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종말
제프리 삭스 지음, 김현구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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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자본주의를 동력으로 해서 움직이는 세계경제를 타이타닉으로 비유하곤 한다. 즉 지금과 같은 세계화 추세로 나아가다가는 침몰하고 만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편에선 오직 세계화만이 살 길이라고 주장하는 쪽이 있다. 일단, 이 책은 타이타닉에 승선한 채 앞으로 다가올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약간의 방향수정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면 될 듯 싶다. 그리고 토머스 프리드먼의 책 <세계는 평평하다>는 타이타닉이 올바로 나아가고 있으니 오히려 그 선상 위에서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시한다고 여겨진다. 반면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등 반세계화를 주장하는 책은 당장 타이타닉호를 멈추고 배를 갈아타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보면 될것 같다. 아무튼 이 책 <빈곤의 종말>은 타이타닉이 침몰하지 않으면서 행복의 나라라는 목표를 향해 어떻게 항해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바라보면 재미있는 책임에는 틀림없다.

<빈곤의 종말>은 남아프리카와 남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는 절대적 빈곤을 벗어나는 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절대적 빈곤이라는 것은 상대적 빈곤과는 달리 생존 자체마저 위협받는 심각한 상태를 말한다. 절대적 빈곤 상태의 나라들에서 벗어나 개발 상태로 진입한 나라들을 분석하면서 이들이 어떻게 빈곤에서 탈출했는지를 참고로 한다. 러시아, 중국, 인도의 경우가 그러하다.(만약 이 책이 2005년 출간됐을 때 읽었더라면 해외펀드에 투자해 한몫 잡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 정도로 세계 경제의 흐름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흔히 절대적 빈곤에 처한 국가들은 그 국민들이 게으르기 때문으로 치부해 버리면서 동냥이나 바라는 사람들로 여긴다. 하지만 실제 그들의 삶을 바라보면 가난에서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흔히들 쉽게 오해하는 많은 자식들에 대한 문제도 그 방법만이 가난을 탈출할 수 있는 로또의 기회이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질병에 노출돼 유아 사망률이 엄청 큰 상태에서 한두명의 자식만이 있다면 그들의 노후를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자식들이라는 생각이 아이를 자꾸 낳도록 만드는 것이다.

아무튼 이런 절대적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선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안된다. 누군가 살짝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배고픔에서 벗어나기 위한 빵 한조각을 주거나 환자들에게 주사 한방 놓아주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된다. 그들이 스스로 땅을 경작해서 살아갈 수 있을동안, 그리고 유아 사망률을 줄여 경제적 활동이 가능할 동안 까지만 꾸준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빈국들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여건만 갖추어지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여건이란 식량과 교육, 의료 분야에서의 기본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식량이란 녹색혁명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녹색혁명을 통해 자본이 축적되면 비로소 발전할 수 있는 바탕을 이루게 된다. 녹색혁명은 땅을 기름지도록 만들어주는 비료와 함께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는 개량된 종자가 보급되어져야 한다. 의료분야는 선진국 중심의 치유연구와 별도로 지원을 통해 빈국들이 가지고 있는 풍토병과 에이즈, 말라리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져야 한다. (이런 식량, 교육, 의료에 대한 기본 조건에 대한 생각은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이라는 책을 통해 깨우칠 수 있다)

이런 여건들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다. 이런 자본은 부국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기부가 아니라 자신들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빈국들이 경제체제 속으로 들어오면 자신들의 무역상대국이 늘어나고, 또한 가난에서 벗어나면 테러의 온상이었던 환경이 사라지면서 평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G8 등 소위 선진국이라 부르는 국가들이 유엔등을 통해 약속했던 GDP의 0.7% 원조를 지켜야만 한다. 현재 미국의 경우 겨우 0.2%를 넘길 뿐이다. 밀레니엄 프로젝트라 명명된 이 계획을 위해 엉거주춤 발빼려고 하는 미국을 비롯해 부국들은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도 원조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이것은 아마도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되어진다. 진정 행복의 길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물론 善撻퓸沮야 한다. 경제성장률에 사로잡혀, 물질적 풍요에 빠져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잊지않았으면 한다. 그 길은 타이타닉의 방향을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멈춰설 필요가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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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7-03-13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글러스 스미스의 타이타닉과는 다르게 배를 타고 잘! 가야 한다는 얘기군요.
오랫동안 보관함에 두고, 좋다는 리뷰만 다 훔쳐보느라고 정작 책은 안샀어요.
모처럼 시간의 여유가 생기신 듯하여 반갑습니다^^
봄에요.

