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밭에 퇴비를 잔뜩 뿌렸다.
몸에 퇴비 냄새가 뱄다.
딸내미 데리러 가는 길, 딸내미가 아빠를 밀쳐낼까 살짝 겁이 났다.
"아빠, 무슨 냄새가 나."
뜨끔!!!
어린이집 밖으로 나온 딸내미
"아, 좋다. 바람냄새~"
으이그, 누구 딸내미 아니랄까봐, 겉멋은 ㅋ
차에 올라탄 딸내미 다시 푸념을 내뱉는다.
"아빠, 냄새. 차에서 냄새가 나."
"퇴비 냄새야. 땅도 맛있는 걸 먹어야 하거든."
잠깐 냄새 타령을 하더니 초콜릿 먹겠다고 투정이다.
"초콜릿은 집에 가서 밥 먹고 먹자. 오늘은 집에 가는 길에 뭐 하기로 했지?"
"몰라"
이런, 여기에 또 속으면 안된다.
'몰라' 해놓고선 아무 것도 안하고 집에 가면 약속 안 지켰다고 난리다. ㅋ
"약국에 밴드 사러 가자"
"안돼, 아빠 욕 먹어. 냄새 풍기고 나가면 사람들이 욕해."
???
많이 컸다. 우리 딸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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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침에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아이(?)가 있다.
몸도 정신도 성장을 멈춰버린 아이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저 일하러 가요."
"어? 공부하러 가는게 아니고?"
"네, 복지관에서 일해요. 9시 30분까지 가야해요."
"그래. 힘들지는 않니?"
"29 다음이 30이에요."
"어? 아, 그래 29다음이 30이지."
"근데, 꼬마야, 넌 어디 유치원에 다녀?"
딸내미. 이미 얼음이 되어 있다.
이 아이를 만날 때면 완전 얼음이 된다.
원래 낯을 가리는 편이지만, 그 정도가 더 심해진다.
낯선 사람이 엘리베이터에 타면 내 뒤로 돌아서 숨는 편이다.
하지만 이 아이와 만날 때면 그야말로 얼음이다.
2. "아빠, 이 사과는 못생겼어. 버릴거야"
"아니야, 버리면 안돼. 이것도 먹을 수 있어."
"아니야. 버릴거야. 쭈글쭈글하고 못생겼어. 안먹을거야."
"딸내미. 사과는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고, 잘 생긴 것도 있고 못생긴 것도 있고, 빨간 것도 있고 파란 것도 있고, 가지각색인거야. 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거란다."
"아니야. 예쁜 것만 맛있어."
"딸내미. 예쁜걸 좋아하는 건 괜찮지만 그렇다고 다른걸 버리면 못써. 못난 것들도 다 아저씨들이 힘들게 땀흘려 거둔거란다. 그리고 맛도 좋아. 어디 한번 먹어볼까?"
안먹는다던 딸내미, 그래도 사과를 깎아주니 용케 먹는다.

