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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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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번거롭지만 먹고 자고 일어나기만 하면 어떻게든 된다’는 가장 간단한 진실이 담겨 있다.
노작가의 일상을 통해 사는 게 뭐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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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도 좋아, 달라도 좋아! - 선현경, 이우일, 그리고 딸 이은서의 유쾌한 한지붕 생활 고백
선현경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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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통영으로 떠나는 주말, 결혼식때문이긴 했지만 2시간 가까운 거리를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동안 읽기에 이 책만큼 가벼운 듯 진지한 책이 없었던 듯 하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의 고민이나 만화로 그린 재미있는 사생활 이야기를 통해 중간 중간 풋!하고 웃을 수 있는 여유도 안겨준다. 무엇보다 여자아이를 키우는 소소한 일상을 통해 아이와 함께 커가는 엄마의 성장이 많은 이야기를 시사한다. 교육이나 육아에 대해 방관하는 자세를 보이는 듯해도 확고한 교육철학이 있음을 보여주고 부모의 자유로운 일상과 강요하지 않은 공부는 아이에게 좀 더 창의적인 생각을 북돋워주고 있었다.

한때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파맘과 베타맘이라는 단어를 많이 들었었다. 그 다큐멘터리를 보며 각각 장단점은 있겠지만 내가 만약 아이를 키우게 된다면 알파맘보다는 베타맘이 되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알파맘보다는 베타맘에 가까워보인다. 무책임한 방관이라기보다 아이 스스로 깨우치는동안 엄마는 그저 옆에서 조언을 해주며 든든한 조력자 역활을 해주는 것이다. 스스로 선택하고 자신의 인생을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가장 큰 교육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엄마의 모습은 때론 철없어보이고 친구처럼 든든해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독립성이나 자주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베타맘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저자의 일상을 통해 희망을 갖는다.

알파맘(alpha mom)
아이의 재능을 발굴해서 탄탄한 정보력으로 체계적인 학습을 시키는 유형의 엄마를 말한다. 즉, 이들은 아이의 미래를 하나부터 열까지 정해놓고 그에 맞춰 교육을 시킨다. 그러나 이는 아이에게 부모의 결정을 무조건 따르게끔 한다는 점에서 아이의 독립심이나 자립심을 상실케 하고 의존적인 존재로 성장하게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베타맘 [ beta mom ]
자녀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옆에서 조언해주는 유형의 엄마다. 이들은 아이의 행복과 주도성, 독립성, 자립성 등을 중요시하며 자녀가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게끔 옆에서 도움을 줄 뿐, 부모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도록 강요하지 않는다.

-네이버 지식사전

또한 저자가 보여주는 가족의 일상도 흥미롭다. 만화가 부부의 모습은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패턴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기에 아침에 일어나 아이를 학교에 바래다주는 일조차 버거워하고, 아이와 함께 게임기를 하며 게임속 가상세계에서 만나 정답이 없는 세상에 열광하며 함께 즐기기도 한다. 텔레비전이 없기 때문에 서로 얼굴 마주보며 대화하거나 보드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부모 자식간에 허물이 없으니 게임을 하더라도 지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 철부지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가족안에 엄마와 아빠의 역활이 이래야 한다는 규정이 없으니 책 속에 등장하는 저자의 가족은 상하관계가 없고 모두 수평적이다. 그래서 하루 하루 즐겁지 않은 날이 없는 듯하다. 남들과 다르다는 것에 거부감이 없고 시선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 당당하며 행복해보인다.


이런 가족에게 사회가, 그리고 학교가 내주는 숙제는 넌센스다. 부모가 바라는 아이의 장래희망이란 과제를 풀며 사회가 정의하는 직업군이 아닌 행복하게 일하는 사람이라든지 너 자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만화속 장난스런 그들의 대화는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학교교육의 틀아래 좀처럼 벗어나기 힘든 생각을 가진 나같은 사람에게도 이 가족의 대화는 신선함 그 이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 스스로 깨우치고 필요성을 찾게 될 때 비로소 강요하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공부를 하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충고는 값진 교훈이 된다. 부모란 무릇 아이에 대해 조급함을 가져선 안된다는 것이다. 넘어질 때 손을 잡아 일으켜주는 것이 아니라 일어설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바로 부모의 역활이 되야한다는 것을 새삼 마음에 새겨본다.


