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여, 안녕
김종광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TV드라마중 인기 있는 것으로 '보디가드'가 있다. 한때 시청률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이 드라마가 매력적인 이유는 차승원의 캐릭터가 아닐까 나름대로 생각해본다. 백수로 지내면서도 직장을 잃을까 전전긍긍하며 불의에 절대 눈감지 않으며 때로는 지루한 도덕선생마냥 설교를 늘어놓는 모습이 결코 현실속의 인물같지가 않다. 그러나 우리가 마음속으로 바라는 인물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어 애정을 갖지 않을수가 없다.

반면 김종광의 소설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현실 그대로의 모습들이 녹아 있다. '검문'에서 용돈을 벌기위한 생색내기 범법자 찾기를 해야하는 현실에 부닥쳐 싸우는 성순경과 이수경의 모습은 영낙없는 우리의 모습이다. 이들을 바라보며 양상경이 '쇼 끝났군' 이라고 생가하지만 그 쇼를 하는 사람들은 바로 우리들인 것이다. 특히 '분필 교향곡'에서 보여지는 학생들의 모습은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는 또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교사의 권위에 대항하는 듯이 보여지는 학생들과 그런 현실을 그저 남의 일인마냥 쳐다보며 자신의 즐거움만을 쫓는 다른 학생들의 모습은 침묵하는 대중의 모습을 보여준다.

'모종하는 사람들'의 근로자들이 어떻게 하면 일을 편하게 할까 요령을 피우는 모습들은 우리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전설 기우'에선 검찰조사를 받은 후 소설을 불태우는 궁상떠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우리의 나약한 모습을 엿볼수 있다. 소설 속에선 이렇듯 현실 속 비겁한 모습의 우리들을 만나게되지만 절대 욕을 할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살아야 하는 군상들. 우리는 오히려 그들에게 한없는 애정을 느낀다. 비록 드라마로는 차승원을 꿈꾸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의 뒤편으로 가는 자전거 여행
이응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의 맨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내 손가락 끝에선 외로움이 뚝뚝 묻어난다. 도대체 이 소설가의 나이는 몇이나 됐을까? 책의 맨 첫장을 펴고 약력을 살핀다. 70년생이라~, 아 그런데 이 책의 단편들이 94년부터 나왔으니 20대 중반에 쓰여진 것이군. 그래 나의 20대도 이렇게 외로웠던가?

태양, 태음, 소양, 소음처럼 체질을 나누듯 누군가는 고독체질이라는 것을 갖고 태어날지도 모른다. 정말 그 근거를 알 수 없는 지독한 외로움. 하지만 그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생을 포기하거나 그것을 잊으려 거짓 인생을 살지 않는 자들이 지녀야 할 고독과의 친분. 소설은 외로움에 맞서 싸우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외로움의 원인을 찾으려 애쓰지도 않는다. 비가 쏟아지고 나서 하늘이 유독 푸르듯 외로움이 자연스레 휩쓸고 지나가면 무엇인가 빛이 보이리라. 외로움은 그렇게 비처럼 자연스런 무엇일터이다.

책 속에 나오는 단편들의 맨 끝 구절들만 모아본다.

별빛같은 아픔이.
평생 고래 꼬리만 바라보고 살아가던 한 외로웠던 사나이에게, 난 결코 그가 실망할 수 없는 고래의 몸통을 그려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숙취로 머리가 잠시 아팠을 뿐이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책을 쓰는 사람은 외로운 인간이라 생각하며 서울로 돌아오고 있었다.
봄이 되어도 집은 옮기지 않기로 맘먹고 있었다.
사랑과 평화가 존재하지 않은 것이라 하더라도 이젠 적어도 꿈꿀 순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

세상을 허무하게 바라보면서도 끝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아직 작가가 젊기 때문이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 외로움의 희망은 도대체가 무엇이란 말인가? 소설 속에선 그 답을 찾을 수 없지만 아마 포옹이지 않을까 싶다. 외로운 자들끼리 손을 내밀어 가슴을 끌어안는 것, 달의 뒤편엔 그런 따스함이 있기를 기대할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권법소년 1
요시히데 후지와라 지음, 조은경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만화 특히 성장만화를 보면 그것이 어떤 소재를 택하든 이야기의 전개가 동일하다. 권법소년은 일본의 한 소년이 할아버지로부터 팔극권을 배우면서부터 시작해 여러가지 새로운 권법들을 배우면서 점차 강한 상대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소년이 성장하기 위한 하나의 절차일뿐 그것이 결코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

이 만화가 돋보이는 것은 소개하고 있는 권법들의 내용이 사실과 아주 가깝고 엄청난 자료조사를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거의 권법서를 보고 있을 정도로 자세한 부분이 있다. 물론 그림만 가지고서는 정확한 자세를 취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그대로 따라하다 보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출 수도 있을 듯하다.

팔괘권, 당랑권, 유슐(유도), 회교의 비전, 태극권 등등 만화 속에서 소개하고 있는 무술들은 결코 우열을 가릴 수가 없다. 더군다나 그 무술중 어떤 기술이나 형태가 가장 위험한 것이라고도 쉽게 단정할 수도 없다. 만화의 순서대로 따라가다 보면 심의법이 가장 무섭고 파괴력이 큰 듯이 생각되어지나 결국 어떤 무술이든 그 기본을 탄탄히 하고 한가지에 집중하다 보면 바로 그 부분에서 일가를 이룰 수도 있는 것이다.

