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자연치유 -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브랜틀리 박사의
티모시 브랜틀리 지음, 박경민 옮김 / 전나무숲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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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고질병이 도졌다. 몇년 잠잠했던 아토피가 다시 일어났다. 환절기에 도배를 새로 하고, 가구를 새로 들이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어느 정도 외부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길렀다고 생각했는데... 건강에 있어 자만은 독이다. 

건강에 대한 정보는 수시로 바뀐다. 1일 2식이 좋은지 3식이 좋은지, 비타민 C를 과도하게 먹어도 괜찮은 건지, 커피나 와인 한 잔이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는 누가 언제 어떤 목적으로 실험을 해서 이론을 펼치느냐에 따라 상반된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건강에 대한 정보는 원칙을 갖어야만 한다. 나에게 있어 그 원칙은 자연주의다.  

이번에 재발된 아토피는 잠을 못이루게 할 뿐만 아니라 오한 때문에 살도 쭉쭉 빠지고 있다. 말 그대로 아픈 티를 팍팍 내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의 정보(건강 관련 책만 해도 수백권 가까이 읽었고 아토피 치유에 대한 노하우도 웬만한 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로는 그냥 기다리는 수밖엔 없다. 물론 도배와 가구가 내뿜는 독소를 없애는 일을 우선적으로 해줘야 하겠지만.  

외부 환경은 그렇다치고 내 몸에 대해선 더이상 개선할 방법이 없는 것일까. 먹거리의 변화로 수십년된 아토피를 어느 정도 이겨낸 걸 생각하면 다른 방법을 찾는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닐 듯 싶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방법들을 복습하고 되새겨보자는 차원에서 최근의 책들을 검색하다 이 책을 발견했다. 물론 이 책은 아토피 보다는 오히려 암과 같은 질병을 치유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결국 내 몸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성을 되찾는다는 차원에서 그 근본적인 처방은 똑같다고 할 수 있겠다.  

건강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제1원칙은 절대 비싼 돈을 들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하며 쉽게 구할 수 있어야지만 비로소 건강 정보로서의 가치를 갖는다고 생각한다.(허준의 생각도 이와 비슷했다. 비싼 약재가 아닌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바탕으로 약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가치를 지니면서도 또한 꺼려지는 측면도 있다. 취해야 할 음식이 대부분 서구적 음식이라는 측면과 저자인 브랜틀리 특유의 약초를 먹어야지만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저자 브랜틀리 박사는 할리우드 스타 실베스타 스탤론 등을 비롯해 유명 인사들의 중증을 고쳐줌으로써 유명하다) 또한 장기 세척 과정은 누구나 쉽게 따라하기에는 벅차다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단식과 같은 일련의 세척 과정은 대부분의 건강 서적에서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시도해 볼만 한 일이기는 할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걸 해낸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아무튼 그의 자연치유에 대한 관점 중 가장 큰 원칙으로서 우리가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것은 물을 많이 먹는 것이다. 자신 몸무게의 70~80%의 물을 섭취하라고 하는데 몸무게가 70kg인 사람은 적어도 2리터 이상을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몸의 70% 이상이 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과, 병의 원천이 세포 속의 수분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라는 전제, 그리고 신경 전달이 전기 신호로 이루어지는데 이것은 세포와 세포 사이 물이 있어야지만 가능하다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물을 마셔서는 안된다. 식전 30분 물은 약이 되지만 식후 1시간 이전에 마시는 물은 독이다. 또한 물을 한번에 많이 마셔도 안된다. 30분에 한번꼴로 마시되 1시간을 넘겨서는 안된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 마시는 첫물은 레몬 1/4 조각 즙에 240ml를 혼합한 것이 간을 활성화 시키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외에 밀가루 음식과 너무 익힌 고기는 피하고, 당연히 가공식품은 멀리 해야 한다. 소금은 천일염만 써야 하며 기름은 압착해 첫번째로 짠 올리브유가 괜찮다. (이건 다른 건강서적에서도 쉽게 접하는 내용이다.) 특히 생식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  

