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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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소설가 김.연.수.!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벗님 중 김연수 작가에 매료된 분을 여러 보았다. 특히 인상적인 분으론 미국에 거주하는 여성 블로거 hong님이다. 이 분은 김연수 작가의 작품은 안읽은 게 없을 뿐만 아니라 꿈속에서 작가를 만나기도 하였고, 지금도 작가의 최근 작 <파도가 바람의 일이라면>을 신청해 놓고 책이 빨리 태평양을 건너오길 엄청 고대하고 있는 분이다. 책이 도착할 때까지 그 허전한 마음을 어쩌지 못해 아쉬운 대로 북트레일러를 링크해 놓고 틈나는 대로 보고 들으면서 도착하면 바로 읽겠다고 벼루고 있다. 이 분의 블로그에 들렸다가 이런 내용을 보고 나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침 출판사에서 서평단 모집을 하기에 어찌어찌 지원을 하게 되었는데 바램이 통했는지 이렇게 책을 읽게 되었다.
사실 연수 씨는 나에겐 생소한 소설가다. 평소 소설보다는 비소설 분야의 책을 더 많이 읽고, 소설을 읽더라도 작가가 누구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냥 소설 그 자체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지금껏 이 작가의 글을 안본 것은 아니다. 이상 문학상 수상 작품집은 사거나 빌려보거나 매번 읽기에 몇 편의 소설을 봤을 터지만 작가의 이름으로 소설을 연결시키기엔 무리가 좀 있다. 조금 미안하기는 하지만 어쩌겠는가. 소설 마니아가 아니다보니 그런 걸….


어쨌든 큰 기대를 가지고 <파도가 바람의 일이라면>을 손에 잡았다. 표지는 조금 촌스럽지만 그런 대로 나쁘진 않고, 하드커버의 양장이 일단 마음에 든다. 책장을 펼치니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는 문장이 나의 눈을 끈다. 바닷가에서 태어났고, 지금도 바닷가에 살고 있는지라 이 글이 성장기 나의 추억의 한 편린으로 재해석되어 잠시 옛 연인을 떠올린다. 흠….
제 1부 '카밀라'를 읽어나가면서 약간의 실망감이 마음을 채운다. 열일곱 여고생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생후 6개월쯤 미국으로 입양된 주인공 카밀라 포트만. 그녀가 낸 책의 한 사진에 주목한 어떤 출판사의 제의로 사진 속 엄마를 찾아 한국의 '진남'이란 항구도시로 찾아온다. 입양 당시의 낡은 사진과 8년 전 친모의 오빠에게서 온 편지 한 장으로 자신의 뿌리를 찾아나가지만, 자신의 출생 비밀에 대한 묘한 외면에 당황한다. 그 와중에 엄마가 재학했던 진남여고의 도서반 문집에서 엄마 정지은의 앙케이트 글을 읽고 자신의 이름이 '희재'라는 것을 알아낸다. 또한 자신이 입양된 그 해 여름의 어느 밤, 바다에 투신자살하였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평범하고 진부하다. 일본계 미국인 약혼자 유이치와의 관계나 진남으로 동행한 서 교수의 이야기가 주인공이 풀어나가는 주된 스토리와 그다지 연결되지 않는다. 기대만큼의 훌륭한 문장력이 아니지 않은가….


