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피쉬
오오사키 요시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7월
구판절판


감성의 집합체였을 자신이 언젠가부터 기억의 집합체가 되고 말았어. 그 사실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기분 나쁘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거야. 지금 자신에게 남아 있는 감성도 실은 과거의 감성적 기억의 집합체가 아닐까 생각하니 무서워지고 말야-77~78쪽

음식점의 좋고 나쁨은 얼마나 맛있는 물을 제공하느냐에 있다고 나는 생각해. 아주 단순한 물이지만 깨끗한 잔에 적당히 차게 해서 내놓는다. 물조차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요리나 술 뭐든 맛있게 느껴지는 것. 그런게 아닐까 싶어.
아주 단순히 내놓는 것이기 때문에 소중한 거야.-127~128쪽

행복한 시간이야말로 사실 마음의 평안을 혼란시키는 것은 아닐까, 그런 끝없는 모순이 마음 한 구석에서 돋아났다. -187쪽

조금이라도 물이 부족하면 잎사귀가 쪼글쪼글해져서 순식간에 그게 전체로 번져버린다고. 그 현상을 아디안텀 블루라고 부른대. -198쪽

야마자키, 뭐든 좋아. 뭐든 좋으니까 아무튼 자신을 믿어. 네 생각대로 살아. 자신의 능력만을 믿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 -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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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구스 크루 사계절 1318 문고 41
신여랑 지음 / 사계절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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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성장소설이다. 고등학생 1학년인 몽구와 2학년인 형 진구를 중심으로 서로 갈등하다 화해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형만을 사랑하는 어머니, 무관심한 아버지 사이에서 갈등하는 두 형제가 비보잉으로 하나가 된다는, 어찌보면 너무나 뻔한 줄거리다. 성장소설이라는 것이 주는 장점은 또한 단점이 되기도 한다. 소설의 결말은 너무나 눈에 보이는 것이라 단점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갖는 매력은 정열의 밑바탕에 깔린 인간의 원초적인 시기, 질투, 열등감에 대한 적나라한 심리묘사다.

몽구는 인문계 고등학생이며 소위 모범생 부류다. 형 진구는 지진아에 가깝고, 사고뭉치다. 그런데 어느날 춤에 빠진 후 일각연을 이뤄 남들로부터 최고라고 인정을 받는다. 어머니는 형 진구가 안타까워 그가 하는 일에 적극 지원을 한다. 몽구는 처음 형을 따라 춤을 배운 후 춤과 공부 사이에서 엉거주춤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그 양다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은 형에 대한 질투와 시기 때문이다. 엄마는 자신이 모든 걸 스스로 잘 하기때문에 몽구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늘 형만 사랑한다고 오해한다.

형 진구의 화려한 춤을 보면서 항상 자신보다 못했다고 생각한 형이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자 일면 열등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 열등감이 그에게 춤으로의 세계로 빠지게 만든다. 몽구스 크루라는 팀의 해체 위기에서 그는 형 진구가 얼마나 춤을 사랑하고 춤을 춤으로써 자아를 찾아가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열등감과 시기에서 시작한 춤을 자신도 사랑하게 됐음을 알아챈다. 진정한 열정의 꽃이 피어난 것이다. 그 열정은 형을 이해하는 힘이 된다.