공부를 하기 전에 먼저 왜 해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하는지를 정확하고 확실하게 알고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난 감히 내 딸에게 무작정 공부를 시킬 수가 없다.
먼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스스로 원하는 삶을 생각할 수 있는 아이라면 그 삶을 위해 치를 희생이 즐거울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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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선물 - 커피향보다 더 진한 사람의 향기를 담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이야기
히말라야 커피로드 제작진 지음 / 김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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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이돌의 예능과 막장 드라마로 TV시청을 멀어지게 만든 어느 날 저녁, EBS에서는 매력적인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고 있었다. 바로 이 책 속의 이야기인 [히말라야 커피로드]였다. 늦은 시간임에도 TV에서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다큐멘터리에서는, 히말라야의 말레마을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착한 커피농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말레마을 커피농부들의 이야기에 울고 웃으며 난 금세 그들에게 빠져들고 말았다. 방송이 끝나고도 한참동안 그들의 이야기가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는데 책으로 나왔다니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아스레와 말레(Aslewa Male), '좋은 사람들이 여기 정착하다'는 뜻을 지녔다는 마을 이름은 말레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유기농법만을 고집하는 착한 커피농부 열네살의 수바커르, 육십여그루의 커피나무가 산사태로 쓰러져도 한 그루의 커피나무가 살아있음에 희망을 발견하는 열혈 커피왕 브라더스 이쏘리 아저씨, 결핵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이 남기고 간 네 아이들의 엄마이자 황무지를 개간해 백그루의 커피나무를 심을 생각에 손발이 험하게 부르트는 것도 마다않는 스물다섯의 미나, 가난한 말레 마을안에서 유일하게 문맹인 로크나트에게 행복을 꿈꾸게 하는 커피나무. 말레마을에서 커피로 인해 꽃피는 행복의 기운은 다큐를 보고 책을 다시 보는 내게 끊임없는 희망과 웃음을 선물했다. 

 우리는 아직도 커피한잔에 담긴 커피노동자들의 땀과 노고를 모른다. 더구나 먼 이역만리 땅을 건너온 커피이기에 그 커피를 재배하는 사람들이 어떤 이들일 것이라 짐작하기조차 쉽지 않다. 우리가 매끼니 먹는 밥이 농부의 손을 거쳐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 것조차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커피농부들의 이야기는 생소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멀고 먼 길을 반대로 돌아간 히말라야 커피로드 제작진팀은 커피향보다 더 진한 사람향기로 가득한 말레마을 커피농부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가난하기에 자식들에게 가난을 되물림하고 싶지 않은 말레마을의 농부들은 무엇보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더 열심히 커피나무를 가꾼다. 안개로 자욱한 히말라야 산자락, 커피나무가 자라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라도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는 마을의 날씨때문에 물대기도 쉽지 않았고 산사태로 비탈에 심은 수십그루의 커피나무가 휩쓸려가는 절망도 맛봐야 했다.