하루살이 2007-03-13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유가 불안하게 여겨지더군요. ㅠㅠ
저 잘살고 있는 건가요? ^^
 
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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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왜 이책이 <장정일의 독서일기>가 아니고 <공부>냐는 것이다. 나름대로 생각해보니 인문학과 관련된 책들만을 선별해서, 사회현상과 빗대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았다는 점 때문이지 않을까였다. 그래도 <공부>라는 제목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면 한마디로 "독자 여러분, 공부하세요"라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이해해도 된다.

책을 읽다보면 관련서적을 서너권 읽었는데 독후감을 쓰다보니 한권밖에 언급못했으니 관심있는 독자 여러분 책을 찾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라거나 책 중 한 챕터만을 소개하니 나머지 부분이 궁금하시면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라는 투랄까.

어쨋든 이것은 사족에 불과하고, 책의 중심테마는 아무래도 전체주의 또는 국가나 민족에 대한 단상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박정희와 히틀러, 반공주의, 레드콤플렉스, 바그너, 군사문화, 애국주의 등등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데, 이것은 대부분 전체주의라는 관점에서 들여다본 것들이다.

한때 무정부주의에 가깝다고 스스로 생각하면서도 무정부주의가 무엇인지 눈꼽만큼도 알지 못했던 사람으로서, 태생적으로 군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집단생활 속에서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아무 문제없이가 결코 아니라) 살아왔다는 것은 나름대로 잘 적응해 왔다고 자부해야 할련지도 모르겠다. 지극히 개인적인 것 같으면서도 집단적 사유를 하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며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그것이 나의 특성이 아니라 내가 지금껏 받아온 교육의 결과임을 알면서도 쉽사리 일상생활 속에서 깨우치지 못하고 지나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본 글 사이에 날카롭게 비집고 나온 글귀가 있으니, 권력에 대한 저항은 개인주의자들이 일상적으로 행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질적으로 대결하는 것은 집단적 성격을 띤 사람들이 해왔다는 것이다. 반골정신으로 뭉친 개인주의가 실제로 권력에 대한 싸움에서는 저만치 한발 물러서있다는 고백 아니 비판은 그대로 개인주의자들의 가슴을 후벼판다.

개인주의나 집단주의와 상관없이 어쨋든 나의 생각이 나만의 생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내 생각의 틀이 어떻게 주어졌는지를 아는 것이 바로 공부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번 장정일의 <공부>에서는 박노자의 책들이 가장 지금의 한국인을 철저하게 해부한 글이라 여겨진다.

아무튼 책을 접고나서 다시 한번 이 책이 <장정일의 독서일기>가 아니라는 것에 당혹스럽다. 그리고 저자의 바람과는 달리 공부하고픈 마음을 갖도록 유혹하는 책은 별로 없었다. 다만 현재의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적 흐름과 한국의 정세와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반성을 불러왔다. 지금까지 너무나 무뇌적으로 살아왔음을 고백한다. 결국 먹고살자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다. 정말로 중요한 공부는 먹고사는 방법이 나를 어떻게 형성하는가에 있어, 제대로 먹고 사는 방법을 알아야하지 않을까 고민하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미완이다. 그리고 그 미완을 독자들의 공부로 해결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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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12-12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말이 그겁니다. 제목도 그렇고, 내용도 다른 책에서 반복적으로 만난 것이라는.
리뷰를 너무 솔직하게 썼던 저로서는 지금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저 <공부>라는 말이 독자들로 하여금 인식의 발상을 유도하는 것은 아니었나
하는 추측을 감히 해 봅니다. 다만, 부제와 책 띠지의 출판사 광고문구는
이제까지 만나온 장정일에서 정말 낯설었어요.
연말인데 출장 릴레이는 끝나신건가요?^^

하루살이 2006-12-12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장 릴레이는 끝났는데, 일의 릴레이는 끝이 없으니...^^; 머리가 너무 아파요. 가끔 가슴도 아프답니다. 왜 아플까 고민합니다. 흑흑. 아픈데는 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마음의 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유를 가지고 어려움도 즐길 수 있는 경지를 터득하지 못하는 한 아픔은 계속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정말 경지에 오르지 못할 것을 안다면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곧, 머지않아 결판이 나겠지요. (그런데 그 머지않아가 꼭 멀게만 느껴지니...)
 
