선택한 그 결정에 대해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느냐이다.

분명 그 선택을 하자고 마음먹기에 앞서 우울감이 온 몸을 평정했다는 것인데, 되돌아가자면 나 자신이 우울한 원인을 분명하게 알고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인생에서 매순간 결정의 기로에 놓여있을 때, 한 가지 선택지만 주어진 것이 아니다. 분명 두 가지 이상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본인이 결정한 선택지에 따라 가지치기 하듯이 끊임없이 갈라진다.

이는 앞으로도 계속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며 우리가 이전에 밟아왔던 그 과정(선택받았던, 선택받지 못했던 선택지)에도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

이 말은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최대수혜자이자 최대피해자가 된다는 뜻이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가 소설이라 하더라도, 어쩌면 인생은 더 소설같기에 '후회와 죽음', '희망과 미래'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대해 생각의 폭이 넓혀질 것이라 확신한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The Midnight Library


낡은 소파에 앉은 한 소녀가 다른 사람들의 행복한 삶을 들여다본다.

노라 시드, 그녀는 죽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기를 내심 바랐던 그녀에게 누군가 찾아온다.

키가 크고 마른, 다정해보이는 남자는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빛으로 노라를 바라보았다.

내심 외로웠던 노라는 혹시나하는 마음에 반가운 마음이 들어 괜스레 말을 걸었다.

노라의 쓸데없는 질문에도 답변하면서도 그의 얼굴은 굉장히 심각해보였다.

그의 안색이 둘의 침묵을 이끌었고 애쉬는 힘겹게 노라의 반려묘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고양이를 기른다고 하셨죠?"

"네. 반려묘가 있어요."

"그 고양이 이름이 기억나네요. 볼테르. 갈색 얼룩무늬였죠?"

그리곤 애쉬는 덧붙였다.

"유감이지만 볼츠가 죽은 것 같습니다."

괴로움과 슬픔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노라는 볼츠(볼테르, 노라만의 애칭)에게 향했다.

동정과 절망을 동시에 느끼는 한편, 아이러니하게도 미동없는 평화로운 표정에 약간의 질투와 같은 감정이 흘러나왔다.


자살을 결심한 시간들이 다가온다.

노라는 와인을 마시며 그간의 '부여받고 싶어하던 직책'들에 대해 나열하며 생각해본다.

수영 선수. 뮤지션. 철학가. 배우자. 여행가. 빙하학자. 행복하고 사랑받는 사람. - 노라는 그 어느 것도 이루지 못했다.

심지어 고양이 주인도, 피아노 레슨 선생님도, 대화가 가능한 인간으로도.

11시 22분, 다른 것 생각할 겨를 없이 노라에겐 딱 한 가지만 떠올랐다.

죽기에 딱 좋은 때였다.


사방에 안개가 깔려 있는,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 곳에 노라가 있었다.

00:00:00, 손목에 찬 시계는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진한 고서의 냄새가 가득한 이곳은 도서관이었다.

그리고 족히 예순은 되어보이는 녹색 스웨터를 입은 사서가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엘름 부인."

그렇다. 단박에 노라가 알아본 그녀는, 옛날 그녀가 다녔던 학교의 도서관 사서였다.

남자 기숙학교 교사였던 아빠의 사망 소식을 전해준 것이 엘름 부인이었다.

그 때, 엘름 부인은 노라에게 이런 말을 했다.

"다 잘될 거야, 노라. 괜찮을 거야."

아직은 사후 세계가 아니지만 곧 죽음의 문턱과 가까워지는 노라에게 엘름부인은 말한다.

"자정의 도서관이 존재하는 동안 넌 죽음으로부터 보호받을 거다. 이제 어떻게 살고 싶은지 결정해야 해."


움직이는 서가의 선반을 보며 엘름부인은 이제 시작할 때가 되었다며 삶과 선택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영향이 고스란히 묻어난 책들에 대해 소개한다.

다른 책과 달리 회색 표지의 책 한 권을 노라에게 건네는 엘름부인은 노라에게 말한다.

이 도서관에 있는 책들은 모두 노라 자신의 삶인데, 유일하게 지금 노라가 든 책만 그녀가 한 글자도 쓰지 않고서 쓴 책이며 모든 문제의 근원과 해답이 담겨 있는 책이라고 덧붙인다.

"이게 무슨 책인데요?"

"《후회의 책》이야."

나이순으로 정리되어 있는 《후회의 책》은 0부터 시작해서 35장까지 있었고 각각의 장이 더 길어졌으며 그 해에 해당하는 후회만 적혀있지를 않았다.

"후회는 시간 순서를 무시하지. 마구 떠다닌단다. 이 목록은 배열 순서가 늘 바뀌어."

생각해보니 그랬다. 예컨대,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은 게 후회돼라던지, 어릴 때 더 많이 놀지 못한 게 후회돼라던지, 결혼하지 않은 게 후회돼라던지, 케임브리지에서 철학 석사 과정을 공부하지 않은 게 후회돼라던지.