제 2부 '지은'을 읽으면서 김연수 작가가 왜 인기 있는 작가인지 알아챈다. 유이치가 보낸 마지막 메일에서 작가의 글맛이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전체적으로 글을 짜가는 재능이 탁월하다는 생각을 했다. 화자는 희재의 엄마 '지은'이다. 희재의 동선과 자신의 이야기를 섞어서 출생의 진실이 무엇인지 읽는 사람의 궁금증을 최대한 끌어당긴다. 희재의 아버지는 정말 누굴까? 왜 엄마는 희재를 낳았을까? "짧게 네 번, 길게 세 번, 짧고 길고 길고 짧게, 짧게 한 번"이나 " 태풍이 불어오기 전 날의 검모래", "그대가 들려주는 말들을 내 귀로도 들리고"란 소제목에 어울리는 글들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제 3부는 '우리'다. 지은의 자살이 있기까지 직, 간접적으로 공기의 흐름을 나누었던 여고시절의 친구들이 진실의 문을 열어 나간다. 글이 다시 재미없어진다고 생각하는 순간, '바람의 말'이 긴장의 끈을 잡아챈다. 바람의 말이 바로 풍문임을 왜 나는 얼른 알아채지 못했을까? '바람의 말 아카이브'에서 정은의 친구였던 영화감독 조유진은 "심연"을 이야기 한다. 의미가 깊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심연이 존재합니다. 그 심연을 뛰어넘지 않고서는 타인의 본심에 가닿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날개가 필요한 것이죠." 날개는 꿈과 같은 거라고, 타인의 마음을 안다는 것 또한 그와 같은 거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걸 말하고 싶은 거다. 가닿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심연 저편의 당신을 향해 말을 걸고 있는 거다. 주제가 있는 소설, 우리의 결핍을 보담는 인간 본연을 이야기하는 소설인 것이다.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심연을 건너가는 것, 우리가 두 손을 맞잡거나 포옹하는 것, 혹은 당신이 내 소설을 읽는 것, 심연 속으로 떨어진 내 말들에 귀를 기울이는 것. ... 부디 내가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당신이 읽을 수 있기를(327쪽 작가의 말 끝부분)." 작가는 조유진의 말을 통해 이 책의 의미를 살푼 내비친 것이다. 심연은 그 깊이만큼 무수한 말들을 숨기고 있다. 그리고 독자가 직접 그 심연에서 뭔가를 찾아내길 바라고 있다. 서 교수의 어머니가 부당해고 투쟁 끝에 돌아가시는 장면에서 "우리네 청춘이 저물고 저물도록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라는 노랫말이 입가를 스치고, 지은의 아버지가 타워 크레인에서 투신자살할 수밖에 없었던 극한의 비인간적 노동환경에서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찾으려고 애를 써본다. 우리의 마음은 늘 불안하다고 했던가. 이즈음에서 문득 성 아우구스티누스를 떠올린다. 그의 저서 <고백>에서 "한 인간의 내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는 그 인간의 내면에 있는 인간의 영혼이 아니라면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한다(10.3.3)."고 하였다. '의식의 심연'은 이렇게 가장 불투명할 것 같은 영역이지만, 자신의 영혼만은 오히려 가장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다. 김연수 작가는 은근히 독자들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혼란과 좌절, 미움과 단절을 들여다봄으로써 피상(superficiality)이 아닌 깊이(depth), 즉 텍스트뿐만 아니라 컨텍스트를 살펴보라고 재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우리에게 심연과 희망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닐까. 진리는 인간의 내면에 깃들어 있기에 때로는 말을 하지 않아도 느끼는 법이다. 내가 찾은 것은 무얼까? 나는 희재가 희재를 만나는 마지막 부분에서 서로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저자의 생각을 짚어본다. 그들은 벌써 오래 전부터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는 듯이 서로를 바라본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두 도시를 대입시켰다. 여수와 통영이다. 두 도시는 참 비슷하다. 전라도와 경상도라는 행정적 이질감만 떼어버리면 형제나 다름없는 도시 같다. 둘 다 매우 아름다운 항구도시로 엇비슷한 조선소가 있으며, 두 곳 모두 남도 동백으로 유명한 생태환경에, 모두 배 김밥(충무김밥)의 고향이며, 조선시대 통제영의 진이 있어 곳곳에 '진남'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비슷하게 양관(일제 때 지은 서양건물)을 가지고 있으며, 여고 또한 비슷한 역사와 분위기이다. 하지만 소설은 두 도시 중 여수를 더 배경으로 한다는 느낌이다. 작가는 어느 도시를 더 생각하였을까?

연재소설이라고 알고 있는데 의외로 잘 짜여진 여백의 미에 여운을 즐겨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마음의 만족도 변화를 한번 그래프화 해봤다(아래 참조). 느낌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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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다른 사람들 - 인간의 차이를 만드는 정서 유형의 6가지 차원
리처드 J. 데이비드슨 & 샤론 베글리 지음, 곽윤정 옮김 / 알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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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다른 사람들 : 인간의 차이를 만드는 정서 유형의 6가지 차원>을 읽었는데, 조리 있게 느낌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일단 짤막짤막하게 뼈대를 세워봐야겠다.