쉽게 따라할 수 있는 건강정보는 물이다. 물론 수도물은 안된다. 미네랄이 풍부한 물이어야 한다. 몸이 극도로 악화된 내 몸을 마루타로 물 시험에 들어가봐야 하겠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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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동행 - 인생의 가르침을 준 스승과의
오쇼 라즈니쉬 지음, 손민규 옮김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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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쇼의 책은 90년대 초반 처음으로 접했다. 당시 마음을 흔들었던 부분은 상대적인 삶, 즉 남과의 비교를 통한 삶을 버리고, 자신의 길을 가라는 것이었다. 당시의 상황이 대입에 실패하고, 다시 준비를 하고 있었던 터라, 나의 절대적 점수보다는 원하는 곳에 들어가기 위한 상대적 우위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고나서 어느 정도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냥 내 실력대로 가면 되지라는 마음이 한곳에서 자라나면서 우직하게 공부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 거의 15년여만에 다시 오쇼의 책을 접했다. 한때 사기꾼으로 몰리는 위기를 겪었다는 외신을 잠깐 접했던 기억만 있을뿐 다시 그의 책을 접하리라고는 또는 그의 이름을 부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제서야 그의 책을 읽어보니, 그가 자신의 생각처럼 살기 위해 꾸렸던 공동체가 타인의 눈에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는 항상 혁명을 꿈꾸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말이 혁명이지 실은 일신우일신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물론 전진이나 상승의 개념이 아니라 창조의 개념에서 쓰인다는 점이 본뜻과는 다르지만 말이다.

어쨌든 오쇼의 강의를 모아 펴낸 이 책 [동행]은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아니, 삶의 자세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삶은 가십이라고 말하는 그의 표현은 심각한 삶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라는 우회적 표현이다. 삶은 일회적으로 나에게 다가온 것이며, 따라서 그 삶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선 가십처럼 가볍게, 재미있게 누려야 한다는 뜻일게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신경써야 할 부분은 바로 관계다. 물건에 대한 소유욕과 인간관계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나는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모든 것을 이용하되 아무것도 소유하지 마라. 사람들과 교류하되 관계에 빠지지 말라. (중략) 사람들을 사랑하라. 하지만 질투나 소유욕에 빠지지 마라.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라. 교류하면서도 나와 너가 서로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라. (167쪽)

이것은 물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즉 무소유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소유하되 집착하지 않는 것. 그 소유로 인해 자신의 뜻을 거슬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지금 이순간에 빠져든다는 것이 핵심이다. 생각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느끼는 것. 소리와 표정, 촉감 등 모든 것을 느끼고, 그 느낌을 사랑하는 것. 그리고 그 순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의 길이다. 지금 바로 이순간을 느끼는 길이 꼭 즐거울 수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내하고 고통을 감수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긍정적인 것은 항상 부정적인 것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두 극단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편함과 안락을 선택하는 것은 곧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대는 편한 것만을 택하기 때문에 참된 행복을 놓친다.(208쪽)

즉, 복종과 규칙, 도덕 등을 그대로 수용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자신의 길을 가야한다. 그 길은 자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항상 공동체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그 길이란 나눔의 길이 되어야 한다. 꼭 퍼주라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교감을 나누라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맞을듯 싶다. 하지만 이런 길도 반복을 거듭하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항상 새로움을 창조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 위한 창조, 그것은 나 혼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마치 유기농을 짓기 위해서는 마을 전체가 유기농을 지어야 하듯이) 타인과의 교감을 통한 창조는 따라서 도덕이나 윤리에 얽매이지도 않는다. 그렇게 새롭게 창조된 것들을 느끼며 생활하는 것은 기쁨으로 다가온다.

그러니 먼저 웃으라. 행복하라. 그것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매순간을 느끼면 이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실은 여기까지가 책을 읽으면서 정리한 부분이고, 책을 읽는 동안 고양된 마음이다. 실제론 과연 매 순간을 느끼며 즐기는 것은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으로 가득 차 있다. 다만 웃어야 할 일이 있어야 웃고 행복해 할 일이 있어야 행복하기 보다는 먼저 웃고 먼저 행복해한다면 삶이 그것을 따라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현재에 머물되 집착하지 않는 삶이란 분명 어렵다. 그러기에 도전해 볼만 한 일이기도 하다. 이 도전은 한번의 성공으로 끝낼 수 없다. 그래서 평생 이 도전을 향해 가야할 것이며, 따라서 그 도전의 길이 웃음과 행복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듯 싶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기전 먼저 웃어본다.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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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나침반
기타가와 야스시 지음, 황소연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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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어렸을 때 어른들로부터 꾸준하게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아왔다.

