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7월 27일 맑음 2도~34도


한낮 기온이 34도까지 올라갔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다. 오후 작업은 포기. 이젠 새벽에만 밭일을 한다. 



하루하루 풀 베기에 여념이 없다. 줄날로 된 예취기를 돌리다 토종 오이 근처에서 뭔가 튀어 오른다. 줄날에 오이가 일부 잘렸다. 

언제 열렸는지도 모르게 열렸다 이렇게 크게 자랐다. 아니 크게 자란 정도가 아니라 나이를 먹어 노각이 된 것도 있다. 충전기가 다 떨어져 예취기를 쓸 수 없게 되자 오이를 살펴봤다. 팔뚝만한 노각에서부터 이제 막 노각이 되 가는 것까지. 눈에 보이는 것은 일단 땄다. 뭘 해 먹을 것인지는 나중에 ^^



도라지를 심어 놓은 곳엔 풀이 뒤섞여 예취기를 쓸 수 없다. 그래서 손으로 풀을 뽑는 와중에 그만 도라지도 쏙~ 뽑아 버렸다. 올 겨울 쯤 채취해서 나물로 무쳐 먹으면 좋은데.... 풀이 너무 자라지 않을 때 관리를 해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텐데, 장마로 인해 계속 뒤쳐지고 있다. 



호박을 심어 놓은 곳에선 호박이 너무 왕성하게 자라서, 온 밭을 휘감고 있다. 잎이 무성하다 보니 들어가서 풀을 뽑는 것도 쉽지 않다. 게다가 줄기에 달린 털들에 잘못 찔리면 꽤 아프다. 에라 모르겠다. 호박은 그냥 두기로 한다. 이리저리 살펴보니 수정된 것들이 몇 개 보인다. 이제 수정이 되면 가을까지 과연 제대로 익을 수 있을련지 모르겠다. 집 밭이 호박이 자라기엔 괜찮은 듯 하지만, 꼭 늦게 수정이 되어서 익은 호박을 수확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올해는 그냥 어린 호박일 때 따서 찌개에 넣어 끓여 먹는 것을 생각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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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7월 22일 맑음 23도~31도


장맛비가 멈추고 나서는 연일 폭염이다. 풀들은 신나게 자란다. 정말 뒤돌아서면 다시 자란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다. 



블루베리밭의 고랑은 예취기로 풀을 베었지만, 블루베리 나무 근처는 혹여 나무에 상처를 줄까봐 예취기를 쓰지 못했다. 그래서 손으로 뽑고 호미로 캐내는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그러던 중 발견한 하얀색 알. 열 개 정도가 뭉쳐 있다. 예전엔 꿩 알을 발견하기도 했었는데, 꿩 알은 둥지처럼 풀 위에 사뿐히 놓여 있었다. 그런데 이번 알은 땅 속에 숨겨져 있었다. 무슨 알인지 궁금해 이것 저것 검색해보니, 아무래도 뱀 알인 듯하다. 


이런, 이런. 지금 블루베리밭에 뱀이 알을 낳을 만큼 뱀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하니 아찔한 느낌이 든다. 뭐, 반대로 생각해보면 약 한 번 뿌리지 않은 곳이라 생태계가 살아 있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뱀은 독을 지니고 있어 꺼림찍하다. 이 알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뱀이 싫다고 알들을 다 깨버리지는 못하겠다. 그렇다고 블루베리밭에서 부화하도록 놔둘 수는 없어 알들을 근처 숲에 버려 두었다. 살아날 것들은 살아나고, 죽는 것들은 하는 수 없고.... 

올 봄 뱀을 두세 번 본 이후 줄곧 보지 못했었는데, 이젠 뱀 알을 보게 되어 긴장이 된다. 부디 근처에는 오지 않았으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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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7월 19일 맑음 22도~32도


장마로 사람은 일을 쉬지만, 풀은 끊임없이 자란다. 이러니 사람이 풀을 이길 수 있겠는가. 그저 묵묵히 풀을 따라가며 잡아챌 뿐. 



고추밭에 풀이 고추보다 더 자랐다. 이번 장마로 쓰러진 고추도 많다. 물에 젖어 썩은 고추도 보인다. 풀을 매고, 쓰러진 고추는 일으켜 세우고, 썩고 물러진 고추는 제거해서 버리고.... 두세 평 되는 고추밭이지만 할 일은 많다. ^^; 키가 많이 자라지 않는 방식으로 키운다고 키웠건만, 결국 연일 계속되는 비에 땅이 물러져서 그런지 쓰러진 것들이 생겨났다. 또한 땅에는 노린재들이 얼마나 많은지.... 



한랭사를 쳐 둔 곳에도 땅 속엔 노린재들이 득실댄다. 다른 벌레들의 접근은 많이 막아준 듯하지만, 완전히 100% 차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보다. 아무튼 고추밭 정리를 끝냈다. 이렇게 정리된 상태로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정리하면서 따낸 고추가 한 움큼. 일단 먹을 수 있는 것들만 추려서 냉장고에 집어 넣었다. 



호박은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자라고 있다. 자꾸 잎을 내고 자라기 보다는 열매를 얼른 맺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늦게 열매를 맺고 알을 키우게 되면, 가을에 충분히 익은 호박을 만나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럴 바엔 어린 호박을 따서 나물을 무쳐 먹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수정이라도 얼른 되기를 바랄 뿐이다. 