세계는 평평하다 - 21세기 세계 흐름에 대한 통찰
토머스 L. 프리드만 지음, 이윤섭 외 옮김 / 창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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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강물이 흘러흘러 폭포를 맞이한다. 그 강물에 배를 띄워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은 폭포로 떨어지거나, 첨단 장비를 동원해 하늘 위로 솟을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는 평평한 세계에선 모두가 하늘 위로 솟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또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강물은 자본주의라는 강물이요, 하늘 위로 떠오른 것은 무선 통신 등의 신기술이 이루어놓은 세계화다.

자본주의가 가져온 무한 경쟁이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전제하에 쓰여진 이 책은 그래서 다분히 미국적이다.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짐으로써 세상이 평평해질 수 있는 희망을 보고, 9월 11일 테러를 지켜보면서 또한 벽이 쌓일까 두려워 하는 저자는 강자의 논리로 세상을 바라본다.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보호주의를 통해 성장했다는 사실 자체를 애써 말하지 않음으로써, 그들이 세계 자본주의의 자유 경쟁에 앞서 왔고, 또 앞장 설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그 거스를수 없을 것 같은 강물의 흐름을 바꾸어 폭포가 아닌 평원으로 길을 내고 싶은 심정이다. 하늘로 나는 꿈이 아니라, 다른 물길을 터, 평원에 물을 적시겠다. 즉,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라는 체제 말고도, 그것의 여러가지 변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정만한다면, 폭포를 마주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생각들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하고 있는데,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후반부에서 하기로 하자. 이 책을 읽으면서 종잡을 수 없었던 것은 저자가 순진한 건지, 이 책을 읽고 있는 내가 순진한건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들이 전부 허구라면 모를까, 미국의 유명 언론인이 세계화가 가져온 부정적 통계치나 사실 관계를 무시한채, 또는 그것에 대해 자본주의의 문제가 아닌, 폐쇄적 국가 체제나 문명의 문제로 바라봄으로써, 현재의 체제만을 유일한 삶의 시스템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잡설은 일단 그만두고,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먼저 살펴보자.

세계가 평팡하다는 것은 다국적 기업을 통해서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델 노트북을 구입할 때 그것이 어떤 형식으로 구매자의 손으로 들어오는지를 살펴본다면 가히 세계화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어 있는지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미국에서 인터넷으로 제품을 주문하면, 동남아 공장에 주문장이 떨어지고, 주변 부품 공장서 2시간마다 필요한 부품이 공급된다. 그 부품이라는 것은 중국에 공장을 둔 인텔, 한국을 기반으로 하는 메모리칩과 보드, 대만에 공장을 갖추고 있는 모니터(?) 등등 국경을 초월한다. 완제품은 전용 항공기로 미국에 실려오고, 포장이 끝나면 UPS와 같은 택배회사가 소비자 집 앞으로 배달까지 해준다. 이 기간은 부품의 공급이 수월하면 1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이렇게 평평해진 세계가 가능할 수 있는 것은 10가지 동력 때문이다.

1. 베를린 장벽 붕괴와 윈도즈의 탄생 2. 넷스케이프의 출현 3. 워크플로- 소프트웨어  4. 오픈 소싱(공개된 정보들) 5. 아웃 소싱 6. 오프 쇼어링(공장의 해외 이전) 7. 공급 사슬(예, 월마트) 8. 인소싱(예, UPS의 재고관리 서비스) 9. 인포밍(개인이 공급 사슬을 구축할 수 있게 된것) 10. 스테로이드(무선 통신 신기술) 