만화 속의 이서문이 보여주는 봉술은 바로 이런 예를 확실히 보여준다. 기본이 되는 3가지 기술만으로 다른 모든 봉술을 제압하는 것이다. 만가지 묘기보다는 한가지 기본이 보다 중요한 것인 것이다. 아무튼 소년은 거의 모든 무술을 섭렵하고 최강이 되지만 무술의 극의를 깨우치지는 못한다. 이렇게 강해졌지만 왜 이렇게 허무한 것인가? 도대체 왜 난 무술을 배웠단 말인가?

자연과의 합일, 사랑으로 가는 길 그것은 무술뿐만이 아니라 우리네 인생의 모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일 마지막 해답일련지도 모른다. 집념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행하고 그것이 사랑으로 모든 생명있는 것들에게 전해질 때 비로소 참다운 의미가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허무한 세상에 하나의 빛이 될, 나의 집념을 태울 그 무엇인가를 이젠 찾아야 할 때인가 보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그 무엇을. 그렇지 않으면 난 그냥 스러져갈 것이기에. 한줄기 바람처럼 그렇게 누군가의 땀방울이라도 식혀줄 바람이 되지도 못한채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로카네 켄시 초기 작품집 1 - 아침 햇살 속에서
히로카네 겐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3월
평점 :
품절


부처님 오신 날 KBS에서 틱낫한 스님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었다. 한국을 방문해 반전운동에 동참했던 평화운동가이기도 한 그의 모습중 가장 인상에 남았던 것은 수행이 즐거워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었다. 삶이 이미 고통인데 수행마저 고통스럽다면 도대체 그것이 무슨 의미를 지닐 수 있을것인가라는 그의 질문은 충격 그 이상이었다.

히로카네 켄시도 그의 작품속 주인공을 통해서 '참지 마라'고 당부한다. 왜 아픔을 참으며 살아가야 하는가? 왜 억압을 참아야만 하는가? 물론 산의 정상에 오르려는 자는 땀을 흘려야만 한다. 그러나 그 땀은 결코 고통이나 억압이 아니다. 스스로 선택한 것이며 그 땀은 결코 쓰지 않고 달디 달다. 켄시는 결코 오르려는 과정을 생략하라는 것이 아니다. 현실의 고달픔을 참지 말라는 것이다.

현실은 어떤 안경을 쓰고 보느냐, 또는 어디에 위치해서 보느냐에 따라 달리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고통은 언제나 뼈까지 사무친다. 그 아픔은 점점 가라앉아만 가는 늪과도 같아서 빠져나오는 것이 쉽지 않다. 그것을 빠져나오기 위해선 지금 빠져있는 현실을 참아서는 안된다. 발길질을 하고 허우적거려야 한다. 비록 그 몸짓으로 보다 빨리 늪속으로 가랑앉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괴로운 삶을 참으며 조금 더 연장하는 것이 행복할 것인가? 삶은 즐거워야 한다. 아름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제발 현실을 참지 마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동아일보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고나서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없다는 공자님 말씀을 떠올린다면, 분명 나는 이 책을 잘 읽은 것이 틀림없다. 저자가 경험한 미국 동부의 3500킬로미터가 넘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비록 걸어갈 순 없다 하더라도 나는 이곳 나의 땅 한국의 백두대간을 종주하리라는 결심을 굳히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한달에 한번 정도 산을 찾아가는 나에게 있어 백두대간은 그야말로 꿈이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진정한 국토종단의 길을 떠나기 위해서라도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까지 이끈 이 책은 그만큼 사람을 걷게 만드는 매혹적인 힘을 갖고 있었다.

그 매혹의 중심에선 저자의 유머감각이 있다. 중간중간 피식 웃음을 흘리거나 박장대소하지 않고는 페이지를 넘길 수 없을만큼 재미가 있다. 또한 자연의 파괴에 대한 가시돋힌 비판을 큰 목소리로 외치지 않아도 얼마나 현실이 안타까운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연예찬만으로 가득찬 책은 결코 아니다. 문명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자연의 아름다움을 드러냄으로써 그들이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즉 자연만의 또는 인간만의 세상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고산준봉, 맑은 호수, 사나운 곰과 독이 가득찬 방울뱀, 별을 보며 잠드는 비박 등등 마치 동물의 왕국과 같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다가도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사람들의 이야기임을 깨닫게 한다. 트레일의 즐거움이나 싫증, 괴로움을 결정하는 것은 자연 그 자체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사람에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메리 앨런이라는 여자를 만나면서 느끼는 짜증과 한 부자를 통해 행복감을 맛보기도 한다. 특히 자신과 동행한 고교동창생에 대한 그의 감정의 변화는 따뜻한 인간미를 엿볼 수 있다.

주인공 일행이 비록 완주에는 성공하진 못했지만 그들이 그 험한 트레일을 시도했다는 그 자체만으로 나에겐 흥분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발걸음 발걸음 하나하나가 바로 행복한 걸음걸이였음을 확신한다. 나도 분명 그런 행복한 걸음을 걸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