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삼국지 - 고전과 함께하는
구주모 지음 / 채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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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뒤늦게 <삼국지>읽는 재미에 빠져 있다. 10권이 되는 긴 흐름에 이제 겨우 반을 넘은 상황에서 이 책을 읽었다. 결론적으로 매우 적절한 시기에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일단 비슷한 상황의 다른 인물들이 쉴 새 없이 바뀌는 통에 전체적인 흐름과 가닥이 잘 잡히지 않았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삼국지의 긴 스토리가 한 눈에 들어왔고 짤막한 문장 한 줄로 사라지는 많은 모신들과 군웅들의 숨겨진 얘기까지 듣고 나니 삼국지가 달리 보였다. 그저 삼국시대를 통일하게 된 영웅들의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진짜 그 시대 사람들이 살아 숨쉬는 거대한 삶의 터전처럼 느껴졌다.

지혜, 좌절, 기사, 역사, 선비, 풍운 총 6부로 나뉜 대전제안에는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읽은 <삼국지>를 연의체로 구술한 <삼국지연의>를 기본으로 <삼국지> 정사를 비롯한 <사기>와 <세실신어>등 각 인물들을 구술한 현대서까지 다양한 책들을 참고로 삼국지를 좀 더 드라마틱하게 만들어 상상에 날개를 달아준다. 무엇보다 <삼국지>만 봤을 때 자세히 알 수 없었던 모신들과 군웅들, 따지자면 조연처럼 잠깐 등장했다 사라지는 인물들의 후일담과 중심인물로 그려지는 조조와 유비,관우,장비의 새로운 면모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역사서지만 객관적 사실이 아닌 승자의 기록으로 남은 <삼국지>의 진실에 접근하게 되었다고 하면 과장일 수 있으나, 내게는 필자가 원하는 해석이 아닌 좀 더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삼국지>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는 책이었다.

특히 <삼국지>를 보며 누구보다 영웅호걸로 표현되고 삼국지에서 맹활약해 호감을 품게 된 관우에 대한 인물평이나 유비가 제갈량을 맞기 위해 '삼고초려했다는 유명한 일화에 묻히고 말았다는 유표와 손책의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사실이었다. 영웅들의 이야기가 강조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려지고 만 환관들의 부정부패를 요목조목 지적한 부분은 그 시대 황제들이 왜 그렇게 반란에 힘없이 당하고 밀려났는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또한 삼국지를 보다보면 군웅들이 한 지역을 정복할 때마다 발생한 수많은 죽음으로 그 사람들이 흘린 피가 강을 이뤘다는 표현을 자주 볼 수 있다.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어 그저 넘기고 말았던 표현인데 이 책의 역사면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구절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가슴이 먹먹해지고 말았다. 삼국시대 이전 5,600만명이었던 인구가 삼국시대에는 760만명까지 격감했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삼국시대를 살아있는 '아비지옥'이라 칭하며 실로 장쾌함을 주는 영웅들의 전쟁담이라도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를 둘러볼 수 있다는 마음은 싹 버리는게 좋다고 말했을 정도다.

중국사가 이중천은 "사실 높다란 왕관이 떨어진다고 해서 애석할 것도 없고, 왕조가 멸명한다고 해서 슬플 것도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 "그런데 (내란 와중에) 수천만에 달하는 무고한 백성들이 죽임을 당하고 성이며 마을이 훼손된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라고 장소를 거든다.   -p.201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삼국지>의 반을 읽었지만 마저 읽게 될 삼국지는 먼저 읽었던 부분에서 볼 수 없었던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다. 무엇보다 영웅들의 그늘에 가려진 많은 인물들이 달리 보일 것이고 짧은 한 문장으로 단순하게 묘사된 부분의 상상도 그려질 것이다. 언제나 역사는 승자의 기록만 찬연하다고 하지만 패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을 되돌아보게 된다면 역사는 기록이 아닌 그 이상을 뛰어넘는 시대의 흐름을 보여준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이 있듯이 삼국지는 인간사의 흥망성쇠를 보여줌으로서 많은 것을 일깨우는 고전이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거대한 탁류에 휩쓸리고만 더 많은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삼국지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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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레지스탕스 - 저항하는 인간, 법체계를 전복하다 레지스탕스 총서 1
박경신 외 지음 / 해피스토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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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 조용한 삶, 안정적인 현실을 위해 우린 때로 너무 많은 거짓을 눈감아주고 위선을 애써 외면한다. 혹은 불편하지 않다는 이유로 더이상 깊이 관여하지 않기도 한다. 정작 그 부당함이 나의 일이 되어도 우리는 법이라는 국가의 거대권력앞에 무기력하게 대항할 힘을 잃고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는 권력이라 부르는 법앞에,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은 법앞에 정의를 호소하며 포기하지 않고 저항해온 혁명가들의 가슴뛰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1심, 2심, 대법원까지 거쳐 승소한 사건들은 고집스런 이 시대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반증이 되어주며 희망의 메세지를 던져준다.

