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었던 흙이 다 녹았다. 한껏 부풀어 올랐다. 흙의 봄 기운은 꽤나 세다. 묵직한 돌덩어리도 움직일 기세다. 



지난 봄에 정비했던 돌계단이 또 기우뚱 거린다. 잘못 내디뎠다간 내뒹굴어질 판이다. 흙을 다시 평평하게 고르고 돌을 놓았다. 올 한 해도 잘 견뎌주기를 바란다. 



처마의 물 배수로도 정비했다. 비가 오면 항상 물이 뚝뚝 떨어지는 곳이다. 강력 테이프로 붙여보고, 실리콘을 발라보기도 했는데, 빈 틈을 메우지 못했다. 최근 알게 된 방수 테이프를 구입해서 한 번 붙여보았다. 빗물이 떨어지는 일을 막아주면 좋겠다. 빗물이 너무 많이 떨어지는 통에 바닥의 흙이 패이고, 항상 젖어서 집을 받치는 콘크리트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해왔다. 이번 시도가 해결책이 되어서 이런 걱정을 말끔히 없애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초봄 내린 비와 눈 덕분에 해갈이 됐지만, 올 겨울은 가뭄이 극심했다.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잦았고, 강원도 지역에선 대형 산불이 100시간 넘게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가뭄을 이겨내고 들녘 곳곳에 냉이가 지천이다. 여린 냉이를 하나 뽑아봤더니 뿌리가 길다. 한 뼘 이상 두 뼘 넘어 자란 것도 많다. 땅이 가문 탓에 물을 찾아 뿌리를 깊게 내렸을 터이다. 이렇게 길게 내린 뿌리 덕에 가뭄을 이겨내고 냉이향을 뽐내고 있다. 반면 가뭄을 이겨내지 못한 것들은 그대로 시들어 죽었을 거다. 


우리가 감당해낼 수 있는 시련은 흔들리지 않는 삶을 굳건하게 이어갈 뿌리를 땅에 박게 만들며, 결국 그 향을 드러나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거의 날마다 걷거나 뛰는 둑방길에 갯버들이 피기 시작했다. 요즘 걷기나 달리기 할 때는 온통 몸에 신경을 쓴다. 그래서 주위에 변화를 쉽게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산책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걸었다. 그야말로 느긋하게 말이다.



그러다 보니 둑방길에 자주색이라 해야 할지 핑크색이라 해야할 지 모를 꽃이 피어나는 갯버들을 발견했다. 아직도 회색빛이 주를 이루는 풍경에서 조그만 변화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천천히 가면 잘 보인다. 


아무튼 그래, 어제 오늘 내린 비는 봄비인거야. 비야 겨울비든 봄비든 상관하지 않겠지만, 우리는 비에 이름을 붙인다. 이름이 붙여진 비는 그냥 비와 달리 우리 마음에 파동을 일으킨다. 저 많은 노래들 중 '봄비'를 노래한 것들도 많다. 대부분 이별이나 슬픔, 쓸쓸함을 노래하고 있다. 아마도 화창하다 여겨지는 봄에 햇살 대신 새까만 구름과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대조되어 더욱 그럴 것이다. 


아직 차가운 공기와 회색빛 하늘이 주위를 감싸고 있을 땐 장사익의 '봄비'를 들으며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제 머지않아 눈물 같은 봄비를 맞고 수많은 꽃들이 활짝 피어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효율을 따지는 것은 인간 만은 아닐 것이다. 특히 인간의 뇌는 효율에 목숨을 걸고 있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듯하다. 인간 개체를 구성하면서 몸무게의 2%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에너지의 20%를 쓰다보니,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여러가지 대책을 세운다. 그 중 하나는 생존과 관련된 일이 아닐 경우 최대한 움직이지 않는 것. 뇌의 이런 효율성이 현대인의 비만을 가져오는 아이러니가 됐다. 