위의 동력이 작동한 세계는 평평해졌고, 보다 평등하게 자유로운 경쟁을 할 수 있게됐다고 저자는 파악한다. 저자의 생각은 크게 두 단어로 요약되어질 수 있는데(단순화라는 함정에 빠질지라도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해), 바로 아웃소싱과 업무의 세분화다. 일을 쪼갤수 있는데까지 쪼개고 쪼개서, 아웃 소싱 할 수 있는 것은 아웃 소싱하고, 창의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하자는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런 분할은 소비자에게는 값싼 제품을, 노동자들은 많은 일거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그 창의적이고 부가가치 높은 일을 미국인이 했으면 하고, 그 일은 이제 모두에게 열려져 있으므로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하므로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희망과 용기다. 누군가가 언덕 위에 거대한 집을 짓고 살고 있다면, 나도 그 집에서 살 수 있겠다는 마음가짐을 먹고 살아야지,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죽여버리겠다는 증오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 증오는 바로 중동의 이슬람 문명권이 과거의 영화 속에서 아직도 살고 있으며, 현실 속에서 차별을 받으면서 느끼는 좌절감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이것이 바로 9.11의 속내라는 것이다) 게다가 아직 평평한 세계 속으로 발을 딛지 못하는 나라들은 석유자본을 가지고 있는 나라들이며, 그들의 정치제도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저개발 국가들이 식랑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 기반만 갖추어진다면 잉여 인력으로 교육을 통해 산업의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먼저, 언덕 위 거대한 집부터 이야기해보자. 내가 그 곳에서 살거나,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죽여야만 하는 방법밖에 없는가? 다같이 그 언덕에서 살면 안된는가? 저자는 차별을 줄이는 방법 또한 평평화된 세계 속에서 논의를 통해 보다 더 빨리, 현실화된 방법으로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그저 평등한 세계를 주장하는 것은 공론일 뿐이라는 것이다. 일면 일리가 있다. 칼을 가지고, 도둑이 될지, 의사가 될지는 개인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것이. 그러나 배고픈 사람에게 주어진 칼과 병자 앞에 놓인 사람에게 주어진 칼이 어떻게 쓰일지는 명약관화하지 않은가? 개인의 의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처한 환경 또한 무시못할 요소다. 저자는 평평한 세계가 배고픔을 면하게 해줄 것이므로, 도둑은 사라질거라 이야기한다. 그러나 인간의 행복이 어디 국민 1인당 수입의 많고 적음으로 평가되어지던가?  

저자가 말한 선순환을 한번 생각해보자. 배고파 굶어 죽는 나라와 1차 농수산품 수출국의 이름이 대부분 같다는 것을 그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리고 그 수출로 이루어진 수익이 미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곡물 메이저 다국적 회사가 대부분 가져가 버린다는 것을 말이다. 일의 세분화를 통한 아웃소싱의 자유로운경쟁은 또 어떤가? 1차 2차 3차 산업으로의 변경을 한번 보자. 미국은 어마어마한 돈을 1차 산업에 보조금으로 쓰고 있다. 그리고 그 보조금 덕분에 세계 경쟁력을 갖춘 미국의 농산물과 곡물 메이저는 저개발국가의 1차 산업을 유린한다. 도대체가 그들의 값싼 노동력을 상충하고도 남을 만큼의 보조금을 그들이 어떻게 이겨낼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서 마치 자유로운 경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면, 그것이 진짜 평등하게 열려진 환경속에서 이루어지는 정당한 경쟁일까?

저자가 우려한 석유 에너지 문제와 환경 문제도 그렇다.  세계 에너지 소비의 40%를 쓰고 있는 미국은 선진국의 환경 기술에 유리하다는 그 교토의정서마저도 체택하고 있지 않다. 석유로 곤란을 겪을 것이라는 저자의 말은 메이저 오일 컴퍼니가 어느 나라에서 돈을 벌어먹고 있는지를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아웃 소싱으로 나뉘어진 일자리에서 보다 나은 일자리를 차지한다는 발상 또한 위험하다. 이것은 마치 1차 산업에서 3차 산업으로 나아가는 방향이 아웃 소싱의 단계로 바뀌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보다 높은 단계를 차지하기 위해 아마도 미국은 엄청난 보조금을 투입할 것이다. 또는 경제적 압박으로 표준화를 이끌지도 모른다. (이것은 순전히 상상력을 동원해 생각해 본것인데, 비디오가 맨 처음 나온 시절, VHS 형식과 베타 캠 형식에서 그 질적 측면에서 베타 캠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일본의 기술이라는 것 때문에, 세계 표준화로 VHS를 택한 것을 보면 알지 않겠는가? 현재 우리나라가 지상파 DMB에 목숨을 걸고 전략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도 세계 표준화에 한발 앞서겠다는 생각일터인데, 그것 또한 미국과 호흡을 딱딱 맞추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것은 아마도 HD표준 방식을 미국식으로 채택한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어지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것은 진짜로 열린 세계, 평평한 세계에선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게다가 자본주의가 만들어놓은 일자리들이 플러스적 생산을 가져온다면 모를까 대부분 제로섬의 결과임을 생각해보면, 아웃소싱 덕분에 웃는 사람들 한편으로 눈물을 흘려야 하는 쪽이 생길 것이다. 바로 1차 산업이 곡물 메이저의 볼모로 잡혀있는 나라들처럼 말이다. 아웃 소싱의 마지막 단계가 누구의 볼모로 잡혀 있을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나마 일자리를 창출했으니 좋은 것이라 여겨질 수 있을 것인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 이것은 라다르크라는 마을의 흥망성쇠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오래된 미래라는 책을 보면 알 수있다. )

