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공부, 사람공부 - 옛 그림에서 인생의 오랜 해답을 얻다
조정육 지음 / 앨리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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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그린 동양화는 보통의 명화라 불리는 서양화에서는 느낄 수 없는 삶의 깨달음이 있다. 아, 하는 순간의 탄식과 인생의 미학을 담은 엄숙한 붓질은 감탄과 그걸 뛰어넘는 감동을 주곤 한다. 우리만의 정서로 이해하거나 해석할 수 있는 동양의 명화들을 통해 저자는 자신의 인생을 담아 쉽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림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이해하기 힘든 인간관계 문제의 해답을 찾기도 한다. 인생의 대선배들이 그림을 통해 드러내는 값진 충고는 결코 인생이 가볍지 않음을, 혹은 무상함을 깊이있게 전달한다. 나 역시 저자처럼 그림을 통해 작가들의 인생을 반추하고 그림을 다시 보며 처음에 느끼지 못했던 감정에 깊이 감화되었다.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는 그림에는 작가들이 겪은 고통과 고뇌, 삶의 모진 질곡이 절묘하게 녹아있다. 그리고 그 번뇌를 예술로 승화시킨 그림을 통해 작가의 인생은 비로소 주목받게 된다. 그가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인고해야했던 시간들이 처절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그림에 숨겨놓은 수수께끼를 푸는 순간 몇백년을 뛰어넘어 저자는 내게 말을 걸어온다. 이 책의 저자 또한 그림을 보며 그들과 조우했을 것이라 짐작하게 된다. 추사체로 오랫동안 회자되는 김정희는 마마자국으로 보기 흉할 정도을 얼굴을 지녔고, 그를 알아본 체제공 역시 사시였다 한다. 또한 낚시로 칠십이 되는 세월을 보내며 자신을 알아볼 이를 기다렸던 강태공과 60세가 다 되어 관직에 올라 승승장구했던 강세황의 이야기는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하며 장애는 결코 인생의 장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또한 오랜 수련과 노력으로 농염한 붓질에 인생의 깊이를 담아낸 많은 그림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이것이 왜 명화인가 알 수 있게 한다. 그들은 결코 흉내낼 수 없는 진심과 인생을 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림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림이 지니는 가치는 배가된다. 서양화에서 '알레고리'라 불리는 그림 속 숨은 장치들은 그림이 단순히 그림에만 머물지 않고 많은 이야기와 정치적, 사회적 배경을 반영해 시대상을 조화롭게 풀어내는데 있다는 것이다. 당시의 유행과 화풍, 화가 자신의 개인적 고난과 예술적 재능을 꽃피운 명화들을 보며, 나 역시 영감을 얻고 살아가는데 좋은 기운과 지혜를 얻는다. 그림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는 순간 혹은, 저자들의 진심과 맞닿은 순간 그림은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며 가깝게 다가온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말은 그의 곁에 다가감을 의미한다.
그의 곁에 가까이 다가가 그의 말을 귀담아 듣는 것이다. 그의 목소리의 빛깔은 어떤 색인지, 가볍게 던지는 농담이지만 그 내면에는 얼마만큼 거친 바람이 불고 있는지, 웃고 있는 검은 눈동자 속에 그가 겪고 있는 고통의 무게가 얼마만큼 깊이 침잠해 있는지 찬찬히 살피는 것이다.
그림 읽기도 마찬가지다. 그림에는 단순히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감상용 그림도 있지만
그림 속에 수많은 수수께끼를 감추어둔 그림도 있다. 이를 알레고리(allegory)라고 한다.
그림 속에 숨겨진 알레고리를 알지 못할 때 그림을 보는 사람은 그림을 보고 있어도 제대로 보는 것이 아니다.
그저 색과 형채만을 볼 뿐이다.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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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선물 - 커피향보다 더 진한 사람의 향기를 담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이야기
히말라야 커피로드 제작진 지음 / 김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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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이돌의 예능과 막장 드라마로 TV시청을 멀어지게 만든 어느 날 저녁, EBS에서는 매력적인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고 있었다. 바로 이 책 속의 이야기인 [히말라야 커피로드]였다. 늦은 시간임에도 TV에서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다큐멘터리에서는, 히말라야의 말레마을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착한 커피농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말레마을 커피농부들의 이야기에 울고 웃으며 난 금세 그들에게 빠져들고 말았다. 방송이 끝나고도 한참동안 그들의 이야기가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는데 책으로 나왔다니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아스레와 말레(Aslewa Male), '좋은 사람들이 여기 정착하다'는 뜻을 지녔다는 마을 이름은 말레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유기농법만을 고집하는 착한 커피농부 열네살의 수바커르, 육십여그루의 커피나무가 산사태로 쓰러져도 한 그루의 커피나무가 살아있음에 희망을 발견하는 열혈 커피왕 브라더스 이쏘리 아저씨, 결핵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이 남기고 간 네 아이들의 엄마이자 황무지를 개간해 백그루의 커피나무를 심을 생각에 손발이 험하게 부르트는 것도 마다않는 스물다섯의 미나, 가난한 말레 마을안에서 유일하게 문맹인 로크나트에게 행복을 꿈꾸게 하는 커피나무. 말레마을에서 커피로 인해 꽃피는 행복의 기운은 다큐를 보고 책을 다시 보는 내게 끊임없는 희망과 웃음을 선물했다. 

