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목요일 20일은 대한입니다. 24절기 가운데 마지막 절기로 대한이 지나면 봄을 알리는 입춘이 찾아오죠. 대한(大寒)은 한자 그대로만 보면 소한(小寒)보다 훨씬 추울 듯하지만, 실제 우리나라 날씨에선 소한 무렵이 가장 춥습니다. “소한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니까요. 그래서인지 지난주 추위는 가히 소한 추위라 할 수 있을 듯 매우 추웠습니다.

 

그런데 이런 추위의 절정에도 녹색빛을 잃지 않는 풀들이 있습니다. 이런 풀들은 늦가을에 싹을 틔워 겨울을 견뎌내고 봄에 재빨리 자라는 방식을 취합니다. 봄에 싹이 나서 자라는 것들보다 일찍 자람으로써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있는 것이죠. 다만 혹독한 겨울을 나야 하는 힘겨움을 무릅써야 합니다. 그래서 겨울을 나는 풀들은 잎을 ‘로제트’라는 형태로 취합니다. 짧은 줄기에 여러 잎이 밀접해 땅에 바싹 엎드려 둥근 형상을 띠는 것이죠. 그 모습이 마치 장미꽃의 형태를 닮았다 하여 로제트라고 불리웁니다. 


로제트 상태 모습. 다육식물의 경우에도 로제트 상태로 자라는 종류가 많다.     사진 픽사베이



이런 로제트 상태의 식물은 줄기나 잎에 영양분을 가득 저장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맘때 먹을 수 있는 풀들은 맛은 물론 영양도 좋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냉이, 시금치, 민들레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보통 봄나물로 알려진 냉이의 경우에도 지금 이 시기 겨울 바람을 맞고 자라 맛이 좋습니다. 게다가 냉이는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물로, 겨울을 이겨내는 힘을 줍니다. 서양에서는 요리로 쓰기 보다는 약재로 활용할 정도로 약성도 뛰어난 허브로 여깁니다. 겨울을 이겨낸 냉이는 물론이거니와 겨울바람을 맞으며 자란 시금치 등을 먹고, 올 한 해도 건강하게 힘을 내 보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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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이 저물어간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은 힘든 시기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서로 손을 잡고 안아줄 수 없다는 것이 이토록 마음 아픈 일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기도 했다. 식구(食口)라는 말처럼 함께 모여 음식을 먹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다시 알게 되었다. 노리나 허츠는 팬데믹 이후 가장 위험한 위기는 ‘외로움’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공중보건위생국장을 지낸 비백 머시는 “외로움은 하루 15개비 담배만큼 해롭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고, 격리되는 생활이 지속되다 보니 외로움에 익숙해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움’이란 연결에 대한 욕망일 것이다.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고자 하는 것도 다시 한 번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자 하는 마음일 것이다. 


이런 연결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자연, 모든 생명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는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는 이런 모든 연결을 끊어 놓을 것이다. 우리가 외롭지 않기 위해서는 지구를 그만 괴롭혀야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친환경 농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부터 벌레까지 생태계를 이루는 뭇생명들을 존중하는 농사다. 이런 마음으로 일상을 가꾸어 가고 싶다. 코로나19 이후 닥쳐올 외로움이라는 위기도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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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초에 된 서리가 내렸다. 평년보다 최소 열흘에서 보름 정도는 일찍 찾아온 탓에 아직 거두지 못했던 작물들이 모두 피해를 보았다. 밭을 휘~ 둘러보니 맷돌호박 서너 개가 멀쩡해 보였다. 아직 다 익지 않아서 따지 못했던 것인데, 하는 수 없이 이것이라도 건지기 위해서 꼭지를 땄다. 


수확한 맷돌호박을 집 안에 들여놓았다. 지금 상태로도 찌개 등에 넣어 요리해 먹을 수 있지만, 좀 더 후숙시킬 생각이었다. 그렇게 한 달 여가 지나, 맷돌호박이 노랗게 익어갔다. 그런데 어디선가 큼큼한 냄새가 난다. 

아뿔싸! 맷돌호박 하나에서 물이 줄줄 흘러나와 있다. 곪은 것이다.



