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4월 16일 5도~14도 잠깐 비


천일홍 씨앗을 한줌 얻었다. 천일홍 씨앗은 흐르는 물에 1~2일 두었다가 심으면 싹이 잘 튼다고 한다. 그런데 어디 흐르는 물에 놔둘 곳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그냥 컵에 물을 받아 하루 정도 담가두었다.


물에 담가두기 전에는 씨앗과 껍질 구분이 어려웠는데, 막상 물을 먹고나니 확연히 차이가 난다. 


비가 온다는 소식에 얻어두었던 천일홍 씨앗을 얼른 뿌리기로 했다. 어디에 뿌려야 할지 한참 고민이 됐다. 감국을 심었다 죽어버린 근처 쪽에 심는게 나아 보였다. 그런데 온통 쑥이다. 이 쑥은 블루베리밭에도 퍼져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된다. 블루베리의 성장에 방해가 된다면, 처리해주는 것이 맞을텐데....


쑥을 뽑아내고 그 자리에 천일홍 씨앗을 뿌렸다. 발아가 얼마나 될련지 모르겠다. 지금까지는 한 가지 목적이 아닌 다양한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씨앗을 뿌려왔다. 그런데 천일홍은 관상용으로만 쓰인다. 우연찮게 얻은 것들인데, 그냥 놔둘 순 없는 노릇인지라. 그래서 가장자리로 살짝 씨앗을 뿌렸다. 삭막한 것보다야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올해 일단 얻어둔 씨앗인지라 뿌리긴 했지만, 한해살이가 아닌 여러해살이 위주 로, 한가지 목적이 아닌 다목적용으로라는 원칙에 맞는 것들을 찾아 하나 하나 채워나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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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4월 14일 맑음 0도~16도



직파했던 곳에서 싹이 나오기 시작했다. 씨앗별로 싹을 트는 조건이 다를뿐더러, 싹을 내는 시기도 제각각이다. 아무튼 나중에 심었지만 조건이 잘 맞아서 일찍 싹을 트는 것들이 고개를 내민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고개를 내민 싹이 꼭 내가 심었던 씨앗에서 나온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풀들도 열심히 싹을 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게 풀의 싹인지, 씨앗을 뿌려놓은 것인지 구분하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다. 다만 일정한 간격으로 비슷한 모습의 싹이 나온다면, 아무래도 흙에 묻어놓은 씨앗일 확률이 높을 뿐이다. 직파한 것 중 가장 먼저 싹을 내민 것은 아무래도 금화규인 듯하다. 



그런데 싹을 내밀자마자 수난이다. 벌써 벌레들이 식사를 즐긴 모양새다. 어린 싹은 여린데다 벌레들의 입장에선 독성도 적어 맛있는 식사감이 될 것이다. 상품을 내놓아야 하는 농부들이라면 농약을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집에서 먹을 요량인지라, 또 혹여 누군가에게 선물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눈에 보이는 벌레 정도는 손으로 잡고, 나머지는 생태계의 먹이그물에 맡긴다. 


초기 벌레들이 조금 있을 때는 식탁 위에 올릴 가능성이 높지만, 점차 벌레가 극성을 부릴 때가 되면 실패를 맛본 경우가 많다. 하지만 흙을 살려 생태적인 방법으로 농사짓겠다는 원칙을 어겨가며 수확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그냥 벌레들에게 모두 양보할 수는 없다. 생태적 농사, 즉 일방적인 뺏기가 아닌 나눠먹을 수 있는 방법들을 계속해서 찾아내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생태계도 점차 균형을 잡아갈 것이라는 믿음하에 올해도 많이 양보할 심산으로 싹을 키워간다. 아니, 싹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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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4월 13일 흐린 후 맑음 2도~16도



수선화가 피었다. 언제 피었는지도 몰랐다. 아니, 언제 이만큼 자랐는지조차 몰랐다. 지난해 심었던 수선화인데, 죽지 않고 살아서 이렇게 꽃을 피운 것이다. (봄)구근류는 이렇게 겨울엔 죽은듯 자취를 감추었다 봄이면 활짝 생을 펼친다. 그러고보니 지난해 심었던 백합을 모조리 멧돼지에게 뺏긴 것이 분하다. 멧돼지가 구근을 먹어치우지 않았다면 지금쯤 싹을 내밀고 머잖아 꽃을 피웠을 텐데 말이다. 


구근류의 장점은 바로 이런데 있는 것 같다. 겨울동안에 자취를 감추었다 봄에 존재를 드러내는 것 말이다. 여러해살이 풀은 한 번만 심으면 된다. 딱 한 번만 땅을 헤집고 심어놓으면 이런 마술을 펼친다. 반면 한해살이풀은 매해 땅을 파고 심어주어야 한다. 아, 물론 씨앗이 땅에 떨어져 자연스럽게 싹을 내밀기도 하지만 말이다. 


