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교차점 2 - 사라진 나라
마사오 야지마 글, 히로카네 켄시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인간교차점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인간의 여러감정들을 하나 둘씩 들춰낸다. 사랑과 미움, 믿음과 배신, 희망과 절망 등등 반대편에 서 있다고 생각되는 감정의 단편들이 얽혀져 감동을 자아내는 지극히 휴머니즘적 이야기다.

이 이야기들중 눈물샘을 톡톡 건드리며 가슴에 가장 깊게 새겨진 것은 2권의 5번째 에피소드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외동아들이 형사가 된 사연이 너무나도 절절하다.(지금 글을 쓰는 이순간에도 소름이 쫙 돋는다) 어머니의 임종을 앞두고도 달려가지 않고 잠복근무에만 열중하는 형사는 감정이 메말라 있는듯하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전 죄에 무거움도 가벼움도 없다고 믿습니다. 범죄는 항상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법입니다. (P157)

범인이 살인죄를 저지른 흉악범이 아니라 단순한 절도범이라도 그가 살인보다 더한 짓을 저지른 일일지도 모르는 것임을 그는 자신의 어린시절을 통해 알려준다. 아버지가 죽고나서 혼자 키우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어머니. 언제나 일에 바빠 아들과 같이 외출한번 하지 못했지만 어느날 아들을 위해 올림픽 개막식 티켓을 구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강 저편 다리를 건너 아들과 즐겁게 외출을 나선다. 그러나 그 표는 암표상이 복제한 가짜표였다. 어머니는 처음으로 아들에게 등을 보이고 눈물을 흘린다. 어머니는 임종을 앞에 두고도 아들이 올때까지 굳건히 버틴다. 그리고 아들에게 올림픽때 일 미안하다며 숨을 거둔다. 아들은 괜찮다는 말을 마음속으로만 묻어두고 눈물만 흘린다.

세상엔 그렇게 누군가에겐 그다지 큰 일도, 어떻게 보면 아무렇지도 않다고 여기며 행한 일이 다른 누군가에겐 평생 잊지못할 한으로 남을 수도 있다. 그냥 무심코 던진 돌맹이 하나가 개구리에겐 생명의 위협이 되듯이 우리가 무심코 행한 일이 누군가에겐 살을 도려내는 것보다 아픈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는 것이다.

바늘도둑이 소도둑보다 무서울 수 있는 세상. 애시당초 우린 도둑이 되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야하는 피곤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하지마 그 피곤함은 인간존재에 대한 믿음으로 돌아와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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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테~♡ 2010-01-15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혼유성군, 시마 시리즈의 히로카네 겐시 !!!
인간교차점 이 작품은 못봤네요! ㅠㅠ 책이 절판이네요.

 
권법소년 1
요시히데 후지와라 지음, 조은경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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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본만화 특히 성장만화를 보면 그것이 어떤 소재를 택하든 이야기의 전개가 동일하다. 권법소년은 일본의 한 소년이 할아버지로부터 팔극권을 배우면서부터 시작해 여러가지 새로운 권법들을 배우면서 점차 강한 상대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소년이 성장하기 위한 하나의 절차일뿐 그것이 결코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

이 만화가 돋보이는 것은 소개하고 있는 권법들의 내용이 사실과 아주 가깝고 엄청난 자료조사를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거의 권법서를 보고 있을 정도로 자세한 부분이 있다. 물론 그림만 가지고서는 정확한 자세를 취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그대로 따라하다 보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출 수도 있을 듯하다.

팔괘권, 당랑권, 유슐(유도), 회교의 비전, 태극권 등등 만화 속에서 소개하고 있는 무술들은 결코 우열을 가릴 수가 없다. 더군다나 그 무술중 어떤 기술이나 형태가 가장 위험한 것이라고도 쉽게 단정할 수도 없다. 만화의 순서대로 따라가다 보면 심의법이 가장 무섭고 파괴력이 큰 듯이 생각되어지나 결국 어떤 무술이든 그 기본을 탄탄히 하고 한가지에 집중하다 보면 바로 그 부분에서 일가를 이룰 수도 있는 것이다.

만화 속의 이서문이 보여주는 봉술은 바로 이런 예를 확실히 보여준다. 기본이 되는 3가지 기술만으로 다른 모든 봉술을 제압하는 것이다. 만가지 묘기보다는 한가지 기본이 보다 중요한 것인 것이다. 아무튼 소년은 거의 모든 무술을 섭렵하고 최강이 되지만 무술의 극의를 깨우치지는 못한다. 이렇게 강해졌지만 왜 이렇게 허무한 것인가? 도대체 왜 난 무술을 배웠단 말인가?

자연과의 합일, 사랑으로 가는 길 그것은 무술뿐만이 아니라 우리네 인생의 모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일 마지막 해답일련지도 모른다. 집념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행하고 그것이 사랑으로 모든 생명있는 것들에게 전해질 때 비로소 참다운 의미가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허무한 세상에 하나의 빛이 될, 나의 집념을 태울 그 무엇인가를 이젠 찾아야 할 때인가 보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그 무엇을. 그렇지 않으면 난 그냥 스러져갈 것이기에. 한줄기 바람처럼 그렇게 누군가의 땀방울이라도 식혀줄 바람이 되지도 못한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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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카네 켄시 초기 작품집 1 - 아침 햇살 속에서
히로카네 겐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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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부처님 오신 날 KBS에서 틱낫한 스님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었다. 한국을 방문해 반전운동에 동참했던 평화운동가이기도 한 그의 모습중 가장 인상에 남았던 것은 수행이 즐거워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었다. 삶이 이미 고통인데 수행마저 고통스럽다면 도대체 그것이 무슨 의미를 지닐 수 있을것인가라는 그의 질문은 충격 그 이상이었다.