그래, 너는 미래에 무엇이 되고 싶냐?

으례 그렇듯이라고 말하기엔 무엇하지만, 대부분 과학자니 의사니, 대통령이니 장군이니 하는 직업을 말하곤 한다. 그 희망 직업이 세월이 흘러가면서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인기 직종이라거나, 전문 직종이라거나 하는 새로운 이름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가령 2,30년 전엔 과학자가 대세더니 최근엔 탤런트가 희망 직종으로 떠오르듯이 말이다. 그런데, 과학자가 되면, 또는 연예인이 되면 그 인생은 행복한 것일까? 대통령을 꿈꾸었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서 행복을 보장받을까?

매너리즘에 빠졌든 실패를 맛보았든 힘들고 지쳐 있다면, 한번쯤 이 책을 들쳐보는 것도 괜찮을듯 싶다. 당신이 돈만 있으면 어떻게든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거나, 어떤 직업만을 가지고 있다면 행복해질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현재 자신의 위치에 대해 한탄하고 있다면 말이다.

책은 14세 생일을 맞은 사이드라는 아이가, 9명의 현자를 만나면서 깨우치게 되는 배움을 이야기한다. 그 배움은 책의 또다른 주인공인 알렉스라는 인물을 통해 드러난다. 알렉스는 직장에서 더이상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한직으로 쫓겨난데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감에 쌓여있다. 또한 집에서도 아내나 아이들과 이렇다할 교감을 나누지 못하고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사이드와의 만남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그 전환점의 계기가 된 9가지 지혜는 다음과 같다.

행동하라.

가능성을 믿어라.

자존심만큼 타존심을 소중히 여겨라.

어떤 직업을 목표로 하기에 앞서, 어떤 인간이 될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하라.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에 최선을 다하라.

가장 귀한 것을 이루기 위해 자신이 가진 시간을 투자하라.

타인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라.

자신에게 끊임없이 긍정적인 언어를 들려주어라.

이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하라. 자신이 줄 수 있는 최고의 것을 먼저 베풀어라. 오늘을 성공의 첫날로 만들어라.

 

개인적으로 생각건데,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3번째로 보인다. 서두에서 이야기했듯, 무엇이 될 것인가에 치중한 삶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될것인가를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인간의 해답은 타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자는 것에 있다. 그것은 나를 존경하는 것 만큼 타인을 존중하는 자세로부터 나올수 있다. 지금 당장 무엇을 하고 싶다거나, 돈만 있으면 당장 현재 일을 그만두고 어떤 일을 하고 싶다거나 하는 따위의 꿈은 도대체 무엇때문이었는가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행복한 삶의 전제조건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살아가는게 행복할지를, 무엇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보다 더 진중하게, 성심껏 고민하며 살아왔던가 반성해본다.

명함으로 자신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명성으로 자신을 말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그렇다고 명예를 쫓는 부나비가 되자고 말하는 것이 아님은 다시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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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쳐라 - 세상을 치는 경허 스님의 죽비소리!
경허 스님 지음, 한용운 엮음, 석성우 옮김, 김홍희 사진 / 노마드북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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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비아냥 거리는 투로 '선문답' 이라는 것은 동문서답의 다른 이름일 터이다. 물론 불교에서 선문답은 깨우침을 일으키는 대화일 터이지만 그것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지극히 어렵다는 점이 일상용어에서 조금 다른 의미로 쓰여지는 이유일 것이다.

<나를 쳐라>는 경허 스님(한 세기 전 고승으로 한용운 스님의 스승이기도 함) 의 게송과 일종의 선문답을 실은 책이다. 그래서 상당히 이해하기가 힘들다. 모든 걸 이해하기를 포기하고, 스스럼없이 읽어본다. 책의 말미에는 경허스님의 일대기가 수록되어져 있다. 중간 중간 <나는 사진이다>라는 책을 쓴 김홍희 씨의 사진이 실려있기도 하다.

