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8월 28일 맑음 22도~29도


집 뒤로 이어진 1평 남짓한 창고. 비가 오면 집 처마에서 새어나온 빗물과 창고 지붕의 빗물이 모여 땅에 떨이지면서 진흙탕이 된다. 



그래서 물이 떨어지는 곳에 양동이를 가져다 놓았지만, 요즘처럼 비가 쏟아부을 때면 양동이가 넘쳐 땅에 물이 고이는 것은 똑같게 된다. 



그래서 트럭을 빌려 처마 물받이를 한 개 구입했다. 길이가 3미터가 되다보니 트럭 말고는 방법이 없다. 여기에 지지대와 나사못까지 구입. 물받이를 달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혼자서는 정말 어림도 없다. 물받이를 처마 밑에 받치고 있어야 하는데, 두 손 만으로는 결코 쉽지가 않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정말 맞들어 줄 손이 필요했다. 게다가 나사못도 쇠전용이 아니라, 나무 겸용을 사다보니, 드릴로 구멍을 먼저 뚫지 않고서는 지붕과 연결시키는 것이 불가능했다. 겨우 겨우 드릴로 구멍을 뚫고 나사못을 박았지만, 길이가 다소 짧아 한쪽을 두고 다른 쪽에 나사못을 박으러 가는 사이 빠져버렸다. 이런 낭패가....

한 시간을 쩔쩔매다 포기. 일단 쇠 전용에 길이가 조금 더 긴 나사못을 구입하고, 물받이를 받쳐줄 방법도 생각해보아야 겠다. 



며칠 후 시간이 날 때 다시 쇠 전용으로 조금 더 긴 나사못을 구입했다. 기존 32미리보다 6미리가 더 긴 38미리 나사못이다. 



그리고 물받이를 반대편에서 받칠 수 있도록 사다리를 이용했다. 처음엔 반대편 끝자락에 받치고 하려 했는데, 오히려 힘이 더 들었다. 오히려 가운데 부분에 받치고 하니 한결 쉬웠다. 



물받이를 받쳐놓고, 쇠 전용 나사못까지. 게다가 요령을 터득하니 지난번 한 시간을 쩔쩔 매던것과는 달리 20여 분 만에 처마 물받이를 설치하는데 성공했다. 



한쪽은 빗물을 막고, 다른 한쪽으로만 빗물을 흘려 모아둘 생각이다. 이 빗물로 작물에 물을 준다면, 빗물을 그냥 흘려보내고 지하수 물을 끌어서 쓰는 것보다 에너지를 아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빗물 막을 한쪽의 막음막이 맞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 물받이를 판 샤시집에서 반대편 물막이를 준 것이다. 이것 하나 때문에 다시 읍내로 나갈 순 없어, 실리콘을 듬뿍 발라 보았지만 빗물이 샌다. 더군다나 물받이의 기울기가 물막이 쪽이 낮아 빗물을 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음에 비가 올 때 어떻게 될련지 지켜보고,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면 다른 방편을 생각해 보아야 겠다. 

뭐, 어찌됐든 혼자서 물받이 설치를 한 것이 한편 대견스럽지만, 누군가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는 없는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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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8월 21일 맑음 24도~33도


무너진 블루베리밭 사면 복구작업이 마무리 됐다. 하지만 아쉬움이 많다. 여전히 불안함도 남아 있다. 



복구작업 전 덮어 두었던 비닐을 걷어냈다. 조금 무너진 곳을 자세히 살펴보아도 원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 땅 속 물길이 생긴 것인지, 찢겨진 비닐로 물이 몰려서 흙이 일부 무너진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이 상태로 그냥 복구하는 것이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무너진 흙 더미만큼의 흙을 가져와 사면을 복구했다. 그런데 이 흙이 하천을 준설한 흙이다 보니 사질토다. 즉 모래에 가까워 그 위를 걸으면 쉽게 바스러지며 흘러내린다. 이 흙으로 장맛비를 견딜 수 있을까. 