살아가면서 확신을 가지고 자신감 속에서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또 자신이 좋아한다고 느끼는 일을 찾을 수는 있을까? 내 모든 정열을 바칠 수 있는 일이란 정말 무엇일까? 때론 시기와 질투, 열등감이 증폭이 돼 자신의 길을 열어주는 경우도 있다. 그 앞길이 어떨지 전혀 알 수 없지만 마음 속 저 밑바닥에 꿈틀대는 그 심리가 자신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물론 한편으론 난, 잘 할 수 있다는 자기 최면과 남들의 인사성 이야기에 깜빡 속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가 무엇에 빠질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게다. 그것이 어떤 계기로 내 앞에 나타났든지. 정열을 한번 태워보지 못하고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삶이란 얼마나 지루할 것인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을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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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 말로센 시리즈 1
다니엘 페낙 지음, 김운비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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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백화점 품질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말로센을 주인공으로 한다. 어느날 백화점에서 폭탄이 터지고 사망자가 생긴다. 첫번째는 우연이라 할 수 있지만 이것이 똑같이 되풀이된다면 뭔가 법칙이나 필연적인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두번째 폭탄, 세번째 폭탄이 터지는데 하필 그 앞에 꼭 말로센이 있다. 직접 폭탄으로 인해 죽지는 않지만 그가 가는 곳에서 터지는 폭탄들. 형사와 경찰은 그를 의심하고, 네번째 다섯번째 폭탄이 터질 때 동료들도 그를 의심하게 된다. 여섯번째 폭탄이 터질 때까지 과연 누가 진짜 범인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한다. 주인공은 항상 그 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아왔지 결코 범인이 아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사건이 어떻게 결말을 지을지 궁금하다.

이렇게 보면 소설은 완벽한 추리 소설물로 보이는데 실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주인공 말로센의 입을 통해 자신의 피 다른 동생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들은 환상을 넘나들고, 동생들 또한 저마다 독특한 캐릭터를 지니고 있어 현실과 다소 거리가 있는듯하다. 이성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추리물에 상상이 침투함으로써 초반 책을 읽을 때는 다소 당황스럽다. 하지만 이 상상의 세계는 폭소를 터뜨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설을 이끄는 힘은 말로센의 역할 그 자체다. 말로센이 백화점에서 맡고 있는 품질관리라는 것은 그냥 직책일뿐 실제로 그가 행하는 일은 희생양이다. 자본주의 상품이 갖고 있는 폐해로부터 손해를 입은 고객들이 말로센의 눈물을 보고 그냥 돌아간다. 이 일때문에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거짓 눈물에 속아 고객들은 다 털어버리고 돌아서는 것이다. 욕을 먹는게 일인 직책. 그것은 마치 신령스러운 일을 하는 천사처럼 보인다. 그의 직책이 알려지고 나서 수많은 곳에서 그를 찾는다는 소설의 마지막 부분의 설정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는듯 하여 웃는 얼굴 표정 밑으로 다소 씁쓸한 기분마저 든다. 정작 폭탄사고와 그 처리가 말하고 있는 메시지보다도 더 강렬한 희생양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머릿속에 남는다.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 사회. 희생양을 만드는 사회. 주위를 둘러보라. 혹 누군가가 억울하게 희생양이 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내가 누군가를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또는 그녀가 희생양인지도 모르고 함부로 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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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8-02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보관함에 있는 책인데 강렬한 제목에 비해 희생양의 이야기라니
조금 의외로군요.^^

하루살이 2006-08-03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희생양이라는 이미지는 제가 소설을 읽고나서 느낀 것이구요, 로드무비님께선 또 다르게 볼 수도 있으니... 초반 조금 갈피를 못잡다가 중반부터 내리 읽게 됐습니다.

파란여우 2006-08-03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 합니다. 강렬한 제목에 하루살이님의 절제리뷰에 동합니다.^^

하루살이 2006-08-03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에게도 재미있어야 할텐데...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 말로센 시리즈 1
다니엘 페낙 지음, 김운비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6월
품절


세상의 다른 곳에서는, 다시 말해 어디서나, 사람들은 과거 또는 미래를 생각하며 골머리를 썩이고, 뭔가를 기념하거나 세워올리고, 되풀이하거나 증식한다. 하지만 아무도 스스로에게 봉사할 줄 모른다...

336- 쾌락의 약속에는 절대로 투자하지 말 것. 지금 당장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찬란한 미래를 위해 분투하는 다른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보시라. -84쪽

그러니 여러 사모님들, 어디 말씀해보십시오. 여러분의 오십 캐럿짜리 남편들 중 누가 필생의 자격시험을 희생하고, 일 년치의 학업을 내던지고, 일 년간의 낙오를 가수하면서 오로지 사랑과 소설을 택하겠습니까? 어느 남편이요?

