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봉신연의 ; 조가풍운>

중국 명대의 소설 <봉신연의>를 기반으로 <武王伐纣外史>(무왕이 주를 토벌한 이야기)를 합쳐 이야기를 만든 판타지 역사극, 

감독 우얼산 출연 크리스 필립스(은수), 우적(희발), 나란(달기), 이설건(희창), 황발(강자아) 등

개봉 2024년 1월 / 148분 

중국 주나라의 개국 시기를 담은 3부작 중 1부라 할 수 있음.(영화 말미 쿠키 영상 2개가 있어요.) 


54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거작. 아마도 그래픽에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갔을텐데, 이 정도 수준으로 우리나라에서 만든다면 1000억 원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은... 그래도 꽤나 정성이 들어간 장면들이 많다. 


영화 <봉신연의 ; 조가풍운>은 은나라 말기 마지막 임금인 은수(걸주나 걸왕, 주왕으로 불리는)와 요괴가 들어가 은수를 미혹하는 달기, 이들과 대립하는 서백후의 아들 희발, 곤륜산의 선인 강자아와 제자들 등의 갈등과 싸움이 영화의 주 흐름이다. 은수와 달기의 폭정으로 세상에 요기가 넘쳐나자(마계의 꿈틀거림) 신계의 명을 받고 수행 중이던 강자아가 '봉신방'이라는 명물을 들고 인간계에 내려온다. 신계와 마계, 인간계의 환타지적 모습과 왕권과 봉신방을 차지하려는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는 것이다. 


은이 망하고 주가 세워지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위의 내용을 소재로 해서 만든 영화와 드라마는 중국에서 넘쳐난다. <삼국지><서유기> 등이 다양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여러 버전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듯 <봉신연의> 또한 다양한 버전과 형식으로 만날 수 있다. <봉신방>이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진 중국 드라마와 영화의 종류도 많고, 최근 애니메이션에서는 강자아와 그의 제자를 주인공으로 한 <나타지마동강세>, <강자아>가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아무튼 이번 영화 <봉신연의 ; 조가풍운>은 다소 복잡하다면 복잡할 수 있는 인물과 사건들을 이해하기 쉽도록 잘 정리해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여기에 보는 재미를 더하는 전쟁신과 액션신은 어마어마한 자본을 투자해 망작으로 가는 길을 막았다. 한편으론 이 영화의 주인공이 누구일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이 없다는 것이 영화의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영화가 빛을 발하는 부분은 후에 은을 멸망시키고 주나라를 세우게 되는 서백후 희창의 둘째 아들 희발의 시점으로 사건을 지켜본다는 부분이다. 영화의 중심 인물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약해 보이기도 하지만, 아직 제작하지 않고 있는 2,3부를 감안해 영화 말미 희발의 시점을 내세우며, 앞으로의 활약을 예고하고 있어 흥미진진하다. 


임금과 신하의 도리, 아버지와 자식의 도리를 저버린 은수와 달리 목숨을 걸고서라도 이 도리를 지키고자 했던 희발 즉 주 무왕의 관점에서 지켜보는 봉신방을 둘러싼 싸움. 앞으로 전개될 2, 3부 속 희발은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면 그 시작인 <봉신연의 ; 조가풍운>을 한 번 쯤 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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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 124분 / 액션, SF 

DC 코믹스 원작 / 아쿠아맨 시리즈 2탄


아틀란티스 왕국을 이끌 왕의 자리에 오른 아쿠아맨. 육아에 통치에 정신없는 삶을 살고 있다. 한편 블랙 만타는 강력한 무기 블랙 트라이던트를 손에 넣게 되고,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아쿠아맨을 공격한다. 최악의 위협을 맞이한게 된 아쿠아맨은 전편에서 블랙 만타와 손을 잡은 벌로 갇혀 있던 동생 옴을 찾아 도움을 청한다. 아쿠아맨과 옴은 함께 블랙 만타를 무찌를 수 있을까. 


전편에서 성공을 거두었던 아쿠아맨은 속편에서도 그 기세를 계속 펼칠 수 있을지 궁금했다. 하지만 바닷속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으로 눈길을 끌었던 아쿠아맨은 속편에선 그 매력이 조금 떨어졌다. 일단 그래픽 티를 일부러 팍팍 내는듯한 일부 장면들은 상상력을 불러와야 할텐데, 그러기엔 다소 부족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흥미로워야 할텐데, 아쿠아맨과 옴의 타협은 얼렁뚱땅 자연스레 이루어지고, 블랙 트라이던트의 막강한 힘의 원동력은 지구온난화를 불러오는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설정으로 야기된 기후 위기의 해결은 싱겁기까지 하다. 마지막 보루로 액션 장면의 시원함을 기대할 텐데, 게임을 할 때면 항상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마지막 보스와의 전투가 오히려 영화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에서는 너무나 쉽게 끝나버려 김이 빠져 버린다.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건 초반 육아로 지쳐버린 아쿠아맨의 모습이랄까. 그러면 이 영화의 주제는 육아의 어려움? ^^; 들인 공력에 비해 이야기도 액션도 설정도 촘촘하게 얽혀있지 않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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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킬 룸> 블랙코미디 미국 98분