그렇게 마구 떠다니는 후회들을 보며 노라는 지난 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모든 것이 그저 부당하게만 느껴지는 노라를 보며 엘름 부인은 말한다.

"…… 이 자정의 도서관은 유령의 도서관이 아니니까. 여긴 죽은 자들의 도서관이 아니야. 가능성의 도서관이지. 그리고 죽음은 가능성의 반대고. ……"

그리곤 엘름부인은 노라에게 책 하나를 건넨다.

전나무색에 보드라운 질감을 가진 표지 위에는 《나의 인생》이란 제목이 큼지막하게 써 있었다.

이번에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까?

노라는 빈 페이지를 보곤 다음 페이지로 빠르게 넘겨보았다. 그리고 시작되었다.


엘름 부인에게 받은 《나의 인생》을 통해 노라는 지난 날로 돌아가 그녀가 평소 원했던 모습의 삶 '수영 선수. 뮤지션. 철학가. 배우자. 여행가. 빙하학자. 행복하고 사랑받는 사람.' 등으로 살아보게 된다.

노라는 드디어 진정 자신이 원했던 삶을 살아볼 수 있게 되었다. 과연 노라는 그녀가 원했던 삶에 대해 만족할 수 있었을까?


전하고픈 책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뒷이야기는 직접 읽어봤으면 좋겠다, 꼭.

기대 이상으로 더 큰 깨달음을 줄테니깐.



내겐 눈물이었다


"이 책들은 네가 살았을 수도 있는 모든 삶으로 들어가는 입구야."


책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내게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눈물'이었다.

(다들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 눈물에는 온도가 다르다.

책이나 영화를 볼 때 흐르는 눈물은 식어버린 티처럼 차가운데 어딘지 모를, 깊은 마음 한 구석에서 끌어져 흘러 내린 눈물의 온도는 평소와는 달리 뜨겁다.

특히 그것이 나의 마음을 뒤흔들만큼 개인적인 상황과 맞물린다면 그 온도는 더 높다.

내 볼을 타고 흐르는 조금은,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책 위로 뚝뚝 떨어졌는데, 책 속 상황과는 다르긴 해도 마음에서 우러난 감정은 비슷해서인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놓게 된, 후회의 조각


잠시, 책 속의 에피소드 하나를 꺼내보겠다.

자정에서 1분이 지난 시각, 살아있을거란 잠깐의 희망을 걸었던 볼테르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고 차가웠다.

볼테르와 함께 하는 삶을 원하는 노라에게 엘름 부인은 볼테르가 사고사가 아닌 자연사임을 알려준다.

시간을 잠시 바꿨던 엘름 부인의 장난에 노라는 화가 났지만 엘름 부인은 노라에게 큰 깨달음을 준다.

"네가 바뀌었잖니."

"무슨 말이죠?"

"넌 이제 자신이 형편없는 고양이 주인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넌 볼테르를 최고로 잘 보살폈어. …… 고양이는 안단다. 자신이 죽을 때가 다가왔다는 걸 알지. 볼테르는 죽을 때가 다가왔다는 걸 알고 밖으로 나간 거야."

고양이를 키운 적은 없는데, 일 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밥과 잠자리를 챙겨준 길고양이가 있다.

길고양이들이 여기저기 다닐 때면, 우리집 옥상을 지나곤 한다.

그러다 옥상계단에서 한 마리와 눈이 마주치게 된다.

희한하게 피하지 않고 빤히 쳐다보기에, 계단을 내려와 마당으로 향하니 고양이도 옥상 계단에서 내려와 마당으로 향했다.

그것이 첫 만남이었다.

사실, 여느 길고양이처럼 한순간의 만남으로 끝날 줄 알았다.

큰 대문 안에 마당이 있고 집이 있는 형태인데, 단독주택이지만 집이 두 채가 붙어있는 형식이라 큰 집, 작은 집을 왔다갔다한다.

작은 집에 내 방이 있는데 큰 집으로 가려고 잠깐 현관이라도 나올 때면 어디서 '냥'하고 누군가 부른다. 그게 일주일동안 이어졌다.

그렇다고 흔히들 말하는 '간택'의 순간은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절반의 간택이랄까.

절대로 집에 들어오는 법이 없으며 밥은 마당 한 켠, 지정된 곳에서 먹으며 항상 나와 노는 곳은 옥외마루이다.

그렇게 '호떡이'는 나와 일 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했다. 중간에 친구 세 명도 데려와 반 년을 함께 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며칠이 지나도 그림자 하나 나타나질 않아 이제는 정말 다른 동네로 갔나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에 '냥' 소리가 들려 후다닥 마당으로 향했었다.

반가운 마음에 특식을 꺼내 밥그릇에 덜어놓았는데 먹지도 않고 그저 나를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왜 안 먹어? 그동안 어디 있었어?"

