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커피북>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더 커피 북 - 커피 한 잔에 담긴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니나 루팅거.그레고리 디컴 지음, 이재경 옮김 / 사랑플러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예나 지금이나 '커피'라는 단어는 낭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그리고 요즘 2,30대 사이에서는 까페문화, 특히 대형체인화된 커피전문점의 천편일률적인 맛과 획일화된 분위기를 벗어던진 작고 아담한 개인까페를 찾아다니며 열광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나 역시 그 무리 중 하나일 것이다. 분위기나 맛은 제각각이지만 그 중심에는 분명 '커피'가 자리한다. 커피를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새로운 까페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커피는 이제 단순한 음료나 먹거리가 아닌 생활전반 깊숙히 자리한 문화를 주도하는 아이콘이다. 언제 어느때고 커피에겐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했고 갖은 권모술수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커피는 아랍의 칼디라는 염소목동이 발견한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관심밖을 벗어난 적이 없다. 
  

커피북이라기에 커피의 종류나 전문적인 커피지식이 담겨있는 책일거라 생각하며 호기심어리게 보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그보다 더 중요한 커피의 역사와 커피가 우리손으로 들어오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을 생생하게 다뤘다. 어떤 커피책에서도 볼 수 없던 매우 유익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다양한 소비지의 겉모습이 아닌, 생산지의 열악한 환경에서 12시간이상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커피 한모금도 쉽게 마실 수 없게 만들었다. 사실 커피의 가치사슬이라 부르는 험난한 과정에서 커피를 사먹는 가장 윗단계의 소비자인 나같은 사람은 좀체 들을 수 없는 이야기다보니 커피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은 커피색만큼이나 진하고 암울했다. 낭만과는 좀체 거리가 먼 이야기들이었다.


커피가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기 시작하면서 커피생산국과 소비지는 식민지와 피식민지라는 관계를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식민지들의 해방이 이루어진 지금에도 종속관계는 면면히 유지되오고 있다니 슬픈 현실이다. 다행히 독립국가로서 커피 주요생산지로 떠오른 브라질의 부상은 반가운 일이라 말한다. 그러나 나라간 과도한 경쟁과 상업성의 탐욕스러운 손길에 속수무책으로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커피값때문에 빚을 떠안은 채 농사를 짓고 그조차 감당할 수 없어 도시로 떠나 빈민이 되어 비참하게 살아가는 커피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커피 한 잔 속에 쓴 맛으로 여운을 남기는 듯 했다. 하루 12시간이상 허리숙여 커피를 따는 고된 노동에도 겨우 1,2달러를 벌어 끼니해결조차 쉽지 않은 그들이 있기에 지금 우리가 여유롭게 커피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인데,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그들의 현실때문인지 커피 한 잔이 참 값싸게 느껴졌다. 


동네 슈퍼마켓에서 1파운드들이 커피 한 통을 살 때 당신이 지불하는 가격은 단지 커피 원두 값만은 아니다. 당신이 커피와 만나기까지 발생한 모든 일, 즉 포장과 운송, 로스팅, 분류와 등급화, 정제, 그리고 수확에 들어간 비용 모두를 지불하는 것이다.    -P.209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장에서 언급된 '지속가능한 커피'와 '공정무역'에 관한 부분은 더욱 의미심장하고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생산지의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좋은 환경을 제공해 커피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공정무역'과 그로 인해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커피'에 대해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EBS에서 본 [히말라야 커피로드]라는 다큐멘터리는 '공정무역커피'에 관한 실제모습을 생생히 보여준다. 정성스레 커피열매를 키우고 그 커피를 판 돈으로 아이들을 교육시키며 커피를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문득 너무 싼 커피만 쫓는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긴 여행길에 오른 커피생두가 우리나라의 '공정무역커피'를 취급하는 커피전문점에서 커피 한 잔으로 판매되기까지의 과정이 나오는데 소비자인 나의 구매심리를 직접적으로 자극하고 움직이게 했으며 '공정무역'에 대한 의식을 일깨웠다. 


