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악마나 귀신, 좀비를 소재로 하는 영화를 찾아 볼 정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때론 악마나 좀비를 바라보는 시선의 신선함, 해석의 재미가 있는 영화들은 꽤 즐기는 편이다. 


영화 <엑소시스트;더 바티칸>은 실제 유명 구마사제인 가브리엘 아모르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상상 속의 인물이 아닌 실제 인물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은 것이다. 게다가 그 역할을 맡은 배우가 러셀 크로우라고 하니 관심이 갈 수밖에. 그리고 영화는 그 관심만큼 꽤 재미있다. 


** 스포일러 주의

구마사제를 인정한다는 것은 악마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악마가 있다는 것은 세계 역사 속에서 악마가 저지른 사건들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영화 <엑소시스트;더 바티칸>은 이런 관점에서 종교재판과 마녀사냥을 해석한다. 또한 바티칸에서 벌어졌던 성추행과 같은 추악한 사건들도 살짝 다루고 지나간다. 


우리가 빙의라고 부르는 현상은 일종의 정신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 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우리의 세계를 100%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고, 우리가 앓고 있는 병의 대부분은 아직도 (서양)의학으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설명되어지지 않는 어둠의 부분을 우리는 악마나 외계 생명체 등등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것들로 풀어내곤 한다. 아직 해명 되어지지 않는 부분이기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도 어렵다. 다만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식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들에 대한 나름의 대처법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어떻게든 현상을 해석해내고,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니까 말이다. 


구마사제 가브리엘 또한 빙의라 의심되는 사람들을 만나 진단을 내리는데, 98% 정도는 의술이나 심리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나머지 2% 정도를 구마사제가 필요한 일이라 여기며 활동해 왔다. 이런 부분이 꽤 합리적이라 여겨진다. 과학과 의술이 담당할 수 없는 부분을 해결하려 하는 것이니까. 

그러면 도대체 악마는 왜 사람에 빙의를 하는 걸까. 영화는 구마사제의 활약상과 함께 악마의 존재 이유에 대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악마는 악마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을 즐긴다"(?)는 구절이, 영화적 상상력과 더해져 꽤 힘을 얻는 듯하다. 인간의 죄책감과 악마의 유혹 등, 생각보다 영화적 재미가 쏠쏠하다.   

사족

영화적 재미와 별개로, 악마나 귀신의 존재 유무를 증명하는데 힘을 쏟기 보다는 공자님 말씀 "사람을 섬기는 것도 다하지 못하면서, 어찌 귀신을 섬기는 것을 논하는가?"처럼 살아있는 생명을 섬기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싶다. 구마의식이라는 것도 어찌보면 고통받는 생명을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일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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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117분 넷플릭스 감독 김태준 출연 천우희 임시완 김희원


스마트폰을 주운 자가 스파이웨어를 설치한 후 주인에게 되돌려 준 후 주인의 일상을 송두리째 망가뜨리고 죽음에 이르게 한다. 주인공인 나미(천우희)도 스마트폰을 되돌려받고 나서 일상을 잃어버리고 목숨마저 위협받는다.


1. 나는 정보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 이후, 나를 규정하는 일은 꽤나 철학스러운 일이 되었다. 하지만 현대의 나는 철학으로 정의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정보로 구성되어진다. 그리고 그 정보는 스마트폰에 모두 저장되어 있다. 즉 '스마트폰이 나'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인트로에서 스마트폰으로 현대 생활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현란한 화면과 편집을 통해 보여준다. 당연히 스마트폰으로 매개된 생활은 스마트폰이 사라지면 위기를 맞게 된다.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나미는 스마트폰을 주운 준영(임시완)으로부터 스마트폰을 되돌려 받지만, 그 안에는 스파이웨어가 깔려 있다. 나미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게 된 준영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나미의 주변 사람들을 나미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원격 조정을 통해 나미가 잠든 사이 나미인 척 타인을 헐뜯는 말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오해를 받게 만든 것이다. 이 오해의 파장을 꽤나 거세다.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를 모두 뭉개버릴만큼.


2. 나는 믿는다

사람들은 사람의 말보다 미디어 속 말을 쉽게 믿는다. 미디어 속에서 가치 판단 없이 퍼 날라지는 정보는 사람의 주목을 끌고 믿음을 준다. 사람은 거짓말 하지만 기계는 거짓말 하지 않는다는 착각도 한 몫 한다. 


