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17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17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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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십간(十干)에는 오방색이 있다...

오방색, 청(靑), 적(赤), 황(黃), 백(白), 흑(黑)의 다섯 가지 색은 우리민족 전통의 색채로 모든 생활 속에 스며있다. 그런데 이 오방색이 '우주의 기운'이니 '혼의 정상화'니 하는 순실의 시대를 만나 무슨 주술적 부정(不淨)이 있는 것처럼 비춰진 것이 너무 안타깝다. 삿된 자들이 국정 농단의 방편으로 써먹었다는 점만 빼면 우리나라의 전통 이미지로 글로벌화 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참 애꿎다.

어쨌거나 이 오방색은 10간과 어우러져 있는데 갑·을(木,청색,東), 병·정(火,적색,南), 무·기(土,황색,中), 경·신(金,백색,西), 임·계(水,흑색,北) 이렇게 된다. 그러니까 작년 병신년_정말 병신 같은 x들의 한해였지만_은 붉은 원숭이해였고 올해 정유년(丁酉年)은 붉은 닭_혹시 모가지에서 피 튀는?_의 해가 되겠다.

 

2. 트렌드 코리아 2017
이제 이 책은 연말·연초가 되면 읽어줘야만 하는 그런 경지에 올라있다. _물론 작년에도 읽었다. http://blog.aladin.co.kr/aspire/8159484 _ 이 책의 남다른 특징이 몇 가지 있는데, 무엇보다 전년도 예측 10대 소비트렌드를 피드백 함으로써 자체 검증의 단계를 거친다는 것이 여타 트렌드 관련 책과의 큰 차별성이다. 또한 올해 예측 트렌드의 키워드 첫 글자를 정유년의 동물(닭) 이미지가 유추되도록 재조합하는 신공을 보이는 것도 볼거리다. 작년엔 원숭이의 재치와 날렵함으로 침체의 늪을 건너뛰자며 'MONKEY BARS'로 슬로건을 정했는데, 올해는 영화 <치킨 런>의 닭들처럼 현재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철조망(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하든 벗어나 보자는 의미로 'CHICKEN RUN'으로 작명을 했네. 참 깨알 같은 능력이다.

 

이런 의지를 담아 표지는 적색 계통 중 가장 부드럽고 대중적인 핑크색으로 택했네. 핑크는 레드의 행동지향성과 화이트의 내면적 영감이 혼재된, 달콤함·유쾌함·귀여움·로맨틱함·친절함 등의 긍정적인 느낌(건강과 치유)을 준다.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는 활력과, 우머노믹스 womanomic와 _어쩌면 이번 순실스캔들로 유리천장의 왜곡은 당분간 더 존속할지도..._ 핑크보이 pink boy가 증가하는 트렌드도 표현했다고 하니... 김난도 팀의 감각은 인정해야겠다.


3. 2017년 10대 트렌드 전망
C’mon, YOLO! 지금 이 순간, ‘욜로 라이프’
Heading to ‘B+ Premium’ 새로운 ‘B+ 프리미엄’
I Am the ‘Pick-me’ Generation 나는 ‘픽미세대’
'Calm-Tech', Felt but not Seen 보이지 않는 배려 기술, ‘캄테크’
Key to Success: Sales 영업의 시대가 온다
Era of ‘Aloners’ 내멋대로 ‘1코노미’
No Give Up, No Live Up 버려야 산다, 바이바이 센세이션
Rebuilding Consumertopia 소비자가 만드는 수요중심시장
User Experience Matters 경험 is 뭔들
No One Backs You Up 각자도생의 시대

 

10개의 키워드 중 욜로와 픽미세대, 경험 is 뭔들, 각자도생은 시대적 상황을 잘 반영하는 걸로 보이더라. 이 책에서 건진 한 단어는 바로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한번 뿐인 인생'이란 뜻인데, 그러니까 '작은 일에 연연하지 말고 후회 없이 즐기며 사랑하고 배우라'는 의미이다. 카르페디엠(Carpe Diem)의 실천적 라이프스타일이라고 보면 되겠는데 이건 내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이다. 가능한 실천하려는... 실제로 지난 해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외국인이 내게 '욜로'라고 인사했을 때 무슨 말인지 몰랐다는... 뭐 그런 일로 더욱 와 닿은 말이다.

 

픽미세대는 짠~한 느낌으로 읽었다. 픽미(Pick-me)! 나를 뽑아달라는 거다. 디지털과 모바일 환경에서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갖췄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선택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고단한 세대. 불황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저성장의 시기에 무기력을 학습하며 5포(연애, 결혼, 출산, 대인관계, 내집마련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세대의 마지막 외침 같은 "픽미 픽미 픽미업"... 마치 내 아이의 외침 같아 약간의 우울함이 함께 하더라. 이와 함께 혼밥, 혼술 등 혼자 노는 '덕후'의 진수를 느끼게 하는 '1코노미(1인과 Economy의 조합)'도 저성장 시대의 아픔으로 와 닿더만...

 

결국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제각기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라는 겁난 말이다. 어떤 어려움을 해결해 줄 정부가 안 보인다. 우리가 뽑은 위정자도 우릴 위하는 것 같지가 않고, 우리를 보호해 줄 시스템도 허울에 불과할 뿐... 아무리 둘러봐도 불안한 미래만 엿보인다. OECD 회원국에 걸맞지 않은 대한민국 정부의 허술한 문제해결 능력에 '내 목숨은 내가 지켜야 산다'는 자발적 경각심이 높아졌다. 사회적 연대감과 신뢰는 봄눈처럼 사라지고 있다. 이런 부정적 징후들이 쌓이고 쌓이면 분노로 터질 수밖에 없다. 이 무슨 엿 같은……. 

 

4. 하지만...
올해 이 책은 감탄만 하기엔 뭔가가 부족함이 있다. 아마도 시대의 상황이 처지다보니 트렌드의 변화가 그렇게 다양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무슨 말인고 하니... 2016년에도 보였던 것들이 조금 다른 옷을 입고 나타났다는 그런 느낌... 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그 정도의 모습으로 존재할 듯한... 그러다보니 키워드를 만들기 위해 조금은 뻥튀기한... 뭐 그런 느낌이 좀 들었다는 거다. 2016년과 2017년의 트렌드가 딱 부러지게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한계 때문이지 싶다. 또한 _아마도 책이 저술되는 시간적 불일치 때문이었겠지만_ 탄핵정국의 과정에서 야기된 사회적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그 생채기는 무시할 수 없는 변혁의 물결로 나타날 것이리라.