공정무역은 수백 년 동안 커피 컵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커피 재배의 다른 측면, 즉 착취당하는 커피노동자의 처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외적인 환경문제와 달리 노동문제는 커피 산업 내부에 깊숙이 녹아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공정무역의 목적은 커피 가치사슬에서 커피 재배 농민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늘어나도록 무역구조를 재조정하는 것이다.       -P.353


오랫동안 고착되어 온 커피노동자들의 생활이 파괴될수록 최종소비자인 우리에게 돌아오는건 형편없는 커피맛이라는 걸 일깨우려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덕분에 공정무역커피의 미래는 밝아보인다. 비단 커피뿐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것들은 그것을 생산하는 생산자와 노동자의 손길이 있다. 우리는 눈 앞에 놓인 이익과 손해만을 저울질하느라 그 사람들에게 돌아가야할 공평한 분배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 '커피'하면 낭만보다 착취라는 단어가 떠오를 수도 있다. 이 책은 커피 한 잔에 담긴 향이나 맛보다 불편한 진실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깨어있는 소비자들의 관심과 의식변화로 커피농부들의 '지속가능한' 삶과 '지속가능한'커피가 별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으니 올바른 커피소비로 보답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커피 시장은 날이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암울하기만 했던 국제 무역 환경에 작지만 밝은 등불 하나가 켜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불빛은 다른 곳이 아닌 지금 우리 손에 들린 검은색 커피 속에서 스며 나온다. 이런 매력이라면 얼마든지 중독되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    -P.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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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종료] 7기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드디어 7기 신간평가단이 완료되었네요.  
개인적으로는 시원섭섭하지만 아쉬움이 큽니다...    
아마도 보내주신 책 12권중에 겨우 반정도밖에 읽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남은 책들은 늦더라도 꼭 서평으로 올릴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여러 분야를 읽으려고 하지만 늘 높은 문턱(인문분야의)때문에 좌절했는데, 
7기 신간평가단의 책을 읽으며 다양한 관점과 넓은 시야를 가지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는 말을 여실히 느꼈답니다! ㅎㅎ


요즘 부쩍 바빠지면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뤘었는데,
이제 책읽기 좋은 바람과 날씨가 저의 독서를 도와줄 거라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래 설문은 12권의 책 중 제가 읽은 책가운데 골랐습니다.  

 

신간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이유  

 이 책을 읽기 전, 그 분을 그저 좋아하기만 했을 뿐 이해하려고 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주위의 시류에 휩쓸려 끝까지 지켜드리지 못해 너무 죄송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분이 그저 말로만 진보를 외치려 했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무엇보다 값지다 말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통해 뒤늦게나마 그 분의 마음을 그리고 신념과 의지, 고민을 여실히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또한 책을 통해 그동안 등한시했던 정치,경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 그보다 큰 칭찬은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이 책이 베스트인 이유는 첫번째 설문에서 설명드렸습니다^-^   

  

 평소 여행책을 좋아하지 않고 기피하는 분야인데 신간평가단에서 딱 마주쳤습니다.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말랑 말랑한 여행사진책과는 달랐습니다. 제목처럼 깊고 깊은 파리의 매력을 한껏 드러내는 책이었습니다. 파리를 오래 여행한 사람답게 가볍지 않고 진중하며 무한한 애정을 한껏 드러내더군요. 이 책을 읽으며 파리의 예술품과 미술관, 거리와 상가들이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 듯, 파리와 한국의 간극을 무색케 했습니다.   
 

