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과 10일 포항 구룡포에서 과메기 축제가 열렸다. 오랜만에 동해바다도 보고, 과메기도 맛보고 싶어 조금은 먼 길을 떠났다. 딸내미에게도 과메기 맛좀 보여주고 싶어 떠난 길이기도 했는데..... 한 입 먹어보더니 비린내가 난다며 고개를 절래절래ㅜㅜ; 할 수 없이 과메기는 제대로 먹어보지도 못한채 축제장 주위를 둘러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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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발길을 옮긴 곳은 바로 과메기문화관이다. 총 4층 건물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지역 특색에 맞춘 전시관이나 문화관 중 가장 잘 꾸며진 측에 속한다고 보여진다. 1층은 매장과 체험행사 위주의 공간인데, 사람이 많지 않은 모양인지 매장은 정리세일 중에 있었다. 2층~4층은 꼭 과메기와 상관은 없지만 다양한 교육, 체험 공간이 있다. 대부분 3D 영상이나 가상스크린 등으로 해저생태계를 흥미있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직접 물고기를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물론 과메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살펴보는 전시관도 있다. 4층의 전망대는 구룡포 앞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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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포 과메기 축제장이 있는 항구와 과메기 문화관 사이에는 일본인 가옥거리가 있다. 일제점령기 시대 지어진 일본인들의 집이 원형상태로 잘 보존되어 있다. 이곳은 최근 KBS2TV <동백꽃 필무렵>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드라마 주인공 동백이의 가게 까멜리아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겠다고 긴 줄이 서 있다. 실제 드라마 촬영은 축제가 있기 하루 전에 모두 끝났다고 한다. 일주일에 3일씩 이곳에 들러 6개월정도 촬영했다는 것이 이곳 식당주인들의 말이다. 아쉽게도 하루 차이로 촬영모습을 보지 못했다. 딸내미가 제일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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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또한 1991년 방영됐던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의 배경이기도 하다. 오래된 일제시대 가옥들이 지금도 사용되고 있고, 이런 특징 때문에 드라마 배경으로도 쓰이고 있다. 현재 구룡포에 사는 사람들이 이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살아있는 골목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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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가옥거리와 과메기 문화관 사이에는 충혼탑과 구룡포 전설을 담은 용 조각상이 있다.

 

또 일제시대 항구를 만들고 거리를 조성했던 일본인을 기리는 비석에 광복 후 시멘트로 이 문구를 발라버린 비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이래저래 우리 역사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구룡포를 뒤로 하고 호미곶으로 향했다. 새천년기념관과 국립등대박물관, 상생의 손, 연오랑과 세오녀 조각상 등이 있다. 겨울이라 해가 짧아져 다 둘러보진 못하고 먼저 상생의 손 앞에서 기념촬영을 찰칵. 바다와 육지에 서로 마주보며 세워진 이 손은 화합과 상생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바다위 손가락 위는 갈매기들의 휴식처이기도 하다. 육지 쪽 손 앞에는 변산반도 천 년대 마지막 햇빛, 피지섬 새천년 첫 햇빛, 그리고 이곳 호미곶 새천년 첫 햇빛 등 세 개의 불씨가 놓여져 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바로 등대박물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등대 역사와 실제 등대지기가 사용했던 업무일지 등 등대와 관련된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개인적으론 8시간씩 3교대로 일했던 등대지기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어 좋다. 딸내미는 그냥 바다 위에서 물수제비 뜨는 게 제일 즐거운 일이었지만....

당일치기로 둘러본 포항. 수박 겉핥기식 여행이 되어버렸다. 새벽같이 일어나 서두르든가, 1박 2일로 느긋하게 움직이든가. 포항에 볼거리가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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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월화드라마 <유령을 잡아라>는 소매치기범 '메뚜기'와 연쇄살인범 '유령'을 잡는 큰 줄기 속에서 작은 사건들이 에피소드로 들어간다. 이번주에는 정신지체 아버지의 살인미수 사건이 다루어졌다.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사채를 썼다가 빚 탕감 조건으로 사람을 죽이라는 명령을 받는 가장 이야기다. 드라마 남자 주인공인 고 반장(김선호 역) 또한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병원비를 조달하기 위해 생계형 경찰의 길을 택한 사연을 갖고 있다. 

 

고 반장은 살인을 하려했던 한 아이의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건넨다. "가족들에게 부끄럽지 않기위해 부끄러운 일을 하는 이가 바로 가장"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생계를 책임지고 한 가족을 부양하는 일이 고단하고 어렵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게다. 가장의 어깨가 왜 이리 무거운지를 공감하는 이라면 감동을 받을만한 말이다.

 

하지만 그건 핑계다. 부끄럽지 않기 위해 부끄러운 일을 하다니!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일의 귀천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부끄러운 일 따위는 없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 말하는 부끄러움은 해서는 안 될 일을 일컫고 있다. 가족을 위해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을 해서는 절대 안된다. 바로 그 순간 우리는 거대한 악의 굴레 속에 빠지는 것이다. 이 사회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만한 세상 밖에서 맴도는 것은 부끄럽지 않은 가장이 되기 위해선 어떤 일도 가능하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 때문이다. 제발 가족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부끄럽지 않은 일을 하라! 내 양심에 전혀 거슬릴 것이 없는 일을. 그래야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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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하다보면 신기하게 느껴질 수도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어디에선가 관심이 있어서 클릭 한 번 해본 상품이 어느 사이트를 가든 주위에서 알랑알랑 거리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데이터 수집을 통한 인공지능으로 관심이 가는 상품을 알려주는 서비스일 것이다. 예를 들어 유기농 녹차에 관심을 갖고 오픈마켓에서 검색을 한 이후에는 다른 사이트에서도 유기농 녹차와 관련된 광고들이 따라붙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이런 서비스가 우리나라에선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의 수준은 아닌듯하다. 일단 내가 관심을 갖은 그 상품을 구매했는지 여부를 전혀 알지 못하고 광고가 따라붙는다는 것이다. 이미 구입했다면 별로 소용이 없는 정보가 될텐데 말이다. 게다가 이 광고에서 나온 상품이 나에게 만족을 줄 정도의 것인지 여부는 중요하게 생각지 않아보인다. 그저 광고료를 가장 많이 지급할 의사가 또는 능력이 있는 기업의 제품이 광고가 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 