 우리는 아직도 커피한잔에 담긴 커피노동자들의 땀과 노고를 모른다. 더구나 먼 이역만리 땅을 건너온 커피이기에 그 커피를 재배하는 사람들이 어떤 이들일 것이라 짐작하기조차 쉽지 않다. 우리가 매끼니 먹는 밥이 농부의 손을 거쳐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 것조차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커피농부들의 이야기는 생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멀고 먼 길을 반대로 돌아간 히말라야 커피로드 제작진팀은 커피향보다 더 진한 사람향기로 가득한 말레마을 커피농부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가난하기에 자식들에게 가난을 되물림하고 싶지 않은 말레마을의 농부들은 무엇보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더 열심히 커피나무를 가꾼다. 안개로 자욱한 히말라야 산자락, 커피나무가 자라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라도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는 마을의 날씨때문에 물대기도 쉽지 않았고 산사태로 비탈에 심은 수십그루의 커피나무가 휩쓸려가는 절망도 맛봐야 했다.

그래도 끝끝내 커피에 대한 열정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덕분에 A등급의 품질로 인정받은 말레마을의 커피는, 유기농 인증을 거치고 공정한 노동의 댓가를 지불하는 공정무역을 통해 우리에게 '아름다운 커피'라는 이름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말레마을의 커피농부들을 보면서 머릿속에서 연신 '아름답다'는 말이 떠올랐다. 커피나무를 열성적으로 키우면서도 정작 커피를 한 번도 마셔보지 못했다는 말레마을 커피농부들을 표현하자면 순박하고 무지하다는 느낌보다 더 청명한 단어를 선택해야했다. 가족을 향한 애틋함과 사랑, 따뜻함과 희망의 손길로 수확되는 커피는 커피 그 이상의 열매였다. 오늘 아침, 내 앞에 놓인 커피 한 잔이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이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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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잉 메시지 - 지구와 인류를 살리려는 동물들의
개와 돼지 외 지음 / 수선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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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닭이나 돼지, 꿀벌등 각종 곤충이나 동물들이 집단폐사하는 기사를 자주 접할 수 있다. 기사들을 자세히 읽다보면 동물이나 곤충들의 죽음뒤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 진실로 인해 지구 전체의 위기가 표면적으로 떠올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난 그런 위기의식으로 인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들이 죽음으로서 인간에게 경고하는 무언의 메시지를 더 이상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또한 뉴질랜드를 비롯해 가장 최근 일어난 일본 센다이현의 지진이나 쓰나미 현상등 크고 작은 지진과 해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직까지도 여파를 헤어나오지 못하는 돼지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은 우리가 먹거리로만 취급했던 동물들이 우리에게 외치는 마지막 비명같은 것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자연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지키려고 노력했던 옛선조들의 모습과 달리 현재의 인류는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일삼았다. 무분별한 개발과 남획으로 자연을 훼손했고 생태계의 순환을 역행시켰다. 무책임한 개발에 병들대로 병들어간 지구가 이제 살기 위해 발버둥친다고 이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동물들의 다잉메시지는 자신들을 이용했던 인간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해주는 사태의 심각성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래서 개와 돼지, 꿀벌과 뱀, 북극곰, 고래와 아마존이다.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4년안에 멸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꿀벌들의 집단폐사로 지구위기가 한걸음 앞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면역체계가 다른 곤충의 반밖에 없기 때문에 벌들은 환경오염의 척도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라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사용하는 휴대폰의 전자파로 인해 꿀벌들이 방향감각을 잃고 집으로 돌아오지 못해 헤매다 죽고, 고래들의 떼죽음 역시 전자파와 같은 소음으로 방향을 잃고 먹이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북극곰의 감소 역시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는 북극의 얼음때문에 살 곳을 잃었기 때문이다. 북극의 얼음같은 경우 지구 곳곳에서 야기되는 대홍수로 현재도 인류에게 엄청난 재앙을 가져오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가 안락한 생활을 누리기 위해 훼손된 자연이 일차적으로 말못하는 동물과 곤충들을 위협하고 있다. 