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가 마냥 즐겁기만 하겠는가? 작물이 자라고 꽃이 피고 단풍이 드는 자연의 변화를 가까이서 바라보고 느끼는 행복감 뒤편엔, 모기나 벌레에 뜯기는 아픔이 있다. 여기에 더해 생각만해도 얼굴이 찡그러지는 뱀과도 가끔 마주친다.



집에선 그리 자주 뱀을 마주치진 않지만, 오늘 아침은 아찔했다. 지난 장마와 태풍으로 대추나무 열매가 다 떨어지고 나서는 한동안 찾지 않았던 대추나무 쪽을 둘러볼 때였다. 갑작스레 스르르~ 기어가는 놈을 만났다. 아찔했다. 혹시나 밟았더라면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했을터. 다행히 50센티미터 정도 거리에서 점차 멀어져간다. 


그런데 놈을 바라보고 있자니, 갑자기 기운이 싸~한 느낌이 몰려온다. 우수로에서 뭔가 꿈틀꿈틀 똬리를 틀고 있던 것이 움직이는 것이다. 앞서 도망친 놈은 꽃뱀이었지만, 이번건 독사다. 그런데 양파망을 쳐놓아 들어갈 틈새가 없었을텐데 어떻게 저 안에 들어가 똬리를 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뚜껑을 열고 쫓아보내야 할텐데 전혀 엄두를 못내겠다. 우수로도 한 번 청소해야하는데.... 아무래도 겨울이 되어 뱀들이 겨울잠에 들어가면 시도해야 하겠다. 쌓인 흙을 손으로 거둬내야 하는 일인지라...


갑작스레 뱀을 두 마리나 만나게 되니 신경이 곤두선다. 주위를 살펴보니 뱀이 허물을 벗어놓은 것도 보인다. 발걸음이 뜸하다보니 뱀들이 서식하려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잡다한 것들을 치우고 풀을 뽑아서 주위가 훤히 들여다보이도록 정리를 해야할 성싶다. 


뱀의 독은 생명을 위협한다. 이런 위험성 탓에 뱀을 보면 멀리하려는 본능이 꿈틀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뱀과의 거리두기를 위한 방법을 모색해봐야 하려나 보다. 끔찍한 기분에 계속 휩싸이기 보다는 말이다. 


최근 조두순의 출소가 임박하면서 그가 출소후 가고자 하는 도시가 시끌벅적하다. 시민의 안전과 평온을 위한 정책을 모색하고 실행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혐오와 분노에 휩싸여 감정적으로 큰 에너지를 소모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조두순 뿐만이 아니라 아동성폭행과 같은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예방조치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방책을 세우는 일이 병행되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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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일 21도~28도 태풍 끝자락 오전에 비


9호 태풍 마이삭은 지난번 바비에 비해 확실히 비바람이 거셌다. 



집 뒤에 산줄기의 끝자락이 있어 다행히 큰 바람을 막아준다. 



반면 나무들이 잎을 떨어뜨려 집으로 실려오는 것이 문제다. 데크야 빗자루로 쓸면 되지만 지붕 위에 떨어진 것들은 꼭 처리를 해야한다. 빗물받이의 구멍을 막아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태풍이 다 지나고 나면 사다리를 놓고 지붕 위로 올라가 빗물받이를 깨끗이 청소해야 한다. 



그런데 나뭇잎보다 더 신경쓰이는 것은 벌레들이다. 특히 선녀벌레다. 숲에 숨어있던 선녀벌레들이 태풍을 피해 집 벽에 다닥다닥 붙어있다. 이 벌레들은 바람이 잠잠해지면 또 숲으로 들어갈 것이다. 이렇게 숨어있다 주변에 복숭아 나무나 과수를 비롯해 다양한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숲으로 도망가는 것이다. 선녀벌레에게 숲은 일종의 주둔지인 셈이다. 

숲과 밭이 생태계의 흐름이 끊기지 않고 이어져 있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대부분의 과수원이나 밭은 제초제와 농약으로 먹이그물을 끊어놓고 있기에, 숲으로 피신한 벌레들이 피해의 주범이 되는 것이다. 농사를 짓되 생태계와 어우러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농사가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랬을 때만이 화석연료의 도움없이 지속가능한 농사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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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장기간 이어진 장마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많은 피해를 입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정밀한 점검을 필요케 만드는 논쟁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또한 지금과 같은 집중호우와는 맞지 않을듯한 기존의 댐 방류 기준에 대한 문제점도 제시됐다. 