게다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은 생각만큼 견고하지 않다. 준영의 이간질에 나미는 베프마저 잃는다. 스마트폰의 분실과 그 주인의 연쇄적인 죽음을 수사하던 형사 지만(김희원)은 지금까지 획득한 정보로 범인이 가출한 아들이지 않을까 의심한다. 그리고 이 의심은 파고 없이 잔잔하게 범인의 행각을 뒤따르던 영화의 흐름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재미(?)를 가져온다.  


3. 도대체 왜?

그나저나 준영은 왜 연쇄살인이라는 행각을 벌인 것일까. 나미의 물음에 준영은 "스마트폰을 주었으니까"라는 답을 한다. 이 말은 "지금 너는 너 자신을 잃어버린거야, 아니 너를 버린거야." 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러니 당연히 너는 없어져도 무방한 것이라는 의미일지도. 


나의 정보를 가득 담고 있는 스마트폰을 잃어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를 보고 스마트폰을 절대 잃어버리면 안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스칠지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스마트폰이 나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소셜미디어 속 나를 가꾸고 만들어가는데 너무 많은 애를 써서도 안되겠다. 나는 미디어 속 정보로만 구성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 더 많은 행동으로 구성되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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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3-03-07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며칠 전에 봤어요
책보다 더 무서웠던..ㅠ
후덜덜하더군요
그걸 보고도 현실은 폰으로 웬만한 일은 다 해결되는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네요

하루살이 2023-03-07 16:55   좋아요 0 | URL
은하수 님, 정말 무서운 설정이었죠?
아무래도 편리함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보니....
그것이 가져올 부작용을 무시할 정도로 우린 편리함에 중독되어 있으니까요.
 


드라마, 뮤지컬, 120분, 감독 윤제균 출연 정성화, 김고은, 나문희, 


안중근 의사가 단지동맹을 맺고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고 재판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뮤지컬 영화. 


1. 안중근의 노래

익히 알고 있는 안중근 의사의 활약상. 왼손 네번째 손가락을 자르고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시간이 흘러 이윽고 하얼빈 역에서 방아쇠를 당기고, 범죄자가 아닌 전쟁포로임을 주장하며 당당하게 재판을 받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을 내용을 어떻게 담아낼지가 영화의 관건이었을 터다. <국제시장>으로 잘 알려진 윤제균 감독답게 안중근의 모습을 근엄하고 무겁게만 다루지 않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풀어서 담아내고 있다. 초기 <두사부일체>와 <색즉시공>을 연출한 감독답게 드라마 중간에 코믹적 요소도 감칠맛 나게 사용한다. 또한 뮤지컬 영화답게 노래를 통해 감정의 파고를 치솟게 만든다. 장면 전환도 세련됐다. 다만 이야기나 관점에서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수 밖에 없다.  


2. 설희의 노래

영화 [영웅]은 완벽한 논픽션이 아니다. 가상의 인물들도 등장하는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바로 김고은이 연기한 설희라는 역이다. 명성황후를 모시던 궁녀로 시해장면을 옆에서 지켜보며 복수를 다짐한다. 이윽고 일본으로 건너가 이토를 살해하기 위한 게이샤가 된다. 하지만 직접적인 복수에는 실패하고, 이토가 하얼빈에 간다는 중요한 정보를 전달한다. 

<명성황후>와 <안중근>을 잇는 가교가 되는 인물이지만, 홀로 일본에 있다보니 다른 인물들과 섞이지 못하는 모양새. 그럼에도 김고은의 노래 실력에는 새삼 감탄하게 된다. [영웅]속 넘버 중 극이 끝나고 나서도 맴돌 정도의 중독성 있는 넘버는 개인적으론 없다고 보여지지만, 영화 속에서 꽤나 몰입하게 되는 넘버들은 대부분 김고은이 부르는 곡이다. 


3. 만인의 노래

영화 [영웅]은 이토 히로부미의 암살이 한 사람의 거사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염원과 노력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임을 보여준다. 또한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음도 상기시킨다. [영웅]은 한 개인의 영웅적 활약으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뜻을 함께 한 동지들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안중근의 고뇌와 용기는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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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 118분 / 감독 안태진 / 출연 류준열 유해진 최무성 조성하 / 15세 관람가


인조와 소현세자 간의 갈등과 소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중심으로 풀어낸 이야기. 소위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기록에서 드러나지 않는 것들을 상상하여 만든 팩션영화다. 인조로 나오는 유해진의 살벌한 연기와 위기에 처한 맹인을 연기한 류준열의 아슬한 연기가 빛을 발하고, 소현세자를 죽인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의 반전이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소현세자가 청에 인질로 잡혔다 영구귀국한지 불과 석달도 못 되어 학질로 죽는다. 죽기 전 이틀간 침을 맞았다. 소현세자를 담당한 의원은 이형익으로 인조의 애첩 조소용의 친정에 출입하던 자로, 3개월 전 특별채용되었다. 세자의 죽은 몸을 본 이세완은 이목구비 일곱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와 얼굴 반을 덮어놓은 상태이고 얼굴빛이 검었다고 말한다. 독살을 의심한 것이다. 영화는 바로 이 부분을 중심으로 소현세자가 죽게 된 과정을 상상한다. 