주연 우마 서먼(패트리스), 조 맹가리엘로(레지), 사무엘 잭슨(고든) 


내가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의미나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음악과 미술 등 예술이나 문화로 불리어지는 것들은 때로는 마음으로 읽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것을 이해하고 즐기기 위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기도 하다. 특히 그림이나 조각 등의 현대미술은 점차 난해함이 더해져 교육과 훈련 없이 이해하기란 여간 쉽지가 않다. 


영화 <더 킬 룸>은 이런 현대미술의 난해함이 낳은 허영심을 자본주의의 속물적 성격과 맞물리게 해서 실소나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블랙코미디다. 


갤러리의 주인이자 아트딜러인 패트리스는 작품의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든은 빵집을 운영하는 마약상이자 살인청부업 중개자인데, 돈세탁을 해주던 동료가 잡혀가면서 고민에 빠졌다. 이때 패트리스를 알게 된 고든은 그림 매매를 통해 합법적으로 돈세탁을 하자고 패트리스에게 제안하고, 고민하던 패트리스는 이 제안을 받아 들인다. 그리고 돈세탁에 쓰이게 되는 그림은 비닐봉투를 도구로 청부살인을 해서 빚을 갚고 있는 레지가 맡는다. 돈세탁을 위해 레지가 1주일 동안 뚝딱 그려낸 그림이 비싼 가격에 매매되고, 이게 외부에 알려지면서 점차 유명세를 타게 된다. 레지의 그림은 범죄현장에서 발생하는 피 튀김의 흔적을 차용한 것이다. 레지가 유명세를 타면서 그가 범죄 도구로 쓴 비닐봉투마저 최고의 미술 작품이 된다. 레지가 관람객들이 모인 곳에서 실루엣으로 볼 수 있는 킬 룸에서 러시아의 갑부를 비닐봉투로 죽이는 장면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사람들이 이를 보며 환호하는 장면은 점입가경이다. 과연 패트리스와 레지, 고든은 사람들에게 들통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을까. 


영화는 현대미술의 속성과 그것이 돈과 맺어지는 관계 등을 비꼰다. 값비싼 금액으로 거래되는 현대미술(모든 현대미술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은 마치 벌거벗은 임금님을 떠오르게 만든다. 벌거벗은 임금님을 보고도 모두가 스스로를 속여가며 임금님이 벌거벗지 않았다고 여기듯 현대미술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채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현대미술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가격은 정말 온전한 가치를 나타내는 것일까. 돈이 가치를 나타내는 유일한 잣대일까. 등등 온갖 잡다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영화 <더 킬 룸>은 결말을 맺기 위해 급작스럽게 달려가는 느낌이 있어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다. 그래도 간만에 통쾌한 블래코미디 한 편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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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 <괴물>(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은 시점에 따라서 달리 보이는 현실을 그리고 있다. 하나의 사건이 그 사건을 대하는 개인의 경험으로 달리 해석(!)-우리는 어떤 사건을 사건 그대로가 아닌 나라는 필터를 통해 받아들인다- 되어지는 것이다. 영화 <라쇼몽>이후 이런 다양한 시선을 그리는 영화들이 가끔씩 등장하며 눈길을 끌어왔다. 이번 <괴물> 또한 등장인물에 따라서 사건이 달리 보임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종의 비극(?)을 다루는 듯이 보인다.


영화는 먼저 싱글맘인 사오리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사오리는 최근 아들 미나토가 운동화 한 짝을 잃어버린다거나, 사람의 뇌에 돼지의 뇌를 이식하면 사람이 맞는지와 같은 이상한 질문을 하는 것에 불안함을 느낀다. 그러던 중 미나토가 자신의 차에서 뛰어내려 크게 다칠뻔 한 사건이 일어나고, 자신의 뇌에 돼지의 뇌가 이식되었다고 호리 선생님에게 들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는다. 학교로 찾아간 사오리는 담임인 호리 선생에게 사죄를 요구하지만, 호리 선생은 진심어린 사죄를 하기보다는 무엇인가 변명을 해 대는 비겁한 사람처럼 여겨진다. 