게다가 높이를 원래만큼 하지 않고 포클레인이 힘을 가할 수 있을 만큼만 쌓다보니, 배수로보다 낮은 높이에서 복구작업이 그치고 말았다. 즉 이곳으로 물이 쏟아져 내릴 가능성이 오히려 더 높아진 것이다.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요구 사항을 말했어야 하는데, 자리를 지켜볼 수가 없어서, 원하는 상태로 작업을 마무리 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비가 조금만 내려도 다시 무너져 내릴 듯하다. 그나마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비닐을 덮어두는 것. 하지만 많은 비가 내렸을 때 얼마나 버텨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당장 2~3일 후 하루 종일 비가 예보 되어 있는데, 잘 견뎌주기를 희망해본다. 


면에서 지원해주는 복구작업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되었다. 100% 만족이야 불가능하겠지만, 아쉬움이 많다. 한편으론 이 정도라도 해 준 것이 어딘가 생각하며 고마운 마음도 갖는다. 진짜 마무리는 내가 알아서 해야 할련가 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어떻게 마무리 짓는 것이 최상의 방법일지 방책이 잘 떠오르질 않는다. 물론 자금이 충분하다면, 옹벽을 쌓아버리면 될 일이지만....... 지원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돈에 대한 아쉬움도 함께 묻어 나는 복구였다. 아무튼 방책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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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8월 18일 맑음 22도~33도


이제 보름 정도만 되면 배(원황)를 수확할 시기가 온다. 올해 처음으로 수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다. 일단 새 피해를 막기 위해 그물을 쳐 두었는데, 나름 역할을 해 주고 있다. 



그야말로 <기적의 배>라고 할 수 있겠다. 올 봄 퇴비를 주고 황 소독만 두어 번 해 주었을 뿐, 비료나 농약 한 번 치지 않았다. 배나무 주위 풀만 서너 번 베어 주었다. 그런데 지금 배나무를 살펴보니 벌레가 먹은 것인지 병에 걸린 것인지, 까맣게 변해가면서 땅에 떨어지는 것들이 몇 개 보인다. 과연 수확 때까지 몇 개나 살아남을지 은근히 걱정된다. 



8월 초 네 번째 풀베기를 끝낸 지 보름 정도 지났는데 벌써 풀이 무릎 위로 자랐다. 장마와 태풍이 지나고 햇볕이 강렬해지자 풀들도 엄청난 속도로 자라고 있다. 8월 말까지 다섯 번째 풀 베기를 끝내면 이제 한 번 정도만 더 깎으면 될련지, 두 번 더 깎아야 할련지 모르겠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계속해서 풀베기를 해 주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풀이 이렇게 자라고 있다는 것은 놀고 있는 땅이 많다는 것을 뜻할 수 있다. 풀 베기를 줄일 수 있는 농장 디자인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해 보아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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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8월 14일 맑음 22도~33도


태풍까지 지나고 나서 다시 쨍쨍한 날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는 더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은근히 걱정된다. 매일 풀을 1시간씩 베고 있지만, 풀베기는 그저 끝없는 도돌이표다. 풀을 베고 나서는 텃밭을 훑어보는데, 노각이 이곳저곳 숨겨져 있다. 



한 번에 다 따기에는 많은 양이다. 모종 2개가 이렇게 많은 수확을 가져다 주니 더할나위 없는 노각 부자다. ㅋ


수확한 노각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했다. 예전엔 갈아 먹었는데, 이렇게 그냥 후루룩 마시기엔 아쉬움이 크다. 그래서 이번엔 간편 장아찌와 고추장 무침을 해 먹어볼 생각이다. 



먼저 간편장아찌는 껍질 채 사용한다. 끄트머리와 씨앗 부분은 쓴 맛이 나기 때문에 제거하고 슬라이스를 한다. 