이런저런 아쉬움도 있지만 그래도 이런 수준의 대중적 트렌드 추적을 해마다 지속할 수 있는 연구소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크게 칭찬할만한 책이다. 왠지 숙제를 마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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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16 15: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도 개인주의 성향과 관련된 문화나 생활양식이 대세가 될 것 같습니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어요. ^^;;

표맥(漂麥) 2017-01-17 21:03   좋아요 0 | URL
지금 이 책 말고 다른 트렌드 책을 읽고 있는데요... 역시나 말씀하신대로 개인주의 성향에 따르는 트렌드를 이야기 하는군요... 시대적 추세인가 봅니다...^^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 - 상위 1%의 독주를 멈추게 하는 법
로버트 라이시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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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라, 생각하라. 그리고 분노하라.

 

'멈추라, 생각하라'는 말은 슬라보예 지젝의 외침이다. 여기에 작금의 현실을 더하여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를 외치고 싶은 오늘이다.

 

최근 두 번의 이변(?)으로 주식시장에서 마음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한번은 영국이 EU에서 탈퇴하겠다는 브렉시트였고, 또 하나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한 일이었다. 무작정 언론을 탓하기엔 세상사 그림자를 잘못 읽은 내 탓이지 누구 탓도 아니다. 이러한 이변의 핵심은 '불평등'이란 것은 누구나 찝어낼 수 있었는데도 난 그 위중(危重)함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했다. 자본주의의 두 기둥인 미국과 영국은 그래도 시스템이 잘 짜여 있으니 잘 해결해 나가리라 믿었다. 하지만 부의 양극화와 소득 격차에 대한 분노와 소외감이 중하소득층에서 폭발한 것이다. 그 깊은 원인은 '1%의 확장'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 60년간 경제는 급성장했지만 그 결과를 놓고 보면 중산층의 몰락, 빈곤격차 심화, 일자리 축소의 현실만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는 바로 경제계와 정치계를 장악한 대기업, 거대 은행, 부자들이 있다. 어찌 보면 사회적 불평등은 그동안 신자유주의를 이끌어온 미국과 영국에서 보다 광범위하게 골병이 들었을 것이다. 2011년 월스트리트에서 일어난 'Occupy Wall Street' 저항운동에서 자본주의는 심각성을 인식하고 재빨리 처방전을 냈어야 했다. 월가는 자본주의의 심장이 아닌가. 이곳에서 "We are ninety-nine"이라는, 1%에 대한 99%의 분노가 폭발했다는 것은 작금의 현실에 대한 일종의 '미리보기' 였던 것이라 하겠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도 별다르지 않다. 국민을 개·돼지로 취급하는 1%에 대해 지금까진 어떻게 저항할 구체성을 확보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그 1%에 대항하기 보다는, 같은 처지의 99%끼리 아등바등 치고 박으면서 '의자뺏기놀이'를 하고 있었던 거다. 이번에 우리는 최순실 사태를 통해 우리에게 가치와 시스템을 강요하던 이들의 추악한 이기주의를 보았다. 이번 일은 어쩌다 일어난 일탈의 한 장면이 아니라 신자유주의가 이 땅에 뿌린 자본주의의 일상인 것이다. 그 종기가 이번에 곪아 터졌다. 고름을 확실하게 빼내고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다면 그 흉터는 안 봐도 비디오... 99%여, 하던 일을 멈추라, 생각하라.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았다면 분노하고 일어서라.


이번에 읽은 책은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이다. 그 부제가 '상위 1%의 독주를 멈추게 하는 법'이다. 저자는 자본주의 자체는 잘못된 시스템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는 자본주의를 위협하는 존재는 더 이상 공산주의나 파시즘이 아니라, 바로 "현대 사회가 성장과 안정을 추구하는데 필요한 신뢰의 지속적인 쇠퇴"라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모든 현상을 반전시켜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해 가동하도록 경제를 재창출할 힘이 있다. 칼 마르크스의 생각과 달리 자본주의에는 가차 없이 경제 안정을 추구하며 불평등을 확대하는 요소가 없다. 자본주의를 지배하는 기본규칙은 영구적이지 않으며 사람이 결정하고 실행한다."면서 자본주의 회복 방안을 이야기 한다.


3부로 나누어져 있는 이 책은 1부 "자유 시장, 시장을 둘러싼 오랜 논쟁과 통념" 편에선 자본주의를 구축하는 다섯 가지 구성요소를 통해 자유 시장의 메커니즘을 짚어보고, 2부에서는 일과 가치, 즉 왜 어떤 사람은 부유하고 어떤 사람은 빈곤한지를 진단한 후, 3부에선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해 자본주의 구하기 즉 부와 힘의 상향 분배를 끝낼 수 있는 '대항적 세력'을 제시하고 있다.
짧게 요약하면 상대적으로 소수이면서 경제적·정치적 힘을 장악한 대기업과 부자는 '자유'를 사용해 게임의 규칙에 영향력을 행사해서 힘을 강하게 다지고 확대하는 방식을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책은 진실하고 현명한 반면에 반대하는 정책은 잘못되고 결점이 있다고 대중을 설득시키는 홍보 활동을 펼친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유'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회의가 일지 않을 수 없다.

 

자본주의를 구축하는 다섯 가지 구성요소. 자유시장을 형성하려면 다음 사항을 결정해야 한다.
○ 재산: 무엇을 소유할 수 있는가
○ 독점: 시장 지배력을 어느 정도로 허용하는가
○ 계약: 무엇을 어떤 조건으로 사고팔 수 있는가
○ 파산: 구매자가 대가를 지불할 수 없을 때 무슨 일이 발생하는가
○ 시행: 어떻게 해야 아무도 규칙을 어기지 못하게 할 수 있는가 

 

사회적 불안의 원인인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소득의 재분배'를 이야기 한다. 정부가 세금과 이전지출을 통해 부유층에서 빈곤층으로 소득을 재분배하는 건데, 이는 전체 그림의 작은 일부일 뿐이다. 실제적으로 최근에는 소득의 재분배가 소비자·근로자·소기업·소형투자자에서 고위 기업임원, 자본자산의 주요 소유주로 '상향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향 재분배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시장 규칙 안에 숨어 있다. 따라서 시장 구조 안에서 상향 분배가 먼저 이루어지고 난 후에 정부가 나머지 소득을 빈곤층에게 하향 재분배하는 것이다. 간단히 표현하면 거대 기업, 권력자, 부자가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창출하였기에 불평등이 심화된 것이다.