이어 영화는 담임 선생인 호리의 시선으로 앞의 사건을 다시 비춰준다. 호리는 미나토를 괴롭히는 나쁜 선생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마음 착한 선생이다. 미나토가 같은반 친구인 요리를 괴롭히는 것을 보고, 해결하려 애를 쓴다. 그럼에도 오히려 요리는 호리 선생이 미나토를 때렸다는 말을 하면서 미나토는 비도덕적인 선생으로 낙인찍히며 언론에까지 보도된다. 


이제 영화 종반부에서는 미나토의 시선으로 사건이 보여진다. 미나토의 시선은 지금까지 벌어진 일련의 사건이 실제론 전혀 다른 모습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미나토의 시선이야말로 실제 진실에 가까운 것은 아닐지 생각하게 된다. 과연 그 시선이 진실일 것인가의 여부는 차치하고, 사람들의 시선이 이렇게 뒤틀려 있음으로 인해 우리가 받아들이는 현실이 우리가 아닌 각자의 현실임을 자각한다. 


우리는 사진을 찍을 때 어디를 찍을 것인지를 먼저 결정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사진에 담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즉 프레임을 짜는 것이다. 그렇기에 똑같은 곳에 서 있어도 사진에 담는 풍경은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개인의 시선이란 이 사진의 프레임과 같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사진이란 연속된 시간 속에서 어떤 한 순간 만을 담는다. 우리가 타인을 대하는 또는 사건을 대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모든 순간이 아닌 어떤 순간 만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될 것이다. 비슷한 프레임 속에서도 시간에 따라 달리 보일 수밖에 없다. 즉 각자의 프레임이란 결국 공간과 시간의 단절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사람들간에 발생하는 오해는 필연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각자의 프레임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간다. 영화 <괴물>은 괴물이 누구나?고 묻는데, 어느 누군가가 진짜 괴물일 수도 있지만, 실은 프레임과 프레임의 충돌 속에서 괴물이 태어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나의 프레임의 협소함을 인정하고, 타인의 프레임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즉, 시공의 단절을 최소화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괴물은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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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둔 1987년, 레바논에서 외교관 납치가 벌어졌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액션과 웃음, 감동이 버무러지긴 버무러졌는데, 간이 조금 약하네~


1년 8개월 전 납치되었다 실종된 외교관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은 외교관 민준(하정우)은 동료를 구하기 위해 자원해 레바논에 들어간다. 물론 자원의 배경에는 임무에 성공시 미국으로 배치를 받고 싶어하는 개인적 출세 욕망이 있다. 이번 작전은 안기부도 모르게 행해지는 비공식작전. 하지만 임무는 처음부터 꼬인다. 레바논 현지 공항경비대가 교섭금을 노리고 민준을 잡으려 하고, 민준은 총알을 피해 도망치다 우연히 한국인 택시 운전사 판수(주지훈)의 차를 타게 된다. 판수는 중동 지역에서 사기 피해를 당하고 우여곡절 끝에 레바논에 흘러들어와 살고 있다. 뭔가 사기 기운이 농후한 판수와 함께 민준은 인질을 무사히 구출해 낼 수 있을까. 


#스포일러 주의

영화 <비공식작전>은 민준과 판수를 잡으려는 공항경비대와 갱단의 추격, 그리고 이에 맞선 민준과 판선, 그리고 비밀무장조직간의 대결 구도로 사건을 끌고 간다. 이 대결 구도는 액션의 밑그림이 되어 퍼붓는 총알 세례와 자동차 추격 장면을 보여주지만, 결말이 너무 훤히 보이는 통에 긴박감이 다소 줄어든다. 그나마 민준과 판선의 케미가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 영화를 숨통 트게 만든다. 거기에 더해 인질을 구하기 위한 협상금을 위해 외교부 직원들이 월급 포기 각서를 쓰는 장면 등이 인간애를 느끼게 만든다. 이런 감동적인 장면들은 판수가 돈을 훔친 후 다시 돌려준다든가, 민준이 고국으로 돌아가는 티켓을 포기하는 모습 등으로 이어진다. 


영화 <비공식작전> 속에서는 위험에 처한 동료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희생하는 개개인들이 그려진다. 재난에 처했을 때, 무엇보다 앞장 서야 할 국가라는 것 또한 국가라는 실체가 있어서 재난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개인들의 힘이 모여 가능한 듯 보인다. 하지만 국가를 움직이는 권력이 재난을 못본 척 한다면, 구성원들의 힘 만으로는 결코 재난을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1987년의 대한민국과 2023년의 대한민국. 재난을 대하는 국가의 자세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한편 재난을 극복하려는 개인의 공동체에 대한 헌신은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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