한편 이번 장마가 준 피해 중 상당부분은 산사태이다. 어떤 이들은 무분별한 태양광 사업이 산사태를 불러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태양광이 불러온 산사태는 채 1~2%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근본적인 것은 산이 물을 머금은 후 내뱉을 시간적 여유도 없이 쏟아진 비일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론 이번 장맛비가 준 피해 중 가장 안타까운 것 중 하나는 황톳물이다. 재난방송에 비쳐진 물줄기들은 죄다 누런빛이다. 빗물에 흙이 쓸려간 것이다. 워낙 많은 비가 쏟아졌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다. 흙 1cm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100~250년 정도가 걸린다. 전국 곳곳의 황톳물은 수백년의 세월을 걷어간 것이다. 


황톳물의 주된 원인은 맨땅이다. 벌거벗은 땅은 물에 쉽게 쓸려간다. 벌목한 산과 갈아버린 밭의 맨흙들은 비와 바람에 취약하다. 고대문명 몰락의 원인을 바라보는 시선 중에는 무분별한 개간으로 인한 겉흙의 소실로 식량이 부족해진 것을 드는 주장도 있다. 흙은 맨살을 드러내서는 안되는 것이다. 


생명의 어머니라고 부르는 흙이지만 정작 흙을 살리고 보호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황톳물 속 떠내려간 흙이 안타깝다. 흙없이 생명이, 인간이 살아갈 수 있을까. 물 속에서 흙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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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장맛비에 풀만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밭에는 들어갈 생각도 않는다. 다만 진입로에 돌을 깔아놓은 곳에서조차 풀이 허리춤까지 자라올라 비가 잠깐 잠깐 멈출 때 풀을 뽑고 있다. 


풀도 어렸을 적에 뽑는게 편하다. 풀이 자라 뿌리가 깊게 박히기 시작하면 두 손으로 잡아당겨도 좀처럼 뽑히지 않는다. 무릎과 허리에 반동을 써가며 잡아채도 꿈쩍않는 풀들도 있다. 


습관이라는 것도 그렇다. 습관이 형성되는 초기엔 조금만 노력해도 바꿀 수가 있다. 하지만 습관이 굳어지기 시작하면 좀처럼 바꾸는 게 쉽지않다. 소위 까르마라고 하는 업도 그렇다. 쌓이고 쌓여서 이루어진 것인만큼 쉽게 변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풀은 잡아채고 잡아채면 결국은 뽑힌다. 정 안되면 호미라도 동원하면 된다. 굳어진 습관이나 업도 그렇다. 영 바뀔것 같지 않아보여도, 멈추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정진하면 결국엔 바뀌기 마련이다. 다만 끊임없이 행한다는 것이 어려울 따름이다. 이것또한 스스로의 결의가 중요하다. 마지못해, 강요에 의해서는 여러가지 핑계를 대어 그만두기 마련이다. 스스로, 자발적으로, 마음을 낸다면, 결국은 변하는 것이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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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의 계절이 돌아왔다. 복숭아밭에서는 잘 익은 복숭아를 따느라 손길이 바쁘다. 지난해부터 맛있는 복숭아를 실컫 먹고 있다. 하지만 한 번도 사서 먹은 적은 없다. 집 옆의 복숭아밭에서 나온 파치 덕분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집옆 복숭아 과수원의 할아버지가 손짓으로 부르신다. 파치를 가져가라는 거다. 한 번 주실 때마다 거의 50개 가량은 된다. 집에서 다 먹을 수 없을 정도라 파치로 받은 복숭아를 다시 주위 사람들과 나눠 먹는다. 


과수든 과채든 엽채든 작물을 키우다보면 파치가 나온다. 벌레가 먹은 흔적이 있다거나 흠집이 나거나 못생겼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이 찾지않기에 시장에 나갈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파치는 겉모습만 흉할(?) 뿐 맛은 다르지않다. 충분히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파치의 비율은 대충 10~30% 정도. 이 파치의 비율을 줄이는 것이 농사의 고급 기술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파치는 대부분 버려진다. 다행히 농장의 과수원이나 밭에 버려지면 퇴비의 역할이라도 하지만, 중간 유통과정에서 버려지면 쓰레기가 되어버린다. 전 지구적으로 생각해보면 이 파치만 잘 활용할 수 있어도 식량부족은 거뜬히 해결된다. 물론 이것을 어떻게 공급, 보급하느냐는 정치적, 경제적 문제와 얽혀 쉽진 않겠지만 말이다. 


여름 내내 집옆 과수원의 복숭아를 실컫 얻어먹는다. 복숭아를 받아 온 박스 안에 두유나 주스, 때론 시원한 참외나 수박을 넣어서 돌려드린다. 가끔은 복숭아를 사 먹는 것보다 비싼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함께 나누어 먹는 마음이 훨씬 값지다. 올 여름에도 상처난 복숭아의 달콤함으로 더위를 이겨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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