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봄 내린 비와 눈 덕분에 해갈이 됐지만, 올 겨울은 가뭄이 극심했다.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잦았고, 강원도 지역에선 대형 산불이 100시간 넘게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가뭄을 이겨내고 들녘 곳곳에 냉이가 지천이다. 여린 냉이를 하나 뽑아봤더니 뿌리가 길다. 한 뼘 이상 두 뼘 넘어 자란 것도 많다. 땅이 가문 탓에 물을 찾아 뿌리를 깊게 내렸을 터이다. 이렇게 길게 내린 뿌리 덕에 가뭄을 이겨내고 냉이향을 뽐내고 있다. 반면 가뭄을 이겨내지 못한 것들은 그대로 시들어 죽었을 거다. 


우리가 감당해낼 수 있는 시련은 흔들리지 않는 삶을 굳건하게 이어갈 뿌리를 땅에 박게 만들며, 결국 그 향을 드러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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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날마다 걷거나 뛰는 둑방길에 갯버들이 피기 시작했다. 요즘 걷기나 달리기 할 때는 온통 몸에 신경을 쓴다. 그래서 주위에 변화를 쉽게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산책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걸었다. 그야말로 느긋하게 말이다.



그러다 보니 둑방길에 자주색이라 해야 할지 핑크색이라 해야할 지 모를 꽃이 피어나는 갯버들을 발견했다. 아직도 회색빛이 주를 이루는 풍경에서 조그만 변화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천천히 가면 잘 보인다. 


아무튼 그래, 어제 오늘 내린 비는 봄비인거야. 비야 겨울비든 봄비든 상관하지 않겠지만, 우리는 비에 이름을 붙인다. 이름이 붙여진 비는 그냥 비와 달리 우리 마음에 파동을 일으킨다. 저 많은 노래들 중 '봄비'를 노래한 것들도 많다. 대부분 이별이나 슬픔, 쓸쓸함을 노래하고 있다. 아마도 화창하다 여겨지는 봄에 햇살 대신 새까만 구름과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대조되어 더욱 그럴 것이다. 


아직 차가운 공기와 회색빛 하늘이 주위를 감싸고 있을 땐 장사익의 '봄비'를 들으며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제 머지않아 눈물 같은 봄비를 맞고 수많은 꽃들이 활짝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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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을 따지는 것은 인간 만은 아닐 것이다. 특히 인간의 뇌는 효율에 목숨을 걸고 있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듯하다. 인간 개체를 구성하면서 몸무게의 2%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에너지의 20%를 쓰다보니,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여러가지 대책을 세운다. 그 중 하나는 생존과 관련된 일이 아닐 경우 최대한 움직이지 않는 것. 뇌의 이런 효율성이 현대인의 비만을 가져오는 아이러니가 됐다. 


꽃도 효율성 측면에서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최근 이스라엘 연구자들이 발표한 것에 따르면, 꿀벌의 날갯소리를 들으면 꽃이 꿀을 20% 정도 더 달게 내놓는다는 것이다. 더 달콤한 꿀을 하루 24시간 내놓으면 될 성 싶지만, 일단 그러기 위해선 에너지 소비가 더 늘어나야만 하고, 이렇게 더 단 꿀은 다른 벌레들을 유인하면서 해를 입을 가능성도 커진다. 그렇기에 벌의 날갯소리에 반응해서 그때만 20% 더 달콤한 꿀을 내놓는 것이다. 


하지만 자연이라고 해서 효율만을 중시하는 것은 아니다. 지극히 비효율적인 대표적 사례가 바로 기린의 목이다. 뤼트허르 브레흐만이 쓴 [휴먼 카인드]라는 책에서는 진화가 결코 적자생존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며 들고 있는 예가 바로 기린의 목이다. 자연은 적자가 아니라,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품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으로 읽혀진다.



3월 초 이맘 때는 중부지역에선 아직 꽃을 찾아볼 수 없다. 겨울을 난 꿀벌들이 슬슬 활동을 시작할 때인데, 꽃이 없을 때 뭘 먹을지 궁금하다. 양봉을 하는 이들은 먹이가 없을 때 설탕물을 먹이로 제공하지만, 일반 벌들은 어떻게 지금의 시기를 이겨낼까. 여전히 벌집 안에 머무르는 것을 택할까. 만약 집 안에 겨울을 나며 먹을 꿀이 다 떨어졌다면.... 