 아직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지 못한 책인데요, 굉장히 흥미롭고 유익했습니다. 커피를 그다지 즐기지 않지만 책에서 인정하는 바대로 이제 커피는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라 시대와 문화를 대변하는 트렌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진실을 파헤칠수록 검은진실은 거북한 손길을 뻗쳐오더군요. 무엇보다 커피한잔을 만들기 위해 땀흘리는 커피농부들의 고된 노동과 적은 임금은 커피향이 독하게 느껴질 정도로 가혹했습니다. 그리고 커피가 탄생하기부터 오늘날까지의 역사를 더듬으며 왜 사람들이 그토록 커피에 열광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더군요.   

 현직 방송기자가 쓴 한국언론 내부고발이라 띠지의 표현대로 하자면 꽤나 자극적입니다. 인간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는 판단때문에 한국언론의 비판잣대를 미국의 대부호이자 성공한 주식투자가 워렌 버핏을 들어 통렬하게 꾸짖습니다. 그동안 아무생각없이 믿으며 거르지 않고 들어온 뉴스와 방송이 그저 '소음'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요목조목 설명하는데 하나같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무엇보다 '언론인의 똑똑해야 사회가 윤택해진다'는 워렌 버핏의 말을 인용해 언론인의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진실되게 다가왔습니다.   

  
 사실 굉장히 지루하게 읽은 책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맛, 새로운 과일을 향한 저자와 매니아들의 모험은 뒤로 갈수록 궁금하게 하더군요. 인간의 욕망덕에 끝없이 진화하는 과일로 우리의 생활과 수준이 날로 업그레이드되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비록 주식이 되어 우리를 배불리 먹게 해줄 순 없지만 과일이, 가진 달콤함과 쾌락의 힘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들어보는 과일과 생김새, 컬러사진으로 봤다면 상상하기 더 쉬웠을거라는 아쉬움은 끝까지 남았습니다.

 

 신간평가단 도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국가는 아버지의 역활보다 어머니의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산업정책보다는 오히려 사회정책 쪽의 역할을 많이 하는 것이 지금 현재 우리 국가가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머니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넘어지면 일으켜 세우고, 공부 잘하도록 받쳐주고, 다치면 어루만져주는 것입니다. ......(중략)
노대통령도 이런 표현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정부와 국가는 어머니와 같은 역할을 하는 데 비중을 많이 둬야 한다.
산업정책도 필요하지만 어머니와 같은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p.45  

 

무척이나 가슴이 미어지는 말이었습니다.
그 분에게 울타리가 되어드리지 못한 것이 그렇게 죄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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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의 거짓말>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9시의 거짓말 - 워렌 버핏의 눈으로 한국 언론의 몰상식을 말하다
최경영 지음 / 시사IN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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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뉴스를 보지 않는다. 어느날부터 뉴스는 나를 불편하고 불쾌하게 만들었다. 나날이 자극적이고 편파적으로 변해가는 뉴스는 세상살기가 점점 팍팍해졌다는 말로 나를, 혹은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듯 했다. 여기 늘 공영방송이라 자부하는 KBS의 현직기자가 매스를 잡았다. 그리고 대중들을 호도하는 언론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는다. 현직기자가 뉴스와 언론사, 동료들인 기자까지 싸잡아 비난하니 전혀 언론과 관계가 없는 나조차 얼굴이 달아올랐다. 한편으로 예전에는 뉴스를 보며 느낀 불쾌함의 원인을 명쾌하게 찾을 수 없었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세상에 감춰진 진실, 우매한 대중을 발아래 두고 자신들의 이익챙기기에 급급한 언론에게 진실을 기대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자유민주주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오랫동안 주식투자의 노하우를 전하는 워렌 버핏의 잣대가 등장한다. 그의 생각과 신념에 대비시켜 한국언론의 잘못된 점을 요목조목 지목한다. 워렌 버핏이 성공하기까지의 길은 한국언론과 무척 대조적이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그가 실천한 방법을 반대로 실행하고 있는 한국언론의 무지함과 잘못된 판단은 지금의 뉴스를 그대로 말해주고 있었다. 국민의 신임을 점점 잃어가고 점점 개인화, 다원화되는 사회에 구시대적 발상으로 억지논점을 피력하는 뉴스에 우리는 지칠대로 지친 것이다. 설혹 저자의 이야기가 진실이 아니라 해명해도 의심밖에 남지 않은 나같은 사람에게 공중파의 뉴스란 그저 허상으로 비칠 뿐이었다.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그는 인간이 아니라 신입니다. 문제는 인간의 예측 능력의 부재가 아니라, 잘못된 전제와 왜곡된 통념입니다. 잘못된 전제에 근거한 예측을 언론이 지속적으로 증폭시키고 대중이 이를 믿게 되면 이른바 '자기실현적' 메커니즘이 작동됩니다. 결국 잘못된 전제를 바탕으로 한 예측이 왜곡된 통념을 낳고 이 왜곡된 믿음이 잘못된 결정을 이끄는 것입니다.       -p.163