 

○ 주류 심리학의 정서영역과 신경과학을 다루는 통섭의 책이다.
○ 사람들에게는 각자 생각이 흘러가는 길이 있는데 그 길이 곧 방식이 되어 일관된 태도를 보이게 된다. 이를 '정서유형 Emotional Style'이라고 한다.
○ 정서유형은 6가지 차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6가지 정서유형이 다양한 조합을 이루어 모든 사람의 성격과 기질로 나타난다.

회복탄력성

Resilience

역경으로 부터 얼마나 빨리 혹은 천천히 회복되는가?

(빠른 회복자형과 느린 회복자형)

관점

Outlook

긍정적 정서를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가?

(긍정적 관점형과 부정적 관점형)

사회적 직관

Social Intuition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이 보내는 사회적 신호를 감지하여 얼마나 잘 적응하는가? (사회적 민감형과 사회적 혼돈형)

자기 인식

Self-Awareness

자신의 정서를 반영하여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감정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가?

(명확한 자기 인식형과 불명확한 자기 인식형)

맥락 민감성

Sensitivity

자신이 속해있는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는 정서적 반응을 얼마나 능숙하게 조절하는가? (맥락 눈치백단형과 맥락 불협화음형)

주의집중

Attention

의식의 초점을 얼마나 정확하고 명확하게 맞추는가?

(주의 집중형과 주의 산만형)

○ 그래서 일단 3장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측정을 통해 깨닫고,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 가정 먼저 알아야 할 정서유형에 관해 알아본다.
○ 그런 다음 4장에서 뇌에 기반을 두고 이런 정서유형을 검증해 본다. 이 장의 결론은 전전두엽에서 작동하는 고등 인지능력이 정서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 분야는 전문적인 부분이니 그냥 그렇겠느니~ 하고 넘어간다.
○ 6장 '내 몸에 새겨진 정서 지도'에서 '정서가 신체를 지배한다'는 말에 유의해 본다. 특별한 것은 아니고 '긍정적인 사람이 면역력도 강하다', '불안감이 심장을 위협한다'는 류의 설명들이 나온다.
○ 이런 연구를 하게 된 동기는 명상(Meditation)수행하는 이들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 이 당시 경험적인 과학과 비과학적인 명상은 완전 다른 것으로, 이성을 관장하는 뇌의 영역과 정서를 관장하는 뇌의 영역이 따로 있다고 보았다.
○ 달라이 라마를 만나면서 명상에 관한 연구에 몰두한다.
○ 뇌에서 이성의 영역과 상위 추론 기능이 정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 명상은 공감, 동정심, 낙관성, 안녕감(Sense of Well-being 인데 그냥 만족감이라는 게 더 나을 듯하다) 등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여기까지가 이 책의 흐름에 의한 핵심이라 하겠다. 다시 한 번 짚어보면 정서유형이란 것이 있고,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의 정서유형이 자신의 일상을 구속하고 행복을 방해한다거나, 생의 목표에 도달하는 것을 방해하고 고통을 가져온다고 생각되면 정서유형을 바꾸고자 노력하면 된다는 거다. 어떻게? 그 해답은 명상이다. 그래서 책의 뒷부분은 명상에 의한 여러 정서 변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런저런 뼈대를 모아 이 책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인간의 정서를 뇌과학적으로 접근하고, 명상에 의해 이를 완성해 나가는 통섭의 책"이라 하겠다.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니 이 책의 평가가 눈에 보인다. 과학적인 서술을 좋아하는(주관적인 나의 관점이다) 서양의 입장에서 동양의 명상을 분석하고, 그 효능을 입증한 후, 그들 사회의 일상에 접목하여 보다 나은 변화를 얻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상당히 신비롭고 흥미로운 주제가 되었을 것이다. 다양한 인간 정서를 최첨단 뇌과학에 접목시켜 연구한 최초의 심리 실험이란 점, 그리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음챙김 명상훈련_위파사나, 통글렌 등 다양한 명상법이 제시된다._을 통해 자기 인식 수준을 높여 긍정적 정서로 변화를 유도하는 점에서 상당한 점수를 줄 만하다. 그래서 이 책이 2012년 아마존 인문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였고, 각종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을 것이란 것은 바로 짐작이 간다.