사회, 정치, 경제, 환경, 인권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약자들의 반란은 결코 남의 일로 치부할 수 현실의 문제를 되짚고 있다. 특히 몇년새 부쩍 늘어 우리나라 실업난의 가장 큰 핵심으로 대두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판자촌에서 생계를 꾸려살고 있는 극빈층의 주거문제, 4대강 관련 환경문제, 열린 인터넷 공간에서도 제약받는 언론의 자유등 근래 자주 논의되고 있으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일련의 사건을 예로 들어 신문이나 기사에서 읽지 못한 재판과정과 소송을 둘러싼 다각도의 입장차를 비교적 쉽게 정리해놓았다.

무엇보다 내게 현실적으로 와닿았던 사건은 콜트악기의 1300일간의 정리해고와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이야기였다. 88만원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의 2,30대 청년근로자들에게 '비정규직'이란 단어는 매우 익숙하면서 무언가 불이익을 내포하는 부정적인 말이 되었다. 나 역시 비정규직 타이틀로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노동해오고 있다. 정규직과 분명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동안 비슷한 강도의 일을 하면서도 매우 다른 처우를 받는 비정규직의 설움은 이제 청년근로자들을 비롯한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암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 불편부당한 현실에 원청회사의 정리해고라는 무시무시한 통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바람앞에 등불처럼 더욱 위태위태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기댈 수 있는 언덕은 역시 법이었다.


직접고용 형태로 업무를 수행하던 기업이 일정 업무를 파견, 도급을 통한 간접고용 형태로 전환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당한 이유없이는 해고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법률의 제약 없이 쉽게 고용을 조절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노동자를 통제하고 관리하기 위함이다. 즉 사용자의 고용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면서 비용절감이라는 사용자의 이익만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종국적으로는 노동조합이 있는 정규직에 대한 구조조정까지 쉽게 하려는 이유도 있다. 간접고용을 통해 얼마든지 정규직 노동자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p.47


그러나 콜트악기 해고노동자들의 경우 1300일간의 투쟁은 10건의 재판중 3건이 승소했으나 회사의 항소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한다. 다행히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경우는 그들을 현대자동차의 도급이 아닌 파견으로 결론내린 진보적인 판결이 나면서 사내하청 근로자들 역시 파견법으로 보호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하니,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법제정과 개선으로 한줄기 희망의 빛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외에도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미네르바 사건 및 교내 종교자율화를 위해 1인 시위로 유명해진 강의석군의 사연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법의 손길이 구석구석 미치는 일이었고,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어디까지 침해당하고 침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근거를 마련해주는 사건이었다.

