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7년, 레바논에서 외교관 납치가 벌어졌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액션과 웃음, 감동이 버무러지긴 버무러졌는데, 간이 조금 약하네~


1년 8개월 전 납치되었다 실종된 외교관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은 외교관 민준(하정우)은 동료를 구하기 위해 자원해 레바논에 들어간다. 물론 자원의 배경에는 임무에 성공시 미국으로 배치를 받고 싶어하는 개인적 출세 욕망이 있다. 이번 작전은 안기부도 모르게 행해지는 비공식작전. 하지만 임무는 처음부터 꼬인다. 레바논 현지 공항경비대가 교섭금을 노리고 민준을 잡으려 하고, 민준은 총알을 피해 도망치다 우연히 한국인 택시 운전사 판수(주지훈)의 차를 타게 된다. 판수는 중동 지역에서 사기 피해를 당하고 우여곡절 끝에 레바논에 흘러들어와 살고 있다. 뭔가 사기 기운이 농후한 판수와 함께 민준은 인질을 무사히 구출해 낼 수 있을까. 


#스포일러 주의

영화 <비공식작전>은 민준과 판수를 잡으려는 공항경비대와 갱단의 추격, 그리고 이에 맞선 민준과 판선, 그리고 비밀무장조직간의 대결 구도로 사건을 끌고 간다. 이 대결 구도는 액션의 밑그림이 되어 퍼붓는 총알 세례와 자동차 추격 장면을 보여주지만, 결말이 너무 훤히 보이는 통에 긴박감이 다소 줄어든다. 그나마 민준과 판선의 케미가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 영화를 숨통 트게 만든다. 거기에 더해 인질을 구하기 위한 협상금을 위해 외교부 직원들이 월급 포기 각서를 쓰는 장면 등이 인간애를 느끼게 만든다. 이런 감동적인 장면들은 판수가 돈을 훔친 후 다시 돌려준다든가, 민준이 고국으로 돌아가는 티켓을 포기하는 모습 등으로 이어진다. 


영화 <비공식작전> 속에서는 위험에 처한 동료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희생하는 개개인들이 그려진다. 재난에 처했을 때, 무엇보다 앞장 서야 할 국가라는 것 또한 국가라는 실체가 있어서 재난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개인들의 힘이 모여 가능한 듯 보인다. 하지만 국가를 움직이는 권력이 재난을 못본 척 한다면, 구성원들의 힘 만으로는 결코 재난을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1987년의 대한민국과 2023년의 대한민국. 재난을 대하는 국가의 자세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한편 재난을 극복하려는 개인의 공동체에 대한 헌신은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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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 원자에서 인간까지
김상욱 지음 / 바다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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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고 인간은 또는 나란 무엇인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욕구는 아닐지라도,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욕구 중의 하나일 것이다. 내가 왜 사는지, 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선 세상을, 그리고 인간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수일 테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많은 학자들이 <빅 히스토리>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써내려가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물리학자 김상욱은 물리학의 시선으로 자신만의 빅 히스토리를 완성한 듯하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를 포함해 세상, 우주의 모든 것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시작으로 인간을 포함해, 생명과 물질, 우주를 설명한다. 그렇다고 해서 원자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환원주의적 주장을 펼치고 있지는 않다. 세상은 다양한 층위로 구성되어 있고, 그 층위마다 다양한 법칙이 존재함을 인정한다. 그래서 원자는 물리학의 시선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분자로 넘어가서는 화학이, 개체와 인간, 사회로 그 대상이 바뀌면 그 대상의 층위에 맞춘 다양한 학문적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을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물리학의 시선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빅 히스토리와의 차별점이라 할 수 있겟다.


아무튼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가 알고자 하는 대상의 층위를 먼저 파악하고, 그 층위를 지배하고 있는 법칙이나 원리를 적용함은 물론, 다른 층위와의 관계 또한 놓치지 않는다면, 꽤 정확하게 대상 또는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을 읽은 후, 세상의 모든 것을 구성하는 기본인 원자에 대한 물리학적 이해와 함께, 원자들이 합쳐져 분자가 됐을 때 이를 이해하기 위한 화학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음을 알게 된다. 물리학적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에서 화학적 원리에 대한 이해 욕구가 커졌다는 것이 새삼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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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소식의 과학 - 늙지 않고, 살찌지 않고, 병 걸리지 않는 식습관
정재훈 지음 / 동아시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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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결은? 인간의 관심사 중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장수와 건강. 오래 전부터 불로장생을 꿈꾸어 온 인간은 오랜 탐구 끝에 그 답을 찾았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라!


정말 누구나 아는 정답이다. 그런데 정말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맞는 걸까. 이 책의 저자 정재훈 약사는 최근 할리우드 셀럽들에게 인기가 많은 다이어트 신약들이 실은 소식을 흉내내는 약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약의 기전을 통해 소식이 우리 몸에 어떻게 작용하는 지를 과학적으로 밝힘으로써, 소식이 왜 건강의 비결인지를 전달한다. 


자, 그렇다면 이제부턴 실전이다. 하루 하루 일상에서 어떻게 하면 적게 먹을 수 있을까. 옛 어르신의 말씀처럼 배 부르기 전에 숟가락을 밥상 위에 올려 놓으면 된다. 즉 매 끼니마다 7할 정도만 섭취하는 것이다. 최근 유행했던 간헐적 단식은 어떨까. 이것도 괜찮다. 간헐적 단식으로 섭취하는 칼로리를 계산해보면 결국 매 끼니 7할 정도만 먹는 것과 동일한 정도의 칼로리만 섭취하는 셈이다. 