먼저 사진부터 이야기 하자면 정결함을 드러냈다고 한마디로 표현하고 싶다. 고즈넉함과 깨끗함이 묻어나는 사진들은 경허스님의 말씀과 잘 어울러진듯 하다. 무엇보다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책의 중간, 다음 페이지 간격으로 놓아둔 절의 기둥을 찍은 사진이다. 몽타쥬 효과라고 할까? 첫 사진은 뼈대만 남은 기둥 사이로 바다가 펼쳐져 보이지만 책장을 넘기면 그와 똑같은(아주 흡사한) 배열의 기둥 사이로 산이 우뚝 서 있다. 이 두 사진이 주는 감흥은 글로 표현하기에는 좀 무리인듯 싶다. 삶의 무상함이 배어나오는 듯한 인상은 독립된 사진을 통해서는 결코 찾을 수 없으리라 여겨진다.

이 책은 경허 스님이 남겨놓은 대부분의 글들을 모아놓은 것인데, 이별에 대한 싯구가 상당히 많이 눈에 띤다. 이별이라는 것의 대상이 삶인지, 속세인지, 연인인지, 가족인지, 국가인지, 욕에 사로잡힌 나인지는 독자가 판단해야 하겠지만 그 쓸쓸함만은 글 사이 사이 가득하다. 이별 이외에도 특별히 마음이 쓰이는 부분은 건강에 대한 이야기다. 마음 공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건 건강이라는 스님의 말씀은 특별한 선문답이라거나, 게송이라기 보다는 나이드신 어르신께서 젊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삶의 충고로 들린다. 건강을 전제로 마음 공부에 전념하라. 마음 공부는 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요, 제일 먼저 행해야 할 것은 화를 내지 않는 일로 여겨진다. 화를 내지 않는 것의 어려움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면 쉽게 알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화를 내지 않는 방법은 틱낫한 스님으로부터 한 수 배워도 될 것이다. 왜 내가 이토록 화를 내는지, 그 이유에 대해 곰곰히 들여다봄으로써, 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경지. 그것은 어찌보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지 가능한 일이기도 할 터이니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를 쳐라>는 나에게 새로운 화두를 하나 던졌다. 내가 받아들인 화두는 '일없이 산다는 것'

자신이 얼마나 많은 일에 치여 사는지를 한번 둘러보라. 사랑하는 사람을 자주 만날 수 없는 것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는 것도 모두 무엇 때문인가 돌이켜보자. 또 내가 괴로워하는 것은 무엇때문인지 생각해볼때 일없이 산다는 것은 수많은 의미를 쏟아낸다. 그냥 문자 그대로 일없이 산다는 것의 축복은 물론이려니와 스님이 말씀하신 일없이 산다는 것의 의미를 좇아 천천히 나의 마음속으로 침잠해 들어가보자.

그런데 과연 우리는 일없이 살 수 있겠는가? 내가 나일 수 있기 전에 우리는 이미 일의 포로가 되어있지는 않았는가 반성해볼 일이다. 가끔은 일없이 살아보자. 일없는 가운데 나의 참모습을 들여다보자. 시계 쳇바퀴 돌아가는 모양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과연 가능한 일일지는 모르겠으나 깊은 숲 속에 홀로 놓여진 나를 상상해보자. 아마 견딜 수 없을지도. 그렇게 놓여진 나를 견딜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나를 쳐라. 내 몸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하늘과 닮을때까지 나를 쳐라. 그래서 고독도 무상함도 모르는, 푸른 하늘에 점점히 흐르는, 가뭇없이 사라지는 구름이 되라. 일없이 나를 쳐라. 배고픔도 이상도 꿈도 모두 잊고 나를 한번 쳐라. 그 몸뚱아리에 무엇이 남아있는가?

삶의 무상함은 슬픔이 아니다. 항상 그러하지 않으니, 항상 그러한 것에 집착할 필요도 없음이요, 그러니 내가 변해가는 것을 막으려 할 필요도 없음일 터이다. 그러니 무엇인가를 애써 지키려하지 말고, 내가 찬찬히 둘러본 마음이 저절로 흘러가는대로 맡겨둘법도 하다. 나를 치니 마음이 흐른다. 아무 것도 머무르지 않음에 기뻐할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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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소리 - 나를 깨우는 우리 문장 120
정민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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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TV에서 본 광고 중 인상적인 것이 하나 있다. 아마 샴푸 광고인듯 싶은데, 검은 머리의 모델과 금발 모델의 뒷모습이 먼저 비쳐진다. 그리고 머리를 묶는데 금발은 포크로 흑발은 젓가락을 이용한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신체적 특성이 다르듯 그에 맞춰 다른 성분의 샴푸를 써야 한다는 내용인데, 그 차이를 음식문화로 표현하는 것이 상큼했다. 신토불이의 감성은 이런 곳에서도 통하는가 보다.