일단 갖추어진 막강한 힘을 순순히 포기할 바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힘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사용한다면 정말 위험한 발상이다. 9.11은 이슬람 문명권의 자격지심보다도 오히려 미국의 끝없는 욕망때문이다. 열려진 세계에선, 누구나 다 꼭대기에 올라설 수 있다는 저자의 설명은 그럴듯해 보인다. 그리고 그것이나마 가능하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라이트 급이 헤비급을 싸워 이긴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물론 하늘의 별이야 운 좋으면 딸련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헤비급이 핸디캡 없이 라이트급과 싸운다는 것은 폭력이다. 자유 경쟁은 실은 폭력의 권장이다.

그 논조나, 전제가 어찌 돼었든, 세계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 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다.

책을 통해 한가지 깨달음이 있다면, 그리고 그나마 평평화된 세계가 다행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은 전쟁의 억제력을 가져올 수 있다는 희망이다. 세계가 서로 평평해 얽히고 설켜 있을때,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침범한다는 것은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정치적 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에게 평평한 세계는 평평한 세계를 돌리는 태엽의 일부도 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부가 한순간에 무너져버릴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기엔, 대부분의 나라들이 이미 달콤한 돈에 취해 있으므로.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이다. 전쟁이 경제와 연관되기는 하나, 그것이 꼭 필수인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평평화된 세계를 거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보기 좋게 얼르고 있는 무한경쟁 속에 감추어진 힘의 속성을 간과해서는 안될듯 싶다. 그리고 꼭 무한 경쟁만이 세계를 평평하게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평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술만큼 그것을 어떻게 활용해 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 철학적 토대 또한 탄탄히 다져야 할 시기라고 본다. 세계가 진정 평평해지기 위해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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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개 2006-02-14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내용일지 짐작은 했는데 역시나 이런 책이었군요.
리뷰를 보면서 열이 슬슬 오르고...이거 베스트셀러라는데 이 책보고 다들 감동하시면 어쩌나...

하루살이 2006-02-15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편에서 보니까 이렇게 생각한거고, 나름대로 세계의 흐름이나, 깨우침을 주는 대목이 있습니다. 너무 분개하진 마세요^^. 알아야 대처할 수 있을테니까요...
 
쇼핑하기 위해 태어났다 - 텔레토비에서 해피밀까지, 키즈 산업은 어떻게 아이들을 지배하게 되었나
줄리엣 B. 쇼어 지음, 정준희 옮김 / 해냄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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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이는 커녕 결혼도 하지 않은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무엇때문일까? 아마도 스트레스를 간혹 대형할인마트에서 먹을것 사들이는 재미로 푸는 나 자신에 대해 한심해하던 것을 떠올렸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물론 이 책은 표지의 사진이 보여주듯 키즈마케팅을 중심으로 쓰여져 있다. 하지만 쇼핑중독의 문제가 꼭 어린이들만의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한번쯤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이 책이 전체 연령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어린이만을 집중적으로 다룬 이유는 아마도 <유년기의 자연화>라는 측면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인듯 싶다. 발달이론 중 하나인 <토들러 단계>에서 자연화란 사회적으로 습득된 특징이 인간의 본성처럼 여겨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즉 현대사회에서 아이들의 소비욕은 타고난 본성으로 간주되고 있다.(65쪽)

그러나 사실 소비라는 것은 본성이 아니다. 하지만 본성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으면서도, 자본주의에 편입되어 어렸을적부터 훈련되어져 자라는 아이들에게 그것은 사회적 문화적 교육에 의한 것이라고 누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소비는 특히 영상매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마케팅의 그물망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 욕구가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텔레비전을 장시간 시청한 사람들일수록 지출이 높고 저축이 낮다는 통계(95쪽)를 통해서 유추해볼 수 있다. 텔레비전속에 비처지는 간접광고와 직접광고는 영아들이 광고와 프로그램과의 차이점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트윈세대에게는 끝없이 그 욕구를 부추긴다는 점에서, 단순히 어른들의 솔선수범으로 낭비를 줄인다거나, 불량식품이나 장난감으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다는 것에 현실의 문제점이 있다. 즉 아이들은 <조르기>를 통해서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고, 어른들은 그 조르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항복하기 마련인 것이다.

