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주봉

해가 막 떨어지려는 찰나의 도봉산 모습입니다. 멀리 어렴풋이 보이는 산의 실루엣은 북한산이고요. 뽀샵을 안한 사진이다 보니... 앞에 어둠 속에서 솟아있는 바위가 바로 도봉산 주봉입니다. 예전 산악인들이 바위연습을 많이 하던 곳이죠.

무척 추웠습니다. 감기 기운마저 있었는데. 하지만 바위가 품고 있는 자기장이 묘약이라고도 하더군요. 그 덕분인지 다음날 몸이 조금 괜찮아진듯 하기도 합니다. 추위에 조금 떨었지만 감기가 악화되지 않은걸 보면 효험이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찬바람이 불어도 해는 뜨고 가라앉습니다. 바람에 휘둘리지 않는군요. 갈대처럼 흔들흔들 거리는 제 마음 속엔 아직 태양이 들어서질 못했는가 봅니다. 따뜻한 햇볕이라도 바람에 실려 날아와 제 마음을 훈훈하게 덥혀주었으면 합니다. 올라서는 해가 아니라 사그라드는 해을 향해 빌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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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사진은 파주쪽에서 바라본 북한산 풍경. 가운데 조그맣게 실루엣으로 나온 것이 북한산의 모습이다. 새벽 이제 막 해가 하늘위로 오르려고 한창 준비중이다. 가로등 불빛은 해가 떠오르면 사라질 것이다. 마치 수많은 해인것처럼 깜빡거리던 가로등의 운명은 해가 떠오를때면 자신의 소임을 다 마친다. 아쉬워하는 것도 없이 말이다. 해가 지고 다시 뜨는 것처럼, 꺼졌다 다시 켜질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려나. 하지만 사람은 희노애락이 왔다가 사라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달관하지 못하는가?

어둠이 빛과 마주치는 모습은 달관하지 못하고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들에게 미묘한 흔들림을 준다. 저 빛이 희망으로 인도하는 것인지, 또다른 난관으로 끌고 가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흔들림. 하지만 그 흔들림이 있기에 이 풍경은 마음 속에 오래도록 남는다. 아름다움은 완벽한 희망도 절망도 아닌 그 흔들림 속에서 태어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흔들림없는 경지란 얼마나 평화스러울까 생각하면서도 또한 얼마나 무료할까라는 쓸데없는 걱정을 해본다. 그 평화의 먼지만큼의 달콤함도 맛보지  못했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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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12-14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속에 불을 밝히고 갑니다. 사진이 싸늘하지도 온정을 품지도 않는
딱 보기 좋고 중간의 마음을 지니는 분위기에요

하루살이 2006-12-15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간의 마음이라...
요즘은 중자가 들어가면 <중천>이 생각나네요^^
 


도봉산 오봉

 

아름다움이나 추함은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거나 추한 것은 아닌가 봅니다.

사진은 송추쪽에서 바라본 도봉산 모습입니다. 오른쪽에 울퉁불퉁한 것이 오봉이죠. 바위들이 신비할 정도로 매달려 있는 모습이 독특합니다. 이제 막 해가 떠오른 후의 모습입니다.

정말 아름다웠겠죠.

그런데 지금 제 마음이 개운치 않으니 이 풍경 또한 가슴에 와닿지 않습니다.  아주 작은 미물에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마음을 지녔으면 좋겠습니다.

가을, 우울증에 걸린듯 힘없이 고개숙인 사람의 넋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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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깨끗하네요.

떨어질듯 말듯 꽃과 헤어지지 않으려 하는 이슬들.

따로따로 떨어져 있어야 땅에 떨어지지 않는 숙명.

이슬이 서로 하나가 되면 꽃과 헤어지겠죠?

헤어지지 않기 위해 헤어져 있어야 하는 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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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화초를 키운 적은 별로 없다. 방에다 가져놓기만 하면 죄다 죽어버려 자신이 없어서다.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대하면 잘 자란다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더군다나 정말 그네들이 나의 애정을 먹고 자랄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건대 나는 애정이 없거나, 남을 살리는 관심이 아니라 죽이는 관심을 가졌을 뿐이라고 해석해야 하니, 그 이론을 어찌 믿겠는가?

그런데, 하하하. 처음으로 내가 키우던 난에서 꽃이 폈다. (어스름때 찍었더니 영 핀트가 안 맞는것 같네요) 공짜로 얻은 난이라 그다지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조그만 화분에 빽빽히 들어차 자라던 것이 반은 말라 죽었다. 그래서 과감히 화분에서 그것을 덜어내고 나머지를 그냥 키웠는데, 그게 이렇게 보답을 해 줄 줄이야.

단순히 화분에서 자라는 난 하나가 꽃을 피웠을 뿐인데, 나의 마음은 왜 이리 흥분되고 기쁜 것일까? 일주일 혹은 이주일에 한번 물을 준 것 말고, 두어달에 한번 잎에 묻은 먼지를 닦아준 것 말고, 평상시 관심도 없던 놈이 이렇게 밝은 꽃을 피워주다니... 믿기지 않았다. 무엇을 키운다는 것이 이런 행복감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스스로 무럭무럭 자라 꽃을 피운 난이 기특해보인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나를 아주 가끔씩이라도 지켜보는 사람이 혹 있다면(물론 부모님이야 평생을 그렇게 지켜보신 분들이지만), 어떻게든 살아가 화려하고 풍성하진 않더라도 나만의 꽃을 피우는 것 그자체만으로도 행복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물론 나 자신도 나의 꽃을 피워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더욱 행복할 테고. 묵묵히 생명을 키워가는 난처럼, 절망하지 말고 꿈을 키워갈 것을 난꽃으로부터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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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8-03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난에 더 매료되는 건 왜 일까요? 뜬금없이 드는 생각입니다.
-난초와 같은 파란여우-뻥쟁이!

하루살이 2006-08-03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드러운 곡선? 갸날픈 몸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