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3호 태풍 '링링'의 세찬 바람에 비닐하우스가 찢긴 곳이 꽤 생겼을 듯 싶다. 주위의 비닐 하우스에도 구멍 정도가 아니라 그야말로 천정이 뻥 뚫려버린 하우스가 눈에 보인다. 대부분 이런 하우스 피해는 조그마한 틈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개미 구멍이 큰 둑을 무너뜨리듯 조그만 바람틈이 하우스를 망가뜨리는 것이다. 

태풍에 대비해 하우스는 바람이 통하지 않도록 문을 꼭꼭 닫고 동여맨다. 하지만 오래된 비닐 탓에 찢어진 곳을 테이프로 보수해 놓은 곳엔 조그마한 틈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번 태풍처럼 거센 바람이 불면 그 틈으로 말미암아 비닐이 찢겨져 나간다. 

맞다. 틈이 있어서는 안된다. 작은 틈이 큰 몸체를 박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라는 존재도 그렇다. '이정도는 뭐~' 하며 지나친 것, '겨우 이쯤이야'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 습관들이 나를 망칠 수 있다. 내가 나로 온전히 서 있으려면 틈이 있어서는 안된다.

 

기계의 부품과 부품이 맞닿는 곳은 유격이 있다. 즉 틈이 있어야 한다. 브레이크를 비롯해 많은 기계의 연결부위들은 각자의 유격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꼭 들어맞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틈과 그 틈을 메워주는 오일로 마찰을 줄이고 작동을 원활하게 만들어준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도 틈이 있어야 한다. 누군가와의 만남에서 꽉 들어맞기를 바라는 것은 타인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소유욕이거나, 내 뜻대로 움직이도록 만들고 싶은 권력욕의 작용이다. 만남은 여유가 있어야 하며, 숨쉴 틈이 있어야 한다. 사람과 일의 만남도 틈이 필요하다. 브레이크 없는 질주는 결국 사고로 파멸로 이어진다. 

 

자기완성은 틈이 없이, 만남은 틈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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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강타한다는 일기예보에 농촌의 논과 밭은 초비상이다. 가능한한 모든 인력을 총동원해 강풍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골 읍내 인력회사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이 논과 밭, 하우스에서 일을 하고 있다. 미리 사람을 예약하지 못한 농가는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을 정도다. 

 

태풍이 오기 하루 전인 오늘은 그야말로 태풍전야라 할 만큼 고요하다. 만약 뒷북에 잦은 오보라 하더라도 일기예보가 없었다면 내일 태풍이 한반도에 몰아칠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날씨다. 날씨에 아주 민감한 사람이라면 공기의 변화와 주위 동물들의 움직임을 통해 태풍을 예측할 수 있을련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위성사진 등을 통해 태풍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요즘은 어찌됐든 예측이라는 것을 한다. 그리고 예측은 예측이 맞았다 틀렸다를 논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예측을 통해 벌어질 수 있는 일을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서 행해진다. 태풍을 예고했는데, 태풍이 오든말든 아무 상관없이 대비를 하지 않는다면 예측은 그야말로 놀이나 장난, 소일거리에 불과한 일이 될 것이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행동으로 그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여보고자 하는 것이 예측의 목적일 터이다.

 

우리가 운명을 알고 싶어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점을 보거나 사주를 찾는 것은 앞으로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알고, 나쁜 일에 대해선 만반의 태세를 갖추기 위해서인 것처럼 말이다. 꼭 점이나 사주가 아니라 과학적 예측도 많다. 미래학자들이 말하는 미래 사회의 모습, 앞으로 사라지거나 새로 생겨날 직업에 대한 이야기, 미래 건강과 평균수명 등등. 이 모두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대처를 위한 것들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무엇일까를 살피고 고민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 커질수록 더 그럴 것이다. 지금 이곳에서의 충실한 삶을 잃어버릴 정도로 말이다. 아마도 그래서 미래를 예측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따로 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중요한 것은 불안하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일일 터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은 불안을 씻어줄 도구에 그쳐야지, 그것이 현재의 삶을 흔드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예고된 태풍에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큰 피해없이 지나가기를 희망해본다. 우린 또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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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PYz3dNqOuMI

정수기엔 온수와 냉수가 따로 있다.
한쪽은 뜨겁게 한쪽은 차갑게 물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에너지를 쓰고 있는 것이다.

 

사람도 냉정과 열정이 있다.
냉정과 열정 사이를 자주 오고가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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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뒤에서 야구방망이로 종아리를 때리는 듯한 충격이 전해졌다. 뒤를 돌아봤다.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럼 도대체...

왼발을 들어 한 걸음 올리려는데 극심한 통증과 함께 전혀 힘을 주지 못하겠다. 어라? 순간 불길한 예감이 스쳐갔다.

병원에 가보니 종아리 근육 파열.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할까. 운전은 하라고 왼발을 다쳤나보다 생각한다. 회복은 하라고 완전파열이 아닌 부분파열. 그래도 한 달 가까이 절뚝거릴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그나마 얼굴에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건 딸내미의 종이 카네이션 ^^

앞으로도 원하는 것 많이 해달라는 뜻으로 이해할련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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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속에 온 우주가 담겨있다.

 

 

쉼 속에 온 평화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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