소비욕구가 증대하는 것, 즉 소비문화 심취가 위험한 것은 우울증, 불안증, 자부심 저하, 심신증의 중대한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가정의 경제적 형편과 텔레비전 시청 시간, 소비문화와 부모 자식간의 관계, 심리적 복지의 문제는 단순한 연관관계가 아니라, 인과관계라는 점에서 눈여겨보아야 한다. 즉 소비문화 심취는 우울하고 불안하고 자부심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소비문화에 심취함으로써 우울하고 불안하고 자부심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이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 가끔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푼다는 나의 생각은 어찌보면 그 인과관계가 거꾸로인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듯싶다. 쇼핑으로 만족하기 보다는 오히려 점차 그 심리적 불만족의 정도가 심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염두해두어야만 할지도...

이런 심리적 복지 측면에서 만족과 행복의 열쇠는 보다 많이 획득하는 것보다 보다 적게 바라는 데 있다.(242쪽) 문제는 마케터들이 미디어를 통해 보다 많이 획득하라고 부추긴다는데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런 물질주의적 가치관에 물들어 강력히 찬성하게 되고, 그 정도가 강할 수록 삶의 질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243쪽) 또한 이런 물질주의적 가치관을 지닌 청소년들이 음주와 흡연, 마약 복용에 보다 쉽게 빠진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들 또한 많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이것이 더욱 큰 문제점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은 물질주의와 무능력이 서로 악순환 관계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244쪽)

이런 문제점들은 직접 상품 마케팅을 담당하는 전문가들 또한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일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것은 업계의 도덕적 무책임에 있다.(261쪽) 광고대행사들은 기업고객들에게 정면으로 맞서지 못하고, 기업들도 도덕적 책임감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중압감은 어린이들의 이익에 기여하고자 하는 바람을 항상 압도하고 있다.(262쪽)

즉,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생계를 위해 필요없는, 또는 해가 되는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와, 또한 그것들의 불필요성을 잘 알지만 아이들에게 팔려나가도록 아이들을 이용하는 마케터들을 양산하는 현실에서 진정 우리의 아이들이 행복한 아이들로 자라도록 돕고 싶다면 우리는 지금 당장 텔레비전을 꺼야만 한다. 특히 텔레비전이 위험한 것은 광고를 할 수 있는 독점적 대기업들만이 조작된 이미지로 아이들을 유혹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정보의 홍수 속에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고의 물결을 거부하고, 아이들의 일상속에 파고 들어가는 마케팅의 접근을 금지시켜야 한다. 현재 미국처럼 심각하진 않다 하더라도 학교내의 자판기나 학원 등에서 쏟아지는 홍보물로부터 자유롭도록 정책을 만들어가야 하며, 음식이나 장난감 등 잘못된 광고에 대한 제재를 가하도록 압력을 줘야한다. 그리고 제품에 대한 비밀이 없는 공개된 정보를 요구해야 한다. EBS 기획으로 꾸며진 텔레비전과 인간에 대한 기록에서 일주일간 텔레비전을 끄고 살았던 5개국 50가정들이 모두 행복지수가 높아지고, 가족들간의 시간이 많아져 즐거웠다고 말하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험을 위해 텔레비전을 끄고 살았지만 앞으로도 텔레비전 없이 살고 싶다는 그네들의 소망을 우리도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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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9-05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하루살이 님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먹을 것을 사들이면서 스트레스를 푼다는 부분에서 많이 놀랐다는 ^^

지난 주 다큐멘타리페스티벌 프로 중에서 텔레비전 혁명인가 뭐 그런 게 있었는데요... 보셨어요... 그 중에...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의 오지마을에 텔레비전을 설치하면서 마을 사람들의 변화를 보는 것이었어요. 주로...그 날은 텔레비전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해서 보여 주더군요...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고, 다른 나라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드라마는 너무 재밌고 이런 식으로 포커를 맞추던데... 사실...그들이 텔레비전 보면서 그런 생각은 왜 안 들겠어요... 저렇게 멋지게 옷을 입고 근사한 도심지에서 살고 싶다. 이뻐지고 싶고 멋진 사람을 만나고 싶다. 뭐 이런 생각이요...