저자가 말하는대로 이제 소수의 기득권층 이익을 위해 언론인으로서의 사명조차 저버린 언론인에게 쏟아져나오는 방대한 기사는 그저 '소음'에 불과한 것이다. 이 책을 보며 배운 것은 바로 '의심'이었다. 이제 전문가의 의견을 마치 전체의 이야기인 것마냥, 혹은 진실인 것마냥 책임감없이 써내려간 기사를 그대로 믿기란 어려워졌다. 이 기사의 배후에는 어떤 음모가 있는 것인가 매번 의심하고 깊이 생각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워렌 버핏은 '언론인이 똑똑해지면 사회가 윤택해진다'고 했는데 우리 사회가 이렇게 살기 힘든 이유를 모두 언론탓으로 돌릴 수는 없겠으나, 대중을 기만하고 불분명한 근거와 데이터로 진실을 왜곡한 댓가가 언젠가는 그들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우리의 의심과 뉴스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불편함이 그 반증이다. 


멍청하거나 사악한 언론인이 많을수록 대중은 점점 더 가난하고 불행해집니다.
그러나 그들이 지금 하는 짓을 스스로 멈출 거라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그들은 대중이 계속 그렇게 우매한 상태로 남아있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게 그들에게는 무엇보다 이익입니다.    -p.193


 

그러나 저자는 철저한 자본주의 논리하에 상업성으로 점철된 뉴스에도 분명 한계가 있음을 상기시킨다. 뉴스와 언론도 하나의 사업이 되버린 마당에 대중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만으로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목적에 위배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언론과 뉴스만은 100%객관은 어려울지언정 90%이상의 진실을 기대하는 국민들에게 뉴스의 이면과 허황된 진실은 언론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여겨졌기에 저자는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KBS의 프로를 볼 때마다 자막으로 나오는 '이 프로는 국민들의 소중한 수신료로 제작되었다'는 멘트가 어찌나 가식적이고 가증스러운지 고개를 설레설레 젓게 되었다. 그렇게 소중한 수신료를 얼마나 우습게 생각했기에 과장된 거짓에 가볍고 자극적인 소재만 쫓게 되었는지 고민해보라 말하고 싶다.
 

한국 언론은 결코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한국 언론은 항상 '국민들'을 대변하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한국 언론이 실제 '국민들'을 취재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들의 주요 취재원은 거의 언제나 소수의 기득권 집단이었습니다.   -p.184