가장 청렴하고 결백해야할 법이 정작 기득권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걸 느끼게 해준 여럿 사건과 불미스런 뉴스가 횡행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법의 힘을 믿고 그 힘을 악용하지 않으려는 정의로운 사람들이 있어서 사회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화한다고 믿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권력앞에 당당히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비판하는 눈을 길러야한다는 걸 이 책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덮어두기만하면 그들은 우리의 요구를 묵살하고 우습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저항하고 반발한다면 그들은 고분고분하다고 생각했던 우리를 더이상 얕잡아보지 않을 것이다. 며칠동안 곰곰히 책에 대해 생각하다 문득 카프카의 '소송'에 주인공K가 떠올랐다. 그는 어느날 뜻하지 않은 소송에 휘말리게 되고 법원이라는 거대권력앞에 철저히 유린당하며 인격적 모멸감과 멸시를 당한다. 비운의 결말을 암시하는 이 소설은 무력한 개인의 쓰디쓴 패배감을 맛보게 했다. 그러나 21세기 우리는 주인공K가 겪는 불행보다는 희망적인 시대에 살고 있음을 이 책의 혁명가들은 증명하고 있다.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다. 피해의 인식은 당연히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억압을 참는데 익숙해진 사람들은 고난을 피해라 생각하지 않고,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삶의 일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피해를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면 사회는 발전하지 않는다.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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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마게 푸딩 - 과거에서 온 사무라이 파티시에의 특별한 이야기
아라키 켄 지음, 오유리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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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줄거리만 보고도 내가 기대한만큼의 훈훈함과 재미를 준 책이었다. 실로 단숨에 읽어내린 책이 오랜만이라 더 좋았던 것이지만, 이렇게 추운 겨울 따뜻한 이불속에서 읽기에 적당히 가볍고 경쾌한 느낌이 좋은 책이다. 180년이란 시간을 거슬로 올라 에도시대에서 21세기 도쿄에 불시착한 사무라이의 캐릭터는 특유의 진지함과 사무라이정신으로 신선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전혀 낯선 시공간으로 떨어져버린 주인공 사무라이 기지마 야스베의 행동과 말은 우리가 잊고 지낸 기본 예절과 인간존중의 가치를 일깨우고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1826년에서 우연히 2006년의 도쿄 스가모에 떨어진 사무라이 기지마는 이혼해서 혼자 네살배기 도모야를 키우고 있는 히로코와 만나게 된다. 머리모양과 옷차림을 보고 의심하던 히로코는 갈 곳 없는 기지마를 자기 집으로 데려와 그의 사정을 듣게 된다. 흔들림없는 말투와 절도있는 동작을 보며 에도시대에서 왔다는 그의 말이 사실임을 알게 되고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다. 그러나 혼자 아이를 키우며 버거워하던 히로코에게 기지마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며 가사와 살림을 비롯한 육아문제까지 해결해준다. 그러던 중 요리와 디저트만들기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주변이웃의 신청으로 우연히 요리프로에 나가게 된 기지마가 일등을 하게 되고 일약 스타가 되버린 그와 히로코의 사이는 멀어져간다. 기지마가 집안일을 도와주며 직장에서도 인정받고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던 히로코는 그의 빈자리를 의식하게 되고 그를 찾아가지만 그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기지마가 180년이란 시간을 거슬러 왔지만 시대착오적이라 치부했던 중요한 가치들을 역설하며 사람들에게 더없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리고 맛있는 케이크와 과자, 푸딩을 만들며 냉정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사무라이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천재적인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는 실로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지녔지만 뜻하지 않은 반전으로 새로운 결말을 향해 간다. 이 책은 이미 작년 8월 일본에서 영화로도 개봉됐다고 한다. 책을 보고나니 영화도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에 찾아보았다. 예고편만으로도 훈훈하고 감동적인 분위기가 그려진다. 영화화된 후 <촌마게푸딩2>도 출간됐다는데 우리나라에서 출간될 날도 손꼽아 기다려진다.

촌마게는 사무라이 특유의 머리모양을 의미한다. 그가 만든 푸딩이라니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요즘 유독 많이 늘고 있는 싱글맘의 가사와 육아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살벌한 뉴스와 가벼운 가쉽거리가 판을 치는 세상, 사무라이가 바라본 현대 우리의 모습을 좀 더 신랄하게 들여다보고 비판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하지만 책 속에서 그가 사람들에게 호통을 치고 방송에서 촌철살인으로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모습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높이 평가해야할 것 같다.