 

그런데 우리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런 마음공부(명상)는 우리에겐 상당히 친숙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다만 첨단 과학기술에 의거하여 데이터화 하지 못했다는 것일 뿐이지 마음 수련의 효능은 수천 년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명상을 통한 정서의 변화 시도는 그저 망상과 집착을 바라보는 조그마한 효능에 불과하며, 마음을 쉬면 곧 깨닫는다(歇卽菩提)는 초입 언저리를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동양의 명상이나 참선이 목표로 하는 마음을 밝혀 자신의 성품을 보는 것(明心見性)과는 단계와 급이 다르다.
명상의 실용·실천적 접근(요가명상을 제법 공부한 입장에서 볼 때 의외로 이 부분이 괜찮다. 다만 책의 일부분으로 설명되어지기에 부각되지 않는 점이 아쉽다.)과 분석적 활용을 탐색하는 서양적 합리적 추구에 대해서는 당연 별 다섯으로 인정하고 싶지만, 여백과 여유의 관념이 생활화되고 당연시되어 의식조차 하지 않는 우리에겐 별 넷 정도가 적당할 듯하다. (자본주의의 천박한 속성에 물든 요즘에 이런 여유, 여백을 들먹인다는 것이 잘못된 건지도 모르겠지만...). 이 쪽에 관심있는 분들에겐 좋은 기반공부가 될 책이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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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日1食 - 내 몸을 살리는 52일 공복 프로젝트 1日1食 시리즈
나구모 요시노리 지음, 양영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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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끼(1일 1식)만 먹으면 내 몸을 살아난다니…. 하루 세 끼 규칙적 식사로 균형 잡힌 영양섭취라는 일반적 건강 상식을 벗어나는지라 얼른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지만 흥미롭기는 하다. 과식은 만병의 근원이고, 소식(少食)이 건강과 장수의 기본이라는 정도야 충분히 수용할 수 있지만 정말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별 탈이 없을까? 무리가 아닐까? 사실 1일 1식을 처음 듣는 말은 아니다. 소식으로 인체의 자연치유력을 회복함으로써 암 치료의 효과를 높인다는 자연의학, 대체의학의 하나인 니시건강법(西式健康法)으로 조금 알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암환자도 아닌 일반인이 건강을 위해 하루 한 끼만 먹자는 극단적 제안에 얼른 공감하기 힘들다.

 

<1일 1식 : 내 몸을 살리는 52일 공복 프로젝트 空腹が人を健康にする>!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의 현직 의사인데, 자신의 실제 체험과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하루 한 끼 식사가 우리 몸이 원하는 가장 최적의 식사법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일단 읽어보면 나름의 근거에 끌리기는 한다. 일단 프롤로그에서 저자의 경험담을 읽어보면 살 빠지는 것은 기본이고 변비 완전 탈출, 혈관 나이 26(저자는 55년생이다), 피부 탱탱 깨끗, 허리 잘록을 이야기 하면서, 지금까지의 건강 '상식'이 어떻게 뒤집히는지 즐겨보자고 한다. 핵심은 공복이 되면 장수 유전자가 발동한다는 거다. 인간의 고난한 역사에 기인한 이 유전자는 굶주림이나 추위에 내몰리지 않으면 활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포식 상태에서는 오히려 신체를 노화시키고 출산율을 낮추며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쪽으로 작용한다하니 적게 먹자는 거다.

 

연구에 의하면 '시르투인(sirtuin) 유전자'란 연명(장수)유전자는 공복 상태에 있을 때 50조개에 달하는 인간의 세포 속에 있는 유전자를 모두 스캔하여 손상되거나 병든 회복시켜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한다. 이는 수명 뿐만 아니라 '노화와 병을 동시에 막아주는 기능'에도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고, 저자는 이 점에 유의하여 이 책의 주제인 '하루 한 끼 식생활 건강법'의 의학적 근거로 삼고 있다. 동물에게 먹이 량을 달리한 생존기간 관찰 결과, 먹이를 40% 줄였을 때 연명효과가 가장 높아 수명도 1.4~1.6배나 늘었다고 한다. 결국 저자는 기아 유전자, 연명 유전자, 번식 유전자, 면역 유전자, 항암 유전자, 회복 유전자를 아우르는 생명력 유전자들이 확실히 발현될 수 있는 생활방식을 가지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무얼까? 최종목표가 피부 매끈, 허리 잘록이라면 그 효과적 방법으로 '공복', '완전식품', '수면' 3가지를 들고 있다.
○ 1일 1식(또는 1즙 1채 : 밥과 함께 국 한 그릇, 반찬 한 그릇을 먹는다는 뜻)
○ 채소는 잎째·껍질째·뿌리째, 생선은 껍질째·뼈째·머리째, 곡물은 도정하지 않고 먹는다.
○ 수면은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골든타임을 포함하도록 한다.
이 3가지 조건을 따르면 젊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얻을 수 있으니 기대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서 협박(?)도 한다. 건강에 신경 쓰지 않은 결과로 맞이한 노후는 고통뿐이라고…….