자의성과 불공정성이 사회에 널리 확산되면서 몇 가지 방식으로 경제 기관의 기반이 약해진다. 첫째, 규칙을 어기는 경향이 만연하다. 경제는 신뢰를 바탕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게임이 상위층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작되었다고 여기면 자신이 부정행위를 저질러도 용인되리라 착각한다. 둘째, 게임이 조작된 것처럼 보이고 신뢰가 무너진다면 근로자에게 충성심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전반적으로 적당, 무사안일, 복지부동, 구태의연의 기회주의적 모습만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어째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러므로 이를 막기 위해선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공정한 새로운 규칙이 필요하다. 어떻게?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끊임없이 부를 축적해가는 부유한 소수의 의견에 반응하는 정부냐, 아니면 상대적으로 더욱 빈곤해지고 경제적으로 더욱 불안정해지는 다수의 필요에 반응하는 정부냐를 선택해야 한다."는 거다.

 

결론적으로 저자의 진단을 정리해 보면, 문제는 상위층이 소유한 힘이나 영향력 자체가 아니라는 거다.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에게 힘이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문제다. 가진 자들의 정치적 힘은 점점 커지는 데 반해 이를 억제하거나 균형을 맞출 만한 대항적 세력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 저자는 의문을 던진다. 어떻게 하면 중산층과 빈곤층이 더욱 광범위한 번영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재조직하기에 충분한 대항력을 다시 갖출 수 있을까? 다수에 반응하는 정부? 솔직히 우리의 정치 역량은 '수준 이하' 아닌가. 국민을 바라보지 않고 그들의 권위적 리더에 종속하는 정치인들이 아직도 많은 우리네 현실... 결국 99%가 일어서야 한다. 멈춰라, 생각하라. 그리고 분노하고 일어서라... 이것이 지금의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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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13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최근에 자본주의 관련 책 읽었는데... ㅎㅎㅎ

표맥(漂麥) 2016-11-16 22:18   좋아요 0 | URL
자본주의 책들이 한결같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긴 한데... 그 해법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누굴까요? 자본가? 과연 민초들이 자본주의의 방향을 틀 수 있을까요? 의문이 많습니다...^^
 
지그문트 바우만, 소비사회와 교육을 말하다 - 소비사회가 잠식하는 인간적인 삶에 대하여
지그문트 바우만.리카르도 마체오 지음, 나현영 옮김 / 현암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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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쥐덫과 창조경제
대통령께서 인용하신 '쥐덫'으로 잠시 시끄러웠다. 발상의 전환(혁신과 새로운 가치)으로 대외 경제 여건 악화를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말씀하셨는데, 문제는 '더 좋은 쥐덫'이 말씀처럼 그렇게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거다. 더 나아가 그 근거마저 미약하다는 기사도 나오고 있다. 뭐~ 잘하자는 말씀 중 잠깐 실수도 할 수 있는 거지 그렇게 공격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짚어두고 싶은 것은 '누가 대통령에게 그런 단편적 정보를 제공했냐'는 거다. 대통령이 모든 분야의 지식을 다 알 수는 없을 테고, 어떤 소스에 의해 발언하셨을 텐데 이런 것이 보좌관 선에서 안 걸러지다니... 또한 그 많고 많은 혁신의 사례 중에 하필이면 느낌이 요상한 '쥐덫'이었을까? 난 그 누구를 잡자는 복선이요 해학인줄 알았다... 대통령께서 소비자의 심리를 말씀하시면서 창의적 제품을 언급했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바우만에 의하면, 유동하는 현대의 문화는 이탈과 단절, 망각의 문화로 보인단다. 미국의 비평가 조지 스타이너가 '카지노 문화'라 명명한 것처럼 오늘날 모든 문화 상품은 최대의 효과를 낸 뒤(어제의 것을 해체하고 밀어내고 제거한 뒤) 곧장 폐기되도록(새로운 문화 상품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도록, 즉 미적거리지 않고 내일의 새로운 상품이 들어설 자리를 만들기 위해 서둘러 무대를 비우도록) 계산되어 있다. 소비자 시장도 마찬가지다. 소비자 시장은 유동하는 현대의 '카지노 문화'에 적응하고, 카지노 문화는 소비자 시장의 압력과 유혹에 적응한다. 고객의 시간을 낭비하거나 예측 불가능한 즐거움을 빼앗지 않기 위해 즉시 소비될 목적으로 생산되는 것이 혁신이요 발상의 전환이 아닐까 한다.

 

고객들은 어리둥절할 만큼 다양하게 쏟아지는 상품들과 아찔한 변화 속도에 혼란을 느끼고 있기에 더 이상 학습하고 기억하는 능력에 의지할 수 없다. 그러므로 지금 제공되는 상품이 '바로 그것 the thing', '잘나가는 것 hot thing', '꼭 가져야 하는 것 must have', ' (갖고 있음을) 꼭 보여주어야 하는 것 must be seen'이라는 감언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단다. 바우만에 의하면 자본은 주된 결핍 자원으로 형성되며 그것을 소유하고 경영하는 사람들이 부와 권력의 원천이라고 할 때, 오늘날과 같은 포스트산업시대의 결핍자원은 지식의 독창성, 상상력, 생각하는 능력, 그리고 다르게 생각하는 용기라고 하였다. '오랫동안 쌓아온 것들이 파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몇 분'이라는 말에서 창조 경제의 의미와 나아갈 방향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오래 가는 것을 가장 높이 치던 시대는 지났다는 거지.


