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아이에요?"
아기를 데리고 나가면 으레 들려오는 질문이다. 우리 부부는 질문한 사람이 무안하지 않게 얼굴 가득 웃음을 지으며 "진짜 남자 같죠"라고 답한다. 그 질문을 듣지 않으려고 일부러 분홍색 치마를 입히고 모자를 씌우고 나가도 마찬가지다. "남자아이죠?"라는 말은 여전히 귓가를 울린다.
여자아이란 걸 안 사람들은 어색한 웃음을 흘린다. "예쁘네요"라는 말 한마디 건네면 서운함이 싹 가실텐데 ㅋㅋ 그저 '그렇구나' 라는 표정이다. 아빠 눈엔 너무나 귀엽고 예쁜 딸인데... 특히 점점 커가면서 눈매가 날 닮아가는 것 같아 흐믓하다. (그런데 도대체 코는 누굴 닮은 거야?) 날 닮았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니 참 신기하다. 입은 또 어떤가. 병치입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나만큼이나 작은 입이 참 마음에 든다.
그런데 남자같이 생긴 것과 여자같이 생긴 것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우리 아기를 보면서 느닷없이 이런 생각에 빠져봤다. 전체적인 얼굴의 윤곽선일까. 아니면 마음의 창이라는 눈일까. 섹시함을 드러내기도 하는 입술에 있을까....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 건 헤어스타일이었다. 국민할매 김태원의 CF에서 치렁치렁한 뒷머리로 인해 여자로 오인한 남자의 모습처럼 말이다. 반대로 과감하게 삭발을 한 여자가 화장까지 안한다면 남자와 구별하기가 쉽진 않다. 우리 아기도 그나마 모자를 씌우면 여자에 더 가까워진다. 그런데... 이거 굉장한 선입견 아닐까. 100년 전만 해도 똑같이 댕기머리를 하면서 살지 않았는가. 그리고 옷차림은 또 어떤가. 150여년전 여성해방운동의 한 방편으로 여자 바지가 등장했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적 차이가 만들어낸 외모적 차이. 그리고 그것을 극대화해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 차이를 차별로 만드는 사회가 있다면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은 그런 차별을 공고화하는 족쇄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차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면 여자와 남자라는 차이를 외모에서 구현해내는 것은 찬성한다. 드러내고자 하는 것에서 다양성 또한 드러날 수 있는 것 아닐까.
이야기가 갑자기 삼천포로 흘러가긴 했지만, 아무튼 뭐, 남자처럼 생겼으면 어떻고, 여자처럼 생겼으면 어떠냐. 우리 아기가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길 바랄 뿐이다.
떡두꺼비 같은 내 딸아. 생김새야 커가면서 변할텐데 걱정할 필요는 없단다. 다만 얼굴 속 표정은 네가 만들어가는 것이니, 온화하고 평온한 모습을 가졌으면 좋겠구나. 지금처럼 환한 미소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듯이, 다른 이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그런 얼굴을 가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