겉으론 멀쩡해 보였지만 된서리를 맞고 곪아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용케 버티다가 점점 호박이 익어가면서 끝내 터져버린 것이다. 눈밭에 터진 호박을 던져놓으니 껍질이 깨지면서 물이 줄줄 흐른다.


올해는 처음으로 위내시경을 받았다. 계속 조영술만 받다가 몸이 불편해서 이번에 내시경을 받은 것이다. 처음 받는 내시경이 거북하고 아픈 탓에 눈물까지 찔끔.ㅜㅜ 다음에 또 받으라고 하면 살짝 겁이 날 지경이다. 아무튼 내시경을 받은 후 위 사진을 들여다보니 주름이 잡히고 핏줄이 터진 부분이 보인다. 위축성 위염이란다. 내시경을 하면서 조직을 떼어내 조직 검사를 맡겼다. 다행히 헬리코박터균은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 우리 몸 속을 들여다볼 수 없으니 상처가 있는지, 건강한 지를 알 수가 없다. 꼭 몸 만이 아닐 것이다. 마음도 마찬가지.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없으니,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속이 뭉그러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버티다 버티다 끝내 곪아 터진 맷돌호박처럼 말이다. 그러니 겉으로 괜찮아 보일지언정, 함부로 된서리 같은 대접을 하는 건 위험해 보인다. 타인에게 친절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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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2-22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타인에게 친절해야 하는 이유 공감되어요.

하루살이 2021-12-23 09:45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고맙습니다.
뭐니뭐니해도 건강이 최고죠!^^
 

이 맘 때쯤이면 몸이 아파온다. 매년 겪는 일이지만 올해는 더 심하다. '차라리...'라며 별의 별 생각을 갖게 만든다. '인생은 고해'라고 하는데, 몸이 주는 고통으로 말미암은 정신적 고통이 내가 인생의 한 복판에 있음을 실감케 한다. 그야말로 고통은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그 살아있음은 온전히 홀로 느껴진다. 


거울신경세포의 유무와 상관없이 인간은 공감의 능력을 바탕으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해가며 살아왔다. 감정은 이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지극히 중요한 요소라 여겨진다. 나 혼자 있으면서 슬퍼할 이유가 있겠는가. 나 혼자서 기뻐 날 뛸 필요가 있을까. 그런데 고통은 어떠한가. 물론 타인의 고통을 감지하면, 그 고통을 덜어내고자 하는 연민의 감정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타인의 감지 여부를 떠나 고통은 온전히 자기만의 것이다. 고통을 짊어지고 가야 할 사람은 자기 자신 이외 아무도 없는 것이다. 


우리는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를 희망한다. 불교의 깨우침은 고통의 소멸이라 생각한다.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이 지옥 속을 나는 왜 이리 되풀이하는 것일까. 그 고통이 가르치는 것을 배우지 못하는 것일까. 무엇인가가 잘못되었음을 말해주는 신호. 고통! 올해는 기필코 고통으로부터 배움을 얻어 깨우침의 근처라도 서성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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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유혹이다. 벌과 나비를 비롯해 자신의 꽃가루를 수정시켜줄 생물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화려한 색을 자랑하거나 향긋한 냄새를 풍긴다. 

그렇기에 자가수분을 하는 식물들은 궂이 꽃을 화려하게 피어낼 이유가 없다. 아니, 꽃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수수한 꽃의 백미는 벼꽃이다. 



마치 하얀 가루가 묻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 벼꽃의 수술이다. 암술은 벼 껍질 안에 있다. 벼꽃은 단 하루만 핀다. 그것도 주로 10시~2시 사이에. 한 볏대의 이삭 전체에서 꽃이 피는 기간은 3~5일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벼꽃을 구경하기는 힘들다. 


이 벼꽃이 자가수분을 통해 수정이 된 것이 쌀이 되어 우리 밥상에 오른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쌀 하나하나가 모두 꽃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한 끼 식사를 통해 그 많은 꽃들을 삼킨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꽃이다. 


우리의 생명을 지켜내는 그 꽃들이 논에서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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