꽃도 효율성 측면에서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최근 이스라엘 연구자들이 발표한 것에 따르면, 꿀벌의 날갯소리를 들으면 꽃이 꿀을 20% 정도 더 달게 내놓는다는 것이다. 더 달콤한 꿀을 하루 24시간 내놓으면 될 성 싶지만, 일단 그러기 위해선 에너지 소비가 더 늘어나야만 하고, 이렇게 더 단 꿀은 다른 벌레들을 유인하면서 해를 입을 가능성도 커진다. 그렇기에 벌의 날갯소리에 반응해서 그때만 20% 더 달콤한 꿀을 내놓는 것이다. 


하지만 자연이라고 해서 효율만을 중시하는 것은 아니다. 지극히 비효율적인 대표적 사례가 바로 기린의 목이다. 뤼트허르 브레흐만이 쓴 [휴먼 카인드]라는 책에서는 진화가 결코 적자생존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며 들고 있는 예가 바로 기린의 목이다. 자연은 적자가 아니라,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들을 품는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으로 읽혀진다.



3월 초 이맘 때는 중부지역에선 아직 꽃을 찾아볼 수 없다. 겨울을 난 꿀벌들이 슬슬 활동을 시작할 때인데, 꽃이 없을 때 뭘 먹을지 궁금하다. 양봉을 하는 이들은 먹이가 없을 때 설탕물을 먹이로 제공하지만, 일반 벌들은 어떻게 지금의 시기를 이겨낼까. 여전히 벌집 안에 머무르는 것을 택할까. 만약 집 안에 겨울을 나며 먹을 꿀이 다 떨어졌다면.... 


꿀벌들이 발효가 된 달짝지근한 쌀겨 냄새를 맡고 날아왔다. 수 십 마리가 윙 윙 대니 정말 봄이 찾아온 것 같다. 이 꿀벌들은 과연 꽃보다 더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다는 효율성 때문에 이렇게 찾아온 것일까. 아니면, 그저 먹을 거리가 생겨났다는 흥분으로 찾아온 것일까. 문득 최대한 몸을 움직이지 말라고 하는 뇌의 지시에 홀딱 넘어가는 몸뚱아리와 올 봄 처음으로 마주한 꿀벌을 보며 효율적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번주 목요일 20일은 대한입니다. 24절기 가운데 마지막 절기로 대한이 지나면 봄을 알리는 입춘이 찾아오죠. 대한(大寒)은 한자 그대로만 보면 소한(小寒)보다 훨씬 추울 듯하지만, 실제 우리나라 날씨에선 소한 무렵이 가장 춥습니다. “소한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이니까요. 그래서인지 지난주 추위는 가히 소한 추위라 할 수 있을 듯 매우 추웠습니다.

 

그런데 이런 추위의 절정에도 녹색빛을 잃지 않는 풀들이 있습니다. 이런 풀들은 늦가을에 싹을 틔워 겨울을 견뎌내고 봄에 재빨리 자라는 방식을 취합니다. 봄에 싹이 나서 자라는 것들보다 일찍 자람으로써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있는 것이죠. 다만 혹독한 겨울을 나야 하는 힘겨움을 무릅써야 합니다. 그래서 겨울을 나는 풀들은 잎을 ‘로제트’라는 형태로 취합니다. 짧은 줄기에 여러 잎이 밀접해 땅에 바싹 엎드려 둥근 형상을 띠는 것이죠. 그 모습이 마치 장미꽃의 형태를 닮았다 하여 로제트라고 불리웁니다. 


로제트 상태 모습. 다육식물의 경우에도 로제트 상태로 자라는 종류가 많다.     사진 픽사베이



이런 로제트 상태의 식물은 줄기나 잎에 영양분을 가득 저장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맘때 먹을 수 있는 풀들은 맛은 물론 영양도 좋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냉이, 시금치, 민들레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보통 봄나물로 알려진 냉이의 경우에도 지금 이 시기 겨울 바람을 맞고 자라 맛이 좋습니다. 게다가 냉이는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물로, 겨울을 이겨내는 힘을 줍니다. 서양에서는 요리로 쓰기 보다는 약재로 활용할 정도로 약성도 뛰어난 허브로 여깁니다. 겨울을 이겨낸 냉이는 물론이거니와 겨울바람을 맞으며 자란 시금치 등을 먹고, 올 한 해도 건강하게 힘을 내 보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