그래도 끝끝내 커피에 대한 열정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덕분에 A등급의 품질로 인정받은 말레마을의 커피는, 유기농 인증을 거치고 공정한 노동의 댓가를 지불하는 공정무역을 통해 우리에게 '아름다운 커피'라는 이름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말레마을의 커피농부들을 보면서 머릿속에서 연신 '아름답다'는 말이 떠올랐다. 커피나무를 열성적으로 키우면서도 정작 커피를 한 번도 마셔보지 못했다는 말레마을 커피농부들을 표현하자면 순박하고 무지하다는 느낌보다 더 청명한 단어를 선택해야했다. 가족을 향한 애틋함과 사랑, 따뜻함과 희망의 손길로 수확되는 커피는 커피 그 이상의 열매였다. 오늘 아침, 내 앞에 놓인 커피 한 잔이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이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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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말고 당당하게 - 하종강이 만난 여인들 우리 시대 우리 삶 1
하종강 지음, 장차현실 그림 / 이숲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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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라는 단어는 얼핏 진보성향이나 사회주의의 냄새가 풍긴다. 혹은, 고된 육체노동자의 이미지도 떠오른다. 우리는 분명 먹고 살기 위해서 몸이나 머리를 쓰며 일을 하는 노동자임에도 단어에서 주는 인상은 부정적이고 어둡기까지 하다. 이 땅 위에 학생이나 아기가 아니고서는 모두가 신성한 노동자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부당해고, 저임금과 능력과소평가등 분명 예전에 비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성들의 근무조건은 열악하다. 저자는 이렇듯 남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약자의 편에 놓인 여성노동자들에 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되돌아보게 한다.


나 역시 여성노동자이기 때문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부당해고 되고 이유없이 좌천되어 사무직에서 청소직으로 몰리거나, 사측에 불공정한 부분을 항의하여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에게 끌려가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이야기는 나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바라는 건 급여인상이나 근무시간의 개선도 아닌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대해 인정받고 그 위치에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아주 작은 바램이었는데 그조차 무시당하고 짓밟혔다는 사실이다. 근로자에게 적용되야할 근로기준법을 사회적 강자로서 철저하게 악용하는 고용주들의 태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에 한숨짓게 만들었다.  


'노동조합'이라는 중요한 단어가 자기 인생과 전혀 관계없다고 생각하며 자란 청소년들...... 자기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회사에서 인간답게 일하며 살아가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노동조합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신세대 노동자들... 따지고 보면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이 땅의 교육과 언론을 좌지우지하는 자본과 권력의 잘못이다.   -p.113


그렇지만 노동자에게 희망이 되는 것은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와 노동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노동조합의 활동은 2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제 역활을 꾸준히 실천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사측에서 노동조합에 보내는 시선은 늘 따갑다. 근로자들이 단결하여 파업이라도 하는 날에는 팽팽한 신경전과 까다로운 조건으로 협상을 몇 번이나 번복하기도 하고 경찰까지 동원하여 몸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과연 노조측이 제시하는 협상안이 그렇게 비합리적인지, 언론까지 들고나는 가진자의 이기적관점은 그들을 모두 배부른 소리하는 사람으로 비추기까지 한다. 더구나 노동조합안에서 위원장으로 여자가 뽑히자 분개하며 반대하는 남성조합원들의 모습까지 더해지자 여성조합원들이 해내려는 일이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지 알게 됐고, 근로기준법의 생리휴가조항 하나까지도 저절로 얻어진 것이 아닌 그들의 노력과 투쟁이 있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노동조합은 결코 노동자에게만 유익한 집단이기주의적 조직이 아니다. 노동조합은 우리 사회의 잘못된 문제점을 고쳐 더 좋은 사회로 만들어 가는 올바른 수단을 제공한다. 노동조합은 지금까지 200년이 넘는 역사에서 그 역활을 수행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p.61

 