바로 다음은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리의 작은 습관과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절실해보인다. 책에서 중간 중간 픽션으로 꾸며진 자연재해의 피해사례는 아주 구체적인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에 사실 소름이 끼칠만큼 무서웠다. 구제역으로 인해 생매장된 전국의 수많은 돼지들로 인해 생매장지역 주변은 제 2차 환경오염이 예상되고, 그로 인해 돼지공급이 어려워져 그동안 값싼 음식으로 여겨왔던 삼겹살의 가격은 두 배가 올랐다. 값이 오른 돼지고기는 물론이고 꿀벌들이 사라진 자리를 매우지 못해 열매맺지 못한 많은 과일들은 소비자인 우리들에게 직접적인 시장경제의 혼란을 가져왔다. 이 모든 일이 결자해지, 인과응보라는 사실을 알고 인간들이 자연을 보호하고 더불어 살려는 노력과 실천이 없다면 우리에게 닥칠 재앙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인간과 동물, 모두 진화를 위한 존재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저 욕망과 안락함에 자신들외 모든 것을 희생양으로 삼는 인간들에게 닥친 불행은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하루 빨리 그 사실을 깨닫고 자연에 폐를 끼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 지구를 바꾸는 것은 바로 나 하나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나 하나부터 자연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쉬운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지요.
가전제품의 사용을 줄이고 휴대폰 사용을 최소화하고, 쓰레기를 최소한도로 줄이려고 노력하며 물을 아끼는 마음을 갖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자연을 위하는 마음과 실천이 주변을 변화시킵니다.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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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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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단 읽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책이었다. 책의 제목을 보고선 가난은 불행한게 아니라 불편할 뿐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불편하다는 말은 바꿔말하면 남들이 누구나 겪고 싶어하지 않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있게 불편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이 책의 정체와 가치는 미처 깊이 생각해보지 못한, 혹은 불편해서 외면했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인권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게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사회의 분명한 약자들이 관습처럼 굳어진 고질적 병폐, 냉대와 차가운 시선에 맞서는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와 드라마들은 너무 현실적이라 우리에게 불편함을 안겨준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약자와 소수자들의 입장을 통해 대변되는 우리 시대의 단면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분위기 속에서 왜곡되어왔던 것 같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함이 존재한다. 누구나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선입견과 편견을 기준으로 그 사람들을 평가하는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사람이다. 여성과 장애인, 종교와 인종차별, 성소수자 및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 우리 현실 속 어디서든 존재하는 사람들이지만 깊이 헤아려본 적 없는 이들을 그린 영화이야기로 풀어나가는 저자의 솜씨가 탁월하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영화속의 인권과 소수자의 이야기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익히 보아왔고 남들이 보는 만큼만 볼 수 있었던 시야를 벗어나 재해석하게끔 만들었다. 그 외에도 보지 못한 영화속 인권이야기는 내가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것을 편하게 누리면서 살았는지 새삼 깨닫게 했다.

특히 영화 <방해자>를 통해 등장하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의 이야기나 <오아시스>의 여주인공을 통해 드러나는 장애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편견, <밀양>을 보며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자신조차 불편해했던 신자들의 이야기는 영화가 말하려는 것 이상의 비합리적인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듯 했다. 또한 동성애자들의 현실적 사후를 그린 <더 월2>를 통해 이야기하는 성적소수자들의 인권은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쉽게 접해볼 수 없는 것이었기에 그들이 왜 커밍아웃을 하고 사회적으로 관계를 인정받으려 하는지 이해하게 되는 대목이었다.

인권을 아주 쉽게 정리한다면 결국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내가 보장받기를 원하면 그 권리들을 다른 사람들도 보장받도록 하는 것이 민주시민이 가져야 할 올바른 덕목입니다.   -p.88