히로카네 켄시도 그의 작품속 주인공을 통해서 '참지 마라'고 당부한다. 왜 아픔을 참으며 살아가야 하는가? 왜 억압을 참아야만 하는가? 물론 산의 정상에 오르려는 자는 땀을 흘려야만 한다. 그러나 그 땀은 결코 고통이나 억압이 아니다. 스스로 선택한 것이며 그 땀은 결코 쓰지 않고 달디 달다. 켄시는 결코 오르려는 과정을 생략하라는 것이 아니다. 현실의 고달픔을 참지 말라는 것이다.

현실은 어떤 안경을 쓰고 보느냐, 또는 어디에 위치해서 보느냐에 따라 달리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고통은 언제나 뼈까지 사무친다. 그 아픔은 점점 가라앉아만 가는 늪과도 같아서 빠져나오는 것이 쉽지 않다. 그것을 빠져나오기 위해선 지금 빠져있는 현실을 참아서는 안된다. 발길질을 하고 허우적거려야 한다. 비록 그 몸짓으로 보다 빨리 늪속으로 가랑앉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괴로운 삶을 참으며 조금 더 연장하는 것이 행복할 것인가? 삶은 즐거워야 한다. 아름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제발 현실을 참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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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추어리 1 - 빛과 그림자
후미무라 쇼 글, 이케가미 료이치 그림, 김상희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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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난 언제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까? 아마도 사람들은 교통사고를 당했다거나 큰 수술을 마친후 자신이 살아있음을 절실히 느낄것이다. 죽음과 직면했을 때만이 실감하게 되는 생(生). 작가는 나른한 일상에 빠져 나태에 빠져있는 일본의 젊은이들을 보면서, 풍요만을 누리며 자기안의 세계에만 빠져있는 오타쿠들을 보면서 과연 그들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을지 의문을 가지면서 이 작품을 시작했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이 바로 적자생존의 법칙. 분명 먹이사슬의 위쪽에 있는 사자나 독수리 등은 멋져 보인다. 아무도 그들을 막을 수 없고 오직 자신의 발톱 아래 모든 동물들을 고개숙이게 만드는 힘에 대한 동경은 억눌러져 있던 야수의 본능을 깨운다. 영웅은 오직 힘을 가지고 있을때만이 탄생한다. 그리고 그 힘은 싸움을 통해 이겨냄으로써 획득되어진다. 마쵸에 대한 환상들. 그러나 그 환상이 집단최면을 걸었을 땐 국가는 제국주의가 된다.

만화는 분명 힘에 대한 매력을 물신 뿜어내지만 그 화려한 매혹에 빠져 쫓아가다보면 어느새 내 몸엔 피냄새가 진동한다. 힘이 없으면 그 피냄새를 맡는 것이 아니라 냄새의 진원지가 될 것이다. 그래서 피 냄새는 오히려 누군가에게 꽃향기보다 향기로울지도 모른다. 살아있다는 것을 자각시켜주기에. 그러나 죽음의 냄새를 풍기며 누워있는 자신을 상상해보라. 그것마저도 비장미를 갖는가? 성역, 피난처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피로 얼룩져서는 안된다. 살아있음은 꼭 죽음의 냄새속에서 피워나는 꽃은 아닐 터이니 말이다. 하지만 난 언제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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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인 1
이케가미 료이치 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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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살인청부업자다. 그것도 단돈 5달러에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 인간의 값어치가 그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란다. 물론 5달러라는 가치는 뒤에 이유가 밝혀지지만 처음 이 말을 접했을 땐 충격이었다. 늙은이가 사고로 죽어도 보험사에서 측정하는 몸값은 그보다 더할 것인데 말이다. 5달러 때문에 죽어간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삶을 포기한 자가 풍기는 인간의 독특한 냄새는 꽤 매력적인가 보다. 주인공을 둘러싼 사람들은 그에게 빠져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사람을 위해 희생을 바칠 수 있다는 건 단순히 그 사람에게 빠져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보여진다.

주인공의 형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처럼 보이다가 한 순간 이 모든 것이 자신의 희생임을 밝힌다. 그 희생의 각오는 바로 어렸을 적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어머니의 사랑 때문이다. 주인공 또한 형을 그토록 믿었고 끝내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것은 어렸을 적 형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분명 사람의 인생은 세월을 따라 변해가지만 그 변화의 흐름을 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어렸을 적 경험임에 틀림없다. 나 또한 지금의 내 모습을 가만히 바라다보면 그 모습들 속에 잊혀지지 않는 어릴 적 경험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만화는 환경을 떠나 피를 말한다. 혈통을 중시하는 사회, 그것은 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에게도 피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주인공들은 이 사회에 반기를 든다. 피의 역류. 모숨을 건 오기. 세상의 혈맥이 거꾸로 돌 때까지 끝내 버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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