평소같으면 '냥' 하고 맞받아쳐주는데, 그 날은 대답도 하질 않았다.

그러다 물을 좀 마시는가 싶더니 갑자기 기침을 하곤 쏜살같이 옥상 계단으로 올라갔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기에, 고양이가 기침하는 것은 난생 처음보았다.

어디 아픈건가 싶어 옥상으로 향하려고 하는데, 평소와는 다른 목소리인 걸걸한 목소리로 '냥'을 한번 외치고선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순식간에 호떡이는 옥상으로 올라가버렸다.

나도 모르게 옥상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그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일주일, 한 달, 두 달... 일 년이 흘렀었다. 벌써 호떡이와의 마지막 눈맞춤이 5년이나 흘렀다.

반려묘를 키우는 지인이 고양이는 죽음의 순간을 스스로 직감하는데 너에게 그간 고마워 마지막 인사하러 온 것 같다고 얘기해줬었는데, (지금도 쓰면서 눈물이 흐르는데) 당시에 느껴보지 못한 반려동물과의 이별의 아픔에 많이 힘들었었다.

호떡이는 길고양이인지라, 쓰다듬는 것을 좋아하긴 해도 잡거나 안는 것은 싫어했다. 모션이라도 취할려고 하면 도망가버리고 사나흘은 삐져서 마당으로 내려오지도 않았다.

마루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슬며시 옆으로 다가와 본인이 스스로 기대는 것까지만, 딱 거기까지만이 우리만의 스킨십이었다.

호떡이와의 마지막 눈맞춤과 '냥'은 절대 잊을 수가 없다.

호떡이를 위해 밥도 챙겨주고 호떡이가 쉬는 곳에 조그마한 집까지 만들어주는 등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했으니 후회하지 말란 지인의 위로에 마음을 많이 추스릴 수 있었다.

'난 볼테르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어'라는 후회가 책장에서 서서리 사라지듯, 노라와 볼테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 또한 마음 한 켠에 남아있던 후회의 조각을 버릴 수 있게 되었다.



고백 그리고 내 손을 따뜻하게 맞잡아주는 내 사람들


어렸을 때부터 폭풍우같은 삶을 살다보니 시간으로 다져진 인생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져왔다.

세상에 좋은 사람도 있지만 나쁜 사람도 있듯이, 내 곁에 해가 되는 사람도 많았다.

"하나에게는, 유난히 네 감정을 흔들만큼 안 좋은 사람들이 많은 게 사실이야."

오죽했으면 상담받았던 교수님께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낼 정도였으니깐.

가치관과 생각이 달라져 요즘은 아무렇지 않게 오픈한다고 하지만, 나는 가급적 아픈 것에 대해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이 내 약점일 될 것 같아 눈 감았는데, 그 때 교수님의 말을 듣고 생각의 전환을 가질 수 있었다.

"당연히 핑계가 아닌 이유가 있는 것인데, 사람들은 말하지 않으면 몰라. 말해줘야 알지, 말해주지 않으면 몰라. 그리고 오히려 최대피해자는 네 자신이 될 수 있어."

그런데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현재 내가 짊어지고 있는 병들 중 하나가 바로 공황장애이다.

대학생 때부터 그 기미가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애써 괜찮은 척하며 지내오다 결국엔 죽을 것 같은 고통에 병원으로 향했고, 그 때 공황장애 판정을 받았다.

특정 공간들이 옥죄어왔다. 헐떡거리는 숨막힘, 고른 호흡이 되질 않아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지금은 공황장애라고 하면 많이들 아는 병이기에 오픈하는 것이 쉬워보이지만, 이를 오픈하기가 참 힘든 것이 대부분 이렇게 말할 것이 보였다. - 마인트컨트롤이 중요하다. 네 자신을 스스로 잘 다스려야 한다. 강해져라. 약해지지 말아라.

마인드컨트롤이 중요한다는 것부터 나 스스로 잘 다스려야 한다는 것까지 잘 알고 있으나, 말이 쉽지 그렇게 마음을 먹으려고 노력해도 병이 단숨에 고쳐지지는 않는다.

오픈하고 나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내뱉은 말에 상처받을 것 같았다.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한 통의 전화가 왔었다. 무심코 받았던 그 전화는 다름아닌 오래전에 알고 지내던 친구였다.

지금은 길 가다 지나가면 한번에 못 알아볼 것 같은 마음이 들 정도로 그 친구 얼굴 본 게 그만큼 오래되었다.

전화를 통해 그간의 이야기를 짤막하게 하며 안부를 물었는데 이야기 도중에 무심코 한 그의 말들이 귓가에 울렸다. -"안면장애가 있거나 대인기피증이 있는 게 아니잖아?",  "정신적인 아픔들은 다 마음이 약한 게 문제야. 그래도 넌 그렇지 않잖아." 등등.