 

 

정리해 보자. 기아, 추위, 감염은 늘 인류의 존망을 위협해 왔고, 그런 위기에 처했을 때 생명력은 더욱 발휘되는데, 특히 기아 상태일 때야말로 생명력 유전자 스위치가 On되어 힘차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거다. 생활습관을 바로잡으면 건강은 저절로 오므로 마지막까지 ‘건강하고 활기차게’ 보내려면, 어렵게 생각 말고 '일물전체(一物全體)'의 완전식품을 섭취하는 '하루 한 끼' 식생활을 하고, 일찍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을 52일간(인체의 세포는 52일 간격으로 대체된다.) 실행하자는 것이다. 이렇게만 하면 적정 체중으로 돌아갈 뿐만 아니라 건강도 좋아지고, 겉모습도 젊어보이게 된다는 즐거움까지 덤으로 딸려온단다. 이것이 최고의 인생을 사는 방법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전에 요가명상을 공부할 때 소식을 해 본 경험이 있어 1일 1식이 정말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그래도 한 끼만 먹고 일할 자신이 없다. 그냥 난 소식 정도에서 건강 관리해야겠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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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 이야기 5 - 오월쟁패, 춘추 질서의 해체 춘추전국이야기 (역사의아침) 5
공원국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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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이야기》가 어느새 춘추시대의 마지막 즈음을 달리고 있다. 4권 <정나라 자산 진짜 정치를 보여주다>까지는 중원을 중심으로 한 북방의 논리에 의해 역사를 풀어왔다면, 이번에 읽은 5권 <인간의 복수 VS 역사의 복수 와신상담>은 남방의 초-오-월의 패권 다툼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시기 권력 다툼에 여념이 없었던 북방의 강국 진나라와 제나라를 밀어내고 오나라와 월나라는 춘추의 마지막 패권을 차지하지만, 이들의 다툼은 예(禮)의 질서를 기반으로 한 춘추시대의 종말과 함께 "성을 점령하면 성을 도륙내고, 들판에 뼈가 널려도 수습하지 못하는 시대"라는 전국(戰國)시대의 도래를 맞이한다. 춘추와 전국을 나누는 기준으로 여러 이견이 있으나 남북패권의 종말에 의한 정치사적 견해가 타당하게 와 닿는다. 춘추는 남북의 초강대국 진(晉)과 초(楚)에 붙은 일군의 국가가 패를 나누어 대결하는 패권체제였다고 할 수 있는데, 오나라의 합려가 초나라를 넘어뜨리자 춘추시대의 질서는 균형을 잃고 해체수순을 밟는다. 이어 월이 패자(覇者) 오를 넘어뜨림으로써 패권 자체가 유명무실하게 된 것이다. 5권은 이렇게 남북 역전, 강남의 시대를 다루고 있다.

 

초나라를 무너뜨린 이면에는 초평왕에게 아버지와 형을 잃고 복수의 칼을 가는 오자서, 어장검(魚腸劍)으로 유명한 자객의 원조 전설제, 손자병법의 손무, 오랑캐 땅의 '문명인'이며 오나라의 설계자 합려의 조합 시너지효과가 있었다. "승리 속에 패배의 조짐이 있고 패배 속에 역전의 조짐이 있다"고 했던가. 오나라는 힘과 기교로 일대의 강국 초나라를 넘어뜨렸지만 아직 덕으로 차지할 실력은 없었나 보다. 오나라의 내분과 초나라의 대반격으로 다시 물러서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마치 대하드라마처럼 책의 2/3 정도까지 펼쳐진다. 나머지 1/3은 춘추전국 시대의 드라마틱한 일화 중에서도 가장 백미라 할 수 있는 오-월 쟁패의 이야기이다. 월왕 구천에게 아버지 합려를 잃은 오왕 부차와, 부차에게 패해 노비처럼 살다가 화려하게 복수한 월왕 구천의 숙명적인 만남은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는 고사와 함께 오월동주(吳越同舟), 동병상련(同病相憐), 토사구팽(兎死狗烹), 회계지치(會稽之恥), 상산사세(常山蛇勢) 등의 여러 고사를 낳았고, 초한이나 삼국의 쟁패에 못지않은 영원불멸의 전설 같은 이야기로 오늘까지 이렇게 전해지게 된다.