2. 브렉시트와 이민자
영국이 EU에서 탈퇴한다는 브렉시트는 단연 '반(反)이민' 정서가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영국 신문 가디언의 분석에 따르면 저소득·저학력 층이 EU 탈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고 하는데, 그 배경으로 '빈부 격차'를 꼽고 있다. 물론 그 원인은 이민자와 난민의 증가로 안전과 복지를 위협하고 무엇보다 영국민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이유이다. _신규 일자리 40만 개 중 40%를 이민자들이 차지한다고 불만이다_ 이런 정서의 근저에 이르면 '신자유주의'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영국의 대처 총리는 신자유주의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영국병'을 치유했다고 하나 그 과정에서 부의 불균형 현상을 야기하여 소외된 계층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이들의 분노가 브렉시트로 나타났다고도 할 수 있다.  

 

어쨌거나 점점 디아스포라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다수의 도시 거주민들이 이방인에게 노출되었을 때 불안과 위협을 느낀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고 바우만은 말한다. 이 부분은 그의 책 <모두스 비벤디>에서도 잘 설명되고 있는데, 불확실한 유동의 삶은 도시의 외지인에 대한 이질공포증(mixophobia)으로 다양성과 차별성의 바다 한 가운데서 유사성과 동일성을 지향하는 분리주의적 충동을 일으키게 한다고 했지... 그렇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것은 아니다. 그는 유럽진보연구재단의 장 마시모 달레마의 말을 빌어 '이민자는 위험이 아닌 자산'이라 말한다. 이주자의 유입으로 촉발되기 마련인 문화적 이종교배가 불가피한데, 서로 뒤섞인 문화적 자극들은 다른 문명에서처럼 유럽문명에도 풍요의 원천이자 창조의 동력이 된다고 하였다.

 

하지만 풍요와 문화정체성의 상실을 가르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 사람들은 '새 유럽인'의 사회적, 시민적 권리를 인정하는 일에 몹시 인색하고 이를 주저하며 그 과정은 지난하기만 하다고 한다. 이 골칫거리로 보이는 도시의 문화적 다양성을 자산으로 바꾸는 일은 공존의 생활양식을 통해 가능해 질 것이며, 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는 데 교육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교육시스템의 힘이 아무리 제한적이고 소비지상주의의 게임에 종속되어간다 하더라도 여전히 문화혁명을 촉진하는 요인으로서 충분한 변혁의 힘을 갖고 있다고 진단하네...


3. 개·돼지 민중과 교육
베이트슨이 구분한 교육의 3단계를 보면, 1차 학습은 정보를 전달해 암기시키는 단계이며, 그 다음 단계인 2차 학습은 앞으로 습득하거나 접하게 될 정보를 흡수하고 통합하는 '인식 틀 cognitive frame'을 익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지배적 인식 틀을 해체하고 재배열하거나, 요소들을 대체하는 일 없이 완전히 제거해 버리는 능력을 부여하는 3차 학습이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이 3차 학습을 병리적이며 반교육적 현상으로 여겨왔는데, 오늘날 첨단정보화 시대엔 첫 단계가 쓸모없어진 반면, 암 세포 취급했던 것들은 교수·학습 과정의 규범으로 탈바꿈했다는 내용이 새겨들을 만 했다. 교육 환경에서, 어쩌면 방법론에서 주목할 만한 분기점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네.

 

이와 관련하여 탄도 미사일과 스마트 미사일로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순식간에 낡아버리는 정보를 제때 폐기하지 못하면 올바른 곳으로 인도하는 대신 길을 잃게 할지도 모른다. 고형적 solid 현대의 교육 철학자들은 교사를 탄도 미사일 발사대로 보았다. 미사일이 처음 발사될 때의 운동량으로 결정되는 그 궤도를 벗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교사들이 배운 기술이었다는 거지. 스마트 미사일은 최고 속도로 비행하는 도중에도 상황에 따라 방향을 바꾸며 목표물의 움직임을 즉각 감지하여 수정을 기한다. 비행 중 학습을 한다는 이야기인데, 빨리 학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로 먼저 학습한 것을 즉각 잊는 능력도 중요하다. '교육'이라는 분야의 종사자는 이런 '실천적이고 구체적이며 직접 적용 가능한 지식'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물론 그 전제는 열린 마음을 일깨우는 학교 교육이 필요하다는 거고...

 

세넷의 권고를 곁들이면, "경직되어 효용만을 따지는 경쟁이 지배할 때 사무실과 길거리는 비인간적인 장소가 된다. 비공식적이며 열린 결말의 협력 작용을 촉진할 때 이곳들은 비로소 인간적인 장소가 될 것이다(172쪽)."고 하였다. 바우만이 말하길, "교육자가 되도록 부름 받고 교육자를 희망하는 우리는 리처드 세넷이 말한 간결하지만 포괄적인 삼위일체(비공식, 열린 결말, 협력)의 수칙들로부터 전략을 배울 수 있고, 또 배워야 한다."고 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배워야 하고, 이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서 부름 받고 배우기를 희망하는 이들에게 이를 전하는 것이다."라고 결론을 맺는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은 가진 1%를 위한 것이라지.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되고 신분제를 공고히 하여 그들만 가르치면 된다는 대한민국... 아~ 나는 개·돼지였구나. 


4. 젊은이에 대한 바우만의 생각
소비 : 오늘날 "문화는 인터넷,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 휴대전화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기술을 이용해 아이들 삶의 모든 측면을 상업화하는 교육적인 힘을 지닌다." 기업이 목표하는 바는 "이런 힘을 통해 청소년들을 과거에 목격한 그 어느 방식보다 직접적이고 광범위하게 대량 소비의 세계에 젖어들게 하는 것이다." 즉, 젊은이들이 소비자 산업의 첨병이라는 거지. 다르게 말하면 젊은이는 상품화되고 착취될 '또 하나의 시장'으로 관심과 주목을 받는다는 거고... 문화 엘리트로서의 젊은이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고 있고 대신에 페이스북과 SNS처럼 소비지상주의의 공략 대상으로 존재한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바우만은 역설적으로 이런 일회성의 시대에 소비자 사업이 낳은 과잉을 처리할 첨병이자 마지막 보루로서 젊은이의 능력이 새롭게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되묻고 있다.

