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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인 것의 슬픔
정재서 지음 / 살림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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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탈리즘>이라는 책을 통해 서구의 관점으로 왜곡되어진 동양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책마저도 동양인의 손에 의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체적 시각을 지니고 있다고는 보기 힘들다. 더군다나 한국은 중국의 변방정도로 취급되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는 없는 문제일 것이다. 또한 이런 서구의 삐딱한 시각이외에도 동양권내에서도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가 그 주변국들을 바라보는 횡포 또한 만만치 않아 이레저레 치이고 사는 약소국의 슬픔을 느끼게 된다.

뭐 남들이야 어떻게 바라보든 무슨 상관이랴? 라고 생각하며 그냥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라는 것이 과거의 일이 과거로 그냥 끝나지 않고 항상 현실과 연계된다는 점에서, 또 문화적으론 주변국가들을 억압하고 강대국들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봄으로써 다양성을 상실한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런 왜곡된 관점에서 벗어나 주체적 사고를 갖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편협한 국수주의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옛무서 <산해경>과 고구려 시대 무덤벽화등의 비교를 통해 동양적인 것, 특히 한국을 중심으로 한 극동아시아의 독특한 문화관을 보여줌으로써 변방으로서의 소국적 관점을 벗어난 고유의 다양성을 밝히고 있다. 이런 지난한 연구를 통해 옛 사람들의 세계관과 또 그들 사이의 다양함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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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핑 포인트 - 생각하는 글들 12
말콤 글래드웰 지음, 임옥희 옮김 / 이끌리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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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성인 남자들이 예비군 훈련에 가면 개가 된다고들 한다. 평소에 그렇게 얌전하고 내성적인 사람도 군복을 입으면 입이 거칠어지고 행동이 난폭해진다. 왜 그럴까? 군복에 마술이라도 걸린 것일까? 올해 초 유난히 금연바람이 거세다. 연초만 되면 많은 사람들의 계획 한 켠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거지만 왠지 올해는 그 기세가 사뭇 다르다. 무엇이 달라졌기에 그 열기가 이리도 지속되는 것일까?

작년 <친구>라는 영화가 관객800만명을 동원했다. 한국영화의 부흥기를 가져온 이 작품의 무엇이 사람을 극장으로 끌고 간 것일까? 이 책은 어떤 현상이 갑자기 돌변해 미풍이 태풍으로 변해가는 그 찰나를 티핑포인트로 지정하고 그것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묘사하며 그 이유를 세세히 밝히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어떻게 하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금연의 성공적 캠페인의 방법을 터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소수의 법칙, 고착성, 상황의 힘이라는 세가지 요소중 어떤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였으며 따라서 어떤 방법이 가장 신통하게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지를 예측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노하우를 전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태풍의 시초는 미풍에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요, 따라서 우리가 찾는 거창한 운동보다는 보다 작은 생활상의 미소한 태도변화- 거시적 관점에서 이것은 그야말로 미봉책이 될 수 있다-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밝힌점에 있다 하겠다.

미봉책은 값싸고 편리하며 놀랄 만큼 많은 문제들에 대한 다용도 해결책이 된다. 미봉책의 내력을 살펴보면 이런 전략은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계속 유지시켜주고,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만두고 말았을 테니스,요리, 산택 등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미봉책은 사실상 최사의 해결책이다. 왜냐하면 최소한의 노력과 시간과 비용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P310)

어떻게 보면 이것은 나비이론과도 비슷하다. 홍콩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갰짓을 한 것이 미국에선 거대한 태풍이 되어 나타나는 현상. 티핑 포인트는 바로 그 나비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그래서 우리가 태풍을 만났을 때, 또는 태풍을 만들고 싶을 때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를 가르쳐주고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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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에서 돈 키호테까지 - 서양고중세사 깊이읽기
윌리엄 레너드 랭어 엮음, 박상익 옮김 / 푸른역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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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책을 읽을 때 그 상징체계를 파악하는 것 만큼 재미난 일도 없을 것이다. 줄거리나 문체가 가져다주는 것 이상의 쏠쏠한 재미가 그 속에 감추어져 있으니까. 영화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영화 속 미장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영화는 점차 읽혀지는 기쁨을 가져다 준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을 영화읽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역사책을 들여다 볼 때도 이런 숨은의미찾기의 기쁨이 있는 것 같다. 단순히 사건의 나열이나 영웅적 인물의 등장과 소멸로 역사는 이루어진 듯하다. 하지만 그 속엔 거대한 흐름이 있게 마련이며 어떤 사건이나 인물을 통해 그 흐름이 일순 바뀌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그 흐름이 무엇이고 또 어떻게 바뀌는 것이며 그 터닝포인트에서의 사건이나 인물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알아채는 것 만큼 역사읽기의 즐거움 또한 없을 것이다.
이 책 호메로스에서 돈 키포테까지는 바로 이런 감추어진 역사읽기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고등학교때 세계사라는 과목이 선택사항이라 책 한권 읽지 않았음을 후회하게 만드는 이 책은 역사적 사건 이면의 도도한 흐름을 살며시 보여주고 있다. 특히 바로크시대나 돈 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에 대한 이야기는 암흑의 시대라는 중세가 결코 캄캄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재미있다.

