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UN이 정한 '콩의 해'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영양가 높은 곡물'이 슬로건이다. 다 시우바(José Graziano da Silva) FAO 사무총장은 "콩은 세계 많은 사람들의 식량안보에 중요한 곡물이다. 특히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에서 영양 곡물로 널리 이용되고 있으며, 소작농에게 커다란 희망이 되고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반기문 UN사무총장도 "콩은 여전히 인류에게 중요한 작물이며 특히 질소를 고정해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콩과 함께 풍요로운 미래를 열어 가자"고 말했다.
우리나라 콩의 자급률은 11.3%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과잉생산이라고 난리다. 농식품부가 포장두부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대기업이 국산콩을 사지 않으면서 벌어진 일이라고도 한다. 더 이상 사업을 확장할 수 없는 대기업이 판매가격이 낮고 수익성도 좋은 수입 콩 두부시장에 치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일부 콩 생산농가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해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과잉생산(?)된 콩 탓에 수매가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아예 수매 자체를 꺼리기도 한다. 재고가 쌓여있기 때문이란다. 소작농의 희망이라고 말하는 콩도 자본주의의 시장 안에서는 절망이다. 질소를 고정하는 성질 덕분에 친환경농사를 짓는데도 큰 도움을 주는 콩이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 땅에서는 자라지 못할지도 모른다. 콩의 원산지이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콩을 먹던 한반도가 알콩달콩 맛있는 콩맛을 잃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수입되는 콩의 대부분은 사료용으로 개량된 것들이다. 콩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비지를 사료로 쓰기 위해 키운 것들이라 기존 콩에 비해 지방 성분이 3% 정도 많다고 한다. 이 콩으로 된장을 담그면 우리가 갖고 있던 그 깊은 맛을 담아낼 수 있을까. 우리가 키우든 말든 싼 가격으로 먹을 수만 있다면 괜찮은 일일까. 만약 기후변화로 콩값이 천정부지가 된다면 고기 값도 덩달아 뛸 것이다. 그러면 값싸게 충족시킬 수 있었던 단백질을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땅짐승과 날짐승, 사람이 나누어 먹자고 콩 세 알을 심던 농부의 마음이 사라져가는 팍팍한 세상이다. 콩이 희망이자 풍요로운 미래가 되기 위해선 콩만으로는 안되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