물론 농담섞인 말들이니 듣고 넘기면 되지만 농담섞인 말이어도 그가 했던 여러 말들이 귓가에 맴돌았다.

이렇듯 아픈 것에 대해 털어놓으면 강인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치부해버리지 않을까 싶어 꺼리는 것도 이유가 있다.

의사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이 있다.

"강인했기에 그 많은 일들을 겪어도 지금까지 잘 버틴 것이다. 그 말은 넌 절대 약한 사람이 아니다."

단단하고 강인한 마음을 가졌기에 잘 버텼었는데, 아무리 철옹성같은 단단함이어도 계속된 충격에 의해 결국은 약해지기 마련이라며 그래서 잠시 약해진 것 뿐이라고 말해주셨다.

물론 글이긴해도, 이렇게 하나 털어놓는 것도 굉장히 용기를 낸거다.

벌써 몇 년째더라.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지금도 치료받고 있으니 꼭 나을 것이다.

이 책이 내게 크게 와닿았던 부분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다.

엘름 부인이 노라에게 "다 잘될 거야, 노라. 괜찮을 거야."라고 언급한 부분이 있는데, 이전 게시물에서 종종 언급했던 은사님이 내게 해주신 말과 똑같았다.

난 모든 것을 홀로 짊어지는 성격인지라, 온전하게 모든 것을 털어놔본 적은 아직도 없다. 엄마, 교수님, 은사님 그리고 외국으로 언제든 떠나자는 친구만이 내가 얼마나 아픈지 알고 있다.

그 때, 내가 그들에게 들었던 말들 중에 똑같은 말이 하나 있다. "괜찮아. 다 잘될 거야."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세상은 홀로 살아갈 순 없다는 것이다. 내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이들에게 손을 뻗으면 분명 그들은 뻗은 손을 따뜻하게 맞잡아줄 것이다.

다만 꼭 그 대상이 분명해야 한다. 누구든 아무에게나 도움을 청해선 안 된다. 잘 들어주는지, 진중하고 무거운지, 신뢰가 깊은지 등등 신중하게 생각해보고선 털어놓는 것이 좋다.



괜찮아요, 괜찮을 거예요


노라가 자살을 택하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그녀의 절망적인 과거를 숫자로 표현해보겠다. 죽기로 결심한 시간을 기준으로.

27시간 전, 사랑하는 반려묘 볼츠가 길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9시간 30분 전, 12년 11개월 동안 몸 담았던 악기점에서 해고를 당했다.

9시간 전, 약혼자 댄을 떠올렸다. 참고로, 결혼을 2일 남겨둔 채 노라가 댄에게 문자로 파혼을 통보했다.

4시간 전,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그녀의 SNS는 댓글도 0, 팔로워 요청도 0, 친구 요청도 0이라는 것을.

노라가 《나의 인생》을 펼치기 전, 잠시 책장에 기대어 이 수치들을 생각하며 노라가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원인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선 《나의 인생》에서 펼쳐진 노라가 원했던 삶으로 함께 시간여행을 하게 되었다.


노라의 후회섞인 문구들이 나의 평소 후회섞인 문구들과 접점을 이루니, 덩달아 노라의 감정에 이입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인생은 더 소설같다고 하는데, 나의 삶 또한 어쩌면 더 소설같아서 잘 풀 수 있을지는 아직도 미지수이다.

앞으로 이에 대한 결정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이 내일이 될 수도 있고, 한 달 후가 될 수도 있고, 일 년 후가 될 수도 있다.

인생에 있어서 참 야속한 게 있다면, 어쩔 수 없는 환경에 의해서, 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바꿀 수 없는 것들이 분명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일들을 겪으며 깨우친 것은 그것 또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 순간에는 그 어떤 것도 할 수가 없다. 단지, 받아들이는 것밖에는.


살면서 힘들고 지친 나날이 계속되면 우리가 한가지 간과하게 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우리의 삶이 하나뿐이라는 것이다.

한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기에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기에 현재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며 잘 가꿔나가는 것만이 확실하고 분명한, 유일한 해답이다.

주인공 노라도 결국은 자신이 원하는 삶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지금의 삶으로 다시 시작하게 된다.


남들은 내가 참 열심히 산다고 하는데, 내가 봐도 열심히 사는 건 아니다.

단지, 최선을 다할 뿐이다. 항상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만 '후회'는 없을 테니깐.

후회없이 사는 이유는 단 하나다. 후회가 없어야, 떳떳하게 가슴 펴고 말할 수 있으니깐. 그래야 뒷말이 나오지 않을테니깐.


한 번밖에 주어진 인생, 그저 묵묵하게 나름의 최선을 다해 후회없이 만들어보자.

지금의 삶이 초라해 보이는 삶이면, 지금의 삶에서 열심히 살아 초라함에서 벗어나면 된다.

