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7월 22일 맑음 23도~31도


장맛비가 멈추고 나서는 연일 폭염이다. 풀들은 신나게 자란다. 정말 뒤돌아서면 다시 자란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다. 



블루베리밭의 고랑은 예취기로 풀을 베었지만, 블루베리 나무 근처는 혹여 나무에 상처를 줄까봐 예취기를 쓰지 못했다. 그래서 손으로 뽑고 호미로 캐내는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그러던 중 발견한 하얀색 알. 열 개 정도가 뭉쳐 있다. 예전엔 꿩 알을 발견하기도 했었는데, 꿩 알은 둥지처럼 풀 위에 사뿐히 놓여 있었다. 그런데 이번 알은 땅 속에 숨겨져 있었다. 무슨 알인지 궁금해 이것 저것 검색해보니, 아무래도 뱀 알인 듯하다. 


이런, 이런. 지금 블루베리밭에 뱀이 알을 낳을 만큼 뱀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하니 아찔한 느낌이 든다. 뭐, 반대로 생각해보면 약 한 번 뿌리지 않은 곳이라 생태계가 살아 있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뱀은 독을 지니고 있어 꺼림찍하다. 이 알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뱀이 싫다고 알들을 다 깨버리지는 못하겠다. 그렇다고 블루베리밭에서 부화하도록 놔둘 수는 없어 알들을 근처 숲에 버려 두었다. 살아날 것들은 살아나고, 죽는 것들은 하는 수 없고.... 

올 봄 뱀을 두세 번 본 이후 줄곧 보지 못했었는데, 이젠 뱀 알을 보게 되어 긴장이 된다. 부디 근처에는 오지 않았으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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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7월 19일 맑음 22도~32도


장마로 사람은 일을 쉬지만, 풀은 끊임없이 자란다. 이러니 사람이 풀을 이길 수 있겠는가. 그저 묵묵히 풀을 따라가며 잡아챌 뿐. 



고추밭에 풀이 고추보다 더 자랐다. 이번 장마로 쓰러진 고추도 많다. 물에 젖어 썩은 고추도 보인다. 풀을 매고, 쓰러진 고추는 일으켜 세우고, 썩고 물러진 고추는 제거해서 버리고.... 두세 평 되는 고추밭이지만 할 일은 많다. ^^; 키가 많이 자라지 않는 방식으로 키운다고 키웠건만, 결국 연일 계속되는 비에 땅이 물러져서 그런지 쓰러진 것들이 생겨났다. 또한 땅에는 노린재들이 얼마나 많은지.... 



한랭사를 쳐 둔 곳에도 땅 속엔 노린재들이 득실댄다. 다른 벌레들의 접근은 많이 막아준 듯하지만, 완전히 100% 차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보다. 아무튼 고추밭 정리를 끝냈다. 이렇게 정리된 상태로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정리하면서 따낸 고추가 한 움큼. 일단 먹을 수 있는 것들만 추려서 냉장고에 집어 넣었다. 



호박은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자라고 있다. 자꾸 잎을 내고 자라기 보다는 열매를 얼른 맺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늦게 열매를 맺고 알을 키우게 되면, 가을에 충분히 익은 호박을 만나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럴 바엔 어린 호박을 따서 나물을 무쳐 먹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수정이라도 얼른 되기를 바랄 뿐이다. 

호박잎 주위의 풀을 정리하고 싶었는데, 호박잎줄기의 가시가 따가워 작업이 쉽지 않다. 일단은 그냥 두기로. ^^''' 퇴비더미에서 자라는 덕분에 정말 무지막지하게 크고 있다. 성장을 위한 영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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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7월 19일 장맛비 내린 후 소강 23도~30도


슬슬 장마도 끝이 날 모양이다. 피해가 발생한 블루베리밭 사면은 비가 더 올지 모르는 상태라 복구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과연 면사무소에서 어느 정도까지 복구를 해 줄지 상황도 지켜보아야 한다. 