뉴욕 하이라인의 식재로 유명한 정원 디자이너 피트 아우돌프는 <자연주의 정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 <여러해살이 풀>을 애용한다. 아마도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사람의 손을 최대한 거치지 않는 자연적 방식이란 매해 심고 가꾸는 것보다는 한 번 식재하면 매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여러해살이 풀이 제격일테니 말이다. 나 또한 한해살이 풀 보다는 여러해살이 풀이 매력적이다. 지금은 다목적용 식물을 주로 심고 있지만, 한쪽엔 경관용 여러해살이풀로 가꾸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수선화꽃뿐만이 아니었다. 블루베리에 주로 신경을 쓰다보니 다른 나무들도 제각각 성장에 온힘을 쏟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 체리나무에도 꽃이 폈다. 아쉬운 것은 십여그루 중 단 한 그루에만 꽃이 피었다는 것이다. 조금 더 지켜보면 몇 그루 더 꽃을 피울지는 모르겠다. 물론 꽃을 피워도 대부분 열매를 맺을 때쯤 벌레들에게 다 양보하고 말테지만 말이다. 



사과나무에도 꽃봉오리가 맺혔다. 4그루 있는 것 중에 이것도 한 그루만 꽃봉오리가 보인다. 뭐, 다른 사과나무도 조금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품종이 다르다보니 자라는 속도도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꽃을 맺은 것 중에 식탁 위에 오를 과일은 얼마나 될지 기대 한 편 속에 걱정이 깃든다. 올해는 내가 키운 체리와 사과 맛 좀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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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4월 10일 맑음 4도~19도


월요일에 비가 내리기 시작해 화요일에 그치고 나면 날씨가 또 추워진다고 하니, 냉해 걱정이 앞선다. 흐드러지게 핀 배나무 꽃들을 솎아주자니, 혹시나 냉해를 입으면 낭패를 볼까싶어 꽃샘추위가 지나고나서 솎아줄까 고민이 된다. 하지만 이렇게 무성한 꽃들을 그냥 놔둘 수 없어 솎아주기로 결정했다.



예닐곱개의 꽃이 한데 있는 곳에서 괜찮아 보이는 꽃 한송이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잘라냈다. 한 줄기에 3~4개 정도만 남겨두고 나머지도 모두 솎아냈다.



그 많던 꽃송이가 모두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꽃송이보다 바닥에 떨어진 꽃송이가 더 많다. 배나무 주위가 온통 꽃밭이 됐다. 



꽃을 솎다보니 잎 뒷면에 착 달라붙은 알을 발견했다. 나방이나 노린재 류의 알일터인데, 배나무엔 해를 끼칠 것이라 모두 제거했다. 본격적으로 풀과 벌레와의 싸움이 시작됐음을 알려준다. 



몇일 사이 블루베리 나무에도 잎이 나기 시작했다. 풍성하게 잎을 내서 광합성을 많이 해 무럭무럭 자랐으면 좋겠다. 반면 블루베리 주위에 풀도 꽃을 피우고, 무성하게 자라기 시작했다. 꽃이 열매를 맺기 전에 잘라주는 작업을 해야할 성싶다.

똑같이 피어난 꽃이지만, 어떤 꽃은 귀한 대접을 받고, 어떤 꽃은 성가신 존재가 되어버렸다. 꽃은 그저 꽃일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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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4월 8일 맑음 3도~19도



배꽃이 흐드러지게 폈다. 꽃봉오리가 나올때만 해도 무슨 나무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모과나무였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그런데 꽃이 피고나니 배나무였음을 알겠다. 하얀 꽃이 곱다. <이화에 월백하고...> 라는 싯구를 떠올리며 달밤에 한 번 구경해보고 싶다. 



배나무도 수형을 잡아주어야 할 텐데, 그냥 아무렇게나 자라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이제라도 배나무였음을 확인했으니, 꽃이라도 솎아주는 작업을 해야하겠다. 일단 꽃구경도 실컷 했으니... ^^ 과수는 꽃이 달린대로 몽땅 수정을 시켜 열매를 매달지는 않는다. 이 많은 꽃이 열매가 된다고 생각해보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끌어다 써야 할 것인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나무가 젊고 싱싱하게 잘 크기 위해선 열매를 다는 데 쓰는 에너지도 조절을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텃밭의 빈 공간에 무엇을 심을까 고민하다 민트를 생각했다. 씨앗이 워낙 작아 상토와 섞어준 후 밭에 흩뿌려주었다. 이것도 직파다. 심지어 땅을 긁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 싹을 내서 잘 자랄 수 있을까.



이제 텃밭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가는 성싶다. 단호박, 금화규, 민트, 비트, 상추, 케일, 청경채 등이 심겨졌다. 풀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오가피에서 잎이 나기 시작해서 몇 개 따왔다. 쌈으로도 먹을 수 있다. 오늘은 샐러드로 사용했다. 민트를 비롯해 상추, 케일 등등 텃밭에 심은 것들이 잘 자라준다면 매일 매일 샐러드 풍년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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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4-09 1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마누라 배꽃 화접 알바 갔다가 오더니 밤새 끙끙 앓는 소릴 하더군요. 그리고 알반 줄 았았는데 봉사였다나요. ㅋㅋㅋㅋㅋ

하루살이 2021-04-09 16:42   좋아요 1 | URL
이런. 배는 면봉으로 일일이 하나씩 화분을 묻혀 수정시켜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죠. 고생이 많았겠습니다.
요즘은 몇일에 걸려 할 일을 드론을 띄어 몇십분 내로 끝내기도 한다는 군요.
저같은 경우엔 고작 3그루 밖에 없어서 벌이 자연수정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집 뒤에 아까시나무가 있어서 벌이 자주 다니기에 가능할 것이라 믿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