지금의 삶이 목표가 없는 삶이면, 지금의 삶에서부터 작은 목표 하나라도 세워 열심히 살아 점점 키우면 된다.


우울한 마음이 든다면, 혹은 그 마음을 넘어 우울증에 걸렸다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괜찮아, 정말 괜찮아. (종교는 없지만) 오롯이 너만을 위해 기도할게."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조언을 덧붙이자면 이렇다.

먼저,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불편한 마음을 가질 필요도 없다. 대부분의 병원은 무조건 예약제로 진행되며 현재 병명에 맞게 치료방향을 정해주니깐.

잘못된 관념으로 흔히들 알고있는 정신과로 이미지나 분위기를 치부해버리곤 하는데 말그대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병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꼭 알아야 할 점이 있는데 무조건 '약'으로 해결하는 병원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정신건강의학과에 가게 되면 발생하는 상담/치료 비용등이 굉장히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긴 하다.

경제적인 부담 혹은 단순히 가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면, '털어놓는 것'을 추천한다.

그 대상이 사람일 경우에는 들어주는 자세가 남다르고 남을 생각하는, 믿을 만한 사람이어야 한다.

나 또한 그런 대상이 있고 내가 그 대상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 대상이 되어줄 때가 많은 나는 남을 위해주고 경청하는 자세를 지니고 있으며 입이 무겁고 신뢰감이 높은 사람이다.

(예전같으면 오글거려 절대 쓰지 못할 말인데 지금은 내 성격을 강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 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메니에르 증상이 조금이라도 호전되면 예전에 언급했던 고민상담에 대해 빠르게 추진해보겠다.

조금은 예민한 감정을 가진 분들은 사람이라는 대상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꼭 털어놓는 상대가 사람일 필요는 없다.

매일 덮고 자는 이불 혹은 배게여도 좋고 손때 묻은 인형 혹은 피아노 그리고 책이어도 좋다.

이 때, 인형, 피아노, 책 등과 같은 물건은 꼭 내 손때가 타는 것이 좋다.

이불이나 배게도 단순히 추천한 것이 아니다. 매일 덮고 잔다는 건 자신을 보호해주는 느낌 내지 안정감까지 줄 수 있기 때문에 그 대상을 정한 것이다.

꼭 자기계발서를 읽을 필요는 없다. 인문/철학서도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 또한 피해야 한다.

삶의 깨달음을 주는 책이 가장 좋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와 같은 소설부터 여행, 인문 에세이까지 읽다보면 와닿는 느낌이 다른 책이 한 권쯤은 있을 것이다.


우울하고 불안한 나날이긴 해도 찾지 못해서일 뿐,

나를 위한 사람이,

나를 위한 인생이,

나를 위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마냥 처져있으면 계속 처질 뿐, 달라지는 것은 없다.

지금을 받아들이고, 일단 지금을 살아가면 된다.

나 또한 어쩔 수 없이 처해진 상황에 대해 받아들이며, 현재의 삶을 일궈나가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 현재의 삶에 순응하며 살지는말고 현재의 삶을 일궈나가며 살아가자!


난 덧대고 덧댄 글들을 빠르게 한 권의 책으로 묶고 싶다.

그렇게 한 권의 책이 되는 순간, 난 이렇게 외치지 않을까?

"드디어,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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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01 0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하나님의 리뷰는 특별하게 다가 옵니다. 코로나가 장기간 이어지니(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점점 진공 속에 갇힌 세상에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희망을 품어 야 겠죠 하나님 8월 건강하게 ^ㅅ^

하나의책장 2021-08-14 02:24   좋아요 1 | URL
세자리에서 네자리로 바뀌었고, 아직도 천명대이니 정말 심각하죠ㅠ 언제쯤 코로나가 잠잠해질 수 있는건지ㅠ scott님도 항상 조심하셔요❣

새파랑 2021-08-01 0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글도 그렇고 사진도 장인의 느낌이 들어요^^

하나의책장 2021-08-14 02:25   좋아요 1 | URL
앗, 장인이라니ㅎ 과찬이셔요👉👈 새파랑님,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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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로봇은 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그들이 할 수 없는 단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인간과의 진정한 접촉을 경험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로봇에게 있어서 감정 공유는 불가한 것일까.

분명 둘로 나뉠 테다, 감정이 없는, 그저 입력한 데이터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 혹은 그를 초월해 인간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로봇으로.

『클라라와 태양』을 읽고나면 인간과 인공지능 로봇, 그 둘이 공유하는 감정을 진짜, 가짜로 구분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저자, 가즈오 이시구로는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1960년 해양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해 켄트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에서 문예 창작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을 배경으로 전후의 상처와 현재를 절묘하게 엮어 낸 첫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1982)으로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을 받았다.

일본인 예술가의 회고담을 그린 『부유하는 세상의 예술가』(1986)로 휘트브레드 상과 이탈리아 스칸노 상을 받고, 부커 상 후보에 올랐다.