 

실업 : 일류 대학의 졸업장은 오랫동안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가 자녀와 자녀의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상의 투자였지만...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을 하지 못하거나 취업을 하더라도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곳에서 일하는 현상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이런 충격은 사다리를 열심히 오르는 소수는 물론 묵묵히 불운을 견디던 더 큰 범주의 사람들에게까지 고통이다. 기회의 문이 닫히고 좌절된 희망들이 쌓인다는 것은 지식·정보 중심의 경제와 교육 중심의 경제적 성공을 표방하는 우리 사회에서, 지식은 성공을 보장하는데 실패하고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데 실패한 걸 의미한다. 이런 교육 문제는 우리사회가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구실이 되기도 한다. 고등교육을 받았으나 능력 이하의 일자리를 참아온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다린 사회 변혁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바우만은 지적하고 있다.


5. 에필로그(소비지상주의)
라캉의 자본주의 담론이 생산자 중심이었던 시대의 산물이라면 바우만은 소비자 중심의 소비지상주의 담론을 이끌어 낸다. 그의 말을 빌리면 "소비자 시장은 재미와 안락과 추구를 상품화하여 세력을 넓히고 번영과 이득을 얻는다. 또한 이런 가치들을 추구하면서도 가격표가 붙은 상품에 대한 욕망으로 전환되기를 거부하는 수단들을 비하하고 억누르고 제거하라고 요구한다(179-180쪽)." 우리 사회가 탐욕에서 동력을 얻고 쇼핑을 통해 작동되는 경제가 내건 즐거움과 안락함, 편리함, 수고를 들어주는 일 등등 소비라는 구매를 통해 만족의 즉시성, 꿈의 현실화를 이룰 수 있는 단계라는 거다. 이젠 더 이상 프루스트의 마들렌처럼 '읽어버린 시간을 찾을' 필요가 없다, 고맙게도 신용카드 한 장이면 충분하니까...

 

소비지상주의는 우리를 유혹해 행동하게끔 자극한다. 프로이드는 인간의 선천적으로 태만하기 때문에 강제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는데, 강제가 금지될 때 마케팅의 달인들은 강제를 유혹으로 대체한다. 더 정확히 말해, 강제의 주된 목적이 틀에 박힌 일상과 규율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면, 유혹의 목적은 태만하지 않고 이윤 창출에 이바지하는 활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소비지상주의에 굴복한 결과 우리는 자발적 노예가 된다. 요즘 말로 자기 주도적 노예화라고나 할까... 헌신과 전념과 책임 등 인간적 관심사에 쏟아야 할 삶의 에너지들은 이런 소비지향적 성향 때문에 몽땅 소모되거나, 최소한 크게 고갈된다고 그는 지적한다(198쪽)...

 

바우만의 책을 읽으면 어렵지만 유연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 변화의 과정은 날마다 가속화되는 동시에 그 간격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낡은 확실성은 사라졌고, 낡은 해결책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유동하는 근대를 살아가는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개인의 정체성은 점점 불확실해지며 자아상은 지속적으로 굴욕(공허감과 무력감)을 겪는다. 희망은 잘 보이지도 않고 '소음과 분노'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할까? 

 

군중은 불이다. 불은 아늑함을 주지만 예고도 없이 확 타올라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 결국 이들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은 정치력이다. 하지만 우리의 정치력은 불이 타오를 수 있는 땔감의 역할을 하고 있지나 않은지... 검사는 비상장 주식을 매입해 40억 시세차익을 남기고, 국가의 봉급을 받아먹은 자가 '천황폐하 만세'를 삼창하고, 4조원이나 들인 AIIB에서는 그냥 휴직계를 내어버리고, 결국은 민중이 개·돼지로 취급받게 되었지만 이 정권이 이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 그냥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는 모양새다. 글쎄다. 이런 일들이 겹치니 이들이 좌지우지 결정하는 정책과 제도 아래 사는 민중은 진짜로 개·돼지인지도 모르겠다.

 

바우만은 <폐기된 삶ㅡ모더니티와 그 추방자>에서 리퀴드(액체 상태로 유동적인) 모더니티 앞에 있는 것은 인간이 쓰다가 버린 것들이며, 쓰레기가 된 인간들이다라고 하였다. 우리 사회의 쓰레기 같은 공직자들을 보고 있자니 그의 혜안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창조 경제든 뭐든 정권의 근저는 국민(민중)이어야 한다. 선거를 통해 비교적 온건한 맛보기를 보고도 느끼지 못한다면 결국은 타오른다. 그는 이 책에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창조성의 풍부한 원천이 된다."고 하였다. 소통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상생의 정치가 요원한 일일까? 바우만의 책을 읽다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바우만의 은유적 통찰을 따라가기 어려워 거의 인용하다시피 글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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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7-12 1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 강하게 이달의 추천작으로 밀겠씁니다..
당선되면 반땡 아시죠 ? ㅎㅎ

표맥(漂麥) 2016-07-12 22:00   좋아요 1 | URL
앗! 부끄러워집니다. ^^
만약 당선되면? 부산오실때 막걸리 한통 쏘겠습니다.^^

yureka01 2016-07-12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월달의 우수 리뷰 당선작으로 고고씽!~

표맥(漂麥) 2016-07-12 22:01   좋아요 1 | URL
우와~ 응원 감사합니다. 그래도 부끄러워지는건 어쩔 수가 없네요.
고맙습니다.^^

시이소오 2016-07-12 1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달의 추천작으로 밀겠습니다.
^^

표맥(漂麥) 2016-07-12 22:01   좋아요 1 | URL
너무너무 큰 응원, 고맙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가쁜하게 먼길 다녀오겠습니다.^^
 
냉장고의 탄생 - 차가움을 달군 사람들의 이야기 사소한 이야기
톰 잭슨 지음, 김희봉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조금은 시간이 지난 일상의 이야기...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로 들어오면서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새로이 구입했었다. 냉장고는 안사람이 제일 디자인이 깔끔하다고 평가한 모회사의 신모델 양문형 냉장고를 샀었다. 그런데 이 냉장고가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애를 먹이더라. 4년쯤 지나니 돌돌돌돌... 소리가 난다. 처음엔 그렇게 큰 소음이 아니라 참을 만큼 참다가 더 이상 참기 어려워 AS를 신청하니 컴프레서를 갈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가 이 부품의 보증기간이 4년인데 AS신청이 딱 4년하고 두어 달 지났다는 거다. 처음 돌돌거릴 때 신청했어야 하는데 바쁜 생활에 조금 지체한 게 화(?)를 불렀다. 어쨌든 수리비 부담하고 교체를 했다. 집안에서 용접봉 쓰는 거 보니 대단한 공사더라.