위에서 저자가 지적한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말은 가슴에 꽂혔다. 내가 가진 것들을 국가라는 테두리안에서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없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이 사회가 얼마나 많은 불평등과 편견으로 가득차있는지 뼈에 사무치도록 절절한 아픔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약자의 입장이 조금씩 이해되며 우리가 진정 민주주의 사회라고 외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얼마나 많은지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책을 보고 난 후 책 속에 나오는 영화 중 <안토니아스 라인>이라는 영화를 찾아보았다. 모계중심의 3대 가족을 매우 담백하게 그린 영화였는데 그 영화를 보며 내가 이런 영화의 내용을 언제까지 부러워하고만 있을 것인가 곰곰히 생각했다. 비슷한 맥락의 우리나라 영화 <가족의 탄생>을 보았을 때도 진정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지만, 이런 영화적 시도를 통해서 우리는 충분히 변화하기 위해 꿈틀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태도와 마음가짐을 통해 개개인의 변화, 나아가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면 이 책의 가치는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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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삼국지 - 고전과 함께하는
구주모 지음 / 채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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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뒤늦게 <삼국지>읽는 재미에 빠져 있다. 10권이 되는 긴 흐름에 이제 겨우 반을 넘은 상황에서 이 책을 읽었다. 결론적으로 매우 적절한 시기에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일단 비슷한 상황의 다른 인물들이 쉴 새 없이 바뀌는 통에 전체적인 흐름과 가닥이 잘 잡히지 않았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삼국지의 긴 스토리가 한 눈에 들어왔고 짤막한 문장 한 줄로 사라지는 많은 모신들과 군웅들의 숨겨진 얘기까지 듣고 나니 삼국지가 달리 보였다. 그저 삼국시대를 통일하게 된 영웅들의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진짜 그 시대 사람들이 살아 숨쉬는 거대한 삶의 터전처럼 느껴졌다.

지혜, 좌절, 기사, 역사, 선비, 풍운 총 6부로 나뉜 대전제안에는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읽은 <삼국지>를 연의체로 구술한 <삼국지연의>를 기본으로 <삼국지> 정사를 비롯한 <사기>와 <세실신어>등 각 인물들을 구술한 현대서까지 다양한 책들을 참고로 삼국지를 좀 더 드라마틱하게 만들어 상상에 날개를 달아준다. 무엇보다 <삼국지>만 봤을 때 자세히 알 수 없었던 모신들과 군웅들, 따지자면 조연처럼 잠깐 등장했다 사라지는 인물들의 후일담과 중심인물로 그려지는 조조와 유비,관우,장비의 새로운 면모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역사서지만 객관적 사실이 아닌 승자의 기록으로 남은 <삼국지>의 진실에 접근하게 되었다고 하면 과장일 수 있으나, 내게는 필자가 원하는 해석이 아닌 좀 더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삼국지>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는 책이었다.

특히 <삼국지>를 보며 누구보다 영웅호걸로 표현되고 삼국지에서 맹활약해 호감을 품게 된 관우에 대한 인물평이나 유비가 제갈량을 맞기 위해 '삼고초려했다는 유명한 일화에 묻히고 말았다는 유표와 손책의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사실이었다. 영웅들의 이야기가 강조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려지고 만 환관들의 부정부패를 요목조목 지적한 부분은 그 시대 황제들이 왜 그렇게 반란에 힘없이 당하고 밀려났는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또한 삼국지를 보다보면 군웅들이 한 지역을 정복할 때마다 발생한 수많은 죽음으로 그 사람들이 흘린 피가 강을 이뤘다는 표현을 자주 볼 수 있다.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어 그저 넘기고 말았던 표현인데 이 책의 역사면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구절이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가슴이 먹먹해지고 말았다. 삼국시대 이전 5,600만명이었던 인구가 삼국시대에는 760만명까지 격감했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삼국시대를 살아있는 '아비지옥'이라 칭하며 실로 장쾌함을 주는 영웅들의 전쟁담이라도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를 둘러볼 수 있다는 마음은 싹 버리는게 좋다고 말했을 정도다.

중국사가 이중천은 "사실 높다란 왕관이 떨어진다고 해서 애석할 것도 없고, 왕조가 멸명한다고 해서 슬플 것도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 "그런데 (내란 와중에) 수천만에 달하는 무고한 백성들이 죽임을 당하고 성이며 마을이 훼손된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라고 장소를 거든다.   -p.201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삼국지>의 반을 읽었지만 마저 읽게 될 삼국지는 먼저 읽었던 부분에서 볼 수 없었던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다. 무엇보다 영웅들의 그늘에 가려진 많은 인물들이 달리 보일 것이고 짧은 한 문장으로 단순하게 묘사된 부분의 상상도 그려질 것이다. 언제나 역사는 승자의 기록만 찬연하다고 하지만 패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을 되돌아보게 된다면 역사는 기록이 아닌 그 이상을 뛰어넘는 시대의 흐름을 보여준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이 있듯이 삼국지는 인간사의 흥망성쇠를 보여줌으로서 많은 것을 일깨우는 고전이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거대한 탁류에 휩쓸리고만 더 많은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삼국지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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