"인간의 역사를 통틀어 무수한 사람들이 죽음을 불사하고 얻고자 했던 것. 무수한 사람들이 목숨을 걸 만큼 너무나도 소중한 것, 그것이 자유지요."


문득 책을 읽고나면 자연스레 영화 한 편이 떠오를 것이다.

바로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Bicentennial Man 바이센테니얼 맨」이다.

로봇 앤드류는 가사 로봇으로서 주인님 리처드와 그의 아내를 모신다.

때때로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기계답지 않은 이상한 질문들을 던져 때론 가족들을 곤란하게, 때론 웃음짓게 만드는 등 점차 그의 요상스런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이는 앤드류가 '감정'을 느끼게 되었음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이후 로봇 제조회사에서 그를 불량품으로 간주하고 연구용으로 분해하기 위해 리처드에게 끊임없이 반환을 요구하지만, 리처드는 오히려 앤드류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계좌를 만들어 앤드류가 작품을 팔아 얻는 수익을 적립할 수 있게 해준다.

한편, 앤드류는 작은 아가씨에게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되었는데 리처드의 죽음으로 인해 앤드류는 잠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것이 긴 여행이 될 줄은 모르고.

그렇게 길고 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작은 아가씨는 어느새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그녀를 쏙 빼닮은 손녀 포샤를 만나자마자 다시금 '사랑'에 빠져 앤드류는 수술대에 오르게 된다. 지금의 모습이 아닌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기 위해.

"기계로서 영원히 사느니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죽고 싶습니다."



인공지능 로봇에게 마음이 있고, 그 마음이 인간을 위해 움직인다면?


창백한 얼굴, 마른 몸 그리고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미묘하게 다른 걸음걸이, 그것이 클라라가 처음 마주한 조시의 모습이었다.

몸이 아픈 조시는 일상 속 평범함을 누리지 못하는 한 소년이다. 그러다 에이에프로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인 클라라를 만나게 된다.

클라라는 다른 로봇들과 달리 에너지원을 태양광 에너지로 사용한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관찰력 뿐만 아니라 공감능력까지 뛰어나 다들 클라라를 조금은 특별하게 생각한다.


"가끔, 이런 특별한 순간에 사람은 행복과 아픔을 동시에 느껴. 클라라, 이 모든 걸 주의 깊게 관찰하다니 장하다."

매니저가 가고 난 다음에 로사가 말했다. "정말 이상하다. 도대체 무슨 뜻으로 한 말일까?"

"별 얘기 아니야 로사. 바깥세상 이야기를 한 거였어."

어떻게보면 입력값에 움직이는 깡통에 불과하지만 클라라는 인간이 느끼는 감정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한편, 조시의 집으로 가게 된 클라라는 인간이 느끼는 감정선에 반응할 수 있기에 모든 것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다.

로봇이 눈치를 본다고 할까나. 가정부 멜라니아에게도, 조시의 엄마에게도.

그렇게 클라라와 조시가 함께 하는 일상이 지속된다.


순탄하게 흐르는 일상은 그렇게 시간을 거슬러 강물 흐르듯이 흐른다.

즉, 약했던 조시의 몸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그런 조시의 모습을 보며 클라라는 자신이 햇빛으로 에너지를 충당하는 것처럼 조시에게도 '햇빛'을 주고 싶어한다.

거지 아저씨에게 그랬던 것처럼 조시에게도 해의 자양분은 효과적이었다.

조시는 햇빛을 통해 튼튼해졌고 이내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라게 된다.

클라라와 조시, 그 둘은 앞으로도 함께 할 수 있을까?



클라라, 조시, 릭 그리고 태양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조시에게 가족보다 클라라가 더 특별했을지도 모른다고.

물론 클라라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일부를 포기하면서까지 조시를 지켜내려고 했으니깐.

앞서, 내가 클라라를 깡통으로 비유했는데 감정이 없는 빈껍데기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일반적인 로봇에 빗대어 사용한 단어였다.

허나 클라라는 어쩌면 인간보다 더 세심하고 배려있었을지도 모른다.

감정을 어루만지는 클라라의 모습과는 달리,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인간들의 비인간적인 행동을 보고 있으면, 어쩌면 그 일부 인간들이야말로 감정 없는 깡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야기의 끝무렵에 클라라와 릭의 대화가 나온다.

"기억나니, 클라라." 릭이 물었다. "오전 내내 날씨가 정말 이상하다가 조시 방에 햇빛이 똑바로 들어온 날?"

"그럼요. 그날 일은 절대 잊지 못할 거예요."