꿀벌들이 발효가 된 달짝지근한 쌀겨 냄새를 맡고 날아왔다. 수 십 마리가 윙 윙 대니 정말 봄이 찾아온 것 같다. 이 꿀벌들은 과연 꽃보다 더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다는 효율성 때문에 이렇게 찾아온 것일까. 아니면, 그저 먹을 거리가 생겨났다는 흥분으로 찾아온 것일까. 문득 최대한 몸을 움직이지 말라고 하는 뇌의 지시에 홀딱 넘어가는 몸뚱아리와 올 봄 처음으로 마주한 꿀벌을 보며 효율적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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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목요일 20일은 대한입니다. 24절기 가운데 마지막 절기로 대한이 지나면 봄을 알리는 입춘이 찾아오죠. 대한(大寒)은 한자 그대로만 보면 소한(小寒)보다 훨씬 추울 듯하지만, 실제 우리나라 날씨에선 소한 무렵이 가장 춥습니다. “소한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니까요. 그래서인지 지난주 추위는 가히 소한 추위라 할 수 있을 듯 매우 추웠습니다.

 

그런데 이런 추위의 절정에도 녹색빛을 잃지 않는 풀들이 있습니다. 이런 풀들은 늦가을에 싹을 틔워 겨울을 견뎌내고 봄에 재빨리 자라는 방식을 취합니다. 봄에 싹이 나서 자라는 것들보다 일찍 자람으로써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있는 것이죠. 다만 혹독한 겨울을 나야 하는 힘겨움을 무릅써야 합니다. 그래서 겨울을 나는 풀들은 잎을 ‘로제트’라는 형태로 취합니다. 짧은 줄기에 여러 잎이 밀접해 땅에 바싹 엎드려 둥근 형상을 띠는 것이죠. 그 모습이 마치 장미꽃의 형태를 닮았다 하여 로제트라고 불리웁니다. 


로제트 상태 모습. 다육식물의 경우에도 로제트 상태로 자라는 종류가 많다.     사진 픽사베이



이런 로제트 상태의 식물은 줄기나 잎에 영양분을 가득 저장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맘때 먹을 수 있는 풀들은 맛은 물론 영양도 좋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냉이, 시금치, 민들레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보통 봄나물로 알려진 냉이의 경우에도 지금 이 시기 겨울 바람을 맞고 자라 맛이 좋습니다. 게다가 냉이는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물로, 겨울을 이겨내는 힘을 줍니다. 서양에서는 요리로 쓰기 보다는 약재로 활용할 정도로 약성도 뛰어난 허브로 여깁니다. 겨울을 이겨낸 냉이는 물론이거니와 겨울바람을 맞으며 자란 시금치 등을 먹고, 올 한 해도 건강하게 힘을 내 보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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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이 저물어간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은 힘든 시기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서로 손을 잡고 안아줄 수 없다는 것이 이토록 마음 아픈 일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기도 했다. 식구(食口)라는 말처럼 함께 모여 음식을 먹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다시 알게 되었다. 노리나 허츠는 팬데믹 이후 가장 위험한 위기는 ‘외로움’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공중보건위생국장을 지낸 비백 머시는 “외로움은 하루 15개비 담배만큼 해롭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고, 격리되는 생활이 지속되다 보니 외로움에 익숙해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리움’이란 연결에 대한 욕망일 것이다.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 일상을 회복하고자 하는 것도 다시 한 번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자 하는 마음일 것이다. 


이런 연결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자연, 모든 생명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하는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는 이런 모든 연결을 끊어 놓을 것이다. 우리가 외롭지 않기 위해서는 지구를 그만 괴롭혀야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친환경 농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부터 벌레까지 생태계를 이루는 뭇생명들을 존중하는 농사다. 이런 마음으로 일상을 가꾸어 가고 싶다. 코로나19 이후 닥쳐올 외로움이라는 위기도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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