(스포일러 주의)

영화 속에서는 이형익이 낮에는 볼 수 없고 밤에만 볼 수 있는 주맹증을 가진 천경수를 발탁해 궁으로 데려온다. 주맹증의 특성이 영화의 묘미를 불러오고, 제목 또한 그래서 [올빼미]가 된 것이 아닐까 한다. 아무튼 소현세자가 왕이 될 것을 견제하는 인조와 그의 첩 조소용, 그리고 어의 이형익은 영화 속에서 함께 소현세자를 죽이는데 모의하고 이를 실행한다. 하지만 이형익이 범죄의 증거가 될 수 있는 독침을 미처 한 개 뽑지 못하고, 천경수가 이를 발견해 보관한다. 그리고 세자빈에게 편지를 통해 범인과 그 증거물을 넘긴다. 세자빈은 인조와 첩, 어의가 있는 방을 찾아가 물증인 독침을 내보이며 세자를 죽인 범인을 밝혀달라 간청한다. 이때 정말 이 영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인조의 독백에 가까운 말 "칠칠치 못한 놈"을 듣는 천경수가 범인이 누구인지를 깨닫고, 세자빈에게 목격자가 누구인지를 말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다. 범인이 밝혀지는 반전과 함께 목격자가 밝혀지지 않아야 하는 급박함이 동시에 드러나는 이 장면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기존 영화 중 가장 인상깊은 한 컷을 꼽으라면 단연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만큼 강렬한 한 씬이었다. 뒤이어 목격자이지만 범인으로 몰린 천경수가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할 것인지 궁금케 하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스릴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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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이]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다. [정이]를 비판하는 목소리 중 '신파'라는 부분이 가장 커 보인다. 연상호 감독은 오히려 이런 신파적 요소를 SF장르에 녹인 것이라는 취지의 인터뷰(정확히는 "눈물 흘릴  수 있는 고전적 멜로에 SF를 가미")를 한 것으로 안다. 신파적 요소라는 것이 무엇인지, 신파가 꼭 비판받아야 하는지는 좀 더 많은 대화가 오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무튼 할리우드의 많은 작품들이 가족애를 다루지만 '신파라 별로다'라는 비판은 이제 벗어난 듯 보인다. 즉 신파라 하더라도 어떻게 다루느냐가 더 중요해 보이긴 하다. 최근 한국영화 [비상선언]의 경우에도 결말 부분이 신파적이라며 비판을 많이 받기도 했다. 신파적 감성을 어떻게 풀어내느냐는 영화의 성공과도 꽤나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가족애 중 하나라 할 수도 있는 모성애에 대한 천착이 유난히 크다할 수 있다. '엄마'라는 단어만 들어도 눈물이 글썽이는 사람들도 많다. 엄마의 자기 희생 때문일 것이다. 지금이야 엄마에 대한 요구가 예전과 조금씩 달라져 꼭 엄마와 자기 희생이 완벽하게 동의어이진 않지만 말이다. 물론 [82년생 김지영]은 이런 희생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무튼 [정이] 또한 이런 경향을 내비치고 있는 듯하다. "엄마, 이젠 더 이상 자신을 희생하지 말고,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요."라고 응원하는 영화처럼 읽힌다. 


[정이]의 이야기는 이렇게 엄마를 응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일종의 오마주일련지, 짜깁기 일련지 혼란스럽다. 영화 초반부 액션은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를, 정이가 전투 시뮬레이션을 실행하는 것은 톰 크루즈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를, 중후반 로봇들과 싸우는 장면은 윌 스미스의 [아이, 로봇]을 떠오르게 한다. 다만 이런 액션신의 CG가 무척이나 자연스럽다는 점에서는 박수를 보낸다. 반면 오히려 연구소장 김상훈(류경수)의 오버스러움과, 박사 윤서현(고 강수연)의 고풍스러움이 영화와 잘 녹아들지 못하는 느낌이다. 그렇기에 이런 부조화 속에서 김현주의 감정 묘사(로봇 얼굴을 통한 눈동자 만으로도)와 액션은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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