"요새도 가끔생각해. 꼭 조시가 그때부터 좋아진 것처럼 보였어. 착각일 수도 있지만. 그런데 돌아보며 마치 그랬던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

"무슨 얘기 하는지 알겠어. 그날, 두 번째로 헛간에 갔던 날 네가 한 말 기억나. 가기 전에 엄청 진지해져서는 우리 사랑이 진짜냐고 물었지. 나하고 조시가. 그리고 내가 진짜라고 대답했던 것 같아. 진짜고 영원하다고. 그래서 그것 때문에 걱정하는 거지."

……

"그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요."

"그러니까 내 말은, 조시와 내가 각자 세상에 나가서 서로 안 만나고 산다 해도 어떤 부분은,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늘 같이 있을 거라는 거야. 조시는 어떨지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세상에 나가면 항상 꼭 조시 같은 누구를 찾으려고 할거야. 그러니까 절대로 속임수가 아니었어. 거기에서 네가 누구랑 거래를 했는지는 몰겠지만 그 사람들도 내 마음속, 조시 마음속을 들여다본다면 네가 속이려고 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겠지."

책을 읽을 때, 클라라와 조시뿐만 아니라 릭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초점을 맞추며 읽어보는 것이 좋다.

(스포일러가 될까 생략하겠지만) 초반부터 등장하는 릭이라는 인물이 무언가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어쩌면, 클라라는 온전히 릭의 입장에서 이해해보려고 했던 게 아닐까.

각 인물들이 보이는 그 사랑 또한 어쩌면 같은 맥락이지 않았을까.


사람보다 더 사람같은 AI의 등장으로 모두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게 요즘인데, 즉, 로봇과 함께하는 일상이 먼 얘기는 아닐 것이다.

좋다, 나쁘다로 단정지을 순 없다. 편해질 순 있겠지만 그로 인해 손해보는 것은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니깐 말이다.

일전에 썼던 리뷰를 참고하자면, 로봇과 함께한다는 것의 일차원적인 현실적인 문제는 바로 이런 것이다.

로봇과 일자리 전쟁, 『로봇 시대 일자리의 미래』 ▶ https://blog.naver.com/shn2213/222396914512 ]

영화 「아이 로봇」을 보면 각 개인마다 로봇과 함께하는 일상을 보여준다.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주고 집안일을 도와주고 나아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일까지 말이다.

잠시 영화 속 이야기를 빌리자면, 주인공은 한 사건으로 인해 로봇을 싫어한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주인공이 탔던 차와 옆차가 함께 강물로 빠지게 된다.

지나가던 로봇이 소생가능성을 빠르게 판단하여 주인공을 구하려는 찰나, 주인공은 옆차에 타고 있는 소녀를 구하라고 외쳤지만 이미 판단이 내려진 로봇은 주인공만 억지로 끌고 올라오게 된다.

주인공에게 로봇은 값으로 결과를 내려 판단하는 깡통에 불과했다.

그러다 메인 컴퓨터의 '각성'으로 인해 국방력까지 지배되며 로봇은 이내 인간들을 지배하려고까지 한다.

현실적으로 부딪힐 수 있는 문제들이 고스란히 잘 드러나 책과 비교하기에도 좋다.

아무튼, 극중 주인공은 감정을 공유하는 로봇, 써니의 등장으로 로봇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된다.

클라라가 조시에게 보여주는 행동처럼, 영화에서 보는 써니의 모습은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클라라와 태양』을 읽고나면 로봇이 우리(인간)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는 것에 대해 초점이 맞춰진 것 같이 생각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고나면, 결국은 감정, 도덕성 등 인간의 내면을 다시금 바라볼 수 있게끔 한 책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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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06 15: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이달의 당선작 추카 합니다!!

클라라가 8월의 빛나는 태양을 선물로 주쉼 ^ㅅ^

하나의책장 2021-08-14 09:32   좋아요 1 | URL
오, 정말요!ㅎ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1-08-06 16: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하나의책장 2021-08-14 09:3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08-06 16: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리뷰와 사진의 달인이신 하나님 축하드려요 🎉

하나의책장 2021-08-14 09:34   좋아요 2 | URL
매번 크게 칭찬해주시는 새파랑님ㅎㅎ 새파랑님 따라가려면 멀었지요😳

초딩 2021-08-06 18: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책장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하나의책장 2021-08-14 09:3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초딩님도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서니데이 2021-08-06 18: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하나의책장 2021-08-14 09:35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ㅎ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21-08-14 08: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간이 많은 도구를 만들었지만, 그 도구들이 인간의 삶을 위협한다는 인식은 거의 없었던 반면, ‘생각을 하는 도구‘에 대해서는 경계심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생각 = 인간‘이라는 우리의 상식이 도전받는 요즘, ‘인간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 진지하게 답을 생각해야 할 때라 여겨집니다. 하나의 책장님의 <클라라와 태양> 리뷰를 읽다 보니, 이 책 또한 성찰의 한 길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하나의책장 2021-08-14 09:51   좋아요 2 | URL
제가 생각했던 것들이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다니!ㅎ 겨울호랑이님께 제가 배울 게 많네요😊 맞습니다. 사실 책에서 다루는 주제를 포함해 이미 우리의 상식에 도전받는 경우가  많죠. 이미 그 경계선을 넘은 경우, 우리는 매번 상식 밖의 결과들을 마주하게 되고요. 이미 이전부터 그 물음에 대해 우리가 생각해봤어야 했는데 간과한 부분도 없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라도 겨울호랑이님 말처럼 인간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해 꼭 생각해봐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면 안 되니깐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집 떠난 뒤 맑음 - 하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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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온몸에서 솟구치는 기쁨이 그대로 배어 나오는 목소리로 레이나는 말했다. 둘만의 여행이란 조금 '굉장한 일'이다. 그렇지 않을까.