그리고 여기에 홍고추와 청고추 1개씩 잘라서 첨가하고, 간장 2국자, 식초 2국자, 설탕 2국자 이렇게 1대 1대 1로 섞어서 잘 녹인 다음 부어주었다. 하루만 지나면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고기 먹을 때 쌈으로 같이 먹어도 좋다고 하는데, 나중에 한 번 먹어보아야 겠다. 



다른 1개는 껍질까지 벗겨서 깍둑 썰기를 한 후, 고추장과 설탕, 참기름을 두르고 깨를 뿌려 무침을 했다. 오이는 물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소금으로 담가두어 물기를 빼면 식감이 더 좋아지지만, 귀찮기도 하고, 오이에서 나오는 물도 시원하게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냥 무쳤다. 아니나 다를까 한두 시간 정도만 지났는데도 용기에 물이 가득히 찬다. ^^;;; 그래도 한여름 시원하게 먹을 반찬으로는 나쁘지 않다. 미식가도 아니기에..... ㅋ



씨앗 부분은 양파망 등으로 쳐대서 씨앗만을 건져내 햇볕에 말리면, 내년에 종자로 쓸 수 있다. 토종 오이였기에 아무 문제없이 종자 사용이 가능하다. 내년을 위해 조금만 채종을 해서 보관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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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8월 13일 맑음 21도~31도


태풍으로 잠깐 내려갔던 기온이 다시 30도 위로 올라갔다. 무더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이맘때가 벌들이 왕성하게 집을 짓는 시기인가 보다. 콘테이너 모서리 구멍난 부분에서 말벌들이 부지런하게 왔다 갔다 한다. 일을 하다보면 자주 왕래해야 하는 곳이기에 살충제를 가져와 뿌렸다. 말벌 수십 마리가 뛰쳐 나온다. 아우~ 겁을 잔뜩 집어먹고 멀찌감치 도망갔다. 말벌들이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정찰하기도 하고,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돌아오는 것들도 있고, 가지각색이다. 다시 잠잠해질 때 또 살충제를 뿌렸다. 이렇게 서너 번 하고 나니 말벌들이 모두 도망간 듯하다. 물론 전부 도망갔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이렇게 도망간 말벌들은 또다시 어딘가에 집을 지을텐데.... 올해 유독 집 근처에서 말벌들이 집을 짓는 걸 자주 보게되니 겁이 난다. 언제 어떻게 마주칠지 모른다는 게 공포의 이유일 것이다. 마땅한 대책도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 부지런히 주위를 둘러보고 관찰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이려나. 



이것저것 신경 쓰다 이제야 고추를 본다. 빨갛게 익어간 것이 꽤 많다. 한랭사를 쳐 둔 곳은 고추 상태가 괜찮다. 수확한 것의 80% 정도가 쓸만하다. 하지만 한랭사 없이 기른 곳의 고추는 수확한 것의 70% 정도를 버려야 했다. 



병에 걸려 물러진 것도 있고, 나방 애벌레가 고추 속을 파 먹은 것도 많다. 고추나무에는 노린재도 극성이다. 



아무튼 이번에 고추를 수확해보니, 한랭사를 치고 재배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약도 한 번 안 치고도 건강한 고추를 딸 수 있으니 말이다. 



텃밭을 둘러본 김에 오미자 쪽을 살펴보니, 한 줄기는 병에 걸린 것인지 오미자 열매가 다 말라졌다. 다행히 다른 줄기는 분홍색으로 조금씩 익어가고 있다. 5리터 병 하나 정도 분량의 청을 담글 정도 수확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과연 가능할 지 모르겠다. 오미자 또한 약 한 번 안 치고 풀 정리만 해주고 키운 것이다. 가지 정리도 안하고 거의 자연그대로(다른 말로는 방치 ㅋ) 키웠기에, 수확량이 많이 떨어질 듯하다. 가지 치는 법 등 재배법을 익혀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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