 

그렇게 쓰다가 6년차 말부터 또 냉장고가 탈이 났다. 냉장고 밑으로 물이 줄줄... 성에를 제거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겨 드레인 홀이 얼어붙어버린 것이다. 열선도 보강하고 이것저것 부품도 갈고 했는데, 이것도 잠시뿐 자주 이런 현상이 반복되더니 보름, 일주일 단위로 막혀버렸다. 서비스센터에서는 이제 수리비 줘도 더 이상 못고쳐주니 알아서 해라~는 최후통첩을 받았다. 이거 뭥미? 냉장고 기본 10년은 쓰는 건줄 알았는데 7년 만에 완전히 맛이 가버렸다... 냉장고는 디자인 좋다고 사는 게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이번엔 디자인이고 뭐고 컴프레서 10년 보장한다는 냉장고를 사고 말았다. (그 일 이후 가능한 그 회사 전자제품은 구매 안하려 한다.)

 

이런 소소한 생활이야기를 이렇게 쓸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이번에 <냉장고의 탄생>이란 책을 읽게 되면서 씁쓰레한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이 책은 냉장고가 핵심이라기보다는 '냉각(차가움)'을 추구한 인류의 과학 발전사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차가움을 붙잡아두는 현재의 냉장고가 있기까지 수많은 철학자와 과학자들의 정의와 연구가 등장하고, 이어 냉각 기술의 진보적 미래를 설명하고 있다.

사실 일정 부분(전반부)까지는 별로 흥미롭지 않았다. 차가움을 위한 고대의 노력이나 얼음을 가지고 사업한 분들의 이야기는 조금 지루했다. 물론 냉장고의 탄생이 이런 분들의 실패를 딛고 태어난 진보의 산물이란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지나간 사건에 대해 마음이 끌리진 않았다. 하지만 냉장고 부분부터는 의외로 쫄깃한 느낌으로 와 닿더라.

 

냉장고는 네 가지 부분 즉, 압축기(컴프레서), (긴 파이프에 불과한) 팽창 밸브, 두 개의 열 교환기가 연결되어 있는 단순 구조이지만, 냉매를 이용한 증기-압축 순환의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반복적 시스템이라는 부분부터는 제법 읽을 만했다. 기체를 펌프질해서 노즐을 통과시키면서 빠르게 팽창시키면, 기체는 압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차가워지기도 한다는 '줄-톰슨 효과'가 발표되고, 이를 추적한 판데르발스는 순수한 기체와 순수한 액체는 진정으로 같으며, 극단적인 끝부분에서만 물질의 두 상태가 공존한다는 아이디어를 발표한다. 작용하는 힘들 중에서 가장 약한 힘인 이 '판데르발스 힘 van der Waals force'이 냉장고에서 기체가 팽창할 때 내는 냉각 효과의 궁극적인 원인이라네.

 

냉매로 사용되는 '프레온'이란 상표명으로 잘 알려진 염화불화탄소 CFC! 냉장고를 폐기할 때 이 물질은 하늘 높이 날아가 오존층을 파괴한다. 그 결과 태양에서 오는 해로운 고에너지 자외선을 막지 못한다하여 현재는 과불화탄소 PFC를 쓴다는 정도까지는 안다. 2010년 이후론 거의 모든 CFC가 대기 중에서 사라졌고, 오존 구멍은 줄어들고 있으며 30~40년 지나면 완전히 회복될 것이다. 그런데 PFC가 드물게 강력한 온실 기체라네. 온실 효과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이산화탄소보다 열에너지 방출을 수천 배나 더 많이 막는단다. 이런 이유로 선진국에서는 냉장고 폐기 시 냉매를 따로 처리하도록 보장하지만 전 지구적으로 그렇게 처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그 참 쉽지 않은 새로운 골칫거리구나.

 

차가움에 대한 인류의 지식 축적과 깊이는 더해져 극저온의 연구들이 쏟아지는데, 과학자들은 절대영도 근처에서 '초전도체 superconductivity'를 개발하게 되고 SF같은 '자기 부상 열차'를 현실화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초유체 superfluid'_초전도체는 저항이 0인 반면에, 초유체는 점성이 0이다. 즉 마찰 없이 영원히 회전할 수 있다._의 발견이 양자물리학으로 설명(보스-아인슈타인 응집물)되는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다. 초전도체로 만든 전자석을 이용하는 MRI(자기공명전자장치)나 입자가속기 및 자기 부상열차는 이런 극저온 기술의 유용한 산물이지만, 역사상 가장 큰 폭발력을 가진 수소폭탄의 실험에 초저온 냉각기술이 사용되었다니... 과학기술의 양면성은 결국 쓰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있는 것인가 보다...

 

'물 합금'이라고 들어보았는지... 난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용어이다. 2006년에 연구자들은 연료 저장에 사용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물 얼음_얼음을 다이아몬드 모루(Diamond anvil cell인듯...)로 눌러서 엄청난 압력(600만 기압 정도)을 가해 압축한 얼음_을 만들었는데, 연구진은 여기에 X선을 쬐었고, 얼음 속의 물 분자가 분리되어 수소와 산소의 합금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냈단다(331쪽). 물 합금은 보통의 얼음과 전혀 닮지 않았다는데, 이것은 갈색이고 엄청난 압력이 유지되는 한 400℃에서도 녹지 않는다고 한다. 이건 미래의 교통수단과 청정 수소 연료 저장의 미래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냉장고를 거꾸로 돌리는 원리에서 바닷물을 이용해 다른 연료를 쓰지 않고도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니... 차가움에서 극저온으로 발전한 인류 기술은 대단하기 짝이 없다.

 

미래의 우주선은 자기 냉각(magnetic refrigerator)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 한다. 냉각 기술은 이미 우주과학의 영역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것은 암흑 물질 탐사에도 사용된단다. 차가움의 응용은 우주 바깥에만 국한되지 않고, 공상과학의 또 다른 단골손님인 초지능 컴퓨터(양자컴퓨터)의 연구도 대부분 극저온에서 수행된다고 한다. SF소설이나 영화에서 보게 되는 텔리포테이션(원격이송) 실현을 위해서도 극저온 냉장고가 필요하단다.