반면 사전지식이 전혀없는 고대 로마사나 서양사에 대한 뒷 이야기는 그 이야기의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점에서 안타까웠다. 즉 이면에 나타나는 즐거움을 그 표면을 알고 있을때 가능한 것이며 그 표면에 대한 지식없이 이면만을 본다는 것은 소가 뒷걸음치다 개구리를 잡아놓고서 마치 개구리 잡는 법을 알고 있는듯이 뽐내는 것과 다르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서가 딱딱함을 벗고서 말랑말랑 부드러운 속살을 보여줄 수 있음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썩 괜찮은 메뉴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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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바드 기타 샴발라 총서 2
정창영 엮어옮김 / 시공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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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가 죽을 때까지 곁에 두고 읽었다는 책. 고대 인도의 종교서라고 할 수 있는 바가바드 기타는 왕자인 아르주나와 신인 크리슈나와의 질문과 답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신과의 합일을 뜻하는 요가의 길의 세가지 방편을 제시하고 그중에서도 일반인들이 행할 수 있는 분야인 행위의 길을 강조하고 있다.

그 행위의 길이란 바로 결과에 대해 집착하지 않고 행하는 것. 그러한 행위가 이루어졌을 때만이 업으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자유의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원인과 결과마저도 사라져버린 행위란 바로 이러한 결과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것은 중국과 한국에서는 진인사 대천명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행위는 인간이 행하는 것이지만 그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것은 어찌보면 그 결과에 상관없이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다른 표현일 수 있겠다.

일반인들이 행할 수 있는 요가의 방편으로서 제시된 길이기는 하지만 경쟁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 길 또한 그리 쉽지만은 않다. 경쟁이라는 것이 항상 그 결과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성질을 가지고 있고 현재의 자본주의라는 것은 무한 경쟁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더욱 진정한 자신을 찾는 과정을 어렵게 만든다. 무엇하나 아무 사심없이 어떤 행위를 할 수 없는 것. 어떤 기대치를 가지지 않고 행위를 한다는 것은 정말 도인이나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책에서 제시하는 길을 따라갈 자신은 없지만 그나마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평안해진 것 만으로도 위안을 삼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간디처럼 곁에 두고 마음을 열어 경전을 받아들인다면 언젠가 집착되지 않는 삶이 나에게로 다가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아래(이런 생각마저도 버려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일희일비하지 않는 삶을 살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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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논어 1
김용옥(도올) 지음 / 통나무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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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눈깜짝할 사이에 변해버리는 첨단의 시대, 컴퓨터, 인터넷등 디지털이 지배하고 있는 시대에 고리타분한 공자라니. 그것도 TV속에서 살아난다는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공자를 다시 이 세상속으로 불러낸 것일까? 그리고 그렇게 살아난 공자는 이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논어>라는 책 제목과 상관없이 내용은 공자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 시대 전반을 알고 있어야 하듯이 한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 사상가의 전반을 알아두는 것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책을 읽어나가면서 좀더 확신을 갖게된다. 그 사람의 일생과 따로 떨어진 그리고 그 시대적 상황과 결별된 생각이라는 것은 애시당초 가능한 것이 아니니까.

그래서인지 공자가 친근하게 다가온다. 지금의 언어로써 이해하는 논어가 아니라 공자가 직접 말하고 듣고 의심을 품고 사유하는 그 시대의 언어로 논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쾌쾌한 먼지속에서 향긋한 꽃냄새를 맡는 기분이다.

책은 전반부에 공자의 생애를 다루고 후반부에서 논어의 한 장인 학이편을 다루고 있다. 그 많은 논어중 비록 한 장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성인의 생애와 그의 말씀이 일치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는 점에서 책의 장점을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학이편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꽤 많지만 그것의 주된 생각은 바로 실천의 중요성이라고 여겨진다. 논어를 읽기전과 읽고 나서의 모습이 같다면 어찌 논어를 읽었다고 할 수 있겠는냐는 말에서부터 공부(學)라는 것은 실천을 행한 이후에 그 여력이 남았을 때 행해야 하는 것이라는 등. 학이편의 대부분은 바로 행함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중심생각은 자신의 일생전체를 되돌아봤을 때 어김없이 지켜져왔던 절대적 덕목이었으리라.

말이 난무하고 글이 범람하는 시대, 매체가 폭발함에 따라 늘어난 다양한 정보들은 그야말로 홍수 그 이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들, 글, 말들이 그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건, 그것을 찾던 사람들의 실천이 행해졌을 때만이 아닐련지. 입만 또는 손만 살아 숨쉬는 이 시대에 뜨거운 일침을 가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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