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7월 19일 장맛비 내린 후 소강 23도~30도


슬슬 장마도 끝이 날 모양이다. 피해가 발생한 블루베리밭 사면은 비가 더 올지 모르는 상태라 복구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과연 면사무소에서 어느 정도까지 복구를 해 줄지 상황도 지켜보아야 한다. 



이번 장마로 체리나무도 두 그루 쓰러졌다. 완전히 쓰러진 것은 아니지만, 거의 바닥에 눕다시피 할 정도다.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일으켜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장마가 할퀴고 지나간 상처들이 보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맥문동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비가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도 삶은 계속되어져야 하니까. 언젠가 비는 그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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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슬픔의 삼각형]은 2022년 제75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럼에도 찬반이 엇갈리고 실제 수상작 발표 때도 환호와 야유가 뒤섞였다고 한다. 전문가와 관객 평점 또한 어중간. 


영화는 호화 크루즈에 협찬을 받아 승선하게 된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을 중심으로 각양각색의 부자들과 이들을 손님으로 모시는 승무원들이 배가 난파되면서 겪게 되는 권력에 얽힌 이야기이다. 블랙코미디 장르로 사회 풍자류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강추. 포복절도하는 코미디를 좋아한다면 비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에서는 주인공 격인 모델 커플을 다룬다. 여자 모델인 야야와 그녀의 남자친구인 모델 칼은 연인이다. 하지만 야야는 칼을 사랑하기 보다는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도구로 대하고, 칼은 야야가 자신을 진정 사랑하도록 만들겠다 다짐한다. 칼의 사랑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지는 것'이라는 말처럼, 야야를 이기기 위한 사랑으로 보인다. 

실제 남성 중심의 현 사회에서 모델의 경우 소득이 남자 모델이 여자 모델의 1/3 수준인데다, 보통 모델 하면 여성을 말하고, 남성의 경우 남자 모델이라 부르는 등 권력의 양태가 전도(?)되어 있는 드문 업계라 할 수 있다 -영화 속 설명. 칼은 야야에게 열등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야야를 이기기 위한 방편으로 사랑을 열망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의 힘에 대한 관계는 영화 속에서 밥값을 누가 내느냐로 나타난다. 


2부는 칼과 야야가 협찬으로 호화 크루즈에 올라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손님은 왕'이라는 말처럼, 크루즈의 승객은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승무원에 대한 한 마디 불평만으로도 일자리를 잃게 만들 정도다. 칼은 자신의 불평으로 승무원이 퇴선 조치되는 것을 보며 마음이 불편하다. 을에 가까운 처지에서 협찬의 힘으로 절대 갑이 되자 벌어진 일에 당혹스럽기도 하다. 주어진 권력은 가차 없다. 한 승객은 승무원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승무원들이 모두 수영을 즐기라고 명령을 내린다. 승무원은 자신의 할 일을 멈추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을 마지못해 즐긴다(?). 갑의 생각 없는 배려가 폭력이 되는 순간이다. 

승객과 승무원의 힘의 차이를 느끼게 해주는 크루즈가 폭풍우에 휘말리고, 해적까지 등장, 난파하게 된다. 이때 선장 토마스와 러시아 출신 비료회사 CEO 드미트리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유명 인사들의 어록을 인용한 말싸움을 벌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선장은 자본주의를 러시아 출신 드미트리는 공산주의를 비판하는 입장에 서 있다. 이런 아이러니는 수류탄을 만들어 부자가 된 승객 부부가 해적이 던진 자신들의 회사 수류탄이 터져 죽는 모습에서도 보여진다.


3부는 난파된 크루즈의 승객과 승무원 중 8명이 한 섬에 다달아 살아남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섬에서는 승객이 왕이었던 상황이 전도된다. 생존 기술을 가진 크루즈의 청소 담당자였던 여 승무원 애비게일이 권력을 틀어쥔다. 자신을 '캡틴'이라 칭하는 사람들에게만 먹을 것을 나누어 준다. 철저하게 권력의 맛을 즐기는 것이다. 영화의 종반부 권력의 정점에 서 있던 애비게일은 이 상황이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를 것인지 갈등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며 끝을 맺는다. 그 결말은 관객의 상상에 맡겨 놓았다. 뜻밖의 반전이 주는 영화적 재미라 할 수 있겠다. 


영화를 보며 느끼는 것은 관객들마다 제각기 다를 것이다. 개인적으론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권력을 탐하는지를, 그리고 그 권력이라는 것이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전도될 수 있음을, 따라서 권력의 토대가 생각만큼 탄탄하지 않고 부실함을, 영화 [슬픔의 삼각형]이 블랙코미디의 형식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생각한다. 그와 함께 과연 인간은 권력의 관계를 넘어서서 정말로 평등을 원하는 것일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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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7월 15일 장맛비 22도~24도


사흘 간 내린 비가 300mm를 넘어섰다. 버티고 버티던 블루베리 밭 사면이 무너졌다. 연 이틀 폭우가 쏟아져 불안한 마음에 밭 주위를 점검하던 바로 그 순간에 비탈 사면 5미터 정도가 스르륵 미끄러져 내렸다. 순간 눈을 의심했다. 무엇인가 장면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느 순간 흙더미가 길을 막아선 것이다. 깜짝 놀라기 보다는 어리둥절하며 쳐다보던 그때 다시 5미터 정도 사면이 미끄러져 내려왔다. 그 순간 그야말로 멘붕이 찾아왔다. 자칫 잘못했으면 그 흙더미에 깔릴 뻔했다. 