이번 장마로 체리나무도 두 그루 쓰러졌다. 완전히 쓰러진 것은 아니지만, 거의 바닥에 눕다시피 할 정도다.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일으켜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장마가 할퀴고 지나간 상처들이 보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맥문동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비가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도 삶은 계속되어져야 하니까. 언젠가 비는 그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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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7월 15일 장맛비 22도~24도


사흘 간 내린 비가 300mm를 넘어섰다. 버티고 버티던 블루베리 밭 사면이 무너졌다. 연 이틀 폭우가 쏟아져 불안한 마음에 밭 주위를 점검하던 바로 그 순간에 비탈 사면 5미터 정도가 스르륵 미끄러져 내렸다. 순간 눈을 의심했다. 무엇인가 장면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느 순간 흙더미가 길을 막아선 것이다. 깜짝 놀라기 보다는 어리둥절하며 쳐다보던 그때 다시 5미터 정도 사면이 미끄러져 내려왔다. 그 순간 그야말로 멘붕이 찾아왔다. 자칫 잘못했으면 그 흙더미에 깔릴 뻔했다. 



어림잡아도 덤프트럭 2대 분량 만큼의 흙은 되어 보인다. 집에서 밖으로 왔다갔다 하는 유일한 통로가 막혀 버린 것이다. 문제는 추가 붕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119에 연락을 하고, 다시 면사무소에 연락이 닿아 포클레인이 왔다. 



     

하지만 계속된 비로 흙은 곤죽이 되어 있고, 추가 붕괴 위험이 있다보니, 섣불리 흙을 치우지도 못했다. 



겨우 사람이 다닐 정도만큼 치우고 철수. 이래서는 고립된 상황이 전혀 바뀌지 않은 상태다. 이 농로를 따라 복숭아밭이 있는데, 한창 수확 시기인지라 차가 다녀야만 했다. 복숭아밭 주인의 올 한 해 농경을 좌우하는 일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다시 포클레인을 불렀다. 차가 다닐 수 있을만큼만 응급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다.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 지 차가 다닐 만큼의 길이 트였다. 일단 한숨을 돌리지만, 어떻게 복구를 해야 할 지, 추가 붕괴는 없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비는 계속되고, 머리는 멍한 상태로 하루를 보냈다. 먹는 것도 내키지 않고, 잠도 깊게 들지 못한 하루다. 



다행히 비가 잠깐 소강상태로 들어가, 무너진 부분에 비닐을 씌우는 작업을 했다.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서다. 일단 장마가 끝날 때까지는 이렇게라도 버틸 수 있다면 좋겠다. 향후 복구는 아직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번 장마로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위로를 전하고, 힘을 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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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3-07-20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어쩌나요.
응급처치 잘 하셨고 잠시 비가 소강상태이니 추가붕괴는 없겠지요.

하루살이 2023-07-20 08:56   좋아요 0 | URL
hnine님,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 추가 붕괴는 없습니다. ^^
이번 주말만 잘 넘긴다면 장마는 끝이 나겠죠.
부디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이 힘을 내서 평온한 일상을 되찾길 희망해봅니다.
 

23년 7월 8일 장맛비 20도~30도


장마가 시작되고 비가 오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나날이다. 비가 잠깐 그칠 때면 농작업에 나선다. 



블루베리 근처 예초기로 베지 못한 풀을 뽑다 보니 굼벵이가 보인다. 굼벵이가 블루베리의 뿌리를 갉아 먹어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없앨 필요가 있다. 풀을 다 뽑고 흙을 살살 뒤집어 보니, 많은 곳은 수십 마리가 있다. 될 수 있으면 흙을 뒤집지 않으려 했지만, 이대로 두면 블루베리가 죽을 듯하여 흙을 뒤집고 굼벵이 잡는 작업에 들어갔다.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작업 속도가 더디다. 스무 그루 정도에 두어 시간은 덜리는 듯하다. 



올 봄 옮겨 심었던 묘목 중 일부는 잎이 노래지면서 죽어 간다. 아마도 비가 많이 내리면서 땅에 물이 가득 찬 탓으로 보인다. 그러고 보면 블루베리가 죽는 이유가 바로 배수 불량과 굼벵이, 이 두 가지가 주된 요인이지 않을까 싶다. 



블루베리 잎에는 각종 벌레가 나타나 잎을 먹어 대기 시작하고 있다. 사진은 쐐기벌레. 혹여 쏘이면 엄청 간지럽고 따갑고 아프다고 한다. 말벌에 쏘인 것처럼. 

아무튼 장마와 한 여름을 잘 이겨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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