하루살이 2005-09-05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를 잘 모르는데... 흐흑, 저도 가끔 스트레스 풀려고 먹고 있는 제모습에 놀랍니다.
아~그리고 텔레비전이 가져오는 동경이라는 측면에서 <오래된 미래>라는 책이 떠오르네요. 라다르크 사람들이 서구 여행객들과 텔레비전 속에 비쳐진 문명을 보게됨으로써 겪게되는 변화의 모습이 그려져 있죠. 이 책은 그 변화의 과정을 부정적으로 그리고 있답니다.(읽으셨는지도 모를텐데 괜히 아는척 하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 1
주강현 / 한겨레출판 / 199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곰곰히 생각해본다. 책장을 다 덮고나서 한참을 아쉬워했다. 원래 생각했던 무엇인가를 만족할만큼 얻지 못한 탓이리라. 그런데 도대체 난 무엇을 기대했던 것이었을까?

금줄없이 태어난 세대를 위해 쓰여졌다는 부제가 해답의 실마리를 주는 것 같았다. 나는 비록 금줄없이 태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금줄이란 것을 주위에서 간혹 보면서 자란 세대다. 그래서 어떤 숨겨진, 즉 책 제목의 수수께끼가 말하고 있는 어떤 비의나 감추어진 문화양식들을 책에서 찾아내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만약 내가 서울에서 자라고 조금 더 젊은 세대였다면 책의 내용들이 보다 더 새삼스럽게 다가왔을련지도. 하지만 그렇다면 오히려 너무 생소해 현실과 괴리감을 느끼지는 않았을까 괜한 걱정을 해보기도 한다.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굿, 남근과 여근의 풍속, 금줄, 미륵, 흰 옷, 개고기, 숫자 3, 돌하르방, 솟대, 서낭당, 광대, 구멍, 똥돼지 등은 주위에서 어느 정도 보아왔고, 관련된 이야기들도 그럭저럭 들어오던 터라 낯익다. 실은 우리의 문화가 낯익는게 타당한데, 이러한 것들이 점차 사라진다는 점에서 이 책이 쓰여진 이유가 될 터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향수와 복원을 주장할 수는 없다. 세월의 부대낌 속에서 부침은 있게 마련이지 않던가? 따라서 책에서 펼쳐지는 내용은 사라져가는 우리의 문화가 일상에서 뜻하는 바가 무엇이며, 그것이 사라지는 것이 왜 그토록 안타까운지에 대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너무 익숙한 사람이기 ‹š문이었을까? 일상에서 뜻한바는 알겠지만 안타까워해야 할 이유에 대해서는 크게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문화들이 사라지는 과정이 안타깝고 분명 지켜내야 할 유산이 있다는 것도 확신하지만 말이다. 즉 바로 이 부분이 책을 덮고 나서 느꼈던 막연한 실망감을 불러온 것 같다.

그러나 책장을 덮고 나서도 한참 머릿속에 남겨져 있는 단어 하나가 있다. 바로 침향이다. 수백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바다에서 떠오르는 나무들. 그 나무가 떠오를 때 세상은 변해있으리라는 기대. 미륵과 함께 현실을 견뎌내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자 했던 민초들의 소원이 담긴 그 침향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직도 찾지 못한 침향터를 알려주는 비목들이 한반도 곳곳에 감추어져 있을 것을 생각하면 흥분이 된다. 그리고 머지않은 어느 순간 그 침향이 바다 위로 떠오를 것을 상상해본다. 아직도 세상은 침향을 묻어야 하고, 그 침향이 떠오르기를 기대해야 할만큼 나아갈 길이 멀다. 다만 남몰래 마음 속으로만 간직하던 변혁의 꿈을 이제는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침향의 꿈도 조금은 퇴색되어져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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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9-05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삭혀진 글맛이 나네요~

주강현 하면..
왼손과 오른손이라는 책 생각만... 제가 왼손잡이라..뭐 특별한 이야기가 나올까 싶어서... 그렇지만...흠..내용이 잘 기억이 안 나는 걸로 보아선.. 읽기에 실패했던듯 합니다.

하루살이 2005-09-05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내용이 잘 기억안나는게 주강현 씨 글의 특징일지도...(농담? 혹은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