워렌 버핏의 상식과 한국언론의 몰상식이라는 개별된 장으로 구분되는 이야기구조가 한국언론의 취약점을 잘 드러낸다. 몰상식이라 비하될 정도로 언론은 이미 개념을 상실했다고 저자는 구구절절 말한다. 특히 뉴스를 이용한 한국의 주식시장은 절대 개인투자자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주변에서 주식에 투자해 매일 살얼음판을 걷고, 행여나 오를까 내릴까 노심초사하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안타깝게 느껴졌다. 진실이 저만치서 손을 흔드는데 끝내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다는 사실은 사람을 무력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그 무력함에 반기를 드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진실은 사장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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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깊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파리는 깊다 - 한 컬처홀릭의 파리 문화예술 발굴기 깊은 여행 시리즈 1
고형욱 지음 / 사월의책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진정한 여행은 휴식이다는 말에 공감한다. 여행을 통해 사람들은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운다. 하지만 무엇보다 여행은 바쁜 일상에 쫓기듯 살아온 자신에게 피로회복제가 되야 한다. 여행자의 시간은 귀하다는 말을 어느 분에게 들었는데 올여름 여행하는 내내 그 말이 따라다녔다. 시계를 보지 않고 자유로이, 그러나 자신 속으로 무한히 침잠해 들어갈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은 여행의 진정한 묘미였다. 그러한 자신의 시간동안 그 곳의 풍경과 문화에 깊이 매료됨을 느꼈다. 여행자의 시선은 그만큼 자유로웠다. 나는 파리를 소개한 이 책을 통해 저자가 파리에서 품었던 태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파리는 과거에 천착하고 있다는 말이 서늘하게 가슴을 훑었지만, 오랫동안 파리를 여행하며 애정을 가졌던 저자가 변화의 광풍에 서서히 옛광영의 자리를 내주고 파리를 안타까워함은 그 장소를 깊이 이해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관광지를 둘러보며 두 번이상 가고 싶다고 생각한 곳은 없었다. 그건 이 책을 읽으며 곱씹는 바인데 관광지에 대한 역사나 문화의식이 희박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애정이 결여된 관람이었기에 어느 곳에서나 일정 이상의 감흥을 느낄 수 없던 탓이었을 것이다. 루브르와 오르세, 오랑주리 박물관을 수시로 드나들며 오로지 그림 한 점을 만나기 위해 새벽길을 오르고 2,3시간 기다림을 주저하지 않는 저자의 여행자로서의 마음가짐에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더 많은 것을 보기 위해 촉박한 일정을 쪼개고 시간에 쫓겨 허둥대며, 사진찍을 생각에 정작 중요한 피사체는 놓친 적이 많았던 그동안의 여행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이었나 반성하게 된다. 그리고 관광객의 일상을 잊은 느린 여행자가 되자는 저자에 생각은 여행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다. 
 

하루 정도 무위도식한다는 게 관광객들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은 느린 여행자가, 산책자가 되자. 정해진 시간과 예산 속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기념촬영을 하는 관광객의 일상을 잠시 잊자. 잠깐 동안 여유로운 여행자로 변하자. 하루가 힘들다면 반나절도 괜찮다. 가벼운 책 한 권 들고 나가서 황금빛 햇살이 초록 잔디를 향해 떨어지는 공원에 털썩 주저앉자. 주저앉는 게 포기하는 게 아니라 진정한 휴식임을 느낄 수 있다.   -p.255

 

2부로 구성된 책의 목차를 따라가니 파리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것들이 전부 나열되어 있다. 특히 1부의 파리 예술 산책은 그동안 어떤 형태의 그림으로도 쉽게 만날 수 있었던 유명한 그림을 실제로 볼 수 있었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대한 애정과, 당시 예술가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쉽게 재미있게 그려진다. 많은 예술가들의 장소인 전설적인 몽마르트르 언덕이나 <물랭루주>의 툴르즈-로트렉 이야기는 마치 그들의 일상이 손에 잡힐 듯 깊이 빠지며 읽게 된다. 그리고 오로지 모네의 <수련>을 보기 위해 오랑주리 미술관을 찾고, 넓은 전시관 삼면을 가득 채운 <수련의 방>에서 마음을 가득 채운 사념을 몰아내고 온전히 그림의 심연에 빠질 날만을 손꼽으며 일부러 꿈을 미루고 있다는 저자의 마음에서 진심으로 그 장소와 그림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마음이 읽혀졌다. 요즘 따라 19세기 인상파화가들이 자주 회자되고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데 파리는 인상파의 도시라고 한다. 오르세는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미술관인데 작품 규모의 방대함에 놀라 제대로 즐기지 못할 수도 있으니 느긋한 마음으로 감상하라는 충고는 그 곳에 대한 지적호기심을 더욱 부풀린다. 
 