 

구천이 부차의 손에 들어왔을 때 부차는 내우와 외환을 모두 해결했다고 착각하고 중원을 모색하지만, 구천에게는 범려와 문종이란 재사가 있었다. 구천은 복수의 열정으로 부차의 똥을 먹을 정도지만, 부차는 자만으로 오나라의 국체라 할 수 있는 오자서를 자결하게 한다. 그 사이 구천은 쓸개를 핥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월나라의 부흥을 위해 부국강병에 전력을 다하는데, 인구가 국력인 시대의 인구 늘리기 정책이 흥미로웠다. 핵심은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책임지고, 젊은이가 죽으면 국가가 같이 슬퍼한다는 것이다. 출산은 물론 어린이 복지에도 힘을 기울여, 홀아비·과부·병자·극빈자 가정의 아이들은 관에서 거둬들여 키우는 등 가히 전면적인 아동복지정책을 펼친다. 우리나라도 요즘 많이 낳기 정책을 펼치는데 과연 어느 정도 장기적 안목으로 지속적 지원을 강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에 보육제도가 또 바뀌던데 그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을 뿐이다. 구천은 그렇게 10년간 사람을 키우고 다음 10년간은 군사훈련으로 군사력을 강화하여 드디어 부차를 잡고 오-월 쟁패의 막을 내리게 된다.

 

오자서, 합려, 부차, 구천, 범려, 문종 등이 펼치는 원한과 복수의 대하드라마는 구천의 승리로 막을 내리지만, 저자는 여기서 궁극적 승자는 누구인가? 묻고 있다. 오나라를 누른 월나라는 잠시 승자의 기분을 만끽하지만 장강 이북의 땅을 다스릴 능력이 없었고, 월나라가 물러가니 초나라가 슬금슬금 서쪽을 치고 나온다. 결국 오-월 쟁패의 어부지리는 모두 초나라가 가져갔다. 여기서 저자는 범려와 문종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오자서, 백비, 범려, 문종. 이 역사의 인물이 모두 초나라 사람이라는 거다. 오-월 싸움은 모두 이들 초나라 사람들이 주도했고, 오-월의 싸움이 끝나자 초나라 본토인이 슬그머니 서쪽으로 나오며 그 땅을 차지하기 시작했다는 해석. 이 부분은 한 번도 생각 못했던 영역이다. 어쨌거나 장부들의 야망과 복수, 그 빛과 그림자를 조명한 오광월영(吳光越影)은 이렇게 사그라졌다. 2인자였던 오자서와 문종은 자기 군주에게 죽었고, 초 자서는 아랫사람에게 죽었다. 부차도 구천도 결국 오래 부귀영광을 누리지 못한다. 책의 부제처럼 인간사 복수가 낳은 역사의 복수는 크게 보면 그저 허망한 일 일뿐이다.

 

몇 가지 자투리 생각을 정리하면서 마무리를 해야겠다. 첫째, 이 책에서 전에 인식하지 못했던 배움이 있었는데 합려와 부차의 운하 건설이 그것이다. 합려는 태호와 장강을 연결시키는 작업을 마무리했고 장강과 회하를 연결시키는 작업은 아들 부차가 마무리했다는 사실은, 운하하면 수양제로 고착화된 얕은 지식을 부끄럽게 하였다. 오나라와 북방의 다툼은 뜻하지 않게 중국에 남북 대운하라는 선물을 준 셈이다. 둘째,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41부작 중국 드라마 <와신상담, The Great Revival>을 떠올렸는데, 부차의 마음을 사로잡는 경국지색 미인 서시(西施)의 이야기는 야사(野史)라 그런지 그냥 간단하게 이름만 나올 뿐이라 조금 아쉬웠다. 또한 구천의 죽음도 드라마처럼 장엄한 결말이 아니라 얼굴을 가리고 목을 맸다고 되어있어 조금은 실망(?)이다. 야사를 섞어 엮어가는 <와신상담>은 흥미롭기는 하나 드라마는 그저 드라마일 뿐이라는 생각도 했다. 셋째,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떠날 때를 알고 떠날 수 있었던 범려에 대한 생각이다. 오자서와 범려는 비범한 능력으로 충성을 다하나, 오자서는 충언의 대가로 죽임을 당하고 범려는 살아남았다. 오늘날 직장인의 처세로도 연결해 볼 수 있는 영원한 문제이다.