이 두 가지 소식법 중 자신의 몸에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다만 중요한 것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 따라서 저탄고지나 황제 다이어트 처럼 영양소를 불균형하게 섭취하는 다이어트법은 권장할 만 하지 못하다. 


다음으로 운동. 최근의 연구들은 1분이든 5분이든 짧게라도 자주 움직이는 것이 오랜 시간 운동하는 것과 버금가는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하고 있다. 즉 일상에서 자주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운동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되도록이면 눕거나 앉아 있지 말고, 움직여라. 중요한 것은 운동을 과도하게만 하지 말 것. 운동이 독이 될 정도로만 하지 않는다면 최대한 많이 움직이는 것을 권한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면,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라.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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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사의 순간, 짜릿한 액션과 추격, 거기에 우정, 의리, 약속에 대한 감정적 몰입까지. 최근 본 영화 중 단연 최고라 할 수 있을 정도. 강추.


2021년 미군은 18년 여의 긴 전쟁을 끝내고- 아니 패하고- 결국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할 것을 결정한다.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 점령 하에 들어가게 되고, 탈레반은 미군에 협조했던 이들을 해치지 않겠다는 평화협정을 깨고, 통역관을 살해하는 등의 보복에 들어간다. 미국은 통역임무를 수행했던 이들과 이들 가족들을 포함 약 1만 8천명 정도의 아프간인들에게 특별이민비자를 내주고, 미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을 한다. 하지만 이 약속은 아직까지도 온전히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영화 [더 커버넌트]는 이 상황 속 미군과 통역관의 우정을 다루고 있다. 아프간 철수 전 미군 존 킨리(제이크 질렌할)는 임무에 나섰다가 탈레반의 함정에 빠져 대원을 대부분 잃고 통역관과 함께 겨우 피신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상을 당하고, 통역관의 목숨을 건 도움을 받아 미군기지로 돌아온다. 미국으로 돌아간 존 킨리는 자신을 도와 준 통역관이 비자를 받지 못하고, 아프간에서 탈레반에 쫓겨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 처한 것을 알게 된다. 존 킨리는 통역관에게 비자를 발급하라고 군과 정부에 항의하며, 직접 아프간으로 돌아가 통역관의 탈출을 돕는다.


영화 전반부는 존 킨리와 탈레반과의 전투, 중반부는 통역관의 도움을 받은 탈출, 후반부는 아프간으로 돌아가 통역관을 구출하는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영화는 초반과 종반 액션 장면에서도 짜릿함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추격 장면에서는 그야말로 숨소리가 들릴만큼 급박하고 긴장된 연출을 자랑한다. 여기에 더해 미국으로 돌아온 존 킨리가 통역관을 데리고 나오지 못한 미안함과 미국 정부의 모호한 태도에 대한 분노, 직접 데리러 가기 위한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심리를 담담하면서도 때론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액션과 감정 묘사 모두 심장을 흥분케 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미국이 통역관들을 미국 본토로 데려오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자연스레 스며 나오도록 만드는 연출의 힘도 크다. 재미와 감동 모두 잡은 수작이라 할 수 있겠다.


(국가의 약속은 왜 공수표가 되는지, 약속의 엄중함에 대해 묻게 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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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양영순의 지극히 짧은 에피소드 중 하나가 떠오른다. 누군가 피를 흘리며 죽기 일보 직전인데, 그 몸을 끌고서 어딘가로 향한다. 최종 목적지는 바로 자신의 집. 그리고 살아 생전 마지막으로 행한 것은 컴퓨터에 저장된 야동 지우기. ^^


죽어서까지 생각한 것이 바로 평판이다. 넷플릭스 영화 [루터 태양의 몰락]은 평판에 금이 갈 수 있지만, 남에게 숨길 수 있는 최적의 매체로서 온라인이 오히려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 속 빌런은 온라인을 통해 숨겨온 비밀을 폭로하겠다며 사람들을 협박, 온갖 범죄에 끌어들이고, 죽음을 택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은밀한 취향을 이용해 돈벌이에 나선다. 


주인공 형사 루터는 범인을 찾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빌런의 잔꾀로 인해 오히려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빌런이 형사가 감옥에 갇히기 전 맡았던 실종 사건의 피해자가 죽는 과정을 담은 녹음을 들려주자, 탈옥을 해서 빌런을 잡기 위해 나선다. 


현대인의 숨겨진 욕망과 민낯, 목숨만큼 또는 목숨보다 중요한 체면 또는 평판, 이 모든 것이 행해지는 온라인 세상을 범죄의 소재로 삼아, 형사와 빌런과의 대결을 끌고 가는 재미는 있지만, 영화를 마무리 짓는 방식이 너무 서투르다. 어떻게 결말을 맺을지 궁리하다 해결 못한 채 촬영과 편집을 끝낸 모양새다. 칼을 맞고 사는 것이야 주인공이니까 하며 넘어가더라도 디테일에 너무 신경을 안 쓴 것이 티가 난다. 기름으로 불난 공간에 물로 불을 끄고, 얼음 호수에 죽을 것을 미리 예상하고 잠수복을 입은 구조원들이 등장하는 등등 그야말로 허겁지겁 마무리를 짓는 모습에 끝까지 참고 영화를 본 것을 허탈하게 만든다. 어차피 화려하지 않은 액션에 어중간한 공을 들이기 보다는 형사와 빌런 간의 심리에 보다 치중했으면 그나마 낫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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