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외계인과의 만남. SF가 갖는 상상력. 하지만 혹시 화려한 액션을 원한다면 다른 영화를 찾아보는 것이 낫겠다.
지구에 찾아온 12개의 쉘, 전 세계에 퍼져있지만 어떤 원리를 찾진 못한다. 그리고 그들이 보내는 신호. 18시간마다 만남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들은 왜 지구에 왔을까. 영화는 언어학자 루이스와 물리학자 이안이 그 이유를 밝히는 과정을 보여준다. 쉘의 웅장한 모습, 사람 손을 닮은듯한 특이한 모습의 외계인들. 그리고 그들이 전하는 언어의 형상 등은 시각적 흥미를 끌지만, 화려한 볼거리를 풍성하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2. <인터스텔라>를 좋아한 사람이라면 추천할 만한 영화.
뭐, 인터스텔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 영화도 혹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두렵지만, 그래도 그런 과학적 설명을 좋아한다면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겠다. 시간은 선형이 아니라는 것. 그것은 인터스텔라에서 시각적으로 훌륭하게 표현해낸 상대성 원리와 얽혀 있다. 그런데 도대체가 과거, 현재, 미래라는 선형적 관념으로 시간을 바라보는 사람에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물론 그 선이 흘러가는 속도가 달라지는 것은 경험할 수 있지만 그 흐름마저 일정한 방향이 아니라 바뀔 수 있다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 공상이라 여겨지기에.
3. 우리는 어떻게 소통하는가. 혹시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무척 재미있는 영화.
소통이라는 단어는 이 시대 화두가 됐다. 마치 모든 문제의 원인은 소통의 부재로부터 빚어지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다. 물론 그만큼 중요한 문제일 수 있겠다. 그런데 진정한 소통이란 가능한 것인가.
영화는 외계인과의 소통과정을 그리고 있다. 아마도 이런 과정은 먼 옛날 모험을 떠났던 사람들이 원주민과의 만남에서 소통을 이루고자 했던 모습과 닮아있을지 모른다.
소통의 기본 자세는 마음을 여는 것이다. 착취하거나 무시할 상대에겐 폭력이나 침묵이 답이겠지만, 일방적이 아닌 상호관계를 맺기 위해선 타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것은 마음을 여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마음을 여는 것은 믿음을 전제로 가능하다. 영화는 믿음과 마음, 소통을 이야기하는듯하다.
4. 언어가 갖는 힘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
단어가 생각을 지배한다. 정말 그러냐고. 정말 그렇다.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맛은 아무 맛도 아니다. 표현되어져야 그 맛을 느낀다. 맛에 대한 단어가 풍부할 수록 맛도 풍부해진다. 단어가 생각을 지배한다.
영화 속에선 무기라는 단어 하나 때문에 평화 대신 전쟁을 선택하려한다. 흔히들 프레임이라고 말하는 것도 그 프레임 속 언어(단어)힘이다. 우리는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기에 단어는 조심스러워야 한다. 번역에서 단어 하나의 차이가 전체 글의 맥락을 완전히 바꾸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나는 지금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가. 어떤에 들어갈 단어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본다. 영화와 전혀 상관없지만 영화가 끝나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