어림잡아도 덤프트럭 2대 분량 만큼의 흙은 되어 보인다. 집에서 밖으로 왔다갔다 하는 유일한 통로가 막혀 버린 것이다. 문제는 추가 붕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119에 연락을 하고, 다시 면사무소에 연락이 닿아 포클레인이 왔다. 



     

하지만 계속된 비로 흙은 곤죽이 되어 있고, 추가 붕괴 위험이 있다보니, 섣불리 흙을 치우지도 못했다. 



겨우 사람이 다닐 정도만큼 치우고 철수. 이래서는 고립된 상황이 전혀 바뀌지 않은 상태다. 이 농로를 따라 복숭아밭이 있는데, 한창 수확 시기인지라 차가 다녀야만 했다. 복숭아밭 주인의 올 한 해 농경을 좌우하는 일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다시 포클레인을 불렀다. 차가 다닐 수 있을만큼만 응급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다.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 지 차가 다닐 만큼의 길이 트였다. 일단 한숨을 돌리지만, 어떻게 복구를 해야 할 지, 추가 붕괴는 없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비는 계속되고, 머리는 멍한 상태로 하루를 보냈다. 먹는 것도 내키지 않고, 잠도 깊게 들지 못한 하루다. 



다행히 비가 잠깐 소강상태로 들어가, 무너진 부분에 비닐을 씌우는 작업을 했다.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서다. 일단 장마가 끝날 때까지는 이렇게라도 버틸 수 있다면 좋겠다. 향후 복구는 아직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번 장마로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위로를 전하고, 힘을 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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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3-07-20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어쩌나요.
응급처치 잘 하셨고 잠시 비가 소강상태이니 추가붕괴는 없겠지요.

하루살이 2023-07-20 08:56   좋아요 0 | URL
hnine님,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 추가 붕괴는 없습니다. ^^
이번 주말만 잘 넘긴다면 장마는 끝이 나겠죠.
부디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이 힘을 내서 평온한 일상을 되찾길 희망해봅니다.
 

23년 7월 8일 장맛비 20도~30도


장마가 시작되고 비가 오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나날이다. 비가 잠깐 그칠 때면 농작업에 나선다. 



블루베리 근처 예초기로 베지 못한 풀을 뽑다 보니 굼벵이가 보인다. 굼벵이가 블루베리의 뿌리를 갉아 먹어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없앨 필요가 있다. 풀을 다 뽑고 흙을 살살 뒤집어 보니, 많은 곳은 수십 마리가 있다. 될 수 있으면 흙을 뒤집지 않으려 했지만, 이대로 두면 블루베리가 죽을 듯하여 흙을 뒤집고 굼벵이 잡는 작업에 들어갔다.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작업 속도가 더디다. 스무 그루 정도에 두어 시간은 덜리는 듯하다. 



올 봄 옮겨 심었던 묘목 중 일부는 잎이 노래지면서 죽어 간다. 아마도 비가 많이 내리면서 땅에 물이 가득 찬 탓으로 보인다. 그러고 보면 블루베리가 죽는 이유가 바로 배수 불량과 굼벵이, 이 두 가지가 주된 요인이지 않을까 싶다. 



블루베리 잎에는 각종 벌레가 나타나 잎을 먹어 대기 시작하고 있다. 사진은 쐐기벌레. 혹여 쏘이면 엄청 간지럽고 따갑고 아프다고 한다. 말벌에 쏘인 것처럼. 

아무튼 장마와 한 여름을 잘 이겨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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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7월 4일 맑은 후 흐림 22도~31도


비가 오면서 블루베리를 제 때 따지 못해 남은 열매는 모두 새들 차지가 되어 가고 있다. 그물망은 거의 의미가 없을 정도다. 새들 출입이 불가능하도록 망을 치지 않으면 효과가 없을 듯하다. 풀은 자라고, 새들은 신났다. 50% 수확 때까지 새 피해가 적었지만, 이후엔 남은 열매의 절반 이상을 새들이 먹어 치우고 있는 것이다. 수확 전반기 굵은 열매가 많았을 때 피해가 적었던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다. 



블루베리 품종 중 중만생종인 챈들러를 6그루 심었는데, 그 중 두 그루는 죽고, 네 그루가 살아 있는 상태다. 이 중 한 그루의 열매가 다소 이른 시기에 익었다. 전체적으로 알 굵기가 굵어 대과에 속하는데, 당도는 중간 정도로 보인다. 다른 나무는 이제 알이 굵어가고 있고, 익을 준비도 하지 않은 상태다. 당도로만 따진다면 선라이즈가 최고, 듀크, 챈들러 순이라 할 수 있겠다. 챈들러 수를 늘리려고 삽목을 올봄 시도해 봤지만, 듀크는 잎을 잘 내밀어 살아남지만, 챈들러는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다. 아직 세가 약해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익는 시기를 조정하기 위해서라도 챈들러 숫자를 조금 늘렸으면 좋겠는데.... 



올 봄 모종 세 개를 심었던 토종오이 중 가장 잘 자라고 있는 것 하나에서 첫 수정이 이루어졌다. 앙증맞은 크기의 오이가 언제쯤 팔뚝만큼 자랄지 기대가 된다. 다소 양분이 적은 땅인지라, 장마가 그치고 나면, 액비를 추비로 줄 계획이다. 무럭무럭 잘 자라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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