황당무계하게 들릴 지 몰라도 히로코가 그랬듯, 그의 말은 현대인이 잊고 살던 것을 깨치는 죽비 같은 힘을 지녔다. 야스베는 그런 말을 강요하지 않고 툭툭 내뱉는, 어느 모로 보나 시대착오적인 남자였고, 그의 손으로 만든 케이크는 맛본 이들을 황홀경에 빠지게 하는 작품이었다.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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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의 식탁을 탐하다
박은주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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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거슬러 올라 대가나 위인들의 행적이나 업적을 쫓는 일이 아닌 그들이 즐겨먹던, 혹은 영혼을 살찌웠다고 말하는 '소을푸드'(Soul Food)를 찾는 즐거운 일에 동참했다. 대가의 식탁을 엿보고 그들이 사랑한 요리를 통해 그들에게 때론 영감을 주고 때론 위안이 되어주었던 다양한 음식들을 저자와 대가의 인터뷰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간다. 그런 독특한 형식은 마치 그들과 식탁에 마주앉아 음식을 먹으며 대화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또한 지금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요리들은 대가들을 더욱 친근하게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혹 어떤 요리나 재료들은 자연스럽게 대가를 떠올리게 하는 것들이 있다. 글공장이라 할만큼 짧은 기간동안 무려 100편 이상의 소설과 두 해 동안 145편의 글을 썼다고 말하는 발자크의 경우는 커피예찬론자라 할만큼 어느 책에서나 쉽게 그가 커피를 즐겨마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하루에 50잔 이상을 마셨다는 그의 커피는 무엇보다 그가 글쓰기 노동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각성제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독서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도전의식을 불태우는 번역본으로만 11권에 달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의 작가 마르셀 푸르스트의 마들렌은 잠재된 의식을 일깨우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냄새를 통해 잊혀진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이 매우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다.

마들렌, 비스코티, 굴 액즙 한 방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억을 되살려주는 감각이란 얘기네.
물론 나뿐 아니라 보들레르, 말라르메, 릴케등 상징주의 작가들은 향기를 여러 관능에 빗대어 애기했지. 냄새는 때로 죄악의 상징이자, 에로티시즘의 상징이 되지.    -p.200

인터뷰어가 된 저자의 질문은 이미 고인이 된 인터뷰이들이기에 다소 노골적이고 시원하게 긁어주었으면 하는 예민한 부분까지 재미있게 전달되고, 예리한 지적으로 긴장하게 만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책의 주제가 되는 대가의 요리에 대한 에피소드는 생각해보지 못한 대가의 전혀 다른 면모를 발견하게도 한다. 나폴레옹의 경우 미식가라는 역사가들의 평가와 달리 그는 아주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을 즐겼고, 황제가 된 후에는 닭요리를 먹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가 잊을 수 없고 사랑한 요리는 '치킨 마렝고'라는 승전후 맛본 닭요리라는 것이었다. 물론 어디까지가 추측이고 사실인지 모호한 대답으로 일말의 의문을 남기지만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듯 이런 요리들이 있기에 그들이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식당에서 일했고 보티첼리와 술집을 차렸다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요리를 하며 발명했다는 스파게티면과 포크, 와인따개와 냅킨은 사실일까 미덥지 못했지만, 실제 그가 고안하고 설계했다는 다양한 요리도구의 설계도는 그를 '최후의 만찬'의 화가보다는 요리도구 발명가로 떠올리기에 충분해 보인다. 또한 영화같은 인생의 주인공이자 로큰롤의 제왕이 된 엘비스 프레슬리와 정크푸드는 원조 스타마케팅의 그늘에 가려진 한 가수의 슬픔을 관통한다. 살아생전 그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었던 반고흐의 감자에 대한 이야기도 건실한 생에 대한 절박함과 순수한 애정이 묻어난다. 

"당신이 먹는 것을 말해주시오. 그러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주리다" 라는 브리야 사바랭의 유명한 구절은 이 책을 한마디로 정확하게 설명한 것이다. 대가들이 즐겨먹은 요리는 그 사람의 인생전부를 부연할 수 있을만큼 사연과 추억을 갖고 있다. 누구보다 화려한 인생을 살았거나 존경받는 위인이었지만 오히려 외로움과 고독에 깊이 절망했던 한 인간을 위로하기에 한 잔의 커피와 향기나는 쿠키, 맛있는 요리 한 접시에 그들이 위로받고 안식을 찾았다는 것은 그들도 우리와 같은 온기있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들의 식탁을 엿보기전 인터뷰를 통해 대가들의 인생에 쉽게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던 것 같다. 지금도 살아있는 것처럼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듯 사실적이었기 때문이다.

