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산에서 마주친 야생화


동화책에서 읽었던가?

한 생명체가 죽으면 별이 되고 그것은 또다른 생명체가 탄생할 때 그 영혼에 깃든다고...

뿌리가 파헤쳐져 말라 비틀어지고 있다. 땅 속에 묻혀 있어야 할 뿌리는 밖으로 드러나면 죽음에 이른다. 그 죽음의 그림자 가운데 꽃이 피었다. 샛노랗게 생명의 찬가를 부른다.

채우기 위해선 비워야 한다고도 한다. 잡기 위해선 일단 손을 펼쳐야 한다.

 

지금 무엇인가 꼭 쥐고 놓지 않으려 하고 있는 것은 없을까. 그것이 이미 말라비틀어진 뿌리임에도 불구하고. 손안에 꼭 쥔 것은 너무 꼭 쥐고 있는 바람에 무엇이 들어있는지조차 잊어버린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게 집착하고 있는 것은 없을까. 의식도 못한채...

꽃은 바람이 가져다 준 선물. 바람이 불도록 빈 공간을 만들어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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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8-05-12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핏 봐선 양지꽃 같은데요.

하루살이 2008-05-13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양지꽃.
ㅋㅋ
언뜻 봐도 아시는군요 ^^
 



얼레지



철쭉

꽃이 주목을 받을 때는 활짝 자신의 모습을 다 보여주었을 때이다. 간혹 동백꽃처럼 목아지가 뚝뚝 떨어진다는 이미지와 벚꽃처럼 비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로 지는 꽃도 주목을 받기도 한다.

인생에 있어서도 왕성한 활동을 통해 전성기를 누리는 때와 어떻게 은퇴하는냐는 큰 관심사다. 그러나 꽃이 피기 직전은 주목받지 못한다. 오히려 될 성 부른 떡잎처럼 새순은 주목받을지언정...

막 피어나기 직전의 꽃봉오리.

어떤 모습으로 피어날지, 또는 과연 제대로 피어나서 아름다움을 한껏 뽐낼 수 있을지 알지 못한다. 꽉 닫혀진 꽃잎에선 기어코 자신의 운명을 지켜내리라는 의지마저 엿보인다.

우리는 지금 그렇게 피어나기 직전의 꽃봉오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바람이 너무 세다고, 비가 내린다고, 기온이 갑자기 떨어졌다고 꽃피우기를 주저해서는 안될 것이다.

팍팍한 현실에 묻혀, 쳇바퀴 돌듯 지리한 일상에 묻혀 가끔 고목처럼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서 내 진짜 모습은 꽃봉오리임을 잊어버린다. 그러니 자기최면을 걸자. 난 진짜로 이제 곧 피어날 꽃봉오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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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동계곡 입구


옹달샘에 마중 나온 새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주목


비로봉 오르는 길


고드름에 핀 눈꽃


눈바람 이겨낸 이정표


잠깐 해가 얼굴을 내밀다


구름 위에서 노닐다


저 길의 끝은 어디로 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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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8-01-14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옹달샘에 마중나온 저 새 이름이 '동고비'입니다.
뙹그랗게 털이 보송보송한게 멀리서 보면 박새하고 비슷하지만
배 부위에 주황색과 눈썹위에 검고 긴 줄이 그어져 있는 독특한 넘이죠.
실제로 보면 깍쟁이처럼 앙팡졌어요^^
적설량이 저 정도임에도 등반허용이 되다니 좀 놀랍습니다만
반듯한 등산로 덕분이겠지요.
온 몸이 시원하셨겠습니다.

하루살이 2008-01-14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 일 날뻔했네요. 알지모 못하면서 아는 척 할 뻔했으니까요. 전 정말 박새인줄 알았답니다. 동고비였군요. 그냥 새라고 적길 잘했지 뭐예요. 고맙습니다.
실은 그 전날엔 등반이 금지됐어요. 아침에 눈이 그치면서 등반이 허용됐답니다. 이런 기회가 자주 오겠어요? 정말 평생 몇번 못가질 기회였죠. 길을 걷는데 바로 옆 나무에서 우지끈 가지가 부러지더군요. 눈 무게를 못이기고... 겁이 덜컥. 그래도 행복한 산행이었습니다.
 


촛대바위 일출

1. 동해 촛대바위 위에 갈매가 한 마리 앉아 있다. 옆 형제 바위 위쪽으로 해가 떠오른다. 운무가 많아 예쁘진 않지만 그래도 떠오르는 태양은 희망을 준다.
촛대바위는 2005년도 세찬 너울에 두동강 난 적이 있다고 한다. 크레인을 이용해 다시 붙이는 작업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되찾았다.
아마 부러진 촛대바위를 그대로 둔다면 관광객을 잃을까봐 걱정한 지자체의 배려(?) 아닌 배려였을 것이다.
형제바위에도 사연이 담겨 있다. 자주 싸우는 형제들이 형제바위를 함께 보면 우애가 돈독해진다는 것이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부러진 촛대바위가 다시 붙고, 싸우던 형제가 우애를 찾는 것처럼 남북이 하나로 되기를 바랐다.

2. 촛대바위 위에 앉아있던 갈매기는 한참을 그 자리에 있었다. 날개를 가진 것들도 휴식이 필요하다. 쉼없이 난다는 것은 고달프다. 우리에게도 편안한 휴식이 있기를... 그래서 다시 날 수 있는 힘을 얻기를... 갈매기의 모습이 외로우면서도 씩씩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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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천제단 주변

지난 토요일 새벽에 태백산을 올랐죠. 눈이 엄청 많이 내린 날이었죠. 새벽이라 사진을 찍기 어려웠어요. 눈도 눈 앞을 가리고 카메라 렌즈도 가리고. 손은 시리고. 바람은 거세고. 발은 어는 것 같고...

태백산에 오르면 많은 사람들이 주목에 핀 눈꽃을 배경으로 일출을 찍죠. 그런데 눈이 워낙 많이 내린 탓에 일출은 꿈도 못꾸었죠.  주목군락지는 새벽 어스름에 지나쳐 왔고, 정상에 섰을때가 아침 6시였으니.

사진은 어슴푸레 해가 떠오르기 직전의 빛으로 겨우 찍은 정상 부근의 모습입니다. 어떻게 보면 바다 속 풍경같지 않나요? ^^ 카메라가 똑딱이다보니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이 기회에 지름신을 불러볼까 생각 중입니다. 그런데 어디까지... 

망경사로 내려와 잠깐 휴식을 취하는데, 어라! 해가 뜹니다. 빠알갛게 말이죠. 카메라요? 생각도 못했습니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쏙~ 사라져버립니다.

아이젠이 있었지만 귀찮아 그냥 내려왔습니다. 긴장을 많이 한 탓인지 발이 무척 아팠어요. 하지만 아이젠이 없으면 미끄럼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죠. 중간중간 등산화가 스케이트가 됐죠. ㅋㅋ

눈! 정말 실컷 구경했어요. 그래도 질리지 않네요. 눈속에 파묻혀 한 1주일 아무 생각없이 지내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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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7-01-10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옷을 입고 있는 주목이 의젓해 보입니다.
1993년도인가, 1994년도인가 겨울에 갔었어요. 올라가는 길은 좋았는데
하산길에서 쭈르륵 미끄럼을 타며 내려 온 기억이 있어요. 아이젠이고 뭐고 없어서^^
좋은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에 불을 지피셨으니 나중에 카메라 구경시켜주기에요.

하루살이 2007-01-11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지름신 강림하시기엔 조금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조만간^^
자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