"우리, 어디든 갈 수 있는 거지?"


저자, 에쿠니 가오리는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으로 사랑받는 작가이다. 1989년 『409 래드클리프』로 페미나상을 수상했고, 동화부터 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나가면서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도를 봐, 그 애들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고 싶어서, 엽서가 도착할 때마다 말야. 처음엔 아무튼 돌아와 주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있지, 좀 더 멀리까지 가렴, 하는 마음이 들어 버려서, 나 스스로도 깜짝 놀랐어."


누구든 한 번쯤을 일탈을 꿈꾼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일탈은 나쁜 방향으로 빠진다기보단 '집'이란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라 생각해주면 되겠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나는 참 재미없게 살아왔다.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의 생활이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아마 환경때문에 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마음 속에는 항상 품었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여기서 당장 떠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너무 순응하는 삶만 살아오다 보니 '나'를 위한 선택이 어느새 '남'을 위한 선택이 되어버려 주체성이 사라지고 있음을 대학생이 되고난 후에야 깨달았으니깐.


외출 혹은 여행의 일탈에도 분명 '용기'가 필요하다.

'그거, 그냥 떠나면 되는 거 아니야?'

'그냥, 갔다오면 되잖아?'

말이 쉬울 뿐, 여러 요건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느새 용기가 필수조건이 되어버린다.

그 용기를 가지고 여행이란 일탈을 택한 이들이 있으니 바로 『집 떠난 뒤 맑음』 속 레이나와 이츠카가 되겠다.


뉴욕에서 살고 있는 14살의 레이나와 17살의 이츠카는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편지 한 통만 달랑 남겨놓고 미국을 보는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대학생도 아니고 아직 미성년자인 아이 둘이서 말이다.


이츠카짱이랑 여행을 떠납니다. 가출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시고요. 전화도 하고 편지도 쓸게요.

여행이 끝나면 돌아올 거예요. 러브 Love. 레이나.


앞서, 편지 한 통을 남기고 떠났던 레이나와 이츠카!

그러던 아이들에게 위기가 닥쳤다.

"No."

"No?"

여행지의 '믿음'이었던 카드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이 걱정되어 부모들은 결국 그들이 쓰는 카드를 정지시키고 만 것이었다.


위기에도 결국 구원의 손길은 있는 것일까?

여행하던 중에 아이들이 패터슨 부인이라는 사람을 도와준 때가 있었는데 패터슨 부인의 손녀인 헤일리가 그들에게 도움을 준다.

그렇게 헤일리의 도움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이츠카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독립성을 키워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사실 여기서 또 주목해야 할 것이 부모님들의 태도이다.

레이나의 아빠는 순탄했던 일상에 금이 간 것마냥 불같이 화를 내는데, 이 때 레이나의 엄마가 아빠의 태도를 보며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반면에, 이츠카의 부모님은 레이나의 부모님과는 달랐다.

아이들이 돌아와서도 레이나의 부모님은 '레이나의 여행'을 탓하며 투닥거리는데, 그들의 갈등은 레이나에게 있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에서 부모의 양육태도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우리는 엿볼 수 있다.

아이들의 에피소드 속에서 나 또한 많은 것을 느꼈지만 특히나 부모님의 양육태도 또한 나에게 크게 와닿았던 것 같다.

엄마는 나를 전적으로 지지하고 이해해주는 편인데 아빠가 그렇지 못해서, 엄마와는 관계형성이 잘 되어있지만 아빠와는 점점 멀어져가는 기분이다.


나도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잠시 공부하러 갔다온 적이 있다.

인천공항 톨게이트에 들어간 순간부터 LA를 경유하고 Salt Lake City까지는 온전히 '나' 혼자였다.

거의 한 나절을 홀로 해결해야 했는데 그 과정 속에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다. 레이나와 이츠카처럼.

아마 나홀로 여행 계획을 세우게 되면 레이나와 이츠카와 같은 경험을 하지 않을까?

미국을 '보는' 여행을 계획하여 많은 에피소드를 쌓았던 레이나와 이츠카지만, 오히려 내가 그들 덕분에 간접적으로나마 미국으로 여행다녀온 기분이 드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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