소울 푸드란, 뭔가 거창한 게 아니라, 어쩌면 자기의 가장 비참한 인생이 아름답게 녹아 있는 그런 음식들인지도 몰라요. 가난한 소년의 기억은 가수왕이 된 나에게는 영원히 아프고 영원히 그리운 기억이었는지도 몰라요.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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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비오틱 홈베이킹 - 자연을 통째로 구운
이와사키 유카 지음 / 비타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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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식은 이제 마니아들만의 선택이나 결정이 아니다. 내 몸과 가족, 아이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필수방법이 됐다. 저자인 이와사키 유카의 <마크로비오틱 밥상>을 보고 충격받은지 벌써 1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그녀는 홈베이킹의 영역까지 마크로비오틱 개념을 도입해 새로운 건강빵을 만들어 또 한 번 나를 놀라게 했다. 이 책에서는 홈베이킹이라면 절대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한 버터와 설탕, 우유를 뺀 천연재료로 만든 젤리와 빵, 간식거리를 소개하며 마크로비오틱의 영역을 확장해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설탕 대신 메이플시럽과 조청, 밀가루 대신 통밀가루, 우유대신 두유, 젤라틴 대신 한천가루를 사용해 요리법을 보기만해도 절로 건강해질 것 같은 70여가지 홈베이킹 요리를 소개한다.

나는 이 중에서 가장 간단한 재료와 도구로 만들 수 있는 "감귤젤리"와 "모카푸딩"에 도전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일단 모양은 그럴듯하게 흉내냈으나 맛때문에 여간 걱정되는게 아니었다. 하지만 맛을 보는 순간, 입안에서 감도는 향긋한 감귤향과 깔끔한 식감때문에 절로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 맛있다는 환호와 해냈다는 안도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저자의 레시피대로 껍질까지 젤리그릇으로 사용하니 귤하나가 버릴 것 없이 훌륭한 데코레이션 역활까지 하며 마크로비오틱을 완성하는 순간이었다. 시중에서 파는 젤리중에 아무리 맛있다는 젤리를 맛본다해도 내가 만든 젤리처럼 감동적이진 않을 것 같았다.   

모카푸딩 역시 믹스커피에서 인스턴트 커피만 추출하느라 꽤나 고생하긴 했어도 맛을 보니 그런 고생도 싹 잊을만큼 부드러운 맛이었다. 사실 푸딩이나 젤리는 평소에도 만들어먹지 않는 간식이었는데 이렇게 직접 만들어서 맛보고 나니 과자나 사탕대신 수고스럽더라도 가끔 만들어 냉장해둔다면 두고 두고 입을 즐겁게 하는 간식이 될 것 같았다. 그렇지만 요리법만 봤을 땐 정말 간단하고 쉬운 듯 했던 마크로비오틱 홈베이킹도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다. 그래도 내 몸이 건강해질 수 있는 베이킹이라는 생각에 요리하는 내내 즐겁고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직접 만든 "감귤젤리" 다. 책 속 장식까지 따라하겠다고 엄한 화분잎사귀까지 뗐다. 요리하는 내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이었다. 마크로비오틱 요리법덕분에 버리는 것 하나 없이 깔끔하게 귤하나를 젤리만드는데 사용했다. 만들고 먹는 내내 몸과 마음이 절로 건강해지는 듯 했다. 홈베이킹뿐만 아니라 평소 식사에서도 조금씩 마크로비오틱을 실천하고 있다. 나와 가족의 건강, 그리고 지구의 건강을 위해 가급적 적게 버리고 재료의 영향을 100%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마크로비오틱이야말로 우리 모두를 살리는 길이 될 것이다. 그 어떤 손님에게 대접해도 건강에 좋다고 자부할 수 있는 마크로비오틱 홈베이킹은 없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던 재료들, 그 이상의 대체재료를 찾아 더 없이 훌륭하고 풍성한 디저트의 세계를 보여준다.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홈베이킹 요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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