그림은 때로 물질적인 영역을 넘어선다. 꽃이 주는 단순한 아름다움만 포착하는 게 아니다. 시각젹 역역에만 제한되는 것도 아니다. 프루스트는 모네의 그림이 꽃과 시각적 영역을 넘어서서 또 다른 아름다움의 세계로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p.119


2부에서 만나는 파리 도시 산책코너의 이야기도 매우 흥미롭다. 유명한 파리의 고서점을 비롯해 관광객들은 잘 오지 않는 파리의 골목 구석 구석, 저자가 애정을 가진 곳에 뻗친 손길은 다정다감하다. 그리고 세부적으로 소개되는 파리의 아름다운 정원과 '미슐랭 스리 스타'에 빛나는 전통적인 레스토랑과 까페문화를 선도하며 파리의 낭만에 정점을 찍은 파리의 역사적인 까페들은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잊지 못할 추억에 물드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파리의 죽음이라는 에필로그인데 도시 가운데서 발견하는 공동묘지는 많은 예술가들의 혼이 잠들고 있기 때문인지 저자의 생각대로 죽음의 기운보다는 그들의 식지 않은 열정이 후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진원지같은 곳처럼 느껴졌다. 

 
묘지 안에 있으니 사념이 많아진다. 파리에서 만나고자 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옛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파리를 파리답게 만든 예술가들은 이미 유명을 달리했다. 과거의 영광스러운 세대는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파리는 여전히 '예술의 도시'라는 허장성세 속에 서 있다. 파리는 과거에 천착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은 뉴욕으로, 패션과 미식은 런던으로 그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어쩌면 지금 파리가 팔고 있는 것은 과거의 꿈과 지나간 역사인지도 모른다. 아니, 혹은 그 모든 것들을 잃어버리고 낭만이라는 껍데기만 남아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예술과 함께 탄생했으나 문화가 쇠잔하면서 퇴락해가고 있는 것이다.  -p.347


문화, 예술, 미식의 유행을 선도하고 세계의 내노라하는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다양한 기획전시로 관광객뿐만 아니라 높아진 내국인의 눈높이에 따라 점점 수준높은 전시와 볼거리를 제공하는 파리의 전시회는 파리의 대한 관심과 기대를 높인다. 인상파의 숲이라 일컫는 오르세 미술관이나 모네의 많은 작품을 소유하고있는 오랑주리 미술관은 파리에 들러 꼭 가고 싶은 곳이 되었다. 그림과 사진, 예술과 문화를 바라보는 눈은 한결같지 않다. 시대에 따라 변화하고 보는 이에 따라 전혀 다른 혜안을 가지게도 한다. 파리도 변화한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늘 예술가들이 자리잡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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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승자>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랑의 승자 - 김대중, 빛바랜 사진으로 묻는 오래된 약속
오동명 지음 / 생각비행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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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김대중 전대통령, 그 분의 정치적 배경에 대해선 잘 모른다. 네 번의 낙선 이후 늦은 나이에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그 후 한국인으로서는 첫 노벨평화상을 받았다는 정도밖에는. 그러나 그러한 사실만으로도 그 분의 인생이 끝없는 시련과 굴곡으로 평탄하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집권기간에는 남북통일을 위한 햇볕정책으로 야당의원과 국민들에게 비난받아왔다는 것도, 시간을 거슬러보니 그 분의 정치적 행보도 하나씩 떠오른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죽음 이후 민주주의와 진보, 그리고 정치에 대한 관심으로 김대중 전대통령이 자주 거론되면서 그 분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하지만 작년 8월 18일 서거하셨다는 소식에 망연자실 하늘을 바라봤던 기억이 났다.  
 