 

이렇게 춘추의 시대는 막을 내린다. 그런데 이 <춘추전국이야기>가 5권에서 표지의 포맷이 바뀌었다. 깔끔해진 것은 맞는데 시리즈 책은 일체화도 중요하다. 좋던 나쁘던 12권까지 계속 같은 포맷이었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을 해본다. 이왕 바뀐 것. 나머지 책은 표지를 통일하였으면 한다. 그리고 책 속의 사진이 너무 어둡게 나와 있으나마나한 경우가 많았다. 컬러로 내기 힘든 사항이겠지만 명암을 조절하여 조금더 밝게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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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2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도전 미생 2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미생 2권은 17수부터 33수 까지를 담고 있다. 17수의 사직서 장면에서 눈길이 잠시 멈추고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직장인으로 이런 갈등의 순간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 있을까? 자신과 가정을 위해 참고 참고 또 참는 우리의 모습이 겹쳐진다. 박 대리는 장그래의 훈수(묘수, 혹은 꼼수는 정수로 받는다)로 별 것 아닌 가난한 껍질을 벗어버리고 화려한 날개를 단다. 바둑은 때때로 너무나 운명적이다. 두려움에 떨면서도 망설임 없이 자신의 길을 가야 한다. 21~22수는 시크한 커리어우먼의 애환이 그려지는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돌아서는 맞벌이 시절의 내 모습도 저기에 있다. 마음이 짠하다. 저 때 즈음이 가장 힘들었던 거 같지만 아이의 미소 한 방에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도 한 시절이었다. 이후부터는 인턴의 딱지를 떼고 계약직 사원이 되기 위한 단체 및 개인 P.T 시험과정이 그려진다. 물론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 장그래는 시험을 통과한다. 그래야 그림이 계속 될 것이므로…….^^

 

(사직서를 낼까말까 망설이던 그 모습...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려다 주고 나오다가 아이의 눈높이에서 배꼽인사를 하는 커리어우먼... 이 장면... 바로 우리네 삶의 한 모습이더라...)


1권의 감상을 올리고 나니 몇몇 벗님께서 바둑을 모르는데 읽을 만하냐는 덧글을 다셨다. 한 수에 한 화(話)가 그려지는 이 책에서 정식 바둑대국에 대한 설명은 그 한 수 외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장그래가 사회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에 바둑의 이치(棋理)를 풀어내고 있을 뿐이다. 바둑을 모르는 분도 보고 읽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묘한 바둑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제 1회 응창기배 제 5국에서 조훈현 9단이 일방적으로 이긴 게 아니었다. 막판에 섭위평 9단은 흑 대마를 잡기 위해 노림수를 둔다. 조훈현은 일대위기를 잘 타개하고 승리를 낚아채는데, 이런 과정이 웹툰에서는 장그래가 겪는 직장생활의 난관과 돌파로 그려지지 않을까 싶다. 흔히 바둑을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바둑판 위에 우주가 있고 삼라만상이 있고 인생무상이 있음을 이번 기회에 느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2권을 보고나니 뒷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하다. 특히 장그래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여주인공 안영이와 어떻게 엮일지, 그래에게 술 한 잔 마시자는 유치원 선생님은 또 어떻게 풀어나갈련지 궁금하기만 하다. 이외에도 여러 인물들의 조연적 연출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도 궁금하여 포털사이트 다음의 '만화속세상' 웹툰코너( http://cartoon.media.daum.net/webtoon/view/miseng )에 들어가 몇 화를 더 봤다. 사이트 속의 웹툰과 책 속의 그림은 같으나 글을 박스 속으로 넣음으로써 외형상 조금 다르다. 손님 접대 소장용으로 적당하다 싶은데 언제 또 후속 책이 나오련지... 퍼뜩 나왔으면 한다.

 

 (버틴다는 것... 완생으로 나아가는 것... 2권의 마지막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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