냉장고는 냉장실의 열을 밖으로 내보내고 그 결과로 내부에 있는 것이 차가워지는 '열펌프'에 대한 기록이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작은 반란 같은 이 기술을 위해, 차가움의 진실에 접근한 모든 인류 선인에게 존경의 마음의 가지게 한 이 책, 과학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일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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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쟁 - 대한민국 경제, 어디로 갈 것인가?
최용식 지음 / 강단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경제가, 우리 경제가 정말 심상찮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은 2012년 이후 최저치인 2.6%를 기록하였다지. 한국은행에서는 올해도 수출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가 뚜렷한 개선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존 3% 전망에서 2.8%로 예상치를 낮추었다. 덩달아 한국금융연구원도 기존 예상치 3%에서 지난해와 같은 2.6%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니 성장경로상의 하방리스크(downside risk)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이런 경우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저절로 악화될 수밖에... 기업은 투자에 신중하게 되고 가계는 선뜻 소비하기가 어려워진다. 여기에 조선·해운업의 위기는 철강, 물류 등 전후방 산업에도 골이 깊은 파장을 던질 것이다. 어떻게 진단하고 처방해야 슬기롭게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한국은행 : 2016년 경제전망(수정) http://www.bok.or.kr/contents/total/ko/boardView.action?menuNaviId=559&boardBean.brdid=125799&boardBean.menuid=559

 

 한국은행은 조선·해운업을 중심으로 한 앞으로 있을 기업 구조조정의 후폭풍을 우려하여 그 선제 대응으로 기준금리를 연 1.5% 에서 1.25%로 전격 인하 하였고, 조선업에 약 10조원을 투입하는 '한국형 양적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한다. 양적 완화? 한국형? 이 '한국형'이란 말이 영~ 불안하다. 솔까 '공적 자금'의 또 다른 이름 아니겠느냐. 조선업이 나라에 없어서는 안 될 기간산업? 경쟁력을 갖춘 유망산업? 아니면 수명을 다한 부실산업?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관건이다. 미국이야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돈을 풀어 성공적 결과를 보였지만, 양적완화·금리인하 두 처방을 다 사용하고도 경제 회복이 요원한 일본을 보면 두려움이 이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론 ‘해운>조선’으로 보고 있으나 전부 죽일 순 없고 구조조정이 그나마 해법이라고 보인다.

 

도대체 그 잘나가던 우리 경제가 왜 이렇게 흔들거리는 걸까? 조선업을 비롯하여 우리 경제가 위기라는 말은 어제 오늘이 아니라 몇 년 전부터 나왔는데 어찌 이렇게 되었을까? 혹자들은 '그래도 경상수지가 흑자 아니냐~'그러는데 이것이 함정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가 장기 불황을 가속화 시켰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이른바 '불황형 흑자' _경기가 불황기에 접어들었을 때 수출과 수입이 함께 둔화되면서, 수입이 수출 감소량 보다 더 많이 줄어들어 발생하는 것_였다는 거지. 그래서 이 흑자를 두고 학자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거다. 지금 우리 경제가 갈수록 저성장, 저물가, 저투자, 저소비 등 '신(新) 4저' 경제현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간 정말로 안 좋은 쪽으로 일본 경제의 전철을 밟아갈 판이다.

 

 <경제 전쟁 - 대한민국 경제, 어디로 갈 것인가?>를 읽었다. '경제재도약추진모임'의 이름으로 발간된 이 책은 "좌초 직전인 대한민국 경제호"편에서 경제파국이 눈앞에 닥쳐왔다고 진단한다. "노태우 정권이 만들어놓은 암 덩어리가 김영삼 정권에서 터졌듯이, 똑같은 일이 지금 벌어지려 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우리 경제 깊숙이 암 덩어리를 만들어놓았고 박근혜 정권은 그것을 점점 키우고 있는 것이다.(29쪽)". 그런데도 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은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려우니 경제파국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성격은 좀 다르다네. 김영삼 정권 땐 경상수지 적자 누적이 불러온 급성질환이었다면, 조만간 벌어질 경제파국은 경상수지의 과다 누적에 의한 만성질환이라고 한다. 급성이야 위태롭긴 하나 치료방법이 단순하나 만성은 치유방법과 고통이 예사 아니라는 거다.

 

 이 책에서 가장 읽어볼만한 부분은 "경제 뒤흔들고 국민 현혹하는 이슈 7가지"였다. _저자는 '우리 경제를 획기적으로 살려낼 경제정책 10가지'를 밀고 있는 모양새이나 그건 생각 나름이고..._ 여기서 다루는 주제들은 주류 경제학의 흐름과는 많이 달랐으나 확실히 생각꺼리는 있더라.

 

1. 잠재성장률이 낮아졌다? 국내 경제연구소는 대체적으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외환위기 전에는 7%대였으나, 외환위기 후에 5%대로 떨어졌고, 노무현 정권 때는 3~4%까지 떨어졌으며,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서는 2~3%대로 추정한다. 하지만 이 추정방법은 틀렸다고 이 책은 말한다. 2~3%대? 그렇다면 실현된 성장률이 그보다 높았을 경우에는 경기과열 현상, 즉 소비가 늘어나므로 물가상승이나 국제수지가 악화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 반대라는 거다. 잠재성장률 문제가 아니라는 거지. 이건 확실히 생각해 볼만한 문제이긴 하나 그렇다하여 잠재성장률 추정이 틀렸다고 보기엔...

 

2. 가계부채 이슈에 묻은 국가부채의 심각성...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는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라고 간주하는데 이것은 틀렸다고 이 책은 말한다. 덴마크 145%, 스위스 네덜란드 스웨덴은 130%가 넘는다는 예를 들며 세계적으로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소득수준이 높고 경제도 안정적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많다는 것은 자본축적이 그만큼 충분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란다. 경제전문가 집단이 가계부채 문제를 부각시키는 이면에는 정책당국의 흉계가 숨어 있단다. 즉, 국가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른 국가부채의 심각성을 은폐하기 위해 가계부채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도록 하고 있다는 건데... 그 참... 둘 다 문제이지 선, 후가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3. 고령화가 청년실업의 원인?  고령화도 경기 부진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게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것은 틀림없으나, 이것 역시 경제정책의 실패를 호도하는 데에 편리한 소재일 따름이라고 하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일자리를 많이 떠나니 젊은이들의 일자리가 넘쳐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이유는 당연히 성장률이 낮아서 기존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는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거지.