그 분을 처음 뵜던 건 초등학교 가는 길목, 어느 담장아래 있는 대통령 후보자들의 포스터에서였다. 그 후 성인이 되어서도 그 분은 여전히 포스터속의 인물이었다.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나 무관심을 떠나 재선, 삼선, 사선까지 도전하는 그 분의 정치적 야망과 명예욕에 그저 혀를 내두르며 포스트를 질리는 표정으로 흘려본 적도 있었다. 그러나 뒤늦게서야 그런 나의 생각이 어리석음과 무지에서 비롯되었음에 진심으로 부끄러워했다. 도대체 나는 그 분에 대해선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일부를 전체인 양 비난하고 매도하면서 낮게 평가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에선 그런 정치인으로서의 김대중 전대통령을 재해석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부 신문기자였던 저자의 신분에서 당시 시대에 감히 보여줄 수 없었던 한 사람으로서의 김대중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신문의 정치면에서 비춰지는 정치인의 모습은 어색하고 경직되어 있으며 근엄하다. 혹은 가식적인 웃음과 음험한 표정으로 상대편을 향해 손가락질하고 욕하는 그들의 사진이라도 보게 되는 날이면, 한참어린 나조차도 그들이 자기밥그릇싸움하는 아이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하지만 책 속에서 만난 김대중 전대통령의 모습에 무척이나 놀랐다. 정치인에게도 저런 인간적인 면모가 있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웃는 얼굴, 하품을 참는 모습, 책을 읽는 모습, 정원에 물을 주는 모습은 신문이나 티비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 분의 얼굴이었다. 웃는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으니 전혀 다른 사람같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굳은 의지를 믿고 당당하게 평생을 살아온 그 분의 얼굴에서는 강한 자신감이라는 아우라가 뿜어나오는 듯 했다. 그리고 그런 당당한 아우라에도 친근하고 탈권위적인 인상은 왜 국민이 결국 그 분을 선택했는지 짐작케했다.
 

"늦더라도 국민은 결국 올바른 선택을 한다고 믿습니다"
"국민이 제게 준 선물은 끈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내가 사진을 통해 느낀 인상대로 저자는 그 분에게 끝까지 친서민적인 모습을 기대했던 모양이다. 저자는 끝내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는 부분에 대해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국민들 틈으로 다시 돌아와 국민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민중사이에 뿌리내리길 바라는 마음이 어디 저자 한 사람의 마음일까. 1998년 2월 취임식이 있던 날, 일산에서 살던 집을 떠나던 그 분을 보내는 동네 주민들 틈에서 아슬하게 잡힐 듯 말듯 손을 내밀던 꼬마의 뒷모습이 찍힌 사진은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대통령과 손을 잡겠다는 꼬마의 소원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고, 5년 뒤에 다시 돌아오실 것이라는 주민들의 기대도 어긋났다. 그렇게 김대중 전대통령은 아쉬움을 남겨 놓은 채 멀어졌다. 
 

"사랑하는 데 있어서 어려운 것은 자기가 원치 않는 사람,
심지어 증오한 자를 용서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 분은 자신과의 약속은 지킬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승자라는 타이틀이 잘 어울리는 분이다. 또한 아내의 남편이면서 한 가족의 가장이었다. 옥중일기와 가족과의 편지교환은 어느 것하나 소홀히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받기에 충분하다. 저자는 과거의 정치인으로 남기에 아까운 한 사람을 누구보다 친근한 이웃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그 분은 그만큼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언론기자였지만 차별없이 대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저자는 그런 그분의 진심을 담은 사진들이 사장되는 것이 안타까웠을 것이고, 제대로 실어주지 못해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미지 출처 :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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