사회는 급변한다. 여성들의 지위도 예전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여성노동자들의 지위는 아직도 불평등하다. 이 책이 말해주고 있다. 지금도 사회 여러 곳에서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런 고용주의 부당대우와 차별, 냉대에 맞서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변화할 수도 있다는 희망이다. 실로 무거운 주제였지만 저자는 자신이 만난 여성들을 통해 짧고 가벼운 에피소드로 쉽고 재미있게 전달했다. 때론 울음을 삼키고, 때론 큰소리치고 싶기도 했다. 노동운동이 최소한의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한 인간선언이라는, 한 노동자의 선언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눈물과 파업, 그리고 죽음을 떠오르게 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내가 노동자라는 사실을 되새길 수 있게 만들었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가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 지켜져야 할 최저의 기준입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노동자가 이미 인간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그동안 했던 활동은 단지 인간선언일 뿐이었습니다. 우리의 노동운동은 지금 인간선언의 절박한 요구로부터 출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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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네 공부방, 그 사소하고 조용한 기적
최수연 지음 / 책으로여는세상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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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천동 태극마을, 다음 촬영지로 정해놓은 곳이었다. 색색깔의 고만고만한 집들이 모여 예쁜 풍경이 되는 그 곳은 사진찍기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출사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 풍경 가운데 저자가 운영하는 [우리누리 공부방]이 있다. 1988년 7평 남짓의 작은 단칸방에서 시작해 동네에 홀로남은 아이들과 주민들을 위해 열린 [우리누리 공부방]은 20년이 넘는 현재까지도 많은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느낀 거지만 수많은 사진 속 풍경에서, 집만 볼 줄 알았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놓치고 있었구나 싶었다. 그러나 공부방의 큰이모이자 저자인 그녀는 가난한 사람들과 방치된 아이들을 품은 그 풍경을 진짜 사랑한 사람이었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카메라를 먼저 들이대려고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4장으로 구성된 책에는 [우리누리 공부방]의 20년 역사와 공부방을 거쳐간 아이들과 이모, 삼촌의 이야기, 그리고 공부방을 통해 배움의 기쁨을 함께 나눈 부모님들과 소외된 이웃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부모를 잃고 돌봐주시던 조부모마저 떠나보내 홀로 남게 된 아이들과 자신마냥 가난했던 자식에게 기대기 싫어 외롭게 사시던 아랫집 할머니의 쓸쓸한 죽음앞에서는 코끝이 찡해지고 말았다. 그렇지만 한글을 모르던 어머니들에게 글을 가르쳐주고,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아버지들에게 영어수업을 하고, 중학생이 되어 받아줄 수 없던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공간마저 허물어 도서원을 만들어주는 장면에서는 슬며시 미소짓게 되었다. 무엇보다 원래 동네사람이 아니었기에 체감할 수 없었던 이웃들의 가난을 그들과 똑같이 일하고 겪으며 배우려했던 저자의 노력에 감동할 수 밖에 없었다. 


가난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무엇보다 가난의 가장 큰 문제는 되물림이다. 특히 먹고사는 일이 빠듯한 부모들은 아이들을 방치하거나 버리기까지 한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은 쉽게 탈선하거나 나쁜 길로 빠지기도 한다. [우리누리 공부방]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바로 이런 아이들을 올바르게 클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데 있다.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을 돌보고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문화적으로 소외된 아이들에게 문화적 혜택과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사회나 국가가 해야할 일을 개인이 해내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물론 저자의 종교인 카톨릭 단체에서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포기하고 싶은 순간과 힘든 고비를 넘기며 끝까지 공부방을 지켜온 큰이모와 공부방 자원교사를 자처한 수많은 이모와 삼촌들의 노고를 높게 사고 싶다. 무엇보다 공부방을 통해 잘 자라준 아이들이 큰이모마냥 그렇게 대견할 수 없었다. 


작고 좁은 단칸방에서 시작한 [우리누리 공부방]은 현재 단란한 2층으로 장소를 옮겨, 오늘도 여전히 부모의 빈자리때문에 텅빈 집을 지키고 있을 아이들을 위해 열려있다. 그리고 공부방을 통해 어엿한 성인이 되고 한 집안의 구성원이 된 아이들은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공부방은 진정 희망이라는 단어를 구체적 현실로 만들어주는 곳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방치된 아이들과 소외된 이웃들에게 공부방이 없었다면 그들은 오늘도 내일도 불안한 미래와 막막한 현실에 분노하고 주저앉으며 사회적 약자나 그늘이 되지 않았을까. 
 

누군가를 진정 행복하게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작은 관심과 애정, 타인에 대한 배려라는 건 너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배움을 그대로 실천할 수 있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용기라 말하고 싶다. 아무리 일회성 기사일지라도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훈훈한 이야기거리를 읽을 때마다 사람들은 아직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말을 한다. 나 또한 [우리누리 공부방]같은 곳이 있기에 부산은, 그리고 세상은 살맛나는 곳이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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