호박잎 주위의 풀을 정리하고 싶었는데, 호박잎줄기의 가시가 따가워 작업이 쉽지 않다. 일단은 그냥 두기로. ^^''' 퇴비더미에서 자라는 덕분에 정말 무지막지하게 크고 있다. 성장을 위한 영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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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7월 19일 장맛비 내린 후 소강 23도~30도


슬슬 장마도 끝이 날 모양이다. 피해가 발생한 블루베리밭 사면은 비가 더 올지 모르는 상태라 복구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과연 면사무소에서 어느 정도까지 복구를 해 줄지 상황도 지켜보아야 한다. 



이번 장마로 체리나무도 두 그루 쓰러졌다. 완전히 쓰러진 것은 아니지만, 거의 바닥에 눕다시피 할 정도다.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일으켜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장마가 할퀴고 지나간 상처들이 보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맥문동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비가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도 삶은 계속되어져야 하니까. 언젠가 비는 그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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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슬픔의 삼각형]은 2022년 제75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럼에도 찬반이 엇갈리고 실제 수상작 발표 때도 환호와 야유가 뒤섞였다고 한다. 전문가와 관객 평점 또한 어중간. 


영화는 호화 크루즈에 협찬을 받아 승선하게 된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을 중심으로 각양각색의 부자들과 이들을 손님으로 모시는 승무원들이 배가 난파되면서 겪게 되는 권력에 얽힌 이야기이다. 블랙코미디 장르로 사회 풍자류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강추. 포복절도하는 코미디를 좋아한다면 비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에서는 주인공 격인 모델 커플을 다룬다. 여자 모델인 야야와 그녀의 남자친구인 모델 칼은 연인이다. 하지만 야야는 칼을 사랑하기 보다는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도구로 대하고, 칼은 야야가 자신을 진정 사랑하도록 만들겠다 다짐한다. 칼의 사랑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지는 것'이라는 말처럼, 야야를 이기기 위한 사랑으로 보인다. 

실제 남성 중심의 현 사회에서 모델의 경우 소득이 남자 모델이 여자 모델의 1/3 수준인데다, 보통 모델 하면 여성을 말하고, 남성의 경우 남자 모델이라 부르는 등 권력의 양태가 전도(?)되어 있는 드문 업계라 할 수 있다 -영화 속 설명. 칼은 야야에게 열등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야야를 이기기 위한 방편으로 사랑을 열망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의 힘에 대한 관계는 영화 속에서 밥값을 누가 내느냐로 나타난다. 


2부는 칼과 야야가 협찬으로 호화 크루즈에 올라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손님은 왕'이라는 말처럼, 크루즈의 승객은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승무원에 대한 한 마디 불평만으로도 일자리를 잃게 만들 정도다. 칼은 자신의 불평으로 승무원이 퇴선 조치되는 것을 보며 마음이 불편하다. 을에 가까운 처지에서 협찬의 힘으로 절대 갑이 되자 벌어진 일에 당혹스럽기도 하다. 주어진 권력은 가차 없다. 한 승객은 승무원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승무원들이 모두 수영을 즐기라고 명령을 내린다. 승무원은 자신의 할 일을 멈추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수영을 마지못해 즐긴다(?). 갑의 생각 없는 배려가 폭력이 되는 순간이다. 

승객과 승무원의 힘의 차이를 느끼게 해주는 크루즈가 폭풍우에 휘말리고, 해적까지 등장, 난파하게 된다. 이때 선장 토마스와 러시아 출신 비료회사 CEO 드미트리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유명 인사들의 어록을 인용한 말싸움을 벌인다. 아이러니하게도 선장은 자본주의를 러시아 출신 드미트리는 공산주의를 비판하는 입장에 서 있다. 이런 아이러니는 수류탄을 만들어 부자가 된 승객 부부가 해적이 던진 자신들의 회사 수류탄이 터져 죽는 모습에서도 보여진다.


3부는 난파된 크루즈의 승객과 승무원 중 8명이 한 섬에 다달아 살아남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섬에서는 승객이 왕이었던 상황이 전도된다. 생존 기술을 가진 크루즈의 청소 담당자였던 여 승무원 애비게일이 권력을 틀어쥔다. 자신을 '캡틴'이라 칭하는 사람들에게만 먹을 것을 나누어 준다. 철저하게 권력의 맛을 즐기는 것이다. 영화의 종반부 권력의 정점에 서 있던 애비게일은 이 상황이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를 것인지 갈등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며 끝을 맺는다. 그 결말은 관객의 상상에 맡겨 놓았다. 뜻밖의 반전이 주는 영화적 재미라 할 수 있겠다. 


영화를 보며 느끼는 것은 관객들마다 제각기 다를 것이다. 개인적으론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권력을 탐하는지를, 그리고 그 권력이라는 것이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전도될 수 있음을, 따라서 권력의 토대가 생각만큼 탄탄하지 않고 부실함을, 영화 [슬픔의 삼각형]이 블랙코미디의 형식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생각한다. 그와 함께 과연 인간은 권력의 관계를 넘어서서 정말로 평등을 원하는 것일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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