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 떨려.”

초등학교 예비 소집일. 학교 운동장에 들어서자 딸내미가 한마디 툭 건넨다.

그런데  이 말이 내 가슴을 때린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어떻게 해야할지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했다.

과연 학교에선 방과후 학교와 돌봄 교실을 몇시까지 진행할 것이며, 딸내미가 배우고 싶어하는 것을 위해 학원과 어떻게 연계해야 할지, 또 6개월 쯤 후엔 이사를 해야 하는데 전학 문제는 잘 해결할 수 있을련지 등등 걱정만 한 가득이었다.

그런데 딸은 학교에 첫 발을 내딛는다는 마음으로 설레고 있었던 것이다.

아~ 딸의 마음조차 헤어리지 못하고 내 생각에 갇혀 있었다. 딸 조차도 이런데 타인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는 일은 어른도 함께 성장하는 일일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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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저기 해님봐봐. 집에 가는게 좋아서 빨개졌나봐."
"아니야, 아빠. 해님이 열이 나서 빨개진거야. 이제 병원에 가려나 봐."
산너머 해가 넘어간다. 빠알갛게.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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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너무 따갑다. 딸내미 선크림 바르고 나가자."
"아빠, 고래도 등에 선크림 발라야지?"
"응?"
아하! 그래, 그래. 고래는 등에다 선크림 발라야겠구나.
우리 딸내미 어떻게 이런 생각을... 창의적(?)인 발상. 기특하다. 기특해 ㅋㅋ
"그래. 고래는 등에 선크림 발라야겠구나. 근데 딸내미. 어디서 이런걸 배웠어?"
"응. 옥토넛에서 나왔어."
으~. 창의성은 만화에서 나온거였군.
딸바보의 행복했던 5초의 착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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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염원이 지극하다 해서
생명을 지키는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간밤에 고양이 새끼들이 잘 지냈는지 궁금했다.
아침에 보자마자 손아귀에 쥐고서 우유를 먹였다.
체온이 떨어져 조금 차가운 것이 불안했다.
그래도 우유를 받아먹는 모양새가 나쁘진 않았다.
아무래도 체온이 걱정되어 햇볕을 쬐게 했다.
조금 있으니 따듯해진다.
야옹~ 야옹~ 우는 소리도 괜찮아 보인다.
꿈틀꿈틀 움직이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가슴 벅찬 마음을 안고 일을 보다 잠깐씩 둘러보았다.
그리고 일 삼매경.
한 호흡 가다듬다 고양이가 생각나 나가본다.
조용하다. 움직이질 않는다.
부드럽던 몸뚱아리가 굳어있다.
이놈들을 꺼내어 다시 땅에 묻으려니 눈시울이 시큰해진다.
손아귀에 느껴지던 부드러움 대신 딱딱함이 가슴을 쳐댄다.
생명을 지켜낸다는 것에도 앎이 필요했을까.

 

어린이집을 끝마친 딸내미가 고양이에게 가자고 한다.
"아빠, 고양이 우유 먹여줄래."
"고양이가 죽었단다."
"왜?"
"잘 모르겠어. 에미가 따듯하게 품어주고 젖도 먹여주고 그랬으면 살았을텐데..."
"어떻게 죽었어?"
"어제, 기어가는 거 봤지. 그 모양으로 죽었어."
"아빠가 고양이 키우는 것 많이 연습했어야지!"
"미안해, 딸내미. 고양이를 죽게 해서."
"나, 고양이 보고 싶단 말이야."
"우리 나중에 아빠가 집을 지으면, 그때 고양이랑 강아지랑 많이 기르자. 미안"
"그럼 그땐 강아지랑 고양이 새끼랑 많이 기를거야. 그리고 강아지 엄마,아빠도. 고양이 엄마, 아빠도 다 같이 키울거야. 어른도 두마리씩 있어야 돼. 그래야 새끼들도 잘 큰단 말이야."
"그래, 알았어. 꼭 엄마 아빠랑 같이 키우도록 하자."

딸내미 말처럼 사랑을, 생명을 키워내는 것에도 연습이 필요했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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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손 잡아"
"그냥 걷자, 딸내미."
"얼른 잡아줘. 얼른"
손을 내밀었다. 딸내미 손을 잡더니.
"아빠, 나 잃어버리면 어쩌려고 그래.
나 잃어버리면 아빠가 너무 슬퍼지잖아."
이런... 너, 도대체 어디서 그런 말을 배운거니?
울컥. 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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