245-따지고 보면 내 야망은 하나로 귀결된다. 가족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 나는 헌신하는 게 아니라 투자하는 것이다. -164쪽

기자들이란 자발적 충동에 맹목적으로 끌려가는 자들이오. 결과에 대해선 크게 고민하지 않지. 우리는 자발성도 교육된다는걸 알잖소.

220- 유일한 법칙은 이것이다 하고싶은 것을 행하라. 왜냐하면 인간은 각기 하나의 별이기 때문이다. -201쪽

넌 고위층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하찮은 놈일 뿐이야. 넌 속단하고 왜곡하고 있어. 적응, 이것이야말로 그들의 유일한 요법이지. 그들이 쥔 권력의 모든 비밀은 적응이라고. 그 품종은 적응한다.

209- 언어는 나태한 쪽으로 진화한다는 얘기지. 맞아, 맞아, 유감스럽게도.
277- 취향이란 원래 자연법에서 벗어나는 거지요
340- 현실이 늘 환상보다는 참을 만하다는 거야. 설령 그게 더 나빠진 현실이라도!-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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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8-02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가죠? 김운비 씨.
글도 좋고 술술 읽힙니다.
 
단 한번의 시선 1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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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스포일러 다소 있는듯...

김용의 무협지를 읽다보면 날 새는 줄 모른다. 이야기 전개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도저히  잠을 청할수가 없다. 이책 <단 한번의 시선>은 오랜만에 잠못 이루게 만든 책이다. 두권을 언제 다 읽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거침없이 책장을 넘겼다.

다소 산만하게 흩어져있던 인물들. 처음엔 이들의 이름을 외우는게 귀찮았다. 3~4명 정도면 괜찮겠지만 페이지 숫자가 늘어갈수록 관련인물들도 늘어가 정리가  잘 되지 않을듯 싶었다. 하지만 점차 하나의 초점으로 모아지기 시작하면서 소설은 그 흥미의 강도를 더해간다.

현상소에 맡겼던 사진 중에 우연히 끼어든 색바랜 오래된 사진 한장. 그리고 그 사진을 본 후 사라져 버린 남편.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하지만 이 사건의 근본 원인은 오래전 콘서트장에 있었던 압사사건. 감추어졌던 그 진실이 사진 한장을 통해서 점차 드러난다. 사진 속의 주인공들을 찾는 퍼즐과 주인공의 잊혀진 기억이 맞물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착각 또는 오해로 비롯된 현상이 언론을 통해 부풀려지거나, 감옥이라는 곳이 사람을 어떻게 변모시키는지, 복수라는 것은 어디까지 용납이 될 수 있을지, 희생양과 영웅의 차이, 사랑은 모든 것을 용납할 수 있을지, 시기와 질투가 갖는 속성, 예술인들의 창작에 대한 열정과 고뇌 등등 찬찬히 뜯어볼만한 것들이 책 갈피 여기저기에 묻혀 있기도 하다.

하지만 다소 당황스러운 것은 사건의 해결과는 상관없지만 사건이 종점으로 가도록 유도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주부다. 권태기에 빠진 아주머니가 창문을 통해 옆집 남자를 훔쳐보는 시선이 사건을 종결짓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 그리고 거의 수퍼우먼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하는 의심 한편으로 죽음과 권태라는 절망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으로 해석하면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아량이 생긴다.

아무튼 소설을 구축하는 주요 소재인 기억 상실증이 결국 반전의 요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추호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절묘한 반전이 마지막 페이지 한장에 그려진다는 점에서 책장을 덮는 손은 아쉬우면서도 통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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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7-2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스포일러 있다고 쓰심 더 좋겠네요^^ 그래도 재미있죠^^

하루살이 2006-07-25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겠습니다. 글 서두에 썼는데 이제부턴 제목에 써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