예쁘고 건강한 것만 찾는 그 마음을 버리고, 옳고 그름이 아니라,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려 딸내미와 함께 시골살이를 택했다. 그런데 쉬운 일은 아닌가 보다. 그래도 하나 둘 자기와 다른 것들과 마주치다 보면, 그들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이 길러지겠지. 아빠의 작은(?)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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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아침 일찍 일어난 딸내미.
느닷없이 냉장고 앞으로 가더니 "아빠, 아이스크림 먹을래."
뭐라? 지금 아빠 간을 살짝 보는거니?
"안 돼!!!"
아이스크림 먹는게 별일 아닐 수도 있지만... 흠흠.
"지금 아이스크림 먹으면 아침밥 안먹을거잖아. 안돼"
"아니야, 아침밥 먹을거야."
"그래, 그럼 아침밥 먹고 먹어"
"싫어, 싫단 말야."
"아빠가 못먹게 하는게 아니잖아. 아침밥 먹고 먹으라 했어."
딸내미 눈치가 이젠 구십구단이다.
아빠가 절대 양보않겠다는 목소리라는 걸 대번에 알아차린다.
냉장고에 아이스크림을 휙 집어넣더니
"아빠, 미워! 미워!"
소리를 버럭 지르더니 방으로 휙 들어가며 문을 닫아버린다.
아~ 밉다는 그 말이 가슴을 콕콕 찌른다.
딸내미가 뭘 하나 방을 살짝 들여다보니 이불까지 뒤집어쓰고 있다.
이런! 누가 지침서를 만들어 놓고 아이들한테 가르치는걸까.
나 삐졌다는 것을 이불을 뒤집어쓰는 걸로 표현하는 것은 도대체 어디서 배우는 걸까.
"얼른 밥 먹자. 그럼 아이스크림도 얼른 먹을수 있잖아. 자~ 놀이터구조대 뽀잉도 보고."
살며시 이불 밖으로 나온 딸내미는 언제 그랬냐는듯 컴퓨터 앞에서 애니메이션을 쳐다보느라 넋을 놓는다. 밥도 잘 먹고.ㅋㅋㅋ.
가슴에 콕 박혔던 밉다는 말이 빠져나온다.
티거태걱. 이렇게 아빠와 딸은 정을 쌓아가는 것일까.
갑작스레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미움 받지 않으려 살아왔던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미움'이라는 단어.
내 사전에 최대한 싣지 않으려 했던 그 단어가 딸내미를 키우면서 자리를 잡으려 한다.
슬슬 나도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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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빠, 저거 축구공이야?"
"아, 저거. 축구하기엔 너무 작고 딱딱해보이는데. 아빠가 보기엔 당구공 같아."
"아니야, 야구공이야"
"야구공은 바늘땀 자국이 있어."
"바늘땀이 뭐야?"
"실로 꿰맨 자국."
"아빠, 내가 말했지. 저거 야구공 아니라고."
???

2. "아빠, 캥거루는 앞다리고 서는 거야?"
"글쎄... 아빠 생각엔 뒷다리로 서 있을 것 같은데."
"여기 봐봐, 그림책에 캥거루가 앞다리로 서 있잖아."
"어디, 딸내미, 이건 뒷다리야."
"아니야. 앞다리라구. 캥거리는 앞다리로 선단 말이야."
???

억지는 갑의 특권이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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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내미와 이야기하면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으면 비교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너는 너니까. 너의 기준으로 너의 방식대로 그렇게 자라면 돼' 라는게 남에게 내보이는 방식이고, 실제론 '너를 키우는 건 나다. 나의 방식은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넌 내뜻대로 네 맘대로 크면 된다' 정도라고나 할까.
그런데, 딸내미 키우는 것, 역시 내 맘대로 되질 않는다.
"와! 아빠 또 고기 잡았다. 우리... 아빠가 잡은 거야, 흥" 하며 자랑질 하는 통에 빙어 잡는 손이 너무 추워 곱아있는데도 낚싯대를 쉬이 놓지 못했다.
"아빠, 얼른 잡아. 아저씨가 잡았잖아. 아빠도 얼른 잡아!" 하는 소리엔 내가 애가 탔다. 얼른 잡아야 할텐데... 쯧쯧 ㅜㅜ
딸내미가 비교하고 경쟁을 붙인다. 아빠는 거기에 놀아난다. ^^;
아니 도대체 넌 어디서 이런걸 배웠니?
어린이 집이 범인인거냐, 애니메이션이 범인인 게냐.
잠시 생각해보니 ... 쩝. 나도 가끔은 비교 모드로 돌입한게 기억난다.
"딸내미, 저기 아기 봐봐. 얼마나 잘 걷니. 넌 언니가 돼서 아빠한테 안겨야 되겠어?"
내 몸이 고달플 때면 이 비교라는 형식으로 좀 편해지고자 했던 것이다.
딸내미, 미안하다. 다신 비교 안할게. 그러니 넌, 비교로부터 자유로웠으면 좋겠어.
비교 대상은 오직 너 자신이길 바란다. 아빠도 그렇게 하기로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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