죽비소리라는 이 책  또한 이런 신토불이적 감수성을 자극한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명상집이나 금언집의 대부분이 서구의 것이거나 또는 중국의 것이기에 뜻깊은 시도로 보여진다. 저자는 우리의 선조들이 남긴 글 소중한 한마디 한마디를 평소에 기록해두었다가 한권의 책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명상집이라는 것이 <으례 그렇듯이> , 종교의 절대 명령이 서로 비슷한 것처럼, 그 언어가 다를지라도 사상, 생각은 굉장히 비슷하다. 그럼에도 우리의 성씨를 가지고 있는, 이 땅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호흡을 느끼면서 접하는 글들은 왠지모를 친근함을 준다. 그렇다고 그 친근함으로 말미암아 선조들이 남긴 교훈이 결코 쉽게 넘길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은 아니다.

특히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일깨우는 장章은 그야말로 잠자고 있는 정신을 일깨우는 따끔한 죽비를 내리치는 것과 같다. 여현광의 물욕이라는 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김유신의 애마에 얽힌 사연과 언뜻 비슷해보인다. 여인을 찾아 길을 나선 밤, 문을 두드려도 아무 기척은 없고, 홀로 기다리다 연못을 바라보니 일렁이는 자신의 그림자. 언뜻 스쳐지나가는 참회. 내가 지금 이곳에서 무엇을 위해 서 있는가? 이내 자신의 마음 속에 가득찬 욕심을 털어내고 집으로 돌아온다. 꼿꼿한 선비 정신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과연 모든 욕은 끊겨야만 하는 대상일까 의구심이 스며든다.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설이 있다.

1.생리적욕구
2.안전의욕구
3.사랑과 소속의 욕구
4.승인과 존경의 욕구
5.자기실현의 욕구

현광이 버리고 갔던 것은 생리적 욕구였을까? 아니면 사랑과 소속의 욕구였을까? 어쨋든 현광이 그 자리를 박차고 집으로 돌아가 학문에 열중했다면 그것은 승인과 존경의 욕구이거나 자기실현의 욕구때문이었으리라 본다. 그리고 이런 욕구들은 앞의 생리, 안전, 사랑, 소속의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이 되어졌을때 가능한 것이리라. 즉, 현광은 이미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된 상태였기 때문에 그 욕망의 상태를 극복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너무 무례한 생각인가?

아니면, 옛 선비들이 말하는 욕구의 절제라는 것은 앞의 욕구를 뛰어넘어 바로 자기실현의 욕구로 들어가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것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무리한 요구가 아닐까? 

그런데 현광의 그런 자세에 감동을 받는 나는 왜 그런가? 아마도 현실이 구질구질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리적 욕구도 안전의 욕구도 소속의 욕구도 언제 위협받을지 모른다는 자리에 서 있기 때문에 그것에 게의치 않고 살아가는 사람으로부터 남모를 동경을 품고 있는 것일까? 꿋꿋해지자라고 손을 꽉 움켜쥐어본다.

그리고 바로 이런 책이 책 속에서 말하는 죽은 지식이 아니라 살아있는 지식을 전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책을 읽고 나서 보다 나은 삶으로 이끄는 책, 또는 그런 삶을 향한 태도와 자세를 갖도록 만드는 책이 아니라면, 그 책은 이미 죽어 있다는 글을 통해 책을 선정하는 기준을 삼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소일거리, 재미거리로 읽는 책은 다른 성질의 것이기에 논외로 치고서 말이다. 책을 읽고 나서도 내가 변하지 않았다면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는 공자의 말씀이 다시 와 닿는 부분이기도 하다.

죽비에 잠깐 정신이 들었다가 다시 잠이 들련지도 모른다. 그러나 잠이 들 무렵 가끔씩 책을 펼쳐 나를 깨우는 죽비소리를 청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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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05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살이 2005-10-06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비 품귀 현상일어나겠군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