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장의 생각 - 사장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해결하는가
신현만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9월
평점 :
비록 경영학을 전공했다곤 하나 나는 내 자신이 CEO 감이 아닌 걸 금방 깨달았다. 흔히
말하는 '왕관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깜냥이 아니라는 거지. 경쟁적 직장 생활은 체질적으로 버티기가 쉽지 않았다. 조용하고 차분하다는 것은
소심함과 여린 감성의 다른 표현일 뿐이었다. 경쟁자들의 후흑(厚黑)함에 몇 번 상처를 받자, 부딪혀 이겨내기 보다는 그냥 상대하지 않는 쪽으로
변해갔다. 남 앞에 나서길 좋아하지 않게 되었고, 그러면서도 자존심은 쓸데없이 강하니 그저 내 몸 하나 건사할 뿐이다. 당연히 '사업' 이런
걸로 인생 승부를 내겠다는 야망 같은 거 없는 편이다. 그러니 경영·경제 관련 책을 읽어도 CEO 분야의 책은 나와는 거리가 좀 먼 영역이었다.
<사장의 생각 - 사장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해결하는가>... 사장... CEO... 이런 제왕학은 정말 손이 안 간다. 신간평가단 이런 이유가 아니면 스스로 읽지는 않을 듯한...
약간 심드렁하게 책을 넘긴다. 프롤로그 '사장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을 읽고 있을 때만 하여도 그저 그런 '~하라' 류의 자기계발서
이겠거니 싶었다. 솔까 내 직장의 CEO도 종종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출발선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장은 직원이 보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본다. 직원이 보는 세계가 전부가 아니다. 사장의 판단이 종종 직원과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임직원들이 사장의 생각과 고민을 이해한다면 직장 생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말 그럴까?
많이 놀랐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책은 사장이 아니더라도 샐러리맨이라면 꼭 한번
읽어둘만한 책이었다. 일단 <Q & A>에서 사장의 어떤 고민에 대한 결론적 답을 하고, 이어 그 답에 대한 배경을 설명해
나가는 모양새이다. 그런데 고민의 원인을 참 세밀하게 제대로 들여다본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대로 파악·진단하니 그 처방에 설득력이 더해진다.
보통의 '~하라'는 자기계발 책과는 격이 다르네. 우리 사장님이 왜 그러는지, 그래서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정말 한 수 배웠다. 기업이
설립되고 2년도 안 돼 절반 이상이 문을 닫는다고 하고, 5년 뒤까지 살아남는 기업은 30%가 채 안 된다고 하는 시대. 이 책의 카피처럼 이
책은 "사장은 감춰 보고, 직원은 훔쳐봐야 할 책!"임이 분명하다.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글들이 많았다. 임원의 성과는 실적이 아닌
리더십이란다. 성과를 만들어내는 리더십을 말하는데, 성과를 위해서는 때로 직원들에게 쓴 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하고, 냉정하게
그들의 요청을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단다. 내 성격 때문에 '착한 상사 콤플렉스'에 걸려 있었던 건 아닐까. 착한 경영자, 착한 임원은 존재할 수
없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성과가 부진한 임원은 봐줄 수 있어도 철학이 다른 임원은 같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그동안의 인사가 눈에 바로
그려지더라. CEO들은 임원들의 '충성심'이 중요하다는 거지. CEO의 경우에도 '착한 사장'으로 남고 싶은 유혹을 버려야 한다는 말에 공감을
많이 했다. 경영자는 회사를 마지막까지 책임지고 지켜야 하는 사람이므로...
내가 근무하는 회사는 최근 '혁신'을 부르짖고 있다. 이 책에서 "혁신을
원한다면 '내 사람'부터 버려라(인적쇄신)", "문화를 바꾸려면 사람부터 바꿔라(조직문화 혁신)"라고 조언하는데 가는 방향이
제법 닮아 있다. 측근을 멀리 보내고 혁신의 주체를 새로 세운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다. 또한 잘못된 관행과 관습의 뿌리를 찾아 조직의 문화를
바로 잡는다는 것은 많은 저항을 동반한다. 특히 많이 배운 이른 바 '똑똑한' 직원일수록 설명 없는 개혁에 반감이 많은 편이다. CEO의 생각이
직원들에게 전달되려면 CEO가 하는 말이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느끼게 해야 한다는 조언하는데, 이런 점에서 '내용은
구체적으로, 소통은 필사적으로' 행하려는 우리 신임 CEO의 열정이 이 책과 닿아있다. 마치 이 책의 저자에게 컨설팅을 받고 그대로 행하는
듯한...
문제직원을 내보내면 문제가 사라질까? '내보낼 수도 없고,
그냥 놔둘 수도 없고!"... 이건 중간 관리자급인 나의 고민이기도 하다. 트러블 메이커, '부정 바이러스' 같은 팀원을 다른 부서로 보내야
하는 지 고민하고 있으니까. 갈 길이 다른 직원은 빨리 떠나보내야겠지만, 그들이 왜 골칫덩이가 되었는지 조직 차원에서의 소통재개(면담)를 우선시
하는 처방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물론 '나는 이야기했지만 상대방은 들은 적이 없는' 하나마나한 이상한 소통 말고... '끝을 볼 때까지 소통을
멈추지 마라'는데 글로벌 기업 인사담당자의 말에 의하면 세 번 정도의 면담이 진행되면 문제 직원의 80~90%가 상사의 뜻대로 태도를 바꾸거나
회사를 떠난다고 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중간 관리자 이상은 이 책을 필독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외에도 보스의 눈높이만큼 생산성이 올라간다(목표 공유), 평가가 없으면 성과도
없다(직원평가), 작은 비리 정도는 눈감아줄 수 있지 않을까?(투명성), 스타직원에 의존하지 말고 시스템에 투자하라(시스템경영), 유능한
직원이 떠나면 재기의 기회도 함께 떠난다(인력감축), 고객에게 주파수를 맞춰라(고객지향), 가격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전략(저가전략
대응), 미래도 출발선은 언제나 현실이다(신규사업), 사업 성패, 포기하는 용기에 달려 있다(매몰비용) 편이 특히 와 닿았다.
한 때
GE의 CEO였던 잭 웰치는 자기 시간의 75%를 핵심 인재를 찾고 채용하고 평가하는데 썼다지. 할 게 무지 많은 CEO가 인재관리에만 신경을
쓴다고? 아주 의심스러운 말씀이지만 이 책은 이런 일이 맞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성장하는 기업 vs. 조로하는 기업 :
차이는 '사람 경영이다'라는 원론적인 말씀이 왜 '근본'인가를 느끼게 하는 책읽기였다. 편견 없이 읽을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