또하나, 내가 의도를 가지고 클릭한 것이 아니라 컴퓨터 버그로 인해 잘못 눌러진 경우엔 구매 의도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클릭이 됐다는 것만으로 관련광고가 계속해서 따라온다는 것이다. 즉 소비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준의 지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1회성 클릭인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서 검색 등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서 클릭하는 시간의 간격이 얼마나 되는지 정도까지만이라도 데이터로 갖고 분석을 한다면 어느 정도 구매의사의 여부를 알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말이다. 

우리 삶의 편의를 위한 관심상품과 추천상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인공지능의 발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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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몇 년만인지 모르겠다. 추석 연휴기간 동안 TV를 보다가 우연히 e스포츠 대회를 지켜봤다. 마지막 1명이 남을 때까지 전투를 벌이는 배틀로얄 형식의 슈팅 게임이었다. 바로 <배틀 그라운드>였다. 평상시같으면 그냥 지나쳤을텐데 무엇인가 묘하게 끌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당장 어플을 다운받았다. 무엇이 그렇게 매력적인지를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100명의 전투원이 모이면(개인이 아닌 팀별로 전투를 벌이는 것도 있지만) 비행기가 이륙하고, 각자 지도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곳에 낙하하기 시작한다. 낙하할 땐 모두 맨몸이다. 무기는 오직 주먹 하나뿐이다. 아이템이 많이 있는 곳엔 사람들도 모이는 법. 각자 아이템을 먼저 얻기 위한 사투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아하! 그렇구나. 모두 똑같이 맨손으로 시작한다는 것. 그게 이 게임의 매력포인트 하나다. 생김새는 모두 다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능력치가 다른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면 레벨이 상승하기에 같은 레벨에선 실력차도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게임을 많이 하면 할수록 전투장에 대한 정보가 쌓여 보다 나은 아이템을 빨리 습득할 수 있을 가능성은 높다. 만약 그렇게 정보를 쌓고 실력을 키운다면 레벨이 상승할 가능성이 커진다. 바로 이 부분이 이 게임의 또다른 매력 포인트 하나. 

그리고 어디에 적이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점. 싸움을 할 수 있는 지역은 점차 좁혀진다는 점. 남아있는 숫자가 적어질 수록 전투지역은 좁아져 결국 한 곳으로 모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한 게임이 보통 30분을 넘기지 않는다는 것도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는 장점이 된다. 또한 전투를 좋아하는 유형이라면 밀집지역으로 가서 전투에 치중하고, 생존을 좋아하는 유형이라면 한적한 곳에서 차곡차곡 아이템을 얻는 방법을 취하는 등 각자의 취향에 따라 전술을 달리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이 게임이 매력적인 것은 자신의 취향을 거슬러 생존이 아닌 전투로, 전투가 아닌 생존으로 도전해볼 마음을 갖게 만든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도전을 자극한다는 것이 이 게임의 진정한 매력 포인트 하나다.  

오랜만에 게임을 했더니.... 어라? 꿈속에서도 나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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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3호 태풍 '링링'의 세찬 바람에 비닐하우스가 찢긴 곳이 꽤 생겼을 듯 싶다. 주위의 비닐 하우스에도 구멍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천정이 뻥 뚫려버린 하우스가 눈에 보인다. 대부분 이런 하우스 피해는 조그마한 틈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개미 구멍이 큰 둑을 무너뜨리듯 조그만 바람틈이 하우스를 망가뜨리는 것이다. 

태풍에 대비해 하우스는 바람이 통하지 않도록 문을 꼭꼭 닫고 동여맨다. 하지만 오래된 비닐 탓에 찢어진 곳을 테이프로 보수해 놓은 곳엔 조그마한 틈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번 태풍처럼 거센 바람이 불면 그 틈으로 말미암아 비닐이 찢겨져 나간다. 

맞다. 틈이 있어서는 안된다. 작은 틈이 큰 몸체를 박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라는 존재도 그렇다. '이정도는 뭐~' 하며 지나친 것, '겨우 이쯤이야'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 습관들이 나를 망칠 수 있다. 내가 나로 온전히 서 있으려면 틈이 있어서는 안된다.

 

기계의 부품과 부품이 맞닿는 곳은 유격이 있다. 즉 틈이 있어야 한다. 브레이크를 비롯해 많은 기계의 연결부위들은 각자의 유격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꼭 들어맞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틈과 그 틈을 메워주는 오일로 마찰을 줄이고 작동을 원활하게 만들어준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도 틈이 있어야 한다. 누군가와의 만남에서 꽉 들어맞기를 바라는 것은 타인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소유욕이거나, 내 뜻대로 움직이도록 만들고 싶은 권력욕의 작용이다. 만남은 여유가 있어야 하며, 숨쉴 틈이 있어야 한다. 사람과 일의 만남도 틈이 필요하다. 브레이크 없는 질주는 결국 사고로 파멸로 이어진다. 

 

자기완성은 틈이 없이, 만남은 틈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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