 

4. 무분별한 재정지출 확대... 우리 경제가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장률을 기록하는 이유는? 당연히 경제정책이 줄줄이 실패했기 때문이란다. 실제로 새누리 정권이 지금껏 시행해 온 경제정책들은 이미 실패가 예정된 것들뿐이라는데... 대표적인 세 가지가 재정지출 확대, 인위적인 일자리 창출, 고환율 정책이라네. 특히 재정지출은 생산성과 수익성이 낮아서 민간부문이 외면하는 분야에 주로 이뤄진다. 따라서 재정지출을 확대할수록 국가 경제의 평균적인 생산성은 낮아지고 한계생산성은 더욱 낮아진다. 한계생산성이 낮아진다는 것은 경제생산률이 낮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재정지출 확대는 이처럼 성장률을 낮출 뿐이라는 주장이다(49쪽).

 

5. 인위적인 일자리 창출, 실업률을 높인다... 왜? 일자리를 창출하면 소득이 늘고 소득이 늘면 소비가 늘어나 경기가 상승하며, 그러면 성장률도 높아져 실업률이 떨어진다는 것이 정책당국의 의도인데, 그럴듯한 생각일 뿐이라네. 생산이 늘면 고용의 수요가 늘어나지만 이 수요에 응할 노동력은 이미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진되었다는 주장이다. 결국 한계생산성이 떨어지는 노동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경기의 악순환으로 이어져 결국 실업률은 상승한다는 논리이다. 일자리 창출은 경제성장의 결과일 따름이므로 인위적인 창출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건데 일견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계약직이 삶의 질과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것이 사실이므로...

 

6. 경제난을 심화시킨 고환율 정책... 우리 경제를 장기부진의 늪에 빠트린 가장 결정적인 것은 고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해외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하네. 새누리당 정권이 수출 증대를 고환율 정책의 명분으로 내세우나 수출은 과거 어느 정권 때보다 부진하다는 거지. 그 이유는 환율이 상승하면 해외 바이어가 수출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대부분의 국내 수출업체는 이를 수용하기 때문이란다. 고환율 정책은 일반 수출업체에는 큰 혜택을 주지 못하고 대기업처럼 가격지배력이 강한 곳만 혜택을 입는, 소수 재벌을 위한 정책으로 국민의 경제적 고통만 키우고 있는 꼴이란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닌지...

 

7. 소득 주도 성장정책,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여당의 경제정책이 별로라면 야당은? 이 책은 야당(새정치민주연합)이 '유능한 경제정당'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내세운 "소득 주도 성장정책"도 심각한 경제파국을 초래할 뿐이라고 질책한다. 소득을 정책적으로 증가시켜 경기를 상승시키고 성장률을 높이겠다는 이 정책은 언뜻 듣기에는 탁월한 호소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이런 정책은 더욱 심각한 고통을 가중시키는 실패작이고 하네...

 

 일하고 싶어도 직장에서 밀려난 중늙은이들.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부족한 젊은이들... 그들이 왜 산으로 내몰리고, 3포니 5포니 하는 세대가 되어야 하는가? 이 책이 줄기차게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정말이지 그것은 당신 탓이 아니다. 경제정책이 실패한 탓이다.
 그렇다면 이 책이 제시하는 바는 뭔가? "안정적 성장보다 더 중요한 경제정책은 없다"는 거다. 경기가 부진해지면 못사는 사람이 먼저 해고당하고, 사업이 망해도 영세업체부터 망하는 경향이 강하므로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진다. 경기의 안정적인 유지가 필수적인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우리 경제를 획기적으로 살려낼 경제정책 10가지"를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첫 번째 관점은 '국제경쟁력 강화'로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공공부문을 축소해야하고, 자본시장통합법 같은 악법 등 금융산업 규제를 완화하고, 인구 백만 산업도시를 건설하여 산업공동화 예방과 국제경쟁력 강화 및 성장잠재력 향상을 기하며,  제조업 종합상사 도입 및 부품소재 산업을 육성하자고 하네. 두 번째 관점은 '성장잠재력 향상'이다. 이를 위해 환율을 조금씩 떨어뜨리고, 재산세는 국세로 전환하고 물품세는 지방세로 전환하자고 주장하며, 소득세와 법인세는 점진적으로 줄이고 재산세는 늘리면 성장잠재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이란다. 세 번째 관점은 '성장지속력 확보'로 일자리 증대, 적절한 소득 재분배, 성장과 복지의 조화를 제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12월 국무회의에서 "국민경제 살리기와 국민 안전이 정치권의 이득과 실리보다 중요하다."라고 하셨다. 지극히 당연한 말씀인데, 정작 대통령이 이끄는 새누리당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고 총선에서 결국 패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정치개혁이라는 것도 사실 궁극적인 목표도 정치 개혁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국민경제 살리기, 국민의 안전, 국민의 삶을 더 낫게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정치 개혁도 여기에서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셨지만, 국민은 그 말씀의 진의가 재벌에게만 유리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이유도 있었으리라. 조선·해운업의 위기가 노동자의 잘못이 아니지 않은가.

 

 솔직히 이 책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대단히 어렵다. 특히 경제의 건강성과 체력을 진단하는 기초적인 경제지표 중 환율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으면서, 고환율정책이 경기추락을 초래하였으며 금융시장의 신용경색도 불러왔다는 부분은 좀 더 신중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대표 필자(최용식)가 국민의당 경제재도약추진위 부위원장으로 영입된 뒤 곧바로 나온 '고환율정책 비판'도 이 책의 관점과 연장선에서 주장하는 바이겠지만, 최근의 고환율은 그렇게 인위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달러의 강세와 신흥국 통화 약세가 맞물리면서 일어난 현상이라 봐도 무방한 현실이고, 경상수지 흑자를 해외투자로 돌리는 것 또한 의도적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좀 그렇다.
 어쨌거나 정책당국자들이 이런 저런 목소리를 잘 가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길 기대하면서 독후를 마무리해야겠다. 대한민국 화이팅!!! (아주 짧게 3단 정도로 정리하려한 것이 너무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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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0 13: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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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0 2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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